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4_2편.
눈물과 애액바다가 된 상봉식(?)을 거친 후, 슈발츠는 두르나의 침대 아래 위에 흩어져서 쓰러져 있는 노예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 으응... 응... "/알루시아
" 아흥... 조, 조금만 더... "/세실루아
여자들은 꿀맛인 단잠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 너머, 대리석 기둥 사이로 슈발츠의 차원의 수평선이 보였다.
" El Cielo... Mornaquianii Imperialle Augustii Redim... 블라블라블라... "
침대에 편안히 누운 슈발츠의 입에서부터 주문의 영창이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창세]주문이었다. 그때까지는 책의 도움으로만 가능했던 그 주문의 시전을, 책의 도움도 없이 그 자신이 직접 영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 역시 슈발츠가 지옥에서부터 얻었던 힘이었다.
영창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주문의 영창이 끝난 후 부터 점점 수평선이 멀어지면서 해안선이 전진하기 시작하고, 해안선이 전진하면서 뒤로는 나무가 솟아오르며 숲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슈발츠의 [궁전]을 둘러싸고 있던 분지는 점점 높아지고, 어느새 침실을 감싸는 열주 회랑 사이로 보이는 바깥은 구름 사이로 저 멀리 수평선 자체가 까마득해져 가고 있었다. 노예들이 정신없이 자는 동안, 슈발츠의 세계는 무지막지한 넓이로 확장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슈발츠는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코를 박고 막 코를 골기 시작하는 스톰을 슬쩍 허공에 떠올린 후 자신의 팔 안으로 끌어들였다. 스톰은 약간 몸을 뒤척였을 뿐 여전히 인사불성 상태 그대로였는데, 슈발츠는 그런 그녀의 정수리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곧 환한 빛이 스톰의 머리와 슈발츠의 손바닥 사이에서 나기 시작했다.
" 으응?... "/두르나
" 깨어나셨어요, 언니? "/스톰
슈발츠의 품 안에서 단꿈을 꾸다가 정신을 차인 두르나는, 잠시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눈앞에서 생기있게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몸을 상냥하게 닦아 주고 있는 스톰을 보고 놀랐다.
" 핫? "
그녀의 탄성에 다른 노예들도 하나 둘씩 꿈나라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다들 스톰이 네 다리가 아니라 두 발로 당당히 걸어다니며 슈발츠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생기있게 응대하는 것을 보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 아니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대체 어떻게 하신 거에요, 주인님? "/알루시아
" 우아앙~ 스톰이 스톰 같지 않아~ 너무 똘똘하자나~ "/두르나
" ? 뭐가 어때서 그래요? "/스톰
두르나나 다른 노예들이 궁금해 했지만, 슈발츠는 슬며시 웃어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곧 다른 노예들은 스톰이 지성을 되찾은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녀들은 슈발츠가 무슨 수를 쓴게 분명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플로라를 제외하고는 더이상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플로라도 슈발츠가 엉덩이를 한번 찔러준 후에는 질문을 멈추었다.
" 하아하아... 흐응... 잘못했어요. "
허덕이는 플로라를 내버려 두고, 슈발츠는 드디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기지개를 한번 켠 후 좌우를 돌아본 슈발츠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의 좌우로 제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는 노예들이 한결같은 애정과 충성이 담긴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자, 이제 평소의 일상으로 되돌아 가야지? "/슈발츠
" 예, 주인님! "/노예들
물론 노예들로써는 대환영이었다.
물론 스톰의 회복은 슈발츠가 자신이 새로 얻은 신성한 힘(시원자로써의)을 이용한 결과였다. 그는 분명하고도 즉시적으로 현실을 바꿔버리며 기적과 같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이다. 사실 그는 스톰을 회복시킬 때 약간의 농간도 부렸는데, 뜯어져 나가 있는 그녀의 영혼의 상처를 샥스에게서 물려받은 시원자의 신성한 힘으로 봉합하고 회복시키긴 했지만 또한 그녀의 영혼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여신의 자식으로써의 신성한 에센스를 빨아들여 그녀를 진정한 필멸자(하지만 노화하지도, 노화로 죽지도 않는)로 만들었다.
