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시아 4부 : 여기사 메조 만들기 #05
엘러시아 시리즈 4부 : 여기사 메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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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엘러시아 : 26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83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듯. 45-25-42(인치)의 대단한 글래머. 암살 및 전투에 능함. 사반트에게 사로잡힌 후 메조키스트가 되었음. 사반트의 메조키스트 성노예.
사반트 : 후작. 34살의 귀족 남자. 188cm, 135kg. 프로레슬러를 연상시키는 몸집의 소유자. 사디스트이자 폭군. 세이르족을 침공하는 과정에서 엘러시아를 사로잡고 학대했음. 엘러시아의 주인.
세이토렌 : 26살의 사반트 후작국 귀족 여자. 기사. 185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것으로 예상됨. 44-25-42(인치)의 엘러시아 못 잖은 글래머. 엘러시아의 친구. 사반트에게 붙들려 메조키스트로 길들여져 감.
도리스 : 고문관. 30살의 평민 남자. 195cm, 137kg. 건장한 체격. 야비하고 잔인한 성품의 소유자. 사반트의 부하.
토토스 : 고문관. 52살의 평민 남자. 185cm, 125kg. 다소 뚱뚱하나 건장한 체격.
베로스 : 29살의 평민 남자. 190cm, 95kg. 건장한 체격. 사반트의 강제 및 도리스의 추천으로 엘러시아의 남편이 됨.
자이렌 : 자작. 56세의 귀족 남자. 187cm, 120kg. 세이토렌의 아버지.
로쉬케 : 24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77cm. 38-25-38(인치)의 적당한 체격. 암살 및 전투에 능함.
알카디안 : 27세의 귀족 남자. 기사. 185cm, 90kg. 날렵한 근육질 체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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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엘러시아는 자이렌 자작의 군막 안에 들어섰다.
자이렌이 말했다.
"무슨 일이냐?"
"단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주변을 물려주세요."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해라. 귀찮게 굴지 말고."
"세이토렌님에 관련된 일입니다."
"뭐?!"
자이렌은 흠짓 놀랐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너희는 나가 있어라."
"예, 자작님."
5명 정도의 최측근이 군막 밖으로 나갔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은 여자 정령술사였다. 자이렌은 엘러시아에게 손짓을 했다. 엘러시아는 가까이 다가가 무릎 꿇고 앉았다. 자이렌이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히 말해 봐라."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이 사반트의 성노예가 되었고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를 상세하게 말했다. 자이렌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자이렌이 물었다.
"그걸 네가 왜 내게 말하는 거냐?"
"호위기사 시절 세이토렌님이 절 친구로 대해주셨습니다."
"네 이름이?"
"엘러시아라고 합니다, 자작님."
"엘러시아, 들어 본 이름이다."
엘러시아라는 육노예가 호위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자 세이토렌이 잘해 주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뒤에도 결혼한 엘러시아를 자신에게로 빼돌리자고 세이토렌이 말한 적이 있었다. 자이렌에게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러고보니 세이토렌이 실종했을 때 가서 만난 일도 있으니 기억에 없을 리 없었다. 다만 엘러시아를 떠보려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엘러시아는 말을 이었다.
"제 목숨을 보장해주십시오. 제 목숨은 지금 자작님의 손에 있습니다."
"보장해주겠다. 이는 나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나에게 왔다는 티를 내지 마라. 내 딸이 그렇게 되었으니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자이렌의 얼굴은 온통 붉어져 있었고 드러낸 팔뚝엔 핏줄이 솟아나와 있었다.
"돌아가거라."
"예, 자작님."
엘러시아는 엎드려 절을 했다.
자이렌은 측근들을 다시 불렀다. 자이렌이 말했다.
"저 계집과의 일은 내가 잘 알아서 하겠다."
자이렌은 엘러시아에게 기사 하나를 붙여 레인져들에게 잘 인도하도록 했다. 명목상으로는 엘러시아에게 추근덕거릴 병사들을 제지하기 위해서였다. 자이렌은 무기를 챙기고 거대한 말 위에 올라탓다.
사실일까? 자이렌은 사반트도 엘러시아도 믿을 수 없었다. 함정일 수도 있다. 그야 확인해 보면 알 일이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이 어느 장막 속에 갇혀 있는지도 말했었다.
사실이라면? 자이렌은 사반트와 조용히 둘이서 만나 담판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자이렌은 조용히 끝낼 생각이 없었다. 사실이라면 사반트는 복수를 당하게 될 거라고 자이렌은 각오했다.
엘러시아가 레인져들에게 돌아가자 알카디안이 다가왔다. 몇몇 레인져들과 함께였다. 뒷담화 까기 좋아하는 로쉬케도 함께였다. 알카디안이 물었다.
"엘, 무슨 말을 그리 오래했지?"
"전 자이렌 자작님을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미중년이라고나 할까?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요. 실제로 만나 뵙고 싶어서 이곳 저곳 찌르고 다닌 거예요. 그러다가 마침내 만났어요. 역시 명성은 허투로 전해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자지를 빨아들이고 똥꼬를 핥아드리니까 무척 좋아하시던 걸요."
"하하하. 화대는 안 받았고?"
"제가 좋아서 그런건데 화대를 어떻게 받아요? 오히려 제가 드려야할 지경이죠."
헤픈 여자로 이들에게 이미지를 찍힌 것이 다행스럽다고 엘러시아는 생각했다. 엘러시아는 사반트의 본진 쪽을 한번 바라다보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사반트 네놈이 날 첩으로 대우해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즐겁게 기꺼이 너에게 복종했겠지. 하지만 넌 날 철저하게 변기로만 취급했어. 날 사랑으로 대해준 세이토렌과 베로스를 내게서 멀어지게 했어.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자이렌에게 말한 것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공은 엘러시아를 떠났다. 자이렌 자작이 자신의 딸인 세이토렌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엘러시아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다. 자이렌이 엘러시아의 목숨 따위는 따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정치 역학상 세이토렌만 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엘러시아는 사반트의 손에 처참하게 죽게 될 터였다.
엘러시아는 자신의 목숨이 사라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세이토렌이 사반트의 손에서 풀려난다면 자신의 딸 미리암은 밝은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엘러시아는 생각했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을 믿었다.
"내 딸은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가 자신을 위해 죽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엘러시아는 일단 감상을 떨쳤다. 레인져로서의 일을 수행했다. 사반트를 만나야 할 시간이 어김없이 다가왔다.
