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역]여름이야기 14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카즈오였다.
「헤엄치자구, 타카시」
「아, 미카미는……」
「미카미도, 그것 끝나면 와라.──가자구」
「카즈오……」
당황하는 타카시의 소리가 멀어져 간다.
양팔 위에 얼굴을 숙인 채로, 거기까지의 듣고 있던 마사요가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타카시와 카즈오는 멀어져서 물가에서 까불며 떠드는 모습이 보였다
긴장이 느슨해졌다.
억지로 타카시를 갈라 놓은 카즈오의 행동은 의외였다.
마사요에 배러한 행동인가.
혹은, 소심한 카즈오가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할 만큼, 타카시의 반응이 불온한 것이었던 것일까.
마사요는 고개를 돌려 미카미를 바라보았다.
「……무슨 작정이야?」
분노가 가득찬 마사요의 말에 말없이, 미카미는 더욱더 마사요의 등을 더듬는다.
「이제 됐어요, 그만둬요」
마사요가 몸을 비튼다. 간신히 손이 떨어졌다.
당돌한 미카미의 제의애 거의 사고가 멈춘 채 받아들인 어리석음을 후회했다.
「응, 나 정말로 타카시에 알려져 버리면……어떻게 하면 좋아」
「괜찮겠지」
역시 간단하게 미카미는 대답한다. 오늘의 상황을 짠 카즈오의 악취미에 가볍게 편승하여, 마사요와 타카시를 조롱한 것 뿐이었다.
「……정말로, 이제 타카시의 앞에서, 이상한 일은 하지 말아줘」
탈진감과 기묘한 불쾌함을 씹으면서, 마사요는 다짐을 받았다.
응이라고 무신경한 대답을 한 미카미는 한번 더 자외선 차단제를 손바닥에 짜 마사요의 엉덩이를 두드리듯 문질렀다.
「원숭이같은 엉덩이가 되어서는 안되겠지」
무심코 소리를 지르며 피하려는 마사요의 저항을 무시하고, 풍만한 쌍둔을 비빈다.
「그만두어」
주위의 눈을 꺼려 낮은 소리로 마사요는 괘씸한 손을 밀쳐내려고 한다.
그러나 전혀 거리낌 없이 수영복의 안으로 손가락끝을 밀어넣은 미카미는 마사요의 쌍둔을 오일로 범벅을 만들고 간신히 손을 떼어 놓았다.
일어선 채 상체를 반쯤 일으킨 마사요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검게 탄 피부는 흥이 깨지기 때문에」
「……네…?」
무심코 되물은 마사요를 두고, 미카미는 물가로 향한다.
눈썹을 찡그리고, 그 뒷모습을 보면서, 마사요는 몸을 일으켜 무릎을 움켜 쥔 자세로 다시 앉는다.
방금, 희롱된 엉덩이가 미끈거리면서 시트에 미끄러졌다.
한숨을 돌리고, 호흡을 정돈한다. 뺨이 뜨거웠다.
이쪽을 보는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자 수미터 떨어진 곳에 혼자서 앉아 있는 중학생만한 소년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리지만 열기를 담은 눈으로, 마사요의 넓게 드러난 겨드랑이와 허리 근처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시선이 마주치면,
떠들썩한 해변의 풍경, 파라솔이 만드는 응달에 있어도 열기는 덮쳐 온다.
오일 투성이가 된 피부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앞으로 몇 시간, 이 장소에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문득, 시트 위에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놓인 미카미의 선글래스에 눈길이 갔다.
조금 생각하고 나서, 마사요는 선글래스를 집어서 살그머니 걸어 본다.
눈부실 정도였던 경치에 세피아색 필름이 걸리자 조금은 마사요의 마음을 침착하게 했다.
물결이 일 때마다, 돌고래 모양의 튜브는 부침을 반복한다.
마사요는 반쯤 해면에 잠긴 양허벅지에 힘을 주어 흔들리는 신체를 지지했다.
