鬼椿 오니츠바키 2-8
제8화
여관 종업원이 저녁식탁을 내가고 2장의 이불을 깔아놓으며 "그럼 천천히, 쉬세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가자마자, 곧바로, 이불 위로 밀어 넘어뜨려졌다. 그리고 수 차례, 절정으로 자지러진다. 보지를 박아대는 자지는 물론이고, 손가락으로, 혀로, 입술로, 온몸을 헤집고 만져진다. 잠시도 쉴 새 없이,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여자답지 못한 음란한 소리를, 몇번이나 몇번이나 흘렸다. 귓가에 대고, "유카선배를 아무데도 못가게 할거야", "유카선배는 내꺼야", 그렇게 반복하고 또 반복해, 쑤셔박듯이 속삭였다. 그것은 욕정도, 살을 섞는 행위도 아니고, 그저 일방적으로 쑤시고 박고 헤집는 행위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힘겹게 숨을 몰아쉬면서, 멍하니 생각했다.
"꺄...싫어...아아아....이젠....그, 그만..."
엉망으로 구겨진 이불 한 장을 벽쪽으로 집어던지고 나면, 류지는 방 한가운데에다 좌식 탁자를 가져다놓는다. 실이 끊어진 꼭둑각시처럼, 훤히 드러난 유방도 가릴 힘이 없이 이불 한 구석에 늘어져있던 유카를 가볍게 안아 탁자위에 엉덩이를 올려 앉혔다.
"류지...군...그만...이제...그만해...."
그러나 말뿐. 저항할 기력도 체력도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체육시간에 기다리고 앉는 자세로 있는 유카의 뒤로 돌아간다. 류지는 손에 말아 가지고 있던 유카타의 허리띠로, 가느다란 손목을 뒤로 해 단단히 묶었다.
"에? 뭐야? 뭘...하는거야?! 저기, 싫어, 하지마...제발..."
꽉 단단하게 묶고 " 뭐긴요, 유카선배를 더 기분좋게 만드는 거죠. 잠시 그대로, 움직이지말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는, 이번엔 앞으로 돌아가 발목을 잡아, 좌우로 크게 벌려 탁자 밑으로 내렸다.
"싫...싫어...이런...싫어...제발...류지군, 이거, 풀어..줘...풀어줘..."
애원하는 소리쯤 가볍게 무시. 류지는 눈썹도 꿈쩍하지 않고 탁자 다리에 각각 유카의 발목을 허리띠로 묶는다.
"너무해, 류지군...이런...심한 짓, 하지 마..." 고개를 숙이고 흐트러진 포니테일의 긴 머리카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오무리려고 해도, 늘씬하게 뻗은 유카의 허벅지는 90도 이상으로 크게 벌어져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류지..군...너무해. 어째서....너무해..."
"너무하긴요. 유카선배를 더 많이 기쁘게 해주려는거에요. 그러니까, 좀더 많이 많이 느껴주면 되요"
묵직한 탁자에 구속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연상의 여대생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그렇게 태연스레 말하고, 발꿈치를 돌려 바로 앞의 창문으로 향한다.
"어...설마...자, 잠깐...싫어...류지군, 안 돼!!!"
유카의 불길한 예상대로, 류지는 미닫이 창을 드드륵, 양쪽으로 열었다. 눈보라가 치기 시작한 어두운 바깥과 방 안을 가리는 것은, 투명한 유리 한 장뿐. 싫어...보여진다...보여져버린다...이런 부끄러운 모습, 보여져버린다...흩날리는 눈이 방해하고 있다고는 해도,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둔 맞은 편에도 같은 전통 여관이 있다. 2층의 바로 정면에 위치한 객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만약, 누군가 창밖을 보면...뒤로 잡은 손바닥에 땀이 배인다.
"닫아줘. 류지군, 제발 닫아줘, 응? 부탁이야, 누가 봐...제발 부탁이니까, 빨리 닫아줘, 닫아줘...."
"괜찮아요. 그렇게 잘은 안 보여요. 그런것보다..."
다시, 열심히 몸을 피하려고 상체를 버둥대는 유카의 뒤로 돌아간 류지는 귓가에 얼굴을 대고 "유카선배, 봐요, 똑바로 봐요. 선배가 지금, 어떤 모습인가" 턱을 쥐고 들어올린다.
"아....이....아...이런...."
