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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鬼椿 오니츠바키 3-9


 


제9화


거대한 사발 모양의 강당, 드문드문 학생 몇몇이 앉아있다. 별 의욕이 없어보이는 노교수의 쉰 목소리가 학생들이 속닥속닥 떠들어대는 사이로 들린다. 연말까지 앞으로 채 며칠이 남지 않은 시기에 열린 "헌법개론" 보강은 출석만 하면 학점취득에 필요한 조건을 채울 수 있었다. 책상 위에 엎어진 녀석, 만화책을 보며 킥킥대는 녀석, 진지하게 수강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류지는 혼자 맨 뒷자리에 앉아 마치 남의 일처럼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대학이 겨울방학에 들어간지 벌써 일주일째. 학기중과 같이 강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늘 학생들로 붐비던 활기찬 정오의 캠퍼스도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고 한산했다.
갑자기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옆자리에 접이식의자가 젖혀져 내렸다. 무시하고 있던 류지의 시야에 미니스커트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허벅지가 들어왔다. 의자에 앉자 그렇찮아도 지나치게 짧은 감이 있던 스커트가 조금 말려올라가 거의 사타구니 근처까지 맨살이 드러났다.
"무슨 일이에요? 이런 곳에"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한 채, 하는 말하고는 달리 전혀 흥미없다는 듯한 태도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작게 얘기했다.
아무 대답없이 가느다란 손을 슬며시 뻗어 책상 위에 놓인 왼손을 덮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손이 류지의 손목을 잡아끌어 요염하게 드러난 허벅지로 가져갔다.
"응? 해줘... 류지군, 여기에서. 지금 당장, 부끄러운 짓..."
붙잡은 손을 천천히 미니스커트 속으로 유인했다.
"그렇게 떼 쓰는거, 하나도 안 어울려요, 선배"
"날 이런 몸으로 만든 거, 류지군이잖아, 응?..., 심술부리지 말고, 응?... 해줘어.. 유카한테 음란한 짓..."
귓가에 대고 아양을 떨어대며 속삭이는 말에, 관심없어 보이는 태도를 가장하고 있던 류지의 입꼬리가 치켜 올라가고 얼굴에 야비한 미소가 떠올랐다.
"못 참겠어어..., 해줘, 해줘, 기분조오케 해줘어... 하윽"
유카의 손에 이끌린 류지의 손가락이 뜨겁고 축축한 보지 입구에 닿았다. 팬티도, 스타킹도, 아무것도 몸에 걸친 것은 없었다. 게다가 거기에 당연히 있어야 될 옅은 수풀도 깨끗이 깎여 있었고, 아무런 방해물 없이 그대로 여자의 가장 은밀한 곳에 곧장 닿을 수 있었다. "으으음...", 기쁨을 애써 참는 소리가 입술 사이로 조그맣게 새어 나오고, 동시에 보지에서도 울컥 애액이 넘쳐나와 류지의 손가락을 적셨다. 팔에는 부드러운 젖가슴 살이 몽글몽글 부벼지고, 바싹 달라붙어 기대오는 몸에서는 달콤한 향수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
더욱 더 초조하게 하려는 듯 천천히 류지가 몸을 돌렸다. 커다란 회색 다운 쟈켓이 앞을 잠그지 않아 같은 색깔의 터틀넥 스웨터 위로 풍만한 가슴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류지가 특히나 좋아하는 검은색 가죽으로 된 타이트한 미니스커트의 깊게 파인 슬릿 사이로 팽팽하게 긴장된 맨다리가 드러나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온 긴 머리카락은 유카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포니테일로 묶지 않고 있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인상으로 나이보다도 훨씬 더 성숙한 요염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거 봐..., 나, 벌써, 이렇게 되어 버려서... 류지군하고 하고 싶어". 올려다 보는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래? 그럼 알고 있지? 제대로, 나한테 할 말이 있잖아?"
"유카는 류지군의 여자입니다... 류지군 마음에 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이든지 전부 다 따르겠습니다... 이틀씩이나 류지군의 전화, 받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부탁할께요. 유카에게 벌을, 내려 주세요... 음란한 유카를, 잔뜩... 괴롭혀 주세요..."
