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영웅-(부제: 로얄 블러드) - #25 Vs. 막시밀리안 수송부대! 1
란셀롯의 2군이 노리는 제국군 장수 막시밀리안의 수송부대 막사.
막시밀리안 수송부대는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른 수송부대인 데미클레우스의 부대는 산길을 통해 힘들게 가고 있는데 비해,
비교적 평지가 많은 지역을 편하게 따라가고 있던 막시밀리안의 부대는 항시 적들의 습격에 대비하며 천천히 이동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수송부대라는 것은 눈속임.
물자는 실어나르고 있었지만, 그보다 반적인 저항군들이 오기를 더 기대하였다.
그러기 위한 수송부대였으니까 말이다.
그들은 그렇기에 계획대로 저항군들이 미끼를 물고 습격해오길 기다리며 느긋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막시밀리안 장군님, 들쥐들이 과연 미끼를 물어 올까요?"
참모인 노스우드가 걱정스럽다는 듯 물어보았다.
들쥐란 반적들을 뜻했다.
수송부대로 위장을 하긴 했지만 제국군에서 그 전투력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막시밀리안 부대였다.
일부러 위치까지 노출시켜가며 노골적으로 적들을 유인하는데 적들이 그 낌새를 채고 안 물어오면 미안했다.
어쩌면 제국 최강 막시밀리안 부대의 명성에 흠집이 갈지도 몰랐다.
"글쎄, 안 물면 또 어떤가? 그럼 우리는 무사히 물자를 운송한 뒤 반적들을 압박해가면 되는 것을."
막시밀리안은 뭐가 대수냐는 듯 언제나 걱정이 많은 자신의 참모를 바라보았다.
노스우드는 뛰어난 참모이긴 했지만 그 소심함 때문에 저돌적이기로 유명한 막시밀리안 부대에서 별종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 소심함에는 솔직히 짜증도 났지만 깊이 생각할 줄 모른다는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는 막시밀리안은 그런 노스우드를 매우 우대해주고 있었다.
"물론 솔직히 나도 놈들이 왔으면 하고 바라고는 있지만 말야. 크하하하."
막시밀리안은 큰소리로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전투가 벌어지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애써 최고지휘부에서 짠 "쥐덫" 작전은 걸릴 수도, 그렇다고 안 걸릴 수도 없는 매우 유혹적인 작전이었다.
안 그래도 보급 물자가 적어 절절 매는 반적들에게는 알면서도 당해야 하는 덫일 것이다.
"그렇죠. 저도 역시 놈들이 제발 미끼를 물고 와줬으면 합니다."
특유의 소심함은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막시밀리안 부대에 오래 있었기 때문일까?
노스우드 역시 전투에 매우 목말라 있었다.
"하지만 놈들이 우릴 우습게 보고 아무 대책없이 찾아온다면 그 대가는 매우 클 것입니다. 저희의 최신식 크로스 보우의 위력을 맛보게 될테니까요."
노스우드는 그렇게 자신했다.
겉보기에는 비전투원으로 보이지만 사실 5천의 막시밀리안 수송부대는 전원 전투병력이었다.
수송 부대로 복장만 바꿔 입었을 뿐이지 자신들의 무기는 몰래 휴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 지급되어 짐 속에 숨겨둔 최신식 크로스 보우는 매우 치명적인 무기였다.
크로스 보우(Cross Bow)
석궁이라 불리는 이 무기는 얇은 철판따위는 가볍게 뚫을 정도로 강력한 병기였다.
일반 장궁에 비해 3배는 더 강력한 신병기.
철판도 뚫는 이 사기적인 무기 앞에서 왠만한 방어구는 그 의미를 상실할 뿐이었다.
그 강력한 장력에서 나오는 막강한 파괴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제 아무리 악명높은 적기마병단이나 피닉스 기사단이라 해도, 이 무기로 무장을 한 우리 막시밀리안 부대에겐 오합지졸이 될 뿐이야."
막시밀리안은 역시 노스우드와 생각이 같았다.
"적기마병단이 아니라 그 할애비가 온다해도 다 상대해주마. 크크크~~!"