눈에 들어온 광경은, 너무나 음란한 자신. 유리는 거울로 변해, 치욕스러운 자태를 선명하게 비춘다. 달아오른 뺨이나 이마에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달라붙어있고, 모양 좋은 부드러운 유방 한 가운데에 젖꼭지가 꼿꼿하게 곤두서 있다. 어깨 근처에 걸린 유카타는 이미 의복으로서의 역할을 잃은지 오래였다. 오히려 음미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정말, 야한 몸, 인걸요. 유-카-선배"
"...부...끄러...워...."
"하지만, 보는것만으로 느껴버린다니. 스스로, 야한 모습을 하고있는 자신을 보고, 진짜로 느껴버린거죠?"
류지의 말로 하는 애무에,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다. 긴 속눈썹의 눈을 커다랗게 뜨고, 빨려들어가듯이, 창에 비친 자태를 가만히 응시했다. 시선을 돌릴 수가 없다. 옅게 달아오른 피부에는 비지땀이 흘러내리고, 류지가 토해낸 정액이 달라붙어있는 옅은 음모 사이에서 연한 핑크색의 소음순이 벌어져 있다. 유카의 눈에는 거기가, 빼꼼히 열린 그곳이, 미끈거리는 빛을 내며 실룩대며 꿈틀거리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느끼..다니..그런..일...없어..."
"거짓말하면, 못써요"
"꺄아....흡, 아아항"
닫을 수 없는 보지를 아래에서 위로, 류지의 손가락이 쓱 문질렀다. 순간, 눈앞에서 불꽃이 튀고, 하복부로 저리는 듯한 충격이 스쳐갔다.
"어라, 몸 쪽은 정직하네요. 손도 대지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젖어있고. 선배, 사실은 이런거 좋아하지요? 보여지는거 아닐까 생각하면, 이렇게 느껴버리는거에요?"
유카의 눈 앞에 내민 손가락 2개가 붙었다 떨어지면, 끈적한 액체가 실처럼 늘어진다. 싫어...나, 이렇게...심장이 크게 뛴다. 오싹오싹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감각이 몸 속 깊은 곳으로부터 차례로 솟아올라, 침식하듯이 신체의 구석구석까지 퍼져 간다.
"아...아냐..."
"또 또.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면서, 선배, 솔직하지 못하게시리"
"아니야...느끼..는...거...아냐....틀려..."
말과는 다르게, 마음에서는 부정할 수 없었다. 나, 느끼는거야...?! 계속해서 애액이 흘러넘치는 걸 알았다. 이런 부끄러운 짓을 당하면서, 느끼는거야....?! 누가 볼지도 모르는데, 느끼는거야....?! 어째서...왜...자신의 신체를, 그 반응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부끄러워 안해도 되는데...좋아. 자, 선배. 잔뜩 느끼게 해줄께요" 마치 못된 장난을 하는 아이같은 말투.
"느끼게 해줄께요...그이보다 더..."
"히....히이이이....아...아아아아..."
등을 크게 젖히고 천정을 바라보며 유카가, 비명과 닮은 환성을 질렀다. 류지의 양손이 유방을 꽉 움켜잡고, 마치 우유를 짜내듯이 비틀어댔다. 단지 그것만으로, 정수리까지 관통하는 격렬한 쾌감을,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같은 감각을 느꼈다.
"시이이이....싫어어어.....안돼안돼안돼...안돼---"
무섭다..., 무서워....원래부터 민감한 유카의 육체는, 류지와 살을 섞고 한 달도 안되는 짧은 시간만에, 그러나 확실히, 류지의 손에 의해 탐욕스레 열락을 요구하는 몸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이대로...어떻게 되는거야...
"아흑, 으흑, 아...아앙...아---- 으응, 하아윽"
손가락 사이로 흘러넘치는 풍성한 유방을 흔들었다가, 손을 크게 벌려 전체를 감싸고 뭉개버릴듯이 눌러 상하좌우로 비빈다. 하나 하나의 애무에 반응하고 허덕여, 상체를 꿈틀대고 몸부림친다. 오직 집요하게 유방만 희롱하는데도, 금새 또다시 절정으로 치닫는다.
"아, 아--, 아앙, 아, 하앙, 으흐--윽"
맑은 눈동자는 생기없이 흐려져, 촛점을 잃고 흔들린다. 작게 열린 입술 가장자리에서 흘러넘친 군침이 주르륵 턱을 타고 목덜미로 흘러내린다.