큭큭큭... 최고다! 증오하는 남자로부터 여자를 빼앗아버린 우월감에 류지는 큰 소리로 마음껏 웃어재끼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 여자는 이제 내 것이다. 바보카즈야, 네 놈에게 보여주고 싶군, 이 계집의, 바로 이 모습을. 이제부터 마음도 몸도, 철저하게 바꿔 주마. 나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여자로 만들어 주지. 바보카즈야, 이녀석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너를, 조그만 추억 한 조각마저도 모조리 깨끗하게 지워 없애 주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너를 지옥의 고통속에서 몸부림치게 해주마. 아직도 끝나려면 멀었다.
"하으윽.. 아흠"
갑자기 보지 속으로 파고들어 질벽을 부벼대는 손가락에 유카는 애써 교성을 억눌렀다. 저리는 듯한 유열에, 수도 없이 반복되어져서 몸으로 익힌 절정의 기억이 되살아나 온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강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책상 위에 이마를 떨어트린 유카의 왼손이 스웨터 안으로 기어 들어가 스스로 자신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오른손으로는 청바지 위로 류지의 자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앙... 하응... 흐윽... 좋아... 아흑... 하아아앙..."
뜨겁게 젖은 보지 속을 휘저으며 흥분으로 크게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교묘하게 애무하는 류지의 손가락에 유카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몇번이나 절정에 올랐다. 유카가 얼마나 이 쾌감에 도취되어 있는지 알려주듯, 흘러넘친 애액이 스커트를 흠뻑 적시고 허벅지를 지나 종아리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 잊고 싶어... 언제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르는 이런 장소에서 끝없이 쾌락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현재..."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메시지를 망연자실하게 듣고 있었다. 각오하고 있었던 일. 그런데도... 막상 현실로 닥치자 쇼크로 정신이 멍해져 갔다. 카즈야에게 거절당해도 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너무나 커다란 절망감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해져 버렸다.
그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쭉 유카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어두운 방 안에서 무릎을 꼭 끌어안은채 돌이킬 수도 없는 후회 속에 파묻혀 잠 한숨 자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몇 번 걸려온 류지의 전화도 무시해 버렸다. 카즈야를 만난다고 해도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면... 무슨 염치로 그이의 얼굴을 본담...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 용서받을 수만 있다면, 발밑에 엎드려 빌고 매달려서라도 사과하고 싶어...
바로 벽 너머 아마노의 집에 인기척은 전혀 없었다. 감히 아마노의 방에서 그의 귀가를 기다리는 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 주제에 감히 뻔뻔하게 무슨 염치로 그이의 귀가를 맞을 수 있겠어... 그러는 한편으로, 아마노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을 어쩌지도 못하고 혹시나 벽 너머로 인기척이 들려올까 귀를 쫑긋 세우는 자신을 발견했다.
만나고 싶어... 그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고,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하지만 내가 한 짓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짓... 무슨 말을 하면... 무슨 말을 하면 좋아?... 스스로를 탓하고 책망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이에게 꼭 안기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기만 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순식간에 이틀이 지나가 버렸다. 아마노는 한번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만나고 싶은 마음과 외로움만 점점 더해갈 분. 어떻게 해야 될지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외로움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매달리는 마음으로 휴대폰의 발신 버튼을 눌렀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현재..."
하지만 들려 온 목소리는 수신거부 메시지였다.
역시 카즈야는 이미... 그래..., 당연해..., 용서받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무리 카즈야가 상냥하다고 해도,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었는걸...
육욕에 빠져 카즈야의 눈앞에서 류지를 선택해 버렸다. 진심은... 결코 아니었다. 몸이 자신의 말을 듣지를 않았다. 지금껏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쾌락을 부끄러울 정도로 느끼고, 거기에 휩쓸려서... 류지를 받아 들여 버렸다. 자신의 의사로 류지를 선택해 버렸다. 그런 자신이 혐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 순간의 카즈야의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자신을 누구보다도 더 소중히 여겨주고, 자신이 누구보다도 더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을 그보다 더 심한 일은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배신하고 상처를 입혀 버렸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현재..."
이제, 안돼... 이제, 끝났어... 전부 다, 끝나버렸어...
눈 앞이 깜깜해지고, 마음이 깊은 어둠의 세계로 가라앉아 갔다.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이젠 어떻게 되든 틀려질 것도 없잖아... 이대로 어디까지라도, 타락해 버리자...
