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편<5>
“내일이면 다시 서울로 떠나네요.”
“응.”
“준기씬 언제부터 스팽킹을 좋아했어요?”
“글쎄, 언제부턴지는 확실치 않아. 아마 사춘기 때였을 것 같은데. 텔레비보다 느낀 것 같아.”
“뭔데요?”
“추석 때면 맨날 하는 춘향전을 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었어. 춘향이가 곤장을 맞는 장면이었는데 두근두근해지더라고. 이상해서 똑바로 못 보고 곁눈질로 봤어. 갑자기 내 물건이 커져서 당황했고. 그 다음엔 명절때면 춘향전 방송하는지 미리 알아보곤 했지. 언제부턴가 다른 춘향전이 나오고 그리곤 안 봤어. 그 장면만 재미있었거든.”
“이유가 뭔데요?”
“이유? 이유가 있을까? 있을 수 없지. 그냥 좋아. 언젠가 나도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때려보고 싶단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래. 미애를 처음 보고 그런 느낌이 처음으로 들었고 너무나 강하게 왔었어.”
“근데 내가 못 받아주는 거군요.”
좀 전에 맘을 정한 듯 엉덩이를 내 주고 자진해서 침대에 엎드렸던 미애는 슬리퍼로는 몇 대 맞았지만 내가 손을 이용해 때리자 금새 견디지 못하고 울면서 주저앉아 버렸었다. 순간 강제로 다시 엎드리게 해서 계속 때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는 생각이 몸을 지배해 버렸었다.
그녀가 호두파이 한 조각과 와인 글라스를 가져다 조그만 테이블에 놓을 때 문득 오래전에 끊은 담배가 그리워졌다. 담배라도 한 모금 깊숙이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길게 내어 뿜으면 어릴 적 선영의 기억이 더 잘 날 것 같았다.
몇 대나 때렸을까. 도저히 몇 대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세려고 해도 못 셀 정도로 빠르게 마구 때렸다. 아마 2,3분은 훨씬 넘게 때렸을 것이다. 계집아이는 아예 둥근 맨홀 바닥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꼼짝않고, 움직임없이 그저 맞고 있었다. 내 팔이 아팠다. 손도 아팠다. 몇 차례 머리위의 맨홀 천정에 손등을 부딪혀 피가 맺힌 상태로 긁혀 있었다. 어느 틈엔가 난 두 손으로 번갈아 계집아이의 엉덩이를 때리고 있었다. 이젠 숨까지 차 올라 쉴 수밖에 없었다. 계집아이는 울고 있지도 않았다. 숨죽여 맞고 있었기 때문에 매를 멈추고 있는 지금은 내 거친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계집아이는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엉덩이쪽으로 가져다 대었다. 두세번 문지르는 듯 하더니 갑자기 팬티를 무릎쪽으로 말아 내렸다. 내 쪽으로 맨 엉덩이를 내놓더니 다시 문지르기 시작했다. 비록 어두웠지만 엉덩이의 색이 변한 것과 내 것이 분명한 손자국들이 보였다. 정신이 들어가면서 계집아이가 불쌍하게 느껴져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과 달리 오히려 당연한 결과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때리기 시작할까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프지?”
불쌍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엄격한 말투로 짧게 물었다.
계집아이는 대답 대신 계속해서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었다.
다음 순간 난 계집아이의 손을 잡아 옆으로 치우고 잠시 쉰 사이에 회복된 힘을 모아 다시 때렸다.
맨홀 속의 파열음은 아마 꽤 멀리서도 들릴 수 있으리라. 다시 때렸다. 이번엔 짧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다시 때렸다.
“아야. 흑”
이 계집아이도 아프긴 아픈가보다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너 선영이라고 했지?”
“네. 오빠”
“아프지?”
“네.”
그리곤 서로 말이 없었다. 팬티를 입고 맞았을 때보다 맨살에 맞은 것이 훨씬 아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난 선영이의 엉덩이를 대신 문질러 주었다.
새삼 내 손만큼이나 선영이의 엉덩이가 불붙은 듯 뜨거워진 것을 알았다. 한참을 문질러 주었는데 선영이는 다시 얼굴을 감싸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천천히 무릎께의 팬티를 엉덩이에 다시 걸쳐 주었다.
“오빠. 잘못했어요.”
어느 틈에 난 선영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잊었기에 그 사실을 애써 떠올려야 했다.
“잘 할게요.”
“앞으로 잘해.”
어색하지만 계속 엄하게 말했고 그제야 선영이는 나를 돌아다 보았다. 이제보니 선영이는 욕 잘 하는 거칠고 못된 면도 있지만 고분고분하고 미소를 띤 얼굴로 나를 보려 애쓰고 있는 듯 했다.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들어가야지.”
