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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가디언 24화 - 여전사의 고백 Part A

24화 - 여전사의 고백


 


"이런 기분, 전에는 몰랐다. 당신을 만날때까지는.....


만나자 마자 당신은 나의 몸을 질퍽하게 녹여버렸다.


그 격렬한 섹스에, 나는 단번에 당신에게 매료되었다.


그렇지만, 당신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 상냥함, 배려, 그리고 강력한 결단력에 나는 자꾸자꾸 당신에게 빠져들어간다.


지금은 당신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그 아무렇지도 않은 동작, 행동, 말 하나하나에도 주시하게 된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유이님, 컨디션을 어떠십니까?"


"응, 이제 괜찮아. 아주 좋아"



거실에 누워서 한가로이 만화를 보고 있던 유이에게 문을 열고 들어온 미셸이 얘기햇다.


미셸이 생긋 웃어주자 유이도 뒹굴던 쇼파에서 일어나 밝은 미소로 화답한다.


지금은 평일의 오전.


본래라면 유이나 미셸이 맨션에 있을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인 두명은 여름방학에 돌입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말입니까? 후유증이라던가 그런건 없나요?"


"미안해요. 걱정을 끼쳐버려서."


"아니요, 저는 별로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유이님, 쥬스라도 한잔 하시겠어요?"



미셸은 한 손에 들고 있던 푸른 라벨의 음료수 펫을 유이에게 보여준다.


 


"응, 고마워요"


"그러면, 받으셔요."



미셸이 500cc의 펫병을 느린 속도로 던지자 유이는 용이하게 그것을 한손으로 캐치했다.


소년의 동작을 관찰한 미셸은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심 안도한다.


그녀는 펫병을 유이의 부상당한 어깨쪽으로 던졌지만, 유이는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받아냈다.


만약, 어깨부터 손까지 아픔이 있다면, 갑자기 던져진 펫병을 받을때 뭔가 이상이 드러났을 것이다.


유이가 아파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아서, 미셸은 유이가 완치되었다고 겨우 확신할 수 있었다.


천방지축이지만, 미셸은 이때만은 쿄우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쿄우는 일찌기 육체가 특화된 능력자였지만, 지금은 피를 조종하는 능력에 더 특화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육체 조작에 대한 능력이 퇴화되지는 않았는지 지혈 뿐만 아니라 상처 치유도 잘하고 있엇다.


유이의 상처가 일주일만에 이렇게 아프지도 않게 움직일 수 있도록 나은 것은 전적으로 쿄우의 덕분이다.



"그러고보니, 유이님은 여름방학에 별다른 예정은 없으십니까?"


"응, 특별한건 없어"



옆에 앉은 미셸에게 음료수의 뚜껑을 따낸 유이가 대답한다.


유이는 가디언들과 공동생활을 시작하고, 아직 몇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이나 생활에 적응하는데 정신이 팔려 방학 계획 같은건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유이는 학기 마지막에 부상을 당해서 종업식에도 나가지 못하고 방학이 되버렸다.


휴양도 해야했기에 유이는 사이좋은 4인조와 약속을 잡을 틈도 없었다.


 


"어딘가 가고 싶은 곳도 없어요?"


"그것도 없는데..."


"유이님, 호연지기가 없네요. 학생이 그러면 안되어요~"



미셸이 유이의 뺨을 콕콕 손가락으로 누르며 말하자 유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교사인 미셸의 발언이라고보면 이상할게 없지만, 그녀의 무규칙한 성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어딘가 가는 것보다 한가롭게 집에서 모두와 보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아, 확실히 그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미셸은 요 며칠간의 가디언들의 행동거지를 기억해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방학에 들어간 건, 유이뿐만이 아니고, 에리자베타, 레이, 사나에 등의 학생과 히나키쿠, 미셸 같은 교사가 직업인 사람들도 휴가인 것이다.