진하게 화장을 하고, 류지가 골라 주었던 옷을 입고, 유카는 3일만에 집을 나섰다.
어디까지라도 어디까지라도, 타락해 버리자... 마음이 죽어버리면 더이상 고통도 못 느낄테니까...



강의 도중에 빠져 나와 겨울 햇살이 밝게 내리쬐이는 옥상에 올라오고 나서야 유카의 모습이 평소와 다른 것을 깨달았다. 밤새 울기라도 했는지 눈 주위에 난 기미를 가리는 평소보다 훨씬 진한 메이크업. 자세히 보면 피부도 거칠어졌고 늘 윤기가 흐르던 스트레이트의 긴 머리도 왠지 푸석푸석해 보이는 게 평소처럼 찰랑거리는 느낌이 없었다. 그늘이 드리운 표정에서 마음의 고통이 느껴졌다. 가만히 마주보고 있지만 왠지 생기가 없어 보이는 눈동자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빨리... 응? 손가락만 넣는건 싫어. 더는 못 참겠어. 빨리 하고 싶어어"
"슬슬 올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지"
류지가 숄더 백 안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바이브레이터를 꺼내더니 스윗치를 넣고 바닥에 세워놓았다. 바닥과 직각으로 곤두서 있는 바이브의 귀두 부분이 좌우로 크게 꿈틀꿈틀대고 있었다. 유카의 시선이 바이브에 고정되었다.
"그럼, 이거, 스스로 집어넣어봐. 손은 쓰지 말고"
"아아아... 네에..."
기쁜듯이 대답하면서 유카는 무릎을 떨어트리고 바이브레이터를 타고 넘어 몸의 위치를 잡더니 조심스럽게 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아아... 아,안돼, 도망가지마..."
명령받은 대로 손을 쓰지 않고 허리의 움직임만으로 삽입을 시도해 보지만, 불규칙하게 이리저리 꿈틀대는 귀두를 쉽사리 보지 안에 넣을 수는 없었다. 바이브의 움직임을 쫒아 열심히 허리를 움직였다. 미니스커트가 허리까지 말려 올라가 훤히 드러난 엉덩이가 정신없이 춤추고 있었다.
"안돼... 아아아아..."
넘어진 바이브레이터를 다시 바닥에 세우고 또 다시 시도했다. 써클내 부원들 모두가 동경해 마지 않는 미모의 여대생의, 그리고 증오하는 남자가 가장 사랑하는 연인의, 우스울 정도로 흐트러진 치태를 류지는 능글거리는 경박한 미소를 띄우고 바라보고 있었다.
"들어..갔어... 하아아... 간신히 들어갔어"
그대로 깊이, 놓치기 싫다는 듯 단숨에 허리를 내렸다.
"하으응... 아아... 들어 와... 하아아... 류지군 봤어? 봐, 여기 봐, 제대로 들어갔어, 들어갔다구..."
털썩,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과시하듯 유혹하는 것처럼 긴 다리를 M자 모양으로 크게 벌렸다. 애액으로 젖은 피부가 밝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찢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처참하게 벌어진 보지에 시커먼 왕자지 완구가 부르르르 전동음을 울리며 틀어박혀 있었다. 왼손으로 자신의 유방을 꽉 움켜쥐고, 반대편 손으로 바이브레이터의 뿌리부분을 잡았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격렬하게 쑤셔대기 시작했다.
"좋아... 기분좋아... 아아아... 못 참겠어..."
부끄러워하는 기색따위는 눈꼽만큼도 없이 성욕에 흠뻑 빠져 음란하기 짝이 없는 치태를 보이고 있었다. 젖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자위에 빠져들고 있었다. 유카를 아는 사람이 보면 아마 절대로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그런 추태였다. 그 정도로 몽롱한 표정을 띄운 채 음란하고 외설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윽.. 하으.. 봐요, 유카의 가슴, 벌써 이렇게, 젖꼭지가 단단해졌죠? 그렇죠? 하으으... 아흐윽... 여기도 봐요, 벌써, 이렇게 흘러넘쳤어요... 흠뻑 젖었어요... 기분좋아요..."