세이토렌은 홀로 방치되어 있었다. 숨쉼에 따라 벌름거리는 분홍빛 떼깔 좋은 보지엔 정액이 늘어 붙어 있었다. 협력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협력해서 첩이 되어야만 사반트를 죽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세이토렌은 생각했다. 엘러시아에 대한 사반트의 과도한 집착을 생각할 때 비슷한 까닭으로 포로가 되었을 세이토렌 자신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과 엘러시아가 닮은 점은 몸매 밖에 없었다. 부드러운 살결, 뭉클뭉클하고 머리 보다 살짝 큰 탄력 넘치는 유방, 잘록한 허리, 팽팽한 배, 뒤로 툭 튀어나와 있는 풍만한 엉덩이, 길고 늘씬한 팔다리. 고문관들은 세이토렌과 엘러시아의 몸 구석구석을 때리면서 온몸이 다 탱탱하다고 칭찬하곤 했다.
사반트와 합방할 수 있다면 죽일 기회도 올 것이다. 하지만 마음 또다른 한 구석에선 이대로 사반트에게 빌붙어 호의호식하고 싶은 감정도 올라왔다. 사반트에게 대항하는 것이 두려웠다. 사반트에게 대항하여 닥쳐올 비참한 운명이 무서웠다. 엘러시아가 그런 처지가 되었을 때엔, 엘러시아에게 정조가 없다고 내심 깔보는 마음도 있었다. 자신도 똑같은 꼴을 당하자 그제야 복수하겠다는 마음 보다 빌붙어 보겠다는 마음이 왜 더 커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반트를 벌할 힘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억센 쇠사슬에 붙들려 움직일 수도 없는 처지였다.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때리면서 죽지도 못 하게 만드는 사반트였다.
엘러시아가 장막을 걷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세상이 환하게 보였다. 마음 깊은 곳까지 엘러시아를 반기고 있다는 걸 세이토렌은 느꼈다.
엘러시아는 다가와 세이토렌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세이토렌도 열정적으로 임했다. 엘러시아는 뒤이어 세이토렌의 젖꼭지를 한 입 머금고 핥고 빨았다. 세이토렌의 젖꼭지가 솟아올랐다. 배의 선을 따라 엘러시아의 입술은 내려갔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보지를 세심하고 따뜻하게 핥고 빨아 그 안의 정액을 모조리 먹었다. 세이토렌이 풍만하고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떨면서 보짓물을 발사하자 엘러시아는 그것을 얼굴로 받아 핥아 먹으면서 발랄한 웃음을 터뜨렸다. 세이토렌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좋아했다.
"엘, 나 내 거기 물 맛 보고 싶어."
"알았어, 렌."
엘러시아가 예쁜 얼굴을 세이토렌의 입술 앞에 놓았다. 세이토렌은 자신이 싼 보짓물을 엘러시아의 얼굴에서 핥아 맛을 보았다.
"별로 맛은 없다. 나 오늘만해도 몇 번씩 쌌어. 엘, 너랑 하는 건 기분이 좋아."
"고마워. 더 잘 해줄게, 렌."
"저승에 가신 아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셨죠. 이렇게라도 버텨 볼 게요. 그리고 복수할게요."
세이토렌은 그렇게 마음을 다졌다.
눈이 지켜 보고 있었다.
눈알이 핏줄이 튀어 나온 살덩이에 달린 작은 몬스터였다.
마법사가 수정 구슬을 통해 눈알 몬스터와 이어져 지켜 보고 있었다. 이쪽에서는 상대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감시하고 있다면 마법사는 세이토렌과 엘러시아를 노려 보고 있는 것이다.
그날 밤에도 엘러시아는 세이토렌과 껴안고 잠이 들었다.
세이토렌과 엘러시아가 껴안고 잠 든 것을 바라보는 또다른 눈이 있었다.
마법안경을 끼고 있는 자이렌 자작은 몰래 숨어 사반트 본진 쪽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엘러시아가 묘사한 바대로였다. 꿈에도 그리던 딸이 알몸이 된 채 묶여져 있었다. 자이렌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분노할수록 자이렌의 마음은 침착해져 갔다. 공격성이 높은 인간은 공격성에 익숙하기에 분노할수록 오히려 침착해진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자이렌은 여러 수를 궁리했다. 자신의 보검을 매만졌다. 수많은 싸움터에서 시퍼런 검강을 뿜어내던 소드마스터의 검이었다.
자이렌은 들키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열병식을 자이렌은 기다렸다. 자이렌은 나름의 작전을 세웠다. 자이렌의 뜻대로 된다면 엘러시아는 사반트에 의해 죽게 될 것이다. 자이렌은 엘러시아까지 챙겨줄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이렌에게 있어 급한 불은 딸인 세이토렌이었다.
열병식 날에 비가 가볍게 내리고 있었다. 열대 지방다웠다.
사반트는 4만의 자신의 군단 앞에 있는 높게 만들어진 연단에서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권력의 상징을 사반트는 즐겼다. 사반트의 넓은 등 뒤로 사반트 후작국의 국기와, 태양과 쾌락의 신 바알의 깃발이 나부꼈다. 사반트가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자 그럼 바알신의 뜻대로 준비된 식사를 즐겁게 하시길."
자이렌은 사반트의 말이 끝나갈 때를 기다렸다. 자신의 부대 앞에서 말 위에 올라 있던 자이렌은 식탁으로 군사들이 움직이는 와중에 사반트의 본진으로 달려갔다. 자이렌은 마법 안경을 쓰고 있었고 자신의 보검에 날카로운 검강을 덧씌운 상태였다. 오러 블레이드라는 소드 마스터의 기술이었다. 반사적으로 가로 막는 병사를 말로 쳐서 날려보냈다. 자이렌은 세이토렌이 들어 있는 쇠감옥의 검은 장막을 벗겨내고 쇠창살을 대나무 자르듯 잘라냈다.
도리스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도리스의 굵은 자지는 세이토렌의 똥구멍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자이렌은 도리스의 목을 쳐내고 목이 없어진 육체를 멀리 밀쳐냈다. 서둘러 세이토렌을 묶은 쇠사슬을 검으로 끊었다.
"아, 아빠?!"
세이토렌은 크게 놀라워하면서 반가워했다. 자신이 알몸이라는 점은 조금도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이렌은 딸인 세이토렌을 재빨리 말 뒤에 들쳐 엎고 말을 바삐 달렸다. 사반트가 계단에서 뛰쳐 내려왔다. 사반트가 굵은 목소리로 외쳤다.
"자작, 이게 무슨 짓인가?!"
자이렌은 무시하고 귀족들 가운데 부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말에서 서둘려 내리고는 벌거벗은 세이토렌을 부부 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자이렌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보시오. 사반트 후작님의 진지에서 내 귀한 딸이 이런 꼴로 나왔소. 나, 자이렌 자작의 딸이자 로렌토르 자작의 며느리이며 루이페르 준남작의 아내인 이 여자 세이토렌이 이런 모습으로 감옥 속에 방치되어 있었던 거요."
자이렌은 세이토렌을 등뒤로 안아 오줌을 눟는 듯한 자세를 만들었다. 세이토렌의 보지에서 똥구멍까지 정액에 흠뻑 젖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이토렌의 우미한 입가에도 아름다운 볼에도 정액이 남아 있었다.
