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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鬼椿 오니츠바키 2-11

제11화


평소에도 야무지지 못한 아마노의 얼굴이 완전히 풀어졌다. 이렇게 유카를 눈 앞에서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이틀 연속 철야의 피로마저 사라지는 것 같다.
정말로, 유카는 언제나 내게 에너지를 나눠주고 있어... 유카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근황을 서로 보고했다. 자신의 연구, 유카 부모님의 출장지에서의 일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11월도, 곧 끝이다. 드디어 진짜 겨울을 맞이해 부쩍 빨라진 황혼, 평상시에는 써클활동에, 은퇴하기전 후배지도에, 여러가지 일로 정신없을 유카가, 연구실을 찾았다. 생각지도 못한 방문이 너무 기쁘다. 혹독해진 추위 탓인지, 평소 잘 입지 않았던 무릎까지 내려오는 롱코트 차림이었다. 옷자락 아래로 보이는 검은 타이즈가 가는 발목이나 날씬한 종아리를 더욱 더 늘씬하고 아름다워 보이게 하고 있었다.
"갑자기 만나고 싶어서. 어제도 집에 못 들어왔잖아. 카즈야, 계속 휴대폰 메일밖에 못했으니까, 내 얼굴 안 보고 싶었어? 난 정말 많이 보고 싶었는데"
유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응, 나도 만나고 싶었어. 이렇게...꼬옥 껴안고 싶었어."
"꺄아---"
서로 마주 보고 의자에 앉아있던 아마노가 손을 잡아 당겨 갑자기 껴안았다. 귀여운 비명소리를 내는 유카를 상냥하게 감싸안는다. 따뜻함이 서로의 마음속까지 전해진다. 카즈야... 아마노의 등에 돌린 팔에, 평소보다 더 힘을 줘 껴안았다. 쭉 이대로, 있을 수 있으면...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연구실의 다른 멤버들은 이런저런 일로 모두 밖에 나가있고, 지금 이 방에는 아마노와 유카 둘 뿐. "...이라고, 생각하는 건 좋다 이거야...당신들, 난 잊고 있는거지? 정말이지, 어째서 항상 난 이러고 있게 되는거냐구...". 이번에도 또, 조금 떨어진 원심분리기 뒤에, 백의차림의 마리에가 쪼그리고 앉아 숨어있는 건, 두 사람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손에는 2개의 커피 컵. 철야로 지친 아마노와 모처럼 커피타임을 가져볼까 하고, 아껴둔 수입 고급원두로 내린 커피를 들고 왔는데, 그만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숨어버린 것이다.
"뭐, 어쨌든, 사이도 좋아보이고... 앗! 혹시 저번처럼 여기서 해버린다거나 하는건! ...흑, 안돼...."
라면서도, 말하고는 달리 흥미진진해 죽겠다는 얼굴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훔쳐보는 마리에. 찰랑거리는 긴 머리칼이 어깨로부터 흘러넘쳐 내린다. 그러나 유카는 애써 자연스럽게 아마노의 손을 떼며 "연구는? 어때? 잘 진행되고 있는거야?" 라고 화제를 바꾸었다. 마리에의 눈에는 유카가 신체접촉을 피하고 있는 걸로 보여,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부터 시작이지 뭐. 이번 프로젝트 들어가기 전에, 준비할 게 많아서. 나, 연구팀에서 제일 막내니까, 방해가 되지 않게, 스스로 더욱 더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고, 거기다..."
"거기다가 뭐?" 라고 맞장구치며 아마노의 손을 살짝 잡고, 자연스럽게 유카는 의자로 돌아와 앉았다.
"타카쿠라 선생님, 굉장히 어려워서. 체크가 굉장히 꼼꼼하셔서, 아주 조그만 미스도 귀신같이 잡아내서는 화를 내셔. 왜 이런 미스가 생겼는지 생각해봐요, 라고 설명 할 수 있을 때까지 몇번이나 몇번이나 집요하게 물으시고. 이젠 내가 화가 날 지경이야.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사람을 몰아세울수가 있는지. 사람이 아니라 악마같애, 악마"
"...아마노군...나 지금 다 듣고 있거등..."
바로 옆에서 장본인이 듣고 있을거라고는 꿈에도 모르고, 머리 위에 손가락으로 뿔 모양을 만드는 몸짓에 유카가 쿡쿡 웃으며, "힘 내. 내가 항상 응원하고 있으니까. 카즈야의 꿈...연구, 계속할 수 있게. 제대로, 계속했으면 하니까...무슨 일이 있어도..." 라고 중얼거리듯 말하고, 아마노를 응시했다.
갑자기 생기가 사라진 듯. 평소와 다르다. 딴 생각에라도 빠진 것처럼 목소리가 기어든다. 희미하게 슬픔을 띤 눈을 하고, "좀...야윈거 같네". 살며시 얼굴에 손을 올려 뺨을 감싼다. 따뜻한 실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서늘한 유카의 체온이 손가락끝에서 전해져 온다.
"무리하지 마. 유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그 어떤것보다도 유카가 중요하니까..."
카즈야... 나... 지금... 일주일 가까이 매일매일 류지의 인정사정없는 능욕을 필사적으로 견뎌내느라, 긴장되고 억제되어있던 마음이, 상냥한 연인의 염려해주는 말에 갑자기, 봇물터지듯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
"카즈야...저기...나...나..."
