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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환타지] 세자르씨의 유쾌한 전원생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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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거 미로가 따로 없군. 그래도 이런 규모는 너무 심하잖아.”

“너무 불평만하지 말고, 이런 거대한 놀이터를 창조한 마법사에게 감사하는 게 어때요?”

“이런 놀이터라면 너나 충분히 즐겨라. 난 편안한 내 집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거든.”

“대장은 너무 낭만이 없다니까. 이런 구조물들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도 모르다니.”

“헛소리 집어 치우고, 지금 하는 일이나 똑바로 해, 루이.”

 

루이가 투덜거리며 출구를 찾는 동안, 세자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행이 슬라임들의 숨 가쁜 공격에서 벗어나 다다른 곳은 좀 전에 있던 곳과 비슷하게 출구가 은폐된 또 다른 광장이었다. 물론 부대 유일의 탐험가 루이군의 활약으로 그곳의 출구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었지만,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일행이 마주치는 광경은 거의가 엇비슷한 모습의 광장들 뿐 이었다. 게다가 광장들은 각각 여러 개의 출구들과 갈림길로 여기저기 연결되어 있어서, 그 구조가 마치 셀 수 없이 많은 방들이 사방으로 연결된 거대한 개미굴 같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루이가 길을 찾는 동안 광장 어디선가 툭 튀어나와 병사들을 습격해 오는 키메라들이었다. 매 광장마다 종류도 다양하게 등장하는 그것들은 평화로운 광장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미리 그곳에 진을 치고 살기등등하게 일행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등 뒤나 머리 위로부터 일행들을 몰래 기습해 들어오곤 했다.

게다가 앞의 슬라임처럼 마법으로 강화되어서인지 유적에 들어온 뒤부터 이전까지 만난 키메라들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그것들을 상대하느라 병사들은 때 아닌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창칼 같은 무기를 든 오크나 리자드맨 정도의 몬스터들은 아예 애교 수준이었다. 살라맨더나 고스트 같은 키메라 몬스터들은 아애 물리적 공격이 먹히지도 않아서 그때마다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방어진을 유지하면서 일행들을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홀로 마치 마실 나온 듯이 여유 있게 휘파람까지 불면서 실마리를 찾아 광장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루이의 모습에선 긴장감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처음엔 봐줄만 했다. 병사들이 키메라들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오히려 침착하고 여유 있어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점차 광장들을 지나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병사들에게 비치는 그의 모습은 불성실함 그 자체였다. 계속해서 출구를 찾아도 그 뒤로 미로 같은 공간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각 광장에서 출구들을 찾자마자 숨도 돌리기도 전에 마치 건성으로 찍는 것처럼 바로 이쪽, 저쪽하며 일행이 지나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루이의 태도에 이미 수없는 키메라들과 싸우느라 지친 병사들은 차츰 부대가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아닌가하고 불안감과 함께 점차 루이에 대한 불평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 일행들의 눈치를 살피던 세자르는 조용히 루이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루이, 아직 먼 거야?”

“거의 다 왔을 겁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돼?”

“글쎄 거의 다요.”

“너, 정확히는 알고 가는 거냐?”

루이는 자신을 둘러싼 험악한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집중된 이목을 즐기는 듯이 태평하게 말했다. 그런 루이의 태도에 주변 병사들은 다들 어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좀 전에 그 광장에 남은 마지막 키메라를 베고 부장들에게 전열을 가다듬게 지시한 도미노도 자신의 칼에 묻은 피를 닦으면서 세자르에게 지나가는 말로 ‘저자를 정말 믿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물어볼 정도였다.

 

“임마, 너 지금 분위기 파악도 못해? 멍석말이라도 한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겠냐?”

“대장, 걱정마시라고요. 거의 다 왔으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 확실한 단서라도 있는 거야?”

 

루이는 대답 대신에 씩 웃으면서 한 손을 들어 방금 찾은 출구 위쪽을 가리켰다.

 

“저기 출구 위에 글자가 보이세요? 노안 때매 안 보인다고 하지 말고, 잘 들여다보면 글자 하나가 보일 겁니다.”

 

과연 루이가 찾은 출구 위에는 어둠과 그림자 때문에 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사각형 테두리 안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출구들 위쪽에도 각각 다른 글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자르는 루이가 가리킨 쪽을 다시 쳐다보며 말했다.

 

“저건 ‘R’자군. 근데 저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

“혹 과거 대마법시대에 불리던 알베르토의 별칭이 뭔지 아세요?”

