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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영웅-(부재: 로얄 블러드) - #4 신뢰의 눈동자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자신의 방에 도착한 란셀롯은 힘겹게 방 안에 있는 침대에 몸을 뉘었다.


 


"으윽~!"


 


부드러운 침대에 몸을 맡겼음에도 온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역시 고문으로 인해 몸이 너무 약해졌어. 겨우 이정도 움직였다고 온몸에 마비증세가 오다니..."


 


온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저릿저릿 저려왔고. 난도질을 당한 적이 있는 발목의 힘줄과 손목의 힘줄이 욱씬욱씬 아파왔다.


 


"이 상태라면 다시는 검을 들 수 없겠군."


 


그다지 아쉽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는 검에 재능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검을 들어서 싸운다면 기껏해야 수십명 밖엔 벨 수 없지만, 뛰어난 지략이 있다면 만 명이라도 상대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란셀롯의 스승의 지론이기도 했다.
그리 뛰어난 스승은 아니었지만 그의 지론만큼은 란셀롯도 동감을 하는 바였다.


 


똑 똑!


 


그 때 부드러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도 좋소."


 


이미 상대가 대충 누구일 꺼라는 것이 느껴졌던 란셀롯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허락을 했다.
그래봐야 그의 삭막한 목소리가 더 탁하게 들릴 뿐이지만 말이다.
오랫동안 탁한 공기로 인해 상헤버린 목 덕분에 예전의 목소리를 되찾기는 요원할 터였다.


 


"저녁 식사는 잘 하셨나요?"


 


역시 방 안에 들어온 이는 메이드인 메이리였다.
그녀는 약을 달인 듯한 쓴내가 진동하는 컵을 들고 있었다.


 


"크윽~! 설마 독인가?"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구토가 일 것 같은 약이었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꼭 이걸 드셔야 한다고 약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미미하게 찡그리는 란셀롯을 보며 단호하게 못을 박은 메이리는 그 대신이라는 듯 작은 병 하나를 꺼내보였다.


 


"꿀이예요. 약을 드신 뒤 이거 한 수푼 드시는 게 좋으실거예요."


 


역시 메이리는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좋은 여자였다,


 


"꿀꺽 꿀꺽~!"
 
최대한 맛을 잊기위해 코를 막은 란셀롯은 그 쓴내가 나는 약을 단숨에 들이삼켰다.
입 안에 넘어가는 감촉이 마치 진흙같아서 구토가 일었으나 자신을 초롱 초롱한 눈으로 지켜보는 메이리를 실망시킬 수는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억지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크으으~~이건 새로운 수단의 고문인 걸까? 아마 그렇겠지? 아닐까?"


 


순간 혼란이 일었지만 무사히 약을 삼킨 란셀롯은 재빨리 메이리가 떠먹여주는 꿀을 입 안에 머금은 뒤 입가심을 하였다.


 


"후후~ 로렌조 약사님의 약은 먹기는 힘들지만 그 효과는 확실하니까 믿고 복용하도록 하세요. 앞으로 식사 후엔 꼬박 꼬박 드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란셀롯은 그녀의 말을 듣자 왠지 다시금 로체니의 그 지하감옥이 그리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마도 메이리가 잊지 않고 꼬박 꼬박 챙겨올 것이 분명했다.


 


"역시 새로운 수단의 고문임이 분명해."


 


되지도 않는 허튼 생각을 잠시 한 란셀롯이지만, 메이리가 자신을 지긋히 쳐다보고 있자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검은 색 눈동자..."


 


마치 흑요석을 달아놓은 듯한 아름다운 검은 색 눈동자였다.
그 눈동자는 그녀의 검은 머리와 함께 너무나 잘 어우려져 그녀의 귀여움에 신비로움을 더해주었다.


 


"바다 넘어 동쪽 대륙 출신일까?"


 


위대한 항로 넘어로 신대륙이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만한 사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쪽 출신으로 보이는 여성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왕자인 란셀롯에게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잠시만요. 전하."


 


가만히 그를 지켜보고 있던 메이리는 그렇게 말을 하며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왜 그리 땀을 많이 흘리시는거죠? 설마 약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요."


 


사실 란셀롯이 침대에 눕기 전부터 그의 몸에서 땀이 삐질 삐질 나고 있었다.


 


"아, 이런! 몸이 불덩이잖아요!"
"음. 아무래도 몸이 다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무리하게 움직여서 그런 듯 싶소."