유카의 사랑스러운 입술이 열리고, "사실"을 털어넣으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쾅하는 소리를 내며 연구실 문이 난폭하게 열렸다.
"실례합니다~. 모리사키 선배 있습니까~?"
말하자 마자, 허락도 기다리지 않고, 목소리의 주인이 묵직한 안전화(*주, 주로 거친 일을 하는 사람이 신는 투박하고 튼튼한 신발. 흔히 노가다신발이라고도 부른다) 소리를 내며 들어 왔다.
"류...사카키사와군... 어째서...가, 갑자기?!"
갑자기 나타난 가죽점퍼 차림의 류지의 모습에, 무슨 꿍꿍이를 벌이다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죄지은 듯, 어깨를 움츠리고 몸을 굳혔다. 저녀석, 분명 테니스 대회때, 유카를 억지로 껴안았던 그 녀석 아냐... 속이 편할 리가 만무한 아마노의 째려보는 시선을, 그걸 깨닫지도 못 했다는 것처럼, 연구실을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그들에게 가까워져 온다.
어머나, 저 남자애... 전에 훔쳐보던 그 아이네... 마리에는 몸을 구부리고 여전히 양손에는 커피를 든 채로, 돌아가는 상황을 미심쩍은 듯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써클 정례회 협의, 이제 곧 시작이에요. 선배 불러오라고 시켜서요. 바로 가죠?"
아마노의 존재따위 무시하고, 유카를 내려다 보며 말한다.
"으..응... 알았어... 카즈야, 만나서 즐거웠어. 건강한 얼굴 보니까 안심이 되네. 연구, 열심히 하고, 집에서 또 보자"
짧게 인사를 하고, 마음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발걸음으로, 열려진 연구실 문으로 향한다.
"빨리요, 선배. 벌써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급한 목소리로 서둘러 유카를 복도로 떠밀듯 재촉한다. 문 손잡이를 잡고, 류지가 처음으로 아마노를 향해 "모리사키 선배, 좀 빌릴께요" 라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 하지만, 말 속에 숨겨진 뭔가를 느끼고, "유카, 저기, 오늘은 일찍 끝날 것같으니까, 같이 집에서 밥 먹자. 오랜만에 요리솜씨 발휘해볼 테니까, 좀 전에 하려던 얘기 마저 들려줘" 황급히 불러세워 얘기했다.
"응"
뒤돌아보며,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안색이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류지를 따라 연구실을 떠난 연인의 뒷모습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데도, 여전히 문 쪽을 응시했다. 저녀석을... 사카키사와라는 녀석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건가... 유카가 전혀 그런거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런 사소한 일로 의심하면 안 되지... 내가 자꾸 이런 식으로, 자꾸 찌질하게 의심만 하면, 유카가 어이없어 웃어버릴지도... 자신을 스스로 책망하며 머리를 긁적이곤, 다시 단말기로 눈을 돌려 중단되었던 보정데이터 입력을 재개했다. 다만 한 사람, 마리에만이 "그녀, 그 남자애를 보았을 때, 공포어린 눈을 하고 있었어... 왠지 신경이 쓰이는데..." 직감으로 뭔가 눈치채고 있었다.


귀가시간의 러시아워가 피크에 이른 역 대합실에 오렌지색의 전철이 미끄러져 들어오고, 인파가 흘러넘친다. 강물의 흐름에 반하는 바위처럼, 류지와 유카만이 그 안에서 서로 마주보고 서있었다.
"어째서! 왜 카즈야있는 곳에 온거야? 카즈야한테는 접근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래서 시킨대로 하고 만났잖아! 제대로, 이런 모습으로 만났는데도!"
"아~, 그 바보말야? 그 얼간이가 갑자기 보고싶어져서"
"너무해... 카즈야 욕, 하지마!" 날카로운 시선으로 류지를 째려본다. 그런 유카를 완전히 무시하고, "아, 시끄러워. 알았으니까 빨리 그 코트나 벗으셔" 라고 명령한다.
"이, 이런 장소에서... 무슨 생각이야?" 바르르 몸을 떨면서도, 애써 강한 모습을 꾸며 보였다.
"뭐야? 지금 나한테 반항하는거야?"
"결국은 그런 말밖에 못하면서. 정말이지, 비겁한 남자... 흥, 뭐든 자기 멋대로"
"우와~ 무서워라. 하긴, 모처럼의 장난감인데, 바로 망가지면 재미없지" 라고 태연하게 대꾸하고, "내 장난감 내가 갖고 노는데, 어디서 어떻게 하든 내 맘 아니겠어? 안 그래?" 라고 덧붙인다. 유카의 턱을 쥐고 들어올린다.
"벗어. 보여봐"
분해... 하지만, 어떻게 이런 심한 짓을... 하지만 거역하면 더 심한 짓을... 차라리 순순히 따르는게... 마음을 닫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명령받은 대로, 버튼을 하나씩 푼다. 류지가 코트를 빼앗아 손에 움켜 쥐었다.
"선배, 아직 여고생이래도 믿겠는걸요?"
