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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35편

" 리인 란소른이란게 길가에 떨어져있는 돌맹이도 아니고... "


시리나 공주를 궁으로 돌려보낸 바로 그 이튿날 아침에 곧바로 마법을 써서 설다네셀러의 폐허로 돌아온 슈발츠는, 그 폐허를 이틀째 헤메고 있었다. 엘프들이 남긴 유물들은 제법 많이 건질 수 있었지만, 아직도 불에 탄 시체들이 사방에 널려 있는 광경을 감수해야 했다. 발견하는 시체마다 장례를 치뤄 주는 것도 제법 고역이지만, 젤로나의 체면을 생각하면 소홀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젤라노라의 호위역으로  테티르 왕궁에 남겨둔) 알루데시아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을 조금 후회했다.


" 이친구가 엘한인가 보군. "


설다네셀러의 총사령관인 엘한은 도시의 입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광장 한가운데서 다른 수십 구의 엘프 병사들의 시체와 함게 발견되었다. 시체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지만(분명하게도 마법적인 불에 당한 것이었다), 손에 쥐어져 있는 부러진 검의 폼멜 장식으로 그의 시신을 구분할 수 있었다.


" 마법사의 분탕질은 어딜 가나 민폐군. "


그러고보니 설다네셀러의 방어는 엘레심 여왕과 관련이 있다고만 알려진 이레니쿠스라는 마법사의 공격 때문에 결정적으로 약화되었었다. 그리고 슈발츠는 이레니쿠스를 한번 만나 본 적이 있었다. 우스트 나타의 대모의 방에서, 그 마법사와 그의 [여동생]이 풍겨 내던 역겨운 냄새는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었다. 문득 시리나 공주가 꾸었다는 예지몽 속의 [인간 가죽을 둘러 쓴 창백한 마법사]라는 대목이 떠올랐다.


슈발츠의 기억 속의 이레니쿠스도 인간 가죽으로 된 가면을 둘러 쓰고 있었다.


" 설마... "


이레니쿠스가 벌목꾼의 두목인 번렙을 도왔다면, 번렙이 그토록 쉽게 악귀와 계약을 맺고 도시를 공격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설명이 가능했다. 그리고 여왕의 실종도 분명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두르나가 시신들을 한데 모아 불을 붙이는 동안, 슈발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볼로게담이 쓴 [바알 사가 2부, 엠의 그림자]에 따르면 리인 란소른은 하이 프리스트 더민에 의해 설다네셀러의 릴리페인 신전에 되돌려졌다 했었지... 그리고 그것은 한 강력한 환상으로 모습을 바꾸었는데... "


슈발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신전의 폐허로 향했다. 이미 한번 돌아본 곳이었지만, 이번에는 찾는 것이 보물이나 시체가 아니라 조각이라는 점이 달랐다. 릴리페인의 신전 내부에 위치해 있었던 다른 대부분의 조각상들은 일부나 전체가 파손되어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흩어져 있었는데, 슈발츠는 그 중에서 목표로 하던걸 찾아 냈다.


" 릴리페인의 상징은 참나무 지팡이지... "


돌로 된 거대한 참나무 지팡이를 찾은 슈발츠는 그것에 마법과 환상을 걷어 내는 주문을 사용했다. 엘프들의 환상술 기예는 전설적이라 첫 시도엔 실패했지만, 돌아오는 주문의 반발력 때문에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가지게 된 슈발츠는 더 강력한 주문을 날려 결국 환상술을 깨트렸다.


파아앗...


작은 파열음과 함께 거대한 참나무 형상이 조각조각 흩어지기 시작하고, 결국 남은 것은 일리시움으로 정교하게 조각한 하나의 작은 등불, 리인 란소른이었다.


" 아이러니하군. 어떤 환상술도 무력화시킨다는 유물을 환상술을 써서 감추다니. "


그 무렵 광장의 시체 정리를 끝마친 두르나가 신전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녀는 슈발츠가 손에 들고 있는 푸른 색의 빛을 발하는 등불을 보고 두 손을 모으고 기뻐했다.