 


약간 무리를 해서인지 몸에서 열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계세요. 제가 간호를 해드릴께요."


 


메이리는 이미 란셀롯이 혼수상태였던 때에 몇 차례나 겪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마른 수건들과 찬 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란셀롯은 메이리의 충고를 받아들여 가만히 침대에 누워 그녀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잠시 실례할께요. 전하."


 


마른 수건을 찬물에 적신 메이리는 란셀롯의 곁에 다시 다가와 말을 했다.


 


"상의를 벗길 셈인가?"
 
땀에 젖은 몸을 식혀주기 위해서인 듯 메이리는 상의의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


 


잠시 주저는 하였으나 그 손놀림은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하긴 수차례나 그의 몸을 닦아주었던 적이 있으니 그럴 수 박에 없었지만 말이다.


 


슥 슥~~


 


잠시동안 침묵이 방 안을 지배했다.
그 동안 방안에 울린 것은 오직 메이리가 란셀롯의 몸을 닦을 때마다 들리는 마찰음 뿐이었다.


 


슥 슥 슥~


 


란셀롯은 약간은 붉어진 얼굴로 정성껏 자신의 몸을 닦는 메이리를 보자 그녀의 정성에 살짝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엇다.
너무나 진지한 검은 눈동자.


 


"이런 눈동자를 난 기억하지."


 


잠시 그런 메이리의 눈동자를 보자, 한 때 자신을 믿고 따르던 한 기사가 생각이 나 란셀롯은 두 눈을 감았다.


 


절대적인 신뢰를 담고 있었던 눈동자.
그런 눈동자를 지니고 있던 기사가 있었다.


 


"아아, 그래. 그런 눈을 한 녀석이였지."


 


목숨을 내놓으라면 기꺼이 내놓을 것 같은 그런 진지함을 내포한 눈동자를 지닌 충성스런 기사.


 


"그런 신뢰를 내가 먼저 저버렸었지만 말이야."


 


처음엔 참 이용해먹기 편한 녀석이라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기사(騎士)


 


기사라는 족속들은 너무나 쉽게 마음을 준다.
더 웃기는 건 한번 준 마음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야심을 가지고 있었던 란셀롯에게 기사들은 최고의 장기말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믿었던 기사들의 배신으로 인해 자신이 지하감옥 로체니에 갖히게 되었을 때, 란셀롯은 처음엔 분노를, 그 다음에는 복수를 꿈꾸었고, 이내 긴 시간이 흘러 냉정을 되찾자 왜 자신이 져야만 했는지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나온 결론은 놀랍게도 문제는 내게 있었다는 것이지."


 


오히려 처음 저항군 붉은 매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그 안에 있던 모든 멤버들은 로드니아에의 충성과 란셀롯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라면 반드시 나라를 되찾아 평화를 이뤄낼 것이다."
"자신들의 땅을 되찾아주고 자신들에게 찬란한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다."


"핍박받는 민족을 구원해주는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그랬던 믿음들을 저버린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란셀롯 그 자신이었다.


 


"계속되는 승리에 스스로 취해있었던 거지. 남을 믿지 못하는 주제에 남들을 부려먹을 생각만 했었고 말이야."


 


결국 배신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란셀롯의 더욱 용서받지 못할 죄악은 배신으로 인해 붉은 매가 붕괴되는 와중에도 자신을 끝까지 믿고 따르려던, 그 신뢰의 눈동자를 가진 이를 자신이 배신했다는 것이었다.


 


"역시 다시 생각해도 내 실수가 맞아."


 


그때를 돌이켜보며 란셀롯은 다시 한번 반성을 하였다.
그리고 다짐을 하였다.


 


"이제 그와 같은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


 


실수는 한번으로 족했다


또한 무턱대고 신뢰하는 바보 같은 짓 역시 하고 싶진 않았다.


 


"믿지 못한다 하더라도 완벽히 신뢰하는 척이라도 해보이겠다. 아니면 적어도 자신을 진심으로 신뢰해주는 이들을 배반하는 일은 다시는 없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란셀롯은 스스로에게 다짐에 다짐을 했다.


 


"다시는 이런 눈동자를 한 이를 먼저 저버리는 일은 있지 않도록 해야겠지."


 


그렇게 속으로 결론지은 란셀롯은 가만히 눈을 감은 체 자신의 몸을 닦아주는 메이리의 손길을 즐겼다.


