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예속257
[에 그러니깐.... 12월 6일 일요일날... 중요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구요?]
[어... 솔찍하게 말하면 내 아버지와 같은 분이셔. 꼭 베르치카를 소개해주
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그날 꼭 같이 가자.]
태욱의 말에 베르치카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베르치카가 알기엔 그는 천애고아로서 어머니를 1년전에 잃고 가족은 아무도 없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가족과도 같은 남자가 있다고 하니 웃기지만 저절로 긴장되는 것이였다.
[시간은 언제쯤인데요...?]
베르치카는 머리속으로 수만가지 상상을 하면서 태욱에게 시간을 물어보았는데 태욱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베르치카는 비록 침이 없지만 목이 바짝 타들가는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마... 낮부터 만나야 할거야... 저녁에는 다른 볼일이 있어서...]
태욱은 시간을 정확하게 정하진 않았지만 베르치카와 함게 최절연을 만나는
것은 점심정도로 잡고 있었다. 같이 식사하고 최절연형님에게 베르치카를
소개해준 다음 보스인 갈치형님을 혼자서 대면할 생각이였던 것이다.
어디까지나 뒷골목에서 손을 씻고 그 댓가를 치루는 것은 자신이 해야한다
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아무리 태욱이 어리다고 해도 뒷골목을 1
년이상 휘젓고 다닌이상 세상에 대해서 어느정도 마모될 만큼 격었고 이런
것에는 베르치카에게까지 알리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태욱은 그만큼 금을 긋는데 확고했고 베르치카는 태욱의 말 속에서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런 태욱의 성격을 알고 묻지는 않았다.
[그런가요... 알았어요. 준비할께요.]
[어 고마워.]
갑작스런 기습과도 같은 태욱의 말에 베르치카는 당황해서 살짝 목소리를 흐트리며 대답하고 말았다.
[흐흥.. 갑자기 왜그래요..]
[아니 진짜 고마워서. 베르치카가 아니였다면. 지금도 어찌 됫을지 몰라.]
그런 베르치카의 목소리를 들으며 태욱은 웃으면서 말하였는데 그녀로서는 약간 기분이 미묘해질 만큼 좋았다.
[저야말로 고맙죠. 그럼 빠르게 돌아갈게요. 직접 보고 해야할 일도 있어서
요.]
[알았어. 빨리와.]
사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채 태욱에게 빠진 베르치켜 였지만 지금은 누
구보다도 태욱의 힘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술식을 가다듬어서 지금 자
신이 얼마나 그에게 빠져있는지 잘알고 있었다.
흡혈귀만큼 공허한 존재는 어둠의 세계에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인간
의 시간관념을 가지고서 너무나도 긴세월을 살아가기 때문이였다. 드워프
엘프, 그밖에 수많은 종족들은 자기들 시간관념에 맞도록 살아가는데 반하
여 흡혈귀는 인간의 관념으로 수백년 수천년을 살기 때문에 그 영혼이 미치
도록 피폐해지고 공허해지는 것이다. 이미 죽고 무로 환원되야할 혼이 끝없이 살아가는 것이니 얼마나 피폐해지고 메말라가는지... 오로지 흡혈귀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였다.
그렇기에 오로지 그들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인 흡혈에 그들을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흡혈 자체가 인성을 파괴하고 더욱 공허에 빠져들
게 하는 함정이였기에 나중에는 피에 미친괴물이라는 그저 하나의 마물로
변해 죽어갈 뿐인 것이다. 그것이 흡혈귀군주라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도저
히 죽지 않는 괴물들의 마지막 최후였다. 실제로 흡혈귀군주가 전투나 살해당하는 것보다 피에 미친괴물이 되어 죽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그러나 베르치카는 태욱이라는 행운을 만났다. 비록 태욱은 베르치카에게
구해졋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실 알고보면 약간 달랐는데 비록 타워의
남자들에게 잡혔던 태욱이지만 그의 목걸이가 보호하는 이상 초월적인 존재
가 직접 강림하지 않는 이상 태욱은 [천운]으로 그 위험을 회피할 수 있었
을 것이다. 오히려 그 천운으로도 회피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 흡혈귀군
주 베르치카를 만나 아무런 어둠과 접점 없이 30살에 자연사할 운명이 뒤틀
리고 많이 바뀐 것이다.
그에 비해 베르치카는 태욱을 만난 것 자체가 행운이나 다름이 없었다. 본
디 영면의 잠이라 불리우는 강제적인 수면으로 활동시간을 늘리는 다른 흡
혈귀 군주와는 다르게 베르치카는 탄생한 하르마겟돈 때부터 2천년간 한시
도 자지 않고 살아왔었고... 그녀의 영혼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이프리트 술탄이 괜히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서큐버스를 이용해서 베르치카
를 노렸던 것이 아닐 정도로 그녀의 영혼은 피폐해져있었는데... 그런 공허
함을 태욱이 전부 메워주었던 것이다.
생명에너지란 살아가는 힘이였다. 자손을 낳고 그 생명을..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에너지. 그렇기에 그 힘에 속성이란 없고... 막을 수도 저항 할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 생명에너지를 응축한 백탁액을 가득가득 받으니 베르치카처럼 황폐해진 흡혈귀군주도 나름 삶에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였다.