긴 속눈썹을 내리깐 유카는 고교시절의 세라복을 입고 있었다. 옅은 노란색의 긴소매 윗도리에, 연지색(*주, えんじ(臙脂), 검붉은 빨간색)의 리본. 감색 스커트는 미니라곤 해도, 지나치게 짧지는 않았다. 언제나 내추럴 메이크업의 청초한 분위기인 유카는 역 안의 화려한 여고생들 가운데서도 아직도 현역으로 손색없이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하지만, 고교때에 비해 훨씬 더 발육된 신체만은 당시의 사이즈에 맞지 않아, 새삼 볼륨넘치는 가슴의 부풀음과 조인듯한 허리의 잘록함이 강조되어 청순한 세라복 차림과는 반대로 음란하고 외설적인 인상을 주고 있었다.
"어이, 가자구"
류지가 팔을 잡고 인파속으로 뛰어들어 간다. 오늘도 또... 참기 힘든 수치와, 억제하기 어려운 열락과, 도망갈 수도 없는 고통과... 또, 악몽의 시간이 시작된다... 지기 싫어하는 오기 강한 성격의 유카이긴 했지만,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능욕의 거센 폭풍우에 견딜 리 만무했고, 유카의 몸도 마음도 삐걱거려 스스로도 알지 못한 사이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북적대는 인파 속에 갇혀 만원열차 한 가운데. 류지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그 바보도, 이런 에로한 교복차림에 헤롱댔을거야. 고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가슴을 부비곤 했겠지?"
"그런일, 했을리 없잖아. 카즈야를... 당신같이 최저인 인간과 비교하지 말아줄래? 카즈야는 쭉, 언제나 항상 상냥했어"
유카와 아마노는 쭉 같은 학교. 초중고 모두 같은 학교를 다녔다. 매일 아침, 언제나 둘이서 등교했다. 중2 여름 이후, 아마노가 혼자가 되고나서부터는 특히 더. 늦잠자고 있는 아마노를 깨우는 건 항상 유카의 몫이었다. 여자친구들은 "더 멋진 남자와 교제하는게 어때? 유카, 진짜 인기 많잖아"같은 말을 늘 해왔다. 하지만, 슬픔을 스스로 이겨내는 아마노의 강한 의지와, 바다처럼 넓고 깊은 상냥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유카에게, 귀엽다라든가 스타일이 좋다라든가, 외형만 내세우는 다른 남자들은 전부 어린애로만 보여, 사귀고 싶은 마음같은 건 조금도 들지가 않았다.
사이좋은 소꿉친구에서, 오누이같이, 그러다 서로 조금씩 이성으로 끌려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마침내 고백을 받았다. 둘도 없이 소중한 고교시절의 추억이었다. 오늘, 그 교복을 입게 하고, 아마노를 만나러 가게 했다. 지금, 이렇게 하고, 그 때의 교복을 입고, 부끄러운 짓을 당하려하고 있다... 고교시절을 생각해 낸 유카에겐, 또 한번 카즈야를 배신한 것처럼 느껴져 가슴이 뻐근하게 아려올 뿐.
"아 그런가? 난 그 바보하고 다르니까... 그런 건, 그녀석따위는 엄두도 못 냈을테니. 칠칠치 못하게시리. 자 그럼, 내가 대신해서, 고교시절의 선배를 범해주지"
센 척하는 자신의 말이 류지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유카는 모르고 있었다.
"그녀석보다 내 쪽이, 선배를 더 즐겁게 해주니까말야"
껴안으면서, 거침없이 스커트 안으로 손을 넣어 검은 타이즈의 감촉을 즐기듯, 불쾌한 손놀림으로 허벅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제발이니까 느끼지 말아줘... 격렬한 혐오의 그림자 속에서 어른거리는,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 감미로운 예감에 이를 악물었다.
"시킨대로 확실히 노팬티네... 싫은 척 하지만, 선배, 사실은 이런거 마음에 들지?"
"그만해, 그렇지 않아"
하지만, 말과는 달리, 류지의 얼굴을 보았을 때부터, 계속 유두는 딱딱해지고, 보지에서는 습기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코트를 벗었을 때, 류지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은 순간, 찌리릿하고 신체 깊은 곳으로부터 저리는 듯한 아픔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류지의 말 한 마디로, 신체가 지배되는 듯한 감각. 조건반사실험의 모르모트처럼, 스스로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능욕이 계속되는 걸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내 몸이 어떻게 변해버릴지 상상도 하기 싫어...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을 하면... 카즈야가... 그러니까 도망가면 안돼... 이대로 계속 복종하는 수 밖에...없어... 무서워... 카즈야, 무서워...
"이봐, 다리, 벌려. 그렇지. 솔직한게 제일이라니까. 그래야 더 즐겁게 해주지"
꼭 주먹을 쥔 채로, 마주 보고 있는 신체를 류지에게 맡기고 있다. 스물스물 커다란 손이 다리사이를 톱질하듯 켠다. 타이즈의 옷감 너머로, 감질나는 전류가 지릿지릿 하반신에 퍼져 간다.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리 무심을 가장해도, 소용없었다. 눈을 감고 손의 움직임을 참아 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욱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신체의 흥분을 고조시켜버린다.
도어가 열리고, 탑승객이 더욱 증가해 반대편 도어로 밀려갔다. 이쪽 도어는 앞으로 30분은 열리지 않는다. 그것조차 류지의 계획대로였다. 갑자기 스윽하고 뒤에서 다가온 손이 세라복의 윗도리 틈새로 파고들었다. 조금씩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한 피부를 손바닥으로 더듬어, 유방을 향해 천천히 기어온다.