" 주인님, 찾으셨군요! "/두르나


" 아아, 의외로 인간 바드들이 도움이 되는군. "/슈발츠


" 에?... 인간 바드라니요?... "/두르나


의아해하는 두르나를 향해 웃어 보인 슈발츠는 리인 란소른을 모포에 싸서 잡낭에 넣었다.


" 이제 이걸 어떻게 쓰는지를 궁리해야 할 때가 되었군. "


그 고민도 그리 오래지는 않았다. 저녁무렵 폐허 속에서 하이 프리스트 더민의 일지를 찾았을 때, 슈발츠는 쾌재를 불렀다. 그녀는 리인 란소른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었기 때문이다.


" 음... 그러니까설라무네... 리인 란소른, 리인 란소른... "


슈발츠가 일지를 뒤지는 동안 해가 떨어지며 어둠이 드리워졌다. 간단하게 주문으로 빛을 밝히고 다시 일지를 읽으려는데, 밖에서 두르나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 주인님, 밖을 좀 보세요! "


무슨일인가 하고 두르나에게 이끌려 나온 슈발츠는 잠깐이었지만 당황했다.


밤의 정적 속에서, 달빛과 같이 희미하게 빛나는 그림자 형상들이 폐허 사이를 오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그믐밤이었기 때문에 달빛의 조화는 아니었고, 분명하게도 유령들이었다.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그 유령들은 슈발츠나 두르나의 존재엔 아랑곳 없이 슬픈 표정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슈발츠는 그것이 설다네셀러의 주민들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등 뒤에서 오들거리며 떨고 있던 두르나의 눈 앞에서 한 투명한 엘프 어린아이가 무언가를 찾는 듯이 애타는 표정으로 스쳐 지나 가면서 슈발츠의 몸을 관통해 지나갔지만, 어떤 문제도 없었다.


마침내 슈발츠는 그 유령들이 그들이 죽기 전의 행동을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광장 근처에서 무언가와 싸우는 듯한 더민과 엘한의 유령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정체는 그 차림새와 무기로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용감하게 싸웠지만, 어떻게 압도되며 전열이 무너져 갔는지를 재현하고 있었다.


그 유령들을 보고 있으면서, 슈발츠는 설다네셀러 주변의 공기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굳이 설명하라면 뭐랄까, 다른 세계와 접촉한 듯한 느낌이랄까. 혹시나 싶어 슈발츠는 리인 란소른을 잡낭에서 꺼내었다.


화아앗...


그것을 감싸고 있던 모포를 벗기기 전에도, 그 등불은 낮에 발견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찬란할 정도의 푸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그 광선이 닿자 마자, 유령들은 소리없이 사라졌다.


" 환상이었던 것인가... "


문득 바닥을 내려다 보자, 하나의 빛나는 띠가 보였다. 그것은 무언가 마법적인 느낌을 풍기며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직감적으로 슈발츠는 그림자 차원에서 여행했던 [길]과 그것이 무척 비슷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는 자유로운 한쪽 손으로 두르나를 들어 옆구리에 끼고는, 그 빛의 띠 위로 발을 올렸다.


화아악!...


눈앞이 순간적으로 섬광에 휩싸이며, 슈발츠와 두르나는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화앗!!...


다시 빛무리 속에서 빠져 나왔을 때, 슈발츠는 생명의 나무 한 가운데 와 있었다. 정확히는 생명의 나무가 닿아 있는 다른 세계의 한 부분이었지만. 그곳에서 슈발츠는 거대한 마법적인 파동을 느꼈다. 주변을 돌아보자 하나의 거대한 석제 문이 있었는데, 문틈으로부터 일렁이는 붉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 우왕... "


슈발츠의 옆구리에서 벗어난 두르나가 잽싸게 앞으로 나가 문의 함정 여부를 검사해 보고 이쪽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녀가 문 옆으로 물러나도록 한 후, 그는 돌 문을 밀어서 열었다.