“글쎄?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는군.”

“그러게 칼질만 하지 말고 공부 좀 하시라니까....... 알았어, 알았다니까요. 설명할 테니까 제발 그 칼 좀 치우라고요.”

 

간신히 세자르를 진정시킨 루이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

“대마법시대 알베르토를 부르던 또 다른 말은 바로 ‘위대한 창조자 알베르토 세르지오( Alberto Sergio The Great Creator)’에요. 이건 알베르토가 공격마법의 대가인 안토니오 발킬리우스나 다른 마법사들과는 달리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 내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지금까지 지나온 광장들의 출입구들을 잘 기억해 보시라고요.”

“잠깐, 그런 네 얘기는 각 출입구마다 알베르토의 별칭이 각각 한 글자씩 새겨져 있었단 말이야?”

“역시 상황 판단이 빠르시군요.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죠. 하지만 알베르토의 이름 뒤로 ‘T"자가 나온 뒤로는 거의 확신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는 23번째에 해당하니까 ‘Creator"의 처음 ’R"자에 해당하겠군.”

“딩동. 정답입니다. 앞으로 5번만 더 지나면 이 지루한 미로찾기도 끝이 날 거에요.”

“그래도 이놈아, 이런 걸 알았다면 진작 알려줬어야 했을 거 아니야.”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고, 아무도 안 물어 보는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길 찾는건 저 혼자 충분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몰려드는 키메라를 처리하면서 안전을 확보하는 게 더 나은 듯 한데요.”

“그야 그렇다만,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저 따라가는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생각 좀 하고 다니라고.”

“알겠습니다. 다음엔 그렇게 합죠.”

 

그렇게 일행은 루이의 말에 따라 5곳의 광장을 더 지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광장을 지나 도착한 곳은 일행들의 예상과는 달리 또 다른 광장이었다. 이번만큼은 자신에게 집중된 일행 모두의 눈총에 약간 당황하기 시작한 루이는 서둘러 광장 전체를 둘러보더니 곧 또 다른 출구를 찾아냈다.

‘또냐!’하는 부대원들의 말없는 핀잔 속에 루이는 그 출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광장 한쪽면의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그 출구는 맨 처음 광장에서 발견한 것과 같이 두 갈레의 갈림길로 나눠져 있었다. 하지만 루이는 전과는 달리 오랜 시간을 들여 굉장히 신중한 모습으로 갈림길 양쪽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무슨 문제야? 앞에 또 다른 미로가 연결되는 거야?”

“대장, 가만히 좀 계세요. 이번 건 진짜로 심각하단 말입니다.”

“뭐가 그렇게 심각하다는 겁니까? 마지막이란 곳에서 또 다른 출구가 나와 섭니까? 아님 더 이상 글자가 보이지 않아서?”

“도미노 대장님,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보통 결계가 아니라고요. 이것만 봤을 때는 알베르토가 정말이지 뭔가 대단한 걸 안쪽에 숨기고 있는 것 같군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가는군요. 쉽게 설명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느 쪽이 진짭니까?”

“글쎄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 서요. 둘 다 진짜일 수도 있고, 가짜일 수도 있거든요.”

“루이. 왠지, 너 이번엔 진짜로 늦가을 참깨 털듯이 털릴 때가 된 거 같다.”

“농담이 아니라고요. 이건 다원함수와 차원변수를 이용해 만든 차원미로에요. 잘못 들어가면 출구가 없는 닫힌 공간에서 영원히 헤매다가 끝날 수도 있어요.”

“그 애 말이 맞을 걸, 세자르. 이건 보통 정교한 마법이 아니거든.”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세자르는 옆을 돌아보니, 아이린이 그녀 특유의 향기를 풍기면서 세자르 옆을 지나 갈림길 주변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 대단하군. 차원마법을 이렇게나 아름답게 구성해 놓다니, 과연 알베르토야. 그 명성이 틀린 게 아니었어.”

“하지만, 아이린님. 지금 우리는 보물을 찾으러 왔지, 마법 연구를 하러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조용히 해, 도미노! 그렇게 서두르고 싶으면 먼저 들어가 보던가. 이것처럼 말이야.”

