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7편
와우킨이 정식으로 노예가 되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서 샤이라의 보고서가 실버리문으로부터 보내어져 왔다. 그녀도 알루스트리엘에게서 어떠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슈발츠는 일단 그 상태를 예의 주시 하기로 하고, 샤이라를 철수시켰다. 알루스트리엘의 [애인]명단 중에 도플갱어가 하나 있는데, 그 도플갱어 친구가 알루스트리엘의 부재를 땜방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가 제법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얻은, 알루스트리엘의 사생활에 대해 소상히 기록한 보고서는 점잖빼는 사람들이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기에 충분한 가십거리가 넘쳤다.
" 뭐, 기왕이면 정조관념이 있는 여자가 좋지. "
보고서를 한번 통독한 슈발츠는 조금은 머쓱한 표정으로 한마디 하며 어께를 으쓱해 보였을 뿐이다.
한편, 아글라론드 쪽에서도 일이 터졌다.
줄키르의 절반 이상의 희생된 슌 7세 강습사건 이후, 새로이 임명된 줄키르들을 포섭한 스자스 탐은 태이 전체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강경한 무역론자들이 대부분 죽어버린 상황에서 태이의 내정은 빠르게 대외 [팽창]정책으로 전환하기 시작햇는데, 사실 스자스 탐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모종의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잡은 타겟은 물론 아글라론드다. 거기에 태이에 위치한 시어릭 사원이 조력을 자청했다.
심불 여왕이 부재한 동안, 아글라론드의 귀족회의는 크게 두 파벌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 파벌은 심불 여왕의 정책에 따라 태이에 대해 강경책을 고수하며 국경의 방비를 굳히자는 [보수파]로, 귀족회의 중에서도 나이 지긋한 연장자인 한노(Hanno. 질서 중립 하프엘프 남성 파이터 1/ 위저드 11)가 이끌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태이와의 우호 통상이 아글라론드의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거라며 태이와 우호 조약을 맺을 것을 주장하는 [경제파]가 있었다. 경제파의 수장인 카토(CaTto. 혼돈 악 인간 남성 시어릭의 클레릭 11)는 심불이 없는 동안 급격하게 대두한 신흥 귀족으로, 원래는 태이 출신의 이주민이었다. 그는 슈발츠 상단과의 거래를 통해 부를 쌓아올린 인물이기도 했는데, 보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칼라디나와 펀칼라의 태이 조계지에서 제작하는 마법 물품 무역에 한몫 끼어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평소에는 심불 여왕이 보고 있기도 하고, 아글라론드의 여론 자체가 [반 태이]분위기가 지배적이라 태이와 우호를 원하는 파벌이 소수인데다 제각기 중구난방격으로 힘을 발휘핧 수 없었지만, 심불 여왕이 사라지고 나서 정정이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자 경기가 침체되었고, 그 책임을 [보수파]에게 물으며 화려하게 카토가 전면에 나서자, 통상을 중시하는 귀족들이 일제히 카토 쪽으로 붙으면서 세력이 백중세가 되었다. 게다가 벤프린탈라의 백성들까지 카토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그가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켜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여세를 몰아 한노를 귀족회의 의장직에서 쫒아 내고 귀족회의의 의장 자리에 오른 카토는 태이와의 우호 통상을 조건으로 국경 지대의 군사력을 감축하는 등 적극적인 친 태이 정책을 펼쳤다. 그 와중에 스자스 탐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액수의 뒷돈을 받아먹었음은 물론이다. 그 정책 중 결정적인 것은 아글라론드 최강의 요새인 에메크 요새의 감시탑과 결계를 허물고 해자를 메워 버린 일이었다.늪을 건너 오는 태이의 대상의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여기까지 저지른 상태에서 심불이 복귀했다.