이제 스톰은 예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고, 여신 자신조차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딸의 존재를 알아챌 수 없게 되었다. 슈발츠는 이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지성이 회복되었지만, 그래도 신성함을 잃고 의지를 잃은 영향은 스톰의 정신에 남았다. 그녀는 슈발츠에게 무조건적이며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것 만큼은 다른 노예들보다 더했고, 평소에는 젤로나가 개발한 약으로 피부색을 바꾸고 화장을 바꾸며 얼굴을 수월하게 가릴 수 있는 차림을 하는 것으로 그녀를 알아볼지도 모르는 제삼자의 시선을 피했다(슈발츠의 지시로). 그녀는 두르나의 명령을 받는 행동대원으로써 내해 전역을 돌아다니며 비밀스럽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도맏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재능에 썩 어울리는 일이었다.
조금 시일이 지난 후에, 다른 노예들도 슈발츠의 정액을 받으면서 그의 신성한 힘에 의해 비슷한 변화를 겪었는데, 가장 육체적인 힘과 에너지가 왕성한 상태의 시간에서 노화가 멈추었던 것이다. 그녀들은 당장엔 그것을 느끼지 못했지만(몸이 평소보다 가벼워졌다 정도만 느꼈을 뿐),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슈발츠는 이 불로(不老)의 능력을 자기가 맘먹은 대로 줄 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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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했을 때, 슈발츠의 [서재]는 포로와 노획품으로 거의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그나마도 슈발츠가 가져올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치가 높은 물품들만 골라 가져온 것이다). 슈발츠는 샥스가 쓰던 물건을 포함한 이 노획품들을 보관하기 위해 궁전의 창고에 확장 공사를 했다. 한동안 젤로나와 젤라노라와 사피아 등은 슈발츠가 새로 들여온 보물들의 뒷정리로 정신없이 바빴을 정도다.
포로에 관해서는 이렇다. 예의 뼈와 살이 뒤섞인 추괴한 살아있는 기둥을 약간 변형해서 살덩이(와 촉수)로 이뤄진 감금용 기둥을 만든 슈발츠는, 그것에 와우킨을 감금한 채로 데려와 자신의 서재에 설치(?)했던 것이다. 맞아죽기 싫으면 그럴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광기를 고치거나 혹은 그녀를 [흡수]할 방법을 찾을 때 까지는 당분간 감금상태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이었다.
또 한명의 죄수는 예의 붉은머리의 여전사로, 그녀의 정체는 서큐버스였다. 그것도 알루데시아라는, 북부에서는 상당히 이름이 팔린 서큐버스 팔라딘이었다. 모시는 신은 수니. 그는 샥스에 의해 저며졌던 천사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 본성까지 바꾸고 옛 주인까지 배신해 가며 사랑의 여신의 팔라딘이 되었다는 굉장히 감동적이기까지 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악마들은 찌질하기 때문에 복수할 일은 잊지 않는다. 수십년 동안 음모를 짜던 그녀의 옛 주인은 마침내 천사와 그녀를 일타쌍피(一打雙피)하는 성과를 올렸고, 어떻게 보복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녀와 그녀의 [애인]을 지옥의 고문 전문가 샥스에게 장난감 삼아 던져주었던 것이다.
샥스에 의해 사랑하는 연인인 천사를 잃은 서큐버스 팔라딘은 슬픔 속에서 미쳐버렸고 다시 타락했다. 게다가 왠지 더 강력하고 위험한 존재로 변했다. 그 상태로 슈발츠에게 의도치 않은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다시 개기다가 사로잡힌 것이다. 그녀의 사연을 알게 된 슈발츠는 (측은지심도 들고 해서)그녀를 처분하기 보다는 자신 휘하의 노예로 두기로 했다.
물론 그녀들의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그녀들의 존재는 다른 노예들에겐 비밀에 붙였다.
우선은 알루시아부터 보자면...
" 풀어라! 이걸 풀어라 필멸자!... 아니면 차라리 날 죽여라!... "
슈발츠의 목에 걸려 있었던 수니의 축복을 받은 사슬을 온몸에 두른 채, 피눈물을 흘리며 몸부림 치는 알루데시아는 두렵기보다는 측은해 보였다. 성스러운 힘으로 축수된 사슬이 그녀의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에 파고 들며 찰과상과 화상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고통에 아랑곳없이 풀려나서 죽기까지 싸우기를 바라며 그녀 앞에 서 있는 슈발츠를 향해 서슴없는 독기를 뿜어 보였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써본 상태였다. 매혹의 시선은 슈발츠에게 통하지 않았다. 악마로써 의지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마법의 힘은 사슬에 의해 속박되어 버렸고, 성스러운 사슬을 물리적으로 끊을 힘도 없다. 절망과 증오로 미쳐버린 채 울부짖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서큐버스는 바로 그렇게 하고 있었다.
