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37편
언데드로 되살아난 악마들의 시체는 보통 악마들처럼 폭발해 사라지지도 않았다. 때문에 슈발츠와 노예들은 그것들을 한데 모아 불에 태워야 했다. 오르커스의 시체를 불태우는 불길은 보름이나 이어졌다.
에버미트와 연락한 젤로나를 통해, 설다네셀러 난민들의 비극은 곧 재확인되었다. 난민촌의 설다네셀러 주민들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 말이다. 다른 곳에서도 그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설다네셀러의 엘프들은 모두 생명의 나무와의 연결을 가졌던 것이었다. 아직 생명의 나무와 확고한 연결을 가지지 않은 나이어린 소년 소녀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목숨을 잃었다.
노예들 대부분을 원래 위치로 돌려보내고, 두르나와 함께 뒷정리를 시작한 슈발츠는 오르커스를 불러들인 마법사인 이레니쿠스의 동강난 시신에서 그의 일지를 찾았을 때 한마디 안할 수 없었다.
" 바알도 그렇고, 왜 악당들은 이렇게 자신의 [업적]을 시시콜콜히 남기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거지? "/슈발츠
" 글쎄요, 하지만 그 덕에 우린 사건을 전말을 알 수 있어 좋잖아요? "/두르나
" 난 일지따위 남기지 않는다고. "/슈발츠
" 주인님께서는 악당이 아니시잖아요. 그리고 대신이라기 뭐하지만 [장부]를 남기고 계세요. "/두르나
두르나의 말이 맞았다. 슈발츠는 그제사 고개를 끄덕이고 은근슬쩍 넘어가기로 한 후 이레니쿠스의 일지에서 쓸만한 정보가 없는지 살펴 보았다.
" 이놈도 시어릭이랑 계약을 했구만. "
정말 시어릭은 만악의 근원이었다.
이레니쿠스는 생전에 악마와 맺은 계약과, 바알의 준차원에서 [고라이온의 양자]와 벌였던 결전의 영향으로 심판의 도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어비스의 밑바닥으로 처박혔다. 거기서 최하급의 악마가 되는 것이 그의 남은 운명이 될 예정이었지만, 힘을 잃었더라도 천성적인 교활함과 지식까지 잃지는 않았던 그 쓰레기 마법사는 다른 길을 찾았다. 한 고위 악마의 조언자로 채용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몆번의 음모의 사슬을 엮은 결과, 시어릭에게까지 줄이 닿게 되었다.
시어릭은 이 악마보다 더한 놈을 되살려주는 대신, 자신을 위해 일할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가 맏긴 임무가 다름아닌 오르커스가 지상에 진출하게 돕는 일이었다. 그 마왕은 수많은 죽음을 초래해 살인의 군주를 살찌울 것이고, 또한 그가 만들어 낼 수많은 언데드들은 시어릭의 은밀한 동맹자인 강령술의 신 벨샤룬의 위세도 드높일 것이었다.
죽기 전보다 더 강력한 악당이 되어 설다네셀러를 다시 강습한 이레니쿠스는 깔끔하게 전에 못다한 일들의 뒷처리를 했다. 그 도시를 불로 파괴하고, 납치한 여왕을 제물로 삼아 생명의 나무 뿌리가 있는 신성한 지하 영묘에서부터(슈발츠가 오르커스랑 투닥거렸던 곳이 바로 엘프들의 신성한 영묘였다) 오르커스의 차원으로 통하는 거대한 관문을 열었고, 악마 군단이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다만 그가 오산한 것이 있다면 그건 슈발츠의 존재였다. 지상의 어떤 군대도 할 수 없는 일을 혼자서 해치울 수 있는 그가 마침 그 자리에 때맞춰 도착했던 덕에, 지상은 오르커스의 진출(?)로 부터 무사할 수 있었고, 이레니쿠스는 이번에는 시어릭의 차원으로 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슈발츠는 몰랐지만, 이레니쿠스는 [조넬러스]라 불리웠던 시절엔 엘레심 여왕의 약혼자였고, 여왕의 배우자에 어울릴만한 실력을 가진 위대한 마법사였다. 그런 그가 결국은 여왕을 죽이고 그 도시를 멸망시키는 것으로도 모자라 생명의 나무와 함게 그 도시의 생존자 전원을 죽이게 되었으니, 설다네셀러 주민들의 입장에선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을 것이었다.
