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신조 외전_제13-3장 전석검진(前夕劍陣)
제13-3장 전석검진(前夕劍陣)
양양성 밖 어느 은밀한 심산, 곳곳에 홍색과 황색이 뒤섞인 모닥불이 보이고, 누르스름한 달빛이 어두컴컴한 야경에 서려 있는데, 몸에 도포를 걸친 청장년 수천 명이 서로 치고받으며 검을 휘둘러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도포마다 땀에 거의 다 젖어 있고, 사람마다 표정에는 흥분한 신색이 은은하게 뒤섞여 있었다.
한 줄기 세찬 바람이 불어 먼지와 낙엽이 날리고, 흩날리는 누런 낙엽이 모래 먼지에 붙어 있었다. 깜깜한 밤중에, 모닥불 하나가 한 줄기 길고 가느다란 은실을 만들어 내고, 검광이 유수같이 부단히 긴 은실을 가르고 있었다.
갑자기 사나운 고함이 터지더니, 야경에 은실이 빠르게 얽히고설켜 퍼져 나갔다. 수많은 은빛이 한 줄기를 이루어 전방의 거룡에게 부딪치니, 난폭하게 입을 벌려 모닥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누런 돌을 삼켰다.
거룡의 날카로운 이빨이 누런 돌무더기에 닿으려는 찰나, 누런 돌무더기에 있던 인영이 휘청하다가 신속하게 자리를 이동하자, 사람 크기 반만 한 돌이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높이 솟은 거대한 돌이 되었다.
거룡이 맹렬하게 입을 벌리고 삼키니, 거대한 돌이 빠르게 무너지며, 자기 의지라도 지닌 것처럼 용의 머리를 향하게 눌러가고, 열 개의 죽장이 동시에 함께 용의 꼬리를 공격했다.
한 명의 노인이 홀연히 소리쳐 명령했다.
“칠성이 자리를 바꾸니, 북두가 모두 모여 다툰다.”
“천기가 맨 먼저 뭇 별을 뚫고, 은하가 날아내려 하늘과 땅에 휘도니, 하늘의 옥이 영롱하게 남으로 달리고, 새끼별이 깜빡깜빡 다섯 원숭이를 드러낸다!”
검이 한곳에 뒤섞이니, 순식간에 한 줄이 그어지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찔러 가니, 한 줄기 붉은 빛살이 하늘가를 향해 쏘아졌다.
수많은 검이 빠르게 뒤섞이고 뚫고 찌르니, 한 조각 커다랗게 떠도는 거울을 이루고, 각처에 비치는 화광이 번쩍하더니, 검진 뱀처럼 움직이고, 맨 앞의 검 고리가 돌연 매우 빠르게 이동하여, 검진의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갔다.
동시에 검진이 돌개바람이 휩쓰는 듯 출렁거리며 달아나고 정처 없이 사방으로 내달렸다. 주위의 잡초가 멈추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는 발걸음에 밟혀 흩날리더니 마르고 단단한 흙속에 파묻혔다.
마른 흙이 일어 하늘 가득히 연기와 먼지가 자욱하고, 젖은 흙이 움푹 패었다가 발길에 떨어지는 먼지에 메워졌다.
검진이 흩어지니, 검진 한가운데에 다섯 명의 노인이 나타났다. 다섯 사람은 좌장을 마주대고 우장을 다섯 방향으로 내쳐서, 옷소매에서 거센 바람소리가 나고 도포 자락이 용솟음쳐 부풀어 오르니, 내력이 끝없이 길고 심후함을 알겠더라.
한 개 거대한 돌이 문득 난석 진중으로 사라지고, 다섯 노인이 손바닥을 뒤집어 엄밀히 사방을 주시하니, 사방의 검진 또한 범람하는 홍수처럼 다섯 노인을 에워쌌다.
거대한 돌이 귀신처럼 돌연히 나타나는 다섯 노인의 옆에 있다가 아울러 급속히 떨어져 내리며 다섯 노인의 머리를 내리쳤다.
다섯 노인이 놀라며 오른손으로 오른쪽에 있는 노인의 어깨를 막고, 커다란 돌을 향해 일장을 쳐냈다.
다섯 개의 장인이 커다란 돌에 찍혔으나 거대한 돌은 추호도 움직이지 않고 의연히 계속 떨어져 내렸다.
괴이한 것이 다섯 개의 장인이 커다란 돌에 찍혔는데, 오히려 열 개의 돌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 것이다.
다섯 노인은 급히 자리를 이동하여 둥그런 원을 이루었다. 커다란 돌이 연이어 뚫리어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 것과 함께 거대한 돌이 손에 적중된 곳에 조금도 부서진 게 있지 않았고 다만 커다란 돌의 뒷면에 분명히 낟알만 한 작은 돌이 튀어 오르고 그와 함께 그물 모양의 가는 무늬가 나타났다.
초식이 아직 노련하지 않아서 쾌속하게 이동하여 자리를 바꾸었으나, 네 명의 쌍장이 선두에 선 도장의 등에 닿으니, 선두의 도장이 굉음과 함께 쌍장을 내뻗어서 돌연 나타난 거대한 돌을 치니 거대한 돌이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거대한 돌이 일단 부서지니, 주위의 커다란 돌이 다섯 개가 맹렬하게 던져지고, 다섯 사람이 발출한 초식이 이미 노련하니, 기세를 거두어들일 수가 없었다. 보아하니 거대한 돌에 목숨을 잃을 지경이었다. 다섯 사람이 용의 머리와 꼬리처럼 둘러싸고 검광이 문득 길게 터지니 상중하에 펼쳐진 검광이 바닷물이 용솟음치는 것같이 끊임없이 달려드니, 귀에는 한바탕 검이 거대한 돌을 퉁탕퉁탕 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릴 뿐이었다.
거대한 돌의 공세가 막혀 더욱 느릿해지고, 덩굴과 나뭇가지가 부서진 쇠와 흙먼지와 함께 사방에 날아 내려 나선형 모양의 검해(劍海)를 향해 달려드니, 검해 가운데의 다섯 장자는 당황하거나 흐트러지지 않고 나뉘어 들어가고 합하여 공격하며 빠르게 자리를 옮겨 북두성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오망(다섯 개의 칼끝)을 이룬 모습을 형성하니, 검해가 다섯 줄기의 빛살을 따라 다섯 개 방위의 검진으로 갈라졌다.
오망이 형성되니, 주위의 상중하에 펼쳐진 검광이 위아래를 찔러가고 어지러운 가운데 질서 있게 교차하며 끝없는 검망을 형성하였다.
내던져진 물체가 출렁출렁 검망에 갇히고 검망이 암습 물체를 막으니 각 검의 주인이 대갈일성하며 신속하게 몸 뒤에 간단히 갖춘 검집을 위로 밀고 검을 뽑아 검집을 던지고 검을 찌르며 호통을 치니, 수많은 검이 허공으로 가득히 날아오르니 유성이 번쩍하는 듯 굉렬한 소리가 나며 검이 부서졌다. 검이 부서진 곳에는 풀 한 포기도 나지 않았고, 흙과 돌이 패였다.
은방울을 굴리는 듯한 낭랑한 말소리가 들렸다.
“좋아요. 멋진 삼중의 천강북두진이에요. 전진 오자가 전진 제자의 북두검진에 가세하니 위력이 놀랍습니다. 나누고 합치며 진격하여 신속하게 진을 이루니, 금륜법왕 등과 같은 고수를 직접 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백여 인이 백만 병사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다.”