" 풀어 주면 어떻게 할 건데? "/슈발츠
" 크아아악!... "/알루데시아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알루데시아. 슈발츠는 손가락을 튕겨 사슬을 풀어 주었다. 허공에 매달려 몸부림 치던 알루데시아는 그대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 싸움을 원하나? 그렇다면 한판 떠 보지. "
슈발츠가 다시 한번 손짓을 하자 알루데시아의 상처가 말끔히 나았다. 충분히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었지만, 알루데시아는 그런 것에 놀라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듯이 곧바로 자신의 혈갑(血甲)과 붉은 글레이브를 소환했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슈발츠를 향해 달려들어왔다.
카캉!... 카가가각!...
휘둘러오는 글레이브를 용수를 꺼내 들어 막은 후, 슈발츠는 그대로 그 날을 밀쳐냈다. 이미 인간의 경지 따위는 아득하게 넘어선 슈발츠다. 알루데시아도 비범하긴 했지만 힘은 물론 기량도 슈발츠의 상대는 아니었다. 금속끼리 긁히는 거북한 소리가 나고, 그녀는 글레이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 차앗!... "
터엉!...
다시 날아온 글레이브의 날을 걸음을 옮기지도 않고 환도를 휘둘러 쳐낸 슈발츠. 그가 별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알루데시아는 이번에도 글레이브 째로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몆번이나 그 짓을 되풀이 하면서도 알루데시아는 포기할 줄 몰랐고, 슈발츠도 진지하게 상대해서 숨통을 끊지 않았다. 명백한 놀림감이다. 슈발츠가 이러는 이유는 적당히 상대해 주다가 그녀가 지치면 적당히 눌러 주고(?) 자기 노예로 삼을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루데시아가 바라는 것은 죽이던지 죽던지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전투 의지가 꺽이는 법이 없었다. 몆번이든 다시 일어나서 다시 죽어라고 달려드는 그녀는 보며 속으로 혀를 차던 슈발츠는 이래서는 죽도밥도 안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마침내 행동을 개시했다.
퍼억!...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온 슈발츠의 발차기가 알루데시아의 배에 묵직하게 박혔다. 순간적으로 몸을 [ㄱ]자 형태로 구부러뜨린 알루데시아는, 몆미터나 날아가 곧바로 위액을 토하며 몸을 뒤틀었다.
" 우에윽!... 아우욱... "
주먹으로 고렘도 일격에 찌그러뜨려 버리는 슈발츠의 완력이 실린 발차기다. 보통 인간이라면 아무리 좋은 갑옷을 입고 있더라도 내장이 터지며 즉사했을 만한 충격이었지만, 본래 바탕이 어비스의 악마인 알루시아는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입은 혈갑이 완충 역할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쩡하지도 못했다. 글레이브마저 놓치고 버르적거리며 일어서려는 알루데시아의 눈앞에 다시 별이 번쩍였다. 그녀의 얼굴에 슈발츠의 발이 닿았던 것이다. 슈발츠는 힘조절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기에 족했다.
퍼억!...
" 커, 커억!... "
다시 몆미터를 날려 가서 구석에 처박힌 알루데시아. 입 밖으로 뱉어내는 핏물 사이로 부러진 이빨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였지만 슈발츠는 봐주지 않았다.
몆번이나 더 가벼운(?) 주먹질과 발길질이 있은 후, 마침내 알루데시아는 피투성이의 그로기 상태가 되어 바닥에 드러누웠다. 슈발츠는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그녀의 코를 붙잡고 얼굴을 들어올린 후 숨을 쉬기 위해 벌려진 그녀의 입 속에 성수를 드리부었다.
" 끄아아아아!... 가르르르륵!!! "
악마에게 성수는 염산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입과 목에 끔찍한 화상을 입은 알루시아는 피와 오물을 게워 내며 기절해 버렷다. 아랫도리 쪽도 칠칠맞지 못하게 실금을 하고 말앗는데, 똥오줌이 되지 않았던 까닭은 오직 그녀가 오랫동안 굶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콰지직!... 드드득!...
