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영웅-(부재: 로얄 블러드) - #3 의심2
그곳에는 이미 식사 도중이었던 듯,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저항군의 수뇌들로 보이는 이들이 자리해 있었다.
"아! 왕자님! 역시 살아계셨군요!"
그들 중 란셀롯을 보면서 오랜 반가움을 표하는 이들이 있었다.
"드골 장군! 무사했구려!!"
오랜 옥살이로 차갑고 삭막한 인상이었던 란셀롯에게서 처음으로 기쁨과도 같은 따스한 표정이 흘러나왔다.
드골 드 코다스
로드리아 왕국이 왕성했던 시절, 왕국의 대장군이자 왕국이 패망한 뒤로는 붉은 매 군단의 부단장이기도 했던 란셀롯의 오른팔이었던 노익장이였다.
모든 이들을 다 믿지 못하던 란셀롯이었지만 유일하게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었던 자. 그가 바로 드골이었다.
"붉은 매의 일원들을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드골이 이곳에 있었군."
란셀롯은 "붉은 매의 날개가 꺾여진 날"에 후사를 맡긴 이 중 하나인 드골을 만나게 되자 거의 모든 의심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이 분은 나의 오라버니가 분명해."
드골을 만나 반가워하는 란셀롯을 유심히 관찰하는 눈동자가 있었다.
그녀는 바로 란셀롯의 동생이자 왕녀인 로자리아였다.
"역시 내 느낌이 틀린 거 였을까?"
비록 왕궁에서 긴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했지만 눈 앞의 사내는 분명 자신의 오라버니가 분명했다.
약간 긴 옥살이로 인해 얼굴이 좀 변해버렸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얼굴이 분명했고 왕국의 대장군이던 드골과 서로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붉은 매를 다스렸던 란셀롯 본인이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식사를 하기 전 느낀 꺼림찍한 느낌 때문에 왕녀는 약간의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
"왜 그 때 오라버니의 눈동자는 나를 처음 접한 사람의 눈빛이었을까?"
비록 희대의 천재로 불리는 란셀롯에 비할 수 없었지만 그녀 역시 비범한 재능을 타고난 재녀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러한 사소한 낌새를 놓치질 않았다.
여성으로써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뭔가 이상하다고.
여성들은 흔히 육체의 언어를 읽는데 민감하다고 한다.
그래서 바람을 피는 남자들의 거짓말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고 하는데, 왕녀의 경우 그러한 본능적인 감각 이외에도 직감의 힘이 유독 강했기에 남들은 느끼질 못할 미세한 변화까지도 캐치하는데 능했다.
그녀는 란셀롯의 눈동자에서 미세한 위화감을 발견했었고 그것을 통해 직감적으로 란셀롯을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위화감의 정체를 모르겠어."
왕녀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란셀롯은 드골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 회포를 풀고 있었다.
"허허허허~~! 그래서 무사히 동료들과 피신을 한 뒤, 앞으로의 행보에 노심초사를 하던 도중 우연찮게 왕녀님의 소식을 듣게 되
었지요. 그래서 동료들을 이끌고 왕녀님과 합세해서..."
대부분 둘의 이야기는 서로가 안타깝게 헤어진 뒤 어떻게 보냈는가에 중점이 맞춰졌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지하감옥에서 고문으로 지내 단조로운 란셀롯의 이야기보다는 드골의 이야기에 초점이 자연스레 맞춰지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를 유도한 것은 란셀롯이었다.
"드골은 믿을만한 사람이지만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니 최대한 동조를 하면서 주위의 정보를 빼내는 수 밖에..."
란셀롯은 모르는 척 했지만, 왕녀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자신을 관찰하는 눈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모른다면 바보겠지만 말이다.
"도대체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거지?"
여지껏 그의 연기는 완벽했었고, 완벽해야만 했다.
"그녀가 나의 뭘보고 의심을 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붉은 매의 란셀롯인 이상 나는 완벽하다."
그 뒤 란셀롯은 로자리아 왕녀의 조심스런 관찰에도 틈을 보이지 않으며 드골과의 대화에 열중을 했다.
제 아무리 그녀가 뛰어난 재녀라 할지라도 그의 무엇이 이상한지는 끝내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렇게 모두에게 겉으로는 뜻깊어 보이는, 그러나 속으로는 의심으로 가득찬 저녁 식사 자리는 무사히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