물론 비극 자체는 설다네셀러의 주민들이 자초한 것이다. 그들이 조넬러스가 처음 실패했을 때 깔끔하게 죽여버렸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니.
일지엔 도움이 될만한 정보도 있었다. 특히 중요한 정보는 미스트라 휘하의 신인 강령술의 신 벨샤룬이 시어릭과 동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드웨머 하트(미스트라의 차원)은 그 내부에 적을 키우고 있는 셈이 된다.
"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겠군... "
단순히 미친 마법사의 일지만으로는 신을 무고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 슈발츠는 물증을 찾아야 했다. 그것도 크고 아름다운, 확실한 것으로 말이다.
오르커스의 시체가 불타는 것을 지켜보며 슈발츠가 쉬는 동안, 에버미트에서 차원문을 타고 온 엘프 마법사들이 슈발츠를 찾아왔다.
" 여섯번째로 영예로운 분이시여(젤로나의 왕위 계승 서열이 여섯번째다), 건강과 안녕이 영원하시기를. "
엘프도 아닌 슈발츠를 향해 에버미트의 최고위 마법사들이 진심을 담아 최상의 예의를 갖추는 것은, 그가 비단 엠라루릴 왕실에 속해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설다네셀러의 파멸적인 운명으로부터 웰다쓰를 지켜낸 일이 젤로나를 통해 에버미트에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엘프 마법사들과 그들의 호위로 따라온 엘리트 워 가드들은 경의가 가득한 눈길로 슈발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어쩐 일이시오, 가장 현명한 자들이여? "/슈발츠
" 여왕께서 유물의 회수와 생존자의 수색을 위해 저희들을 보내셨습니다. "/엘프 마법사의 대표
슈발츠는 잡낭에서 리인 란소른을 꺼내어 보였다. 그 전설적인 아티팩트를 본 다른 엘프들의 눈이 휘둥그레 지는 것을, 마침 땔감을 마저 챙겨 들고 광장으로 들어온 두르나가 재미있다는 듯이 지켜보았다.
" 그럼 일단 이것부터 가져가셔야겠구려. "
슈발츠는 두말없이 그 작은 등불을 엘프들에게 넘겼다. 감격한 마법사들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독촉해 다른 부족들로 흩어져 간 생존자를 찾도록 만든 후, 슈발츠는 그제사 한짐 내려 놓은 느낌으로 다시 모닥불옆에 앉았다. 두르나도 모처럼 엘리트 워 가드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남은 악마의 잔해들을 처리하도록 내버려 두고 슈발츠 옆에 기대어 앉았다.
" 엄청난 일이었지만, 대충 끝난거 같네요. "/두르나
" 아아, 하지만 에버미트는 이제부터 좀 고생문이 열릴 거다. "/슈발츠
두르나는 무너진 도시를 둘러보면서 씨익 웃었다. 확실히 이걸 재건하려면 보통의 노력으론 안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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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츠의 비늘은 처음 며칠 동안은 탁한 검은색이었지만, 점차 흑요석 같이 빛나며 광선을 반사하는 능력을 되찾았다. 슈발츠는 [실버 드래곤이었다가 이제 흑요석 드래곤이 됐다]는 식으로 농담을 하며 웃었지만, 노예들은 처음엔 크게 슬퍼하고 불안해 했었다. 또한 슈발츠의 날개는, 모든 수단을 써 보았지만 다시 재생되지 않았다. 그것은 오르커스와의 일전이 슈발츠에게 남긴 [흉터]로 남았다.
비늘이야 그렇다손 쳐도 날개를 잃은 것은 심각한 손실이었다. 그에 대해서, 슈발츠는 울먹이려는 노예들에게 [이제 젤롯 4호기를 쓸 일이 더 늘어났군]하면서 농담을 하며 무마하고는 마법을 써서 자신의 날개의 남은 흔적을 지웠다. 오르커스를 쓰러뜨린 후로 그의 유머 감각은 예전보다는 늘어났다. 아니 정확히는 관록이 늘었다.