“네. 오빠.”
치마를 다듬고 엉거주춤 나가는 선영을 보내며 아쉬운 생각을 했다.
와인이 글라스에 반쯤 찼다. 나는 둥글게 흘러내린 와인잔을 보며 아까 내 앞에 드러내고 있던 미애의 힢선을 생각하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잔을 매만지며 잔의 투명하면서도 단단한 강도를 즐겼다. 미애가 이런 단단함으로 스팽킹을 견뎌내면 얼마나 좋을까. 와인의 약간 떫으면서도 시큼한 향을 즐기며 미애를 한번 안아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팽킹을 위해 주변에 인적이 드물고 옆 객실이 한참이나 떨어져 다소 비싼 펜션을 찾아 왔는데 스팽킹없이 하는 섹스는 그저 교미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다.
입속으로 조금 흘려 넣은 와인을 혀 위에서 돌리며 오늘 밤은 이대로 지긋이 후회로움과 아쉬움, 욕구불만 등을 참으며 보내야겠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테이블 건너에서 나처럼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던 미애가 갑자기 일어섰다. 옆의 스텐드 등이 만드는 빛과 어두움이 미애의 벗은 몸을 무척이나 아름답게 강조해주었다. 미애는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난 이대로 섹스하긴 싫다는 마음속 다짐을 다시 한 번 다지며 손을 내밀지 않으리라 했다. 미애가 테이블을 한쪽으로 조금 밀어냈다. 미애의 작지만 아담한 젖가슴이 내 눈 앞에서 조금 떨리는 듯 했다.
“사랑해요.”
미애는 요지부동으로 움직이지 않는 내 어깨에 잠시 손을 얹더니 이내 내 허벅지 위에 몸을 구부렸다. 펜션으로 여행을 오기 전에 잠깐 보여주었던 스팽킹 동영상의 모습을 재현했다.
“미애를 사랑하시죠? 사랑을 받을께요.”
미애는 손을 내려 마루바닥에 대었다. 서로 벌거벗은 몸이었기에 미애의 젖가슴이 내 허벅지 한 끝에 걸쳐져서 설레이는 탄력을 전달했다. 하얀 등과 그 아래 아직 약간은 붉은 엉덩이, 그리고 거기서부터 곧게 뻗은 다리가 나의 물건에 뜨거운 힘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아마 미애의 부드러운 배는 하늘을 향해 외치는 내 물건의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난 미애의 등을 어루만졌다. 미애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미애에게 구속과 복종의 미학을 보여주겠어. 이젠 맘대로 멈추지 못할 거야. 알겠지.”
“네.”
“마음의 준비도 하고 기쁨으로 받아내.”
“네.”
“자. 간다.”
둘 다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의 물건은 더욱 큰 소리로 하늘을 향해 외쳐댔다.
나는 망설임없이 손을 들어 미애의 엉덩이를 보며 가장 살과 근육이 많아 두툼해 보이는 곳을 내리쳤다.
커다란 소리가 났고 나는 그 소리를 눌러 죽이기라도 할 듯 엉덩이에 닿은 손을 떼지 않았고 손을 댄 상태로 문질렀다.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했는지 미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이지만 다음에 미애가 다시 맞게 되면, 특히 잘못을 저질러 반성의 의미로 맞게되면 그 땐 맞는 숫자를 세어야 해.”
“... 지금 셀 게요.”
확실히 미애는 굳은 결심을 한 듯했다.
난 다시 한 번 힘차게 미애의 엉덩이 중 아까 맞은 부분을 피해 내리쳤다.
“하낫.”
미애의 엉덩이가 나의 손바닥에 흔들리는 것이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졌고 난 여전히 손바닥을 떼지 않고 문질렀다.
손바닥을 떼어 하늘로 손을 올릴 때 미애의 엉덩이에 들어가는 힘이 보였다.
“두울. 우웃 아파요.”
결국 아픔은 참기 힘든 것일까. 몸은 그대로인 채 미애는 아픔을 호소했다. 그러나 자세만은 계속 매를 견디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해왔다.
“아프면 그동안의 잘못을 생각해. 그걸 말로 해도 되고. 나한테든지, 아님 옛날의 엄마아빠한테, 아니면 학교 선생님한테. 뭐라도 좋아. 하지만 그건 오늘 만이야. 담부턴 내게 한 잘못만 생각해. 잘못이 없다고 생각되면 나를 사랑한다는 생각과 내게 사랑받는다는 생각을 해.”
“네. 때려주세요....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내 손은 다시 한번 하늘로 높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