 


스스슥~~


 


차가운 물로 적신 수건의 감촉이 뜨거웠던 몸을 식혀주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스슥~ 스스슥~~


 


"응? 잠깐?"


 


하지만 그 손길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다 배꼽 아래로까지 내려가기 시작하자 란셀롯은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


 


란셀롯은 황급히 눈을 뜨고는 진지함과 자신에 대한 신뢰의 눈동자를 가진 소유자인 메이리를 쳐다보았다.


 


"에...메이리양...?"


 


다시금 쳐다본 메이리의 눈동자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왠지 모를 불안한 열정을 내포하고 있었다.


삐질 삐질


왠지 먹이를 눈 앞에 눈 맹수의 눈동자 같다는 생각에 잠시 식은 땀이 흘러내린 란셀롯이지만, 그녀가 왜 주저하고 있는지를 깨닫고는 질문을 해보았다.


 


"저기... 이전에 내가 혼수상태였을때도 이 아랫 쪽도 닦아주었던 것이오?"


 


그 거침없는 손길로 보아 그런 것이 틀림없었지만 그가 의식이 없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는 엄연히 상황이 달랐다.
란셀롯의 난처한 질문에 대답 대신 부끄러운 듯 상기된 얼굴로 끄덕인 메이리는 이내 맡겨 달란 듯한 포즈를 취해보였다.


 


"걱정마세요. 저,저,전에도 몇 번이나 했었으니까요."


 


왠지 몇 번을 해도 익숙하지 못한 주제에 걱정말란 듯 허세를 부려보는 메이리였다.


 


"아니. 이번은 괜찮을 듯 싶소만... 아무래도 지금 이 상태라면 서로 불편할 듯 싶으니 말이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혼수상태였을 때 메이리가 자신의 그곳을 비롯해 하반신을 닦아주었다 하니까, 저도 모르게 하체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껴버린 란셀롯이었다.


 


".그, 그렇죠? 아하하..."


 


서서히 무의식 중에 발기를 시작한 하반신으로 인해 란셀롯의 하의는 불룩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메이리는 한층 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팔다리의 모든 힘줄들은 가닥 가닥 끊겨서 힘을 잃었는데, 어째서 이곳은 이리도 힘이 넘쳐난다 말인가?"


 


지하감옥의 고문관들도 남자인 이상 차마 이곳만은 건들지 않았던 것이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 튼튼한 그곳이 란셀롯은 원망스러웠다.
그것도 가장 난처한 때 이런 튼실함을 내보이다니.


 


"난 몰라. 전에 닦아줄 때는 저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도대체 얼마나 커진거지?"


 


메이리는 한창 성에 호기심이 많을 나이. 사춘기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왕성한 호기심이 이는 것을 느꼈다.


 


"전에도 닦아줄 때 살짝 부풀어 올랐는데 지금은..."


 


왠지 발기된 그것을 다시 보고 싶다는 망상을 하고 만 메이리의 얼굴이 더욱 붉어져서 이제는 잘 익은 사과처럼 변해 버리고 말았다.


 


"역시 그것이 내 그곳에 들어가서 애기를 낳게 되는 것이겠지?"


 


이미 지식으로 충분히 성행위를 알고 있었던 메이리는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막상 실행할 만한 용기는 그녀에겐 없었다.
아무리 성적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해도 말이다.


 


"저기...오늘은 이만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하."


 


결국 역시 관심만 많을 뿐, 그것을 실행할 용기가 없었던 메이리는 주저를 하다가 먼저 항복을 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계속 있다간 서로간에 어색하기만 할 것 같기도 해서 메이리는 먼저 양해를 구해보았다.


 


"그, 그러도록 하시오. 메이리양. 그럼 편안한 밤 되시길."
"아, 네, 전하., 저,전하도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메이리가 후다닥 도망치듯 나가자 란셀롯은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런. 못 보일 것을 보여버렸군. 또다시 난 그런 눈동자에 배신을 한 셈인가?"


 


내심 쓴 웃음이 나왔다.
다짐을 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또 저버리다니.
왠지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 보였다.


 


"그나저나 이 놈을 어떻게 진정시키지?"


 


란셀롯은 아직까지 힘을 잃지 않은 자신의 분신을 원망스러운 듯 쳐다보았다.
정말 너무나 난처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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