도사의 무리는 전진교였으니, 우두머리 노인은 당연히 전진 오자의 우두머리인 구처기(丘處機)였다.
구처기가 웃으며 말했다.
“백만 군사를 감당할 수 있다 함은 과한 말이오. 천강북두진의 많은 결함을 보완했을 뿐이오. 그러나 용아, 그대 또한 대단하오. 그대의 오행거석진은 천변만화하여, 우리들 다섯 늙은이가 애써 수련하여 천강을 49명의 수석주검 제자의 대진에 융합하여 여러 날을 수련하였는데, 겨우 그대의 진을 물리쳤을 뿐이오.”
전진 오자를 아름다운 미부 하나가 아리땁고 요염한 소녀와 함께 맞이했다.
미부는 허리에 푸른 죽장 하나를 차고 있었으니, 그것은 개방의 전방지보인 타구봉이었다. 자세히 보니, 푸른 타구봉은 일찍이 왕 대인, 십삼태보, 아랑, 구천인과 싸울 때, 황용, 곽정, 중원 군협이 패하여 함락될 때 있었던 것과 흡사하였다.
황용, 곽부, 공손녹악, 완안평, 야율연 또한 왕 대인에게 비참하게 당했다. 잔존한 태보, 중원군협과 아울러 버림을 받아 하옥 감금되었었다.
그런데 맞이하여 오는 아름다운 풍채와 재능의 미부는 아름답기가 빼어나 절색의 풍채를 지녔으니, 바로 황용이 아니고 누군가?
황용의 뒤에 붙어 있는 꽃같이 아름다운 소녀 또한 분명히 태보성전에 함락된 곽부였다.
곽부의 뒤에 두 명의 여자가 헉헉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걸어 왔다. 한 명은 수려 담아하고, 한 명은 윤곽이 청수 분명하고 눈동자가 반짝반짝 민첩한 것이 양과의 미녀 친구인 정영과 육무쌍이었다.
정영, 육무쌍은 검이 부서진 근처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얼굴에는 구슬 같은 땀이 흐르고, 반쯤 젖어든 야행 복장이었는데, 호된 고초를 당한 것 같았다.
황용이 말했다.
“전진교 무리가 휴식을 취하고 기운을 차리니, 이미 종남산을 떠나 낭패를 당한 것 같지 않다.”
곽부가 말했다.
“그렇고말고요. 막 훈련을 시작할 때, 저 쓸모없는 녀석들이 도화오행진을 1주향도 견디지 못해, 일을 그르쳤어요.”
황용의 안색이 변했다.
“부아야, 넌 성격을 늘 고치지 못하는구나. 아버지가 평소에 너에게 가르친 것을 어디에 잃어버렸니? 다섯 분의 도장은 배분을 논한다면, 너의 스승뻘이다. 어른을 대하여 어찌 이처럼 무례하냐?”
구처기는 수양이 심후하여, 후진 말학이 생각 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손불이는 낯빛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래서 도화도와 전진교 진법이 나란히 이름을 떨치는데 곽부가 이렇게 말하니 전진 오자의 면목이 어디 서겠는가?
하물며 동사, 서독, 남제, 북개, 중신통이라. 전진 오자의 스승 왕중양은 그 배분이 황용의 부친 황약사와 같고, 곽정과 황용의 스승 홍칠공과 같은데, 어찌 곽부 같은 후진 말학이 같잖게 비평할 수 있겠는가?
황용의 매서운 안색을 꺼린 곽부가 비록 속으로 불만이 많았으나, 입을 삐죽거리며 막 사과하려고 할 때, 돌연 육무쌍이 말했다.
“그녀가 참 실례를 했으나 그녀는 이번에 잘못이 없어요. 쓸모없고 냄새 나는 도사들이에요.”
도사를 가리키며 냄새 나는 도사라고 욕했다. 이것은 쉽게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곽부의 성격이 본디 좋지 않았으니, 정영이 보기에 좋지 않아 육무쌍을 대신해 황급히 사과의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우리 누이가 경중을 알지 못해서 큰 말실수를 했습니다. 불경한 것을 전배들께서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곽부가 막 화를 내려고 하다가, 황용에게 제지당했다. 곽부는 분을 참고 감히 아무 말도 못했다. 오히려 손불이가 참지 못하고, 교훈의 말을 꺼냈다.
“육 소저, 정 소저의 얼굴을 보면, 그대가 사과를 한 것이 전진교는 그대가 해명한 것과 같지 않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육무쌍은 본디 솔직했다. 정영의 부드럽고 완곡한 것과 달라서 불같이 성을 내며 냉소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쩔 거예요? 어쨌든 당신들은 조지경에게 연금되었고, 용 소저에게 중상을 당했으며, 아둔하게 하루아침에 실종되었고, 내 사촌누이가 곽도에게 치욕을 당했고 하마터면 청백지신을 몽고견에게 능욕당할….”
육무쌍이 애를 써서 참고 참다가 냉랭하게 말했다.
“이렇게 영명이 세상을 뒤덮으니, 내가 일개 무공이 미약하여 절뚝거리고 약한 여자이지만 또한 능히 당신들을 이긴다면 어쩌겠어요?”
속사포같이 공격해 대니, 손불이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 지고 어이가 없어서 말도 꺼내지 못하니, 구처기가 자기도 모르게 입김을 터뜨렸다.
몽고 고수가 조지경과 연합하여 전진교를 공격하니, 전진교가 반도로 오해하여 소용녀를 다치게 하고 이어서 소용녀로 하여금 곽도에게 간음을 당하게 하니, 비록 최후에 곽도에게 능욕을 당하는 것을 피하긴 했으나, 다만 곽도가 몽고인과 전진교 무리의 면전에 있을 때, 옷이 찢어졌으니, 소용녀의 영롱한 신체가 발가벗겨져 드러났었다.
그리고 출수하여 소용녀를 구할 때, 평소 성실히 가르친 것과 같지 않아 약하고 뒤지는 자를 구하고 돕는 어떤 전진 문도도 무예가 곽도, 달이파, 윤극서, 소상자, 금륜법왕의 소녀 정영에게 미치지 못했다.
그날 정영은 석진을 풀어 하는 것이 안 되자, 소용녀를 구하기 위하여, 뭇 사람들의 면전에서 적나라한 알몸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수없이 곽도의 자지를 끄집어냈고 입을 맞추고 핥고 빨고 하였으며, 못난 전진교 배반 제자는 몇 명은 그때 자지가 발기하여 꿈틀꿈틀 욕정이 동하여 마침내 그 욕정으로 정영에게 손을 뻗었다.
만약 노완동과 양과가 선후하여 서둘러 오지 않았더라면, 전진교의 멸문은 그만두고, 소녀를 능욕한 공범이라는 오명을 짊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전진 오자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꾸할 말이 없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을 띠었다.
육무쌍의 이야기가 비록 전진교 무리를 겨냥한 것이었으나, 정영과 소용녀가 종남산에서 음탕한 정사를 겪은 일은 곽부의 마음을 심히 흔들리게 하여 곽부의 마음 깊은 곳에 고통스러운 기억을 자아내게 하였다.