"에...?"
뭐, 뭐야... 시, 싫어... 피할 수가 없다. 등줄기가 오싹했다. 맨살 위를 꿈지럭거리는 손의 모습이 옷 위로 음란하게 드러난다. 류지가 그 손의 주인을 쫓아 시선을 뒤의 인물로 옯겨, 한쪽 입가를 올리고 야비하게 웃는다.
"이런 야한 몸, 나 혼자 만지기엔 아깝긴 하지. 뒤에 녀석도 좀 재미보게 해 줘"
"그, 그런... 절대로 싫어"
본 적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만져지다니... 류지가 만졌을 때와는 또 다른, 생리적인 혐오감이 끓어 올라 현기증마저 난다. 소리를 높여 "멈춰"라고 저항하고 싶지만, 속옷도 입지 않은데다, 류지의 손이 스커트 안에 있는 것까지 약점이 되어, 강하게 저항 할 명분이 없었다.
또 소름이 돋았다. 옆구리나 유방 바로 아래를 맨살에 닿을듯 말듯 절묘한 터치로 스치던 손이, 유방을 와락 움켜쥐고 세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세라복이 위로 젖혀져버려, 풍만한 젖가슴이 인파 속에서 완전히 노출되어 버렸다. 안돼... 그만... 절망적인 생각과는 정반대로, 손가락으로 굴리는 유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되게 단단하게 일어서 혐오감조차 싹 사라져버리고, 거기에 더해 유열의 여파로 무릎이 부들부들 떨린다. 쾌감을 기억하고 있는 신체가, 느끼지 않고 버틸 수 있을리가 없었다. 더욱 욕정을 부추기려는듯, 포니테일이 흔들리는 목덜미에 뜨거운 입김을 불면서, 뒤의 인물이 작게 이야기했다.
"세라복 입고, 코스프레라도 하는거에요? 대학생이나 되서, 부끄럽지도 않은거에요? 네? 선, 배, "
"에?! 사, 사츠키...!!"
"가정교사하러 가는 길이였는데, 이런 곳에서 치한플레이 하고있는 선배를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이렇게 아무데서나 발정하는 거에요? 정말이지, 추잡하기 짝이 없는 여자..."
조롱하면서 손을 하반신으로 천천히 옮겨간다. 교대하듯이 류지의 손은 유방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잘록한 허리로부터 둥근 커브를 그리는 엉덩이, 매끄럽게 쫙 빠진 허벅지까지, 단지 피부 위를 기어다니는 것뿐인데도, 여성만이 가능한, 동성의 몸을 훤히 꿰고있는 애무에 조금도 저항하지 못하고 몸부림친다. 초조하게 주변만 맴돌던 손가락이 마침내 보지에 닿는다. 타이즈 너머로도 축축한 습기를 알 수 있다.
"선배, 치한당하면서 이렇게 적시고 있었어요? 보통은 느끼지 않는다구요. 정말 음란하군요~ 속옷도 안 입고, 노출광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겠네요~" 라고 힐난한다. 사츠키가 재주좋게 손톱을 세워 타이즈를 조그맣게 찢고, 살그머니 손가락 하나를 뜨겁고 촉촉한 보지속에 집어넣는다. 찔꺽. 눈을 감고 가만히 견디고 있던 유카에게는, 커다란 일격이었다. 싫어, 어째서 느껴버리는거야... 느끼고싶지 않은데... 어째서... 우으... 부끄러운데... 느껴버린다...
류지가 사츠키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낸다. 사츠키의 손가락이 항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히이... 거, 거기는... 안돼---"
"큰 소리 내면, 주위에서 눈치채버릴텐데요. 아, 알았다. 다른 사람도 더 만져줬으면 하는구나. 그럼 사양하지 말고, 큰소리 내도 되요"
한번도 다른 사람의 손이 닿은 적 없는 곳. 물론 아마노조차도 만져본 적 없는 곳. 그곳을 사츠키에게 만져져, 배설기관의 구멍이 조금씩 긴장을 늦추어간다. 오한과도 닮은 감각에 입술을 깨물고 그저 또 그저 견딜 뿐.
"여긴 한번도 만져진 적 없나봐. ...자 거기, 앞에, 류지한테 봉사, 하세요"
어느틈에 꺼낸 자지를 교복 스커트로 감싸고, 그 위로 희고 가는 손가락으로 잡게 했다.
"어이, 빨리 훑어. 그녀석하고의 추억의 교복에다가 듬뿍 싸줄테니까"
"그런..."
그런 짓, 할 수 없다... 하지만... 애널을 만지고 있던 사츠키의 손가락 끝이, 드디어 안으로 침입하기 시작한다. 아, 아파... 제발, 그만... 고통과 혐오감으로 더이상 참지 못하고, 후배가 지시하는 대로,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돌아들어온 사츠키의 오른쪽 손가락은 민감한 클리토리스로 목표를 바꾸어 타이즈 위로 바이브레이션을 보내고, 왼쪽 손가락은 애액이 흘러나오는 보지 안에서 질컥질컥 질벽을 비비고 있다. 류지는 오로지, 달아오른 젖가슴을 손 안에 쥐고 주물렀다. 일사불란하게 흥분으로 몰아가는 네 개의 손으로, 주저앉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하고, 흔들리는 만원전차 안에서 뜨거운 숨을 토해내는 유카.