예전의 유카라면 입 밖에 낼 턱이 없는 말을, "유카의 음란한 모습, 봐요. 굉장히 야한 모습 하고있죠? 봐요, 류지군, 그렇죠?", 끊임없이 늘어 놓으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쾌락만을 탐욕스럽게 쫒는다. "아흑.. 아아.. 아아앙.. 좋아.. 가.. 가버려.. 봐.. 봐요.. 유카가 가는 모습.. 하아앙.. 가요... 하으으윽.. 가버려어어어..." 조수를 내뿜으며 등을 크게 뒤로 젖혔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류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져갔다. 평소와 어딘지 모르게 다른 유카의 지나친 치태에, 가슴 속이 이상하게 울렁거리고 희미한 당혹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참을 절정의 여운에 잠겨 숨을 고르고 있던 유카가, "...저기, 류지군, 이런거 말고, 부탁해요, 류지군 거 갖고싶어. 안아줘요. 유카를 안아줘요...". 천천히 얼굴을 들어 촉촉히 물기를 띤 눈으로 류지에게 애원했다. 이미 거기에는, 오직 유카만이 보여주었던 포근하게 감싸주는 상냥한 모습따위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빛이 사라진 탁한 눈동자로 류지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넣고 싶어?"
"네... 넣고 싶어요... 넣어주세요..."
"내 거가 그렇게 갖고 싶어?"
류지가 뻣뻣하게 발기된 자지를 꺼내 유카의 눈 앞에 쑥 내밀었다.
"아아, 그래요... 이거, 이걸 갖고 싶어요..."
넋을 잃은듯한 표정으로 유카가 딱딱하게 솟아오른 자지를 양손으로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거? 뭐야, 제대로 말해. 알고 있잖아. 항상, 확실히 말하라고 그랬잖아"
"죄송합니다... 류지군의 자지, 유카가 제일 좋아하는..., 류지군의 자지를 갖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고 진한 장미빛 루즈를 바른 입술로 귀두에 쪼옥, 살며시 입을 맞췄다.
"그녀석보다, 바보카즈야꺼보다, 내꺼를 더 좋아하는거야?"
"...네"
"확실히 말해".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였다.
"그..그이..보다..., 류... 류지군의..., 류지군의 자지가 더... 좋..습니다..."
"그녀석보다, 나한테 안기는 편이 더 느껴지지? 더 기분좋지?"
"...네, 류지군이 더..., 기분 좋습니다..."
"유카, 너는 몸도 마음도 내 여자야, 그렇지?"
"...네, 유카는 류지군의 여자입니다... 류지군 마음대로 해주세요... 류지군이 말하는건 뭐든지 할께요..."
"그러면, 다시는 바보카즈야와 만나지 마. 말도 하지 마. 얘기를 걸어와도 무시해. 알았어?"
유카의 모든 것을 빼앗아 종속의 맹세를 하게 만든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마음 속에 싹트고 있던 희미한 당혹감을 유카의 맹세로 불식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무릎을 꿇고있는 유카가 류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잊게 해줘... 유카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줘... 그리고 전부, ...잊게 해주세요..."
"좋았어. 거기다 손을 짚고 엉덩이를 이리 내밀어"
유카는 힘없이 일어나 옥상의 난간을 잡았다. 미니스커트는 완전히 허리까지 말려올라가 있었고, 팽팽하게 긴장된 새하얀 엉덩이를 뒤로 쑥 내밀었다. 류지를 조르듯 허리가 요염하게 좌우로 꿈틀댔다. 류지는 단단히 조이고있는 보지에서 바이브를 끄집어냈다.
"하아앙". 유카가 뜨거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흠뻑 젖은 보지에서 음란하고 외설적인 여자의 냄새가 물씬 풍겨져 올라와 코를 찔렀다.
"조용히 해,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어? 하긴, 선배는 다른 사람한테 보여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더 많이 흥분하지? 노출광에 음란한 여자같으니라구". 말하자 마자 자지를 뜨겁고 질퍽한 보지 안으로 푹 찔러 넣었다.
"하윽... 조,좋아...". 남근완구따위와는 완전히 다른 뜨거운 살덩어리가 몸 속을 파고드는 생생한 감촉에 목을 젖히고 입술을 깨물며 몸부림쳤다.