그 덕분에 낮에도 여성들과 유이가 함께 접촉할 시간이 많아졌다.


레이는 적당히 심한 투덜거림을 계속하면서도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유이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옆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에리자베타는 DVD를 빌려다가 유이와 함께 거실의 대화면 TV로 보면서 유이와 다양하게 대화를 나눈다.


히나키쿠는 긴장한 듯 하면서도 어떻게든 유이를 자기 방으로 초대해 차를 몇번인가 같이 한 것 같다.


사나에는 패션잡지를 유이에게 보여주며, 여고생에게 인기있는 패션에 대해 말하고, 또 그에게서 좋아하는 타잎의 옷들을 묻는다.


미셸 자신도 거실에서 함께 간식을 먹으며 여성의 심리나 음담패설 등을 어린 소년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유이와 함께 방학을 맞은 사람들만은 아니다.


전부터 일이 없는 날이 많은 쿄우나 카에데 등은 레이와 함께 언제나 유이에게 찰싹 붙어있다.


시즈카는 유이와 점심식사 준비를 함께 하면서 소년이 먹고 싶은 요리같은 걸 물어본다.


유리는 기모노나 정장 등의 카다로그를 산더미처럼 가져와서 유이에게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물어보고, 저녁에 일을 마치고 귀가한 메이는 식후의 와인을 마시면서 유이와의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는 것에 비유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유카는 상처가 다 나았는데도 유이를 돌보는데 신경을 쓰고, 한밤중에도 간식을 가져다준다는 구실로 수다를 떠는 것 같다.


내각 특수 사안 대책실의 동향을 쫒아 바쁜 마도카에게 유이는 신경을 써서 아무리 그녀의 귀가가 늦어져도 잠들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수고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처럼이니깐 방학이 끝나기전에 함께 어디 다녀와요.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거구"


"그러죠. 집에만 있는 건 별로 좋지 않으니깐."



미셸의 말에 유이는 바로 수긍한다.



"미셸씨는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나요?"


"그러실줄 알고, 몇개 후보지를 골라봤어요"



미셸은 몰래 준비한 여행 가이드 북과 레져시설의 안내지를 꺼내 유이 앞에 늘어놓았다.


 


"준비를 많이 했네요"


"뭐니뭐니 해도 사랑하는 유이님과의 데이트니 만큼 준비를 좀 했죠"


"아...응. 고마워요"



금발의 미녀에게 정면에서 사랑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져 유이는 조금 쑥스러웠다.


벌써 함께 산지도 꽤 됐지만, 아직도 연상의 여성에게 사랑받는 것에 익숙해지지는 않는 것이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미셸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진탕되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기쁜 듯이 미소지었다.



"데이트하는 곳에 가까이에 유이님과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네요. 가끔은 밖에서 섹스하는건 어떨까요?"


"잠깐! 미셸씨! 그, 그건,,,좀..."


 


가볍게 유혹하는 듯한 미셸의 말에 이미 가디언과의 섹스로 백전연마가 된 유이도 허둥지둥 해버린다.


그런 소년이 사랑스러워서 미셸은 가슴을 좀더 밀착시키며 유이가 당황하는걸 조금 더 즐겨버린다.


미셸과 유이, 게다가 다른 가디언들의 여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역자 주 : 아..얼마나 더 해댈려고, 시작에 불과하다니.....)


 


 


 


 


 


 


"그나저나, 너무하네. 모처럼의 여름방학인데 좀 쉬게 놔두면 안되나..."



레이가 작게 말하자, 에리자베타가 딱딱하게 대답한다.



"쉬게 되었으니깐 더 열심히 일해야지. 평소에는 쿄우나 마도카가 낮에 다하고 있잖아"



레이와 에리자베타는 도쿄의 번화가에 와 있었다.


목적은 당연히 악마퇴치이다.


이이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이번에는 학생인 에리자베타와 레이가 나서게 된 것이다.


