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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MC물] 여왕의 뜰 - 9장 미궁의 속의 작은새 (16-2, 17/17) -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눈과 어금니를 닫아, 솟구치는 감정의 파도가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렸다.
계속 억눌렸다.

드디어 진정됐다..
눈물을 닦고, 코를 푼다.

하얀 손이 손수건을 내밀었지만, 무시하고, 화장지 상자를 무릎 위에 안는다.

 그 사람은, 계속 서서 작은.. 너무나 여린 아이가 떨고있는걸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만 볼 수 있다.
 점차 리호의 어깨에 떨림이 사라지는걸 보고, 어렵게 입을 뗀다.
가능한 이 작은 아이를 자극하지 않도록 조용한 어조로 말한다.



 「리호……. 공부하자. 오늘까진 리호의 가정교사니까」



  리호가 엉망진창인 얼굴을 들자, 두 눈이 마주쳤다.
 깨끗한 눈동자.
흐르는 샘물 같이 맑은데, 그 수면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건, 거짓울음이야..!
 또 날 속이려고……


 리호는 다시 눈물이 흐르기 전에, 마주친 눈을 피했다.



  ..
이 사람의 얼굴, 목소리, 추억을 생각하면, 또 눈물이 흐른다.


 침을 삼키고 의자를 돌려 책장을 본다.

  「노다메 칸타빌레」1권으로부터16권.
중간에 3권이 비어 있네..
 그 13권을 몽땅 꺼내, 책상 위에 쌓았다.
 조금이라도, 다른걸 생각하자.
조금이라도 웃긴 만화로, 신경을 돌리자.


 조신하지 못하게 자리에 몸을 파묻어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1권으로부터 순서대로 읽기 시작한다.


 그 행동에, 당황한듯 내 책상 옆, 가정교사의 의자에 앉는다.



 「리호.. 공부는……?」



  무시하자.


 「만화책」에 집중하자.
 1권.
아, 이렇게 다시 읽어 보면, 처음 노다메도 별로 기인에 괴짜가 아니었구나.
이 무렵의 치아키는 지금보다 훨씬 오만하고 나쁜남자네.


 ..선생님도 처음에는, 조각 같은 미인이라서, 첫인상이 차갑고 딱딱해서 왠지 모르게 무서워 보였는데…….
 ?.. 아, 바보같이 무슨 생각이야?



  만화책에 집중하자. 1시간 반에 얼마나 읽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


 한편, 세이나는 책상 위에, 문제집과 자신의 노트를 펼친다.
 가끔 리호에게 말을 건다.



 「이제 리호……. 저기, 이 지난 주 물어봤던 문제말인데……」



  리호는 모두 무시.


 결국, 이 여자도 포기한 것 같다.
A4지를 꺼내서,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대학 리포트라도 쓰고 있나보지.


그게 아니면 음란한 실제 경험담을, 남성 주간지에 투고하는걸지도.



 《저번주에 가정교사 하는 제자를 속여서, 어른의 세계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특별히 더러운 남자에게 강간당하게 해주었습니다. 후후후》



  싫다..
 이 사람이라면 진짜 할 수도 있다.
 그래 그래,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더 이상 눈물이 흐를 걱정도 없다.


 평소처럼, 1시간이 지나자 엄마가 커피를 가져왔다.
 만화책을 탐독하는 리호의 앞에는, 노트고 뭐고 올려져 있지 않았다.
 엄마가 뭐라 말하기 전에 나는 짜증어린 얼굴로 선수를 쳤다.



 「휴식시간이야!」



  리호의 짜증어린 어조에, 엄마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선생님의 얼굴을 본다.
리호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걸 눈치챘다.


 엄마에게 안심하라는듯이 말한다.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억지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잠시 휴식을 갖는편이 괜찮다고 생각해서..」



  엄마는「선생님 죄송해요~」라고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이렇게 1시간 반이 지나고 정리를 시작한다.
 과연 1시간 반만에「16권」돌파는 무리였다.


