鬼椿 오니츠바키 2-7
제7화
한편, 그 무렵---.
"이제 슬슬, 끝낼까?"
눈이 감긴다. 이틀이나 연속으로 밤을 새웠으니, 피로하지 않을 턱이 없다. 점심먹을 시간조차 나질 않아 대충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고 캔커피와 함께 뱃속에 우겨넣었다. 포장지를 구겨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마우스를 잡는다. 화면이 밝아지면서 숫자가 모니터에 주루륵 나열된다.
새벽녘, 간신히 데이터 입력을 끝낸, 어느 특정 염기배열의 연산. 곧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다.눈을 비벼대면서 키보드를 두드린다.조금, 조금만 더. 무슨 근거같은 것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느낌이 온다.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마리에가 들으면 웃어버릴 것 같아서 아무말도 하지는 못했지만. 지시받은 연구수행 사이사이에, 개인적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자신이 추정하는 "어떤" 단백질의 구조가. 화면을 어지럽게 흐르던 숫자의 열이 멈추자, 크게 숨을 들이쉬고 Enter키를 눌렀다.
"...과연...?"
그저께부터, 유카와는 만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 한 차례 "건강은? 무리하지 마"라고 메일이 왔다. 짧은 메시지였지만, 유카의 배려가 전해져왔다. 겨우 그 정도로도 정말 기쁘다. 그리고 그것이 노력하는데 에너지가 된다. 언제나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무방비한, 순진한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 스트랩에 달린, 유카가 선물한 아기 너구리 마스코트를 양손으로 감싸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천천히 거꾸로 10을 센다. 그리고, 눈을 떴다.
"우와!!! 이거다!!!"
믿기지 않는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선생님! 타카쿠라 선생님! 타카쿠라 선생님!"
의자가 뒤로 넘어가고, 고함이 터져나왔다. 컴퓨터, 각종 전자기기, 온갖 서류가 어수선하게 쌓여있는 살풍경한 연구실에서, 갑작스러운 아마노의 커다란 외침이 오후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찢는다.
"굉장한데요..."
화면에 떠오른 입체구조를 마리에의 가는 손가락이 만진다.컴퓨터가 그려낸 단백질의 표면은 플러스 전하를 의미하는 적색으로 전부 물들어 있었다. 여느 때처럼 아마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등에 몸을 기대오는 마리에의 달콤한 향기도, 어깨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도, 흥분하고 있는 탓인지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여보세요, T공대 타카쿠라입니다. 아뇨, 일전에는. 아무래도, 아니오, 이쪽이야말로"
가만히 화면을 응시하며 수화기에 대고 말을 잇는다.
"그래서, 선생님, 급한 건으로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그쪽의 호스트를 한 대 빌릴까 해서요. ...선생님, 그렇게 딱딱한 말씀 하지 마시고...어떻게든...네, 금방이라도....그렇담 츠쿠바쪽으로...네 정말,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마리에의 찰랑거리는 긴 흑발이 흔들린다. 투명한 눈동자, 새하얗고 매끄러운 피부, 촉촉한 붉은 입술, 성숙한 어른의 매력과 귀여운 아이같은 매력을 겸비한 아름다운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럼, 바로 보내드릴테니까...우리 젊은 아이가 아주 흥미로운 데이터를 이끌어냈거든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통화를 끝마친 마리에가 "잘 했어요"라며 숨이 닿을만큼 얼굴을 가까이 접근해온다. 커다란 눈동자는 상냥한 빛을 띠고, 아마노는 순간 얼어버린다.
"이걸, 그간 쭉 혼자 해왔다니, 대단해요. 아마노군, 과연, 내가 믿고있던 보람이 있네"
"그저...좀 신경이 쓰였던 것 뿐...우연입니다"
크게 벌어진 셔츠의 가슴에서, 진주 목걸이가 빛나고 있다. 도저히 고개를 들고 있기가 민망한 광경. 마리에의 앞머리가 이마에 닿았다.
"이건 내 감이지만, 이건 거의 틀림없다고 봐. 당신이 획기적으로 연구를 진전시킨거에요. 자신을 가져도 돼요. 이봐요, 가슴을 쫙 펴고. 당신 남자잖아"
아마노의 뺨에 올린 손이 마치 지금부터 키스하려는 연인의 모습같다. 아마노에게 있어서는, 연구실에 들어오고부터 마리에에게 야단맞은 일은 몇 번 있었지만, 칭찬받는 건 처음. 그것도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성에게서 "내가 믿고있던"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자신을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고는 짐작도 못했다.
