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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아이 - 08


[민지야]


[오. 오빠...]


하얀 피부가 슬프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살결. 그 아래 있는 혈관이 푸르게 드러나 보일 정도로 비친다.


어느새 많이 자라 어깨 어림까지 내려온 머리.


까맣고 찰랑찰랑한 머리칼 사이로 발그레해진 얼굴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예쁘다...]


[오...오빠야...]


목을 지나 약간 봉긋한. 아직 어려서인지 작은 가슴으로.


손가락이 가슴 한가운데 도드라져 솟은 분홍빛 꼭지를 건드렸다.


[으....]


가늘게 신음하며 그 아이는 몸을 흠칫흠칫 떨었다.


아프지 않게. 살짝 살짝 손으로 돌려가다 나는 뽀얀 가슴에 하아. 하고 숨을 불었다.


입김이 닿자 큰 돌기 옆으로 자잘한 소름이 조르륵 일어난다.


[아으....]


떨림이 점점 심해졌다. 처음에는 가늘게 떠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내 손. 입술이 몸에 닿을때 마다 그 아이는 전기에 감전된듯 툭. 툭. 하고 몸이 튀어 올랐다.


가슴으로. 목으로. 어깨로. 선을 따라 다시 가슴으로. 한바퀴를 돌아 다시 꼭지에 닿는다.


[띠용~ 띠용~ 재밌네....흐....]


[...머. 머하노... 장난 치지마라...으앗!]


저항하던 몸이 민지의 몸이 활처럼 뒤로 휙. 튕겼다. 그리고 작살맞은 물고기처럼 파드득 경련한다.


[쯔읍!]


입을 떼자 하는 소리가 울린다.


발갛게 일어선 젖꼭지를 윗니와 아랫입술로 살몃 깨물었더니 자지러질듯 놀란 민지.


[....푸우...좋나?]


[모...몰라... 그만해... 이상해....으으... 그만....]


몸에 파고드는 쾌락에 어쩔줄 몰라 하면서도, 소녀적 감성은 수치심 때문에 필사적으로 참고자 한다. 그 음전한 모습이 나에게서 이성을 앗아갔다. 남자란 생물은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 더 흥분하는 법.


쪼옥... 할짝...


일부러 소리를 내며 가슴 아래로 혀를 미끄러 뜨린다.


[........으......아흐흐....]


혀로 한번 천천히 핥으며 내려가다가 다시 가슴께로 올라오고. 그리고 입안에 침을 한껏 머금어 혀를 번들거리게 해서 하얀 몸뚱아리를 배꼽을 지나 치골 아래까지로 주륵 미끄러져 내려간다.


흑. 하고 숨 막히는 소리가 나고 어린 몸은 이리 저리 튕긴다.


[귀엽다....]


손을 내려 팬티 앞섶으로 넣으니 그곳은 완전히 홍수처럼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흑...아아...윽...]


이미 흥분에 무너졌는지, 너무 숨이 가빠서 말도 잇지 못하는 그애의 속옷을 벗긴다. 애무를 반복하면서 나도 근질근질한 목마름에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상황이었다.


손이 떨렸는지 벗겨내던 속옷에서 드득. 하고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오...오빠...내...이상하다...]


[미. 민지야!]


더이상 참지 못하고 나는 하얀 다리를 와락 벌리고, 그 사이의 검붉은 동굴로 나 자신을 밀어 넣었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흘리며 내가 사랑하는 아이의 몸이 다시 한번 뒤로 크게 휘었다.


[아으....아흐아아아아 오빠야아---!]


[민지야....민지야....민지야---!]


질척질척해진 동굴에 미끄러지듯이 내 자지가 들어간다. 심하게 흥분하고 있어서 인지 민지의 몸은 금새 꽈아악 수축했다. 내 자지도 터질듯 압박을 받았다.


[미....민지야아아아아-----!]


그 어느 순간, 민지를 부르며 나는 허리를 미친듯이 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으아앗...아압!???? 어어억?]


툭...툭...툭....


정액을 힘차게 쏴올린 내 아들놈이 부르르 떨린다. 아랫배에서 가슴위. 목 언저리까지 퍼져나가는 쾌감의 전류를 느끼며 나는 정신이 아득해 졌다.


그리고


[아아악! 씨발! 이게 뭐야아!!!]


비로소 상황 파악이 되어 베게를 집어 던졌다.