그는 그렇기에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확실한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춘 체 수송부대를 움직여 나갔다.
xxx
서서히 태양이 가라앉고 밤의 장막이 깔리려는 석양의 시기.
그날도 예상했던 때나 습격 예상 지역을 훨씬 지났는데도 적들이 습격을 해올 생각하지 않자 막시밀리안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늦어도 너무 늦는군."
몇날 며칠이 지나도 예상했던 적들의 공격이 없었다.
.
"혹시 우리가 아닌 데미클리우스의 부대를 습격하러 간 건 아닐까?"
산길을 통해 이동을 하고있는 데미클리우스의 부대는 확실히 그 수가 적은 반적들에게 보기 좋은 먹잇감일 것이다.
"하지만, 반적들 최대 무력 집단인 적기마병단을 운영하기 위해선 평지가 많은 쪽이 유리할 터..."
그렇기에 무리하게 평지를 고집하고 있었던 막시밀리안이었는데 왠지 자꾸 불안하기만 하였다.
참모인 노스우드에게는 적의 기습이 없으면 좋다고 호언장담을 한 그였지만, 그는 다른 전투부대들이 흔히 그러하듯 전투에 목말라 있었다.
이대로 검도 한번 뽑아보지 못하고 작전을 끝낸다는 것은 최정예 전투 부대의 대장으로써 굴욕이었다.
"이러다 닭 쫒던 개 꼴이 되지만 않는다면 좋으련만..."
그의 한탄섞인 걱정을 신이 읽어주었을 따름일까?
그가 고매불망하게 기다리던 소식이 곧 전해져 왔다.
"적습! 적습입니다!"
척후로 보냈던 병사가 그에게 달려와 보고를 하였다.
적들을 발견하자마자 죽을 힘을 다해 달려왔는지 그의 몸에는 먼지로 가득 덮혀있었다.
"그래, 적들의 수는?"
막시밀리안은 그토록 기다리던 소식이었는지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척후에게 물어보았다.
척후는 가쁜 숨을 고르면서 보고를 하였다.
"헉! 헉! 먼지 때문에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었지만 대략 2~3천 정도로 보였습니다."
척후의 보고에 막시밀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정보부에서도 파악하기를 반적들의 수는 대략 3천에서 최대 4천 정도로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3천 정도의 병사들이 공격을 하고 있다고 하자 적들이 전원 자신들을 향해 오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적들은 전군을 다 끌고 온 모양이군. 레미클리우스에겐 미안하지만 이번 작전의 공은 전부 내 차지다!"
다른 운송부대에는 미안하지만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는 자신에게 온 것 같았다.
그렇기에 막시밀리안은 척후병에게 수고했다 치하한 뒤 대기 중이던 자신의 부대를 향해 소리쳤다.
"전군, 전투태세!! 반적 놈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전투의 시간이었다.
막시밀리안은 부대에 전투 태세를 명하였고 이미 분위기로 그것을 알고 있었던 그의 부대는 신속하게 적들의 공격에 대비를 하였다.
턱! 턱! 턱!
그들은 수레 속에 준비를 하고 있던 나무로 만든 책을 꺼내어서 설치를 하기 시작하였다.
목책은 통나무를 질긴 노끈으로 단단히 연결한 것으로 반적들의 기마병단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었다.
뾰족하게 앞을 잘라놓았기 때문에 겁이 많기로 유명한 짐승인 말들을 마음대로 돌진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줄 터였다.
척! 척! 척!
그들은 나무 방어벽의 설치가 끝나자 곧 그 뒤에서 각자 자신들의 짐 속에서 석궁을 꺼낸 뒤 방진을 형성한 뒤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1열은 장거리에서 적을 요격하기 위한 석궁부대.
2열은 목책 근처로 오는 적들을 상대하기 위한 장창부대.
3얄은 목책이 뚫렸을 때 근접전을 벌이기 위한 짧은 숏소드와 방패를 든 검병부대.
이미 여러번 반복적으로 서로의 역할을 정하고 연습을 해본 상태였기에 그들의 대비는 매우 신속하고 정확했다.
두두두두~~~!!
그들이 준비를 끝내자마자 화답을 하듯 굉음이 들려왔다.