드르르르르...


멧돌을 가는 듯한 소리와 함게, 거대한 석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
.
.


" 아, 손님이 오셨군. "


낮익은 목소리의 주인은 이레니쿠스였다. 그의 발치엔 일남일녀가 쓰러져 있었는데, 한명은 얼굴에 칼빵이 나고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른 중년의 인간 남자였고, 다른 한명은 금발에 초록색의 옅은 비단 잠옷을 걸친 지극히 아름다운 엘프 여성이었다. 슈발츠는 그녀가 엘레심 여왕인 것을 직감했다.


" 하지만 늦었어, 이제 문은 열릴 것이고, 내 [소망]은 이뤄질 것이니가. 흐하하하하하!... "


이레니쿠스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한 손에는 단검이, 다른 한 손에는 아직도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심장이 들려 있었는데, 다름아닌 엘레심 여왕의 가슴으로부터 도려 낸 심장이었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두 기둥이 서 있는 사이로 검붉은 빛을 뿜고 있는 거대한 차원문의 표면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 시어릭이시여! 내 쪽의 계약은 완수했소이다, 이제 당신 차례요!! "


콰아아아!...


" 우앗!... "/슈발츠


" 꺄아아!!... "/두르나


차원문으로부터 폭발적인 악의 오염이 터져 나오면서 슈발츠와 두르나가 석실 밖으로 날려가 버리는 것을, 이레니쿠스는 광기에 가득 찬 붉은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설다네셀러의 주민들은 모두 한가지 느낌을 받았다. 생명의 나무가 악에 오염되어 뒤틀려 가며 웰다쓰 숲 전체가 악으로 오염되는 환상과 함께,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단 한가지 수단도 머릿 속에 떠올랐다.


붉고 끈적한 악의 기운의 파도에 휩쓸린 슈발츠가 간신히 몸의 균형을 다잡았을 무렵, 활짝 열린 돌문 사이로 붉은 차워문의 표면으로부터 무언가 거대한 것이 나타나는 광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 !... "


핏 핀드나 발러만 나타나도 그 주변의 공간이 뒤틀리며, 공기는 악의 기운에 오염되어 끈적해진다. 그런데 (약간 방심했다지만) 차원문 너머에서 슈발츠를 날려 보낼 정도의 악의 기운을 내 뿜을 수 있는 존재라면 답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


마왕급의 존재가 차원문을 건너 오고 있는 것이다.


" 흠!... "


슈발츠는 발에 힘을 주고 버티면서 용의 모습으로 되돌아 갔다. 이대로 마왕이 지상으로 나가게 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정면승부를 펼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키아아아!...


끼에에에에!...


먼저 불꽃 채찍을 가진 발러 두마리와 여섯 마리의 마릴리쓰(여성의 상반신에 뱀의 하반신을 가지고, 여섯 팔에 무기를 든 악마 뱀 여왕)가 차원문을 건너 나타났다. 슈발츠는 그들 각자에게 한발씩 아크에 주문을 담아 쏘아 날렸다.


퍼엉!


피잉!


콰앙!


연속으로 폭음이 울리면서 두 발러와 마릴리쓰 하나가 괴성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두르나가 앞으로 나서려는 것을 제지하며, 슈발츠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차원문 앞을 가리켰다. 거대한 도리깨의 끝부분이 막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아직 오픈 게임도 아닌 것이다.


" 한번도 써본적은 없지만, 나도 가용 자원을 총 동원 해야겠군. "


두르나가 활을 꺼내어 달려들어오는 마릴리쓰를 겨누어 쏘는 동안, 슈발츠의 손 끝에서 하얀 섬광이 일며 그의 좌우로 차원문이 열렸다. 그 차원문을 통해 나타난 것은 슈발츠 휘하의 노예 중 가낭 강력한 마법사인 심불과 알루스트리엘이었다.