레이는 흰색의 팔랑팔랑한 원피스이고, 에리자베타는 악세사리가 붙은 검은 셔츠와 반바지로 평상시와는 다른 복장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낮시간이니만큼 악마퇴치가 일반인에게 보이면 곤란하므로 만일을 위해 가볍게 변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초등학생한테 악마퇴치를 시키는게 말이 돼?"



큰길에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며 레이가 불만 가득한 소리를 지른다.



"어느정도 나이가 되면, 능력에는 관계가 없을텐데. 편할때만 초등학생인가?"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냉정한 에리자베타에 레이는 빰을 부풀린다.


그 모습은 평범한 초등학생이 삐진 모습과 다를게 없다.



"혹시...유이 도련님과 집에 함께 있고 싶어서인가?"


"!"



에리자베타의 아무렇지도 않은 지적에 레이의 얼굴이 급속히 붉게 물들어간다.


 


"적중한건가."


"바보! 무슨말이야. 나는 한가하니깐 그녀석하고 함께 있는 건...."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러운 일이니깐"



쿄우에게 악마퇴치를 지명받았을 때에 레이는 유이의 무릎베게를 하고 누워있던걸 에리자베타는 보았다.


이따금 소년의 손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지는 것이 레이에게 있어 비할데 없는 행복한 시간임을 알고 있다.


언제나 툴툴거린다고는 해도, 연애에 있어서 꽤 둔한 에리자베타도 눈치챌 만큼 레이는 유이에게 반해 있는 것이다.


 


"나도, 유이 도련님과 보내는 휴일에 나가는건 싫다. 악마와 싸우는 것은 정의로운 사명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평화롭게 유이 도련님과 보내고 싶은 것이다."


"이잇! 아무로 함께 보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네가 유이와 함께 있을때는 DVD만 보고 있잖아!"


"유이 도련님은 아직 상처가 완치되지 않았다. 아직 밖에 나오기엔 이르다."



어떻게든 반발하는 레이에게 에리자베타는 성실하게 냉정한 대답들 돌려준다.


 


"그러니깐, 특촬물 DVD만 보는건 좀 어떻게 해야...."


"솔직이 말하면, 나도 불안하지만....유이 도련님이 나와 함께 보는건 좋다고 말해줘서 말야"



서늘한 눈으로 따지는 동료에게 에리자베타는 쿨한 미모의 얼굴로 희미하게 기쁜듯이 웃는다.


그 얼굴의 미묘한 변화만으로도 애인이 있다는 에리자베타의 행복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취미라고 해봤자 그런 것밖에 없지만, 함께 보며 여러가질 가르쳐주는게 즐겁다고 유이 도련님이 말씀해주셔서....조금 기쁘다."



확실히 레이가 봐도 에리자베타와 대화를 나누며 특촬물을 보고 있을때의 유이는 즐거운 듯 하다.


단지 애인과 함께 본다는 것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특촬 매니아인 에리자베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묻고, 대화하는 것이다.


에리자베타의 취미는 일반인 기준에서는 바보 취급 당하지만, 애인이 그것을 인정해주고 함께 즐기니 에리자베타의 기분은 좋을 것이다.



"정말, 에리자베타 때문에 그 이상한 주제가가 계속 귀에서 맴돌잖아요"


"별로 함께 볼 필요는 없어"


"시끄러워요."



레이로서는 다른 가디언이 유이와 함께 보내는 것을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입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다만, 유이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레이도 유이가 에리자베타와 특촬물을 감상하거나 히나키쿠와 분재를 만지작 거리는 것에 함께 하는건 내심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러면, 그럴때는 좀 떨어져 있을법도 하건만, 레이는 그럴 생각이 전혀없다.


 



두명의 가디언들은 큰길에 연결된 좁은 골목으로 비집고 들어간다.


GPS가 떠있는 휴대폰을 보면서 레이가 겹겹이 복잡한 골목을 찾아 지정된 주소로 걸어간다.