로렌토르 자작과 루이페르 준남작 두 부자가 달려나왔다. 숱한 귀족들이 자이렌과 세이토렌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여자들이 서둘러 옷가지 일부를 세이토렌에게 던지듯이 떨구었다. 세이토렌은 이것들을 허겁지겁 걸쳤다.
만약 금욕적인 문화를 사반트 후작국이 갖고 있었다면, 여자의 지위는 형편없이 낮아서 여자가 강간 당하면 그 여자가 속한 집안의 남자들에게 치욕이 되므로 세이토렌을 그 집안 남자들이 때려 죽여야 한다는 식으로 귀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반트 후작국은 여자 기사가 전쟁에 참여할 정도로 여권이 높았다. 이 같은 여권은 여자 군인들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가함으로서 얻어진 것이었다. 여자 군인들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여자 법사 계열들의 힘이 남자 법사 계열에 비해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이토렌과 같은 여기사는 여자 군인 가운데선 소수에 속했다. 숱한 여자 마궁사, 여마법사, 여정령술사, 여신관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들은 사반트 진지에 세이토렌이 묶여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수많은 말들이 오갔다.
사반트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나섰다. 로렌토르 자작이 나서서 말했다.
"실종되었던 내 며느리가 저런 치욕스런 모습으로 사반트 후작님의 진영에서 강간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후작님께서 개입된 것이라면, 우리 귀족들이 어떻게 후작님을 믿고 이 나라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부부 동반이 주축인 수많은 귀족 군인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런 상황도 예상하지 못 한 것만은 아니었다. 무례한 짓을 했다는 이유로 자이렌에게 결투를 신청할까 하는 생각도 안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이렌은 소드 마스터이자 기사였다. 사반트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
사반트는 한 번 너털웃음을 지었다. 잠시 방심했던 자신을 탓하면서 사반트는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 두었던 변명을 꺼냈다.
"내가 세이토렌을 납치하고 강간했을 리가 있는가? 아마도 내 고문관들이 권력을 빙자하여 그런 미친 짓들을 했던 것 같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이 사반트가 귀족 여러분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을 했을 것 같소이까? 권리가 함부로 침해될 수 있는 사회에선, 개인 각자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사반트의 지위는 귀족들의 수장 정도였다. 따라서 이런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세이토렌이 뭐라 말을 하려하자 자이렌이 입을 틀어막았다. 자이렌이 속삭였다.
"이 정도면 됐다. 더 말을 하지 마라."
세이토렌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자신을 그토록 유린하고 아기까지 낙태시킨 자는 사반트이지 다른 누구가 아니었다. 사반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누가 세이토렌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반드시 추궁하여 죄값을 받게 하도록 하겠소이다. 내 진지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눈치를 못 챈 것은 명백한 내 잘못이니 두 분 자작님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로렌토르 자작은 일단 사반트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자이렌 자작은 반신반의했지만 왜 그런지 사반트의 말을 믿고 싶었다. 사반트의 말이 옳다면 해결 방식이 좀 더 간단해지기에 믿고 싶었던 것이다.
이 모든 촌극을 엘러시아는 바라보고 있었다. 자이렌이 도리스의 목을 칠 때 튄 피가 엘러시아의 알몸에 뿌려져 있었다. 자이렌 자작은 자신의 딸인 세이토렌만 들쳐 엎고 갔고 엘러시아는 챙기지 않았다. 권리라. 자신과 자신의 종족이 처참하게 으깨어졌을 때에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오히려 엘러시아의 삶을 사반트가 으깨고 짖이길 때 적극적으로 찬동했던 무리들이 아닌가. 모두들 똑 같은 것들이라고 엘러시아는 생각했다.
토토스가 엘러시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제길, 세이토렌 저년이 우리 손을 떠났어. 엘러시아라도 잘 챙겨두면 사반트가 혹시 날 봐줄지도 몰라."
세이토렌은 엘러시아가 생각이 나 자신이 갇혀 있던 쪽을 바라보았다. 엘러시아는 고개만 내민 채 자신을 슬픈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세이토렌은 맨발로 그쪽으로 달려나갔다. 몸은 대강 여러 옷가지들로 가렸지만 구두를 준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눈물이 시야를 뿌옇게 흐리고 있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를 엘러시아는 바랐다. 누군가가 손을 잡아 끌었다. 엘러시아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바라 마지 않았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꿈인가? 내가 백일몸을 꾸고 있는 건가."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의 손을 잡아 끌었다. 엘러시아는 허겁지겁 그 뒤를 따라 왔다. 세이토렌이 벌거벗은 엘러시아를 데리고 오자 귀족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세이토렌이 그들에게 말했다.
"이 아이도 저랑 함께 고문관들에게 윤간당하고 있었어요. 저한테 아주 잘 해 준 아이에요."
세이토렌의 남편 루이페르가 그리 기분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었으므로 자이렌이 일단 딸을 데리고 있기로 했다.
자이렌은 세이토렌에게 탈 말을 주었다. 세이토렌은 등 뒤에 엘러시아를 태웠다. 엘러시아는 망토를 하나 두룬 상태였다. 세이토렌이 자이렌에게 말했다.
"아빠, 저 엘러시아 일 좀 하나 해결해주세요."
"뭔데?"
고생한 딸이 측은하기만 한 자이렌이었다.
엘러시아는 자이렌 덕에 베로스를 대장간 일에서 빼내올 수 있었다. 엘러시아는 베로스가 따라왔을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의 추측이 맞자 엘러시아는 너무나도 기뻐했다. 베로스도 엘러시아를 만났을 때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었다.
세이토렌은 급히 마련된 자신의 막사에 엘러시아와 베로스를 초대했다. 세이토렌은 의장용 여기사의 복색을 갖추고 있었다. 세이토렌이 말했다.
"엘, 이제 내가 널 데리고 있을 수 있겠어. 아빠가 네가 큰 공을 세웠다고 하시거든. 아, 물론 네가 날 도와줬다는 건 아무도 몰라야 해. 네가 나한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야 돼. 일단 여기서 내 시녀로 일해라."
"고마워, 엘."
"감사합니다, 로렌토르 부인."
"로렌토르 부인요? 글쎄요. 베로스씨, 저 이혼 당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한 약속은 변하지 않을 거에요. 알아요? 저 이혼 당하면 베로스씨랑 결혼할래요."
"당치도 않아요. 전 평민인데..."
"엘러시아가 이렇게 좋아할 정도로 이해심이 많은 남자라면, 처참하게 윤간당한 저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날 밤 자이렌은 세이토렌을 데리고 로렌토르 자작의 진영으로 갔다. 그곳에서 세이토렌의 남편 루이페르가 기다리고 있었다. 숱한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잔뼈가 굵은 이 귀족 남자는 세이토렌과 동갑이었고 191cm에 108kg의 탄탄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세이토렌도 여기사로서 루이페르와 함께 수많은 몬스터와 싸운 경험을 갖고 있었다.
