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MC물] 여왕의 뜰 - 9장 미궁의 속의 작은새 (12-2/17) -
그렇다 치더라도, 유원지 직원 몰래 빠져 나가자니 고지식한 선생님으로서 너무 대담한 생각이다.
미키 언니가 선생님을,「막다른 곳에 몰리면 폭주한다」라고 경고했던게, 이런 뜻이었을까.
오다와 슈우군은 따라 오지 않는다.
선생님과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천천히.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걸어. 그래, 화장실 간다 라는 느낌으로」
리호는 변함 없이 선생님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다. 말해진 대로 행동 한다.
뒤에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살피고 싶은 기분을 억누른다.
복도로 나왔다.
사무실의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를 목표로 걷는다.
복도 구석까지 걸어가니, 저 뒤쪽 어딘가에서 남성 직원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너희들 마음대로 가지마.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
리호가 되레 깜짝 놀라 돌아 봤다.
경고를 준 것은, 우리들이 아니었다.
우리를 보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게 된 바보들이, 맘을 바꾸고 우리를 쫓아오려고 , 복도로 나오던 도중에 걸린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도둑질 하다 경찰에 잡힌 좀도둑 처럼 벌벌 떨고 있다.
침착성이 없는 눈에띄는 거동이 직원의 눈을 끈 것 같다.
「리호. 돌아 볼 필요없어. 가자」
선생님이 손을 잡아 당겨 앞을 향해 걸어간다.
출구가 가까워 지기 시작하고, 조금씩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선생님은, 수위 아저씨에게「수고하세요」라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사하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리호가 깊게 한숨을 내쉰다.
「후우.., 선생님. 이제……」
「리호, 아직이야. 우선 유원지 밖으로 나가야돼.
그리고 또 하나, 리호, 이제 그렇게 쎄게 손을 잡지 않아도 괜찮아아.
리호가 너무 쎄게 잡고 있어서, 조금 아프네……」
리호는 얼굴이 새빨갛게 하곤, 선생님의 손을 잡은 힘을 느슨하게 한다.
그런데도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그대로 선생님과 함께 걷는다.
모퉁이를 돌고, 유원지의 출입 게이트가 안보이게 되고, 드디어 멈춰 섰다.
이제 괜찮다.
리호는 크게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하..하하! 됐어요! 선생님, 살았어요! 고마워요」
싫은 추억 밖에 없는 유원지에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오다에게서 떨어졌다.
안심감과 해방감으로, 기분이 들뜬다.
역시 선생님은 날 지켜줬다.
오다는, 지금쯤 두더지 같이 햇빛을 피하면서 어두운 땅 속을 돌아다니고 있겠지.
슈우군도 동류니까, 평생 오다 뒤를 따라다니면 된다.
그래, 더 빨리, 유원지에서 도망쳤으면 됐을걸.
왜 생각하지 못한거야?
리호가 안심한 나머지 흥분하는 것을 보면서도, 선생님은 침착하다.
리호에게 미소지어 주면서도, 힐끔힐끔 유원지 쪽을 살피고 있다.
이윽고, 선생님이 말했다.
「리호는 이제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이제 이런 곳에 있을 필요없으니까」
리호는 또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응. 선생님 가요」
「아, 나는 아직……. 미안하지만, 리호, 혼자 돌아갈래?」
「네? 왜요?」
선생님가 말하기 어려운 듯이, 우물거린다.
한번 더, 살그머니 유원지 쪽을 본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같이 돌아가요」
「리호. 난……」
또 말이 막힌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오늘 일은.. 정말 미안해」
리호는 복잡한 기분이 되서, 흥분한 얼굴이 흐리게 변한다.
안도감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오늘의 끔찍한 경험과 오노데라 선생님의 행동은 쇼크였다.
다음 주부터 오노데라 선생님을 예전처럼 똑같이 접할 수 있는지, 자신 없다.
리호는 선생님를 용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선생님를 꾸짖는 것도 할 수 없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말도 못하고 본다.
「리호는 집으로 돌아가」
「……선생님은?」
「 나는……」
창피한 듯이 얼굴을 붉힌다.
「난, 츠토무씨를 기다릴거야. 츠토무씨와 아직……오늘 밤, 좀 더 함께 있고 싶으니까」
「선생님……」
오늘 밤 함께 있다니…….
역시, 선생님은 이런 사람이었다…….
이마이씨가 있는데, 오다와……그런 관계.
오늘 밤에도 오다와 그런 짓을 하고 싶어서, 오다를 기다릴 생각이야.
오다는, 저런 못생기고 성격까지 기분나쁜 변태 돼진데.
갑자기 리호는 선생님과 함께 있는 것에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리호의 젖은 옷은 비닐 봉투에 넣어 선생님이 쭉 가지고 있어 주었다.
선생님은 그 봉투를 내게 건네준다.
없어졌다고 생각한 리호의 모자도, 비닐봉투 안에 있었다.
보트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잡아, 젖지 않은 그 모자를, 선생님은 리호의 머리에 씌워 준다.
모자를 쓴 리호를 보고, 선생님은 하하 웃어 준다.
「..리호는 역시 예뻐」
리호는 자신의 복장을 내려다 본다.
이런 변태같은 모습을 하고, 그런 말을 들으면, 전혀 기쁘지 않아..
돌아가는 도중에 옷을 사 갈아 입도록 선생님이 자신의 지갑을 꺼낸다.
선생님의 명령이라면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지갑을 통째로 받는데는 저항이 있다.
리호가 항의하면, 선생님은, 만 엔권을 몇매나 리호의 손에 쥐어주었다.