싫은 사람이 옆에 있기 때문에, 정신이 산란해져서 일지도 모른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입을 뗀다.

 또, 사죄의 말.



 「잘지내..리호. 정말.. 미안해. 수능..힘내」



  리호는「만화책」에 집중하고 있어 듣지 못한척 한다.


 그 사람은 문 앞에서 멈춰서, 잠깐 동안 가만히 서있는거 같다.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듯 작은 중얼거림이 들린다.
너무 작아 잘들리지 않는다.
등 뒤로, 시선이 느껴진다.


 그 시선이 신경쓰여「만화책」에 집중할 수 없다.
전혀 읽지 못하고 있으면서, 다 읽은척 페이지를 넘긴다.
 결국, 아무말도 하지 않고 ,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휴우, 긴장이 풀리고, 읽다만 책을 책상 위로 던졌다.



  그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에, 몇장의 A4 용지가 놓여져 있다.


 뭐지..? 집어 본다.
 첫째 표지의 첫줄에는「리호의 도쿄대학 수험대비」.
 「대학」과「수험」글자의 사이, 형광펜으로 쓴듯「필승」이라고 써있다.
 ..그 사람이 놔두고 간 것 같다.



  페이지를 넘긴다.



 《시험이 시작되면 우선 페이스 배분을 정하고, 예정 시간을 문제 옆에 쓰기!》든지《주관식은 정중한 글씨로》라든지,
  상식적인 수험 주의 사항부터 시작되어, 과목별 유의 사항(가르쳐 주지 않은 과목도 전부),
  집에서부터 대학으로 가는길, 당일 소지품등등, 워드 프로세서로 써 있다.



 《수험장으로 갈 땐 도쿄대학은 의외로 넓기 때문에, 휴식 시간이나 가게에 나갈 때는 시작 시각에 늦지 않게,
 이동 시간에 주의합시다》



  주의사항도 쓸데없는 부분가지 세세하다.



 《리호의 주의해야할 버릇, 숫자「2」와「7」을 잘못볼 경우가 때때로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그런 버릇, 나 자신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감독관에게 상담합시다. 겉모습은 무섭지만 모두들 친절합니다.
 내가 수험을 볼 때, 버스 안에 가방을 두고 내려서 곤란해 하던 수험생이 있었습니다.
그 때, 수험표 분실의 수속만이 아니라, 근처 문구를 살 수 있는 가게를 가르쳐 주고
 「잊어버린 짐과 함께 액운도 떨어졌겠네~」수험생의 기분을 풀어주면서 배려해주는걸 보고 솔직히 놀랐었습니다》



  ..이 사람은, 자신과 관계없는 타인이 베푸는 상냥함에도, 민감하다.
수험 시험 전의 긴장감 속에서도, 그 감독관의 배려를 보면서,
자기도 안절부절 못하다가 수험생이 안심하는걸 보며 작은.. 행복을 느끼며 따뜻하게 웃고 있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수험장은 오래된 대교실이라, 책상 사이의 거리가 좁기 때문에 주의! 리호가 글자를 쓰고 있는 도중에,
  앞 자리 수험생이 갑자기 의자에 기대거나 하면, 문제지가 움직여서 틀리거나 할지 모릅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문제지는 반으로 접어서 풀도록 합시다.
 그리고 리호도, 뒤로 앉은 수험생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의자에 기댈 때는 조심해주세요》



  뒷 자리에 앉는 수험생까지 신경을 쓰며 배려하는게 그 사람 답다.


 「수험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소는 대학 근처의 가게나 편의점에 표시가 되어 붙어 있다.
대학 근처의 케이크가 맛있는 가게에는 하트 마크와 스마일 일러스트와《최선의 다한 당신, 먹어라!》라는 말이 첨가되어 있다든가.


  A4용지 2장 반에 걸쳐서, 자잘한 주의 사항을 적혀있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핑크 색 펜으로 직접 손으로 쓴 메세지가 있었다.