자이렌이 말했다.
"여럿이서 보는 앞에서 자네 아내인 내 딸을 망신시킨 거 미안하네. 하지만 그때는 사반트를 제어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어."
"역시 사반트가 주도적으로 세이토렌을 윤간한 겁니까?"
"그렇다네. 뭐, 이건 부부가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해. 난 나가 보겠네. 아, 한가지. 고통을 당한 여자를 거두어주면 그 여자는 몹시 고마워할 거야. 나락까지 떨어진 아내일수록 자신을 챙겨준 남편을 고맙게 생각할걸세."
자이렌은 진영 밖으로 나갔다. 가슴이 먹먹했다.
루이페르는 차가운 눈으로 세이토렌을 바라보았다. 사반트 후작국의 여권이 높긴 했지만 남자와 동등하지는 않았다. 이번 경우는 충분히 세이토렌이 내쫓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세이토렌은 의자에서 내려와 루이페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이토렌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나, 많이 생각했어. 당신은 내 첫사랑이야. 하지만 날 버려도 좋아. 그래도 알아 줘. 나 언제나 당신에게 먼저 뭔가를 해주는 아내이고 싶었고 지금도 그 마음 변하지 않았어."
루이페르는 찬찬히 세이토렌과의 추억을 뒤돌아보았다. 루이페르의 마음 속에서 세이토렌은 현명하고 용기 있는 여자였다. 루이페르는 세이토렌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좋아. 세이토렌, 널 계속 사랑하도록 하겠어. 앞으로 좀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텐데 함께 헤쳐나갈 수 있지?"
그러나 괘씸했다. 세이토렌이 천하게 느껴졌다. 루이페르는 의자에 걸터앉아 바지를 내려 자지를 꺼냈다.
"빨아 줘."
세이토렌은 남편의 자지에 입을 가져가 빨고 핥아댓다. 사반트 일당의 조교로 세이토렌의 펠라치오 실력은 상당히 좋아진 상태였다. 루이페르는 세이토렌의 옷을 벗기고 자신도 나체가 되어 침대에 몸을 뉘였다. 세이토렌의 기교가 이전 보다 좋아졌고 잠자리에서도 자신을 버릴까 봐 적극적이 된 점이 루이페르는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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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트는 쟈테이족 섬멸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자이렌 자작과 로렌토르 자작이 자신의 영지 일을 핑계로 대고 쟈테이족 섬멸 작전에서 손을 뗀 것이다. 그러자 분위기를 탓는지 여러 귀족이 되돌아가 통제를 할 수가 없었다. 쟈테이족 섬멸 작전은 그리 돈이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출병 전부터 돌기는 했었고 그 점이 계속 확인되어온 원정이었지만 심한 처사라고 사반트는 생각했다.
누가 세이토렌의 일을 알렸는지는, 알카디안이 잘 처리를 해놓아서 알 수가 없었다. 알카디안이 이끌던 세이르족 레인져들은 다시 용병으로 돌아갔다.
세이토렌, 엘러시아 두 성노예를 한꺼번에 잃게 되어 사반트의 마음은 착잡했다. 세이토렌을 납치한 일에 대한 책임 추궁을 안 할 수는 없었다. 토토스 이하 10여명의 고문관들을, 사실을 말할 경우 고문당하다 죽게 될 거라고 위협해서 입막음을 하고 목을 쳐야 했다. 사반트는 국가 종신 통령과 귀족회의 의장 직을 모두 맡고 있었지만, 전과는 달리 귀족들이 자신을 못 믿고 있는지 최근엔 사반트 후작국 내의 2인자인 60대의 대마법사 아시드 백작에게 귀족회의 의장 직을 빼앗겼다.
국가 종신 통령 직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산맥에 사는 적대적인 드래곤 가운데 하나에게 황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히드라 1마리를 사반트성에 난입시키도록 했기 때문도 있었다. 드래곤의 브레스에 살던 호수가 말라버리자 5개의 뱀머리를 가진 거대한 도마뱀인 히드라는 못 견디고 사반트성으로 난입했다. 사반트는 전투 준비를 이유로 히드라가 웬만큼 사람을 죽이고 기물을 파손할 때까지 기다렸다. 사반트는 히드라를 앞장서서 격퇴하고 죽임으로서 자신의 필요성을 백성들에게 증명했다. 매우 힘든 전투였지만, 천성적으로 싸움꾼인 사반트는 그 전투가 즐겁기만 했다. 두려움 속에서 사반트는 이를 극복하고 즐거움을 찾아냈다.
"내 반드시 자이렌과 로렌토르 두 자작 놈에게 복수하고 말겠다. 아시드 백작 그놈도 표결이 끝나자마자 덥썩 의장 직을 차지해?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어."
그렇게 마음을 다지는 사반트였다. 물론 사반트가 생각하는 적들은 사반트에게 예절과 선물을 다했다. 자이렌과 로렌토르는 사반트와 술자리를 하면서, 세이토렌이 붙잡히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 거라고 사반트에게 말하기도 했었다.
*****
"오늘도 힘내, 오빠!"
엘러시아는 오른손을 크게 흔들면서 베로스를 보냈다.
베로스는 요즘 자이렌 자작의 땅에서 견습 기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충분히 기사가 될 수 있는 체력 조건이라고 자이렌이 말했고 또한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몬스터가 많이 출몰하는 사반트 후작국이기에 일거리는 많았다. 자이렌은 엘러시아의 공적을 치하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이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엘러시아는 요즘 생활이 꿈결 같았다. 자이렌 성의 작지만 번듯한 집에서 딸 미리암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곳이었고 자이렌이 준 돈도 적지 않아서 엘러시아는 미리암을 도움을 받으면서 키울 수 있었다.
"언제가 사반트가 이곳에 올지도 모르지. 사반트는 포기를 모르니까. 하지만 적어도 꿈을 꿀 수는 있어. 그래서 행복해."
엘러시아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엘러시아는 아기를 안고 자이렌 성 한복판에 높이 세워진 신전으로 출퇴근을 했다. 신전에서 엘러시아는 하루 8시간 수녀로 일했다. 태양신 바알을 믿는 사반트 후작국에서 신전 수녀라는 건 가장 지위가 높은 공창 가운데 하나였다. 들어가려면 특별한 공이 있어야 하고 외모도 실력도 무척 좋아야 하는 자리였다. 적잖은 남자를 받아야 했지만 전에 일했던 어느 창녀 일 보다 대우가 좋아서 원래 섹스를 좋아하는 편인 엘러시아로서는 만족스러웠다. 엘러시아의 특기는 일반적인 수녀처럼 악기가 아니라 무기 다루기였다.
"베로스 오빠가 정식 기사되면 나도 견습 기사 해야지."
자이렌 자작에게 허락을 받은 일이었다.