아글라론드에서의 여왕은 엘프들 중의 여왕과 비슷하다. 비록 지고의 권위를 가지긴 하지만, 정치의 많은 부분은 귀족회의가 여왕을 [보좌]해서 결정한다. 한노가 은퇴하고 대신 집권한 카토가 저지른 일들을 하나 하나 알면서 심불은 격노했지만, 귀족회의에서 결정한 것 중에 많은 것들은 여왕이라도 되돌릴 수 없었다. 게다가 불가사의하게도 카토는 민중에게 인기가 있었다. [카토님이 경기를 되살려줄거야]라는 신앙이 민중 사이에서 만연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것은 시어릭 교단의 사주를 받은 첩자들이 벤프린탈라 성벽 내에서 암약하며 멍청한 민중들을 현혹시킨 결과지만, 어쨌든 이런 상태로는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장기간의 부재 때문에 그녀는 민중에게서 일종의 [불신]까지 받고 있었다.
슈발츠라면 아무 망설임 없이 암살자를 고용하던지 직접 쳐죽이던지 카토를 때려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심불은 성정이 격렬하긴 해도 금도를 아는 선한 군주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카토는 그녀의 약점을 파고들어 결국 귀족회의에서 여왕을 불신임하는 의결까지 해치웠다. [장기간 국정을 방치한 책임]을 묻겠다는 명분이었다. 심불은 귀족회의에 출석해 카토를 향해 으르렁거렸지만, 결국 궁전을 떠나 욜우드의 저택에서 칩거하게 되었다. 심불이 녹석궁을 떠날 때 벤프린탈라 시민 중 몆몆은 멋도 모르고 환호를 하고 박수를 쳤고, 그것이 이 여왕에게 준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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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의 정원에서 다과회가 열린 자리에서 심불의 여왕으로써의 권력이 동결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슈발츠는 기가 막혀서 웃었다. 특히 벤프린탈라 시민들이 여왕의 [추방]에 대해 환호했다는 대목에서 그의 비웃음은 경멸이 되었다.
" 이래서 멍청이들을 믿으면 안되는 거지. "/슈발츠
" 심불 여왕도 참으로 안되었네요, 50년이나 지켜주었던 시민들에게 버림을 받다니. "/젤로나
" 그래도 그녀는 성정이 격렬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척 잘 참았네요. "/플로라.
슈발츠는 발레리아가 서빙하는 과자를 집어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바삭하게 구운 비스킷에 설탕을 녹인 시럽을 듬뿍 부어 옷을 입히고, 그 위로 단맛이 강한 블루베리를 얹은 그것은 상당히 인기있는 과자라 기회를 놓치면 주인인 자신도 맛보지 못할 수 있었다.
" 그게 선량과 비선량의 차이지. 나는 저렇게까지 참질 못해. "/슈발츠
" 주인님께서 같은 상황이라면?... "/알루시아
" 그러기 전에 이미 카토인가 하는 놈을 때려 죽였겠지. 요새를 망가뜨렸다는 대목에서 말이야. "/슈발츠
즉시 나온 호쾌하기 짝이 없는 대답에 노예들 모두가 웃었다. 그리고 두르나가 막 집으려던 마지막 블루베리 과자를 알루데시아가 날렵하게 채 갔다.
" 모가지 위에 붙은 둥근게 장식인지, 병신같은 놈 하나에게 휘둘려 스스로 나라를 망치는 꼴이니 말이야. 아글라론드도 오래지 않겠구만. "/슈발츠
" 하지만 아글라론드가 멸망하면 우리가 태이에 대한 최종 방어선이 되는 셈이군요. "/세실루아.
" 아,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슈발츠
시치미를 떼는 슈발츠의 옆에서 두르나가 눈을 흘기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녀는 막 알루데시아를 제압하고 블루베리 과자의 절반을 획득해(나머지 절반은 이미 알루데시아의 입안으로 사라져 있었다) 입가에 온통 시럽을 묻히고 있었다.