"아흑....하아하아...아아흡....우으응..."
"유카선배의 거기는, 어떻게 됐을까나"
류지의 오른손이 매끄러운 하얀 피부를 어루만지듯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아, 그...그마..."
말이 되지 않는 소리로나마 저항한다. 지금, 만져지면...나, 어떻게 되어버릴지...밀려오는, 경험한 적 없는 유열의 해일, 그 예감에, 부르르 떤다.
"굉장해, 벌써 테이블까지...선배 거기에서, 자꾸 흘러나와..."
"안...안 돼...."
류지의 손가락이, 표피로부터 완전히 몸을 드러낸, 새빨갛게 충혈된 클리토리스에 닿으려고 하는 순간, 멀리서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려왔다.
"쳇, 좋았는데"
뭐야, 어째서...!? 혀를 차며 류지는 벽의 옷걸이에 걸린 유카의 다운재킷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아까 분명히 전원을 꺼두었는데. 도저히 아마노의 전화를 받을 엄두가 안나서, 신칸센을 탔을 때, 전원을 껐었다. 어떻게?! 류지가 몰래 전원을 켜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이한테 온 전화같은데요"
절정에 오르기 직전에, 깊은 골짜기 밑바닥으로. 다시 등뒤로 돌아온 류지가 뒤에서 팔을 돌려, 눈앞에 들이대었다. 액정화면에 떠있는 이름은 "카즈야-하트-". 설마...온몸의 핏기가 싹 가셨다. 설마...지금...설마...전화를...
"그러고보니까 선배, 오늘 못 돌아간다고, 연락하지 않은거에요? 그이가 걱정해서 전화했잖아요. 제대로 못 간다고 얘기하세요"
"아냐! 류지군!? 안돼!"
"네, 선배"
주저하지 않고 류지가 통화버튼을 눌러, 유카의 귀에 갖다댄다.
"여보세요, 유카"
귀에 익은, 아마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카! 여보세요, 유카, 유카? 나야, 여보세요?"
거짓말하고 멀리 떠나온 장소에서, 거의 전라로 벗겨져 묶인채로, 지독하게 음란한 모습으로 다른 남자에게 희롱당하면서, 연인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무섭고 당황해하는 유카의, 휴대폰을 대고있는 반대편 귓가에서, 류지가 "어라, 선배,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의심할텐데요" 라고, 속삭인다.
"...아, 카즈야...미안.."
알려지면...안돼...눈치채이면...안돼...
"지금, 전화, 괜찮아?"
"아...응...그럭저럭...잠시...라면"
애써 평정을 가장한다. 그 시선의 끝에는, 유방도 보지도 전부 드러낸 자신의 모습이 창에 비치고 있었다.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걸 카즈야가 알게 되면...너무 긴장한 나머지 심장소리가 빨라진다.
"오늘, 몇시쯤, 들어올 수 있어?"
아무것도 모르고, 귀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기색을 보이며 묻는 아마노의 말에, 잊고 있던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뭐라고, 대체 뭐라고 하면 좋아...카즈야에게, 대체 뭐라고 하지?...그래, 돌아갈 수 없다고, 오늘은 힘들겠다고, 그렇게 전해야... 그렇게 전하고, 빨리 전화를 끊어야... 어쨌든 지금은, 빨리...이 상황을...
"...유카?"
"미, 미안...오늘은...못 돌아갈거 같아...좀더 일찍, 전화했어야". 갑자기 목덜미를, 류지의 혀가 핥는다. "...아, 아, 전화했어야". 목덜미를 입술로 쪽 빤다. "...해..했...는...데..."
"그래...". 한숨과 함께, 실망한 음색이 역력해진다.
"선배의 야한 목소리, 그이에게 들려주고 싶은걸". 다시 귓가에서 속삭이는 류지의 목소리. 그런...그, 그만... 류지군, 안 돼... 그런 일 당하면... 초조함이 몰려오는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 등골에 짜릿한 감미로운 자극이 흐른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몇번이나 몇번이나, 연인에게 사과를 거듭한다.
"응, 알았으니까, 그렇게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많이 마시지 말구". 아아아....히이이익. 류지의 오른손이 유두를 꼬집었다. 눈 앞이 하얘진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올뻔한 신음소리를, 입술을 깨물어 삼킨다. 부들부들 떨면서 열심히 신음소리를 참는 유카를 무시하고, 유두를 데굴데굴 비비고 돌리는 류지. 그만....소리가, 소리가 나와버려---.....
