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18화-a
18화. 피의 처녀
밤의 건설현장, 거대한 철골이 노출된 빌딩이 어둠속에 줄지어있다. 수십개의 철기둥과 바닥재로 메워진 빌딩은, 지상 수십미터의 높이다.
지상에 산처럼 쌓아올려진 철골의 모습을 보면, 아직 더 높게 만들 예정인 것 같다.
고요히 서있는 그 거대한 위용의 빌딩 안, 그 안을 달리는 그림자가 있었다. 초승달의 희미한 빛 아래, 여러 명이 철골을 올라간다.
"기다렷 !"
쿄의 팔에서 피로 만든 팔이 뻗어, 철골을 감싸 몸을 위로 튕겨올린다. 그것을 양손으로 교대로 반복, 굉장한 속도로 건설중인 고층빌딩을 올라가고
있다. 피의 팔만으로 철골에서 철골로 날아다니는 쿄의 모습은, 나무사이를 빠져나가는 원숭이와 같이 경쾌했다.
쿄가 향한 시선의 끝에는, 악마들의 모습이 여럿있다. 팔이 긴팔원숭이처럼 기이하게 긴 익룡같이 생긴 악마가 수마리, 거기에 말라붙은 개처럼
생긴 악마. 기괴한 모습을 한 녀석들은 쿄에게서 도망치듯, 필사적으로 도약에 도약을 반복하며 위로 올라간다.
"귀찮아 !!!"
가슴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한 쿄의 외침. 최후미에 있던 사족보행 악마를, 따라붙은 쿄의 혈조가 덮친다. 악마의 신체를 거대한 손톱으로
붙잡아, 있는 힘껏 철골에 두드린다.
"깨갱 !"
철골에 부딪혀, 악마는 개처럼 비명을 지른다. 철골에서 뛰어오르며, 왼손에서 혈겸을 늘린 쿄는 상대를 일격으로 가른다. 짧은 호흡사이에 이정도의
공격을 해내며, 쿄는 다시 추적을 계속한다.
"쿄도 참, 무슨일이라도 있는거야?"
맹렬한 스피드로 빌딩을 가로지르는 쿄를, 지상에서 유리가 보고있다. 그 옆에는 카에데의 모습도 있었다. 유리는 차분한 감색의 기모노차림으로,
카에데는 하얀 티셔츠에 반바지라고 하는 러프한 모습이다.
"위로 몰아넣는것은, 당초의 예정이었으니까."
"그건 알고 있지만......쿄, 왠지 초조해하는 것 같지않아?"
"초조해한다고?"
"몰아넣을 뿐이라면 저렇게 필사적으로 하지 않아도 될 텐데......쿄도 참, 왠지 여유가 없네......"
걱정스러운 듯한 유리에 비해, 카에데는 무표정으로 쿄를 관찰한다. 확실히 쿄의 움직임은 거칠었다. 평소라면, 쿄는 맹렬한 중에서도 탁월한
전사 특유의 냉철함을 가져 빈틈이 없다. 그러나 유리와 카에데의 눈으로는, 그녀의 움직임에서 평소의 여유를 찾을 수 없었다.
"......화장실?"
"저,저기말야......어린 때에 그런말 하지 말아줬으면 해."
카에데의 동떨어진 추측에, 유리는 이마를 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카에데는 무표정으로 터무니없는 것을 말하곤 한다. 냉정하고 기계같았던
인물이었던 것이, 먼 옛날같다.
"쿄와 같은 전사가, 저런 움직임을 하는 데에는 의미가 있을터. 그 이유를 모르겠어."
묵묵히 관찰한 것으로, 카에데가 겨유 쿄의 이변에 대해 무언가 있다고 깨달았다. 감정의 기복이나 양상등에 약한 카에데라도, 쿄의 움직임에는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조금 걱정인걸."
"무슨일이 생기면 우리가 보충하면 되. 슬슬 가자."
"에에."
유리가 가볍게 몸을 굽히자, 다음 순간에는 하늘 높이 도약하고 있었다. 그녀가 있던 장소에 거대한 흙먼지가 올라온다. 대지에 충격을 주어,
유리는 그 반동으로 스스로의 몸을 공중에 날려보낸것이다. 보고 있는 동안에 그녀의 몸은 점점 더 위로 올라간다.