" 모르시는 것 처럼 그러신다... 이미 심불 여왕에 대해서 손을 써 두셨잖아요? "/두르나
" 뭐... 오갈데 없는 여왕마마시니까 말이야. 이참에 내 후궁에 입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말이지. 그런 미인이 스자스 탐 같은 해골 손에 떨어지도록 두는건 내 성격상 안맞고. "/슈발츠
" 그나저나 아글라론드 대책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역시 제가 갈까요? "/스톰.
다리에 붙어 오는 스톰의 애교 섞인 질문에,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플로라가 손수건으로 두르나와 알루데시아의 입술을 닦아 주는 동안, 슈발츠는 다시 생각났다는 듯이 한마디 더 덧붙였다.
" 아아, 칼라드네이와 함께 가도록 해. "/슈발츠
" 네 주인님.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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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가을이 한참인 벤프린탈라 항구에 도착한 여객선으로부터 두명의 여행자가 내렸다. 그들은 변복을 한 칼라드네이와 스톰이었는데, 행상으로 가장하고 있는 모습이 적절해 보였다.
" 세상에, 운항 중인 배로 텔레포트 하라고 하실 땐 얼마나 황당했던지. "/칼라드네이
" 이건 약과에요, 저번엔 쿨트의 정글에 숨겨진 제히르의 사원을 찾으라고 지도 한장 없는 정글 한가운데로 보내시더라니까요. "/스톰
" 그래서 찾긴 했어? "/칼라드네이
" 물론이죠. 하지만 독 있는 모기에 뜯기는 바람에 얼굴이 두배로 불어서 며칠동안은 주인님 얼굴도 제대로 못쳐다봤어요. "/스톰
칼라드네이의 전언마법을 통해 슈발츠가 부여한 임무에 대한 내용에 덧붙여 소소한 잡담을 하면서, 일행은 슈발츠의 상단 지부에 가까운 안전가옥에 도착했다.
" 결계는 잘 쳐져 있네, 첩자들이 일을 제대로 했군. "/칼라드네이
" 그런데 왜 우리가 상단 지부에 머물 수 없는 거죠? "/스톰
짐을 풀면서 스톰이 입을 내밀었다. 안전가옥엔 그녀가 좋아하는 목욕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단 지부의 객실엔 목욕 시설을 포함한 호화로운 객실이 갖춰져 있다.
" 잘 알잖아, 이번 임무는 제삼자가 한것처럼 보여야 해, 그런데 우리가 주인님의 상단의 일원입네 하고 광고할 수는 없잖아. "/칼라드네이
" 히잉~ 그건 알지만... "/스톰
우는 시늉을 하는 스톰을 달래며, 칼라드네이는 스톰의 짐 정리를 거들어 주었다.
" 자자,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지? "/칼라드네이
" 네 언니. "/스톰
짐 정리를 끝내고 안전가옥을 나선 스톰과 칼라드네이는벤프린탈라의 시장으로 향했다.
" 저 가게죠? "/스톰
" 음. 맞아 그 카토인가 뭔가 하는 놈이 자신의 재산을 빈민에게 [환원]준답시고 만든 [장학 재단]이 경영하는 가게지. 주인이 카토랑 닮은 친척이래. 무슨 만들다 만 송편같이 생겼던데, 가만있자... 요기 있네. "/칼라드네이
칼라드네이가 꺼내 보여 준 초상화를 본 스톰은 정말로 [만들다 만듯한] 얼굴을 보고 하마터면 폭소를 터트릴뻔 했다. 둘은 한동은 초상화를 서로 번갈아 보며 이렇게 웃기게 생겨도 되는거니 어쩌니 하면서 킥킥거렸다. 그리고 두명은 길에서 떨어져 가게의 옆 골목으로 돌아 들어갔다. 길로부터 시야가 차단된 그곳은 한낮에도 제법 으슥했다.
" 마침 좋은곳이 있네. 자자 그럼 스톰, 네 차례야. 솜씨를 보여봐. "/칼라드네이
" 네 언니. 보고 있으세요. "/스톰
칼라드네이가 보는 앞에서 스톰는 훌쩍 도약해 작은 덧문 아래에 매달렸다 싶더니, 그 안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들어왔던 덧문을 통해 뛰어내려 소리도 없이 착지했다.