" 부르셨는지요 주인님? "


" 아아, 오랜만에 너희들이 몸을 마음껏 풀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난 것 같아서 말이다. "


다시 여섯의 마릴리쓰와 바바우 십여마리가 차원문을 건너서 나타나는 중이었다. 심불도 알루스트리엘도 상황을 곧바로 이해하고, 자신있는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원호사격을 받으며, 양손에 진천과 용수를 꺼내 든 슈발츠가 차원문 앞으로 달려나갔다.


카가가각!!!... 카가강!... 퍼억!...


슈발츠가 이레니쿠스를 잡기 위해 달려나가는 것을 마릴리쓰 무리와 발러가 막아 섰다. 그 마법사는 마왕과 그 휘하 군단이 무사히 차원문을 건너게 하기 위해 그 문을 유지하는데 전심전력을 쏟는 중이었는데, 악마들에게 둘러 싸인 슈발츠를 보며 씨익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하긴, 상식적인 상대였다면 마릴리쓰나 발러 하나를 상대로도 고전할 테니 그에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또한 당연하게도, 슈발츠는 상식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마법으로 덩치를 두배 넘게 키운 슈발츠가 마침 맞상대 하려고 달려든 발러를 발로 걷어차서 쓰러뜨린 후, 마릴리쓰들을 칼 끝으로 [훝었다]. 줄줄이 모가지와 몸통이 따여서 산으로 된 피를 뿜으며 날려 가는 대악마들을 본 이레니쿠스가 놀라는 동안, 슈발츠는 이레니쿠스에게 용수를 날려 보냈지만 때마침 차원문 안으로부터 터져 나온 강력한 영기의 흐름에 휩쓸려 그 칼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슈발츠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한편, 슈발츠의 뒤에서는 속속 [군대]가 도착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심불과 알루스트리엘의 전술은 먼저 고렘을 부르고, 그다음 소환물을 되도록 많이 부른 후, 아군에게 해가 되지 않는 주문으로 적진을 유린하는 것이었다.


퍼억!...


" 키에엑!... "


악마는 꾸준히 보충되었다. 아니 처음엔 몆마리 단위로 쏟아져 나오던 것이 이제는 한번에 수십, 수백마리 단위로 쏟아져 나오며 슈발츠를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고렘들과 셀레스티얼 소환물들은 슈발츠를 도울 수 있는 위치까지 오지도 못하고 악마들의 숫자 압박에 밀리면서 자신들의 여주인들을 지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주인의 위기를 본 두르나가 활을 집어 던지고 레이피어와 채찍을 들고 가세하려 했지만, 슈발츠는 다시 한번 텔레파시로 강하게 지령을 내려 그녀가 지원 사격을 하도록 집중시켰다. 그녀는 발러 한마리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발러 떼거리를 상대할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무모한 죽음을 초래하는 것은 그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놀라고 있는 것은 이레니쿠스였다. 그는 악마 군단이 슈발츠와 그의 일행(노예)들을 쉽게 압도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슈발츠는 악마들의 불타는 피를 전신에 뒤집어쓰고도 오히려 멀쩡하고, 발러든 마릴레스던 글라브레주던 걸리는 족족 베어넘기면서 악마 군단의 공세 대부분을 혼자서 처리하고 있었다. 그 말도 안될 정도로 굉장한 광경은 마치 무예의 신이 직접 강림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가 부른 나머지 일행들의 실력도 이레니쿠스 개인의 능력에 비해 별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점점 드러났다. 심불은 마치 신들린 것 처럼 공격주문을 난사해 제끼면서 악마의 시체로 벽을 쌓았고, 알루스트리엘의 보호 마법은 그녀와 심불이 소환한 소환물들을 그보다 훨씬 더 숫자도 많고 악독한 악마들의 공세로부터 보호했다. 그리고 두르나는, 그녀의 화살이 한발 날아갈 때 마다 악마들이 하나씩 돌바닥 맛을 보고 있었는데, 화살을 날리는 속도까지 무지막지했다. 그리고 왠지 화살이 떨어질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연이어 알루시아와 칼라드네이가 도착했고, 그 다음 타자는 젤로나와 플로라였다. 그녀들도 저마다 자신들의 방면에서 일가를 이룬 존재 들이다. 그녀들이 소환되자 마자 주문과 무기를 사용해 악마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하면서 전세는 슈발츠 [팀]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 나는 보노라, 내 아버지를... 또한 나는 보노라, 먼저 간 내 형제 자매들을... "