지독한 전투를 치른 후였기 때문에 모두가 쉬고 싶어 했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노예들도 슈발츠의 변화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인 것은 마찬가지였기 매문에, 마침 만찬장 건물도 완성되고 해서 슈발츠는 거의 보름 동안을 자신의 궁성에서 노예들의 수발을 받으며 목욕과 식사를 즐기며 쉬었다.
슈발츠는 오르커스를 쓰러뜨린 기념으로 그의 도리깨를 전리품으로 가졌다. 그 불길한 물건을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떠맏은 것이 좀 더 진실에 가까웠지만. 놀랍게도 그 도리깨는 사용자의 크기에 맞춰 크기가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그 불길한 물건을 그대로 두기에 뭣했기 때문에, 그는 젤로나와 알루스트리엘에게 도리깨의 해체 방법을 찾도록 시켰다. 그리고 와우킨도. 슈발츠는 혹시나 그녀가 도리깨를 정화시킬 방법을 알지 않을까 했지만, 본격적인 악마학은 와우킨의 전공이 아니었다.
와우킨은 그러지 않았지만, 수니는 그 도리깨가 궁성에 들어왔을 때 크게 불안해 했다. 그녀를 위해 도리깨 주변에 결계를 쳐서 악한 영기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치하는데는 심불과 알루스트리엘이 합작해야 했다.
" 그나저나,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섬칫한 물건이었어요. "/와우킨
" 아아, 그런데도 그 물건을 능숙하게 쓰던 놈이 내 손에 죽었다는 사실이 중요한거지. "/슈발츠
" 맞아요. 주인님이 최고임... 응음... "/두르나
침대에 가로누워 있는 와우킨의 황금빛 나체를 쓰다듬으며, 슈발츠는 느긋한 표정으로 즐기고 있었다. 막 절정을 맞아 파김치가 된 수니가 그녀의 옆에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고, 막 그녀의 자궁 안에 한번 사정한 슈발츠의 자지를 청소하느라 두르나가 오랄 봉사중이었다. 그녀는 세명 중 제일 먼저 자궁에 슈발츠의 사정을 한번 받아 다리 사이에서 정액이 새어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와우킨은 짬이 자기보다 쳐지는 수니가 자기보다 먼저 사정을 받았다는 점이 약간 불만이었지만, 슈발츠가 즐기기 쉽도록 가슴을 내민 채로 몸 전부를 그의 손길에 내맏기고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 아... 응... "
슈발츠의 검은 손길이 그녀의 곡선을 따라 흐를 때 마다, 닿은 피부에서부터 꿈같은 쾌감이 흘렀다. 이렇게 보니 은색이 아니라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비늘도 그에게 굉장히 어울렸다.
" 주인님... 검은 비늘도 무척 멋지세요... "/와우킨
" 아아, 내가 좀 잘생겼지. "/슈발츠
노예들은 두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두르나가 오랄 봉사로 슈발츠의 자지에 대한 청소를 마치자, 와우킨의 차례가 되었다. 슈발츠가 상체를 일으키자 와우킨은 여신다운 우아한 태도로, 하지만 그지없이 유혹적으로 무릎을 세워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후 슈발츠 쪽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 천박하군. "
" 네... 하지만 주인님 앞에서만... 천박한 것이... 저의 기쁨입니다. 히익!... "
여신의 대답이 슈발츠를 기쁘게 했다. 그는 슬쩍 자지를 와우킨의 보지에 문지르며 양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그동안 두르나는 슈발츠의 항문을 핥고 빨기 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봉사를 기분좋게 즐기며, 슈발츠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내밀었다.
" 아!... "
와우킨의 보지는 이제 완전히 슈발츠의 자지 전용의 보지가 되어 있었다. 충분하게 윤활된 자지가 한번에 자궁까지 닿으면서, 그녀는 아찔한 쾌감을 느끼며 성심을 다해 슈발츠의 자지를 부드럽게 감쌌다. 여신의 보지라고 해도 여느 다른 노예들의 그것과 그리 큰 차이는 없지만, 여신의 몸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방향은 독특한 것이 슈발츠의 흥취를 끄는 바가 있었다.