" 어땠어? "/칼라드네이
" 별것도 아니던데요. 입구의 고렘들을 너무 믿은 나머지 경보장치에는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은 덕분에 간단하게 끝냈어요. "/스톰
스톰은 자신의 저장 공간과 연결된 허리춤의 쌈지를 펼쳐 보였다. 그 안에는 시커멓게 생긴 강철 금고가 하나 통채로 들어가 있었다.
" 너도 너다. 금고를 열 생각보다 금고를 통채로 가져올 생각을 하다니. "/칼라드네이
" 에헤헤헤헤... 뭐 자물쇠는 여는 기술은 그다지 익숙하지가 않아서요. "/스톰
스톰은 머쓱하니 머리르 긁어 보였다. 그리고 두명은 거기서 더이상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다시 안전가옥으로 돌아 갔다.
" 자자, 그러면 안에 뭐가 들업는지 보실까? "
스톰이 안전가옥 한가운데 금고를 내려 놓고나서, 칼라드네이가 문열기 마법이 저장된 롯드로 금고를 두드렸지만 그 금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 어라? "/칼라드네이
" 안열려요? "/스톰
" 그러네... 이거 좀 복잡한 금고인가 본데? "/칼라드네이
" 이중이나 삼중으로 잠금장치가 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좀 더 해봐요. "/스톰
스톰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 금고는 무려 6중 잠금장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롯드로 다섯번을 더 두들긴 끝에, 마침내 그 금고의 문이 열렸다.
" 자자 보물은 어디냐... 어? "
수북하게 쌓인 금화를 기대하고 있던 칼라드네이와 스톰은 잠깐이지만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금고 안에 금화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서류 뭉치만 한가득 있었다.
" 뭐야, 돈이 아니잖아. 이러면 계획이 틀어지는데... "
본시 슈발츠의 계획은 칼라드네이 팀 중에 스톰이 카토의 금고를 털고, 칼라드네이는 그것을 찾아주는 척 하면서 자연스럽게 카토의 고용인이 되어 그의 근처에 잠복해서 카토가 그처럼 빨리 민심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를 탐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정보를 모으고 나서 슈발츠가 카토를 쳐죽이던지 이용하던지 양자 택일을 하면 그때 지시에 따르면 된다.
헌데 금고 안에서 나온건 돈이 아니라 서류뭉치였고, 칼라드네이는 서류 뭉치들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거래장, 신용장, 차용증서 등. 그것들은 카토 [상회]가 수행산 계약과 거래 일체의 명세서였고, 대부분 대수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서류 뭉치 사이에서 하나의 얇은 장부를 발견하기 전까지, 칼라드네이는 적잖이 실망하고 있었다.
" 음, 이건 장부 같은데 지나치게 얇은 감이... "
칼라드네이가 펼친 장부 안의 내용은 다른 잡동사니와 같이 대수롭지 않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칼라드네이는 그 장부에서 희미하지만 마법적인 오라가 방출되는 것을 눈치챘다. 칼라드네이가 허위 분별 마법을 시전하자, 장부의 글씨들이 뒤죽박죽 뒤섞이더니 다시 문장을 이루기 시작했다.