"아...으그...아..아앙"
예쁘게 생긴 입술에서는 요염한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하고, 눈가는 은은하게 주홍색으로 물든다. 세라복은 윗도리도 스커트도 엉망으로 쭈글쭈글 구겨져 있다. 평상시의 총명한 사고에 안개라도 낀 듯, 이지적인 표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군침을 흘리는 음욕에 사로잡힌 암컷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쾌락을 좇아 본능에 지배되어가고 있었다.
"가고 싶으면, 먼저 손으로 날 싸게 해"
류지의 농간으로 신체에 새겨진 각인이, 류지의 말에 저절로 몸을 움직이게 한다. 한때는 마음을 허락하고, 스스로 몸을 맡겼었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절정을 철저히 가르쳐졌다. 여행지에서는 절정끝에 정신까지 잃고 그것을 신체가 생생하게 기억했다. 몸이 치욕의 와중에도 탐욕을 좇는다. 마음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유카의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강약을, 리듬을 바꿔 류지를 절정으로 몰아간다.
"정말, 음란한 여자... 이런데서 남자 그거를 꽉 쥐고... 다들 보고 있는데도. 선배는 알몸으로 부끄럽지도 않아? 치한플레이같은 걸로 완전히 느껴버리기나 하고... 아마노 선배 그녀로서 실격이에요". 그렇게 유카의 마음에 박아 넣듯이 귓가에 속삭인다. 아...그런.. 보지 마... 카즈야... 보여지는거야...? 나... 이, 이런 곳에서...? 전차 안에서, 부끄러운 짓 하면서, 보여져버리는거야...? 그런... 아, 아, 아, 아... 몽롱해진 의식 속에서, 실재하지도 않는 상상속의 시선을 스스로 만들어내, 그것조차도 흥분을 고양시키는 양념으로 삼는다. 내려다보는 류지의 눈에, 눈을 감고 입을 벌린채로, 황홀한 표정이 되어가는 유카가 비쳤다. 음란한 손의 움직임에, 자지가 한층 더 그 굵기를 늘린다.
"자, 가는 거 모두한테 보여봐요"
부들부들 전신을 떨기 시작한 유카를 보고, 사츠키가 그 순간을 노려, 살짝살짝 쓰다듬고 있던 음핵을 힘을 줘 마구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흑!...읍, 으븝...읍...아항!". 열심히 소리를 죽여보지만, 희미하게 신음이 새어나와버린다. 전신을 조그맣게 떨면서---단숨에 절정으로 치닫는다. 오르가즘의 여파로 더욱 꽉 쥐어지는 손가락의 자극이, 한계를 넘은 류지의 자지를 폭발시켰다. 내뿜어진 정액이 연지색 리본에, 둥글게 말려 올라간 윗옷에, 투명한 피부에 튀어, 스커트로 느물느물 흘러내려 스며들어간다.
"음란한 선배가, 자신의 손으로, 그 바보와의 추억을, 더럽혀버린 거야"
온몸이 뜨거운 정액으로 더럽혀져, 넋을 잃고 류지의 두툼한 가슴에 기대 쓰러진 유카의 귓가에 류지가 악마처럼 속삭였다.


"아마노선배, 안녕하세요"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손을 키보드에 둔 채로 뒤돌아본다. 연구실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연구에 열중하느라 연구실에 사람이 들어온 것은 물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어? 사츠키.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야?"
"헤헤헤. 가정교사 아르바이트가 있었는데요, 선배 얼굴이 보고싶어져서, 중간에 돌아와버렸어요"
"어이 어이..."
기가 막히면서도, 사츠키의 말이 기쁘기도 했다. 예고없이 찾아와 하릴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그렇게 수다를 떨다가 돌아간다. 전과 같은 "대담한 행동"은 그 후로 전혀 없었다.
"선배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면, 무슨 말이든지, 솔직하게 다 할 수 있어요. 선배한테만 이러는 거라구요". 그렇게 말하며 수줍어하는 사츠키의 웃는 얼굴이 귀여웠다. 어느새 아마노에게도, 스트레스의 연속인 연구 중간중간, 릴렉스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어라? 모리사키선배하고 같이 있는거 아니었네요? 아까 벌써 정례회 협의는 끝났는데... 왜 안 오는걸까요? 정말 너무한 거 아니래요~? 사츠키가 선배의 그녀라면, 절대로 선배 외롭게 안 할텐데. 그러니까, 우리 사귀지 않을래요? 진짜로 선배하고 사귀었으면 좋겠다~ ...아, 깜빡했네. 여기 선배가 좋아하는 타이야키(*주, タイヤキ 鯛焼(き), 우리가 먹는 붕어빵하고 비슷)요. 아직 따끈따끈해요"
순진하게, 한결같이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다. 농담인지 진심인지 사츠키의 표정만 봐서는 알 수가 없었다.
"타이야키로 꼬시는 거야? 하하하, 아니아니. 근데 지금도 난 혼자가 아니야. 혼자 있어도, 항상, 유카와 함께 있는거나 마찬가진걸"
"그게...무슨말...이에요?"
