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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마수의 계보 - (45)

 

   아무라는 절망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스리드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만약 이런 모습을 보였다간 더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어질 것이다…….


 


 처음 스리드를 만났을 때, 가슴이 크게 울리는 것을 기억했다.  그것, 단지 스리드가 미형이기 때문이다 ㅡㅡ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레이크·블루 교외의 동굴을 빠져 나왔을 때, 수비 대장의 제이크가 이야기한 진실...  스리드가, 망국 아우스티아의 제일 왕자였다는 사실을 듣고 아무라는 무심코 눈물이 흘러넘칠 것 같이 되었다.


 아무라 역시 아우스티아 왕국의 생존자였다.


 그리고, 스리드의 첫번째 친구이기도 했다.


 


 


 


 



― 14년전 아우스티아 왕국 시장 ㅡ

 



 

「 아무라, 기다려라 ! ! 」


 정육점의 주인이 가게의 밖으로 나와 고함친다.

 그 소리를 무시하고 아직 어린 소녀가 고기를 움켜 쥐어 도망친다.



「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 ! 」


「 다시 또 보자... 라고 할 줄 알았냐 ! !  그 고기는 두고가 ! !  그 고기는, 그 고기는... 」


「알고 있어, 왕님이 구매한 고기란거!  그렇지만, 잘 먹겠어요 ! ! 」


소녀는 눈 깜짝할  순간에 시장의 혼잡한 길로 섞여 버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일일까 ㅡㅡ 하고 뒤를 돌아 본다.

벌써,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하하, 또 아무라에게 당했군.」


 정면의 고물상의 주인이 즐거운 듯이 웃었다.  그런 모습에 정육점은 악담한다.


「젠장!! 짚시 같은 것들을 왜 쫗아내지 않는거야.  덕분에 매일 귀찮잖아.」


「 어차피 돈은 아무라의 아버지씨가 지불하러 오지 않나?  그렇다면, 문제는 없을텐데...」


「시끄러!! 그 고기는, 오늘 밤, 임금님이 특별히 우리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셔서 준비한 거였단 말이다!! 그것을, 그것을 ㅡㅡ」


「어차피, 싸구려를 매입했겠지.  싸구려는 싸구려, 도토리 키재기야.」


「 바보자식.  내가 어렵고 어렵게 구한 고가의 고기였단 말이다!!  팬 론의 환수의 고기라고 말하는 특제의 -- 」


 거기까지 말하던 정육점의 주인은 입을 연 채로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었다.

 시장을 걷는 사람들이 좌우로 나뉘어지며 길을 열어 간다.



「 ........... 」


 정육점의 주인은 긴장한 나머지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철컹! 철컹!

 



 갑옷 소리가 울린다.

 좌우로 사람들을 밀어 헤치면서 삼엄한 일단이 나타났다.



「 좋군. 」


 선두에 서서 호사스러운 망토를 걸쳐 입은 남자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바로 아우스티아 국왕 댐 씰 아우스티아 였다.



「처음으로 보는 거지만... 엄청난 관록이...」


 고물상의 주인의 양손이 떨고 있다.

 풍부한 수염을 어루만지면서 씰왕은 묻기 시작했다.



「요전날, 사람이 왔다고 생각하지만 -- 어떤 것이라도 좋다. 너가 가장 최고라는 생각하는 고기를 받지.  무엇이 있는가?」


「 아... 」


 조금 전, 아무라에게 최상급의 고기를 빼앗겼던 바로 직후라 나머지는 싸구려의 투박한 고기 밖에 없다.


( 최악이다... )


 정육점의 주인의 등으로 식은땀이 흐른다.

 임금님을 상대로 저급한 고기를 추천했다간 처형 받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할까 ㅡㅡ 하고 고민하고 있는 동안에 씰왕아 이야기를 잘랐다.