"감사합니다"
몸 깊숙한 곳에서 뭉클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에게 화가 나는 일도, 이렇게 칭찬받는 일도, 부모님을 잃고 나서는 전혀 없었다. 유카의 부모님은 정말 상냥하시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신 적도 없었다. 유카와 가끔 싸우곤 하지만, 그건 전혀 다르다. 선생님이 나를, 제대로 걱정해 주고 있다. 갑자기 마리에와, 그리운 가족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럼, 아마노군, 방금 당신이 입력한 염기 데이터, 츠쿠바의 BRC에 보내줘"
백의의 포켓에 손을 찔러넣고 일어서면, 마리에는 평소의 엄격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블라인드 틈새로부터 오후의 햇빛이 마리에의 조그만 체구를 온화하게 비추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지난 번 거기에다 연결하면 되는거죠?"
갑자기 씨익 미소를 짓는 마리에.
"그렇지, 오늘 밤 시간 어때? 상으로 뭔가 맛있는 음식 대접해줘야지. 언제나 빵에 컵라면, 몸에 안 좋아요. 지금부터는 더 바빠질텐데, 아마노군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예상치도 못한 초대.
유카는 오늘, 써클을 은퇴한 동료와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아마 귀가는 늦을 것이다. 사츠키의 말에 의하면, 써클 정례행사로 뒷풀이도 있을거란다.
"네, 괜찮습니다. 기쁜데요"
마리에가 자리를 뜨자, 책상 서랍에서 조그만 물색상자를 꺼낸다. 올 여름, 써클활동에 매진하던 유카를 만날 수 없었던 시간에 짬짬이 한 아르바이트에서 번 돈을 몽땅 털어넣어, 어제 신쥬쿠의 백화점까지 가서 사왔다. 작은 다이아 반지였다.
유카, 외롭게 해서 미안...나, 노력하고 있어...유카가 옆에 있어줘서, 노력할 수 있어...이번 연구 잘 되면...그 때는 한번 더 "고백"할께...그리고...나와...
"진짜로, 맛있네요"
차례로 나오는 요리를 입에 넣을때마다, 정말로 놀라, 감탄했다.
각종 채소와 생선구이가 푸짐하게 놓인 정식에, 조개로 풍미를 돋구는 담백한 맛에 더해, 검소한 음식재료의 특성을 정성스럽게 살리는 뛰어난 요리사의 장인정신마저 느껴지는 요리였다. 일본요리를 먹자는 마리에의 말에, 처음엔 그저 대학근처 어디로 가는줄 알았었다.
"그렇게 많이 드셔주니 정말 고맙네요. 손님 입맛에 맞는게 제일이지요. 밥, 한 그릇 더 하시겠어요?"
품위있어보이는, 4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여주인이 주걱을 손에들고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 카구라자카의 골목 안에 있는 낡은 목조가게. 가게 이름이고 뭐고 아무것도 씌여있지 않았다. 그저 포렴만 내려진, 얼핏 보면 단순한 민가로 착각하기 쉬운 작은 가게의 방 안에서 마리에와 마주앉아 있었다. 어쩌면 지금,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식사를 하고 있는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 많이 불러?"
"예, 더 이상은 안 들어갈거 같아요"
마리에는 센마이즈케(*주, 얇게 썬 순무를 다시마·미림·고추 등을 넣고, 소금·누룩 등에 절인 발효 식품.)와 젓갈같은 안주에, 데운 술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있다가 남편하고 약속이 있으니까, 식사는 그 때"라면서. 희미하게 홍조로 물든 뺨. 연구실에서 보이는 날카로움은 없고, 처음으로 엿보이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휘감고 있었다.
마리에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맥주 거품을 입에 대고 있었을 때, 강한 시선을 느꼈다. 기모노차림의 여주인이 가만히 온화한 표정으로, 마치 아마노를 품평이라도 하듯 응시하고 있다.
"저...왜 그렇게?"
"어머나, 그만 실례를. 그저 좀..마리에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손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요"
"선생님이 저를요? 마음에 들어 해요?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그럴리가. "다른 과로 전과하는게 어때"라고까지 혹독하게 핀잔을 듣곤하는데. 아마노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여주인은 "아니요, 매우 마음에 들어하신다고 생각해요. 마리에선생님은 벌써 10년째 저희 가게 단골이신데, 남편이나 가족, 아주 가까운 친구분 외에는 여기 같이 오신 적이 없답니다. 젊은 학생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우연이겠지요" 하고 웃어버린다. 그런 것보다, 술에 취한 기분에 조금은 건방진 질문을 한다. 주량을 좀 넘겼는지, 갑자기 흥미가 생긴 탓이었다.
"타카쿠라 선생님은 젊었을 때, 어떠셨어요?" 몸을 기울이고 묻는다.
