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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환타지] 세자르씨의 유쾌한 전원생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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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난 이런 곳에서 개죽음 당하고 싶진 않다구.”

 

그렇게 말하는 노만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다른 병사들의 반응에 비하면 약과였다. 여기저기서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신께 기도를 올리거나 다리가 후들거려 바닥에 주저앉은 자들이 속출했다. 심지어 눈물을 질질 짜는 자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일은 그런 병사들의 얼굴을 백지장마냥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다.

 

쿠쿵.

 

또 다른, 크지만 굵고 낮게 깔리는 소리와 함께 일행이 서있는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공간 안에 있던 구조물들이 수정을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아래쪽 화염에서 뻗어 나온 커다란 불꽃들이 병사들이 있는 곳까지 흩날리더니 곧 거기서 떨어져 나온 수많은 불씨들이 하나하나 일행들이 서있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늑대형상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개체 수로 늘어나며 사방에서 일행들을 겹겹이 포위한 화염에 휩싸인 늑대들의 모습은 이미 겁에 질린 병사들을 위협하기엔 충분했다.

금세 형상을 갖춘 화염늑대들은 곧 송곳니를 드러내며 일행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포에 몸이 굳은 병사들은 그런 늑대들의 습격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병사들에게 제일 먼저 달려오던 늑대를 향해 누군가의 칼날이 떨어졌다. 동시에 늑대는 외마디 비명을 남기며, 공중에서 그대로 소멸되었다.

 

“내 병사들의 수준이 고작 이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건가?”

 

변함없이 냉정한 말투로 내뱉는 이자벨라의 목소리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지금 다들 뭘 하는 거지? 그간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정예라고 생각했던 너희들의 지금 모습이 부끄럽지도 않나?”

 

이자벨라의 말은 멍하니 얼이 빠져있던 병사들의 가슴 속을 후벼 파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도미노와 각 부장들이 그런 병사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다들 정신차려!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간 모두가 당하는 건 한순간이다! 어서 움직여!”

 

도미노와 부장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병사들을 일으켜 세웠다. 병사들은 이자벨라의 말에 자극받았는지 한결 적극적인 태도로 늑대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기세에 늑대들은 포위망이 느슨해지면서 외곽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이린이 외쳤다.

 

“거기 모두 비켜! 늦는 자는 죽을 줄 알아! 아이스 바인(Ice Vine)!"

 

급히 자리를 피하는 병사들 사이로 아이린이 주문을 외우며 두 팔을 위로 들자, 순식간에 사방에 물안개가 퍼지더니 갑자기 그 아래 바닥에서 수십 가지 물줄기가 늑대들을 향해 뻗어갔다. 그리고 그 물줄기들은 계속해서 가지를 치며 늑대들이 서있는 바닥 아래를 뒤덮었다.

 

“이제 작별할 시간이군. 잠깐이었지만 재미있었어. 그럼 바이바이~.”

 

아이린이 손목을 까닥이는 것을 신호로 순간 모든 물줄기들이 얼어붙으면서 동시에 그 위쪽으로 날카로운 얼음가시들이 튀어 놀랐다. 그 가시공격에서 살아남은 늑대들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얼음가시에 찔리면서 얼어붙던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서 소멸되 버렸다.

 

“모두 봤지? 이게 바로 마법이라고. 호호호.”

“좋아. 도미노, 바로 이동한다. 병사들을 움직여라.”

“앙? 뭐 그리 서둘러? 잠깐이라도 이 감동을 즐기지 않고 말야.”

“저기 경계구역이 다가온다. 저 너머로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많이 움직이는 게 나아.”

 

과연 이자벨라가 가리키는 데로 일행이 서있는 바닥은 어느새 화염구간을 지나 돌풍구간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 광경에 일행들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풍구간은 일행들이 제대로 서있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 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방을 휩쓸고 돌아다니는 회오리바람이었다.

 

“아아아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일행의 앞쪽에 고립돼 있던 병사 몇 명이 갑자기 덮친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공중으로 날렸다가 머리 위에 떠있는 거대 수정을 따라 밑도 끝도 없이 아래쪽으로 떨어져 버렸다. 일행들은 그 모습에 공포와 전율을 느끼면서도 자신들이 그 꼴을 당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덕분인지 짧은 시간에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적지 않은 인원들을 구출해낼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일행들을 향해 회오리바람들이 연달아 날아들었지만, 다행히 루이의 재치와 간단한 마법 덕에 모두가 쉽게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캠프파이어(Camp Fie)!”

 

루이는 선두에서 일행들이 움직이는 길목을 따라 양쪽 바닥에 자그마한 불씨들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가 주문을 외울 때마다 장기인 불꽃 키우기 마법이 시전 되면서 불씨들은 마치 모닥불 마냥 활활 타올랐다. 마치 가로등 마냥 줄을 이어 길 양쪽을 밝히는 그 불덩이들은 그 뜨거운 열 때문에 좁은 길목을 지나가는 병사들에겐 좀 거치적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 열기로 인해 그들을 길 양쪽으로 접근하는 회오리바람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차단시키고 있었다.