"어이, 빼지말고, 더 큰 소리를 질러보라구. 저기 아래쪽에 걸어가고 있는 녀석들도 들을 수 있게"
가느다란 허리를 양손으로 단단히 움켜쥐고 류지가 자지를 자궁입구까지 깊이 쑤셔박았다가 조금씩 찔러넣는 각도를 바꿔가며 귀두가 닿는 위치를 변화시킨다.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격렬하고 파워풀한 피스톤운동이었다. 아래로 늘어진 커다란 유방이 앞뒤로 흔들리며 부드러운 살덩이가 서로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를 연주했다.
"좋아요. 더, 괴롭혀줘. 더, 더, 해줘"
"그렇게 큰 소리 내면, 진짜로 사람들한테 들켜. 교내에서 걸레로 소문나도 괜찮아? 선배?"
"괜찮아요, 굉장해 굉장해. 닿았어, 안에, 제일 느끼는 곳에... 닿았어요. 아아아.. 하윽.. 하으으응. 류지군 자지, 최고야"
유카는 조금도 교성을 참으려고 하지 않았다. 보지로 꼬옥꼬옥 류지의 자지를 단단히 조이며 온몬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무릎을 부들부들 떨면서 오직 육열의 수렁 속으로 스스로 빠져갔다.
"그럼, 여기 눈치채고 올라오는 놈에게 선배를 마음대로 따먹으라고 던져줘 버린다"
"그,그래요, 류지군이, 하아앙, 그렇게 하라고 하면. 유카, 류지군이 말하는 건 뭐든지 따르니까. 하윽! 하아앙... 무슨 일이라도 할테니까. 누구한테든지... 안길께요, 하앙... 다 대줄께요. 그러니까, 제바아알, 더 해줘, 하으으응... 더 격렬하게..."
"칫..."
너무나 지나치게 순종적인 유카의 태도에 점점 더 마음 속이 불안해진다. 불안함을 지우려는 듯이 류지가 한층 더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가요...가버려요...!!!! 유카가 음란하게 가는 모습, 모두에게 보여져버려어어어...!!!!"



정적만이 흐르는 연구실에 컴퓨터 가동음만 혼자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언제나 어수선한 연구실도 연말이 가까워지자 얼굴을 내미는 연구생의 숫자가 급감하고 있었다. 요 며칠 연구실을 찾은 사람은 마리에와 아마노 단 두 명뿐. 프로젝트 시작 준비작업이 일단락되어 다시 바빠지게 될 연초까지는 미뤄왔던 기초 데이터 해석에 전념하고 있었다. 마리에도 T공대 연구실과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요새는 가끔 상황을 체크하러 들르는 정도. 하루 대부분을 아마노 혼자 보내고 있었다. 지금의 아마노에게 오히려 이 상황은 피난처였다. 누구하고도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았다. 그저 혼자 있고 싶을 뿐이었다.
어두운 실내에 블라인드 틈새로부터 저녁 햇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그 날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이젠 시간감각마저 잃어버린 상태였다. 지금도 그게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잠깐 쉬면서 차가워진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실내에 난방이 충분히 들어오고 있었지만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냉기는 그 날 이후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여자답지 못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보란듯이 류지에게 안겨 음란하게 몸부림치던 유카의 육체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류지군의 여자입니다". 이명처럼 그 말이 귀에 달라붙어 떠나질 않는다. 기억에서 털어내려고 눈을 꼭 감고 머리를 흔들어보지만 도저히 사라지지가 않았다.
내 탓으로 유카가... 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계속 괴롭히고만 있었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전부 다 네가 나쁜거야".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류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래..., 내가 없어지면, 나만 없어지면... 유카를 말려들게 하지 않고 끝낼 수 있어... 그래, 나만...
덜컥, 기세 좋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뒤돌아 보았다. 복도의 조명을 등지고 사츠키가 서 있었다. 달려왔는지 숨이 거칠었다. 색이 바랜 청바지에 더플코트, 평소 아마노를 만나러 올 때 꽤나 신경쓰던 옷차림과는 달리 아무렇게나 대충 걸친 모습이었다. 사츠키의 변화를 아마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눈치챌 여유도 없었다.
성큼성큼 다가와 "선배! 모리사키선배를 걸고 내기했다는거. 사실입니까!? 어째서, 그런 잔인한 짓을?"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는 사츠키의 시선을 받아내지 못하고 아마노는 시선을 피했다.