방안은 어둡고 서늘하다. 자면서 흘린 땀으로 내 옷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불룩하게 솟아있는 팬티도 마찬가지.


[......미치네]


후우....


기가 막혀 긴 한숨을 내쉬며 나는 이마를 짚었다. 휘청거리는 몸을 침대 머리옆으로 기댄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시트가 기분나쁘다. 연달아 한숨이 나왔다. 대체.... 대체...


[이 나이에 몽정이라니....]


중얼거리고 나니 더 기가 막힌다.


스물셋. 한참 나이의 남자가 그걸 쓸 일이 없어지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죽겠네... 여러가지로....아이고....]


축축하게 젖은 시트도.


흥건하게 젖은 팬티도.


기분 더럽다!






 

 

-.....중국 문헌에서는 이를 귀교(鬼交)라고 기록합니다. 고대 의료문헌에서도 찾아지는것으로 보아, 그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춘기 이후의 남자가 수면을 취하는 중에 흔히 경험하게 되고, 몽정을 경험한 이후에는 완성된 정액이 드디어 몸 속에서 분비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랄하네... 반갑기는....]

열이 뻗쳐서 그런지, 컴퓨터 자판을 탕. 하고 때려 버렸다.


그 서슬에 z키가 눌려져서 화면 가득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그어진다.


투덜거리며 나는 조심스레 키를 뽑았다. 이놈의 성질. 벌써 깨먹은 키보드가 세 개째다.



-다만 사정된 정액으로 인하여 옷이나 이부자리 등이 오염되어 때로는 매우 난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좀 찝찝하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난처하지... 게다가...에효....]



나는 한숨을 쉬고 다시한번 이마를 문질렀다.



-(1) 평소 성적인 상상을 많이 하거나 사랑하는 여자친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대개 야한 꿈을 꾸면서 꿈 속에서 야한 행동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 성적인흥분이 절정에 이르게 되면서 사정을 하게 됩니다.


-(3) 첫 번째의 몽정인 경우에는 대개 매우 당황하게 되므로 몽정을 경험한 본인은 절대로 그 당시의 느낌을 일생동안 잊지 못하게 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정신적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진짜 평생 못 잊겠군......)


아까의 꿈을 깨고 난 후의 찝찝함과, 처량함 속으로 다시금 빠져들어가는 자신에게 혐오감이 느껴졌다. 혐오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것이, 글을 읽다 말고 다시금 아까의 꿈이 생생하게 떠올라 버려, 아들놈이 다시한번 원기왕성 모드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었다.


[새끼야.....니는 잠도 없나.....]


바지 앞섶을 노려보면서 욕을 해 줬지만 이놈이 대답할 리는 만무하다. 욕하고 저주한다고 해서 사그라 들어 준다면 인간의 성범죄율은 1%대로 떨어졌겠지.


[으이휴.....]


검색하던 인터넷 창을 닫고, 컴퓨터를 끄고... 그리고 창밖으로 들리는 새소리에 짜증내며 나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 누웠다.


[가지가지 하는군... 이젠....]


귀 옆으로 들리는 내 혼잣말을 들으며 나는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요 며칠 있었던 일들이 머리속에서 다이오드 전광판처럼 깜빡이며 흐릿흐릿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사라진다. 씻은 손에서 아직도 비린내가 나는 기분이 들어, 넌더리를 내며 베게를 얼굴에 뒤집어 써 버렸다.








 

 

[이제 어쩌실 거에요?]

[나도 몰라]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첫사랑을 만났다고.


다음날에는 달리 생각했다.


이상한 일을 당했다고.


그다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렇게나 막 살았던 벌을 받는 거라고.


돈을 벌고... 성적은 게으르게 관리하고... 대충대충 여자애들이나 만나 즐기고 살았던것에 대해서 벌을 받은 거라고.



그러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거라고.


그랬었는데.



길게 한숨을 쉬며 다시 담배연기를 내 뿜는다.


이미 목이 얼얼하다 못해 쑤실 지경까지 오지만 마음속에 생긴 답답함. 그리고 미묘한 후련함이 섞인 기분은, 끝도 없이 담배를 요구한다.


어쩌면... 목에서 느껴지는 이 통증이야 말로 내가 바라는 것인지도.


[애초에 니가 끌고 온거 아이가]


[.....무책임하시네요...]