에리자베타는 말없이 뒤를 따르고 있다.



"이 아파트야"


"여기인가"



레이가 이층의 빌라를 가르키고, 에리자베타가 주시한다.


안의 기색을 살피러 집중하는데 1층에 있는 3개의 문중 하나가 갑자기 열렸다.


안에서는 정장차림의 여성, 그것도 상당한 미녀가 모습을 나타냈다.


수완 좋은 비지니스 캐리어 우먼느낌의 여자는 문을 닫고 눈앞의 초등학생과 러시안 여자의 안어울리는 조합을 잠시 놀란 듯 바라봤다.


이상하다는 그 표정이 다음순간 경악에 가득찬 표정으로 바뀌었다.



"가디언인가!!"


"악마?"


 


상대가 누구인지 서로 알아채버린다.


상대가 폭력단의 일원으로 가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생각하고 있던 에리자베타와 레이는 악마임을 깨닫는게 순간 늦었던 것이다.


그 틈에 여자 악마는 오른손을 수평으로 들어 손바닥안에서 거무칙칙한 색의 검을 꺼낸다.


검은 살을 가르며 뽑아졌고, 다 뽑힌후 상처하나 없이 악마의 손이 원상복구되었다.


가디언이 방심한 찰나의 순간에 콘크리트 바닥을 차고 뛰어올라 악마는 5미터의 거리를 눈깜짝할 새에 다가와 단번에 레이에게 돌진했다.


 


"죽어랏!"



악마의 강렬한 참격이 레이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생각도 못한 악마의 공격에 레이는 눈을 크게 뜨고 몸이 굳은 상태 그대로이다.


죽였다라고 확신한 악마의 일격은 순간 레이에게 적중하는가 싶더니 반응없이 허공을 가르듯 레이의 목을 지나쳤다.


 


"에?"



검이 명중하기 직전에 레이는 몸의 일부, 즉 목을 물로 변화시켜 치명상을 피했던 것이다.


액체로 변화한 레이의 목은 칼날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원래 몸으로 복구가 되었다.


물을 조종하는 가디언인 레이에게 있어 자신의 몸을 물로 변화시켜 즉석에서 복구하는 것은 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살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 아연실색한 악마의 몸의 순간 균형을 잃는다.


추격하듯 에리자베타의 손에서 빛이 쏟아진다.


여자악마의 눈을 비춘 빛은 살상력이 없기는 하지만 순간적으로 악마의 망막을 태워버렸다.



"아악!"



에리자베타가 순간 쏘아 낸 것은 단순하게 비춰지는 강한 빛이다.


그녀가 자랑스레 여기는 공격기술인 레이져는 아니지만, 상대의 시야를 순식간에 빼앗는데는 지극히 효과적인 수단이다.


악마가 괴로운듯 왼손으로 눈을 가린 틈에 레이는 대기중의 수분을 모아 자기 주변에 주먹만한 물덩어리를 몇개 만들어 띄운다.


 


"이잇!"


 


악마가 지면을 스치듯 칼끝을 레이에게 향하여 한번 더 공격한다.


당황하여 순간 역공한 것을 레이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옆으로 피함과 동시에 상대에게 물을 날렸다.


강철도 찢어버리는 물의 커터가 4개, 머리, 가슴, 배에 꽂혀 관통된다.


악마는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분한 표정이었지만, 말없이 그대로 붕괴되었다.


전신이 즉석에서 잿덩어리가 되어 무너져, 회색의 작은 언덕을 만든다.


 



"깜짝 놀랐어요"



"아...."



생각지 못한 조우와 전투에 레이가 숨을 깊게 내쉰다.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에리자베타도 놀란 것이 확실하다.


오랜세월의 전투경험이 없었다면, 레이는 뜻하지 않게 전생을 하는 처지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이 놈, 꽤 하는 놈이에요"


"그렇다. 까닥 실수했으면 레이도 위험했다."