"난, 나한테는 유카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날 생각해주고 지지해주는 유카가 있기 때문에, 힘든 일이 생겨도 더 힘내자고 생각할 수 있거든. 아주 옛날에, 너무나 힘든 일이 있었을 때, 내 주변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 남겨졌을 때,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누구보다도 날 소중히 생각해줬어. 그러니까, 예를 들어 지금 내 옆에 없어도, 난 여전히 유카의 마음이 느껴져"
"정말, 그런거에요?... 난요, 모리사키선배 안 믿어요. 그런... 거짓말"
왜... 선배는, 그런... 최악인 인간을... 바로 조금 전까지, 그 연인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다. 심지어 지금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안다. 밝고 건강하게 말하고 있던 사츠키의 눈이 어둡고 차가와진다. 타인의 접근을 허용치않는 깊은 어둠이 눈동자에 어린다.
"난 그렇게 믿고있어. 내가 힘낼 수 있게 믿고 지지해주는 유카를, 나도 믿어"
어떻게해서... 그렇게까지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거야...?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아... 후우, 과장되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어 쇼트컷의 머리를 흔든다. 마치 기가 막힌듯한 제스쳐. 평소의 근심없어 보이는 사츠키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 아직 선배 단념한거 아니에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쩌지... 한 시간이나 무단지각하면 곤란한데~ 아잉, 선배하고 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그럼, 또 올께요. 타이야키, 따뜻할 때 먹어요~"
쪽, 하고 키스를 하고 연구실을 뛰어나간다. 사츠키, 유카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든 둘이 사이가 좀 좋아졌으면... 친해지면 분명 유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될텐데. 여느때처럼 태풍이 한차례 지나간 것같은 사츠키의 방문으로 아직 얼떨떨해 하고 있을때, 뒤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런이런, 아마노군, 인기폭발인걸~"
손에는 커피컵을 들고있다. "여기 커피. 타이야키 하나 먹을께" 라며 키보드 옆에 컵을 내려놓는다. 약간 앞으로 몸을 숙이자, 가슴으로부터 진주목걸이가 늘어트려져, 책상위의 스탠드 불빛을 받아 빛난다. 가느다란 목덜미가 매혹적인 색향을 자아내고 있었다.
"앗, 타카쿠라선생님. 언제부터 계셨던 거에요?"
"계속. 아까는 아름다운 그녀, 좀전엔 귀여운 그녀 후보생, 여자들한테 인기폭발이셔요, 아마노군~ 이래서야, 나같은 "연상의 누님"이 아마노군을 독점하긴 다 글렀다는 걸까나~"
"네넷?"
"후훗, 농담이에요. 하지만, 그녀 소중히 해요. 라이벌이 잔뜩인데. 태도를 분명히 해야 돼요. 그녀를 슬프게 하는 일, 하면 안되니까"
"다, 당연하죠. 그런 일 없습니다. 전 유카만, 오직 유카뿐입니다"
"저런저런, 뜨겁네요. 부러워라. ...그런데 말이죠, 전에도 얘기했던 것 같지만, 한 번 더 들어줄래요? 아마노군. ...그저 믿기만 하는걸론 부족해요. 믿는다는 것, 신뢰의 힘도 아주 중요하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어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믿고만 있어선 안돼요. 예를 들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반대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도 있으니까. 그럴때는 당신쪽에서 보려고 애쓰지 않으면 안되는 거에요. 그러다 설혹 그녀가 상처입게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아...또 시작이시다, 라는 표정의 아마노를 보고는, "이런, 또 설교해 버렸네. 후후, 그럼, 난 이만 올라가 볼테니까, 뒤는 잘 부탁할께요"
아마노쪽으로 몸을 기울여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그래서, 악마라고 불리우는 거죠, 나..." 조그맣게 속삭인다.
"에?... 선생님, 방금 뭐라고...?"
핏기가 싹 가신 아마노를 바라보며 장난이라는 듯이 생긋 웃고는, 타이야키를 손에 들고 백의를 씩씩하게 휘날리며 연구실을 나선다.
"내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면 다행이지만... 왠지... 마음에 걸려" 그렇게 생각하면서 힐소리를 또각또각 울리며 연구실을 뒤로 했다.
아마노가 무너져내리듯 깊숙히 몸을 의자에 가라앉혔다. 뭐야... 지쳤어... 사츠키도 그렇고, 타카쿠라선생님도 그렇고, ...다들 날 갖고 노는거 아냐...?


시계바늘은 벌써 9시를 지나, 고요한 연구실에는 분석기기의 가동음과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린다. 수치해석용의 배치처리를 실행하고, 남은 건 내일 아침에 나올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 조금 늦어버렸지만, 빨리 돌아가 유카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사츠키와 이야기한 뒤로, 계속 유카가 보고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책상 위에 두었던 휴대폰이 울린다. 유카로부터, 라고 액정에 떠 있었다. 이심전심인가... 마음 속으로 승리의 V사인.
"여보세요, 유카, 타이밍이 좋은데. 늦어서 미안. 지금 막 출발하려고. 같이..."
그러나, "저... 저기... 카즈야, 오늘...좀 늦을거같아". 유카가 말을 끊는다. 아까만 해도,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왜 갑자기?