그사이 건드리기를 원치 않는 기억이 더욱 선명해지니, 절정곡에서 처음 이막수를 만났을 때부터 시작하여, 화만천, 공손지, 대소무, 절정곡의 수십 명 제자가 자기의 몸 위에 돌아가며 엎드려 그 음탕하게 웃으며 바짝 달라붙은 곽부의 몸뚱이가 크고 작은 악마처럼 뒤흔들고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까지도 줄곧 눈을 감고 근육과 피부가 아직도 그 남자들이 내뿜던 열기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생소한 손, 혀, 열기 어린 자지가 곽부의 어린 몸에서 멋대로 날뛰며, 주무르고 박아 대니, 소녀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근육과 피부에 침과 비리고 퀴퀴한 허연 좆물이 잔뜩 발라졌으니, 그때에 겪은 일이 정영이 당한 치욕보다 천만 배 컸다. 곽부는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더니 참지 못하고 입을 벌렸다.
“너 정영 사촌누이는 무슨 생각을….”
그러나 곽부는 가득한 불평을 계속하지 못하고 더 이상 목이 메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몸을 돌려 먼 곳 막사으로 되돌아갔다.
전진 오자가 까닭을 모르고, 다만 곽부가 한결같이 응석받이로 자란 것을 알아서 머리를 흔들면 말했다.
“이 아이는… 참으로….”
정영이 육무쌍을 보니, 육무쌍은 사촌누이의 책망하는 듯한 눈빛을 보고는 자기가 실언한 것을 알았다. 정영의 모욕적인 상처를 어른 앞에 드러낼 뻔했으니, 사촌누이에게 진실로 몹시 미안했다. 그러나 육무쌍도 마음속으로 의심했다. 정영이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는 무슨 관계가 있나? 이 곽부가 또 무슨 성깔을 부리는지, 참지 못하고 말했다.
“괴인이….”
이와 동시에 한 명의 칠대 장로가 총총히 와서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보고합니다!”
황용이 딸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 말씀하세요.”
모녀는 마음이 통하니, 황용은 육무쌍이 정영이 능욕을 당한 일을 언급하는 걸 듣고 곽부가 이막수, 공손지에게 독점물로 다뤄지던 그때를 되생각할까 걱정하며 걸 곽부의 표정을 보고 황용은 십중팔구를 짐작해 알았다. 깊은 눈빛으로 가엾이 여기며 곽부가 있는 군영 막사을 바라보았다.
곽부는 어려서부터 애지중지되어 왔는데, 어떤 곳에서 어떤 고통을 겪었는가. 저때에 고묘성약으로 본성을 잃고 공손지, 무가 부자 3인, 개방 장로 음간하고 즐겼으니, 처녀지신을 상실하였을 뿐 아니라, 무수히 난잡하게 교접하고 음탕한 즐거움에 빠지지 않았던가.
그 후 곽부, 완안평, 야율연 등이 절정곡 수중에 떨어졌을 때, 또 화만천, 절정곡 제자에게 수없이 음간을 당하였다.
또 정인 야율제의 면전임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전에 헤어진 옛 정인 대무와 소무, 심지어 두 형제의 부친 무상통이 그녀의 몸을 쓰다듬고 교접을 하였으며 또한 원괴가 거의 다 두 손으로 거대한 좆대를 쥐고 곽부의 보짓살을 가르며 보지 속 깊숙이 쑤셔 넣었으니.
청백지신에 눈부신 집안인데, 이렇게 짓밟혔으니,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일시에 고통스러워하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진영으로 돌아갔으니, 이는 평소 교만했던 딸로서는 괴이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황용은 생각했다. 다시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두려웠다.
그러나 황용은 떠나가는 곽부에게 눈길을 보냈다가 미안한 듯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어린애의 말다툼은 도장들께서 마음에 두지 말아 주세요.”
칠대 장로가 표정을 엄숙히 하고 족자를 내밀면서 한편으로 여러 날 애를 써서 획득한 정보를 설명하였다.
“여러 방면으로 애를 썼으나 상대방의 세력은 복잡하고 은밀하여, 조사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만, 결국은 먹기파, 마시기파, 놀기파, 즐기기파 4대 세력이었습니다.
4대 세력을 분별해 보면, 이연(李年)의 ‘주방(廚房)’, 제일편편(第一翩翩)의 ‘호주미장(好酒美藏)’, 초가인(楚可人)의 ‘만색루(萬色樓)’, 왕구관(王狗官)의 ‘낙락원(樂樂院)’인데, 네 사람이 각각 우두머리였습니다.
도찬공 이천세(李千歲)는 요리 솜씨가 그 맛이 불과 칼에 말미암고, 일신 무공도 불과 칼에서 말미암습니다. 부하들을 세 파로 나누었는데, 화파(火派)는 솥에 볶는 솜씨가 절묘하고 일신의 권각 기술 또한 절묘하며, 도파(刀派)는 요리를 자르는 솜씨가 뛰어나고 사람을 자르는 솜씨도 뛰어납니다. 미파(味派)는 독특한 장을 만들어 내는데, 독약을 만들어 내는 솜씨는 더욱 공교하고 독특합니다.
첫째 공자 제일편편은 시를 읊으며 상대하기를 좋아하는데, 수하에 맹장이 없으나 분명히 무공이 낮지 않은 대내 고수 무리와 친합니다. 복성 제이, 모용, 황보, 구양, 영호의 6개 성씨 가족, 제이가 일찍이 조정에서 사라진 것을 제외하고 그 나머지는 이미 양양에 나타났습니다.
여보살 초가인은 수가 몇인지 불분명한데, 무예 정도가 당가(當家: 지도자, 주인)에 오를 만합니다. 초가인은 성격이 까다로우니, 기타 3대 세력이 모두 골칫거리로 여깁니다.
영자흠차(影子欽差) 왕 대인은 무공 정도를 파악할 수가 없으나, 지혜와 계교가 다양하고 교묘하며 임기응변에 뛰어나며, 수하에 병사와 장수가 많습니다. 팔명, 오암, 십삼태보가 있는데, 팔명은 직속 친위대이고, 오암은 암살단이니 4대 세력의 으뜸입니다.“
황용이 말했다.
“음, 그러면 이 몇 달 동안 4대 세력의 형세가 어떻게 되었나요?”
황용이 입으로는 지휘를 하면서 활기 있게 이야기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온갖 상념이 뒤엉켰다.
기억은 기억이다. 이미 발생한 일이 잊히지 않고, 다만 기억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곽도가 저택에 뛰어들어 실력을 떠보았던 그날 밤, 무가 형제는 색욕에 찌들어 탁자 밑에서 그녀의 찢어 흔들었고, 그녀는 한편으로 적을 상대하면서 한편으로 대소무의 애무에 자기 몸뚱이의 황당한 욕정을 억지로 견뎠었다.
출산하는 방 안에서 사지를 묶이고 발가벗긴 채 음탕한 표정의 곽도와 마주했으니, 온몸이 곽도에게 애무당하고, 심지어 곽도의 좆대를 강제로 입에 물기까지 했으니….
더러운 일을 견디지 못하고 요행히 실신하지 않은 채 알고 있었던가?
약간 정신이 나간 황용은 부주의하게 아무 생각 없이 속으로 탄식했다.
“알아냈나요?”
이막수가 고묘성약을 암산으로 사용하여 절정곡 안에서는 난잡하게 옷을 찢어 버리고 몹시 뜨거운 알몸으로 굶주린 듯이 공손지, 무가 부자, 개방 장로와 교접을 하였으니….
양과의 희생적이고 깊은 정으로 소년의 혈기가 발동하여 해약을 먹임과 동시에 욕정이 격탕하였으니….