먼지덩어리를 바라보는 레이에게 에리자베타가 동의했다.


일순간의 빈틈을 노린 악마의 대쉬와 다가온 칼 끝의 날카로움을 떠올려 두사람은 재차 전율했다.


공격을 받았던 것이 레이인것이 오히려 운이 좋았다.


몸을 물로 변화시킬수 있는 레이는 검 같은 종류의 공격을 어느정도 무효화 할 수 있었다.


 


"중급, 아니 상급의 악마다. 하급 악마에 섞여있었다면 고전햇을지도 모른다."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에리자베타에 비해, 레이는 무언가 다시 생각하듯 말없이 먼지덩어리를 바라본다.



"왜 그래?"


"이놈....웬지 다른 것들하고는 틀리다는 생각이 들어서"



레이는 주저앉아서 쌓여있는 먼지들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휘젓는다.



"확실히 악마였지만, 나락의 악마하고는 뭔가 다른것 같아"


"확실한거야?"


"...모르겠어"


 


즉석에서 검을 만들어낸 상대에게 레이의 반응이 늦은 것은 상대에게 뭔가 이질감을 느낀 때문이기도 하다.


상대가 자신들의 불구대천의 원수인 나락에서 온 악마와는 다른 기색이 느껴졌던 것이다.


적은 틀림없이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이다.


상대의 몸이 먼지로 변한 것이 증거다.


하지만 이제와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리 와봐"



골똘히 생각하던 레이를 두고 먼저 아파트의 문을 열어본 에리자베타가 소녀를 부른다.


말해진대로 실내를 들여다 본 레이의 눈에는 방금전에 전투한 듯한 흔적인 남은 방과, 몇개의 먼지로 쌓인 덩어리였다.


 


 


 


"사람은 날마다 변해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자꾸자꾸 변해간다.


처음엔 그저 상냥한 소년이었던 그가 조금씩 늠름하게 변해간다.


그의 그 상냥함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간다.


그에게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우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더 걱정이 된다.


우리는 보호받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는 무리를 해버린다.


나도 날마다 변해간다.


2천년이상이나 살아와 이제 바뀌는 것은 없을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끓어오르는 벅찬 감정이 나를 바꾸어간다.


전보다 밝고 즐겁게 살아갈수 있다.


사람에게 나를 속이거나, 스스로 나를 속여가는 것이 줄어든다.


지금의 나 자신이 무척 행복하다.


지금 이대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면 나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대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


 


 


 



"어...어..."



맨션의 꽤 넓은 거실에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유이의 앞에 유리와 카에데, 쿄우가 서로 노려보고 있다.


신경질적인 쿄우가 누군가와 시비가 붙는것은 자주 있지만, 외모에서 완숙한 관록이 흐르는 유리, 게다가 항상 무관심한 표정의 카에데가 누군가와 노려보며 한걸음도 양보하지 않는 것은 드문 일이다.


나중에 거실에 들어온 미셸이 말없이 싸우고 있는 세명과 그 앞에서 허둥지둥하고 있는 유이를 보고 조금 놀랐다.


멀리서 지켜보던 사나에에게 미셸이 다가간다.



"도대체 왜?"


"유리가 옷 전람회에 유이를 데려가겠다고 하니깐 카에데하고 쿄우가 같이 간다고 해서 싸움이 되어 버렸어."



사나에의 설명에 미셸이 쓴웃음을 짓는다.


사나에의 옆에서는 시즈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히나키쿠는 아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 표정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별거 아닌걸로 싸우는건 보기 흉한데"


"별게 아니라니!"



진절머리나는 말투의 히나키쿠에게 미셸이 정정해준다.



"좋아하는 사람하고의 데이트라면 양보할 수 없는게 당연한거지요. 유리가 단둘이서 유이님과 나가고 싶다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하지만...."


"히나키쿠도 가끔은 둘이서만 나가고 싶다고 하면서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 아니...그...."