"급작스럽게... 후배가 상담을 청해와서... 모른척 할 수가 없어서... 미안"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신경쓰지 마. 나도 어차피 시간이 좀 더 걸릴거 같으니까. 천천히 해"
보고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유카가 너무 미안해하지 않게 맞장구를 쳤다.
"미, ...읍...미안...해..."
"잘됐네. 상냥한 그이가 이해해줘서" 전화 저 편, 연인은 어슴푸레한 류지의 방에 있었다. 휴대폰을 대고 있는 귀 반대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속삭인다. 뒤에서 돌아들어온 손이 집요하게 양쪽 유방을 모유를 짜는 것처럼, 반죽하듯 주무르고 있었다. 연지색 리본이 풀려 가슴이 훤히 풀어헤쳐진 세라복 상의와, 검은 색 타이즈뿐인 음란한 모습.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류지에게 등을 돌리고 후좌위자세로, 잔뜩 성난 자지가 보지 깊숙히 박혀 있었다.
"이 상담이라는 거 말이야, 시간이 꽤나 걸릴텐데"
전차 안에서 절정을 맞이한 후,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곧장 이곳에 끌려왔다. 현관앞에서 밀어 넘어뜨려져 타이즈를 벗기지도 않고 가랑이부분만 거칠게 찢고는 전희도 없이 짐승처럼 뒤로부터, 부젓가락처럼 뜨거운 자지에 바로 꿰뚫렸다. 계속 남아있던 관능이 열화처럼 불타올라, 한번씩 찔러넣을 때마다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토해내며 곧바로 다시 정상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그 뒤로 계속, 끝없이 희롱당하며 쾌락의 불길이 잠시도 잠잠해질 틈 없이 쉬지않고 범해졌다. 신체의 구석구석까지 모조리 다 유린당한 섹스의 격렬함을 과시라도 하듯, 피부는 담홍색으로 상기되어있고, 전신은 오일을 발라놓은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어있고, 포니테일의 머리카락은 처참하게 흩어져 목덜미에 달라붙어 있다. 세라복도, 찢겨져 형태도 알아보기 힘든 타이즈도, 땀과 류지가 쏟아낸 정액이 흥건하게 스며들어 살에 달라붙어있고, 방안은 온통 비릿한 냄새로 가득했다.
놈에게 몽땅 털어놓으려는 깜찍한 생각, 두번 다시 꿈도 못꾸게 철저히 희롱해주마. "아직도 끝나려면 멀었으니까, 그녀석에게 전화해서 늦는다고 말해". 그렇게 명령했다. 빨리 집에 돌아가 카즈야를 만나고 싶은 생각뿐이던 유카의 마음이, 생각이, 점점 희미해져간다. 잔혹하리만큼 여자의 관능을 불타오를 때까지 희롱하고, 유카의 배신을 반복, 또 반복해서 힐난해, 마치 파도가 바닷가의 모래성을 삼켜 쓰러트리듯, 유카의 저항을 무너트려간다.
"가, 가능한대로, 빨리, 흐윽, 돌아갈께...". 류지가 유두를 꼬집어 세게 잡아당긴다. 신체를 관통하는 그 충격에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흐트러졌다. 아아...그런...그만, 그만해...제발...
"어이, 그이한테 사실대로 말해보지 그래? 응?"
"지, 지금 후배가 장난을 쳐서. 그이하...으...고 통화한다니까, 자꾸 짖궂게 구네..."
카즈야에게 알려진다니...그, 그런 일...안돼... 이전에 여행지에서와 같이 류지가 억지로 전화를 받게 한 것도 아니다. 몽롱해진 상태였다라곤 해도, 시키는 대로 스스로 휴대폰을 손에 쥐고 단축번호를 눌러버렸다. 그것도 음란한 모습으로, 류지의 자지를 몸 속에 넣은채로. 아아...나...어떻게...이런 짓을... 카즈야, 미안, 미안해... 마음속으로는 연인에게 사과하면서도, 조종당하듯 거짓말을 거듭한다.
"장난 그만...하...라고 해도, 멈추질...않네..."
그 사이에도 류지는 유두를 만지고있는 손은 그대로, 땀이 맺힌 아름다운 목덜미를 입술로 거머리처럼 빨다가, 귓볼에 달라붙어 이빨로 질근질근 씹다가, 축축하게 젖은 혀 끝을 뾰쪽하게 만들어 귀 속에 집어넣고 핥아대며, 계속해서 새로운 유열의 물결을 만들어 보낸다. 아, 안돼, 목소리가, 신음소리가 새어나가버려... 카즈야에게, 들켜버려...
"이런, 어쩔수 없는 후배네"
류지는 힘없이 늘어뜨리고 있던 유카의 빈 손을 잡아 유방에 올려놓고 손 위로 세게 비비면서 스스로 하라고 명령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못 참겠어? 지금 뭐하고 있는지 그이한테 알려주지 그래"
절대 류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겠다고, 무시하려고 하면 할수록, 류지의 말이 머리속에서 메아리친다. 아아...뒤에서...너무 뜨거워... 가슴이 쿵쾅거리고, 엄청, 엄청나게... 자신의 치태를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나,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 카, 카즈야한테...들려버려....!! 지금까지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유열이 집채만한 파도처럼 덮쳐와 신체를 부들부들 경련시킨다.
"미, 미안해..."