"실수했어......옆 있는게 아니었다."
흙먼지를 뒤집어 쓴 카에데가 중얼거린다. 그녀는 금새 바람을 만들어내어, 몸에 붙은 모래를 날린다. 소환해낸 바람이 서서히 몸을 감아,
카에데를 중심으로 소형의 용권풍을 만들어간다. 맹렬한 기세로 바람이 불어닥치며, 카에데의 신체는 급가속해 공중으로 비행했다.
"몰아넣었다."
쿄가 철골위에 다리를 멈추며, 낮고 공격적인 울림으로 악마들에게 고한다. 드디어 악마들과 쿄는 정상에 올라섰다.
"젠장, 이렇게 된 바에야 해치워버려 !"
한마리의 악마가 외침과 동시에, 전원이 쿄에게로 쇄도한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악마들에 혀를 차며, 쿄는 양손에서 거대한 혈겸을 만들어낸다.
"수고하셨습니다."
악마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팔랑거리며 유리가 최상층의 철골에 발을 디딘다. 정상에 딱 착지할 정도의 힘으로 도약을 조정한 움직임은, 자신의
힘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그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아앗 !"
철골에 발바닥으로 충격을 주어, 이번에는 유리의 신체가 정면으로 날아간다. 단숨에 접근해 악마의 배에 왼손으로 장저를 먹이며, 기세를 유지해
악마 세명을 밀어넣으며 돌진한다.
"파 !!"
"꾸에에에에에엑 !!"
유리의 손에서 충격파가 달려, 세 마리의 악마를 통과해 큰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그대로 화려하게 반대편의 철골로 착지한다.
"......"
뒤늦게 날아온 카에데도 공중에 모습을 나타냈다. 아무런 감정도 표정에 나타내지 않은 채, 그냐가 양손을 휘두른다. 바람의 힘에 의해 생겨난
다수의 진공검날(카마이타치)이 허공을 가른다.
"끼에에엑 !!"
"끄어어 !"
보이지 않는 진공의 검날에 공격당해, 악마들이 피를 뿜어올린다. 그리고 스륵 하고 악마들의 몸과 다수의 철골이 무너져내린다. 놀랍게도 철골의
기둥마저도 깨끗하게 재단해버렸다. 절단면을 따라 고깃덩이와 금속기둥이 천천히 미끄러져 떨어진다.
"잠깐, 카에데 ! 건물까지 부수지 않아도 되잖아 !!"
"......실수했어."
"쓸데없는 짓을......"
악마들을 순식간에 괴멸시켜버린 유리와 카에데에게, 쿄는 불쾌한듯 눈썹을 찡그린다. 그녀는 한손의 낫을 혈조로 바꾸며 늘려, 마지막으로 남은
한마리의 전신을 우그러뜨린다.
"끄아아악 !!!"
"자, 말햇 ! 자우러스는 어디냐 !?"
피로 만들어진 손이 발하는 강렬한 압력에, 악마의 몸이 콰직콰직하는 소리를 낸다. 악마가 가진 강인한 뼈가, 연필처럼 힘없이 부러져간다.
전신의 뼈가 부러지는 듯한 강렬한 고통에, 악마는 비통한 절규를 울린다.
"모, 몰라 ! 협력한다던가 말하고 있었는데, 어딘가 가버렸다고 !!"
"어디서 거짓말을......"
"히, 히에에에에에에엑 !!"
쿄가 만들어낸 혈겸이 허공을 날아, 악마의 한손을 스팟 하고 잘라버린다. 너무나도 훌륭한 참격에 전혀 고통도 없다. 그 사실이, 역으로 악마의
공포감을 자극한다.
"모, 몰라 정말로! 정말이라구 !!"
"이자식......다음엔 눈을 뚫어버린다......"
"자, 잠깐 쿄 !?"
잔혹한 고문을 하는 쿄에, 유리가 당황한다. 싸울때의 쿄는 두려울정도로 흉폭성을 발휘하지만, 이런 잔인한 짓을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이녀석은 정말로 몰라요. 그런식의 고문은 하지말아."
"말햇 ! 말하라고 하잖아 !!"
"끄,끄억......모,몰라......"