"여보세요, 여보세요, 유카??"
"아, 미...안...". 걱정하고 있을 아마노에게, 열심히 뭐든 말을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번엔 젖꼭지가 뽑힐정도로 잡아당겨진다.
"앙....미안"
"정말, 괜찮은거야? 얼마나 마신거야?"
"조그....조금..."
이런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카에게 "선배, 그이랑 전화하면서 젖꼭지 만져지니까, 무지 느껴지지?" 라고 말하며 류지가, 유두를 더욱 더 격렬하게 꼬집고 비벼댄다. 더 이상, 못 참겠어...머리속이 화르르 불타오른다. 제발, 빨리, 빨리 전화를 끊어줘... 소리가, 소리가...
"그럼, 저기....카즈야...도...조심...하구...그럼 이만...."
마치 자기 안에 또다른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저 멍하니 아무말이나, 나오는대로...
"어, 유카!"
"...응? 왜?". 류지가 손가락을, 갑자기, 흠뻑 젖은 보지에 쑤셔넣었다. "아....". 불의의 습격에, 자기도 모르게 환성을 토해낸다. 싫어...가...간다... 눈치채고 말꺼야... 구슬같은 땀이, 목덜미에서, 등에서, 아랫배에서 흘러내린다. "아흐...흑". 간다....!! 툭하고 긴장의 끈이 끊어져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쾌감을 넘어 찌르는듯한 아픔을 느끼면서, 가벼운 절정에 이르렀다. 아---.
"왜 그래, 유카?"
"미...미안, 미안해.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냐. 술이...술을 좀, 흘려서...으응...미안해..."
묶여진 손발이 꿈틀꿈틀 경련하고, 활처럼 젖혀진 등은 뒤쪽의 류지에게 추욱 늘어지고, 포니테일의 머리는 류지의 어깨에 맡기고 천정을 바라보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래? 그럼, 내일 전화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잘 자"
정욕의 어둠에 덮여 점점 작아져 사라지는 빛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목소리를 쥐어짠다.
"...아, 카즈야도...연구 열심히 해...항상, 응원하고 있으니까"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류지는 오로지, 뜨겁게 달라붙어오는 보지를 더욱 더 격렬하게 쑤셔대며, 유카의 안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성마저 죽여 없애갔다.
"고마워. 유카, 사랑해"
연인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저 멀리에서 들려온다.
"응...고마워"
휴대폰을 끊자, 류지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꼬집는다.
"가.....간다...!!!"
순간, 의식이 날아간다. 허벅지 사이에서 조수가 뿜어져나와, 탁자 위에 웅덩이를 만든다.
"야아---, 선배, 잔뜩 싸버렸네요.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싸버렸다는건, 또 그만큼 느껴버린거겠죠. 기뻐요 기뻐"
비웃는 것 같은 류지의 말도 제대로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보...지...마..." 라고 말하고, 눈을 꼭 감는다.
탈의실의 벽걸이 시계는, 벌써 날짜를 하루 넘기고 있었다.
종업원이 방에서 나갔을 때, TV에서는 정확히, 카즈야가 즐겨보는 음악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있었다. 그 뒤로 4시간, 아니, 5시간 가까이, 계속 류지군하고...
심야, 아무도 없는 대온탕에서 피부의 더러움을 씻어내도, 몸 안에는 여전히 격렬한 섹스의 여운이 남아있다. 끝을 모르는 류지의 정력은 물론이고, 거기에 응해 흥분해서, 아찔한 쾌락의 소용돌이에 몸부림치는 자신이, 곤혹스럽다. 아마노에 대한 죄책감이 어느새, 배덕적인 쾌락마저 불러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연인을 배신하는 것으로, 평소보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이 느끼다니...그런거...싫다...싫어... 하지만 지금도, 아직 신체에 남아 있는, 찌잉하는 저리는 것같은 감촉이, 그것이 거짓이 아닌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봐요...당신 대체, 누구야..."
긴 한숨을 내쉬면서, 거울에 비치는 자신에게 묻는다. 조그만 얼굴의 윤곽이 흐릿하게 비쳐 보인다. 스스로도, 자신이 없어져 간다. 전혀 다른 인격에 납치되는 것같은 착각. 신체보다, 아니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기분을 모르겠다. 혼란스러운 머리로 시선을 떨구고, 타올을 꼭 짜서 얼굴에 대고 눌렀다.
