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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영웅-(부제: 로얄 블러드) - #24 울프 라이더


상인들과 헤어진 뒤 란셀롯들은 전력으로 제국군의 수송부대를 추적해갔다.



예상치 못한 조우 탓에 약간의 지체가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만회하기 위해 좀 더 빨리 말을 달려야 했다.
다행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였기에 무척 힘든 질주인데도 다들 꿋꿋히 버텨주었다.


 


"훗! 도적들치고는 정말 이런 강행군을 잘도 쫒아오는 걸?"


 


란셀롯은 열심히 적기마병단의 뒤를 쫒아오는 도적들을 힐끗 돌아봤다.


 


"그것도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말이야."


 


란셀롯은 솔직히 놀란 듯 감탄을 하며 말했다..
그의 감탄처럼 최정예 부대로 유명한 적기마병단 마저도 힘들어하는 그런 강행군을 도적들이 수월하게 따라오는 것이 참으로 용했다.


 


"생각보다 쓸만하겠는 걸. 근성도 꽤 있는 것 같고..."


 


상인들은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에 무사히 풀어주었지만, 도적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때문에 그들을 억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란셀롯은 그들을 살릴 지 아니면 전부 죽일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물론 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곧 죽이는 것은 관두었지만 말이다.


 


"그럴 수 밖에요. 저들은 울프 라이더들이니까요."


 


카렌이 감탄을 하는 란셀롯의 곁에 다가오며 말을 했다.


그녀 역시 도적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큰 흥미가 엿보였다.


 


울프 라이더(Wolf Rider)


말 그대로 늑대를 타고 다니는 이들을 뜻했다.
선천적으로 동물들과 친화력이 강한 이들만이 될 수 있다고 알려진 흔치 않은 이들이었는데,
놀랍게도 상인들을 덮쳤던 도적들은 단순한 도적 무리들이 아닌 그런 울프 라이더들이었다.


 


"울프 라이더 도적단이라...정말 재밌어."


 


구경하기도 쉽지 않은 다이어 울프나 그레이트 울프들을 길들여서 타고 다니는 그들은 뛰어난 조련사이자 라이더들이었다.
미개 이종족이나 뛰어난 전투가들인 오크들이 말대신 흔하게 타고 다닌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인간들 중에 울프 라이더가 있다는 건 처음 들어본 란셀롯이었다.


 


"울프 라이더로 구성된 도적단이라니...그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어. 정말 흥미로워."


 


정말 흥미로웠고 쇼킹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잡힌 뒤의 그들의 태도였다.


 


처음 잡혔을 땐 상처벋은 늑대들과 같이 극심한 저항을 했었던 도적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상대가 로드리아의 구세주 란셀롯이라는 걸 알자 곧 양처럼 온순해졌다.
아니, 놀랍게도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저항군에 받아주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라,란셀롯 왕자님! 부디 저희들도 왕자님의 곁에 거두어주십시오!"


 


처음 도적들의 두목이 그렇게 소리를 쳤을 때 놀란 것은 오히려 란셀롯이었다.


수적 열세로 손쉽게 잡히기는 하였지만 매우 위협적이고, 거칠어 보였던 도적들이었다.
그들에게선 죽으면 죽었지 굴복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고집스러움이 엿보였다.
그랬던 그들이었는데 란셀롯의 정체를 알게 되자 바로 태도를 바꾸어 애결을 하며 자신들을 써주길 바라지 않는가.


 


"저희들도 전에는 로드리아의 왕국민이었습니다. 지금은 나라를 잃고 이렇게 하찮은 도적이 되었지만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죄악은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눈에선 진심이 엿보였다.
그렇기에 란셀롯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심을 했다.


 


"안됩니다, 왕자님! 한낱 도적들을 받아들이신다니요!"


 


"그렇습니다. 왕자님. 이런 신용할 수 없는 무리들을 저항군에 받아들여선 안됩니다."


 


잠시 적기마병단들 사이에서 반발이 있어났다.
도적들을 동료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동급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매우 불만스러웠다.


