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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환타지] 세자르씨의 유쾌한 전원생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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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모두가 수정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일행 내에 유이한 마법사인 아이린과 루이는 시간을 들여 ‘마법의 돌’이라고 불리우는 거대 수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간간히 이것저것 의견을 나누던 두 사람은 마침내 의견이 일치했는지 아이린이 고개를 돌려 일행들에게 다음 지시를 내렸다.

 

“이제 내가 ‘마법의 돌’을 작동 시킬 테니까, 너희 모두 거기서 대기하고 있어.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친위대 여러분.”

 

왠지 아이린의 태도에 농락당하는 기분이었지만, 병사들 중 어느 누구도 그걸 내색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수정이 작동한 뒤 벌어질 일이 더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긴장하며 경계태세로 대기하는 상황에서 아이린이 수정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몇 걸음 앞에서 뭔가 주문을 외우더니 한 손을 들어 전격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아이린의 화려한 마법에도 불구하고, 번개는 수정 안에서 굴절되다가 수정 뒤쪽에 서있던 죄 없는 병사들의 머리 위를 때리면서 그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을 뿐, 정작 마법을 맞은 수정에는 어이없게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 모습에 아이린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어이, 아이린! 너 제대로 알고나 하는 거야?”

“시끄러워, 꼬맹이! 단지 예상이 빗나갔을 뿐이야!”

“거참, 입만 살아가지고. 덩치가 아깝다! 할 줄 알긴 아는 거야?”

“이거 열면 어떻게 할래? 난장이 왕족께선 이게 뭔지 이해도 못하겠지만, 나한테 이런 건 식은 죽 먹기야.”

“그런 말은 저 수정을 작동 시키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 탠데, 이 육떡진 마법사야.”

 

아이린과 클로에 사이에 뜻하지 않게 벌어진 말다툼 속에서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은 새우들 마냥 중간에서 조용히 구경만 하던 병사들은 그러나 속으로는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말빨로는 그간 자신들을 대놓고 조롱하던 아이린을 클로에가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노만이 세자르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이, 세자르 누가 이길 것 같나?”

“자넨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세상에 싸움구경만큼 재미있는 게 어디 있겠나. 특히 왕국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두 여자가 저러고 있는데. 저기, 안톤 자네 나랑 누가 이길까 내기나 한 번 하지.”

“그거 좋죠. 전 왕족 아가씨께 한 표 걸죠. 지금 마법관님을 몰아붙이고 있거든요. 노만씨는 어느 쪽에 걸겠습니까?”

“난 마법관님께 걸겠네. 원래 내기는 위험이 클수록 더 짜릿한 법이지.”

 

하지만 불행히도 두 사람 간의 농담 섞인 내기는 아쉽게도 성사되진 못했다. 이자벨라의 한마디에 두 여자의 수다가 곧 중단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잔뜩 성이 난 아이린은 쉽게 화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남이 듣던 말던 상관없다는 태도로 수정을 손바닥으로 탕탕 치면서 말했다.

 

“마법이 얼마나 섬세하고 예술적인 작업인지 알아? 이렇게 오래되고 커다란 마법의 결정체를 아무런 손상 없이 다시 예전처럼 움직이게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어머나!”

 

그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수정이 아이린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제자리에서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수정에 가까이 서있던 아이린과 그 주변의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 한참을 뒤로 물러섰다.

서둘러 경계하는 일행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수정의 회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수정의 한 가운데서 하얗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 빛은 일행이 눈을 뜨고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강렬해 졌다.

 

“모두 고개를 돌려! 수정을 보지 말고 눈을 보호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대비해라!”

 

도미노와 부장들의 다급한 명령이 떨어졌다. 다들 서둘러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는 가운데 세자르도 주변의 용병들에게 빛을 피하라고 고함을 치면서 급히 몸을 돌리고 망토로 얼굴을 가렸다. 그 상태에서 세자르는 뭔가가 갈라지는 듯한 이상한 소리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뭔가 수상한 기분이 든 세자르는,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에서 나오는 빛이 약해지기 시작하자, 천천히 망토를 벗으면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돌아다 봤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광경을 본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단 한마디였다.

 

“오, 세상에!”

 

세자르가 서있던 바닥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멀쩡한 건 그것뿐이었다.

제일 먼저 세자르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수정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으로부터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세자르 앞에 떠있던 거대한 수정의 모습은 이미 말 그대로의 ‘거대한’이란 의미를 벗어나 있었다. 세자르가 봤던 어떤 기둥이나 탑보다도 크고 높다란 크기로 변한 그 수정은 그 엄청난 덩치로 인해 세자르가 어디를 쳐다보던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를 않았다.

그것은 좀 전에 일행이 있었던 원통형 방이 위아래로 길쭉하게 늘어난 모양의 공간의 중심에서 그 방의 천정을 떠받히는 기둥마냥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수정을 중심으로 외곽으로는 벽 쪽으로 마치 방안의 바닥과 벽돌들이 조각조각 부셔져 흩어진 것처럼 수많은 사각형 돌 구조물들이 서로 계단과 다리, 통로들을 통해 마치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이며 기하학적인 형태로 다닥다닥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세자르는 그 조각들 중 한 곳에서 자신의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수정과 바닥 아래에 있는 벽 쪽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주위의 인기척에 그제야 주변을 돌아다보았다.