양과와 애욕이 불타오르던 산 동굴에서 그렇게도 깊은 사랑을 나누고 육체를 불사르며 미소년의 순정과 굉장한 교합을 즐겼다.
거기에 왕 대인과 팔명의 협박 능욕, 윤간, 구간(狗奸: 개하고의 씹)이 있었으니, 모두 견디기 어려운….
장로는 황용의 복잡한 신색을 모르고 다만 ‘알아냈나요?’라는 말만 듣고 서둘러 계속 말했다.
“알아냈습니다. 4대 세력은 권력의 증감이 발생했으니, 우리로서는 근심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것입니다.
왕구관의 세력은 우리 편과 누군지 모를 외팔이 소년의 공격을 받아 암살단은 겨우 허공칠살과 팔개요명 두 부대만 남았고, 십삼태보 또한 십이환장이 실종한 후, 겨우 3개 태도만 남았습니다.
만색루의 세력은 양양성 외곽 외진에 처음 출현했는데, 소문에 의하면 십이환장을 포위하여 죽이려는 것이었습니다. 기이하게도 만색루는 어떤 것도 소득도 얻지 못하고 암살자가 한 명도 생환하지 못했습니다.”
구처기의 표정이 미미하게 변했다.
“한 명도 생환하지 못했다고?”
황용이 회상을 중지하고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뜻밖에도 장군부 저택의 혈전 이후 그 신비한 십이환장의 무학 수위가 더욱 높아졌군요.”
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이 몇 개월 동안 도검낭자와 십이환장은 기피 인물이었습니다. 무림의 명성이 빠르게 올라가서 거의 동사, 서독, 남제, 북개, 중신통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을 실종되었으니,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장로가 말했다.
“아직 정보가 더 있는데, 우리 편에 유리한 것입니다.
주방 세력의 도파와 미파 둘이 왕구관을 기습하였다가 대략 100명이 전부 사나운 장법에 죽었습니다.
똑같은 모습으로 주방은 그때 호주미장과 연합하여 모용, 황보, 구양, 영호 등 네 집안의 복성 공자를 공격하였는데, 실로 왕구관의 세력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어림짐작하여 이 심복대환을 제거하려고 하였던 것인데, 다만 전원이 사나운 장법에 죽은 것입니다.
양대 세력의 인마는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처리를 끝내는 데 여러 날이 걸렸습니다. 정탐자의 보고에 의하면 4대 세력은 이제 왕 대인에게 완전히 통합되었습니다.”
손불이가 나서서 말했다.
“왕구관의 3대 태보, 두 친위대가 그리 강한 실력으로 주방과 호주미장 양대 세력의 수많은 고수를 물리칠 수 있었던 말인가? 기이하구려. 이 삼태보는 모두 십이환장의 실력이 아니던가?”
장로가 말했다.
“정탐자의 보고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왕구관이 한 명의 흑의 복면 고수를 새로 받아들였는데, 내력이 강맹하고 심후하며 무예가 절륜하여 화를 내어 수를 쓰면 일장에 죽이고 결코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습니다.”
손불이가 의아하여 말했다.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이런 고수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데, 이치에 맞지 않아. 어찌 이런 사람이 왕구관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는가?”
장로가 말했다.
“그, 그건… 사실 우리에게도 정보가 있는데, 다만 말하기 어려운 것이, 곽 대소저의 명성에 흠이 가기 때문입니다.”
황용이 머리를 들고 손을 쳐들고 말했다.
“말해도 좋아요.”
장로가 말했다.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이 흑의인은 황제의 명령을 따릅니다. 좋고 나쁘고 간에 결코 항명하지 않습니다. 황제는 노야와 한가지나 마찬가지이므로 내가 보기에 그에게 똥을 먹으라 하면 깨끗이 먹어치울 것입니다.”
“둘째, 이 사람은 감금된 무림 인사와 자못 연원이 유사합니다. 비록 왕 대인의 신변을 떠나지 않으나 무림 인사들을 매우 염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왕 구관이 항상 무림 인사들 가족의 목숨을 가지고 그 복면인을 위협하니 이런 위협이 어떤 효력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조사하여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셋째는….”
장로가 우물쭈물 말했다.
“왕구관은 성욕이 대단하여 많은 사람과 난교를 즐기는데, 짝을 바꾸어 가며 즐깁니다. 소문에 의하면 매 시간마다 왕구관은 완안 소저, 야율 소저, 곽부 소저를 찾아가 일제히 교접하고 과거에 함께 즐긴 사람을 찾아오게 하여 이 사람에게 곽부 소저와 따로 외진 방에서 즐기는 은전을 베풀기도 하며 두 사람이 함께 즐기기도 한답니다.”
황용이 크게 노했다.
“비루한 놈, 만약 부아가 정말 왕구관 손에 떨어졌다면, 어찌 소녀의 정결을 한평생 망쳐 버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복잡한 기억이 주마등같이 심각하게 뒤섞이는데, 이런 정보는 참으로 황용의 아픈 곳을 자극하니, 도리어 대부분이 간음하고 씹을 하는 더러운 일을 장군부의 이막수, 홍능파 등에게 하게 한 것이다.
황용은 짐짓 노기를 띠었던 청려한 얼굴에 진짜 노기를 가득 채우고 마음속의 음탕하고 외설적인 영상을 막아 흔적이 없게 하는 한편 계속 말을 했다.
“현재 우리 개방은 옥에 갇히지 않은 수많은 장로와 제자, 그리고 이곳으로 와서 도와주는 무림 인사들과 십분 집결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황용이 계속 말했다.
“왕구관이 아랑에게 중상을 입히고 다시 일등 대사님을 공박하여 출수하여 구하니, 분명히 이는 무림자전이라는 칭호를 지닌 첩자가 왕구관에게 보고한 것이니, 일등 대사님이 일양지를 사용하여 독을 제거하고 상처를 치료하려면 그 과정에 수많은 위험이 있고 또 성공한 후에도 5년 동안은 진기를 운행할 수 없으며 또 날마다 고련하여야 비로소 회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처기기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맞습니다. 이 비밀은 오직 동사, 서독, 남제, 북개, 중신통과 소수의 문인 제자들만이 압니다. 일등 대사님의 도움이 적은 데다 구 노선배와 아랑이 결투에서 중상을 당해 요양하고 있으니, 우리들은 왕구관의 실력에 비해 약간 미흡하고 부족합니다.”
손불이가 아름답고 큰 눈을 부라렸다.
“흥, 노신이 비록 무예가 모자라지만, 명령이 있으면, 관부의 종이 몇 놈이든 내 이 늙은 목숨을 던질 것이다.”
황용이 웃으며 말했다.
“손 도장, 서두르지 마세요. 제 말을 들었으면, 일등 대사님이 이 일에 진기를 헛되이 쓰지 않음은 비록 비밀 중의 비밀이나 다른 한 가지 일이 있으니 비밀스러운 치명상이에요.”
황용이 뒷짐을 지고 한가롭게 거닐어 한 바퀴 돌았다. 눈길을 총명하고 영민하게 번쩍이며 말했다.
“용아는 그 해에 구천인 노선배의 철사장에 상처를 입어서 목숨이 경각에 달했으나, 다행히 대사님의 희생적인 구함을 받았으니, 대사님 또한 이로 인해 원기가 크게 손상되어 수시로 위험이 닥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황용이 몸을 돌리며 계속 말했다.