"그런 짓 하면 모리사키선배가 상처입잖아요. 선배는 모리사키선배가 누구보다도 소중하다고 했으면서... 그런 짓 하지 말아요. 제발 부탁할께요, 모리사키선배를 도와줘요"
사츠키의 말과 태도에는 그 어떤 망설임도 의혹도 없었다.
"나쁜 건 모리사키선배가 아닙니다. 내 탓... 내 탓으로... 그러니까, 나, 모리사키선배를 구하고 싶어요. 이대로는..."
아마노가 컴퓨터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도망치듯이.
"이대로는, 모리사키선배, 망가져버려요. 선배, 모리사키선배 좋아하잖아요, 소중하잖아요, 이대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다구요"
하지만 대답이 없다. 화가 치밀어오른 사츠키가 아마노의 어깨를 잡고 억지로 몸을 돌려세웠다.
"네? 모리사키선배가 누구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했잖아요. 지금 모리사키선배한테는 선배의 도움이 필요해요. 제발. 선배, 부탁해요, 정신 좀 차려요"
유카를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순간, 입을 떼려고 하던 아마노가 말을 삼키고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은...
"모리사키선배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선배뿐입니다. 모리사키선배도 애타게 선배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어요. 나, 뭐든지 할께요. 나같은 거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으니까. 모리사키선배만 구할 수 있다면. 아니면 나..."
"그냥 내버려 둬... 이제 그냥 내버려 둬", 아마노가 알아 듣기 힘들 정도로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깨가 떨리고 있는 걸 문득 깨달았다.
"선배..."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늦었어... 이미... 유카는..."
"그,그런..."
어떤 일이 있어도, 그토록 모리사키선배를 소중하게 생각하던 선배가... 이런 거, 믿을 수 없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허약하고, 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아마노의 모습에 사츠키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마노군... 반쯤 열린 문 사이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있던 마리에가 조용히 연구실 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슬슬 내가 나설 차례인지도...



"돌아가지 않아도 돼?"
오래된 아파트의 녹슨 계단을 앞에 두고 계속 말이 없었던 류지가 등을 돌린채로 말을 걸어왔다. 해가 완전히 떨어져 주변이 완전히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북풍이 점점 거세게 불어와 한층 더 추위가 심해지고 있었다.
"나한테 이제 돌아갈 곳 같은건... 없어요..."
혼잣말인지 류지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가냘픈 목소리였다.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틀어박혀 외톨이가 되는 건 더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류지가 방에 불을 켰다. 변함없이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썰렁한 집. 유카는 살며시 현관 문을 닫았다. 철커덩, 현관 문의 유리가 흔들려 소리를 냈다.
"내 집까지 따라온 이유는, 아까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해서인건가?".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유카를 향해 류지가 내뱉었다.
"..."
"대답해. 그러면 아침까지 자근자근 범해주지. 음-란-한-유카선배". 자기도 모르게 가시돋힌 말이 입에서 터져나왔다. 왜 이렇게 자신이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건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유카는... 음란합니다. 더 많이 괴롭혀 주세요. 잔뜩, 아주 잔뜩 유카에게 벌을 내려주세요!!!"
음란..해?... 이런 나..따위, 이젠... 필요없어. 엉망진창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릴만큼 엉망진창으로... 차라리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느끼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않아... 기억하기도 싫어... 잊고 싶어... 사라져 버리고 싶어...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리고 싶어...
"옷 벗고, 거기 엎드려".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는 알 수 없는 초조함에 시달리며 류지의 입가가 희미하게 비뚤어졌다.
망설임 없이 순식간에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전라가 된 유카가 낡은 다다미 위에 엎드려 류지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
"헤헤, 잘 알고 있잖아"
류지가 오른손을 높이 치켜올렸다. 짝! 예쁘게 생긴 엉덩이 살에 쫘악 달라붙는 기분좋은 소리와 함께 "아흐윽!". 유카의 입술사이로 희미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제대로 벌을 받아라!". 갈 곳을 잃은 분노가 단숨에 폭발했다.
짜악! 한층 더 세게 볼기를 후려치는 류지의 기세에 밀려 유카의 몸이 앞으로 밀려났다. 엉덩이를 후려갈기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계속해서 방 안에 울렸다.