[책임이라....니가 그런말 할 입장이가?]


반쯤 타들어간 담배를 퉤. 하고 뱉아 버렸다. 입맛이 쓰다. 담배가 독하게 쓰게 느껴진다.


[상대 안하겠다고 개기는 사람 끌고 와가꼬, 반하게 만들었으면 책임지라고 해나놓고.... 인제는 내가 무책임하다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나는 지껄였다.


말 내용과는 달리 내심으로는 정이를 탓하지 않았다. 민지의 상태는 정말 위중해 보였으니까.


친구라면 앞뒤 안 가리고 우선 위기를 넘기고 볼 요량이었을 테고... 생각해 보면 정말 친구를 사귀기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아이들... 그 유대감은 더욱 각별할 테고...


다만....


[마음만이 아니라... 몸도... 그랬으면 좋았을텐데....정말 좋았을텐데....]


정말 여자였다면....


하기야 그랬다면 고민이고 뭐고 할거 없었겠지. 정말 하느님 땡큐-!를 외치며 넙죽 받아먹었을거고.


이제와서 별로 어쩌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그냥 내 입은 습관처럼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민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까 말했잖아]


다시금 담배를 물어 불을 붙였다. 쓰다. 그러면서 달다. 왠지 시원하다. 그리고 답답하다.


[내도 모른다고]


[........]


정이는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는 표정이었다. 어쩌면 내 기분이 어떤지 알겠다는 표정 같기도 했다. 혹은, 결국 그런거냐고 비웃는것 같기도 했다.


그냥 눈을 가늘게 뜨고 내 가슴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내 감정이 복잡미묘해서인지 별 생각이 다 든다.


즈으윽....


바람이 없어서인지 담배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나즈막하게 들린다. 소리라고는 상실되어 버린것 처럼 조용한 골목 어느 어귀에서, 바래다 주러 나온 정이와 나는 한참동안 서 있었다.


[내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러세요....]


[아는 것도 하나 있기는 하다.... 그렇게 놔 둘수는 없었다는거... 그건 나도 안다. 다만... 니도 알제? 내 입장에서는 쉬운기 아니라는거는... 그러니까....그런거다. 안 그렇나?]


[네....]


서로 주어와 목적어와 서술어가 대충대충 상실된 이상한 말들을 주고 받으며- 실제로는 내가 갈피도 안잡히는 말을 대충대충 씨부리고 정이는 가만히 대꾸만 하는- 우리는 해가 어느덧 저물어가는 골목을 점유하고 있었다.


[저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거 같네요]


[머?]


[민지가 오빠를 정말 좋아한다는 거요]


[.....그래]


[한 가지가 더 있네요]


[머?]


[오빠... 좋은 사람이에요]


피식.


입가로 바람새는 소리를 내며 웃고 말았다.


[민지... 정말 예쁜 애 에요]


[....예쁘지]


[아뇨... 얼굴이 아니라... 마음도요]


[.....그냐....]


[민지를....]


그렇게 말을 꺼내다 정이는 고개를 수그렸다. 꽉 다물린 턱은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부르르 떨린다.


[아. 안녕히 가세요...]


[.....? 어. 그래]


정이는 고개를 숙인채 몸을 돌려 걸어갔다.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난 그냥 고개만 털털 털었다. 이미 무리다. 내 머리는 지금 감당 이상의 부하가 걸렸다. 더 고민 하다간 진짜 펑! 하고 연기가 솟을지도 몰라.


[지랄... 지가 왜 성을 내노? 내가 내야지]


다시금 한숨과 더불어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꽁초가 다된 담배를 나는 투. 하고 뱉고 발로 탁 차 올렸다.


팍. 하고 허공에 불꽃이 흩어진다.


뭐라고 시원하게 말 할 수는 없단 말야. 아직은.






 

 

 

그 뒤로 며칠간 나는 계속해서 민지네의 자취방으로 드나들었다. 아직 몸이 회복이 덜 된 민지를 친구들이 한명씩 간호하고 있기는 했지만, 민지네 친구들은 내가 오게되면 다른 일이 있다며 일부러 자리를 피해 주는 모양새였다. 좁다란 방안에서 나는 그 아이를 간호하고. 책을 읽고. 생각에 빠지고...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건 여러가지 의미에서의 배려였을 것이다. 남녀 둘만... -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어쨌든- 우리 두 사람만 남겨두고 가는 그 애들이 고마웠다.