[여기사 메조 만들기 끝]
*****
등장인물 :
엘러시아 : 26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83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듯. 45-25-42(인치)의 대단한 글래머. 암살 및 전투에 능함. 사반트에게 사로잡힌 후 메조키스트가 되었음. 사반트의 메조키스트 성노예.
사반트 : 후작. 34살의 귀족 남자. 188cm, 135kg. 프로레슬러를 연상시키는 몸집의 소유자. 사디스트이자 폭군. 세이르족을 침공하는 과정에서 엘러시아를 사로잡고 학대했음. 엘러시아의 주인.
세이토렌 : 26살의 사반트 후작국 귀족 여자. 기사. 185cm. 체중은 모르지만 꽤 나갈 것으로 예상됨. 44-25-42(인치)의 엘러시아 못 잖은 글래머. 엘러시아의 친구. 사반트에게 붙들려 메조키스트로 길들여져 감.
도리스 : 고문관. 30살의 평민 남자. 195cm, 137kg. 건장한 체격. 야비하고 잔인한 성품의 소유자. 사반트의 부하.
토토스 : 고문관. 52살의 평민 남자. 185cm, 125kg. 다소 뚱뚱하나 건장한 체격.
베로스 : 29살의 평민 남자. 190cm, 95kg. 건장한 체격. 사반트의 강제 및 도리스의 추천으로 엘러시아의 남편이 됨.
자이렌 : 자작. 56세의 귀족 남자. 187cm, 120kg. 세이토렌의 아버지.
로쉬케 : 24살의 세이르족 여전사. 177cm. 38-25-38(인치)의 적당한 체격. 암살 및 전투에 능함.
알카디안 : 27세의 귀족 남자. 기사. 185cm, 90kg. 날렵한 근육질 체격.
****
5.
엘러시아는 자이렌 자작의 군막 안에 들어섰다.
자이렌이 말했다.
"무슨 일이냐?"
"단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주변을 물려주세요."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해라. 귀찮게 굴지 말고."
"세이토렌님에 관련된 일입니다."
"뭐?!"
자이렌은 흠짓 놀랐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너희는 나가 있어라."
"예, 자작님."
5명 정도의 최측근이 군막 밖으로 나갔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은 여자 정령술사였다. 자이렌은 엘러시아에게 손짓을 했다. 엘러시아는 가까이 다가가 무릎 꿇고 앉았다. 자이렌이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히 말해 봐라."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이 사반트의 성노예가 되었고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를 상세하게 말했다. 자이렌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자이렌이 물었다.
"그걸 네가 왜 내게 말하는 거냐?"
"호위기사 시절 세이토렌님이 절 친구로 대해주셨습니다."
"네 이름이?"
"엘러시아라고 합니다, 자작님."
"엘러시아, 들어 본 이름이다."
엘러시아라는 육노예가 호위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자 세이토렌이 잘해 주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뒤에도 결혼한 엘러시아를 자신에게로 빼돌리자고 세이토렌이 말한 적이 있었다. 자이렌에게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러고보니 세이토렌이 실종했을 때 가서 만난 일도 있으니 기억에 없을 리 없었다. 다만 엘러시아를 떠보려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엘러시아는 말을 이었다.
"제 목숨을 보장해주십시오. 제 목숨은 지금 자작님의 손에 있습니다."
"보장해주겠다. 이는 나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나에게 왔다는 티를 내지 마라. 내 딸이 그렇게 되었으니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자이렌의 얼굴은 온통 붉어져 있었고 드러낸 팔뚝엔 핏줄이 솟아나와 있었다.
"돌아가거라."
"예, 자작님."
엘러시아는 엎드려 절을 했다.
자이렌은 측근들을 다시 불렀다. 자이렌이 말했다.
"저 계집과의 일은 내가 잘 알아서 하겠다."
자이렌은 엘러시아에게 기사 하나를 붙여 레인져들에게 잘 인도하도록 했다. 명목상으로는 엘러시아에게 추근덕거릴 병사들을 제지하기 위해서였다. 자이렌은 무기를 챙기고 거대한 말 위에 올라탓다.
사실일까? 자이렌은 사반트도 엘러시아도 믿을 수 없었다. 함정일 수도 있다. 그야 확인해 보면 알 일이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이 어느 장막 속에 갇혀 있는지도 말했었다.
사실이라면? 자이렌은 사반트와 조용히 둘이서 만나 담판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자이렌은 조용히 끝낼 생각이 없었다. 사실이라면 사반트는 복수를 당하게 될 거라고 자이렌은 각오했다.
엘러시아가 레인져들에게 돌아가자 알카디안이 다가왔다. 몇몇 레인져들과 함께였다. 뒷담화 까기 좋아하는 로쉬케도 함께였다. 알카디안이 물었다.
"엘, 무슨 말을 그리 오래했지?"
"전 자이렌 자작님을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미중년이라고나 할까?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요. 실제로 만나 뵙고 싶어서 이곳 저곳 찌르고 다닌 거예요. 그러다가 마침내 만났어요. 역시 명성은 허투로 전해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자지를 빨아들이고 똥꼬를 핥아드리니까 무척 좋아하시던 걸요."
"하하하. 화대는 안 받았고?"
"제가 좋아서 그런건데 화대를 어떻게 받아요? 오히려 제가 드려야할 지경이죠."
헤픈 여자로 이들에게 이미지를 찍힌 것이 다행스럽다고 엘러시아는 생각했다. 엘러시아는 사반트의 본진 쪽을 한번 바라다보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사반트 네놈이 날 첩으로 대우해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즐겁게 기꺼이 너에게 복종했겠지. 하지만 넌 날 철저하게 변기로만 취급했어. 날 사랑으로 대해준 세이토렌과 베로스를 내게서 멀어지게 했어.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자이렌에게 말한 것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공은 엘러시아를 떠났다. 자이렌 자작이 자신의 딸인 세이토렌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엘러시아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다. 자이렌이 엘러시아의 목숨 따위는 따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정치 역학상 세이토렌만 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엘러시아는 사반트의 손에 처참하게 죽게 될 터였다.
엘러시아는 자신의 목숨이 사라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세이토렌이 사반트의 손에서 풀려난다면 자신의 딸 미리암은 밝은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엘러시아는 생각했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을 믿었다.
"내 딸은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가 자신을 위해 죽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엘러시아는 일단 감상을 떨쳤다. 레인져로서의 일을 수행했다. 사반트를 만나야 할 시간이 어김없이 다가왔다.
세이토렌은 홀로 방치되어 있었다. 숨쉼에 따라 벌름거리는 분홍빛 떼깔 좋은 보지엔 정액이 늘어 붙어 있었다. 협력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협력해서 첩이 되어야만 사반트를 죽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세이토렌은 생각했다. 엘러시아에 대한 사반트의 과도한 집착을 생각할 때 비슷한 까닭으로 포로가 되었을 세이토렌 자신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과 엘러시아가 닮은 점은 몸매 밖에 없었다. 부드러운 살결, 뭉클뭉클하고 머리 보다 살짝 큰 탄력 넘치는 유방, 잘록한 허리, 팽팽한 배, 뒤로 툭 튀어나와 있는 풍만한 엉덩이, 길고 늘씬한 팔다리. 고문관들은 세이토렌과 엘러시아의 몸 구석구석을 때리면서 온몸이 다 탱탱하다고 칭찬하곤 했다.