 


그들은 무엇보다 저항군 사이에서도 이름높은 최정예 적기마병단이었다.
상당수는 옛 로드리아 기사출신인 준귀족이기도 했다.
그런 엘리트 부대인 적기마병단에 신뢰할 수 없는 한낱 도적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큰 굴욕이었다.


 


"모두 조용!"


 


자신의 결정에 적기마병단 단원들이 반대를 하고 나서자, 란셀롯은 한 손을 들어 그들의 반발을 조용히 시켰다.


 


"도적이 된 것이 아주 큰 잘못이느냐? 너희들은 저들의 충심을 읽지 못하겠단 말이냐?"


 


란셀롯의 입에서 사자후가 터져나왔다.
일갈을 터뜨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은연 중에 분노와 질책 그리고 자성이 깔려 있었다.


 


"비록 사정이 나빠서 저들이 도적이 되었다지만, 그건 나라를 지키지 못한 우리들의 잘못이다! 어찌 저들의 피치못할 사정을 탓할 수 있는 것이냐?!"


 


"그, 그건...."


 


나라를 지키지 못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란셀롯의 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적기마병단이었다.


적기마병단 중 상당수는 로드리아 왕국 시절에도 최정예로 이름높았던 기사들인 이들이 많았다. 자신들이 나라를 지키지 못한 탓에 도적이 됐다는데 차마 더이상 비난을 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그건 우리들의 탓으로..."


 


"그러게...우리들이 나라를 잃지 않았다면 저들이 도적이 됐을리 없으니..."


 


"밎아. 생각해보니 왕자님 말씀이 옳아."


 


"..."


 


적기마병단의 단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부끄러워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란셀롯이 오히려 자신들의 부하인 적기마병단을 꾸짖으며 자신들을 옹호해주자  도적들은 한없이 감격을 하고 말았다.


 


"오오~ 과연 란셀롯님!"


 


"이런 분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목숨 충분히 바칠만 하겠구나!"


 


"역시 이 분만이 우리들의 구세주다!!"


 


평소 나라는 되찾고 싶었지만 왕족에 대한 충성심은 없었던 도적들이지만, 소문으로만 듣고 있던 위대한 왕자의 진면목을 보게 절대적인 충성심이 절로 일어났다.


 


"훗~! 걸렸군!"


 


란셀롯은 도적들 뿐만 아니라 기사들까지도 넓은 아량을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감격한 듯 하자 속으로 씨익 사악하게 웃었다


 



그렇게해서 울프 라이더로 구성된 도적단들은 란셀롯의 군대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늑대들을 탄 탓에 도적들은 란셀롯들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
기동력이 생명이 2군에게 큰 지장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무리한 강행군에도 뒤쳐지지 않고 잘 따라왔다.


 


"확실히 내 판단이 옳았군."


 


그들이라면 적기마병단의 강행군을 따라올 수 있으리라 판단했던 란셀롯이었다.


 


아니. 오히려 도적들은 숲 속이나 산길에서는 말들은 보여줄 수 없는 뛰어난 기동력을 보여주며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그런 것을 보게 되자 란셀롯은 자신의 원래 계획을 약간 수정해야 했다.


 


"이들이라면 이 주변 지리에 밝을테니 내가 구상해둔 작전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원래가 제국군의 운송부대보다 먼저 유리한 곳을 선점하기 위해 시작한 강행군이었다.
미리 적들이 지나는 길을 파악해서 적들을 기습할 생각이었는데, 토박이인 도적들 덕분에 주변지리를 파악하기 위해 투자할 시간이 대폭 줄어들 듯 했다.


 


"게다가 이들은 험한 산길이나 숲길에도 우수한 이동력을 지닌 울프라이더들이다. 이들이라면 남들이 모르는 샛길이나 비밀길들을 잘 알고 있을테고, 모른다해도 새로 알아내기도 쉽겠지."


 


왠지 승리의 여신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절로 웃음이 나오는 란셀롯이었다.


 


"크크크...이걸로 승리를 120% 확신할 수 있겠는걸?"


 


그렇기에 그는 승리를 장담하며 낮게 소리죽여 웃었다.


 


뜻하지 않은 조우는 란셀롯에게 정말 뜻하지 않은 행운을 안겨주었다.


승리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행운.
그런 행운이 과연 진짜 승리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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