다가닥 다가닥!
멀리서부터도 희미하게 들려오는 말발굽소리.
쿠구궁 지축을 흔들며 다가오는 적들의 진군소리와 뒤섞여 박력넘치는 말발굽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적들은 무척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소리를 통해 적들의 접근을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었다.
"꿀꺽~! 대, 대단하군. 멀리서도 보일 정도의 수라니! 적들은 어디서 저런 수의 기마병력을 숨겨두었던거지?"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적들에 절로 긴장을 되어 침을 삼키고 만 막시밀리안이었다.
두두두두~~!!
적들이 다가올 수록 그 긴장감은 고조가 되었다.
"꿀꺽~!"
박력 넘치는 적들 기마병단의 진군을 멀리서도 확인할 수가 있어서 막시밀리안 군은 잔뜩 긴장을 하였다.
온 몸의 근육을 긴장시켜 언제든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두두두~~!
"...."
그런데 대지를 진동하는 그 발굽소리가 뭔가 조금 이상했다.
"....."
그 이상함을 느낀 병사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뭐야? 도대체?"
막시밀리안 마저도 기다리는 적들이 올 생각을 안 하자 의문이 들어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어째...적들이 멀어져 가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근처에서 같이 적들을 기디라던 노스우드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러게 말이오."
막시밀리안은 마지못해 노스우드의 의견에 동의를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적들의 말발굽소리는 점점 멀어져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
이제는 아예 먼지도 보이질 않았고 말발굽소리도 들려오지를 않았다.
적들은 아예 올 생각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아예 길을 만들면서 오고 있는 것인가?
"이봐, 척후병!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오라!"
끝내 아무리 기다려도 적들이 올 생각을 안 하자 인내심이 끊긴 막시밀리안이 척후병들을 내보었다.
척후들은 죽을지도 모르는 명령에 기겁을 하였지만, 그들 역시 현 상태가 매우 궁금했기에 장군의 명을 받아들였다.
다가닥! 다가닥!
"...."
척후들이 말을 타고 다 나가고나자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이미 해는 지평선너머로 거의 다 떨어지고 세상은 어둠의 장막에 휩싸이려 하고 있었다.
"...."
전 부대원들은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전원 전투 준비를 한 상태로 사방을 경계하였다.
"전원! 긴장의 끈을 풀지 마라! 적습에 대비하라!!"
자꾸 긴장이 풀릴려는 곳은 그 곳의 지휘관들이 독려를 하였다.
언제 어디서 적들이 공격을 해올지 몰랐다.
병사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들의 손에 들려있는 무기를 힘껏 움켜쥐었다.
"...왔군."
그렇게 약 20분의 시간이 흘렀다.
적들의 동태를 파악하러 간 척후들이 말을 타고 돌아왔다.
"헉! 헉! 장군님~!"
그들이 허겁지겁 자신에게 달려오자 막시밀리안 역시 신속한 보고를 받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 장군님. 적들이...!"
왠지 척후들은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에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래? 적들에게 무슨 일인가?"
궁금한 막시밀리안이 물었다. 척후들의 표정에서 뭔가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그였다.
"적들이...사라졌습니다."
"뭐...?"
순간 막시밀리안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싶어 되물어보았다.
"그게...적들이 사라져 버렸다고요."
"...!"
보고를 하는 척후병들이나 그것을 듣는 막시밀리안의 지휘부나 하나같이 벙찐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도저히 납득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을 공격해오던 적들의 기마병들이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져버리다니 말이다.
"적들이...사라져...?"
한껏 곧 있을 전투의 흥분에 몸이 달아있던 막시밀리안들에겐 너무나 맥이 빠지는 보고였다.
"네! 적들은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이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척후병들은 그들도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보고를 하였다.
어차피 척후들의 일은 사실을 보고 하는 것 뿐, 판단은 지휘관들이 해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보고를 받은 막시밀리안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해서 허탈한 표정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참모와 지휘관들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 뭐라고 말을 하질 못하고 있었다.
"...."
결국 그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 없었던 막시밀리안 부대는 밤이 깊어지자 경계를 하며 그 자리를 고수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