사반트와 합방할 수 있다면 죽일 기회도 올 것이다. 하지만 마음 또다른 한 구석에선 이대로 사반트에게 빌붙어 호의호식하고 싶은 감정도 올라왔다. 사반트에게 대항하는 것이 두려웠다. 사반트에게 대항하여 닥쳐올 비참한 운명이 무서웠다. 엘러시아가 그런 처지가 되었을 때엔, 엘러시아에게 정조가 없다고 내심 깔보는 마음도 있었다. 자신도 똑같은 꼴을 당하자 그제야 복수하겠다는 마음 보다 빌붙어 보겠다는 마음이 왜 더 커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반트를 벌할 힘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억센 쇠사슬에 붙들려 움직일 수도 없는 처지였다.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때리면서 죽지도 못 하게 만드는 사반트였다.
엘러시아가 장막을 걷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세상이 환하게 보였다. 마음 깊은 곳까지 엘러시아를 반기고 있다는 걸 세이토렌은 느꼈다.
엘러시아는 다가와 세이토렌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세이토렌도 열정적으로 임했다. 엘러시아는 뒤이어 세이토렌의 젖꼭지를 한 입 머금고 핥고 빨았다. 세이토렌의 젖꼭지가 솟아올랐다. 배의 선을 따라 엘러시아의 입술은 내려갔다. 엘러시아는 세이토렌의 보지를 세심하고 따뜻하게 핥고 빨아 그 안의 정액을 모조리 먹었다. 세이토렌이 풍만하고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떨면서 보짓물을 발사하자 엘러시아는 그것을 얼굴로 받아 핥아 먹으면서 발랄한 웃음을 터뜨렸다. 세이토렌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좋아했다.
"엘, 나 내 거기 물 맛 보고 싶어."
"알았어, 렌."
엘러시아가 예쁜 얼굴을 세이토렌의 입술 앞에 놓았다. 세이토렌은 자신이 싼 보짓물을 엘러시아의 얼굴에서 핥아 맛을 보았다.
"별로 맛은 없다. 나 오늘만해도 몇 번씩 쌌어. 엘, 너랑 하는 건 기분이 좋아."
"고마워. 더 잘 해줄게, 렌."
"저승에 가신 아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셨죠. 이렇게라도 버텨 볼 게요. 그리고 복수할게요."
세이토렌은 그렇게 마음을 다졌다.
눈이 지켜 보고 있었다.
눈알이 핏줄이 튀어 나온 살덩이에 달린 작은 몬스터였다.
마법사가 수정 구슬을 통해 눈알 몬스터와 이어져 지켜 보고 있었다. 이쪽에서는 상대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감시하고 있다면 마법사는 세이토렌과 엘러시아를 노려 보고 있는 것이다.
그날 밤에도 엘러시아는 세이토렌과 껴안고 잠이 들었다.
세이토렌과 엘러시아가 껴안고 잠 든 것을 바라보는 또다른 눈이 있었다.
마법안경을 끼고 있는 자이렌 자작은 몰래 숨어 사반트 본진 쪽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엘러시아가 묘사한 바대로였다. 꿈에도 그리던 딸이 알몸이 된 채 묶여져 있었다. 자이렌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분노할수록 자이렌의 마음은 침착해져 갔다. 공격성이 높은 인간은 공격성에 익숙하기에 분노할수록 오히려 침착해진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자이렌은 여러 수를 궁리했다. 자신의 보검을 매만졌다. 수많은 싸움터에서 시퍼런 검강을 뿜어내던 소드마스터의 검이었다.
자이렌은 들키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열병식을 자이렌은 기다렸다. 자이렌은 나름의 작전을 세웠다. 자이렌의 뜻대로 된다면 엘러시아는 사반트에 의해 죽게 될 것이다. 자이렌은 엘러시아까지 챙겨줄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이렌에게 있어 급한 불은 딸인 세이토렌이었다.
열병식 날에 비가 가볍게 내리고 있었다. 열대 지방다웠다.
사반트는 4만의 자신의 군단 앞에 있는 높게 만들어진 연단에서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권력의 상징을 사반트는 즐겼다. 사반트의 넓은 등 뒤로 사반트 후작국의 국기와, 태양과 쾌락의 신 바알의 깃발이 나부꼈다. 사반트가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자 그럼 바알신의 뜻대로 준비된 식사를 즐겁게 하시길."
자이렌은 사반트의 말이 끝나갈 때를 기다렸다. 자신의 부대 앞에서 말 위에 올라 있던 자이렌은 식탁으로 군사들이 움직이는 와중에 사반트의 본진으로 달려갔다. 자이렌은 마법 안경을 쓰고 있었고 자신의 보검에 날카로운 검강을 덧씌운 상태였다. 오러 블레이드라는 소드 마스터의 기술이었다. 반사적으로 가로 막는 병사를 말로 쳐서 날려보냈다. 자이렌은 세이토렌이 들어 있는 쇠감옥의 검은 장막을 벗겨내고 쇠창살을 대나무 자르듯 잘라냈다.
도리스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도리스의 굵은 자지는 세이토렌의 똥구멍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자이렌은 도리스의 목을 쳐내고 목이 없어진 육체를 멀리 밀쳐냈다. 서둘러 세이토렌을 묶은 쇠사슬을 검으로 끊었다.
"아, 아빠?!"
세이토렌은 크게 놀라워하면서 반가워했다. 자신이 알몸이라는 점은 조금도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이렌은 딸인 세이토렌을 재빨리 말 뒤에 들쳐 엎고 말을 바삐 달렸다. 사반트가 계단에서 뛰쳐 내려왔다. 사반트가 굵은 목소리로 외쳤다.
"자작, 이게 무슨 짓인가?!"
자이렌은 무시하고 귀족들 가운데 부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말에서 서둘려 내리고는 벌거벗은 세이토렌을 부부 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자이렌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보시오. 사반트 후작님의 진지에서 내 귀한 딸이 이런 꼴로 나왔소. 나, 자이렌 자작의 딸이자 로렌토르 자작의 며느리이며 루이페르 준남작의 아내인 이 여자 세이토렌이 이런 모습으로 감옥 속에 방치되어 있었던 거요."
자이렌은 세이토렌을 등뒤로 안아 오줌을 눟는 듯한 자세를 만들었다. 세이토렌의 보지에서 똥구멍까지 정액에 흠뻑 젖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이토렌의 우미한 입가에도 아름다운 볼에도 정액이 남아 있었다.