" 오호라... 역시나 엄중하게 지켜지던 이유가 있었군. "
그 장부는 벤프린탈라의 하층민 사회로 뻗쳐 나가는 중인 시어릭을 신봉하는 사교 조직에 대한 내용들이 있었다. 물론 하층민들이 처음 접하는 것은 시어릭 신앙이 아니라 [유일신 라센더]를 믿는 새로운 종파다. 이들을 조직해 비밀 교단을 만들고 헌금을 걷어들여 사용한 내역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장부의 진실된 내용이었다. 그것이 일반적인 상거래로 위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 우민들을 현혹하는데는 종교만한게 없지. 과연, 이런 식으로 조직했으니 순식간에 여론이 바뀐 것 처럼 보이지... "
곧바로 장부의 내용을 전달받은 슈발츠는 이 시어릭의 사교 조직에 대한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오염은 라센더를 느슨하게 믿는 사회 하층민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에게 새로운 종파의 전도자로 가장한 시어릭 교단의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접근해 치료와 호의를 베풀며 [교회]로 끌어들이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그렇게 영입된 새 신도들은 십일조를 헌금한다. 그리고 그가 새로운 신도를 다섯 만들 때 마다 교단(?)에서의 지위가 높아지고, 새로 끌어들인 다섯 신도들의 상급자가 되어 그들이 내는 십일조의 일부를 받는다. 그 돈으로 자신의 십일조를 내고 나은 것을 갖는다. 이런 식으로 피라미드식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신도를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정기적인 회합에서 신도들에게 심불에 대한 반감을 가지도록 선동(세뇌)된다.
실제로, 이미 벤프린탈라 주민의 35%가량이 이 새로운 [신앙 공동체]의 멤버가 되어 자신도 모르는 동안 시어릭 사원의 정치적인 힘과 부를 늘려 주고 있었다. 슈발츠는 거기까지는 아직 몰랐지만, 이 조직의 성격상 벤프린탈라 내부에 아주깊숙히 자리를 잡은 암덩어리가 되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알고 하던 모르고 하던 자의로 하건 강제로 하건 시어릭의 이득이 되는 일 자체로 이미 슈발츠에게 적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심불의 일도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슈발츠는 벤프린탈라의 사교도를 말살시킬 생각을 굳히면서, 심불이 기다리고 있는 욜우드의 저택으로 향했다.
카토가 주도한건지 스자스 탐이 기획한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욜우드에 지어진 심불의 [별궁]에는 슈발츠가 도착하기 전부터 암살자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 모두들 심불의 목에 걸린 천문학적인 현상금을 노리고 온 것이다. 개개인으로써는 심불에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래드 위저드들의 의식마법을 통하면 그런 모자란 마법사 수십명이 한데 뭉쳐 심불의 마법을 봉할수도 있었다. 심불의 별궁은 바로 그런 의식마법에 의해 거대한 결계 함정이 되어 있었다.
" 무슨 생각으로 저기 걸어들어간건진 몰라도, 꽤나 성가시겠군. "
슈발츠의 혼잣말처럼, 심불은 얌전히 별궁에 틀어박혀 있는 중이었다. 그녀도 별궁을 둘러싼 결계를 눈치챘을 것이다. 그런데도 별궁 내부는 그지없이 조용했다. 그는 별궁 내부를 염탐하기 위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그에겐 결계 따위는 대수롭지도 않았고, 마법을 쓸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지붕을 통해 별궁 내부로 숨어든 슈발츠가 서까래에 자리를 잡는 동안, 심불은 시녀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그녀들은 별궁에서 두시간은 걸어가야 있는 작은 마을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녁엔 모두 퇴근한다. 아마 암살자들도 시녀들이 모두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모조리 죽이기엔 심불이 너무나 성가시고 무서운 존재니까.
시녀들이 떠나간 후에, 심불은 별궁의 거실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혼잣말을 흘렸다.
" 과연, 이걸 노린 것인가... "
암살자들이 덮쳐온 것은 해가 질 무렵부터였다. 슈발츠가 가만히 내려다 보는 동안, 지져지고 태워지고 얼어붙은 암살자들의 시신이 마녀 여왕의 주변에 차곡 차곡 쌓여 갔다. 슈발츠는 그녀에 대한 미사여구 중에 [끝을 모르는 마력]이라는 묘사가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더욱 그녀를 노예로 두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한밤이 지날 무렵, 시체의 숫자는 백단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 마녀 여왕에게서도 피로의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그녀의 손의 반지가 빛을 잃었고, 그 다음은 지팡이가 마력을 다해 가루가 되었다. 양손에 쥐고 있던 두자루의 롯드도 다 소모한듯 바닥에 버려졌다. 평상시라면 이쯤 되면 후퇴하겠지만, 마법진 마법에 의해 순간이동이나 변신 능력이 억눌러져 있는 상태에선 그럴 수도 없었다.