세자르는 지금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조금 전 자기 옆에 붙어있던 병사들 몇 명이 그와 똑같이 눈앞의 광경에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앞에 칼로 동강난 듯이 잘려 나간 바닥끝에서 뭔가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세자르는 조심스럽게 바닥끝에 서서 소리가 나는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마치 그 절벽 면에 다른 건물의 바닥 면을 갖다 붙여놓은 것처럼 다른 방향에서 내려오던 두 개의 계단이 서로의 양 옆을 교차하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들이 만나는 지점에는 노만과 사수들 몇 명이 그곳에 찰싹 엎드려 계단에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에 어의가 없어진 세자르는 노만을 불렀다.

 

“노만, 자네 거기서 왜 그러고 있나?”

“왜긴, 이럴 수밖에 없으니까 이러고 있지.”

“그렇게 웃기게 매달려 있지 말고 얼른 올라오지 그래?”

“그럴 수 있으면 벌써 그렇게 했지, 내가 왜 이러고 있겠나?”

“무슨 소리야?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건가?”

“그런 평범한 문제가 아니라네. 지금 이 위치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간 딱 저 아래로 떨어지기 알맞다고.”

 

노만은 고갯짓으로 한쪽 계단의 아래를 가리켰다. 다른 건물 벽면 한복판으로 이어지듯이 끝나는 그 계단 끝에는 사수로 보이는 사람이 하나 널브러져 있었다.

 

“저 녀석 보이지? 불쌍한 앙드레 녀석. 아까 수정이 빛난 뒤에 재수 없게 제일 먼저 움직였다가 저기로 팍 떨어져 버렸다니까. 꼴을 보니 머릴 먼저 박고 고통 없이 한 방에 간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아무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때까진 꼼짝도 못할 것 같아.”

“그렇다고 하루 웬 종일 거기에 있을 건가? 지금 밧줄을 던질 테니까 그걸 타고 올라오게.”

 

세자르는 배낭에서 밧줄을 꺼내 늘어트린 뒤에 노만이 있는 곳까지 거리를 재고는 밧줄을 던졌다. 하지만 세자르의 예상과는 달리 밧줄은 노만에게 닫기도 전에 계단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상하단 생각이 든 세자르는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시도 했지만, 한참을 더 힘을 줘 던진 뒤에야 노만이 매달린 근처까지 밧줄을 보낼 수가 있었다.

밧줄을 타고 힘겹게 올라온 노만은 이마에 주름을 잡으면서 자기가 올라왔던 계단 쪽을 쳐다보고 있는 세자르에게 말했다.

 

“뭘 그렇게 쳐다보나?”

“아니,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이상하긴, 저긴 아무것도 없는데. 앙드레 녀석은 운없게 자리를 잘못 잡았다가 저리로 떨어진 거고.”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네.”

 

그러면서 세자르는 주변에서 작은 돌멩이를 줍더니 계단 쪽을 향해 가볍게 던졌다. 그러자 다른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돌멩이는 계단 쪽 바닥에서 몇 번을 튕기더니 아예 바닥면에 붙어버렸다.

 

“혹시나 했는데, 예상이 맞았군. 여긴 각 면마다 중력이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소싯적에 배운 내용이라서 금방 떠오르진 않았는데, 아무튼 땅에는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을 잡아 다니는 힘이 있다는 거지. 사과나 밤이 다 익으면 땅으로 떨어지는 게 다 그 힘 때문이라는 거야.”

“나는 처음 듣는 소린데. 근데 그게 어떻다는 건가?”

“우리가 지금 여기에 두 발로 서 있는 것은 이곳 바닥 쪽에서 우리를 잡아 다니고 있다는 거지. 근데 자네가 있던 저쪽 면에서는 저 돌멩이가 붙어있는 저 바닥면으로 중력이 작용한다는 얘기라네.”

“말도 안되는....... 그럼 우린 저기에 왜 아랫방향으로 매달려 있던 건가? 저기서 계단타고 걸어오면 그만인 것을 말이야.”

“그건 아마 저 계단들이 교차하는 지점부터 중력이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가 보지. 한 번 시험해 보겠나?”

“어떻게 말인가?” “자네 등에 매고 있는 걸로 말일세.”

 

아직도 세자르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노만은 등에서 활과 화살을 풀어 앙드레가 쓰러져 있는 벽쪽을 향해 활을 당겼다. 활솜씨엔 자신 있는 노만 이었지만, 그가 날린 화살은 생각 외로 힘없이 날아가다가 세자르가 던진 돌멩이가 있는 바닥면으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단들이 교차하는 곳을 지나는 순간 활은 다시 추진력을 얻은 것처럼 고개를 들더니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앙드레가 추락한 바닥면으로 떨어졌다.

 

“이, 이런. 어째 이런 일이.......”

“대충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았으니까 얼른 움직이지.”

“그게 무슨 소린가?”

“여기에 가만히 머물고 있을 순 없단 말일세. 저기 흩어져있는 일행들을 모아 여길 탈출해야 하지 않겠나. 서두르세.”

 

노만은 그제야 머리 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한 수정과 그 주변에 떠있는 구조물들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징검다리마냥 계단과 통로로 연결된 각 구조물에는 일행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채로 오도 가도 못하고 그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자르는 주변을 쓱 둘러보더니 노만과 다른 일행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선 저쪽으로 가지.”

“왜 그쪽이지? 그쪽은 안전한 겐가?”

“아니, 저쪽에 우리의 탐험가 루이 씨께서 자네처럼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있는 게 보이거든. 자 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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