물론 방향은 다른 노예들도 다 풍기고 있지만, 와우킨과 수니, 그리고 알루데시아는 [주인의 기분에 맞추어] 그것의 농도나 향기의 종류까지 바꿀 수 있었다. 굳이 따지라면 마치 섹스를 위해 만들어진 몸을 가진 것과 같았다. 그래서 같은 삽입이라도, 그 세명과의 섹스는 특별히 더 기분이 괜찮았다.
물론 그렇다고 슈발츠가 자신을 잃고 빠져들 정도까지는 아니고, 원두커피를 마시다 티오피를 마시는 정도의 차이랄까.
" 내가 왜 널 먼져 안아 주지 않았는지 궁금하겠지? "
와우킨은 마음속을 간파 당하자 조금 당황했다. 슈발츠는 그녀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뒤에서 그녀를 끌어 안고 상반신을 일으킨 후, 그 특유의 꺼칠한 혓바닥을 써서 그녀의 목을 핥아올렸다. 틀어올린 머리 때문에 드러난 그녀의 하얀 목덜미는 무척 먹음직스러웠다.
" 히아악!?... 아... 네... 궁금합니다. 하익!... "
보지 안을 가득 채운 슈발츠의 자지가 슬슬 움직임에 따라 그곳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아찔한 쾌감에 몽롱해지며, 와우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쾌감을 억누르며 말하기 위해 악다문 입술 사이로 한줄기의 맑은 침이 흘러내려 침대 위로 떨어졌다. 위와 아래에 모두 홍수가 난 그 광경을 보며 슈발츠가 웃었다.
" 단순한 이치다. 오늘은 수니가 너보다 더 열심히 봉사 했거든. "
슈발츠의 말대로였다. 은근히 수니에 대해서는 우월감을 느끼고 있던 와우킨은 슈발츠가 수니로부터 오랄 봉사를 받고 있는 동안 자신의 몸매 자랑에 바빴었다. 그제사 수니는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 하윽!...제,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응읍... "
입 안으로 들어온 슈발츠의 손가락을, 무슨 사탕 막대라도 되는 양 열정적으로 빨아들이는 여신을 보며 슈발츠는 만족을 느꼈다. 노예들 사이에 경쟁을 조장하는 것은 슈발츠의 전통적인 정책이다. 그리고 그것 만큼 노예들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도 드물었다. 물론 슈발츠는 그 경쟁에 적당한 [선]을 그을 줄 안다.
" 아아!...아하아!!... 아하아앙!!... "
그가 한번 찌를 때 마다, 여신의 입술 사이로 감격에 넘친 교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두르나의 침전 안은 여신의 음탕한 교성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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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장]에 대해서 말하라면, 그것의 설계자인 칼라드네이가 복귀해서 만든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것이 되었다. 멀호란드산 유백색 대리석을 대량으로 사용해 만든 원형의 바닥을 만들고, 그 위로 둥근 기둥으로 열주 회랑을 세운 대목 까지는 두르나의 침전과 대충 비슷했지만, 만찬장에는 열주 회랑 안으로 다시 벽이 원형으로 둘러 쳐졌다. 그리고 그 내부는 위쪽의 1/4정도의 [지붕]을 투명한 유리강으로 덮어씌운 것을 포함해 완전히 원형이었다. 또한 유리 돔 아래 부분에는 하늘을 향해 작은 창이 십수개 뚫려 있었다.
그 원형의 공간의 아래쪽 일부를 잘라낸 듯이 평평하게 흑요석으로 바닥을 깔고, 가운데 대리석으로 만든 원탁을 배치했다. 주방은 바로 그 거대한 원형의 원탁 한가운데를 다시 원형으로 파서 조리기구와 찬장을 배치함으로써 해결했다. 가장 화려하고 큰 슈발츠의 자리만 제외하고 다른 좌석들은 얼마든지 더하고 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고, 원탁 위로 올려진 옺칠되고 은으로 테를 둘러 친 흑목 식탁은 그 바닥에 일종의 베어링이 달려 있어 원형으로 회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가운데서 요리사가 금방 요리한 요리를 회전하는 식탁으로 서빙하는 것이다.