그 다음은 치료다. 알루데시아의 몸에 딱 달라붙어 있던 혈갑이 슈발츠의 손길에 마치 구운 밤 껍질 까듯이 벗겨져 나가고, 이윽고 나체가 된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올린 슈발츠는 상처 치료 마법이 들어 있는 롯드를 그녀의 보지에 박아넣었다.
" 끄아악!... 끄아아아아아!!!... "
상처를 주면서 치료가 동시에 행해지는 초유의 고문이다. 보지에 차갑고 딱딱한 물건이 밀고들어온 고통 속에서도, 알루데시아의 상처는 천천히 치유되어 갔다.
" 하악...하악 하악... "
고통 속에서도 상처가 치료되고 원기를 회복한 알루데시아는 보지에 박혀 있던 힐링 롯드를 이를 악물고 뽑아 낸 후 다시 혈갑을 소환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글레이브를 줏어들고 달려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 좋은 근성이군. "
그 재롱(?)을 비웃으면서도, 다시 슈발츠는 진지하게 상대해 주었다. 그리고 동일 과정이 반복되었다. 다만 다음 타임에 힐링 롯드가 박힌 곳은 알루데시아의 항문이었다. 그 짓을 알루데시아가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할 정도까지 반복한 후, 슈발츠는 알루데시아의 감금실을 나왔다.
이튿날 역시도, 슈발츠 자신은 전혀 그녀를 범하지 않았다. 대신 대련을 빙자한 끔찍한 폭력이 시행되고, 치료를 해 주는 것의 반복이 이어졌다. 그것은 일종의 고문이었다.
샥스와 슈발츠의 고문이 다른 점은, 샥스는 상대가 망가지건 말건 자신이 하고싶은대로 찔러대고 저며내며 유혈에 탐닉했던 반면, 슈발츠는 자신이 딱히 보복할 복적이 아닌 이상, 정신적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목적으로 고문의 고통을 사용하는데 있었다. 즉 샥스에게는 고문 자체가 목적이고, 슈발츠에게 고문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였다.
알루데시아는 타나리 답게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끈질기게 슈발츠의 이런 잔혹한 처사를 견뎠지만, 그녀도 한계는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비명소리가 허약해지자마자 이번에는슈발츠에 손에 붙잡혀 그가 만든 [무저갱]에 던져넣어졌다.
무저갱이란 슈발츠가 자신의 서재에 새로 만든 특별한 감금실이었는데, 마법으로 창조한 일종의 추가차원으로, 완벽한 [암흑과 정적의 공간]이었다. 한번 어비스의 무저갱에 떨어져 본 경험이 있는 그는 그런 장소(감각이 완전히 차단되는)가 조교에 상당히 좋은 장치라는 사실을 깨닫고 즉시로 응용했던 것이다.
농담 같지만, 타나리 조차도 강제적인 고독과 고립은 무서워한다. 어비스는 분위기가 어두울망정 붐비고 시끄럽다. 게다가 슈발츠가 그녀를 감금한 곳은 암흑 시야조차 차단하도록 설계된 특수한 어둠과 정적 주문을 통해 그야말로 시각과 청각을 포함한 일체의 능동적인 감각이 모두 차단된 축소판 어둠의 우물이었으니, [무저갱] 내에서 그녀가 느끼도록 허락된 유일한 감각은 피부에 파고드는 사슬이 주는 뜨거운 고통 뿐이었다.
그리고 무저갱에 갇힌 지 사흘만에, 알루데시아는 나약하게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의 우는 소리 조차 들을 수 없었다. 이미 피눈물은 멎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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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아니 동물처럼 변한 알루데시아가 무저갱에서 [구출]된 것은 그 후로도 며칠이 지나서였다.
처음 무저갱의 입구를 열고 슈발츠가 염동력 주문을 써서 무저갱에서 끌어올리는 동안, 알루데시아는 기뻐서 울고 있었다. 모처럼의 빚이다, 두려움과 절망에서 구출된 나머지 알루데시아는 슈발츠가 누군지도 잊고 있었다. 아니 잊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슈발츠를 자신의 구원자로 인식하고 감격하는 중이었다.