"히이익... 아아.. 하아아아앙...". 유카의 입에서 고통을 참는 비명과 뜨거운 신음소리가 교대로 새어나왔다.
고통마저도 쾌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조교된 육체는 한번씩 맞을 때마다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지는 엉덩이로부터 아픔과는 다른 뭉클한 느낌의 달콤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애무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행위인데도 유카의 몸은 탐욕스럽게 쾌감을 갈구했다. 쾌락에 빠져버리면 다른건 전부 잊을 수 있으니까...
"히익! 하아... 꺄악! 아아... 하으응... 히익! 하아아..."
하지만 결국 "폭력"은 "폭력"일 뿐이었다. 엉덩이를 가차없이 반복해서 얻어맞아 새빨갛게 살이 부어 오르자 이제는 화상을 입은 것같은 아픔만이 남았다. 전혀 멈출 기색이 없는 구타에 다다미 위로 손톱을 세우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격통을 참고 또 참았다.
"흐으윽... 으읍... 우욱..."
유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처절한 오열에 류지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깜짝 놀라 손을 멈추었다.
그런데도 "더... 때려줘요, 유카에게... 더 벌을 주세요...".떨리는 입술로 간신히 말을 짜낸다.
"...유카"
얼마나 이 지독한 구타를 계속했는지 류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지 손바닥에 퍼지는 열기와 아픔이 얼마나 집요하게 이 폭력이 계속되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 유카를 살며시 안아 올리면, 추위와 고통으로 조금씩 경련하고 있는 가냘픈 몸을 침대 위에 가로눕혔다.
"...이,이번엔, 하... 항문에, 넣어... 에엣!?"
훌렁 옷을 벗고 유카를 껴안아 차가워진 몸을 녹이듯 꼬옥 감쌌다.
"에에? 무,무슨?..."
긴 머리카락을, 뺨을, 콧날을, 손가락으로 상냥하게 어루만졌다. 쇄골뼈를 따라 살며시 입술을 부벼댔다. 빨갛게 부어오른 오른쪽 엉덩이에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다정하게 손가락으로 입술로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처음 사랑을 나누었던 그날 밤, 그때와 같은 상냥한 애무였다.
"그,그만... 이런거 싫어!"
두꺼운 가슴을 떠밀어내며 저항하는 유카를 세게, 그러면서도 상냥하게 꼭 껴안아 동작을 봉쇄해 버렸다.
"상냥하게 굴지 마... 그냥 괴롭혀... 하윽... 하아아"
류지가 천천히 힘차게 유카의 보지 안으로 자지를 밀어넣어 하나가 된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 텅 빈 마음 한 구석으로 뭔가가 채워져 들어온다. 그만, 그만해... 상냥하게 굴지 마... 내가 당신한테 바란 건 이런 상냥함이 아냐!... 당신한테 이렇게 다정하게 안기고 싶지 않아!... 그런데... 왜... 어째서?... 이렇게..., 따뜻한 거야...!?



"오늘도 늦게까지 애쓰네"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오전 1시가 넘었다. 마리에가 양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다. 갓 볶은 원두커피의 독특한 향기가 퍼져왔다.
"이제 그만 돌아가요. 쉬지도 않고 그렇게 무리하면, 아직 갈 길이 먼데, 큰일나요"
"지금은... 연구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런..."
마리에가 아마노의 책상 위에 조용히 커피잔을 올려 두었다.
깎지 못해 멋대로 자라난 수염, 여윈 얼굴의 아마노는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고, "아, 타카쿠라선생님,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지난 번의 그 이야기..."라고 말을 내뱉았다.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야... 더 이상, 유카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없어지면 돼... 나만 사라지면 유카도, 그녀석도... 그런 끔찍한 고통 속에 빠져있던 녀석을 줄곧 모른 채 했었던 것에 대한 속죄도... 난 소중한 사람의 고통도 알아채지 못했어... 유카에게 속죄가 될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지만, 이제는... 적어도 내가 없어져 조금이라도 덜 아파하고 끝날 수만 있다면... 류지의 패스케이스 안에 들어있던 두 사람의 사진이 기억났다. 상냥한 미소를 류지에게 보여주는 유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에게만 보여준다고 믿었던 그 미소... 이제 더이상 내게 보여줄 리 없는 그 미소...