조리기구는 모두 아다만틴과 금은과 일리시움으로 만들어져 더없이 화려했던데다 직접 불을 사용하지 않고 간단한 조작 만으로 데우거나 차갑게 할 수 있는 마법이 걸려진 특제로, 모두 젤로나의 작품이었다. 심지어는 식칼까지 아다만틴 제품으로, 같은 마법이 걸려 있었다. 발레리아는 농담 삼아 [식칼로 고렘도 잡을 기세]라고 했지만, 그 날을 갈 필요조차 없는 식칼은 누가 사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그게 농담이 아닐 수도 있었다.
" 아아, 드디어 앉아서 식사할 수 있겠군... "
완성된 만찬장 앞에서 슈발츠가 농담을 하자, 노예들은 저마다 웃었다. 지금 그의 주변엔 와우킨을 포함한 모든 노예들이 모여 있었다. 젠틸 킵에서의 월동을 마친 발레리아도 마침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불러 메인 요리사로 삼아 만찬장 준공 기념 파티를 하기로 했기 것이다. 그리고 아돈과 샘슨도 인간의 요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소환되어 동석했는데, 그 유니콘들은 처음에 여신 앞에서 무척 수줍어했다.
슈발츠가 맨 먼저 들어가고 나서, 두르나와 다른 노예들이 앞다투어 들어왔다.
" 우와아... "/노예들
" 여긴 제 자리네요. "/발레리아
" 예 사부, 그렇사옵니다! "/젤라노라
젤라노라의 격식을 갖춘 농담 덕분에 모두가 다시 웃었다. 엄연히 따지면 그녀는 발레리아의 (요리)제자가 맞았기 때문이다. 테이블 가운데의 원형 조리실에 선 발레리아는 하얀 빵모자를 쓰고 쑥스럽게 웃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새 조리기구를 보며 그녀는 크게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 요리 재료도 완비되어 있어요. "/알루시아
" 요것은 육지 "/플로라
" 요것은 바다에서 나는 것들입지요. "/샤이라
플로라와 샤이라 두 명이 얼음을 채운 일리시움 상자 안에 든 요리 재료를 펼쳐 보였다. 당연하지만 채식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플로라의 영향으로 육지의 재료는 대부분 [풀]이었고, 샤이라가 고향 마을에서 가져온 재료들은 주로 조개들과 게, 물고기들이었다.
" 오오, 이 뭐랄가 이상하게 생긴 딱딱한 것도 먹는 건가? "/두르나
" 물론 먹는 거죠, 매우 맛있어요 언니. "/샤이라
게를 처음 본 두르나는 이것도 먹는 거냐며 신기해 했다. 그리고 이윽고 플로라와 샤이라를 조수로 삼은 발레리아가 요리를 시작했고, 피치못한 사유로 만찬장의 반대방향 끝에 자리를 깔고 앉게 된 와우킨과 알루데시아를 제외한 전원이 원탁에 둘러 앉았다. 그리고 수니는 알루데시아가 없는 틈을 타서 슈발츠의 발치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다.
한 상을 돌린 후 요리사들까지 합세해서 음식과 음료를 나누어 먹고 마시는 동안, 새로 슈발츠의 노예가 될 예정(?)이었던 미샤와 아노라가 선배 노예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만찬장을 한바퀴 돌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여신까지 슈발츠의 노예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고, 다름아닌 와우킨을 직접 알현(?)하게 되어서 더더욱 크게 놀랐다. 수니의 존재도 그들을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이미 알루데시아를 본 적이 있었던 그녀들에게 있어서 동물화된 수니의 존재는 조금 덜 놀랍게 다가왔다.
" 오호호... 괜찮아요 괜찮아. 여신이라도 주인님 앞에선 다 똑같은 노예인걸. 나야말로 잘 부탁해요 동생들. "
와우킨은 자칫 주눅이 들 수도 있었을 동생들을 격의없게 대해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그녀의 대범함을 어필할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젤로나는 쑥덕공론 클럽에 두명 중 하나라도 픽업하기 위해 눈을 빛내고 있다가, 두명 다 마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무척 실망했다.
두르나는 오랜만에 슈발츠와 포도주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며 대작을 했다. 술에 물을 타서 마시는 것이 보통인 지상 출신 노예들은 두명의 대작 스타일(?)에 놀라는 눈치였다. 도전정신으로 가득 찬 알루데시아는 두르나에게 도전했다가 그만 술에 취해 쓰러졌다.