 

도미노의 말을 단칼에 자른 아이린은 바닥에 있던 돌멩이 하나를 집어 가볍게 오른쪽 통로 안으로 던졌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모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한참동안 시간이 흘러도 그 돌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다들 그 상황에 의아해 하는 사이, 아이린은 또 다른 돌멩이를 왼쪽 통로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이번엔 돌멩이가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듯이 쑥 날아가더니 아까완 정반대로 여기저기로 돌멩이 튕기는 소리가 오랫동안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방금 그 소리는 돌멩이가 다차원 공간 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소리야. 앞에 건 아마 평면 공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을 거고. 이래도 무작정 들어가고 싶은 거야?”

“그,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저 젊은 친구가 잘 알아서 방법을 찾겠지. 척보고 차원미로라는 걸 알아챌 정도로 유능해 보이니까. 그러니 그때까지 잠자코 보고나 있으라고.”

 

그 말과 함께 아이린은 몸을 돌려 유유히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놓고 부대 지휘관을 무시하는 태도에 다른 사람 같으면 분노가 치밀 만도 했지만, 도미노는 이미 이런 건 질리도록 경험했다는 듯이 체념하는 태도로 루이 쪽을 돌아다 봤다.

하지만, 그 덕에 세자르는 아이린이 자신을 지나치면서 윙크와 함께 살짝 자신의 몸을 살짝 더듬는 것을 도미노가 보지 못한 것에 감사했다. 오늘따라 몸매를 부각시키는 딱 붙는 붉은빛 나시 블라우스와 상아색 스커트 차림의 그녀는 그것을 강조하려는 듯 평소보다 훨씬 짧은 망토를 마치 숄처럼 가볍게 어깨에 걸친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걸을 때마다 육감적으로 씰룩거리는 가슴과 엉덩이는 세자르가 시선을 뗄 수가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런 생각은 그만 한 것이 아닌 듯이,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양쪽으로 길을 비켜주던 병사들은 아이린의 뒤태에 다들 넋을 잃고 쳐다보기에 바빴다.

잠시동안 뜻하지 않은 눈요기를 즐기던 세자르는 곧 아이린 뒤쪽으로 클로에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점잔을 빼면서 열심히 출구를 조사 중인 루이를 바라보았다.

같은 시간, 탐사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루이씨는 갈림길 입구가 아닌 그 주변을 열심히 조사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먼지가 쌓인 벽이며, 바닥을 꼼꼼하게 살펴보던 루이는 뭔가를 찾아냈는지 눈을 반짝이며 일어섰다.

 

“그렇군. 역시 알베르토도 근본적으로는 마법사 기질에서 벗어나지 않았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법사 기질이라뇨?”

“낮선 곳을 탐사할 때는 기본적으로 그곳 주인의 성향을 알아야 일이 쉬운 법이거든요. 때문에 같은 직업군의 특성 같은 것들을 모아서 엮은, 탐험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해져오는 일종의 구전 같은 거죠.”

“왠지 쉽게 감이 오지 않는데요.”

“도미노 대장님, 그냥 간단히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검사들은 대게 복잡하게 일을 꾸미는 것보다 직선적으로 처리하는 걸 좋아하지요? 또한, 계습과 서열은 분명해야 하고요.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귀찮은 걸 싫어한다는 거죠. 일상적인 일들도 귀찮으니까 모든 걸 간단하게 마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무리들이란 말이죠.”

“그래서요?”

“이 차원마법도 겉에서 보기엔 대단해 보여도 실제로 답은 너무나 가까운데 있다는 거죠.”

 

루이는 그 말과 함께 눈앞에 있는 갈림길 사이 기둥으로 팔을 내밀었다. 당연히 기둥에 닿을 것 같던 루이의 팔은 놀랍게도 기둥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루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 장면에 놀란 일행들에게 미소를 띠면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순식간에 루이는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보는 사람들이 뭔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루이의 상체가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령같이 가슴 위쪽만 공중에 붕 뜬 괴기한 모습으로 루이가 말했다.

 

“다들 들어와 보세요. 예상대로 알베르토가 여기 대단한 것을 숨겨놨더군요. 어서요.”

 

그래도 다들 망설이는 사이, 루이의 말에 용기를 내서 갈림길 사이 공간으로 발걸음을 내딛은 세자르는 순간 뭔가 쌔한 낮선 느낌과 함께 자신이 전과는 다른 공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곳은 하나의 커다란 방이었다.