내가 여자로... 아니. 피 보호자로 받아들인 것은 그저 민지 하나 뿐이었다. 다른 세 명의 친구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애들을 계속 보고. 만나고. 의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나에게 어색한 기분만 주고 있었을 뿐이다.


친구들의 배려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중에는 내가 오는 시간을 대충 예상해서 일부러 미리 나가있기까지 했다. 열쇠는 항상 우체함 안쪽에 넣어두었다.





 

 

[오빠 왔나....]

[어... 좀 어떻노 몸은?]


대충 마트에서 사온 요구르트 몇병을 내려놓으며 나는 민지를 부축했다.


[안에 누워있지 머할라고 나오노. 아직 비틀비틀 하는구만]


[오빠 오잖아]


[어이그...]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녀석이다.


[밥은?]


[응.....]


[또 안먹었제?]


[응.....]


[그랄줄 알았다. 사왔으니까 묵어라]


[오빠도 묵을끼가?]


[아. 내는 나중에 집에 들어가서]


[응.....]


조금 시무룩한 표정이다. 나는 민지의 머리를 톡톡 두드려 주며 다시금 웃어 보였다.


[니 좋아하는 재치국이다. 지금 끓이 주께. 좀 기다리라]


[와~~~]


재첩국이라는 말에 입맛이 도는지 민지의 얼굴에 화색이 감돈다. 그 방싯방싯 웃는 얼굴에 나는 덜커덩 하고 가슴 아래에서 뭔가가 요동치는 기분을 받았다.


완연히 가을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면서 햇살은 더 강해졌다. 여름 만큼 뜨겁고 강렬하지는 않지만, 서늘하고 투명한 대기는 유리처럼 맑아 이 그늘드는 슬럼가 두칸 방에도 햇볕이 스며든다. 주방에 하나 있는 창으로 반사된 광선이 비쳐 민지가 역광을 받아 요정같은 실루엣을 뿌린다.


금빛으로 흩날리는 머리칼. 투명한 살결. 얼굴에 환한 웃음을 담은채. 그리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엑?


[내 얼굴에 머 묻었나?]


[아. 아이다. 그냥....]


잠깐 아찔한 느낌에 나는 허둥지둥 고개를 돌렸다.


[창문에 머 붙여놓은거 같아서... 뭔가 싶어서 봤다]


내 목소리가 어색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괜히 쿵쿵거리는 가슴을 들킬까봐 서둘러서 비닐봉투에 담긴 국과 부추등을 꺼낸다.


[흐음.... 희연이 가시나. 먼 스티카를 여기다가 붙이놓노]


창문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리는 민지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근데 오빠야 눈이 빨갛다. 토끼눈이네]


[어. 어제 잠좀 설치서]


[잠 안잤나?]


[한 두시간]


[두 시간? 그거 자고 안 피곤하나?]


[그거가 끄떡없다. 내는 남... 남아도는게 체력아이가]


[무리하지 말고]


[내 걱정하지 말고 얼른 먹기나 해라]


[응]


내는 남자잖아. 라는 말을 입밖으로 꺼낼뻔 했던 만큼, 혀를 깨물고 버벅거리다가 침대 옆에 놓인 화장대에서 거울을 집어 들었다.


[.....이 머고....]


후룩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거울을 들여다 보며 혀를 찼다.


눈 흰자에 실핏줄이 도드라진게 거미줄처럼 쭉쭉 뻗어있다. 하긴 잠을 설친게 어제 하루가 아니니 좀 눈이 아프긴 아팠었다. 그래도 그렇지 무슨 미친개도 아니고... 그야말로 혈안이로고...


[흐미... 귀신나오겠다]


[아----쫌---!]


엉?


뒤를 돌아다보니 민지가 골난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고 있다.


[귀신 이야기 꺼내지마라. 안그래도 어젯밤에 무서운 꿈 꿋는데]


[와?]


[희연이랑. 서인이랑 어제 공포영화 빌리다 봤잖아. 잠도 잘 안오는데 귀신소리 나가 무서버 죽는줄 알았다]


[아... 미안미안]


고개를 주억거려보이자 여전히 골난 표정으로 민지는 다시 밥이 말아진 국을 호록 거리며 마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금 피식거리는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쫌~~~! 이라는 소리는 민지가 답답하거나 화나거나 할때 지르는 소리다.