" 아하하하하!... 그럼 그렇지, 지상인이 주량으로 우리 드로우를 이기기엔 백년은 일러! "
기분좋게 적당히 취한 두르나의 웃음이 울려퍼졋다. 그리고 물에 탄 포도주를 홀짝이며(얌전을 떨다가) 적당히 취기가 오른 플로라가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회전 테이블이 돌아서 한순간 휘청했지만, 곧 엘프 특유의 기민함으로 중심을 잡은 그녀는 크게 외쳤다.
" 스트레이트 따위!!... 포클루칸이 자랑하는 졸업생인 플로라, 노래하겠습니다!! "/플로라
" 오오! "/나머지 모두들
" 세상에 아직 빛도 어둠도 없던 시절, 처음 대지가 생겨났다네... "
" 오예~ 생겨났다네~ "/아돈, 샘슨
플로라가 [창세가]를 부르자, 마침 에일 통을 따고 나서 소위 [병나발을 불던] 아돈과 샘슨이 익숙한 곡조(창세가는 엘프들의 노래다)에 코러스를 넣기 시작했다.
" 유니콘이 아니라 선술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선원 같아... "/사피아
" 푸흑!... "/칼리야
유니콘에 대해 사피아가 한마디 하자, 옆에 앉아서 (되도록 얌전히 티 안나게)식사를 즐기던 칼리야가 먹고 있던 음식을 뿜었다. 그녀가 흘린 음식을 닦으며 부산을 떠는 동안, 반대편에서는 미스트라 스폰들이 동아리 모임마냥 한데 앉아서 서로 [주인님의 취향과 테크닉]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고, 마침 근처를 지나던, 주인님의 취향에 대한 자료 수집에 열심인 뉴비 미샤와 아노라가 열심히 경청하면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플로라의 곡조에 맞추어 샤이라가 바다 엘프들이 추는 우아한 춤을 춰 보이자(지상에서 추는 그것은 약간은 불안정하게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우아했다),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 푸하! 저도 이제 한계에요. 끄윽!... "/두르나
" 오호, 겨우 그걸로? 많이 약해졌구나 두르나야. 전엔 이러지 않았쟎니? "/슈발츠
마침내 두르나가 나가 떨어졋다. 슈발츠의 도발에도 넘어가지 않은 그녀는 손을 흔들다가 모로 쓰러졌다. 게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이었다.
" 아하하하!... "
" 호호호호!.. "
그렇게 즐거운 한때가 지나고 있었다.
파티를 끝내고, 저마다 술깨는 약(made by 플로라)를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몆몆 노예들은 평소의 이미지를 깨는 스스로의 주사에 대해 약간의 쪽팔림을 반성한 후, 저마다 여자다운 수다를 떨며 두르나의 침전 앞의 뜰에 모였다. 오늘의 마지막 순서로 미샤와 아노라의 노예 임명식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 ... 그리하여, 저는 완전한 저의 자의로 슈발츠님을 저의 영원한 영혼의 주인님으로 모실 것이며, 언제나 주인님의 뜻에 따라 종신토록... 아니 죽음 저 너머까지 주인님께 봉사할 것임을 맹세합니다. "/미샤, 아노라
노예의 맹세가 끝나고, 슈발츠는 두명의 자궁 위로 자신의 사인을 썼다. 자신의 것이라는 표시라는 그 마법적인 글씨는 그녀들의 자궁 위에서 한번 무지개색으로 빛나는가 싶더니 스르륵 사라져 버렸지만, 미샤와 아노라는 그 글씨의 존재감을 뜨겁게 느꼈다.
" 절! "
두르나의 외침에 따라, 두명이 어껠르 나란히 하고 땅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는 것을 끝으로, 노예 임명식은 완료되었다.
" 축하해요! "/와우킨
" 축하해! "/두르나
먼저 노예가 된 다른 노예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두명은 슈발츠를 따라 두르나의 침전으로 들어갔다. 노예 임명 기념식의 관례인 단독 침대 수발 타임이다(이번에는 단독은 아니지만). 다른 노예들의 휘파람 소리와 격려를 들으며 두명은 기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묘한 표정을 지으며 슈발츠 뒤를 따라 두르나의 침전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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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쉬어가는 페이지입니다! 슈발츠와 노예들의 파뤼!!!
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