「아니, 골똘히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서민이 먹는 맛, 모두가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고기로 충분하다.  원래, 성벽아래의 시장의 고기를 먹고 싶다고 말을 꺼낸 것은 내가 아니라... 」


 라고 씰왕은 이어서 말을 한다.


「 나의 아들이다. 」


 정육점의 주인은 왕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이것이 아들?


 딸아이를 잘못 말한 것일까?


 그렇게 느낄 만큼 씰왕의 아이는 여자 아이처럼 선이 가늘었다.



「공주님이... 아니, 아닙니다.  왕자님이--」


 자신의 실언에 당황해서 양손을 흔든다.


「왕자님이 이러한 비천한 사람이 먹는 고기를... 그런 짓을 소인이 어찌...」


「 황송해 하지 않아도 좋다.  같은 인간이다, 같은 인간이 먹을 것을, 어째서 먹을 수 없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면 너의 가게의 고기를 먹고 죽은 사람이 지금까지 있기라도 했었나? 」


「그,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의 고기를 전부 받지.」


「저, 전부 말입니까?」


「선별과 조리는 이쪽에서 모두 한다.  상당히 먹을 수 없는 것 같은 고기라면 기르고 있는 개한테 줄 생각이다.  정육점의 주인이여, 너는 무서워하지 않고 손님인 나에게 고기를 팔면 된다.  그걸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육점의 주인은 자신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기억하지 않았다.  정신이 들자 가게에 있던 고기라고 하는 고기를 모조리 봉투에 채워 왕의 종자들에게 하나씩 건네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왕의 딸이..... 아니, 왕의 아들이 고개를 숙이더니,



「그럼,,,」


 이라고 귀여운 소리로 인사를 해 왔다.

 그 말에, 정육점의 주인은 갑자기 어깨의 힘이 빠져 갔다.  한순간에 10년은 늙은 듯한 피로감이었다.


 


 



 

―왕궁앞의 비탈길ㅡ

 



 

 시장을 빠져나와서 왕궁까지의 비탈을 올라 간다.

아우스티아 왕국은 산악 지대의 계곡에 위치하고 있어서 자연의 지형을 거의 무너뜨리는 일 없이 도시를 지었기 때문에 도시의 골목은 많은 비탈이나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왕자는 아버지의 손에 매달려서 비탈을 올라 간다.  때때로, 아버지의 얼굴을 올려보지만 그 얼굴엔 조금도 지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위의 종자들도 고기를 대량으로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지친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단하다.)


 왕자는 그런 어른들에게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스리드, 시장은 어땠느냐?」


 씰왕의 말에 스리드 왕자는 「응!」 라고 눈을 빛내면서 대답했다.


「여러가지가 가득 있고, 여러 사람이 많이 있고, 대단히 대단히 즐거웠어요!」


「그런가, 또 가고 싶으냐?」


「가고 싶어요 !  가고 싶어요 ! 」


「하하하, 그러면 어머니에게 또 상담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오늘도 어머니는 끝까지 반대하지 않았니.」


「 어머니는 제가 설득할게요 !   그러니까, 또 시장에 따라갈래요 ! 」


「알았다 알았어.」


 비탈을 다 올라간 씰왕은 스리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행동에 스리드는 소리를 높여서 뺨을 부풀리고 항의했다.


「나, 어린애가 아니에요.」


「 아직도 아이다.  더 정진해서 훌륭한 어른이 되도록 하거라.」


 

 그 때.

 씰왕은, 날카로운 눈으로 살짝 옆을 보았다.



「..... 빈민..... 짚시인가?」


 갑자기, 목소리의 어조가 바뀐다.

 골목 안의 그늘에서 가라앉은 눈으로 빈민들이 이쪽을 보고 온다.  국왕일행이 가지고 있는 대량의 고기를 보고 배를 문지르면서 부러운 듯이 응시하고 있다.



「 쫓아버려라. 」


 왕의 명령으로 고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종자가 검을 휘둘러 몰아낸다.  두려움을 느낀 빈민들은 순식간에 멀리 도망쳐 버렸다.