유리의 제지도 듣지않고, 쿄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괴로워하는 악마에게 힘을 더한다.
"쿄 !!!"
"칫."
콰직 하는 큰 소리가 울려, 악마의 신체가 혈조에 의해 문자그대로 찌부러졌다. 피와 고깃조각이 사방으로 튀어오른다. 얇게 저며진 고깃덩이가
금새 재가 되어 훌훌 바람에 날려간다.
"쿄, 어떻게 된거야? 당신, 오늘은 냉정하지 못해."
"......돌아간다."
유리의 의문을 무시해, 쿄는 손에서 피로만든 두꺼운 밧줄을 철골에 매단다. 바닥을 박차고 뛰어내린 쿄의 몸이 로프로 감속해가, 가볍게 지상으로
내려간다.
제지할 틈도 없었던 탓에, 유리와 카에데는 지상으로 내려가는 쿄를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돌아간다니...... 저 애, 막차도 없는데 걸어갈 셈?"
"택시?"
"일부러 택시를 안부르고 온거잖아."
공사현장에서 달려나가는 쿄의 모습에 유리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런 쿄를 보는 것은, 유리도 처음이었다.
"......못말린다니까. 카에데, 보내줘."
"라져."
유리의 신체가, 카에데가 만들어낸 바람을 타고 솟아올랐다.
"후와아아아아암, 안녕~"
졸린듯한 눈을 부비적 거리며, 쿄는 거실로 들어온다. 그러나 인사에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와이셔츠에 팬티라는 뭐라고도 말 못할 모습으로,
그녀는, 거실을 둘러본다.
"......그런가, 아무도 없었지."
쿄가 아까전, 일어나서 확인한 시간은 오후 한시. 평일인 오늘은, 거의 모두가 일하거나 학업에 종사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쿄는 무심코 사람없는
거실에 인사하고 만 바보스러움에, 스스로도 질린듯 어깨를 떨어뜨린다. 평소라면 신경쓰지 않았을텐데, 최근 쓸데없이 흥분하는 일이 많다.
공복을 호소하는 배에, 그녀는 부엌으로 향했다. 업무용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진장 커다란 냉장고를 열어, 안을 적당히 뒤진다.
발견한 냉동식품의 필라프를 전자렌지에 돌려, 덤으로 낫토의 패키지도 냉장고에서 꺼냈다.
필라프에 낫토라고 하는 기묘한 조합에, 쿄는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를 한번에 끝냈다.
"......하아."
써버린 그릇을 싱크대에서 넣어버리고, 쿄는 한숨을 쉬며 거실 소파위에 뒹굴었다.
어제밤엔 자우러스의 정보를 얻지못하고, 쿄는 욕구불만인 채였다. 이나다의 정보대로, 쫒아간 악마들과 자우러스는 연결되어 있던 모양이지만,
이미 자우러스는 모습을 감추고 있던듯하다. 자우러스를 추격하는 것을 상정해, 삼인조를 짜고 있었는데, 허탕을 치고 말았다.
자신의 행동이 헛수고로 끝나, 갈곳없는 분노에 쿄는 욱해서 빌딩을 달려나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알 수없는 곳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신주의 위에 올라 역을 찾아, 결국엔 역 앞에서 잡은 택시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벌써 아침에 가까웠다. 카에데와 유리의
박정함을 원망했지만, 생각해보면 멋대로 돌아온 것은 자신 쪽이었다.
"답지않게스리......"
이렇게 어물어물거리며, 집에서 멍하니 있는 자신은 이상하다. 무슨일이든 완력과 폭력으로 해결해, 파괴와 살상을 즐기던 자신답지않다.
이런저런 생각을하며 옆으로 누워있던 쿄는 자연스럽게 꾸벅꾸벅 졸기시작했다. 어젯밤 그다지 잘 수 없었던 영향으로, 그녀는 금새 잠들고 말았다.
"다녀왔습니다~"
유이가 현관에서 소리를 낸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아직 저녁이라고 말하기엔 빠른 시간이라서, 아무도 돌아와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평상시라면
카에데나 시즈카 아니면 쿄등의 비정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 또는 사나에나 레이, 엘리자비에타등의 학생들이 대답해 오는 경우가 많다.