그렇다. 베르치카는 아무런 힘이 없는 평범한 인간 소년 태욱에게서 구원받
았다. 비록 구원 방식이 낮부끄러운 방식이긴 하지만 베르치카에 한해서 그
보다 더 기분좋은 구원은 없을 방식이였다. 흡혈귀군주 베르치카라는 말라
비틀어지고 죽어가는 것 다름 없던 그녀의 영혼은 땅을 촉촉하게 젖셔주는
백탁액이라는 영액으로 다시금 힘을 되찾은 식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영혼은 다시 활기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고 그것은 태
욱이 존재하는한 계속 유지될 것이 분명하였다.
물론 이것도 베르치카가 목걸이의 술식을 복원하기 위해서 연구와 노력을
통해 알아낸 것이다. 이런 것을 알기 훨씬 전부터 베르치카는 태욱에게 반
해있었다. 쾌락뿐만이 아니라 예민한 짐승과도 같은 감을 가지고 있는 태욱
은 반드시 알고 있을 피를 탐식하는 괴물인 자신을 아무런 편견없이 사랑한
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 소년을 사랑하고 만 것이였다.
그것은 무적의 네크로폴리스의 지배자중 한명인 그녀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 분명했지만 거부할 수가 없었다. 이미 그녀는 태욱 사랑한다는 말을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있었기 때문이엿다. 사실 베르치카는 매우 독점욕과 질투심이 강해서 하루에도 몇번 태욱의 다른 아내들을 모두 물리치고 싶은 마음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특히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는 에크류아는 그녀도 느끼고 있을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질투와 함께 시작되는 감정인 만큼 베르치카 역시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모두 태욱의 안전한 수명증가를 위해 꾹 눌러참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다 뒷전이다. 아니 엘프정제기를 위해서 공략을 짜던 것도 다 던져놓고 베르치카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다가온 것은 12월 6일 일요일날 벌어질 결전.
상견레인 것이다! 가족이 전혀 없는 태욱이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라고 할정도면 두명의 친분은 돈독할 것이 분명했다. 비록 태욱이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아버지와 같은 남자가 자신을 불편하게 본다면 그만큼 페널티를 짊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아.... 어쩌지... 입고갈 옷이...]
베르치카는 나직히 한숨을 쉬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모델처럼 쭈욱
빠진 170이 훨씬 넘는 키와 그런 몸매에 덧붙이듯 붙어있는 탱탱하고 볼륨
감 만점의 젖가슴은 그야말로 만화나 영상매체에서만 볼 수 있을 정도의 훌
륭한 성적 판타지를 전부 구현한 모습이였다. 특히 그녀의 맵시와 맞춰서
잘 맞아있는 가슴팍이 활짝 열린 개조된 진한 적색의 정장과 허벅지가 전부
들어날 정도로 깊은 슬릿이 들어있는 진갈색의 타이트 스커트는 그녀의 매
력과 섹시력을 배로 튕겨주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인 태욱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데 이런 복장을
입고 가는 것은 약간 무리가.. 아니 많은 무리가 있었다. 그녀도 태욱을 위
해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깨닫게 된것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한 복장은 태욱에겐 좋을지 몰라도 일종의 상견례 자리에선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미적기준에 맞추면서 동시에 한국 장년남자의 기호에 맞춘 옷을 고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될 것이 분명하였다.
사울 화이트팽 듀나엘이 준 전령을 해체하는 것보다 베르치카에겐 어렵게 느껴졋는데 그 이유는 전령이야 실패하면 그저 밉쌀 스러운 사울이 준게 사라질 뿐이지만 첫인상이 중요한 상견례자리에서 밉보이는 것은 매우 좋지 못한 것이다. 뒤는 없는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실패란 용납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아음... 한국 아버님들은 외국 여성아내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편견을 가
지고 있다던데....]
옷도 걱정이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도 흡혈귀군주라는 위명을 가진 베르치카
의 심기를 어지렵혔다. 태욱을 위해서 한국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알아온 베르치카에게 있어서 외국 여성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부모마음이라는것이 내심 부담되었던 것이다. 수천년을 살아온 그녀라도 당장 몇일 후에 만날 인간 남성을 어렵게 생각하며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하고 있을 때 구석에서 미약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태욱이 한참 켄타우레스 모녀 세츠코와 요코를 범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 베르치카는 또 하나 난감한 상황에 빠져있었다. 어제 저녁 자신의 실험
실로 로베르토가 넣고 간 시체보다 조금 양호한 상태의 인간 여자가 있었는
데 그녀는 바로 김유화였다.
[아 이건 뭐지...?]
로베르토 카론은 김유화를 응급처치만 하고 나서 김유화를 베르치카의 실험실에 놔두고 사라졌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가 직접 시킨 일이였다. 하지만 딱히 이런 곳에는 잘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이제서야 김유화를 눈치챈 것이였다.
응급처치는 되어있지만 응급처지란 말그대로 응급처치일 뿐이여서 김유화의 숨은 넘어가기 일보직전이였다. 팔다리는 전부 2중이상 복합골절이되어 널부러지듯 흩어져있었고 내장은 다행히 장파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충격에의해 탈장되어 꼬여있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은 피 속에는 적혈구 대신 마약이 흐를정도로 마약에 쩔어있었던 것이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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