“정 가가가 구음진경을 구술하니, 대사님이 구음진경 안의 범문으로 된 관건을 해독하여 구음진경의 무학 진의와 대사님의 웅후한 무공을 배합하였습니다.”
황용이 빼어난 얼굴에 가벼운 웃음을 띠었다.
“사실상 대사님은 5년의 수련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구처기이 이상하게 여기어 말했다.
“참으로 이런 일이 있다면, 대사님은 오래 걸려야 공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황용이 웃으며 말했다.
“비밀이에요. 요컨대 대사님은 현재 신공이 무적입니다.”
일등 대사가 머리를 흔들었다.
“용아, 어찌 신공 무적이라 하느냐? 넌 참으로….”
황용이 어깨를 가리키고 말했다.
“아직 구 노선배가 생사 대겁을 겪고 크게 도를 깨달았으니, 비록 중상이 조그밖에 낫지 않아서 공력이 오성이지만, 철장수상표는 분명히 왕구관 저 뚱돼지가 편안히 잠자지 못하게 할 것이에요.”
안색이 엄숙한 노승이 말했다.
“곽 부인, 노승이 잘못을 했소. 다시는 지난 명호를 부르지 마시오. 노승의 법호는 자은(慈恩)이오.”
황용이 일곱 구멍에 예민한 느낌을 느끼고 입으로 말을 하지 않았으나, 과거의 기억이 부단히 꿈틀거렸다. 하나의 난해하지만 불가해하지는 않은 문제가 한동안 억눌려 있었는데, 마침내 명료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곽도가 전에 나하고 발가벗은 알몸으로 살을 비벼댔는데, 다행히 끝내 이 몽고 놈에게 정조를 잃지 않았으나 적에게 웃음거리이다.’
‘대소무가 전에 일시적 충동으로 안방에서 나에게 못된 짓을 했으나 당시 비록 즉시 제지했으나 나는 사모가 되어서 알몸을 두루 애무당했으니, 이 또한 어쩔 수 없다.’
‘절정곡에서는 오히려 이 두 제자들 앞에서 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여러 날 드러내고 공손지와 내가 그들 앞에서 격렬하게 씹을 하고 내 보지에 자지가 박히고 주물리고 어루만져졌다.’
‘더욱 고약한 것은 기억 중에 분명한 것은 그들 형제와 그들의 부친 무삼통 세 사람과 함께 내가 관계를 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나와 부아, 완안평이 돌아가며 야합하였다.’
‘절정곡의 더러운 일을 아는 두 장로는 이미 죽었고, 공손지는 화만천에게 죽음을 당했으며, 화만천은 또 구천인 오누이에게 죽음을 당했다. 그 나머지 무가 부자는 신분과 지위 때문에 이 일을 외부에 발설하지 못한다. 다만 매번 얼굴을 마주하기가 궁색함을 면키 어렵다.’
‘과아와 산 동굴 안에서 여러 날 지낸 구차한 일은 과아하고 나만 알고, 과아는 성정이 괴이하니 짐작하기 어려우니 문제가 클 것이다.’
‘동굴 밖에서 왕 뚱돼지와 몇 명 수하들에게 윤간을 당한 것과 개에게 당한 것은 과아, 구천인, 일등 대사, 육무쌍, 정영 오누이가 서둘러 오느라 보았는지 알 수 없으나, 다만 발가벗은 몸으로 두 남자에게 꽉 안겨 있던 모습은 분명히 일등 대사와 구천인의 눈에 보였을 것인데, 그들은 공력이 심후하니, 시력이 일반 인사와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왕가 놈과 수하는 속사정을 아는 것이 가장 엄중하니, 결코 입에 올릴 수 없을 것이고, 곽도 또한 반드시 제가하면 되는데, 일등, 구천인, 과아, 무가 부자 등은 어찌해야 좋을까?’
왕처일이 말했다.
“우리들의 검진도 이미 대성하였소. 용아, 그대 여제갈은 언제 공격할 거요? 용아, 용아?”
전진 오자는 평소 반응이 기민하던 황용이 왕처일이 묻는 말에 조금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녀 자신이 알 수 없는 고뇌에 빠져 있음을 눈치 챘다.
왕처일이 말했다.
“용아, 용아!”
성급한 손불이는 황용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초조해 마지않았다.
“또 무슨 실수를 한 것은 아니지?”
잠시 넋을 잃고 있던 황용은 묻는 말에 현실로 돌아와 말했다.
“아니에요. 나는 기회를 기다라고 있는 거예요.”
“하하하하!”
한 줄기 시원한 웃음소리가 나더니, 맞은편에 온 일등 대사가 웃으며 말했다.
“자칫하면 늦어서 용아의 절묘한 계획을 듣지 못할 뻔했군. 용아, 어떤 기회를 기다리는 거지?”
황용은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어떤 한 사람이 우리들보다 먼저 출수할 거예요. 저는 그를 기다리는 거예요.”
황용이 계속 말했다.
“예전 싸움의 패배로 우리들은 결코 왕 뚱돼지의 실력을 얕볼 수 없어요. 그의 출수는 이미 실력을 탐지하려는 것이었는데, 장군부 안의 대내 고수도 잃을 수 있어요.”
황용이 수려한 눈썹을 찌푸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들은 오직 이번 한 번의 공격만 남았다는 거예요. 실패의 여지가 없어요. 저들이 공격하고 신호가 나면, 현재의 우리 전진교, 개방, 정도 우인들이 조성한 주력 외에 암중으로 구제하려는 자가 일제히 손을 쓰게 할 수 있다면 그들은 비록 진을 이루지 못….”
구천인이 이어 말했다.
“이것은 일종의 무진지진(無陣之陣)이로군. 적군의 진을 교란하고 우리 편의 정세, 수량, 실력을 드러내지 않으니.”
황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사 왕구관이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더라도 천강북두, 도화석진, 타구진으로 겹겹이 포위하여 섬멸할 거예요.”
하나의 아름다운 야아(夜娥: 밤의 요정?)가 조용히 날개를 움직여 뭇 사람들의 가운데로 날아들더니, 황용의 주변을 둘러싸고 돌았다. 아마도 그 강건한 가운데의 여자의 맑은 향기인 듯한데, 야아는 황용의 목과 어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 끝에 조용히 서 있었다.
밤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야아는 여섯 개의 다리를 향기로운 머리카락 끝에 단단히 붙이고 바람에 따라 날개가 하늘거렸다. 작은 야아는 너무나 가벼워서 함께 흔들렸다. 머리카락 끝이 황용의 가슴 가운데를 스쳤다.
바야흐로 대진과 대련하니, 황용은 야행 두건을 착용하지 않아서, 비녀를 꽂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이미 적지 않게 귓가, 목과 어깨 위에 흩날렸다. 약간은 옷의 목둘레 속으로 들어갔고, 아울러 격렬한 싸움으로 인해 살짝 벌어진 배두렁이 둘레 속으로 펼쳐져 들어가서 풍만한 가슴 가운데의 피부에 달라붙었다.
북방의 밤바람이 메마르고 쌀쌀해서 피부의 땀방울은 빠르게 배두렁이와 옷에 배어들고 야경 중에 바람에 말랐다.
야아가 머리카락 끝을 흔들리게 하여, 앞가슴에 부단히 스치고 있었다.
황용이 계속 말했다.