로렌토르 자작과 루이페르 준남작 두 부자가 달려나왔다. 숱한 귀족들이 자이렌과 세이토렌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여자들이 서둘러 옷가지 일부를 세이토렌에게 던지듯이 떨구었다. 세이토렌은 이것들을 허겁지겁 걸쳤다.
만약 금욕적인 문화를 사반트 후작국이 갖고 있었다면, 여자의 지위는 형편없이 낮아서 여자가 강간 당하면 그 여자가 속한 집안의 남자들에게 치욕이 되므로 세이토렌을 그 집안 남자들이 때려 죽여야 한다는 식으로 귀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반트 후작국은 여자 기사가 전쟁에 참여할 정도로 여권이 높았다. 이 같은 여권은 여자 군인들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가함으로서 얻어진 것이었다. 여자 군인들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여자 법사 계열들의 힘이 남자 법사 계열에 비해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이토렌과 같은 여기사는 여자 군인 가운데선 소수에 속했다. 숱한 여자 마궁사, 여마법사, 여정령술사, 여신관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들은 사반트 진지에 세이토렌이 묶여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수많은 말들이 오갔다.
사반트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나섰다. 로렌토르 자작이 나서서 말했다.
"실종되었던 내 며느리가 저런 치욕스런 모습으로 사반트 후작님의 진영에서 강간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후작님께서 개입된 것이라면, 우리 귀족들이 어떻게 후작님을 믿고 이 나라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부부 동반이 주축인 수많은 귀족 군인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런 상황도 예상하지 못 한 것만은 아니었다. 무례한 짓을 했다는 이유로 자이렌에게 결투를 신청할까 하는 생각도 안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이렌은 소드 마스터이자 기사였다. 사반트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
사반트는 한 번 너털웃음을 지었다. 잠시 방심했던 자신을 탓하면서 사반트는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 두었던 변명을 꺼냈다.
"내가 세이토렌을 납치하고 강간했을 리가 있는가? 아마도 내 고문관들이 권력을 빙자하여 그런 미친 짓들을 했던 것 같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이 사반트가 귀족 여러분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을 했을 것 같소이까? 권리가 함부로 침해될 수 있는 사회에선, 개인 각자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사반트의 지위는 귀족들의 수장 정도였다. 따라서 이런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세이토렌이 뭐라 말을 하려하자 자이렌이 입을 틀어막았다. 자이렌이 속삭였다.
"이 정도면 됐다. 더 말을 하지 마라."
세이토렌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자신을 그토록 유린하고 아기까지 낙태시킨 자는 사반트이지 다른 누구가 아니었다. 사반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누가 세이토렌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반드시 추궁하여 죄값을 받게 하도록 하겠소이다. 내 진지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눈치를 못 챈 것은 명백한 내 잘못이니 두 분 자작님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로렌토르 자작은 일단 사반트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자이렌 자작은 반신반의했지만 왜 그런지 사반트의 말을 믿고 싶었다. 사반트의 말이 옳다면 해결 방식이 좀 더 간단해지기에 믿고 싶었던 것이다.
이 모든 촌극을 엘러시아는 바라보고 있었다. 자이렌이 도리스의 목을 칠 때 튄 피가 엘러시아의 알몸에 뿌려져 있었다. 자이렌 자작은 자신의 딸인 세이토렌만 들쳐 엎고 갔고 엘러시아는 챙기지 않았다. 권리라. 자신과 자신의 종족이 처참하게 으깨어졌을 때에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오히려 엘러시아의 삶을 사반트가 으깨고 짖이길 때 적극적으로 찬동했던 무리들이 아닌가. 모두들 똑 같은 것들이라고 엘러시아는 생각했다.
토토스가 엘러시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제길, 세이토렌 저년이 우리 손을 떠났어. 엘러시아라도 잘 챙겨두면 사반트가 혹시 날 봐줄지도 몰라."
세이토렌은 엘러시아가 생각이 나 자신이 갇혀 있던 쪽을 바라보았다. 엘러시아는 고개만 내민 채 자신을 슬픈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세이토렌은 맨발로 그쪽으로 달려나갔다. 몸은 대강 여러 옷가지들로 가렸지만 구두를 준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눈물이 시야를 뿌옇게 흐리고 있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를 엘러시아는 바랐다. 누군가가 손을 잡아 끌었다. 엘러시아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바라 마지 않았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꿈인가? 내가 백일몸을 꾸고 있는 건가."
세이토렌은 엘러시아의 손을 잡아 끌었다. 엘러시아는 허겁지겁 그 뒤를 따라 왔다. 세이토렌이 벌거벗은 엘러시아를 데리고 오자 귀족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세이토렌이 그들에게 말했다.
"이 아이도 저랑 함께 고문관들에게 윤간당하고 있었어요. 저한테 아주 잘 해 준 아이에요."
세이토렌의 남편 루이페르가 그리 기분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었으므로 자이렌이 일단 딸을 데리고 있기로 했다.
자이렌은 세이토렌에게 탈 말을 주었다. 세이토렌은 등 뒤에 엘러시아를 태웠다. 엘러시아는 망토를 하나 두룬 상태였다. 세이토렌이 자이렌에게 말했다.
"아빠, 저 엘러시아 일 좀 하나 해결해주세요."
"뭔데?"
고생한 딸이 측은하기만 한 자이렌이었다.
엘러시아는 자이렌 덕에 베로스를 대장간 일에서 빼내올 수 있었다. 엘러시아는 베로스가 따라왔을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의 추측이 맞자 엘러시아는 너무나도 기뻐했다. 베로스도 엘러시아를 만났을 때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었다.
세이토렌은 급히 마련된 자신의 막사에 엘러시아와 베로스를 초대했다. 세이토렌은 의장용 여기사의 복색을 갖추고 있었다. 세이토렌이 말했다.
"엘, 이제 내가 널 데리고 있을 수 있겠어. 아빠가 네가 큰 공을 세웠다고 하시거든. 아, 물론 네가 날 도와줬다는 건 아무도 몰라야 해. 네가 나한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야 돼. 일단 여기서 내 시녀로 일해라."
"고마워, 엘."
"감사합니다, 로렌토르 부인."
"로렌토르 부인요? 글쎄요. 베로스씨, 저 이혼 당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한 약속은 변하지 않을 거에요. 알아요? 저 이혼 당하면 베로스씨랑 결혼할래요."
"당치도 않아요. 전 평민인데..."
"엘러시아가 이렇게 좋아할 정도로 이해심이 많은 남자라면, 처참하게 윤간당한 저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날 밤 자이렌은 세이토렌을 데리고 로렌토르 자작의 진영으로 갔다. 그곳에서 세이토렌의 남편 루이페르가 기다리고 있었다. 숱한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잔뼈가 굵은 이 귀족 남자는 세이토렌과 동갑이었고 191cm에 108kg의 탄탄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세이토렌도 여기사로서 루이페르와 함께 수많은 몬스터와 싸운 경험을 갖고 있었다.