플로라의 [영웅가]가 울려 퍼지며, 알루시아와 칼라드네이가 각자 자신의 검을 쥐고 막 큰 주문을 사용하느라 잔챙이 악마들에게 접근을 허용하고 있던 심불과 알루스트리엘의 앞으로 나서서 검을 휘둘러 노예 자매들을 노리는 악마들들 쳐죽였다.


젤로나는 특기인 고렘 [소환]을 시작했는데, 앞서의 심불과 알루데시아가 데려온 고렘과는 그 크기부터가 확연하게 차이나는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거상(colossus)]이 땅으로부터 일어나며 주변의 악마들을 깔아뭉개기 시작했다.


악마들의 전열이 서서히 무너지며 압박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이레니쿠스는 최후의 승자는 자신일 것이라 여겼다. 그의 소환 작업만 완료되면 지상에 마왕이 강림하게 되고, 이 전투에서의 승리는 논할 가치도 없거니와 그 마왕이 신성한 나무의 에센스를 빨아들이면 신과 비견될 정도의 악한 기운으로 숲 전체를 영원히 오염시켜버릴 것이었다.


하지만 짜증이 난 슈발츠가 눈앞에서 걸리적거리던 발러를 쳐내서 벽에 날려붙인 후, 강력한 염동력 주문으로 나머지 떨거지들을 한번에 밀어붙이고 다시 용수를 던졌을 때, 이레니쿠스의 행운은 끝났다. 날아간 용수가 그 사악한 마법사의 허리를 두동강 내 버렸기 때문이다.


" 크아아악!... "


슈발츠는 십년 묵은 변비가 내려가는 듯한 상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불행하게도 소환 의식은 끝나 있었다. 한 거대한 형체가 막 차원문을 다 빠져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 크르르르르.... "


[그것]의 낮고 깊게 울리는 으르렁거림이 슈발츠 일행은 물론 다른 악마들까지 얼어붙듯이 멈추게 만들었다.


거대화한 슈발츠보다 최소한 스무배는 커 보이는 덩치를 가진 그 마왕은, 마치 염소 뒷다리를 붙인 지극히 뚱뚱한 인간의 몸통에 멧돼지의 대가리를 얹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 등에 달려 있는 거대한 날개는 수십미터 높이인 거대한 석실의 지붕에 닿을 정도였고, 손에 쥐고 있는 해골 모양의 추가 달린 도리깨에서는 쉴 새 없이 검은 진액이 줄줄 흘러 내렸다.


"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친구는 아니겠지? "/슈발츠


" 주인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그 친구]가 언데드의 제왕이라면, 불행하게도 맞아요. "/심불


악마들의 피를 전신에 뒤집어 쓴 채로 심불이 슈발츠의 왼쪽으로 와서 섰다. 두르나는 그의 오른쪽에 와서 섰다. 노예들의 눈에는 긴장의 빛이 역력했지만, 그 주인과 마찬가지로 마왕을 눈앞에 두고도 농담을 할 여유가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슈발츠의 뒤에서 스톰이 차원문을 통해 등장하고 있었다.


" 그럼 한판 거하게 뛰어 볼까?... "


일행 중 가장 악마의 피를 많이 뒤집어 쓴 슈발츠가 뒤를 돌아보며 이빨을 드러내고 웃어 보였다.


.
.
.


-후기-


그렇습니다. 결전, 결전입니다! 결전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슴에 제가 절단신공을 쓴겁니다!


(잠시 날아오는 짱돌을 피한 후)


그래도 연참했지 않습니까.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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