 왕인 그가 성군으로서 자비를 베푸는 것은 어디까지나 서민 계급까지다.  그 아래의 빈곤층은 명백하게 기피하고 있다.


 

「 조금 전의 정육점에서도 훌륭한 고기를 준비했었는데 짚시에게 빼앗겼다고 했었나?  근성까지 썩은 무리들이로군. 」


「 ? 」


「 다소 정을 베풀어 성벽아래에 두고 있지만... 녀석들의 탓으로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말이지, 은혜를 원수로 돌려주는 무리들이다.」


 투덜투덜 거리는 씰왕은 계속 불평한다.

 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 채 스리드는 지켜보고 있었다.



「 ? 」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스리드는 옆을 본다.

 땋아 늘인 머리머리카락의 여자 아이가 고기가 들어온 봉투를 가지고 이쪽의 모습을 엿보고 있다.



「아, 저 아이 ! ! 」


 스리드는 알았다.  정육점의 주인은 짚시 여자 아이에게 고기를 빼앗겼다고 호소했었다.  저 쪽에 있는 소녀는 정육점의 주인이 증언한 인상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 되찾을거야!! )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한다.


「 !?  스리드, 어디로 가는 것이냐 ! ! 」


 사납게 달려오는 스리드의 모습에 여자 아이는 놀라서 쏜살같이 도망친다.


「 기다려 ! ! 」


 가는 골목을 지나서 스리드는 여자 아이를 뒤쫓아 간다.

 쇠퇴해진 골목을 지나자... 이윽고, 추레한 텐트가 줄지어 있는 분수 광장에 나왔다.


 짚시들의 집합소다.



( 힘들어. )


 자신이 터무니 없는 장소까지 들어왔단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후두부를 누군가가 가격했다다.

 그대로, 스리드는 정신을 잃어 버렸다.


 


 



 

―짚시의 텐트ㅡ

 



「아무라, 돌려주고 오거라.」


 부친의 말에 아무라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 어째서요? 」


「이유는 묻지 않아도 괜찮다.  어서 돌려주고 오거라.」


 아버지는 등을 돌린 채로 이쪽에 말을 건다.  상처 자국 투성이의 큰 등이 낮은 소리와 합쳐져서 압박감을 준다.

 역전의 용사였다고 들었다.  아득히 서쪽의 대국에서 수많은 군대를 두었지만, 사정이 있어 나라에서 쫓기고, 이 아우스티아로 도망쳐온 것 같다.  단지, 아직 아이인 아무라는 그 이야기의 의미를 잘 이해 할 수 없었다.



「아무라.」


 한번 더 들려오는 엄격한 소리에


「네, 알았어요.」


 마지못해, 고가의 고기를 움켜 쥐고 아무라는 텐트의 밖에 나오려고 했다.


「 아무라. 」


「 응? 」


「 언제나, 비참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 ...... 」


 그런 아버지의 말에 아무라는 혀를 내밀었다.

 밖으로 나오자 쓰러져 있는 소년을 사내 아이들이 차고 있다.  짚시의 말로 더럽게 매도하면서 거친 폭행을 하고 있다.



「 그만둬! 」


 아무라의 분노어린 일성에 사내 아이들은 마지못해 하면서도 소년으로부터 떨어져 갔다.


「 정말 어리석어, 이런 고기를 위해서..... 」


 소년에게 다가가서 아무라는 고기를 내민다.


「 자 」


「 ..... 」


「 뭐 해? 돌려주겠다는 소리야.  싫다면 내가 먹어 버려도 괜찮은데? 」


「 아... 」


 당황해서 소년은 고기를 빼앗는다.  그 필사적인 모습이 왠지 사랑스러워서 아무라는 무심코 미소지었다.