문득 정신을 차리면, 아직도 냉기가 사라지지 않는 손가락 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날, 연인을 향해 뻗었던 손가락 끝을... 쭉 응시하고 있었다.
연구, 열심히 하자... 그리고, 같은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더 강한 남자가 되어... 더 강해지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혼자인데...
"그렇게... 결정한거에요?"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마노의 머리에, 머리카락에, 마리에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닿았다.
"이제부터는 내 오른팔이 되어서 일해 주는 거네요. 좋아요, 기대할께"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은... 회의가 있으니까. 모레는 어떨까나". 그렇게 말하고는 마리에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마리에입니다. 이런 시간에 미안해요. 갑작스럽게 미안하지만, 모레 스케쥴 오프 맞지? ...그래, 그러니까. 잠깐 보여줬으면 하는 아이가 있어서. ...후후, ...그러게, 전에 말했던 아이. 안돼? ...글피는 괜찮아?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영문도 모른채 마리에의 전화통화를 지켜보고 있던 아마노에게 "뭐 그렇다고 하니까, 사흘 뒤 오전에 봐요. 집에 초대할께. 식사라도 하지 뭐. 나중에 주소는 메일로 보내 줄께요"
"에? 그렇게 갑자기?"
"전에 약속하지 않았나? 집에 초대한다고. 그럼, 잘 부탁해"
백의를 휘날리며 마리에는 연구실 옆의 교수실로 향했다.
"자,잠깐만요 선생님"
"뭐야아? 내 지시에 따르지 못 하겠다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뭐야? 태도를 분명히 해요"
"...어째서 그렇게, 나한테, 잘해주시는 겁니까?"
"그거야 당연히 당신에게 재능이 있으니까. 이 세계는 말이지, 암기력만으로는 안돼. 번뜩임같은, 뭐 그런게 필요해요. 아마노군, 그러니까 당신,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어요. 뭐, 내 오판이 아니라면, 이겠지만"
"그게 아니고, 그런 얘기가 아니라, 아 물론, 선생님이 절 그렇게 잘 봐 주신 건 무척 기쁩니다만, ...그, 다른 얘깁니다. 저기, 어째서 나한테만..., 그렇게 상냥하게 대해 주시는 겁니까?"
그 질문에, 마리에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더니 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아마노군, 당신말이죠... 닮았거든..."
"닮아요!? 누구를요?"
마리에답지 않은 조그만 목소리였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
"선생님의... 첫사랑..., ...예!?"
"그래요... 당신하고 꼭 닮았어... 상냥하고, 엄청나게 성실하고, 진지하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까봐 두려워하는, 너무나도 착한... 참 많이 닮았어... 아마노군하고... 그 사람하고는, 너무나 슬프게 헤어지고 말았지만..."
아주 살짝 뒤돌아 보고 아마노와 시선이 마주치면, "대답이 된건가?". 하지만 아마노의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교수실로 사라져버렸다. 소중한 사람을 빼앗겨버리는 것까지 닮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소파에 걸터 앉아,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으며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한편, 그 무렵-.
"카즈... 야..."
류지의 침대 위에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포근한 이불 속에서 유카가 며칠만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초췌한 얼굴, 희미하게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깜깜한 방 안을 창백한 달빛이 비추고 있었다. 잠든 유카를 내려다 보는 류지의 눈동자가 초조하게 흔들렸다. 난 유카를 손에 넣은 게... 아니었어?... 어째서?... 유카의 곤히 잠든 얼굴을, 뺨을 살며시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류지가 중얼거렸다.
"여기에 돌아오면 되잖아. 이 방을 유카가 돌아올 장소로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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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몸은 완전히 뺏었는데... 우유부단한 아마노도 알아서 떨어져나가게 했는데...
그놈의 마음이란 물건은 맘대로 하는게 쉽지가 않네요 류지군ㅋㅋ
사츠키는 완전히 선역으로 돌변했고, 마리에의 과거도 살짝 나왔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소설의 장르를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가끔씩 있는 것 같애요.
원래 이 장르의 소설이 독자의 M性을 자극하는 물건이니 깝깝한 느낌 드시는 게 지극히 정상이구요, 이건 MC물도 조교물도 아니에요. 더더구나 통쾌한 복수극이라니...이게 무슨@.@... 해피엔딩조차도 극도로 피하는 장르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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