오늘처럼 인사가 돌아오지 않는 날은 드물다.
특별히 신경쓸 것도 없이, 유이는 자기방으로 향한다. 제복을 옷걸이에 걸고, 티셔츠와 반바지라는 가벼운 차림으로 갈아입었다.
갈아입고나서, 유이는 거실로 향한다. 부억에서 과자라도 찾으려고 생각한것이다.
레이나 미쉘등이 빈번히 들락거리기에, 유카나 히나기쿠,시즈카등이 평소에 과자를 부엌에 보관해 주고 있다. 히나기쿠는 고사리떡이나 도토리떡 등
떫은 화과자를 골라오는 것으로, 유이는 그것을 찾아내는것이 조금 즐거웠다.
"얼레?"
거실문을 열자, 유이는 금새 소파에 누워있는 쿄의 모습을 깨달았다. 푹 잠들어있는 듯, 유이가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이건 또 드문일이네."
후냐~ 하고 힘을 빼고 누워있는 쿄의 모습에, 유이는 쿡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쿨쿨 자는 쿄의 얼굴은 몇번이고 봐왔지만, 얼굴에 힘이 빠져
평소보다 귀여워보였다.
"지친걸까나? 어제는 돌아오는것도 늦었고."
유이는 쿄의 옆에 앉아,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녹색 컬이 들어간 긴 머리는, 손가락을 통해 약간 단단한 감촉을 전해온다.
"우~응, 유이......"
"왜~애?"
잠꼬대일까, 불려진 유이는 대답한다. 무의식처럼 양손을 뻗는 쿄에, 유이는 몸을 기울여 품안으로 몸을 기댄다. 쿄는 유이의 등뒤로 손을 돌려,
그를 꾹 안아온다.
"엣 !? 유, 유이 !?"
잠에 취해 움직였는데, 확실한 감촉이 있어 쿄가 핫 하고 정신을 차린다. 당황해 손을 풀어, 그녀는 유이의 얼굴을 확인한다.
"안녕."
"에, 아, 아......안녕."
소파에서 잠들고 말아, 그것을 유이에게 보인 것에 쿄는 부끄러움을 느끼고만다. 그녀는 샤프한 인상이 있는 얼굴을 희미하게 붉게 물들여, 자신을
바라보는 유이에게서 눈을 돌린다.
"일으켜버린걸까나? 잘 자고 있었는데."
"아니, 이런 곳에서 자고있던 내가 나빳어. 신경쓰지마."
서서히 평소의 냉정함을 찾아, 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유이와 함께있을 때에는, 완전히 얌전해지는 자신을 깨달아, 쿄는 신기하게 생각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쿄는 폭력을 휘두르고 싶다는 충동에 쌓여있었는데, 유이와 만나고부터는 그런 기분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파괴충동이 사라진
탓인지, 과거의 쿨한 성격으로 돌아와있다.
"쿄씨."
"에, 잠깐 유이?"
유이는 정면에서 쿄의 몸을 상냥히 껴안았다. 소년의 가느다란 팔이 쿄의 등뒤로 돌려져, 당돌한 그의 포옹에 쿄가 놀란다.
"어떻게된거야?"
"스킨쉽. 쿄씨, 조금 지쳐있는 것 같아서."
"......그러네."
"에, 역시 지쳐있었어?"
쿄가 깨끗하게 수긍한 것에, 이번에는 오히려 유이가 놀란다. 몸을 떼며 쿄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평소의 여유있는
쿄 치고는 드문일이다.
"......자우러스를 못찾겠어. 필사적으로 찾고있는데."
"아아, 그랬구나. 흔적이 없어?"
"깨끗하게 말이지."
"하지만, 자우러스 쪽에서 찾아오겠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유이의 시원스런 말에, 쿄는 확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째려본다.
"그게 곤란하단 거야. 유이, 죽고싶은거야?"
"죽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녀석의 목표는 나인데다, 언젠가는 싸우지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
"무슨 잠꼬대를 하고 있는거야! 니가 이길수 있을리 없잖아. 싸우면 죽는다구 !"
쿄는 유이의 셔츠를 쥐고, 그의 얼굴을 자신에게 들이민다. 그 눈은 분노에 차 있었다.
"......걱정해 주고 있는거네."
"당연하잖아 !!"
