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MC] 검은 욕망 - 타츠미재판 (3) - 2화
2.
오전중의 수업은 대부분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1교시는 예배이고 시험전이라 자습을 하게 된 수업도 많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일하게 선택 교과 시간에 아키시마와 가까이 앉게 되었을때 주위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번거로웠을 뿐이다.
그녀는 곁눈질로 나를 힐끗 확인 한후 곧 평소의 곧은 자세로 돌아온 침착한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신교칙에 반대하는 회」의 회합과 겸한 점심식사를 위해서
탐연부로 향한다. 최근에는 하루나 미구리들 뿐만 아니라 사진부의 멤버나
우리들을 응원하는 학생들도 가끔 여기에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실례」라고 말하면서 내가 입실하자,
거기에는 이미 평소의 멤버 외에도 후쿠자와, 시마츠, 토도의 3인조 방이나
사이가 좋아진 농구부의 부원 몇사람, 왠지 모르겠지만 신문부의 츠타바야시 란코까지
있어 수다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라는 의미에서 나는 이번 투표를 「타츠미 재판」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에에에 그럼 안돼. 그러면 이쿠짱이 범죄자 같잖아」
「아니아니, 그러니까 이겼을 때에는 「역전 무죄! 」라고 타이틀을 쓸 수 있으니깐……」
란코와 하루는 무엇인가 신문의 내용으로 입씨름을 하고 있다.
아마 투표 후에 내 보낼 호외의 기사나 사진 게재를 위한 허가를 받으러 왔을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타츠미 재판」이라니……. 남의 이름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마라.
후쿠자와들이나 시즈카는 오늘의 토론에 사용될 원고의 재확인을 하고 있다.
토론은 신고측과 접수측에서 교대로 실시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을 해서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성련학원의 총원 투표전에 행해지는 토론회의 순서를 설명해 두자.
토론회는 총원 투표에 수반해 행해지기 때문에 그 실시의 신청은 전에 설명한 대로
1주일전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 토론을 실시하는 사람으로서 토론원을
몇명 지정해 두지만, 실제로는 토론원은 토론 개시 5분전까지 변경이 가능해서
여기는 적당하게 이름을 넣어 두는 것만으로 좋다.
토론의 형식은 1명당 제한시간 10 분씨 교대로 행해진다. 선공은 신고측이다.
토론원은 3명까지 등록 할 수 있으므로 양자가 3명씩 실시하면 최대 1시간의 토론회가 된다.
다만, 교대의 사이에 휴식 시간을 두는 것은 생도회의 재량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서로가 토론 종료를 선언하던지 토론 시간을 모두 다 사용하면 거기서 토론회는 종료.
일단 총회를 해산해서 각 클래스별로 무기명 투표를 한다.
그 결과는 클래스 위원이 수렴해 최종적으로 클래스 위원회에서 집계되고
결과가 당일 개표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결정된 사항이 다음날
생도회장을 통해 각 클래스에 통지된다고 하는 흐름이다.
성련에서 이뤄지는 총원 투표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행해진다.
2월 초에 실시하는 생도회장 선거만이 예외로 오후의 수업을 쉬고 치뤄질만큼
축제와 같이 여겨 진다.
아마 회장 선거가 학원 생활에 자극을 주는 좋은 청량제 일 것이다.
각각의 작업을 곁눈질하며 나는 점심식사를 얻어 먹기 위해서 살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그것을 깨달은 나나미가 차와 함께 런치 박스를 가져온다.
「아무쪼록」
「고마워. 이것은?」
「어차피 타츠미군은 점심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챙겨 뒀습니다.」
「오우. 잘 알고 있네.」
조속히 품에서 나무젓가락을 꺼내 음식에 손을 댄다.
이 튀김 먹을 만한데.
그렇게 보고 있으면 어쩐지 쑥쓰러운데..
「……뭐?」
「……아뇨」
아니오라고 부정하면서도 시선은 돌리지 않는다.
도움을 요청하며 그 뒤에 있는 미구리에게 「왜 이래, 이 아이?」하고
시선을 보냈지만 변함 없이 "호감도 부족" 인듯 능글능글 웃고 있을 뿐이다.
어쩐지 초조한 기분을 느끼며 점심식사를 끝내고 이쑤시개를 사용하고 있자,
비운 도시락상자는 나나미에 의해 재빨리 치워져 버렸다.
그 때 「만족했습니까?」라고 묻길래 「누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있었다」
라고 말하자 왠지 미구리가 나나미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왜?
배가 가득하게 되자 급속히 졸음이 덮쳐 왔다.