“사나운 호랑이를 잡는 것과 같이, 먼저 사냥개를 풀어 사나운 호랑이를 교란하고 이어서 화살을 사정없이 쏘아대어 꼼짝 못하게 한 뒤 비로소 사냥꾼이 나타나 달려들어 사나운 호랑이를 제압합니다.”
구처기가 말했다.
“용아가 말한 것이 매우 옳다. 그럼 저 영웅은…?”
황용이 엉겁결에 가려운 가슴 가운데를 긁고 목을 움직이니, 어깨 위에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한편으로 하얀 목과 옷의 목둘레에 스치는데, 한편으로 활기 있게 웃으며 말했다.
“… 비밀이에요.”
구처기가 황용을 어린애 때부터 보아 왔는데, 계집애가 이렇게 컸어도 짓궂은 성격이 예와 같이 바뀌지 않았으니, 어찌할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우리들은 나이가 많아서 수수께끼를 풀 수 없으니, 용아 네가 우리 속을 시원하게 해주겠니?”
황용이 주의하지 않고 녹죽장을 들어 올려 두 손으로 가슴 앞에 교차하여 감싸니, 녹죽장이 금세 두 팔 안에 끼였다.
녹죽장이 황용의 오른 어깨에서 다리 오른쪽으로 비껴 내려가서, 황용의 야행복에 착 달라붙으니, 황용이 말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알아요. 어쩔 수 없이…”
가슴 가운데가 다시 근질근질하니, 황용이 고운 눈썹을 찡그리고, 죽장을 움직여 자기의 가슴 가운데를 문지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적에게 탐지돼요. 어느 정도는…”
무심코 죽장으로 가슴 가운데를 문지르니, 젖꼭지가 가려워지고 젖꼭지 피부 표면만 가려운 것이 아니라 젖통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느낌이 더욱 강렬해지는 것이었다.
황용은 이 기이한 감각을 억지로 참으며 계속 말했다.
“착오가 있지요. 이왕 성공적으로 움직이려면 어떤 실패의 위험도 반드시 피해야 하니, 결코 말할 수 없어요.”
이때 두 젖통이 무척 가려울 뿐 아니라 새로운 느낌이 솟아나 뒤섞이니, 느낌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다.
황용은 겉으로는 괜찮은 듯이 숨기고 있고, 전진 오자는 황용이 어떤 이상이 있는지 주의하지 않아서 다섯 노인이 눈빛을 한 번 주고받고는 단념하지 않고 말했다.
“양 형제가 아닌가?”
이때 황용은 실로 견딜 수가 없었다. 온몸이 저미는 듯한 것을 억지로 참는데, 이번에는 뼛속 깊이 파고든 가려움이 커져서 실로 경시할 수가 없었다. 가슴 앞으로 감싸고 있던 두 손으로 암암리에 젖꼭지를 문지르고 젖통 옆을 꼬집어 마지않았다.
야행복은 본디 몸에 착 달라붙어 있어서 한번 가려움을 긁으니 둥글고 쑥 내밀어진 가슴이 미미하게 흔들리고 손바닥의 열기와 죽장의 차가움이 야행복의 부드럽고 얇은 천을 번갈아 마찰하니, 황용은 조심해서 문질렀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은 면했으나 난처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문질러지자마자 몸속에 스며든 상쾌한 느낌이 젖꼭지에서부터 퍼져나가니, 긁고 꼬집고 문지름을 따라 상쾌한 느낌이 꼬리를 물고 마음을 한없이 안락하게 만들었다. 황용의 큰 눈이 매력적으로 흔들리며 구르더니 몸이 미미하게 떨렸다. 촘촘하고 높이 솟은 속눈썹이 살짝 아래로 떨어지고 눈꺼풀이 닫히더니, 참지 못하고 “응!” 하는 소리를 냈다.
전진 오자는 좀 이상했으나, 자기의 짐작이 맞았다고 생각하고 왁자지껄하게 떠들어 댔다.
“정말 양 형제인가? 그럼 우리들은 저 왕가 잡놈이 다시 준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하물며 첩자의 보고에 의하면, 저놈의 수하가 힘센 고수이고, 이미 외팔이 소년을 포위하여 잡았다고 하니, 생각건대 의심할 바 없이 양 형제야….”
황용이 깜짝 놀라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으나, 억지로 웃음을 짓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도장님들, 그만 좀 하세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당신들은 오해한 거예요.”
식은땀이 이미 등 뒤의 옷을 축축하게 적시는데, 황용이 계속 말했다.
“아닙니다. 아, 과아가 아니에요.”
말과 동시에, 황용의 두 다리가 자기도 모르게 불안하게 움직이며, 거의 사타구니를 붙이고 앞뒤로 비벼 대니, 이미 뜨거운 보짓물이 흘러나와 두 조각의 보짓살에 스며드니, 가운데 오므린 부분도 점점 축축해지고, 황용의 얼굴은 점점 어지러운 듯 한층 더 붉어졌다.
황용의 호흡도 빨라졌다. 난감한 처지를 감추려고 깊이 호흡하니, 탱탱한 젖통이 부단히 위아래로 기복을 이루며, 한바탕 매혹적인 몸내가 풍겼다.
만약 황용이 있는 힘을 다하여 억누르지 않는다면, 주위 상황이 참으로 많은 어른들과 벗들이 어떻게 하든지 천산을 황산이라고 생각할 것이니(잘못 알고 있으니), 자기 피부를 충분히 문질러서 직접 몸의 속박을 제거하였으나, 음심이 일어나서 황용의 몸이 갈수록 더워져서 견딜 수 없으니, 자제하기 어려웠다.
식은땀이 점점 말라가자, 황용은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옷을 찢어 버리고, 스치는 밤바람을 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황용의 고운 손이 이미 가늘고 긴 손가락이 목 아래 옷깃 둘레를 잡고 끊임없이 공력을 사용하니, 옷깃 둘레가 손바닥을 따라 둘로 갈라져서 뭇 사람들 앞에 윗옷이 찢어질 뻔했는데, 돌연 차갑게 찌르는 통증이 등 쪽에서 전해왔다.
어쩌면 황용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비록 산뜻했으나, 너무 진하고 달콤해서 두 마리의 작은 벌이 관례를 깨고 야간에 출현하여 갑자기 혼란에 빠진 황용에 달려들어 쏜 것인지 모른다.
옆으로 5, 6보 떨어진 곳에 백발의 늙은이가 후다닥 달아나며 귀신과 같은 소리를 질렀다.
“아! 그게 아니야. 너희들 이 냄새 나는 옥봉들아, 동쪽으로 가야지, 사람을 물면 안 돼. 아이고! 아파….”
전진 오자가 보니, 노완동인지라, 몸을 가지런히 하고 읍을 했다.
“사숙!”
노완동이 앞에는 귀찮은 오자와 가장 만나서는 안 될 일등 대사가 있고, 뒤에는 옥봉이 뒤쫓고 있는 것을 보고, 홀연 몸을 훌쩍 솟구쳐 다리로 황용과 정영의 머리를 살짝 딛고는 하늘 높이 솟아올라 몸을 뒤집어 떠났다.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용아, 계집애야, 머리 신세를 졌으니, 노완동이 영원히 감동할 거다. 사숙이야, 사숙, 지랄 맞은 대갈통 사숙!”
노완동의 신형이 멀리 사라지니, 현장에 있는 전진교 무리들이 마음에 우스워서 빙그레 웃으며 서로 보았다.
옥봉과 노완동이 때마침 황용을 위험에서 구해 주었다.