"고마워."
자신은 화내고 있는데, 오히려 생긋 웃어보이는 유이에게 쿄는 허둥대고 말았다.
"하지만 실마리가 없으면 어쩔 수 없잖아. 이나다씨나 마도카씨에게 정보를 기다려보자구."
"무슨 태평한 소릴 하는거야."
"......아마도, 얼마동안은 덤벼오지 않을거라 생각해."
유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유이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자우러스는 유이와 싸우기 위해 시기를 엿보고 있어,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다. 유이가 강하게 되는 것을, 입술을 핥으며
기다리고 있다. 한번 검을 교환한 것으로, 대화다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유이는 서서히 자우러스를 이해하고 있었다. 숙명과도 같은 것이 유이에게
전해진 것이다.
"......얼마동안 덤비지 않는다고 말해도, 언젠가는 덤벼온다는 거잖아?"
"그 때가 온다면, 뭐어 그 때 생각하는거야."
미소짓는 유이에게 어딘가 여유와도 같은 것을 느낀다. 그러나 쿄가 보자면 스스로의 힘을 과신하고 있는 것 뿐이다.
"유이, 정신차려. 지금 당장 자우러스를 죽이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거야."
"나는 괜찮다니까."
"적당히 해둬......나는 너를 죽게하고 싶지 않아......"
분노를 죽이며, 유이를 노려보는 쿄에 대해, 유이도 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혹시......쿄씨, 무서워하고 있는거야?"
"무서워한다고?"
"응......내가 그렇게 걱정되? 불안해?"
유이는 상냥하게 쿄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의 얼굴은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같았다. 그 눈은 자애로 가득 차 있다.
본심을 찔린 것과, 유이의 상냥한 말에 쿄가 굳어지고 만다. 쿄는 아무리해도 스스로가 자우러스의 자취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에, 짜증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쿄는 무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이의 목숨을 노리는 녀석이 있다는 것이 무서워 참을 수 없다.
유이를 잃고 싶지 않다.
"그래, 무서워...... 그래서 나빠? 유이를 잃는 것이......유이가 죽는것이 무서워."
쿄의 눈에 눈물이 떠올라와, 둑이 터진듯 눈물이 넘쳐흐른다. 그 얼굴은 마치 부모와 떨어진 아이같았다. 유이는 꾹 쿄의 몸을 껴안았다.
"그렇게 간단히는 죽지않아. 괜찮으니까."
"어째서 그렇게 단언할수 있는거야. 간단히 말하지 마."
"쿄씨나 모두를 믿고 있으니까. 나도 쉽사리 죽을 생각은 없어."
"하지만......하지만, 언젠가는 죽는거잖아. 나를 남겨두고 가버리는 거잖아."
쿄가 유이의 셔츠를 꾹 잡은 손에 힘을 더해간다.
유이는 가디언과는 달리, 죽으면 전생하지 않는다. 사후의 세계가 있는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기억을 잃고 다시 태어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으면 쿄와는 두번다시 만날수 없는 것이다. 쿄가 아무리 원한다 하더라도.
"확실히 언젠가는 헤어지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올지도 몰라. 하지만 반드시 괜찮아. 나는 부모님이 죽었을 때 이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렇게 아직 웃으면서 살고 있잖아. 쿄씨에게도 모두가 있어. 혼자가 아니니까,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거야."
"거짓말이야, 믿을 수 없어."
"......혹시, 어떻게 해서도 참을 수 없다면, 전생을 멈추는 방법을 찾아내자. 내 생명이 다한 후, 쿄씨도 같이 쉴수 있도록."
쿄의 눈이 크게 벌어진다. 유구한 시간을 살아온 가디언의 전생을 멈춘다. 그것은 자살해 달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이는 그 금기를
부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천년 이상 열심히 싸워왔잖아. 혹시 쿄씨가 원한다면,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고 생각해."
"으, 으와아아아아앙, 유이, 유이!"
유이의 말에 쿄는 쓰러지든 기대어 울기 시작했다. 눈물과 함께 공포가 사라져간다. 유이는 확실히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미안,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눈물에 젖은 눈을, 가볍게 비빈다. 모든것을 잊고, 유이의 가슴에 매달려 있는대로 울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정말로 답지않게스리.