 

“아무튼 네 덕분에 돌풍구간은 순조롭게 지나가는 것 같군.”

“그럼 저한테 좀 더 잘 대해주시는 게 어때요? 가령 지급액을 올려준다던지........”

“세자르, 루이. 서로 그런 대화를 나누기엔 아직 이르지 않나? 앞에 저건 좀 힘들 것 같은데.”

 

노만의 말대로 돌풍구간의 경계에선 그 경계선을 따라 회오리바람의 벽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모두 집어삼킬 듯이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병사들을 위협하는 그 광경은 보는 이들이 모두 숨을 죽이게 만들고 있었다.

 

“글쎄, 이런 상황에선 저보단 아무래도 대마법관님께서 더 도움이 되실 듯 한데요.”

“그런 말 안 해도 벌써 오고 있어.”

 

아이린은 특유의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로 병사들을 매혹시키면서 유유히 그들 사이를 통과해 앞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시 내가 활약할 때가 온 것 같지 않아?”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하지만 남의 태도를 의식하거나 할 그녀가 아니었다. 아이린은 잠시 저 멀리서 다가오는 바람장벽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정도 쯤이야 일도 아니지. 다들 잠시 물러나 있어. 그래, 그럼 간다.”

 

말은 시원시원하게 하고 있어도, 아이린의 모습엔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아무래도 좀 전에 이자벨라에게 가뿐히 무시당한 마법사의 자존심을 이번에 제대로 된 강력한 마법 한방으로 다시 세우고 싶은 모양이었다.

잠시 타이밍을 재며, 긴 주문과 복잡한 수인을 맺던 아이린은 한 팔을 앞쪽으로 내밀면서 외쳤다.

 

“에어 캐넌(Ai Cannon)!!"

 

그 외침에 갑자기 아이린 앞쪽의 엄청나게 큰 공간이 커다란 공 모양으로 일그러졌다. 그 상태에서 아이린이 주먹으로 치듯이 다른 팔을 힘껏 내지르자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 바람의 장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동시에 어마어마한 굉음과 충격파가 일행들을 덮쳤다.

그 충격에 잠시 비틀거렸던 세자르와 일행들은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앞을 바라다보았다. 좀 전까지 그들 앞에서 견고하게 버티고 있던 바람장벽은 아이린의 마법과 충돌하면서 거짓말처럼 소멸해 있었다. 물론 그 효과는 전체가 아닌 일행의 진행방향과 그 주변일대로 한정되었지만, 일행들이 무사히 그 경계구역을 지나는 데는 충분했다.

 

아이린과 루이의 마법 덕에 돌풍구간을 별 탈 없이 통과한 병사들이 다음에 맞닥뜨린 것은 사방이 냉기로 가득한 얼음구간이었다. 일행은 뼛속까지 스며오는 추위와 싸우면서 동시에 단단히 얼어있는 바닥 위를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일행이 구조물들을 지나 그 구간에서 고립된 일단의 병사들에게 다가갔을 때, 그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추위에 얼어버린 병사들의 시신들뿐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

“이런 상황에선 기대하기 힘들겠는데.”

“그럼 이 구간의 생존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나?”

“잠깐, 세자르. 여길 좀 와봐야겠다!”

 

노만과 얘기 중이던 세자르는 매니가 부르는 앞쪽으로 걸어갔다. 매니는 바로 앞에 있는 얼어붙은 시체를 조사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뭔가 안 좋은 거라도....... 아니, 이런 맙소사!”

 

두 사람 앞의 시체는 마치 엄청나게 힘센 괴물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방패와 갑옷의 이곳저곳이 움푹 파여져 있었다. 게다가 무기를 든 팔 한쪽은 잡아 뜯기듯이 뽑혀져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소식을 보고받은 도미노는 당장에 병사들에게 전투대세를 명령했다.

하지만 그곳을 지나 조심스럽게 전진하던 일행은 삼엄한 경계태세가 무안할 정도로 평화로운 행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기껏해야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옅은 안개뿐이었다.

그러던 중, 일행이 어느 샌가 주변의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한 것을 알아챈 것은 이미 안개 속으로 들어온 지 한참이 흐른 뒤였다. 안개가 워낙 광범위하게 끼어있어서 서서히 두꺼워 지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었다. 바로 앞도 보기 힘든 상황에 겁에 질린 병사들에게 도미노와 부장들은 흩어지지 말고 다들 뭉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 와중에 선두에 있던 병사들의 앞에서 안개가 출렁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에 뭔가가 온다!”

“모두 방어태세로! 진영을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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