노완동이 멀리 사라지니, 모두들 한눈을 팔고 소곤거렸다. 적시에 황용으로 하여금 화를 면하게 하였으나, 일단 음욕이 이미 일어났으니, 어찌 작디작은 옥봉이 쏘았다고 해소될 수 있겠는가? 황용은 허벅지에 기이한 감각이 또 다시 점점 치솟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낭탕한 감각은 매우 친숙한 것이어서, 황용은 속으로 놀랐으니, 붉은 입술이 쉬지 않고 달달 떨렸다.
황용은 내심 급하여 생각했다.
‘이상해. 그 음약이 이미 과아의 해약으로 해소된 게 아니었나? 어째서 욕망이 줄곧 보지에서 치솟는 것 같지?’
황용은 재빨리 암중에 매장했던 금기의 기억을 떠올렸다. 반드시 최단시간 내에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만약 음독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면 장차 맹렬하게 발작할 것인, 그러면 어쩔 도리가 없이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한다.
음독이 발동하면 가볍게는 뭇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잊어버리고 방탕하여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질 것이요, 무겁게는 뭇 사람들이 빤히 보는 앞에서 발가벗은 몸으로 음탕하게 굴고 아양을 떨며, 심지어는 현장의 수많은 남자를 유혹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음약이 전처럼 강렬하다면, 말할 것도 없이 곧바로 남자들과 교접할 것이고, 사람을 끄는 황용의 아름다움이 뭇 사람들 면전에서 창녀처럼 방탕하게 굴면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 만약 뭇 사람들과 살을 섞는 관계를 맺게 되면, 개방 방주요, 곽 대협의 아내요, 항몽군과 연맹군의 우두머리는 다시 어떻게 될 것인가?
보지 속이 자기도 모르게 축축해지고, 보짓물이 이미 사타구니 안쪽에 흘러나오고, 동시에 식은땀이 황용의 등허리를 축축하게 적셨다.
해약은 스스로가 어떤 정황에서 복용했던가?
음탕한 분위기에서 잠시 맑은 정신을 차렸을 때, 자기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몸으로 양과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축축한 보지구멍이 양과의 좆대로 콱 쑤셔 박힌 상태였다.
이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니, 이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음란한 기억이었다.
그렇다면, 해독의 관건이 되는 시각은 기억에 없는 짧은 시간인데, 과정이 어땠는가?
황용은 마음을 추스르고 산산이 흩어진 기억을 좇아 이어 갔다.
양과가 헌신적으로 자기를 구하던 음란의 밤을 돌이켜보니, 고묘성약에 본성이 혼미해진 자기가 육체의 욕구에 목말라하며, 몸에 중상을 당한 양과는 원체 저항할 수가 없었으니, 뜨겁게 달아오른 알몸으로 양과와 뒤엉켜서 축축한 보짓살을 양과의 좆대에 부단히 비벼대고 불룩 솟은 젖통을 양과의 탄탄한 가슴에 대고 밀어붙여 댔었다.
양과가 홀연히 깔린 몸을 뒤집고 단단한 좆대를 자기의 털이 무성한 보지에 밀어 넣으니, 시원한 느낌이 쳐들어오니, 만족한 느낌이 넘쳐흐르고, 끊임없이 입을 벌리고 음탕하게 소리 질렀고, 양과가 신속하게 나의 머리카락을 잡고 입을 내밀어 나의 입에 맞추었다. 그런 뒤, 이런 모습으로 오직 이 시간에 과아가 해약을 내 입에 넣어 줄 수 있고 아울러 입속에서 어지럽게 액체를 주고받아서 자기로 하여금 해약을 먹게 하였던 것이다.
그 후, 이미 맑게 깨어난 자기가 오히려 마음에서 우러나는 육욕의 교합이 아쉬워서 과아의 몸 위에 올라앉은 내가 계속 내 몸뚱이를 들썩거리면서 과아의 좆대가 부단히 내 보지 속을 들어갔다 나갔다 하게 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뚱이가 과아의 눈앞에서 제멋대로 위아래로 요동하며 과아의 남아 있는 왼손을 붙잡아 나의 피부와 가는 허리와 두 젖통을 애무하게 하여, 물 만난 고기처럼 함께 어우러져 격렬한 운우지정을 즐겼었다.
도화도의 약리 논증에 따르면, 오행이 상생하면 병을 제거하는 데 이롭고, 오행이 상극하면 몸을 지키는 데 해로우니, 물[水]에 속하는 것은 불[火]에 속하는 것과 함께 복용하고, 쇠[金]에 속하는 약은 나무[木]에 속하는 약과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음약의 독은 양과가 나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비록 해독이 되지만, ‘해독될 수 있지만, 오히려 육욕이 몸에 침투하기 쉬운’ 해가 남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의 상황이 단순한 육욕이 범람하는 것 같지 않으니….
해약은 입으로 먹일 수 있으나, 타인의 침과 섞을 필요가 있는 특수한 약재 외에는 대부분 약재의 효력이 엉망진창이 되므로 약을 먹는 사람은 통째로 삼키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몸이 음탕한 상태가 되었을 때 음독의 해약을 먹는 것은 더욱 물과 불이 상극하는 것이다.
분량, 복용 방법, 복용 시간, 약리 등으로 보아, 당시의 여독이 다 없어지지 않은 듯하다.
더욱 고약한 것은 그동안 자기는 부단히 연공에 힘써서 여독의 구성이 이미 경맥과 혈기를 따라 흘렀으니 자기의 몸속에 뿌리가 박혔을 것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황용은 자기도 모르게 안달이 났다.
‘어쩌나? 좀 기다리다가 뭇 사람들 앞에서 퍼지면 안 되는데. 더욱이….’
일등 대사에 함께 있던 천축승이 황용을 한동안 찬찬히 살펴보고는 범어로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소리로 말하자, 황용이 퍼뜩 어떤 생각이 떠올라 말했다.
“일등 대사님, 당신의 사제가 저에게서 요사함을 물리쳐 주겠다는 건가요?”
황용의 눈빛은 오히려 한편으로 도움이 절실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등 대사가 말했다.
“용아, 너는 언제나 짓궂게 말하는구나. 참으로 세 어린 낭자는 대전이 임박했으니, 구상에 대한 해설을 마무리하고, 빨리 노납의 사제와 장내로 가서 너의 공력을 높이도록 하자꾸나.”
황용이 손을 모아 읍을 하고 뭇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대사님, 수고롭겠지만, 다섯 분의 도장과 전진교 형제들이 제 딸에게 물러나라고 하니, 청컨대, 선배님들께서 먼저 편한 대로 하시지요.”
황용은 발걸음을 빨리 하여 양강한 남자들의 기세가 가득한 곳을 떠났다.
황용은 크게 헐떡이며 속으로 말했다.
‘큰일 날 뻔했어!’
황용이 자신의 몸이 이미 주변의 남성들에게 간간이 요염하고 매력적인 유혹을 발출하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힘써 자리를 떴으나 아쉬운 공허감을 떨치지 못했다.
떠나는 것이 늦으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등 대사의 막사을 향해 가다가 사랑하는 딸 곽부의 막사으로 가면서 마음이 움직이고 만약 딸도 발작한다면, 바로 이때 속사정을 약간 알고 있는 일등 대사, 천축승, 구천인 등이 자기를 따라붙어 보호할 것이다. 황용의 딸은 돌보는 사람이 없는데, 만약 불청객이 딸의 막사에 뛰어든다면 이 또한 매우 곤란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황용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세 분 대사님, 호법을 부탁해요. 용아가 딸의 상황을 보아야겠어요.”