 


허둥지둥하는 히나키쿠를 놔둔채 미셸이 아수라장이 될 것 같은 쇼파 부근으로 간다.



"이봐, 이봐, 싸우면 안돼지. 유이님이 곤란해하잖아"


"우와! 미셸씨!"



뒤로부터 유이의 머리에 멜론만한 가슴을 미셸이 걸터 올린다. 당연히 유이는 놀란다.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유리가 곤란한 표정으로 금발의 동료를 바라본다.



"미셸, 하지만...."


"두명이서만 나가고 싶은 것은 알아요. 하지만 유이님입장도 생각해야죠. 우리가 서로 싸우면 제일 곤란한 건 유이님이니까"



생긋 미소짓는 미셸에게 유리는 항의를 그만 두었다.


유리는 가디언 중에서도 제일 어른 스러운 사람이었다.


미셸의 정당한 의견에 맞서 유치하게 싸울 생각은 없었다.


 


"애인이 12명이나 있으니 유이님도 큰일이야, 모두하고 사귀려면 어느정도의 집단데이트는 어쩔수 없어요."


"그렇겠지."



미셸의 설득에 쿄우가 조금은 삐진듯한 말로 동의한다.


카에데도 무표정하게 몇번인가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다.


 



"그러니깐, 여기는 이제 그만하고, 여러명이서 다녀와요."


"알았어요."



드물게 리더쉽을 발휘하는 미셸에 유리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이야기가 정해져서 쿄우와 카에데가 현관으로 향하고, 유이도 외출 준비를 위해 자기 방에 들리려 한다.


 


"미셸씨, 고마워요"


"아니, 천만에요. 역시 싸움은 좋지 않은거죠"



유이의 몸에 풍만한 가슴을 누르며 미셸이 꼬옥 그에게 안겨 붙는다.


그런 애인의 행동에 유이는 곤란해했지만, 좀전의 도움이 고마워 거부할 수도 없었다.


1분 가까이 껴안고서야 미셸은 유이를 풀어줬다.


얼굴을 붉히며 나가는 유이에게 미셸은 밝은 얼굴로 전송을 했다.


유리도 순간 낙담한 듯이 쇼파에서 일어나지만, 그런 그녀에게 미셸이 살며시 다가간다.



"두명만 나가고 싶은면 몰래 얘길 해야죠"


"운이 나빠서, 두명한테 들켜 버렸어"


"애통하네요. 그렇다면 좀더 능숙한 방법이 있어요."


"어떤?"


"두명이서만 나간다는 약속을 좀더 일찌감치 잡아요"


"과연"



미셸의 못된 꾀에 유리는 납득한 듯이 빙그레 미소짓는다.


한달이나 두달앞의 예정이라면 두명만의 데이트라고 해도 웬지 모르게 동료들도 승낙해 버릴 것이다.


그정도 앞이라면 자신의 스케쥴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둘이서만 나간다고 공언해버리면 오늘과 같은 방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단념하고 다섯명이 같이 가요."


"다섯명? 아가, 나, 쿄우, 카에데....."


 


유리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다가 도중에 눈썹을 찡그렸다.



"당신도 가려고?"


"응, 모처럼의 여름방학인데"



요염한 백인 미녀의 얼굴에 못된 장난꾸러기같은 표정이 넘쳐난다.


그런 미셸의 얼굴에 유리는 가볍게 낙담한다.


게다가 그런 유리에게 사나에가 미셸의 옆에 다가와 말을 한다.



"어, 미안하지만 세명 추가에요. 히나키쿠와 시즈카 언니, 그리고 나도 갈꺼거든"


"이젠 맘대로 해요."



유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발을 돌렸다.


이렇게까지 되면 이제 웃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리는 다음에 연하의 애인을 꼬실때에는 가능한 빨리 예약하기로 맘먹었다.


