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마수의 계보 - 서장
이것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원하여서 사귄 것은 아니었다. 사귄 그 후에도, 별로 내켜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확실히 그녀를 안고 있는 쾌락은 즐겁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안기 전과 안은 후는, 씁쓸한 후회만이 남는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데……)
사랑이 없는 섹스만큼 싫은 것은 없다.
허리에 자극을 주는 동작, 상대의 입술을 들이마시는 행위, 모두가 작업적으로 되어 버린다.
하지만--이것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이제 자신은, 이 사람에게서 멀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 사람과 일생을 모두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이 사람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도, 살아간다는 용기를 가지기 위해서도…….
그러니까, 자신도 있는 힘껐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결정했다.
결정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사라져 버렸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메모조차 남기지 않고.
한자루의 칼만이 침대의 옆에 놓여져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리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떠난 동기를 제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그녀의 제자이니까?
스스로의 금욕을 통제하며 살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을 계속 안아 왔는가?
칼을 손에 들고 칼집으로부터 뽑아냈다.
금속의 마찰음이 들리며 빛나는 칼날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렇다. 그렇게 하자.
얼음과 같이 차가운 칼의 몸체를 바라보면서 결심했다.
그녀를 찾아내 보인다. 그리고, 이 칼로 대답을 이끌어내겠다.
무엇이 두 명의 사이에서 일어났는가.
스리드는 칼을 허리에 차고 끄덕였다.
우선은, 근처의 마을로 가자.
레이크·블루로.
「응, …………우우 우우……」
「아, 아, 스승……」
「……후후, 어떻게 된거야. 스리드……벌써 씁쓸한 것이 배여 와있어…… 평소보다 너무 빠르지 않은가?」
「후우 후우 스, 스승의 테크닉이, 너무 능숙한걸……」
「그거야 스리드의 정액이 맛있으니까.」
「아, 정말이지.」
「후후, 사랑스러운 소리로 허덕이지 말아줘. 스리드…… 응……응……」
「으윽... 스승이야말로... 평상시는 강한데... 나와 할 때는 언제나... 그런 야한 소리 내고... 언제나 강한 스승에게 그런 일 당하면... 나...」
「후후, 왜 갑자기 말을 멈추지?」
「아……」
「어땠니? 나의 안쪽은?」
「스.. 스승」
「그렇지 않으면…… 더 해주었으면 하는거니……?」
「……응」
「후후……사랑스러운 녀석 같으니…… 자, 그럼 소원대로 해줄게…………」
「아, 좋은.... 기분이 좋습니다!」
「하아앙~~」
「아앗! 으으!」
「……응……………… 스리드, 굉장해…… 아직도 나오고 있어……우우…………」
「아, 아……」
「그래, 스리드……좀 더…………좀 더……!!!」
「스승!!! 안되, 나온다!!」
「우우!아아앙!!!」
하늘은 푸르고, 마른 사막 위를 모래바람이 휩쓸고 지나간다.
오아시스의 물이, 하늘의 파랑을 비추어, 반짝반짝 거리는 빛을 발사하고 있다.
스리드는 목을 적시고 싶어졌다.
어제도, 평상시와 변함없이 격렬한 성교의 하룻밤을 보냈다. 너무 땀을 흘려서 체내의 수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편, 자신에게 이상한 에너지가 가득 차는 느낌이 든다. 그 에너지는 스승과 사귀면 사귈수록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쾌락의 밤에 얻을 수 있었던 힘을 풀로 가동시켜 스승과 함께하는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도 스승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스승……」
오아시스 수중의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면서 스리드는 중얼거렸다.
「어디에 간 것인가? 스승……」
가만히 물을 응시한다.
물은, 손의 흔들림에 맞추어 희미하게 물결치고 있다.
그 물은 단번에 들이마신다. 차가운 물이 목으로 흘러내려가는 느낌.