일등 대사가 말했다.
“부아는 일전에 진료를 받았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야. 무엇보다 급한 것은 용아 너 자신이야. 정황을 보니 매우 안 좋구나.”
황용이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괜찮아요. 용아가 살펴보고 문제가 없으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떠나면 돼요.”
일등 대사가 머리를 흔들고 일양지를 운기하여 진기를 보내 황용의 온몸에 대혈을 점혈하여, 몇 가닥 따뜻한 흐름이 황용의 온몸 대혈에 흘러들게 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잠시 네 뜻대로 하마. 일양지가 독을 몰아내고 경맥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으나 네 몸의 괴이한 독을 누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으니, 용아야, 너는 자신의 신체 변화를 부디 주의해라.”
구천인도 말했다.
“곽 부인, 편한 대로 하시오. 이 죄인이 호법을 서겠소.”
황용이 화급히 곽부가 있는 막사으로 들어가니, 구천인이 수상표(水上飄)를 시전하여 몸을 날려 가고, 천축승은 무학을 모르는지라 몸을 돌려 막사 입구를 지켰으며, 일등 대사는 곧바로 천천히 몇 걸음 나아가서 눈을 감고 합장하며 바닥에 앉아 좌정하였다.
막사 내의 곽부는 이미 깊이 잠든 것 같았다. 얇은 담요를 몸에 덮고 있는데, 가는 손으로 담요를 꼭 잡고 있고 안각에는 마르지 않은 눈물이 남아 있었다.
딸이 평안 무사하고 음욕에 미혹되지 않았음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황용은 심중의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황용은 곽부의 옆으로 걸어가서 조심스럽게 쪼그리고 앉으니, 곽부의 치렁치렁하고 새까만 머리카락이 베개의 주변에 흐트러져 있었다. 황용이 걱정하며 가볍게 곽부의 머리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니 곽부가 미간을 찌푸리고 가냘픈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갑자기 잠꼬대를 발하였다.
곽부의 하얗고 투명한 얼굴이 갓 피어난 모란 같은 아름다움을 발하며 가늘고 작은 땀방울이 코끝에 맺히니, 황용이 섬세한 손가락으로 아주 가볍게 곽부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며 부드러운 따스하게 곽부를 바라보았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게 갑자기 충동을 느낀 황용은 머리를 숙이고 몸을 굽혀 곽부의 작은 입에 입맞춤을 했다.
황용은 막 몸을 일으켜 떠나려 하다가 문득 한 물건을 발견했다. 그 물건은 얇고 덮여 있고 아주 작디작은 끝만 밖으로 나와 있어서, 눈이 섬세하고 예민하여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는 황용이 아닌, 일반인이라면 일찌감치 무시해 버릴 만한 것이었다.
황용이 모서리가 살짝 드러난 그것을 자세히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 물건은 형상이 아주 괴이하고, 엄격히 말하여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괴상한 것이었다.
황용은 이미 곽정과 결혼하여 여러 해를 보낸 데다가 접때 음약과 욕정에 현혹되었던지라, 이 물건의 속성을 잘 모르지만, 그 모양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이니, 남자의 자지 모형이었다.
이런 모형 자지가 어째서 딸의 막사 안에 있는 것인가?
그러나 남아 있는 단서에 부주의하면 통상 뺨에 나타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 물건도 감추는 법이다.
황용은 호흡을 고르고 막사 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베, 비단, 양말, 수건, 목도리와 같은 물건을 찾아보았다.
‘의외로 아무 것도 없군.’
황용은 마음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암암리에 냉소하였다.
‘부아는 줄곧 예쁘게 화장하는 것을 좋아하여 몸에 목도리나 손수건을 많이 갖고 다니는데 막사 안에 하나의 천 조각도 찾아볼 수 없다니.’
‘어째서 천 조각 반 토막도 없는 거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황용이 손을 뻗어 야행복 허리끈을 풀고 바지 속으로 넣어 앞자락을 잡아당기고 명치에서 2촌 아래 단추 3개를 풀어 옷을 풀어 낸 뒤 그 앞자락 폭으로 계속 숨을 고르며 자지를 감싸 잡고 가까이서 관찰했다.
호흡을 고르며 옷을 격하여 물건을 잡은 것은 혹시 이 물건에 있을지 모른 어떤 독약이나 미약 심지어 음약 가루라도 있을 몰라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황용은 손으로 자지를 잡고서 관찰하다가 이 모형 자지가 양의 창자에 기름, 솜, 지방, 연골, 톱밥, 다진 고기 등을 넣어서 만든 것임을 알았다.
막사 안에 있는 등불에 비추어 보니, 이 자지는 길이가 두 뼘이고, 굵기는 어린애의 주먹만 하며, 쥐어보니 부드러운 가운데 단단함이 있어서 마치 남자의 발기하여 꼿꼿하게 선 좆대와 똑같았다.
모형 자지의 끝은 제작자가 어떻게 기웠는지 모르겠으나 만져 보니, 남자의 생생한 불알과 아주 똑같아서 둥그렇고 말랑말랑하고 매끄러웠다.
한동안 관찰하고 나니, 호흡을 참을 수가 없어서 황용의 눈길이 흔들리더니 모형 자지를 내려놓고 깊이 호흡을 하고서 다시 숨을 죽이고 찾아보았다.
딸 곽부를 한 번 돌아보고 생각하니, 딸은 몸에 연위갑(軟蝟甲)을 입고 있는데, 갑옷의 비늘과 바늘에 모두 극독이 발라져 있어서 저때 양강(楊康)이 자기를 암습하다가 손바닥이 찔려 독에 죽은 일이 떠올랐다.
도화도에서 여러 해 동안 황 약사와 함께 지내면서 황용은 일찍이 각종 약의 약리를 숙련하였으니, 두 독이 서로 만나면 반드시 변화를 하는 법이었다.
이 모조 자지가 곽부의 몸에 걸친 연위갑과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변화하여 이 물건이 독이 있지 않은 것으로 식별될 수 있으니, 직접 손상은 피할 수 있으나 모조 자지는 위험을 잠재하고 있을 것이다.
황용은 허벅지의 음탕한 기운을 스스로 억누르고 있었는데, 다시 젖꼭지에서부터 시작하여 보지 속에서 꿈틀꿈틀하여, 얼얼하고 나른한 감각이 퍼져서 은연중에 터지려 하고 있었다.
황용이 막사 밖을 힐끗 보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세 분의 고인이 밖에서 보호하고 있으니, 짧은 시간에 충분히 검사하여도 응당 지장이 없을 것이다.’
황용은 모형 자지를 옷 앞자락으로 감싸 쥐고 깊이 숨을 들이쉬고 호흡을 고르고서 욕정을 애써 참으며 미미하게 떨리는 손을 곽부를 향해 뻗었다.
황용이 곽부의 작은 손에서 뿔같이 생긴 것을 살짝 빼어내니 한 줄기 소녀의 향기가 코를 찔러 들어왔다. 이것은 딸아이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누워 있을 때 풍기는 것이었다.
“큰일이군. 미향은 모형 자지에 있는 게 아니었어!”
크게 놀라니 나녀(裸女)의 형상과 나녀의 몸내가 황용으로 하여금 본디 억제하기 어려웠던 허벅지의 열기가 미약한 정신 방어선을 무너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