선생님의 그런 마음이, 왠지 슬펐다.
세어보면, 만 엔권은 5매나 있었다.
선생님와 헤어지고, 혼자서 지하철 역으로 걸어간다.
뒤 쪽에서 희미하게「리호!! 이리와!」라고 하는 기분나쁜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리호는 선생님에게서「뒤돌아 보지마」라고 명령된 채로이므로, 뒤돌아 볼 수 없었다.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신호등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리호는 정면의 빌딩으로 무심코 눈이 간다.
빌딩 옥상의 거대한 광고 간판에, 어느 잡지의 광고가 그려져 있다.
언젠가 봤던 새우의 웃는 얼굴이, 옥상에서 리호를 내려다 보고 있다.
《나는 새우가 될거야! KanKam》
새우의 귀여운 웃는 얼굴은, 지금 리호를 놀리는 것 같다.
지하철 역 안에 도착하자, 전화벨이 울린다.
착신란을 본다.
오노데라 선생님이라고 써있다.
「선생님!」
괜찮아요? 오다에게 이상한 짓을 당하고 있는게 아니죠?
《..리호, 지금 어디야?》
왠지 모르게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타지 않았구나?》
「네」
선생님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리호가 묻는다.
「..선생님? 어쩌기로 하셨어요?」
역시, 같이 돌아갈 마음이 든건가?
<지금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으니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아.. 오고 있다. 선생님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돼겠네.
빠아아앙~! 울리는 지하철의 소음 사이로 선생님의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리호, 미안해》
절벽에서 밀려 떨어지는 것처럼, 리호의 마음은 추락한다.
선생님가 허약한 어조로 이렇게 말할 때는, 반드시 싫은 일을 명령한다.
지하철이 멈춘다.
《리호, 돌아와》
문이 열린다.
가기 싫어..
그렇지만,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한걸음, 딱 한걸음만 내딪으면 도망갈 수 있는데.
돌아가면, 분명히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움직이지 않는다.
문이 닫혔다.
리호는 조심스레 묻는다.
「……왜요?」
제발 선생님, 부탁해요…….
《지금부터……미안해.. 리호……츠토무씨와 함께 호텔에 가니까.
호텔까지 와 줄래? 도쿄 마메이즈 호텔 알고 있어?》
「네……」
알고 있다.
오픈한지 얼마 안된 호텔이다.
유원지에 인접하고 있는 고층 호텔로서, 이 지하철 역에서도 볼 수 있다.
리호는 쉰 목소리로 선생님에게 묻는다.
「그래서……거기서 뭘 시킬 생각이죠?」
《츠토무씨와……그……》
선생님의 소리가 사그러들어, 또다시 침묵이 흐른다.
리호는 갑자기 초조해져, 무심코 전화기에 고함을 질렀다.
「선생님! 큰 소리로 말해 주세요! 알아 들을 수가 없어요! 뭘 어떻게 할거냐고요!!」
듣지 않는 편이, 나은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입으로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선생님이 진심으로 날 괴롭힐 생각이라면, 그렇다고 분명히 말하게 하고 싶다.
선생님은, 날 향해 그런 일을 말할 수 있어?
《...미안해, 리호》
......
《호텔에서 ……리호……츠토무씨와 같이 자》
차가운 바람이 분다.
「……」
아, 역시, 그렇네.
선생님?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리호는 힘없이 역 한가운데 들어앉는다.
팔랑팔랑 스커트가 휘날려, 건너편 샐러리맨이 빤히 보고 있지만, 신경 쓰이지 않는다.
리호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선생님는 괴로운 목소리로, 한번 더 말한다.
《……섹스할거야. 츠토무씨와……》
오다가 명령했겠죠..?
선생님은 정말 오다가 말하는대로군요.
아무리 불합리하고 잘못된 명령이라도, 오다가 말한다면 무조건..
이마이씨보다, 나보다, 선생님 자신보다, 오다가 중요하군요.
「……선생님……」
말소리가 그대로 오열이 되버릴 것 같아서, 숨을..침을.. 삼키며 울음을 참는다.
《..리호?》
눈을 감는다.
이를 악물고, 말한다.
「알..겠어요. 선생님, 지금 가겠습니다」
《..미안해, 리호》
이제.. 이제 그 말만은 그만..
「선생님.. 나……」
《리호, 미안해》
이제 됐습니다.
끈질깁니다. 시끄럽습니다. 적당히 해.
선생님, 이제 닥쳐줘.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토한다.
일순간에도, 감정이 섞이면 그대로 모든게 흘러넘쳐, 필시 멈추지 않게 된다.
그러니까, 가능한 한 감정이 섞이지 않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선생님, 가정교사는 다음 주부터 오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의 얼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리호는 휴대폰 전원을 껐다.
그 만나고 싶지도 않은 선생님이 있는 호텔로, 지금부터 가야된다.
선생님과 오다에게.
지나간지 얼마 안된 길을, 다시 한번 걸어가, 역 밖으로 나왔다.
도쿄 마메이즈 호텔을 목표로 걷는다.
신호등에서 돌아 보았다.
빌딩의 옥상 간판에서, 새우의 웃는 얼굴이, 리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는 새우가 될거야! KanKam》
또 만났구나, 새우야.
전에 오노데라 선생님에게 이길 수 없다라든지, 고마워해 라든가, 그런 식으로 나쁘게 말해서 미안해.
그 때 분명히 내가, 너보다 오노데라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역시 난 네가 되고 싶어.
난 더 이상, 오노데라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런 여자는 절대로.. 되지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