알루데시아는 슈발츠의 품에 안겨서 그의 팔과 어께에 전력을 다해 매달리며 벌벌 떨었다. 등 뒤의 무저갱이 그만큼 두려웠던 것이다. 고문의 연속으로 피폐해진 그녀의 정신은 더이상 이성적인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슈발츠는 그녀의 목을 쓰다듬으며 완전히 무저갱에서 꺼낸 후, 노예의 목테를 채웠다.
" 아응... "
목테가 채워지고 사슬이 둘러지는데도 알루데시아는 반항하지 않았다. 구원자(?)인 슈발츠의 손에 자신을 내맏긴 채 더이상의 고통이나 공포, 외로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슈발츠는 그녀의 그런 부서진 마음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목테가 다 채워진 후, 슈발츠는 알루데시아를 침대로 옮겼다. 그것은 그가 사피아를 조교했던 바로 그 침대로, 이 침대에는 저절로 깨끗해지는 마법과, 슈발츠가 거칠게 움직여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의 강화 마법이 걸려 있었다.
" 하앙... 앙!... "
엉덩이와 가슴을 만져지자 알루데시아는 끈적한 콧소리를 흘려내엇다. 본시 유혹과 색계를 전문으로 하는 악마인 서큐버스다. 지성은 거의 잃어버렸지만 몸으로 배운 것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래서 슈발츠의 손길이 무엇을 뜻하는 지도 정확하고 명백하게 알고 거기에 맞춰 반응했다. 꿈틀거리며, 교태로운 콧소리를 흘려 내는 서큐버스의 유혹적인 자태를 눈으로 즐기면서 슈발츠는 알루데시아를 침대 위에 엎드리게 한 채로 후배위로 삽입해 들어갔다.
" 하아앙!... "
행복에 겨운 콧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단숨에 실내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철저하게 남자를 홀리기 위해 창조된 서큐버스의 몸은 슈발츠의 비범한 자지까지 집어삼킬듯이 반응해 왔다. 슈발츠는 다른 노예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일종의 위화감을 느낄 정도였다. 게다가 오랫동안 남자를 끊어 굶주리기도(?) 했던 알루데시아의 기세는 대단했고, 그는 그녀를 [조절]하는 데 다른 노예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심력을 소모해야 했다. 그렇다고 쫄아들거나 당황할 슈발츠는 아니다. 알루데시아의 반응을 조절하면서, 그는 삽입한 그대로 천천히 기세를 올리며 그녀를 압도해 가기 시작했다.
" 하아응... 하아아응...!!! "
서큐버스의 농염한 교성을 귓전으로 흘리며, 슈발츠는 나직한 웃음을 지었다. 악마도 여자는 여자인 것이다.
그후로 며칠이나 지났을까, 슈발츠는 알루데시아를 철저하게 범했다. 식사와 용변까지 식탁과 요강을 가져오게 해서 섹스 중에 해결했으니 그야말로 철저했다. 알루데시아의 신체 중에 슈발츠의 손길이나 정액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였다.
" 하응... "
알루데시아는 혼미 상태에 있었다. 절정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엔 기운이 없었다. 이미 몆회째인지도 기억에 없다. 그녀는 슈발츠에게 범해지면서 시간 감각까지 상실해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사는지 죽는지도 모를 정도로, 의식조차 오락가락 하는 중이었다. 서큐버스로 침대 위에서 남자를 압도하기 위해 배운 기술도, 천성적인 요부의 본성도, 압도적인 슈발츠의 힘과 체력 앞에서는 어린애의 재롱일 뿐이었다. 그 밑천의 바닥까지 탈탈 털리고 기력까지 고갈된 상태의 그녀는 단지 섹스 인형과 같이 슈발츠의 움직임에 간신히 응대할 뿐이엇다.
물론 일반의 필멸자 여자였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 하... 하히이... "
주르륵...
마침내 그것도 끝이 왔다. 쉰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교성과 함께 알루데시아는 희멀건 애액과 오줌을 흘려 내며 기절해 버렸다. 이전에 맞은 절정과는 달리,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된 그녀는 슈발츠가 삽입을 한 채로 그녀의 엉덩이를 흔들고 클리토리스를 비벼 줘도 더이상 깨어나지 못했다. 그야말로 완전히 나가 떨어진 것이었다.