「괜찮은가? 이것」
걱정스러운 타카시의 질문과 느긋한 카즈오의 대답.
몸을 걸친 돌고래 튜브는 풍만한 여체의 중량감을 받아 접히듯이 가라앉아 있다.
마사요의 자세는 아무래도 앞으로 구부려 허리를 뒤로 쑥 내민 모양이 되어 버린다.
바로 뒤에 있는 카즈오의 목적은 눈에 보였다.
타카시 쪽은, 무엇인가 상황이 있으면 곧바로 손을 뻗어 도움을 주려는 배려가 틀림없지만 그 눈은,
등이나 엉덩이를 훑는 카즈오의 끈적끈적한 시선보다, 마사요를 괴롭힌다.
「아줌마, 기분이 좋아요?」
「네, 예」
천진난만을 가장한 카즈오의 물음에 억지웃음으로 대답했다.
거기까지 맞장구를 쳐 줄 필요도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바닷가 찻집에서의 점심 식사는 젊은 남자들 사이에 혼자 끼인 중년여자라는 편성의 기묘함과 마사요의 대담한
다시 바다로 나온 오후에는 카즈오가 수영을 가르쳐 준다는 제안을 마사요는 거절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 구경거리가 빨리 끝나 줄 것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돌고래 튜브를 두 손으로 잡고 다리로 물장구를 쳣지만 별로 전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갑자기 타카시가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돌고래를 넘어간 엉덩이의 중심을 파도가 때리는 충격을 느꼈다.
마사요는 비명을 지르고 허리를 띄워 발돋움하다가 곧 밀어닥친 큰 물결에 결정적으로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도 알지 못한 채 필사적으로 손발을 움직인다.
헤엄도 서투르지만, 갑작스런 사태로 인해 패닉에 빠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감아 온 팔에 의해 끌어 올려졌다.
얼굴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마사요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가볍게 기침하면서 호흡을 정돈한다.
한 손은 무의식적으로 구조자의 팔을 잡아갔다.
「어머니」
당황한 타카시의 소리가 저 편에서 들리자 자신을 구한 것이 타카시가 아니고 미카미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
놀라움에 작게 비명을 지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마사요에게 옆 얼굴을 보인 채로, 미카미는 해변으로 향하여 헤엄치기 시작한다.
거기까지 행동의 신속함에는 조금도 당황한 모습도 없었다이윽고 마사요는 몸에 힘을 빼고,
전신을 맡기고, 수중에서 끌려 가는 감각은 기분 좋았다.
등이 미카미의 단단한 가슴에 밀착하고 있다.
가슴을 아래로부터 밀어 올리듯이 감은 강한 팔에 매달린 손에, 살그머니 힘을 준다.
유연한 근육의 감촉이 느껴졌다.
하늘하늘 수중에 흘들리던 발가락이, 바닥에 닿자 자신의 힘으로 선다.
「 이제, 괜찮아요」
부끄러움으로 미묘한 홍조를 띤 얼굴을 하고, 마사요는 말했다.
미카미는 미련없이 팔을 풀었고 두 사람의 몸은 떨어졌다.
그 매정함이, 희미하게 마사요의 마음을 흔든다.
「괜찮아요?」
「예, 미안해요, 걱정시켜」
따라잡아 온 타카시가 걱정스럽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마사요는 해변으로 걷기 시작한다.
마사요는 방금전 위치에 선 채로, 미카미를 바라보았지만 이쪽에 등을 돌린 채 쳐다보지도 않는다.
문득 탄식 하고, 마사요도 얼굴을 되돌린다.
젖은 머리카락을 짜고 있던 손을 내리고, 살그머니 가슴이 부푼 곳의 아래쪽을 만져 본다. 미카미의 팔이 닿고 있던 곳을.
젖은 수영복아래로 아직 안정되지 않은 피부의 뜨거움이 전해져 왔다.
마사요는 눈썹을 찡그리고 희미한 한숨을 내쉬었다.