 《리호라면 분명히 합격할 거야. 내가 리호의 실력을 제일 잘알고 있으니까, 거짓도 격려도 아니야.
 리호는 내가 학생이었을 때보다 훨씬 똑똑하고 좋아. 그런 나도 합격했으니까, 리호가 합격하는건 당연하지.
 리호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가르치고 있는 기간동안,
  내가 설명하는 것 보다 리호가 덧붙이는게 방법이 맞아서,  당황해서 넘어간 적이, 네 번이나 있었어.
  정말 가르치는 선생님 보다 똑똑한 제자라니 정말 무서웠어!》

  뭐야, 이 사람은 정말..《리호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이라니.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던거야!


 당신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걸 깨달으면 한눈에 봐도 안절부절 허둥지둥하고 있었다고!


얼굴만 봐도 틀렸다..! 어떡해! 어떡해! 라고 당황하는게 보였는데..풋!



  직접 그린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만개한 벚꽃나무와 대학 정문의 그림.
자필로 쓴 글자도 달필이었지만, 그 벚꽃 그림은 품위있고 아름다워 마치 그 사람 같았다.
 벚꽃 아래에 메세지가 계속 된다.



 《리호같이 귀여운 후배가 대학에 들어 오다니, 정말 기뻐..》



  그 앞의 적은 글은, 푸른 펜으로 찍찍 줄을 그어놨다.
 그어논 선 아래로 부분 부분 보이는 글을 읽는다.



 《리호! 합격 축하선물로 뭐가 좋을까?
  내 생각으론, 오우미야에 가서 먹고싶은거 마음대로 먹기나,
   놀이공원 근처에 생긴 와가마마(레저타운)에 가서 노는건 어떨까?
   점심도 거기서 그날 주메뉴를 먹고~ 물론 내가 한턱 쏠께!》



  오우미야! 저번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스치듯 말했었는데, 기억하고 있었다.


 지워버린 글씨 대신, 푸른 펜으로, 새로운 말이 기입되어 있었다.



 《리호..미안해.
 이제 와서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난 리호와 함께, 합격 축하를 하고 싶었어..
  리호는 분명히, 시험을 잘못보면 어쩌죠.. 라고 걱정할께 분명한데,
  그때마다「이보세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재수하면 돼」라고, 놀려주고 싶었는데..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해버려서 널 볼 면목이 없어...
   그렇지만 나의 슬픔과 후회따윈, 리호의 아픔에 비하면, 비교할 상대조차 되지 않을거야..
   리호 쪽이, 나의 몇배, 몇십배, 괴로울테니까..



 게다가 리호의 공부까지 폐를 끼친게, 괴로워서 미안해서..
   끝까지 같이 가주지는 못하지만, 수험 볼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말들을 조금 적어놨어.
  부족한 가정교사의, 마지막 발버둥이라고 생각해줘.
이런 몇마디 말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리호의 시험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어》



  그 메세지 아래로 파랑 펜으로 적은듯한 글씨들이 있다.
리호가「만화책」을 읽고 있는 사이에 선생님이 하고 있던게 이것이었을까.


 입시전 3개월, 2개월, 1개월, 하루전으로 나누어져, 리호에게 건네는 어드바이스가 적혀 있다.



  정말, 바보 아니야!
 이렇게 혼자서 공부할 수 있을 정도라면, 내가 과외를 받을리 없잖아.
만약 내가 그런 착실한 고교생이라면, 우리들이 만나지도 못했을텐데!



  마음으로 소리친 순간, 눈 안쪽이 뜨거워진다.


 물기를 띤 눈을 비비면서, 내용을 읽었다.

 《3개월전---리호는 확률·통계와 집합·논리가 약하니까, 이 때부터 미리 집중적으로 공부해놓읍시다》



  그런 분야의 문제가, 도쿄대학의 입시에 나올리 없잖아.
 이런 어드바이스, 아무도움도 되지 않아!