「 그런데, 이름은? 」


「 이름? 」


「 나는 아무라.  너는?」


「 스, 스리드... 」


「 헤에~~ 좋은 이름이네.  너 이나라의 왕자님이지?」


「 응. 」


「좋겠다, 그럼 매일매일 즐겁게 생활할 수 있겠네... 나도 공주님이 되고 싶어.」


「.....」


「뭐야?  어쩐지 뭔가 말하고 싶다고 하는 표정인데.」


「 아, 그... 」


「응?」


「 이제, 때리지 않는 거야?」


「 ..... 쿠쿡 」


「 에? 」


 스리드는 울 것 같은 얼굴이다.  그 한심한 얼굴을 보고 아무라는 쿠쿡 ㅡㅡ 거리며 웃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모두 쫓아냈으니가.  그러니, 하나만 약속해줄래?」


「 약속? 」


「다음에 나하고 같이 놀아 줄래.  그것을 약속해 주면 고맙겠어.」


「 ...... 」


 눈으로 보니 곤란해 하고 있다.  그런 스리드에게 더욱 더 아무라는 귀엽다고 느끼고 있었다.

 
「좋잖아, 좋잖아, 가끔씩은 말이야.  게다가, 니가 생각하고 있는 것 만큼 짚시는 두렵지 않아.」



「무서운 일... 하지 않아?」


「아니야, 아니야.」


「..... 사람을 납치 하거나 하지 않아?」


「그런 일 짚시는 하지 않아.」


 거기까지 듣고 아직 반신반의의 표정이지만 일단 스리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아.」


 아무라는 미소지었다.

 



 

 

 아무라에게는 친구가 없다.  하지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두려워 하고 있다.


 이유는 아버지에게 있었다.



「.... 다녀 왔습니다」


 텐트 가운데에 들어오자 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젖은 타올로 열심히 닦고 있었다.

 한 바탕 쓱쓱 닦은 후, 아버지는 이쪽으로 돌아 본다.



「돌려주었니?」


「응.」


 아무라는 짧게 대답하고 앉는다.


 …….


「 저, 아버지의 나라는... 」


「말하지 말아라, 아무라.  그 이야기는 두번 다시 하지 않는다.」


「 ... 응 」


 또 짧고, 이번엔 마지못해 대답한다.

 그 뒤로, 아버지는 별로 입을 열지 않았다.


 


 



 

 몇일후.

 정말로 스리드는 왔다.



(우와―ㅡ  농담으로 해본 이야기 였는데.)


 아무라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마음속으로 스리드의 내방을 환영했다.


「몰래 나왔어.」


 두리번 두리번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둘러 보는 스리드에게,


「나를 따라와.」


 마치 누나처럼 행동하며 뒤골목을 안내하는 아무라.

 단지 함께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즐거움이 있었다.



「여기는 식당의 음식 쓰레기 처리 장소야.  먹을 것이 떨어진 때는 손님의 남긴 것을 받지.  아, 그리고, 저기는 가끔 고양이들이... 」


 자신이 지금까지 본 것들을 해설하며 누군가에게 가르쳐 주는 기쁨.  세계에 자신 이외의 인간이 있는 기쁨이 느껴졌다.

 아무라의 첫 친구는 스리드였다.


 그리고, 스리드에게도…….



「나는 친구가 없어.」


 당돌한 스리드의 고백에 앞을 걷고 있던 아무라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어째서?」


「 아버지가 제멋대로 밖에 나오면 안된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한번도 이렇게.... 얘기해본 적이 없어... 」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는 소리로 말하고 있다.


(그래... 이 아이도 친구가 없구나.)


 어쩐지 친근감이 솟아 왔다.

 속세로부터 격리 된 왕자와 뒷 골목에서 살아가는 짚시의 아이 ㅡㅡ 그런 두 명이지만 친구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럼 내가 첫번째 친구겠네. 」


 아무라의 말에,


「정말!?」


 스리드의 얼굴에 희색이 머문다.

 그 표정이 정말로 사랑스러워서 아무라의 가슴은 아직 아이에게는 이해 할 수 없는 따뜻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그것이 스리드와 아무라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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