결과적으로 마사요는 전망보다 빨리 고행으로부터 해방되게 되었지만, 카즈오에 감사한 생각은 없었다.
돌아간 이후, 타카시는 바다에서의 일은 일절 화제에 올리지 않았다.
마사요에 대한 태도에는 변화도 없고, 무엇인가 의심을 품고 있는 모습도 엿볼 수 없어 마사요는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평온한 삼일이 지났다.
간신히 마사요는 모자간의 안온한 시간을 맛볼 수 있었다.
4일째의 밤, 타카시가 외출했다.
고교시절의 클래스 메이트와의 모임이라고 한다.
허겁지겁 나가는 타카시를 배웅하면서 마사요는 일말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타카시의 클래스회라고 하면 모든 일의 발단이 된 꺼림칙한 밤의 일이 생각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오랫만에 혼자가 된 조용한 집안에서, 마사요는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카즈오나 미카미는 출석한 것일까?
타카시가, 또 취해 무너져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타카시의 부재중을 이용한 카즈오나 미카미가
약속을 어길 가능성까지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빠른 시간에 현관앞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긴장하면서, 거실의 출입구에 서서 기색을 엿본다.
밤중도 분별하지 않고 껄껄 웃는 소리는 카즈오 같았다.
이윽고 웃음소리가 그친 뒤에,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나고, 마사요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문을 연 타카시의 모습에 현관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카즈오군의 소리였구나 」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말하면서, 재빠르게 두 사람의 배후를 살폈지만 미카미의 모습은 없었다.
「다녀 왔습니다. 오늘, 카즈오가 자고 갈 거에요」
「미안해요, 원래는 미카미의 방에 묵을 생각이었지만 미카미가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서 갈 곳을 없어져 버렸어요」
가슴의 안쪽이 응어리지는 것을 느꼈다.
마사요는 거실로 돌아왔다.
깊게 한숨 돌리고, 기분을 진정시키려고 한다.
곤혹스러웠다.
카즈오의 말이 마음을 흔드는가.
가슴 한쪽의 이 차갑고 답답한 감각은 무엇인가…….
배후에 타카시가 돌아오는 기색이 들렸다.
타카시를 위해서 차가운 차를 준비한다.
글래스를 손에 들고 한번 더 심호흡 하고, 타카시에게 향한다.
타카시는 소파에 몸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글래스를 전하면서, 마사요는 작게 웃었다. 의식적인 웃음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랐어」
「응, 카즈오가 그 상태이니까.끌어왔어」
「클래스회는 즐거웠어?」
마사요는 텔레비전의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뉴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심 자신을 질책 한다.
카즈오가 욕실에서 나오고 타카시도 샤워를 하러 갔다.
방금전까지 타카시가 앉아 있던 장소에 앉아 차를 카즈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마사요는 아무말 없이 일어선다.
차가운 차를 따른 글래스를 탁상에 둔다.
「……타카시가 없으면 바로 그때 태도가 바뀌구나」
글래스에 손을 뻗으면서, 카즈오는 빈정대는 듯 말하다가
「괜찮아, 이상한 일은 하지 않으니까 언제, 타카시가 올지 모르잖아」
타카시가 돌아왔을 때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은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사요는 앉았다.
카즈오의 정면에서 비켜나 무릎을 가지런히 해 앉는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 좋다니까.약속은 지키기 때문에」
「…………」
「아줌마도 바다행의 약속은 지켜 제대로 수영복도 입어 주었으니까. 잘 어울렸지」
잊고 싶은 기억을 상기시켜 치욕을 불러일으키는 카즈오의 말에도, 마사요는 아무 반응도 나타내 보이지 않는다.
시선도 맞추지 않고, 카즈오의 존재같은 건 없는 듯한 태도였지만 카즈오는, 그런 마사요의 거절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오늘도, 정말로 미카미의 방에 묵을 생각이었어. 그런데, 그 놈 당분간 아줌마와 볼 일은 없을거야 다른 여자
끌어들였으니까」
「듣고 싶어. 미카미의 여자에 대해서」
마사요는, 어느새 카즈오의 말에 귀를 곤두세우고 있던 자신을 발견했다.