방으로 돌아오면, 탁자는 벽에 기대 세워져있고, 이불이 깨끗하게 다시 깔려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음란한 행위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창가 쪽 이불 속에 누워있는 류지의 뒤통수가 보였다. 유카의 구속을 풀며, "짓궂게 굴어서 미안해요" 라고 사과하던 류지에게, 이상하게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혼자 있고 싶어서, 도망치듯 목욕탕으로 향했다. 류지의 어깨에 이불을 올려 덮어주고, 옆의 이불에 기어 든다. 사각사각거리는, 눈이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만 가끔씩 들린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거 맛있네요"같은 말과 별로 다르지 않은 담담한 어조로 류지가 털어 놓은, 류지의 어린 시절을 다시 생각했다.
"철이 들었을 무렵엔 이미 어머니는 없었어요. 그러니까 나, 어머니 얼굴은 몰라요" "아버지는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 있거나, 술에 잔뜩 취하거나 하면, 늘 나를 때렸습니다" "때리면서 -넌 매춘부 자식이야-라고 욕하고, 그래서 난 어머니에게 버려졌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는, 조금도 슬프지 않았어요. 이걸로 이제, 더이상은 아프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안심했으니까요"......
그리고, 어머니를 찾기 위해 토호쿠의 시골을 뛰쳐나와, 혼자 몸으로 도쿄에. 중학교 2학년 가을, 폭력단 사무소에서 살면서, 시키는 대로 "무엇인가"를 옮기는 도중에 체포되었다.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시설에 보내져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테니스에 소질을 발견했다. 대학에 합격하자, 시설의 어른을 보증인으로 해서 자취를 시작했다. 그렇게 담담하게,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유카에게 모두 털어 놓았다. 식탁을 가득 채운 요리를 "이런 맛있는 음식, 처음이다"라고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상냥하고 슬기로우신 부모님 보호아래,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유롭게 자라 온 유카에게는, 믿기 힘들 만큼 거친, 고독한 삶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금까지 류지가 살아 왔는지, 상상도 할 수 없다.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잠이 막 드려는 순간, 류지가 "...선배, 그쪽으로, 가도 괜찮아요?" 라고 묻는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 대답 없이, 유카는 천정을 응시한 채로, 이불 안에서 부시럭부시럭 손을 뻗어 류지의 등을 잡고 안아당겼다.
"유카선배와 이러고 있는게, 가장 기분이 좋을지도...나, 뭔가 터무니없는 말, 했네요..."
"...그러게, 류지군. 그런... 심한 짓 해놓구선"
유카의 풍성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팔 안에서 아기처럼 몸을 말고 누운 류지가 "하지만, 무지하게 느꼈었죠..."
"....바보"
두 사람, 키득키득 서로 작게 웃는다. 얇은 옷을 통해, 류지의 체온이 부드럽게 전해져온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뒤엉켜있던 기분이, 얼음 녹듯 사르르 누그러진다.
"하지만, 선배, 진짜 예뻤어요. 그이도 본 적 없는 선배, 나만의 선배,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정말이지, 류지, 그런 말 하지마..."
"아, 죄송해요. 그래서, 저, 유카선배..."
"응? 뭐?"
"제대로, 내일이 되면...이별...할테니까"
"어..."
"오늘은, 고마웠습니다. 잔뜩 추억도 만들었고, 잔뜩 선배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나, 유카선배와 만나고, 사귀고, 그래서...처음으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선배, 절대 잊지 않을겁니다... 진짜로, 고마웠습니다. 제대로, 헤어지겠습니다..."
그걸로, 류지는 입을 다물었다. 유카 역시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자고 있는 류지의 머리카락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카즈야... 카즈야는 반드시, 괜찮을거야...이젠, 혼자서도, 괜찮을거야... 제대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거야. 진작부터, 혼자서...걸어가고 있는걸...분명히 이젠, 그 상처...극복했을거야...내가, 없어도...그러니까...
류지의 단단한 몸을, 가느다란 팔로 힘껏, 꼬옥 껴안았다.
서로 엇갈리는 생각... 게다가, 깨닫지도 못하고.
전화통화 내용은 7화하고 토씨 하나 안틀리고 똑같습니다. ...당연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