절정으로 마비되어버린 의식 아래, 힘을 뺀 류지의 손을 대신해, 조바심이 나 못 참겠다는 듯 유카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스스로 비비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자연스레 류지의 흉내를 내 유두를 꼬집는다. 언제부터인지, 이미 스스로 느끼기 위한 움직임을 기억하고 있었다. 유카의 가슴에서 떨어져나간 류지의 손가락은 가차없이, 껍질을 벗길 필요도 없을 만큼 이미 잔뜩 충혈되어 발기한 음핵을 검지와 약지로 잡고 중지로 난폭하게 비비기 시작한다. 아흐윽, 어, 엄청나...이, 이런... 아아, 안돼, 또, 이상해져버려....!!!
"유카가 그렇게 사과하지 않아도 돼"
들켜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배덕마저도, 이미 절정에 오르기 위한 소도구. 유방과 클리토리스를 희롱당하고, 목덜미를 낼름거리며 핥는 혀로 인해,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이성마저도 사라져간다.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장하고 있는 연인과의 통화도, 이젠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건지, 심지어 지금 자신이 누구와 얘기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좋아해, 유카"
"내 그것이 좋은거겠지, 안 그래?"
천천히 허리를 밀어올리며 류지가 피스톤운동을 재개한다. 등줄기를 타고 오르내리는 녹아내릴듯한 짜릿한 충격을 놓치기 싫은 것처럼 유카가 잘록한 허리를 요염하게 좌우로 비튼다.
"나도, 조, 좋아해..."
"나도, 유카가 제일, 정말로 좋아"
"이걸 정말 좋아한다고, 그이한테 얘기해"
열락의 불꽃에 온몸을 불사르며, 음란한 복종의 표정을 내보이는 입술 한 구석에서 군침이 흘러 떨어졌다.
"정말 좋아...". 입에서 나온 말이 둘중 누구에게 하는 대답인지, 자신도 모른다.
"고마워. 기뻐. 그럼, 먼저 집에 가서 기다릴께, 있다 봐"
"집에 가긴 개뿔. 더 쑤셔박히고 싶으면서"
"...으, 응"
통화가 끊어진 것도 모를만큼 넋이 나간 유카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아, 벗겨져 어질러진 얼룩투성이의 스커트 위로 집어 던졌다. 류지가 허리 움직임을 멈춘 것도 깨닫지 못하고, 유카는 스스로 엉덩이를 들썩이며, 자신의 손으로 양쪽 유방을 비비고 주무르면서 육욕의 늪에 빠져 녹아들었다. 한편, 아마노는 통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며 별 수 없다는 듯 내일 아침에 돌리려고 했던 다음 해석 준비를 시작했다. 단 한 마디, 아까 낮에 "가지 마"라고, 조금 전 "지금 바로 집으로 와"라고, 그 한 마디로 유카를 연옥의 고통에서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던 것을, 그 때의 아마노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날, 유카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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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는 은근히 개그캐릭터라는...숨겨진 히로인이라더니, 이런거였나. -.-;;
강인한 사람은 여유가 있고, 그래서 늘 유머러스하다는 건, 어떻게 보면 진부할 정도로 스테레오타입이 된 거 같아요. 뭐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요.


아, 그리고 갑자기 든 생각인데, 아마노처럼 겉보기에 평균을 왔다갔다 하는 수준의 평범한 남자가 유카같은 상위 1프로의 여성을 사귀려면 소꿉친구이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을것 같아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연애에 있어서 외모는, 월드컵축구로 비유하면 지역예선과 같다고. 이게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단 얘기라면 참 좋겠지만은, 실상은 지역예선 떨어지면 본선은 없다라는 슬픈 얘기. 자신의 내면을 어필하려면 기회가 주어져야되는데, 성장기가 끝난 뒤엔 일차 서류면접에서 바로 쓰레기통 직행이라는.


또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여자에게 있어서 아마노는 이상적인 결혼상대, 류지는 이상적인 연애상대라고. 물론 최종종결자는 마리에 남편인 료지겠지만, 그건 조커, 도저히 이루기 힘든 로또수준이고.
비전없고 뒤틀려있는 류지는 하지만 아주 우수한 성적능력과 튼튼한 생물학적 유전자 제공대상이고, 아마노는 신체적 유전자는 좀 거식하지만 류지의 아이를 훌륭히 키울 수 있는 부양능력이 있고.
잔인한 얘기지만, 여자 입장에서 료지같은 헛꿈 꾸다 세월 보내느니 충분히 현실적인 차선책으로 선택할 만한 메리트가 있지 않나 싶다는 게지요.
그게 또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아닌 것이,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미국의 한 연구팀에서 몇 년동안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조사해봤더니 서너명에 한 명꼴로 아이와 아버지가 친자관계가 아니더라는 실로 충격적인 결과가...


아무튼 그래서 전작인 "투명한 주박"은 별 흥미가 가지 않았습니다. 너무 우수한 수컷과 암컷의 만남은 전혀 끌리지가 않거든요. 그렇다고 스토리가 없는건 아니고,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 최고의 여배우마저 노예로 부리는 마리에 부부 이야기는 적어도 제겐 전혀 매력이 없었습니다. 조금씩 흠이 있는 인물들이 서로 엉키고 엇갈리고 해야 감정이입이 되는거지, 널리고 널린 메리수 이고깽 류의 것들은 당췌...흠.


뭐 그렇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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