그후로 사흘간의 시간이 더 흐른 후, 정식으로 슈발츠는 어비스에서의 노획물을 다른 노예들에게 소개했다.
슈발츠의 품에 안겨서 아기 같은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날개잃은 서큐버스를 보는 다른 노예들의 표정은 좀 복잡다단했다. 이번에도 역시 플로라는 명백하게 절반은 공포와 절반은 혐오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슈발츠의 시선을 받은 후에는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주인의 결정인 것이다. 노예인 그녀는 따를 수 밖에 없었다.
" 으...응?... "
깨어났을 때, 알루데시아가 처음 본 것은 그녀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 주고 있는 두르나였다. 그 반대편에서는 플로라가 조금은 손끝을 떨면서 물수건으로 그녀의 팔과 가슴 언저리를 닦아 내고 있었다. 기분좋은 장미 향기가 풍겨왔지만 눈에 보이는 플로라의 존재가 그녀와는 상극이다. 알루데시아는 본능적인 불안에 휘둘리던 중에 다시 슈발츠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알루데시아는 안심하고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슈발츠가 옆에 앉아 있었다. 다른 노예들은 저마다 자기 할일을 찾아 돌아간 후였다.
" 응... 아... 아아... "
알루데시아는 어린애 비슷하게 천진한 교태를 부리면서 슈발츠를 향해 몸을 돌렸다. 슈발츠가 손을 뻗어 얼굴을 쓰다듬어 주자, 알루데시아는 그 손에 얼굴을 부볐다.
" 응... 응... "
사랑하는 천사가 죽었을 때 한번 파괴된 알루데시아는, 슈발츠의 손에 다시 한번 더 파괴되면서 타나리로서의 본성이 왜곡되어 순수한 동물처럼 바뀌었다. 죽음과 자비를 애걸하는 서큐버스에게 슈발츠는 기억을 지워 주고 여자로써의 기쁨을 알게 해 주는 것으로 답했다. 이제 그녀는 슈발츠에게만 충성하고 그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진 팻이 되었다. 마치 예전의 스톰과 같이. 차이점이 있다면 스톰의 지성의 상실은 회복될 필요가 있었지만, 이 망가진 서큐버스에겐 이 상태가 구원이라는 점이었다.
플로라는 물론이고 두르나도 이 새로운 [애완견]의 출현을 그리 반기지는 않았다. 스톰과는 달리 배변훈련부터 다시 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깨어났을 때, 알루데시아는 오줌을 싸서 그녀의 시트를 더럽혀 놓았다.
" 쇼우 룽 산 주단(朱緞; 올이 굵은 붉은 비단)이었단 말이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
울상이 된 두르나를 위해 슈발츠는 칼림샨제 세단(細緞; 올이 좀 더 얇은 비단)으로 만든 같은 색의 시트를 선물해 주었다. 하지만 그 선물로 인해 뾰루퉁해진 다른 노예들에게도 연이어 선물을 해 주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조금은 화를 낸 슈발츠는 새로 산 칼림샨 비단 시트 위로 두르나와 알루시아를 불러들여 그녀들의 눈물과 침과 애액과 오줌으로 시트를 더럽히게 만들어 주었다(이 둘이 주동자였다). 그리고 젤로나는 두르나를 위해 특별히 청소효과가 있는 마법봉을 개발해야 했다. 아니 그것으로도 모잘라서, 종내엔 침대 시트에 청결화 마법이 자동을 걸리게끔 되었다.
두르나 등이 알루데시아를 완전히 슈발츠의 애완견으로 인정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어쨌든 알루데이사는 변함 없이 슈발츠의 애완동물로써 충성을 보였다. 결국엔 플로라마저 그녀의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럭저럭 하는 동안 알루데시아 쪽에서도 플로라를 꺼리지 않게 되어 갔다.
알루데시아의 잘린 날개는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슈발츠도 그것을 회복시킬 생각은 없었다. 대신 그는 자신의 마법으로 그녀의 등에서 날개 자리의 흉터를 지웠다. 그녀는 여전히 치명적인 매혹의 시선과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키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슈발츠에겐 통하지 않았으므로, 이로써 그녀는 슈발츠 앞에선 일반의 인간이나 엘프 여자나 다름 없게 된 것이었다. 사실 지성이 사라져 있었으므로 그 이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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