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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椿 오니츠바키 1-7

제7화


"역시..."
눈을 떴을 때, 무거운 죄책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 지금 없다.
부모님은 출장.
그걸 알고있을 아마노는 그러나,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몸이 무겁다.
아마노의 침대에 혼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면서, 아마노의 얼굴을 떠올린다.
"카즈야...."
그 때, 난 사카키사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카키사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부정할 수도 없는 사실과, 연인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음이 삐걱거린다.
혼란스러웠다.
베개 밑의 휴대폰에 손을 뻗어, 누른 단축 다이얼,
"자동 응답 서비스에 연결합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메시지도 수 차례 보내봤지만 답장은 없었다.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돼"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선배, ...기운내세요"
T공대에 갔다가 오후가 되서 돌아온 아마노가 PC를 응시하고 있다.
말이 들리지 않는 건 아닐텐데, 아무 대답도 없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거에요. 그럴리가 없잖아요.
모리사키 선배가 그런 짓 할 리가, 선배를 배신하는 일 따위, 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 짓.
대기실에서 유카가 다른 남자에게 팔을 돌려 끌어안고 있었다.
자신 이외의 남자가 유카를 안고 있었다.
...유카가 다른 남자와 부둥켜 안고 있었다.
"...대체 이유가 뭐야.."
사츠키가 뒤에 서서 중얼거린다.
"이유가 있으면...그런 짓도 할 수 있는건가..."
쇼트컷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던 손이 멈칫, 했다.
"죄송해요..."
조그만 몸을 더 작게 웅크려, 마치 자신의 잘못이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를 움추린다.
"그 녀석이, 사카키사와라고 하는 남자겠지"
그렇게 말하고, 아마노가 머리를 움켜쥐며 책상에 엎드렸다.
"사츠키가 전에 말한, 같은 동아리의 그 남자겠지"
"...네"
"그 때 사츠키의 말이 옳았던 걸까...설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유카가 나를...그런 남자와..."
"선배, 그러니까, 모리사키 선배와 직접 이야기를..."
"대체 무슨 얘기를...다른 남자와 부둥켜안고 있던 이유를...물어보라구?...
정말이지 나, 바보같은 놈이다...아무것도 모르면서,
유카에 대해 뭐든 다 알고 있다고 혼자 착각하고서는,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결국 이 꼴이면서..."
아마노에게, 유카가 남자를 안고있던 것도 물론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그 순간 유카의 눈동자가 더욱 더 충격이었다.
그 눈동자가, 뇌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 때의 유카의 눈동자는, 틀림없이, 언제나 자신만을 향하던 바로 그 눈동자였다.
상냥하게 상대방을 감싸는 듯한, 따뜻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슬픈 말 하지 마세요..."
사츠키가 살며시 아마노를 등 뒤에서 안아온다.
"...선배, 모리사키 선배하고 헤어지고, 저하고 사귀면 안되나요...
나, 아마노 선배, 저...전에도 말한 것처럼...그...선배...."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아마노의 뒷모습이 무언의 대답을 하는것 같다.
"그렇지요, 선배, 그런 식으로 금방 다른 사람하고 사귀는, 그런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요.
그런 짓 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선배는.
나, 더욱더 선배 좋아하게 됐어요"
떨어지면서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이번엔 옆으로 돌아 눈을 감고있는 옆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선배, 이건 어때요?
이번 일요일, 나하고 데이트 안 할래요? 딱 1번만.
공원이든 어디든 놀러 가서, 마음껏 기분전환하고, 그리고 나서 모리사키 선배하고 제대로 얘기해봐요.
나하고 사귀지 않아도 좋으니까, 대신 딱 한 번만 내 부탁 들어줘요.
선배가 기운만 차리면 난 좋으니까, 우리 한 번만 데이트 해요.
저, 열심히 해서 선배 기운나게 해드릴께요"
쭉 듣고만 있던 아마노의 "그래...어딘가...놀러 갈까..."라는 작은 목소리에 사츠키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 때 휴대폰이 울렸다. 황급히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받아드는 사츠키.
"여보세요, 사츠키입니다. ...응, 알았어, 지금 바로 내려갈께.
선배, 미안해요, 친구가 급한 볼일이 있다고 해서요, 전화할께요, 일요일 기대할께요"