 


 


 


 


 


어슴푸레한 복도의 한쪽, 문을 열고 정장차림의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그는 서류를 가진채 곁눈질도 않고 출구로 향한다.


그 배후에서 복도에 늘어져있던 그림자가 삐뚤어지며 기괴하게도 희고 가는 사람의 팔이 천천히 뚫고 나왔다.


 


"이제서야 가는군요"



복도의 바닥에 손을 대고 마도카가 그림자속에서 천천히 얼굴을 내밀었다.


수영장에서 올라오는 사람처럼 마도카는 몸을 그림자속에서 끌어올린다.


타일 바닥에 일어서자, 마도카는 망설임없이 한쪽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마도카가 잠입한 곳은 수도권에 있는 자위대 기지중 하나였다.


내각 특수 사안 대책실은 악마의 정보수집을 위해 여기저기에 에이젼트들을 보내고 있었다.


일본의 밤세계에 악마가 잠입되어 있기에 번화가쪽에 많이 있지만, 마도카는 일부의 에이젼트들이 빈번하게 자위대의 이 시설에 출입하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몇번이나 잠입을 반복해 여기가 내각 특수 사안 대책실의 특수부대 훈련소라는 것을 알아냈다.


마도카는 대충 이 시설의 훈련풍경을 도촬해 부대의 장비등은 알아냈지만, 특별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이전에 메이가 혼자서 부대를 압도했듯이 가디언에게 있어 총기로 무장한 인간의 부대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것이다.


아직 무엇인가가 더 있으리라 기대하는 마도카에게 다시 온 내각 특수 사안 대책실의 에이전트가 방금 전 재미있을 듯한 장소를 말했던 것이다.


그것이 마도카의 눈앞에 있는 방이다.


문은 잠겨져 있었지만, 마도카는 아무 고생없이 문을 열고 소리도 없이 스르륵 방안으로 잠입했다.


열쇠구멍안의 그림자를 이용해 열쇠를 여는 것은 스파이 생활을 천년이상이나 계속해온 마도카에겐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웠다.


 


"빙고....이거군요."



방은 자료실인듯 했고, 대량의 파일이 들어간 캐비넷과 몇개의 PC가 있는 책상이 있었다.


파일은 뒷전으로 하고 마도카는 PC를 가동해 마우스를 움직였다.



"프로텍트가 엉망이네. 이러고선 무슨 정보관리를..."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았어도, 패스워드의 입력도 없이 가동이 되는 것에 마도카는 기가 막힌 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USB를 찔러넣고, 마도카는 유용할 듯한 정보는 닥치는대로 복사를 했다.



"럭키, 럭키! 이건 도움이 되겠네"



내각 특수 사안 대책실의 휘하에 들어가 있는 자위대 대원의 명부를 들여다보며 마도카가 중얼거렸다.


조사하는 상대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는 언제나 유용하다는 것을, 매스컴에서 일하는 마도카는 너무 잘알고 있었다.


거기에는 상대의 사고방식, 경향, 그리고 약점 등 다양한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웬지 불쌍한 걸..."



데이터에 의하면 메이와 교전했던 병사들 대부분이 병원에 입원해 부대운용이 어려워진 듯했다.


마도카가 계속해 체크해 나가자 보충인원의 후보 리스트가 파일에 있었다.


대부분이 자위대로부터 선택되는 것 같다.


적당히 후보자의 프로필을 보던 마도카였지만, 갑자기 그 손이 멈추었다.


 


"이건 대체?"


 


프로필에는 몇명의 용병, 그리고 미국중앙정보국에서 파견된 인원과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기재되어 있던 것이다.


국내 기관도 아니고 외국의 협력자라는 것에 마도카의 눈썹이 찡그려진다.


비밀로 움직인다고 했던 내각 특수 사안 대책실답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험후보자?"



몇명의 사람에게 붙어있는 태그에 마도카는 곤혹스러웠다.


내각 특수 사안 대책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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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스토리 전개......엣찌가 부족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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