"괜찮다니까. 쿄씨도 평소에는 어른스러우니까, 오늘은 마음속의 말을 해줘서 기쁘다고 생각했어."
"어,어른스러워? 내가?"
아무래도 쿄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와, 유이가 보는 쿄의 이미지가 괴리는 큰 모양이었다. 쿄는 스스로 흉폭하게 날뛰는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매주 질리지도 않고 싸움등의 소동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조금 더 스스로의 몸에 신경쓸테니까. 안심해줘."
"응......그렇가면 불만은 없어."
"또 무슨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
유이의 손이 상냥하게 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주인의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쿄는 점점 얼굴이 붉게 되어간다. 너무나도 부끄러운지라 그만해
달라고 하고 싶지만, 소리가 목에 걸린듯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져, 마음속 어딘가에 기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었다.
"쿄씨에게는 좀 더 응석받고 싶은걸. 모두와 있으면, 한 발 빼고 있는다는 느낌이고."
"그런적 없어."
"그럴까나? 그러면 괜찮지만."
유이의 입술이 쿄의 붉게 물든 뺨에 달라붙는다. 딱딱해진 쿄의 얼굴에, 몇번이고 몇번이고 입맞춤을 반복해, 키스의 비를 내린다. 평소의 쿄라면,
이정도는 웃으며 받아넘길 여유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약한 곳을 유이에게 보이고 말았던 탓에, 평소의 냉정함을 잃고 있다.
"저, 저기......유이......"
"응? 왜?"
"내, 내방에 오지 않을래?"
쿄는 멈칫멈칫 긴장하며, 유이를 부른다. 평소에도 몇번이고 격렬한 섹스를 하고 있는데, 이래서야 마치 처음으로 연인을 집에 초대한 소녀같다.
"응, 좋아."
쿄의 바램에, 유이는 시원스럽게 응했다. 유이는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세우고, 신사적으로 리드해 걸어나간다.
심장이 이상해질 정도로 두근거리며, 쿄는 유이를 의지해 걸었다. 자신의 약한 곳을 보인것으로, 부끄러워하는 거라고 쿄는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슴 속에서 사랑스러움이 넘쳐와, 멈출수가 없었다. 쿄는 유이에게 다시한번 반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자신답지 않다고 자조하지만,
그래도 빨라지는 두근거림을 억누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쿄의 방에 닿아, 문을 열고서 유이가 먼저 안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방인데도 쿄는 긴장하고 말았다.
쿄의 방은 심플해, 옷장이나 침대등 기본적인 가구 이외에는 거의 없었다. 눈에 띈다고 한다면, 침대머리맡에 놓여진 바이크 잡지 정도이다.
"쿄씨......"
유이가 쿄의 허리를 끌어안아, 천천히 그녀를 침대위로 밀어 넘어뜨린다. 그리고 슬쩍 누르며, 쿄의 가슴계곡에 얼굴을 묻는다. 위를 바라보고
누워있는데도, 쿄의 가슴은 부드럽게 그의 얼굴을 감쌀정도로 아름다운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유, 유이?"
"왜~애?"
몸을 옮기며, 유이는 쿄의 몸에 달라붙어 그녀의 볼에 뺨을 비빈다. 마치 아기고양이가 어리광부리는 듯 하다. 그런 유이의 스트레이트한 애정표현에,
쿄는 당황해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고 잇다.
"에, 에또......부끄러운데....."
"그렇구나. 모처럼 두 사람만 있으니까, 어리광부려볼까 라고 생각해서."
"에 !? 아, 응......"
어리광부리는 걸 멈추고, 가볍게 안아오는 유이에 쿄는 아쉬움을 느낀다. 심장이 폭발할 정도로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유이의 스킨쉽이 사랑스러운 것이다.
평소에 그만큼이나 섹스로 흐트러져 있는데, 이렇게 자신이 굳어져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유이......"
살짝 유이의 머리를 쿄가 쓰다듬자, 그는 생긋 웃으며 솔직히 그것을 받아들인다. 스스로도 어째서 이런 행동이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유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그와는 별개로 오히려 쿄 자신의 가슴에 따뜻함이 퍼져간다.
"유이......좋아해......"
"응, 나도 좋아해."