"모리사키 선배, 안녕하세요"
이학부동의 엘리베이터 앞. 누군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뒤돌아 보면 류지가 서 있다. 마치 이것 보라는듯 과장스럽게 목발까지 짚고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애인만나러 가는 길인가요?"
"아, 응, 그냥 잠깐. 사카키사와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저요? 보다시피 다리가 이 모양이라, 강의실까지 지름길로 가볼까하다 그만 헤매는 바람에.
여기 이학부동이네요. 여긴 처음이에요."
"그래..."
류지가 쓴웃음을 짓고 있다.
도저히 그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아마노의 얼굴이 떠오른다.
"정말, 유감이야...나..."
지금은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은 생각뿐이다.
"왜 그래요? 기분이 안좋아 보이는데"
고개를 젓는다. 포니테일의 리본이 흔들렸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이길수 있었는데.
그럼 선배하고 데이트할 수 있었는데.
시합에서 진 것보다 그게 더 분해요. ....선배, 정말 왜 그래요?"
"아니, ...별거 아니야"
애써 밝은 얼굴을 만들어 대답한다.
"그래요...혹시...애인하고 싸우기라도 한거에요?"
"그런거, 아니라니까"
"흠..."
"그럼, 먼저 갈께"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모리사키 선배..."
유카가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닺히자, 류지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든다.


"사츠키..."
마치 유카가 오는 걸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8층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문 앞에서 사츠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핏 봐도 화가 잔뜩 난 모습이었다.
"모리사키 선배, 역시 왔군요. 대체 왜 온거죠?"
말 한마디 한마디에 비난이 듬뿍 묻어나온다.
"사츠키야말로 여긴 왜"
"모리사키 선배 못 들어오게 하려고 여기서 쭉 지키고 있었어요"
당황하는 유카.
"지키고 있었다니...왜..."
사츠키가 양팔을 크게 벌리고 선다.
"모리사키 선배같이 지독한 사람, 선배를 만나게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걸 일일이 말해줘야 알아요?"
경어는 쓰고있지만, 후배가 선배한테 쓸 말투는 아니었다.
"비켜줘, 카즈야하고 할 말이 있어"
속이 상한 유카가 억지로 팔을 치우려고 했지만 사츠키도 지지않고 막아선다.
"이야기라뇨? 무슨 이야기를요?"
"제대로 사과할 일이 있어, 그러니까 비켜"
"무슨 사과요? 어제 사카키사와하고 껴안고 있었던 거, 그거요?
대체 뭐라고 사과할 건데요?"
"!!!"
유카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사츠키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몸을 부르르 떤다.
"다 봤어요, 아마노 선배를 대기실까지 안내해 드렸는데, 거기서, 거기서, 선배가 사카키사와랑..."
"설마...카즈야도..."
몸이 얼어붙는다.
"선배도 보고말았어요, 둘이서 안고 있는 모습"
사츠키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정말이지...그렇게 슬픈 얼굴은 처음 봤어요...
어째서,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아마노 선배한테 할 수 있는거죠?"
"카즈야...카즈야..."
두 사람의 옆을 다른 연구실의 학생 몇사람이 의아하게 쳐다보며 지나간다.
"그만 돌아가세요, 선배. 더이상 아마노 선배 만나지 말라구요"
조그만 몸으로 유카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넣는 사츠키.
"선배도, 모리사키 선배같은 사람하곤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거짓말! 그런..."
"진짜에요. 기분이 진정되면 나하고 교제하겠대요.
이번 일요일에 데이트 약속도 했다구요.....
.....그러니까!!....더 이상 선배한테 심한 짓 하지 말고, 두번 다시는 선배 만나지도 마!
모리사키 선배는, 더 이상 선배의 애인도 뭣도 아냐!
너같은 거, 사카키사와든 누구든, 다른 남자, 아무나 만나면 되잖아!"
사츠키는 엘리베이터 벽에 탈진한듯 기대서있는 유카를 한 손으로 밀어붙인채로, 1층 버튼과 닫힘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려댔다.
"거짓말...거짓말이야..."
"선배한테 거짓말해 속인건 바로 너잖아.
사라져버려, 너같은 거. 선배 앞에서 없어져버려"
모두 다 교묘하게 짜둔 함정. 그 함정에 점점 빠져들어간다.
후회와 죄책감에 짓눌려 침착함을 잃은 유카를 실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유카의 가슴을 비수처럼 파고드는 사츠키의 끝없는 매도를 묵묵히 견디며, 유카는 멍하니 내려가는 숫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즈야..."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언제부터 엇갈려 버렸는지.
지금은 단지 그의 이름만 힘없이 되뇌일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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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미친듯이 내닫고 있습니다.

어느새 본업과 취미활동의 경계선이 희미해져가는 상황...

오늘은 학원이 소방공사로 긴급휴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여유폭발이었군요.

앞으로 세 편만 더 나가면 일단 1부는 끝...입니다.

사실 진짜는 2부부터인데 말이죠.

 

이 작품의 히로인 유카는 다른 야설에 나오는 여자인간들보다 좀더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듭니다.

옛다, 왕자지 받아라, 에 술술 넘어가는 여자는...좀 ...솔직히 무섭잖아요, 여러가지 의미로.

...이렇게까지 꼬셔내기 어려운 히로인은 처음 보는것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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