「……별로」
매정하게 중얼거리고, 눈을 내리깐다.
방금전까지의 냉담한 태도가 아니다.
「그래 아줌마가 듣고 싶어하는 줄 알고」
「아무래도 좋은 일이야.나에게는」
관계없다라고 되뇌고 입술을 깨물었다.
「히구치……유코였는지, 아마 미카미의 초등학교 때의 담임 같아」
「…………」
「놀랄 일이지 그 여선생이, 어떤 경위로 옛 제자와 깊은 사이가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상당히, 좋은 여자였다. Y셔츠 한 장의 모습으로 나와서 깨끗한 다리를 드러내고 미카미씨는 지금 샤워중이에요 라는거야. 셔츠아래는 알몸이었을 꺼야 그 여선생」
장난기 다분한 어조에서, 숨길 수 없는 선망의 감정이 드러났다.
「외모도 멀쩡하게 생겼고 제자와 이상한 관계가 될 여자로는 안보이던데」
「30대 중반 정도일까, 히구치 센세이는. 뭐, 아줌마보다는 조금 젊기는 하지만 미카미도 진짜 연상을 좋아구나」
「…………」
거기서 카즈오는, 침묵을 지키는 마사요를 들여다 보면서 말했다
「아줌마, 화내고 있어?」
「……별로」
「 그렇지만, 어쩐지 얼굴이 험한데.」
쑥 상체를 내밀어 카즈오가 마사요의, 무릎에 둔 손을 잡는다.
「그만두어」
「나는, 아줌마 쪽이 단연 좋다고 생각해.그 여선생보다」
열정적인 어조로 호소한다.
「아줌마 쪽이 글래머이고, 요염하고」
「소리가 커요」
돌연 흥분하기 시작한 카즈오에 곤혹하면서, 마사요는 비난했다.
이제 타카시가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나, 카즈오는 상황을 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층 더 몸을 숙이면서
「진짜, 나는 그렇게 생각해.그러니까」
끈적끈적한 음성으로 말하면서 축축한 눈으로 응시해 온다.
마사요는, 겨우 카즈오의 뜻을 깨달았다.
즉 카즈오는 자신의“성실함”을 어필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간 미카미의 행장을 고자질하고, 거기에 비교해 자신은 한결같이 마사요만을 생각한다라고.
기가 막힐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때마침 샤워를 끝낸 타카시가 돌아왔다.
타카시등이 2층에 오른 후, 마사요도 목욕탕을 사용했다.
샤워를 재빠르게 끝마치고 파자마를 입고 탈의실을 나온다.
타카시의 감시하에 있는 카즈오가, 더 이상 무모한 행동을 할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틈은 만들고 싶지 않다.
거실의 불을 끄고, 자기 방으로 향한다.
계단위에서 이야기소리가 들린 것은, 카즈오의 이불을 꺼내고 있는 것일까.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자, 마음이 놓이고 긴장이 느슨해졌다.
약한 조명만을 켜고, 경대에 앉아 손질하지 않은 머리를 닦으면서, 멍하니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빨리 침대로 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가슴의 한쪽에, 무엇인가 남아 있었고 마음이 흔들렸다.
“상당히, 좋은 여자였다”
뇌리에 카즈오의 말이 떠오른다. 이웃의 아파트 미카미의 방에 있는 여자를 평가한 말.
“셔츠아래는 알몸이었던 것이 아닐까”
차례차례로 카즈오의 대사가 떠오른다.
거울안의 얼굴이 단단하게 굳어져, 미간에 주름을 생긴 것을 알고 손가락끝으로 미간을 비빈다.
손을 뻗어 화장수의 병을 집는다.
취침전의 습관인 작업은 5년전 남편을 잃고 나서도 계속되었다.
마사요가 상념의 강에서 나와 잠들기 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