자이렌이 말했다.
"여럿이서 보는 앞에서 자네 아내인 내 딸을 망신시킨 거 미안하네. 하지만 그때는 사반트를 제어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어."
"역시 사반트가 주도적으로 세이토렌을 윤간한 겁니까?"
"그렇다네. 뭐, 이건 부부가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해. 난 나가 보겠네. 아, 한가지. 고통을 당한 여자를 거두어주면 그 여자는 몹시 고마워할 거야. 나락까지 떨어진 아내일수록 자신을 챙겨준 남편을 고맙게 생각할걸세."
자이렌은 진영 밖으로 나갔다. 가슴이 먹먹했다.
루이페르는 차가운 눈으로 세이토렌을 바라보았다. 사반트 후작국의 여권이 높긴 했지만 남자와 동등하지는 않았다. 이번 경우는 충분히 세이토렌이 내쫓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세이토렌은 의자에서 내려와 루이페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이토렌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나, 많이 생각했어. 당신은 내 첫사랑이야. 하지만 날 버려도 좋아. 그래도 알아 줘. 나 언제나 당신에게 먼저 뭔가를 해주는 아내이고 싶었고 지금도 그 마음 변하지 않았어."
루이페르는 찬찬히 세이토렌과의 추억을 뒤돌아보았다. 루이페르의 마음 속에서 세이토렌은 현명하고 용기 있는 여자였다. 루이페르는 세이토렌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좋아. 세이토렌, 널 계속 사랑하도록 하겠어. 앞으로 좀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텐데 함께 헤쳐나갈 수 있지?"
그러나 괘씸했다. 세이토렌이 천하게 느껴졌다. 루이페르는 의자에 걸터앉아 바지를 내려 자지를 꺼냈다.
"빨아 줘."
세이토렌은 남편의 자지에 입을 가져가 빨고 핥아댓다. 사반트 일당의 조교로 세이토렌의 펠라치오 실력은 상당히 좋아진 상태였다. 루이페르는 세이토렌의 옷을 벗기고 자신도 나체가 되어 침대에 몸을 뉘였다. 세이토렌의 기교가 이전 보다 좋아졌고 잠자리에서도 자신을 버릴까 봐 적극적이 된 점이 루이페르는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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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트는 쟈테이족 섬멸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자이렌 자작과 로렌토르 자작이 자신의 영지 일을 핑계로 대고 쟈테이족 섬멸 작전에서 손을 뗀 것이다. 그러자 분위기를 탓는지 여러 귀족이 되돌아가 통제를 할 수가 없었다. 쟈테이족 섬멸 작전은 그리 돈이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출병 전부터 돌기는 했었고 그 점이 계속 확인되어온 원정이었지만 심한 처사라고 사반트는 생각했다.
누가 세이토렌의 일을 알렸는지는, 알카디안이 잘 처리를 해놓아서 알 수가 없었다. 알카디안이 이끌던 세이르족 레인져들은 다시 용병으로 돌아갔다.
세이토렌, 엘러시아 두 성노예를 한꺼번에 잃게 되어 사반트의 마음은 착잡했다. 세이토렌을 납치한 일에 대한 책임 추궁을 안 할 수는 없었다. 토토스 이하 10여명의 고문관들을, 사실을 말할 경우 고문당하다 죽게 될 거라고 위협해서 입막음을 하고 목을 쳐야 했다. 사반트는 국가 종신 통령과 귀족회의 의장 직을 모두 맡고 있었지만, 전과는 달리 귀족들이 자신을 못 믿고 있는지 최근엔 사반트 후작국 내의 2인자인 60대의 대마법사 아시드 백작에게 귀족회의 의장 직을 빼앗겼다.
국가 종신 통령 직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산맥에 사는 적대적인 드래곤 가운데 하나에게 황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히드라 1마리를 사반트성에 난입시키도록 했기 때문도 있었다. 드래곤의 브레스에 살던 호수가 말라버리자 5개의 뱀머리를 가진 거대한 도마뱀인 히드라는 못 견디고 사반트성으로 난입했다. 사반트는 전투 준비를 이유로 히드라가 웬만큼 사람을 죽이고 기물을 파손할 때까지 기다렸다. 사반트는 히드라를 앞장서서 격퇴하고 죽임으로서 자신의 필요성을 백성들에게 증명했다. 매우 힘든 전투였지만, 천성적으로 싸움꾼인 사반트는 그 전투가 즐겁기만 했다. 두려움 속에서 사반트는 이를 극복하고 즐거움을 찾아냈다.
"내 반드시 자이렌과 로렌토르 두 자작 놈에게 복수하고 말겠다. 아시드 백작 그놈도 표결이 끝나자마자 덥썩 의장 직을 차지해?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어."
그렇게 마음을 다지는 사반트였다. 물론 사반트가 생각하는 적들은 사반트에게 예절과 선물을 다했다. 자이렌과 로렌토르는 사반트와 술자리를 하면서, 세이토렌이 붙잡히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 거라고 사반트에게 말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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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힘내, 오빠!"
엘러시아는 오른손을 크게 흔들면서 베로스를 보냈다.
베로스는 요즘 자이렌 자작의 땅에서 견습 기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충분히 기사가 될 수 있는 체력 조건이라고 자이렌이 말했고 또한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몬스터가 많이 출몰하는 사반트 후작국이기에 일거리는 많았다. 자이렌은 엘러시아의 공적을 치하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이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엘러시아는 요즘 생활이 꿈결 같았다. 자이렌 성의 작지만 번듯한 집에서 딸 미리암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곳이었고 자이렌이 준 돈도 적지 않아서 엘러시아는 미리암을 도움을 받으면서 키울 수 있었다.
"언제가 사반트가 이곳에 올지도 모르지. 사반트는 포기를 모르니까. 하지만 적어도 꿈을 꿀 수는 있어. 그래서 행복해."
엘러시아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엘러시아는 아기를 안고 자이렌 성 한복판에 높이 세워진 신전으로 출퇴근을 했다. 신전에서 엘러시아는 하루 8시간 수녀로 일했다. 태양신 바알을 믿는 사반트 후작국에서 신전 수녀라는 건 가장 지위가 높은 공창 가운데 하나였다. 들어가려면 특별한 공이 있어야 하고 외모도 실력도 무척 좋아야 하는 자리였다. 적잖은 남자를 받아야 했지만 전에 일했던 어느 창녀 일 보다 대우가 좋아서 원래 섹스를 좋아하는 편인 엘러시아로서는 만족스러웠다. 엘러시아의 특기는 일반적인 수녀처럼 악기가 아니라 무기 다루기였다.
"베로스 오빠가 정식 기사되면 나도 견습 기사 해야지."
자이렌 자작에게 허락을 받은 일이었다.
[여기사 메조 만들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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