 《하루전---자신있는 과목의 문제도, 대충 하지 말고 시험 직전에 문제를, 한, 두문제 정도 풀어 봅시다.
   자신있다고 생각해도, 긴장으로 잊어버리기도 하고 당연한게 헷깔리기도 합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시험 직전에 술술 문제가 쉽게 풀리면 자신이 붙게 됩니다》



  정말 이사람, 시누이 같이 왜 이렇게 꼬치꼬치 귀찮게 하는거야.
 쓸데없는 말들이네! 왜 이런걸 적어놓은거야!



 《이제.. 마지막이네..
 정말로 하하.. 수도없이 말했는데.. 아무리 말해도 아무리.. 말해도 충분하지 않아. 정말.. 정말로, 미안해요..》



글을 읽는 순간,

문 앞에서 망설이며 뒤를 바라보던 선생님이 중얼거리던 말이 선명하게 들린다.

 

(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손등으로 난폭하게 닦는다.
화장지로 코를 푼다.


  오노데라 선생님.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주고, 누구보다, 나 자신보다,
   나를 걱정해주고, 이렇게 끝까지 상냥하게 대해 줄꺼였으면…….



  선생님, 어째서 그런 짓을 했나요..?
 어째서 날, 그 남자에게 팔아 넘긴건가요?
 어째서 그 때, 날 지켜 주지 않았나요?
 내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시점에..


 전, 정말로 선생님이 좋았어요..
  동경했어요..

 선생님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좀더 말하고 싶었어요..
 좀더 함께 있고 싶었어요..
선생님와 같은 대학에, 다니고 싶었다.



  그런데…….
 선생님 때문이에요.
선생님이 전부, 전부 부숴 버렸습니다.


 이제 선생님마저, 없으면…….
 그냥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안절부절 못하던 리호는, 세이나가 적어준「리호의 도쿄대학 수험 필승! 대비」를 양손으로 구겨버린다.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진다.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못하고, 마루에 튕겨 나온다.
빠른걸음으로 걸어가, 구겨진 종이를 주워 잠깐을 망설인다. 쓰레기통에 버린다.


 뒤돌아 책상을 보면, 천신의 학업 성취 부적이 있다.
「도쿄대학 수험 필승! 대비」아래에 숨겨져 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사와서, 두고 간 것이 틀림없다.


 나한테 필요한건 이게 아냐..
 적당히 해, 선생님. 잊고싶어.. 빨리 내 안에서, 사라져..


 부적을 갈갈이 찢어 종이뭉치 위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상하게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왜지..왜..? 날 버린 사람이 떠난거잖아..?
  날 가지고 놀던 나쁜사람이 없어진거잖아..?
  어째서, 어째서 눈물이 나는거야..?



  리호는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쓴다.


그 날, 집 안의 불이 모두 사라지고, 바깥에 빛나던 불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달콤한 꿈 속으로 휴식을 취했지만, 한 사람을 감싸고 있는 이불은 밤늦게까지 계속해서 애처롭게 떨렸다.


 


 



 
 
 
 17


 


 선생님은 엄마에게 전화하여, 가정교사를 그만두었다.
엄마가 만류했지만, 선생님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 해, 따뜻한 봄의 어느 날, 리호는 도쿄 대학 수험에 떨어졌다.
 제 일 지망 도쿄대학 뿐만이 아니라, 합격 확실했던 대학까지 그렇게 미끄럼틀처럼 내려간다, 전멸이었다.

 

 

 

 

 

 

 

ps.

 

 하하.. 끝났습니다..


올리던 도중에 깔끔히 정리하던게 막판에 사라지는 참변이 있었지만

 

무사히 10분..ㅠ_ㅠ.. 황금같은 휴식 시간을 써가면서 올립니다.

 

아아..

 

정말 솔직히 이건 읽으면 읽을수록 제 취향이 아니어서 고생했는데

 

드디어 끝냈네요.

 

그냥 나쁜 인물이면 나쁘게 쭉 갈것이지.. 왜이리 고민이 많은지 

 

다음번엔 이런거 말고 그냥 때려죽이고 싶은놈은 계속 죽일놈인걸로 골라올려야 겠네요.

 

보시는분들 즐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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