입구에 있었던 ‘움직이던 방’과 마찬가지로 부대 전체가 다 들어와도 충분할 정도의 규모인 커다란 원통모양인 그 방은 천장, 벽, 바닥 등 방 전체가 아직도 번쩍번쩍 윤기가 흐르는 커다란 사각형 모양의 하얀 대리석 석판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정작 세자르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 방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수정이었다. 어른 키의 두 배정도 크기의 완벽하게 결정화된 형태의 그 수정은 바닥에서 살짝 떠있어서 그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루이, 이게 네가 말한 그 대단한 거냐? 정말 어마어마하군. 이거 하나면 왕국 몇 개를 사고도 남겠어.”

“아니 이걸 보고도 단지 그런 생각 밖에 못해요? 이게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모르시는 거예요?”

“거대 수정이잖아. 나도 이런 크기의 수정은 난생 처음 보는 거라고.”

“아, 이런, 제길! 이건 그런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고요! 바로 ‘마법의 돌’이라니까요!”

“이게 네가 그렇게 목에 핏대까지 세우면서 열변을 토할 정도인 거냐?”

“이것의 가치가 얼만지 아세요? 지금은 이런 걸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조차 없다고요. 단지 문헌상에서만 존재했던 걸 이렇게 실제로 접해볼 수가 있다니, 이번 탐험은 진짜 대박이라고요!”

 

하지만 그런 루이의 격한 반응에 동의하는 듯한 사람은 단지 세자르의 뒤를 따라 들어온 브루노의 제자 길버트와 마법사인 아이린 뿐이었다. 계속해서 줄지어 들어오던 다른 일행들은 세자르와 마찬가지로 난생 처음 보는 엄청난 크기의 보석에 그저 입을 벌리면서 감탄만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아름다운 보물을 감상하듯 수정을 둘러싸고 구경하면서 농담조로 어떻게 하면 이 거대 수정을 무사히 가져나갈 수 있나 떠들고 있었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세자르는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루이에게 물었다.

“그래, 이젠 이 ‘마법의 돌’이 뭐하는 물건인지 설명해 봐. 우리가 이 유적에 들어온 목적이 이거냐?”

“그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우리 VIP 손님들의 반응은 별거 없거든요.”

 

그 말처럼 세 여자의 태도에선 뭔가 다른 것을 찾기가 힘들었다. 클로에는 단지 아름다운 보석에 홀린 여자 특유의 황홀하고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거대 수정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아이린은 뭔가 다른 이유로 잔뜩 흥분해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리더 격인 이자벨라는 평소와 다르지 않는 냉랭한 표정이어서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좀처럼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음, 아무튼 정리하자면, 이 수정은 마법사들에겐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물건이에요.”

“꼭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엄청난 가치인 건 틀림없는 것 같은데.”

“아니, 좀, 주제를 틀지 말고 제 말 좀 끝까지 들어보시라니까요. 대장은 마법사들이 마법을 개발하거나 연습할 때 어디서 시험해 볼 거라고 생각하세요?”

“글쎄,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면 모르겠는데. 아마 자신의 연구실이나 어디 인적 없는 야외에서 시도해 보지 않겠어?”

“작은 마법이야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형 공격마법이나 광범위 파괴마법같이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의 마법을 써보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대장 말처럼 연구실이나 야외에서 한다고 하면, 잘못하면 마법사 자신이나 그 일대의 땅이 남아나질 않을 텐데요.”

“그렇단 말은 마법사들이 마법을 실험하거나 연습하는데 이 수정을 이용한다는 말이야?”

“맞습니다. 이 수정은 마법사들이 어떠한 대형 마법을 써도 문제없는 차원공간을 만들어 내죠. 그것도 어마어마한 규모로요. 크기야 마법사가 원하는 만큼 늘릴 수도 있으니까요. 당연히 이런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사람들은 마법시대에서도 몇몇 톱클래스 마법사들뿐이에요. 알베르토 정도라면 이정도의 수정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만 요.”

 

루이의 설명에 세자르는 전날밤을 꼬박 보낸 아이린의 마법텐트가 연상되면서 그제야 왜 아이린이 루이와 똑같은 눈빛으로 들떠있는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아이린의 텐트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차원마법이 사용된 게 분명할 테니까.

 

“근데 이게 여기서 무슨 소용이 있는 거지? 여기 이걸 쓸 마법사가 몇 명이나 된다고? 사방이 꽉 막힌 이 방에서 빠져나가는 데 수정이 차원공간을 만든다고 뭔가 도움이 되겠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자고요. 지금까지 지나온 곳들처럼 이 수정을 조사해 보면 뭔가 단서가 나오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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