상냥하게 웃고있는 소년에게, 피의 여전사는 가슴이 격렬히 떨린다. 유이는 쿄의 호의를 솔직히 받아들여주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감각이, 쿄에게 전해져 온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사랑스럽다.
"응......유이......"
"응......"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소년의 가느다란 목에 키스한다. 유이의 입에서 달콤한 소리가 흘러나와, 쿄는 마음이 따뜻해져 간다.
"유이......유이......"
이제 쿄의 입에서는 유이의 이름밖에 나오지 않는다. 얼굴을 키스하고, 뺨을 비비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꾹하고 몸을 안아, 조금이라도 더
유이와의 스킨쉽을 요구한다. 눈 앞에 있는 소년이 사랑스러워 참을 수 없다. 미칠듯한 정욕과는 또 다른, 달콤한 마음이 유이를 갈망하고 있다.
"유이......키스해줘......"
"응, 좋아......"
평소라면 쿄가 유이의 입술을 뺏을테지만, 지금 그가 키스해 주길 원하고있었다. 유이의 입술이 쿄의 입술과 겹쳐진다. 살짝 닿기만하는 부드러운
키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쿄의 가슴이 활화산처럼 격렬한 두근거림을 일으킨다. 쪽쪽 소리를 내며, 몇 번이고 거듭해 입술을 겹쳤다 떼어낸다.
지금까지 느낀적 없는 뜨거운 열기에, 쿄는 유이를 껴안고 키스를 조른다.
"유이......쿄를 안아줘......"
"응, 쿄를 안아줄게."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소녀같은 달콤한 말투로, 쿄는 유이를 원했다. 유이에게는 자신의 본심을 털어놓아도 괜찮다고 하는 안도감이 있었다.
어린애처럼 응석부려도 든든하게 이해하고 감싸준다는 것을 이해하고 말았다. 유이의 앞에서는 긍지 높은 전사가, 피에 미친 광전사가 아니어도
괜찮은 것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어리광쟁이라도 괜찮다.
쿄는 유이의 티셔츠와 반바지에 손을 뻗어 벗긴다. 맨살을 서로 맞대고 껴안아, 온기를 느낀다.
"유이의 몸......따뜻해......"
유이의 소년다운 매끌매끌한 피부와 따스함에, 쿄는 황홀해지는 자신을 느꼇다. 자신보다 키도 체격도 작은 아이가, 실제로는 자신을 안아줄 수 있는
커다란 포용력이 있는 것이다.
"쿄씨도 따뜻해......"
유이도 쿄의 살결과 그 체온에, 행복한 기분이 된다. 보통 무슨일이 있어도 냉연한 자세인데다, 때때로 흉폭함도 보이는 쿄가, 속내를 털어놓고 그 몸을
유이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유이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찼다.
"유이......사랑해."
"나도......쿄씨를 정말로 사랑해요."
유이의 언령이 쿄의 가슴속에 울려퍼진다. 주인이 불어넣은 힘으로 가득한 사랑고백. 그것은 쿄의 음욕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지금은 가슴 속을
따스하게 덥히고 있었다. 타오르는 정욕을 불러일으키던 것과는 다른, 그 언령에 쿄는 너무나도 기뻣다.
"응......으응......응......"
서로의 입술을 가볍게 맞대며, 두 사람은 서로를 감싸안는다. 페팅도 하지않는, 단순한 포옹의 반복. 그러나 가슴의 고동에 몸이 반응해, 쿄의 속에서
애욕이 흘러넘쳐와, 유이의 자지도 서서히 단단해져 간다.
"유이......아,아앗......으,응응......"
쿄가 다리를 살짝 벌리자, 유이가 딱딱해진 자지를 밀고누른다. 팬티와 팬티 너머로 비벼지는 성기에, 두 사람의 호흡이 거칠어져 간다. 부드러운
감촉이 오히려, 뜨겁게 타오르는 유이와 쿄에게 있어서 알맞은 자극이 되어 딱 좋았다.
"아,아흣......아아앗......유이, 유이......"
쿄는 팔과 함께, 늘씬하게 뻗은 다리로 유이의 허리까지 감싸안고 말았다. 맞닿은 성기를 더욱 밀착시켜, 소년의 단단한 자지를 느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