마침내 마력을 다 소모한듯, 심불은 단검을 꺼내 들고 마지막 몆명 남지 않은 암살자들과 대치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녀의 끝없는 마력을 받아 넘긴 수백의 암살자들의 시체가 주변에 널브러져 있어 슈발츠를 감탄하게 했다.
하지만 이런 지경에까지 몰렸어도 심불은 끈질겼다. 그녀의 검술 솜씨래봐야 대단할것은 없었지만, 그녀의 몸 주변에 걸린 방어의 역장은 놀라울 정도로 그녀를 잘 지켜 주고 있었고, 손에 들려 있는 단검의 예기는 무서울 정도였다. 게다가 지형지물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협공을 잘 차단하고 있었다.
" 헛?! "
암살자중 하나가 크게 비틀거렸다. 심불이 내지른 단검에 가슴을 꿰뚫린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심불의 손목을 붙잡은 채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다른 암살자들이 비무장 상태로 노출된 심불을 사방에서 찔러들어갔다. 찔러들어온 단검은 모두 다섯이었다.
" 아윽!... "
몸을 감싼 역장으로 인해 두개는 빗나갔지만, 나머지 세개는 목표한 지점을 찔렀다. 심불은 양쪽 옆구리와 등을 깊숙히 찔린 채로 비틀거렸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 슈발츠가 슬슬 나설까 하는 찰나, 심불을 중심으로 은색의 섬광이 터져나왔다.
파앗!!! 화르르륵!...
슈발츠조차 잠시 눈이 부셔서 정신을 못차리는 동안, 은색의 섬광에 휩싸인 남은 암살자들 모두가 그자리에서 불타올랐다. 비명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죽음이었다. 그리고 타오르는 불길들이 잦아든 후, 슈발츠는 칼 세자루를 몸에 꽂은 채 주자앉아 있는 심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도 사경을 헤메는 중이었다.
슈발츠가 더이상 늦게 전에 손을 쓰기 위해 대들보에서 뛰어내리려는데, 거실의 입구가 열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들어온 것은 암살자들을 좌우에 대동한 심불 여왕이었다! 칼침을 맞은 심불 여왕과 정확히 똑같이 생긴데다 같은 로브까지 차려 입은 또 하나의 [심불]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녀를 보는 심불 여왕의 눈은 놀라움으로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불론 슈발츠도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 후후후... 놀랐나? 단순히 널 제거할 거였으면 언더다크에서 잡았을 때 해치웠겠지. 하지만 그래서는 거짓의 왕자의 [미학]에 어긋나니까 말이야. "
가짜 심불은 웃으며 진짜에게 가까이 다가가 섰다.
" 넌 네 왕국의 파멸을 볼것이다. 네가 사랑했던 자들도 네가 지키려던 모든 것들도 비참한 죽음과 파괴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어. 그리고 너는 네가 지키려던 자들의 저주를 들으며 영원히 감금될 것이다. "
진짜 심불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벌린 입으로부터는 피가 게워져 나왔다. 가짜 심불은 손을 휘둘러 마법을 써서 진짜 심불의 상처를 마력으로 치료했다. 하지만 그것은 극도의 고통이 수반되는 주문이었는지, 진짜 심불은 몸을 뒤틀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그런 그녀의 좌우를 암살자들이 제압했다.
" 후후후, 알루스트리엘 년도 처리가 끝났고, 이제 남은건 결행의 날 뿐인가?... 기다려지는군. "
슈발츠가 내려다보는 앞에서, 가짜 심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포즈를 잡았다. 눈 아래에서 진짜 심불이 끌려 나가고 죽은 암살자들의 시체가 치워지는 동안, 슈발츠는 다음의 수를 생각하느라 바빠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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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오늘의 연재분 끝.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