물을 마신 후 귀에 신경을 집중한다. 혹시, 자신의 착각으로 스승은 어디엔가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부르고 있는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바람이 사막을 누비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외롭다……」
상쾌한 푸른 하늘이 한층 더 적막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스리드는 힘 없이 일어섰다.
이렇게 되면 찾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자신은 스승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다.
스승은 지금의 스리드에게 세계에 대한 인식력으로 연결되어 있다.
스승이 없으면 자신은 살아갈 수 없다.
「……아니야.」
스리드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이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이 사람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도, 살아가는 용기를 가지기 위해서도…….
그러니까, 자신을 속박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신을 묶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은 해방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장소에 갈 수 있고, 진짜 세계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자신은 스승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스승은 부모와 같은 것이다.
가족과 같은 것이다.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은 있지만 가족에게의 사랑은 이성에게의 연애 감정과는 다르다.
스승을 사랑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
바꾸어 말하면 결국은 가족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는 언젠가 부모와 떨어져야 한다.
좋지 않은가.
이별의 시간이 왔다.
「……」
그러나, 스리드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유도 전해듣지 못하고 자신은 버려졌다.
어제까지 격렬하게 자신을 요구해 온 스승이 돌연 자취을 감추다는 것은…… 스리드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인가가 더럽혀진 것 같았다.
「스승……」
스승이 남긴 칼을 허리에 찬다.
「반드시, 이유를 들어야 겠습니다.」
어릴 적, 돌연 닥친 불행 , 노예 업자에게 팔려버린 스리드.
조교가 반복해져 가는 동안에 기억이 희미하게 되어 버린 그에게 있어서 스승이 가르쳐 준 세계만이 그가 알고 있는 세계였다.
그런 스리드가.
지금까지, 안주의 땅에서 만난 오아시스로부터 한 걸음 다리를 내디뎠다.
「바깥 세계……」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웠다.
본 적이 없는 넓은 세계.
이것이, 좁디 좁은 오아시스의 밖에 퍼지고 있는 대지.
스리드는 눈물을 흘렸다.
우선은, 근처의 마을에 가자.
스승과 만난 추억의 토지……싫은 추억이 많지만…… 그런데도, 그 땅에서 스승과 만나지 않았다면 일생을 노예로서 보내는 중이었을 것이다.
레이크·블루.
거대한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번창한 상인의 마을.
「……가자」
강력하게 앞을 향하여
스리드는 한층 더 한 걸음을 내디뎠다.
한명의 여자가 사막 위에 정좌하여 스리드를 지켜보고 있다.
동국풍의 옷을 입은 소녀.
약간 짧은 듯한 흑발이 사막의 바람에 흔들리며 미소를 띄우고 있다.
「역시, 예상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네요. 당신이 반드시 스승을 찾기위해 여행을 떠나는…… 후후, 훌륭합니다」
느긋한 소매를 털어내며 소녀는 일어섰다. 뒤따른 모래가 주위에 흩날린다.
「스리드씨, 노력해 주세요. 에르스 대륙을 덮쳐오는 사악과 싸우고자 당신의 힘을……그리고, 나의 소망도……」
소녀는 휘파람을 울렸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에 검은 점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점은 커져 간다.
「자, 모든 것이 시작될 때입니다」
하늘로부터 가까워져 온 점은 이윽고 거대한 뱀의 형태가 되었다.
그 모습은 틀림없는 동국의 성수 「용」이었다.
모래위를 비비듯이 내려선 「용」을 쓰다듬어주며 소녀는 뛰어 올라탄다.
그리고
「스리드씨, 기대하고 있겠어요」
웃는 얼굴로 떠나가는 스리드를 바라보며 「용」을 이끌었다.
쿠오오오오.
「용」은 포효하며 하늘 높이 날아 갔다.
소녀가 마지막에 보인 미소.
그것은, 직접 보지 않으면 이해할수 없는 미소였다…….
죽음의 공포조차 평온하게 느껴지는 그런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