"그래요, 그 무렵에는..." 정좌한 여주인이 다다미에 손가락을 붙이고 아마노에게 가까이 다가가, "정말이지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가씨였지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을 하고 말을 이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료지 도련님, 그러니까, 남편분하고 결혼하시고 저희 가게에 오시기 시작했더랬지요. 그 무렵엔 참 말수가 적으시고, 사랑스럽고, 상냥하셔서..."
"어? 선생님께선 고교 졸업하고 바로 결혼하신겁니까?"
"네, 같은 학교 동급생이었댔죠. 굉장히 사이가 좋으셔서"
"하츠에씨, 수다가 좀 지나치세요"
어느새 돌아온 마리에를 뒤돌아보고 여주인은, "어머나, 바로 맥주 내 올께요" 라며 당황해서 서둘러 가게 안 쪽으로 사라졌다.
"대체 "그 무렵"이란 건 언제를 말하는거야들" 그렇게 말하며 조그만 술잔을 기울이는 마리에의 턱으로부터 가는 목덜미, 드러난 가슴까지 희미하게 붉다. 백의 위로도 확연히 알 수 있는, 몸에 딱 붙는 옅은 색깔의 블라우스로 감싸인 풍만한 가슴을 과시하고 있다. 스타일이 좋은 건 유카도 마찬가지이지만, 빨려들어갈 것같은 유혹적인 매력은 전혀 다르다. 다시 한번, 여자의 성적인 매력을 강하게 발산하는 미모에 눈을 돌리지 못한다.
"선생님, 고교 동급생하고 결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선생님께서 고백하신건가요?"
"아마노군까지..."역시"는 무슨 뜻?". 물기 띤 눈동자로 도발적인 시선을 보낸다. 선생님, 많이 취하셨구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죄송해요, 그...그게...아, 선생님 남편분은 어떤 분입니까?"
우선은 화제를 돌리자. 선생님처럼 예쁘고, 씩씩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남자와 결혼했을까. 그것도 몹시 궁금하고, 이렇게 둘이서 술 마시며 이야기할 기회도 좀처럼 없고, 라고나 할까. 아, 그러고보니 이게 처음이구나.
"그래...내...주인, 님은말이지..."(*주, ご主人さま-우리가 아는 그 "주인님", ご主人-さま가 빠지면 그냥 남편.). 천천히 말을 끊어 말하며,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키곤, 짖궂은 표정을 하고 탁자에 몸을 기울인다.
주인님?! 역시 또 장난하시는구나.
"그이는 말이지, 나의 전부. 그가 내 전부.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그와 만나고, 스스로도 알지 못한 진짜 내 자신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야. 지금 내 자신은,....모두 그가 있기 때문. 그래서 내 전부, 몸도 마음도 전부, 다 그의 것이야. 알겠어? 아마노군". 단호한 말투다.
아니다, 듣고 싶었던 얘기는 그런게 아니었는데...저렇게까지 남편자랑을...이론파에 합리주의자라고 생각한 지도교수로부터, 뜻밖의 "주책스러운 남편 자랑"을 들어 쓴웃음이 나온다.
"근데, 아마노군은 잘 되어가는거야? 그녀하고"
"네, 물론입니다"
사랑스러운 연인의 얼굴이 뇌리에 떠오른다.
"그럼 다행이지만...그렇지만, 그녀, 무척 예쁘던데, 여기저기서 남자들한테 구애받고 그러지 않을까나. 걱정이 많겠어, 애인인 남자로서는"
"뭐, 헌팅같은거, 꽤 많이 당한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유카가 늘 "카즈야뿐이야", "걱정할 필요 없어"라고 말해주니까, 별로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나도, 그녀를 믿고있고"
자신도 모르게 발끈했다. 민망하게 애인자랑도 해버렸다. 그런데도 "흐음...", 마리에는 또 술잔을 비우고 바닥에 세게 내려놓는다. "그것뿐이야?" 갑자기 목소리가 차갑다.
"그것뿐이라니요? 그게 무슨...?"
당황해서 다시 묻는다.
"믿고 있을 뿐이라니, 그런걸로는, 안 되요. 자, 아마노군, 내 얘기 잘 들어요"
"선생님, 잠깐만요, 왜 그러세요?"
이런이런, 언제나처럼 설교모드로 들어가버렸다. 대체 애인자랑에 남편자랑에. 이게 무슨...얌전히 듣고나 있자. 고개를 푹 숙이고, 긴 머리를 쓸어올리며 째려보는 마리에를 힐끔 쳐다봤다.