뭐.... <좀 그만해라> 라는 소리 같기도 한데, 언성을 높이면서 지르는 <좀>은 완전히 <쫌>으로 들린다. 이건 이거대로 꽤나 소녀같은 모습이다.



 


민지네는 넷이서 살고 있었다.

민지. 희연이. 정이. 서인이.


그중에서도 민지는 가장 어려서 이제 겨우 고2 밖에 안된다.


가출한게 작년이라니, 고1때 가출한 셈이다. 나참. 어린것이 대담하기도 하지.


네 명 중에서 희연이가 열아홉. 실제로도 그렇지만 큰언니 역할을 맡고 있었다. 얼굴에 약간 각이 진것과 목울대가 약간 나와있어서 화장을 지우고 머리를 짧게 깎으면 번듯한 남자애처럼도 보일 모습이다. 정이와 서인이는 출생년도는 민지와 같지만 각각 1월과 2월생이라 민지보다 학교는 먼저 들어갔다. 정이와 서인이 희연이가 학년이 같아서 친구 먹었고, 민지 정이 서인이는 생년이 같아서 친구 먹었다. 친구의 친구가 되다보니 희연이와 민지도 곧 그냥 말 트고 친구사이로 지내게 되었다고 했다.




 

달그락 달각. 달그락 달각.

설겆이를 대충 끝내고 오자 민지가 일본어 책을 들여다 보다 내쪽으로 쪼르르 다가왔다.


[와....와?]


[오빠야 잠시만]


그러고는 얼굴을 내 앞으로 바싹 댕겨온다.


(흡!)


새까만 물기어린 눈이 내 앞에서 빛나고 있다. 정신이 어지러워 질것 같은 향기... 하얀 얼굴.... 조그마한 분홍빛 입술... 걱정스런 눈.... 엥?


[눈 많이 빨갛다. 많이 피곤한거 아이가?]


[아. 밤에 좀 더워가지고]


나는 다시금 허둥거리며 일부러 눈을 돌려 껌뻑껌뻑 거렸다.


아놔.... 아무래도 나 오늘 상태가 이상하네. 얘 쳐다 보기만 해도 이러니....


이러다 진짜 뭔일 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헉....]


망했다. 뭔일. 이라는 말을 생각하자 마자 어젯밤의 꿈이 생각나 버렸다.


간밤의 꿈.


하얀 몸을 뒤틀며 내 밑에서 신음하던 민지.


그 입술. 그 가슴. 그 살결. 꿈에서 맡았던 알로에 비누의 향기... 그리고 온 몸으로 나를 껴안아 오던 그 귀엽고 애틋한 몸짓... 달뜬 입내와... 신음... 그리고 나를 부르며... 짜증을 내며 외쳐 부르는...


[아 머하냐고---]


어이....


[진짜 오늘 좀 이상하다 오빠야]


[아....미안...]


제발 좀 진정좀 해라. 이놈의 대가리야. 이놈의 좆대가리야.


머리에 열이 확 오르는게 느껴져서, 나는 머리통을 주먹으로 퍽퍽 갈겼다. 옆에 민지가 없었더라면 다리 사이도 마구 두들겼을지도 모른다. 차마 그러지 못하는 만큼 내 머리를 두들기는 힘만 더 들어갔다.


윽... 너무 정통으로 때렸는지 진짜로 찡--하고 울린다. 그렇게 내가 웃기는 자해쑈를 벌이는걸 보고 민지가 웃지도 못하고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멀거니 쳐다 본다.


[오빠야... 많이 피곤한갑다]


[아... 좀 피곤하긴 피곤한거 같네...]


한숨이 다 나오는군. 지금 이게 다 뭐하는 짓이지?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주저 앉았다. 이거 무슨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뭐야 대체.


[그래가 집에 가겠나?]


[아.... 가는거는 문제 없다. 버스만 타면 되니까]


[그래도... 졸다가 내릴데서 지나치겠다]


[뭐. 그럼 종점가면 되지. 집에서 별로 안 멀다]


[음......]


민지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생각하는 표정. 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민지는 얼굴에 다 드러난다. 심각한 고민인지 가벼운 생각인지도. 지금 저 표정은 중간쯤 되는 뭔가인데....


그리고 내 생각은 거기서 얼어버렸다.


[오빠야. 그럼 내방에서 잠깐 자고 갈래?]


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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