"남자와 여자사이의 일이란 건, 그런 낭만적인 동화 속 얘기같은 것이 아니야. 그렇게 안이한 말만 하고 있으면 언젠가 그녀, 빼앗겨요. 아무리 믿고있어도, 배신하고, 망가져버리는게 여자야. 그게 싫으면, 정말로 그녀가 소중하면, 그 누구한테도 뺏기기 싫다고 생각한다면, 그저 상냥한 얼굴로 무조건 믿기만 할게 아니라, 힘으로 그녀를 꼼짝못하게 사로잡아야 돼. 몸도 마음도 철저하게 자기걸로 만들어버려. 남자잖아. 그 정도로 강하지 않으면 안 돼. 문제없어. 아마노군한테는 소질이 있으니까. 내 오산이 아니라면"
술잔은 잠시도 빌 틈이 없다.
"아마노군, 언제 한번 그,것,도 가르쳐줄까나..."
마리에의 눈동자에 요염한 그림자가 흔들거린다.
"알았어?"
"하아..."
유카가 자신을 배신한다니,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는 아마노에게는 별로 와 닿는 이야기가 아니었다.애매하게 대답을 하고 맥주에 손을 뻗었을 때, 미닫이 문이 열리고 여주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잠시 실례합니다. 마리에 선생님, 료지 도련님 도착하셨어요"
"어, 료지가?"
활짝 미소를 짓고, 아마노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료지, 오셨어요" 라고 밝은 목소리로, 방석 위에서 튀어오르듯 일어나 맞으러 나간다. 여주인이 "정말이지 사이가 참 좋죠"라며 미소짓는다.
침대 위로 몸을 던져 아무렇게나 눕는다. 전신이 구름위에 떠 있는 듯한 감각. 좀 과음한 것 같다. 어슴푸레한 자신의 방에서, 취기를 느끼며 천정을 바라보았다.
"타카쿠라 선생님, 정말로 남편을 사랑하고 있었어..."
키가 큰 남편의 가슴에 달라붙어, 몸을 기대고, 천진난만한 마리에의 아이같은 얼굴을 생각해 낸다. 처음으로 만난 마리에의 남편은, 마치 사나운 육식동물과 같은 날카로운 분위기를 내뿜으면서도, 마리에의 어깨를 안아,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다. 정중한 말투였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강인함이 느껴졌다. 나도, 저렇게 의지할 수 있는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멍하니 생각했다.
침대 옆에 던져 두었던 휴대폰을 집는다. 유카...공연히 만나고 싶어진다. 곧 11시. 적어도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아침부터 내내 연결이 되지 않았던 단축번호를 누른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조용한 방에서, 호출음에 귀를 기울인다. 전화 받기 곤란한가...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순간,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유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큰 목소리. 그러나, 전화 저 편에선 대답이 없다.
"유카! 여보세요, 유카, 유카? 나야, 여보세요?"
몇 번이나 불렀을까, "...아, 카즈야...미안.."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전화, 괜찮아?"
"아...응...그럭저럭...잠시...라면"
주위의 눈치를 보고 있는지, 평소보다 말수가 적다. 마음탓인지 소리도 작다.
"오늘, 몇시쯤, 들어올 수 있어?...유카?"
"미, 미안...오늘은...못 돌아갈거 같아...좀더 일찍, 전화했어야...아, 아, 전화했어야...해..했...는...데..."
"그래..." 실망.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어쩔 수 없지.
"응, 알았으니까, 그렇게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많이 마시지 말구......여보세요, 여보세요, 유카??"
"아, 미...안...앙....미안"
"정말, 괜찮은거야? 얼마나 마신거야?"
"조그....조금...그럼, 저기....카즈야...도...조심...하구...그럼 이만...."
"어, 유카!"
"...응? 왜? 아....아흐...흑"
"왜 그래, 유카?"
"미...미안, 미안해.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냐. 술이...술을 좀, 흘려서...으응...미안해..."
목소리가 열기를 띠고 있다. 이런, 꽤나 취했군. 술도 잘 못하면서.
"그래? 그럼, 내일 전화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잘 자"
"...아, 카즈야도...연구 열심히 해...항상, 응원하고 있으니까"
"고마워. 유카, 사랑해"
"응...고마워"
휴대폰을 베개 옆에 두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유카가 "사랑해"라고 하는 아마노에게, "나도"가 아니라 "고마워"라고 한 적은 여지껏 한 번도 없었다. 그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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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아주 물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에로망가인데, 杜拓哉라는 작가 작품이에요. 총 4편이 출간되었는데, 아주 그림체가 작살로 예쁩니다.
발매순서대로,
ここにKissして
ダメって言ったのに
デキちゃったらどうしよ
大丈夫な日だか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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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신작인 大丈夫な日だから는, 질내사정 묘사가 아주 작살이더라구요.
올해 들어 新堂エル의 女の子になって이후로 최고의 에로망가였어요.
참, 女の子になって는 최근 출간된 단행본 TSF物語에 에피소드가 약간 추가되었더군요.
작화도 상당부분 리뉴얼되었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