아무래도 아침 일찍 일어 났던 것이 지금에서 영향이 온 것 같다.
모두는 아직 토론회에 대해 여러가지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여기서 나만 「먼저 갈게」하고 빠지면 왠지 미안하다, 하고 고민하고 있자,
그 때 나의 휴대폰에 착신이 있었다.
「아, 미안해. 전화」
나는 나나미에게 그렇게 말하며 탐연부의 방을 나와 비상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휴대폰의 디스플레이를 보자 익숙하지 않는 숫자가 줄지어 있다.
미등록의 상대로부터였다. 조금 경계하면서 통화 버튼을 누른다.
「네, 타츠미입니다」
「네. 아마노하라입니다」
「엣?」
일순간 누구라고 하는 생각에 말에 막힌다.
나에게 전화를 건 상대가 누군지 순간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바로 1주일전에 생도회 집무실로 한번 만난 적 있는 인물을 생각해 낸다.
「아, 혹시 「야마유리」의 아마노하라씨입니까?」
「예, 그 아마노하라에요. 지금 시간 괜찮습니까? 」
놀랐다. 설마 집행부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접촉해 오리라고는.
졸음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괜찮아요. 어떤 용건입니까?」
「당신에게 조금 이야기 해 두고 싶은 일이 있어서」
「직접 들어야 하나요? 전화로도 괜찮은 이야기입니까?」
「금방 끝날 이야기니깐 상관 없을 겁니다.」
「으음……」
나는 비상구의 쪽에 있는 벤치에 앉으며 「그럼, 용건은?」하고 재촉했다.
「신교칙에 반대하는 회, 꽤 성과를 보였나 봐요.」
「덕분에」
「이 정도면 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지도요?」
「뭐, 승부는 가봐야 아는 거니깐...」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금방 끝난다고 얘기 했으면서, 잡담 같은 것
밖에 말하지 않고, 좀처럼 주제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투표 후에 승리 축하회 같은 것도 예정되어 있나요? 」
「뭐, 결과에 따라 위로회가 될 수도 있지만 계획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습니까. 그것은 역시 앞으로의 일을 위한 결속회도 겸하고 있겠네요?」
「엣?」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말하는 의미를 모르겠습니다만……」
「당연히 그럴 테지요? 설마 오늘의 투표 한번으로 모든 것이 결판난다고 생각하십니까?」
「예? 그게 무슨……」
「이번 투표는 어디까지나 생도회가 밝힌 신교칙을 채용 할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것이에요.
발단이 된 당신 자신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한 대책을 지금 결정할지 아니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 뿐이란 말입니다.」
「……」
「오늘 당신들이 이긴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 집니까? 당신들은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을 주장할 뿐입니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죠.」
「그것은……」
「그것은 생도회의 일, 이라는 말입니까? 당신도 성련의 일원인 이상 생도회와
무관계하다고는 이제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닥치는 불똥만을 피하려 하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강건너 불 구경 하듯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습니까?」
「……」
……반론할 수 없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통화중인 전화기의 저 편의 아마노하라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나에게 선고했다.
「……지도록 하세요.」
「……!」
「이겨도 곧 다시 벌어질 문제에요. 성련 전체를 생각한다면 지도록 하세요」
「……그것은 항복을 권고할 생각인 겁니까?」
「충고에요. 비참하게 패배하고 싶진 않을 것 아니에요.
교칙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성련에서 쫓겨나는 것은 아니죠?
무리하게 발버둥치지 말고 깔끔한 패배를 한 후 교칙이 느슨해 지길 기다리세요.」
「……싫다고 말하면?」
「그야말로 상황 파악을 못하는 것 아닐까요?
신교칙안을 제시한 시점에서 이미 생도회가 이기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여러분이 갈 수 있는 길은 2개뿐. 생도회의 승리에 진흙을 뿌리고 자신도
수렁에 가라앉던가 성련의 학생들을 준비된 신교칙이라고 하는 좋은 결과로 이끌던가.
둘중 하나 뿐입니다.」
「……」
「그렇지 않으면 이 성련이 한마음으로 당신을 받아들이게 만들 제3의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무리에요.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300명의 인간의 생각을
하나로 통일 하는 것은 불가능 해요.」
「……기적 이라고? ……」
「기대를 해 봤자 헛된 일이죠. 아 그리고 이 전화의 내용은 당신의 동료들에게는 전하지
않는 것이 좋을거에요. 쓸데 없는 적개심을 가지고 토론회에 출석해 봣자 당신들의
손해이니깐요.」
「……」
내가 입다물고 있자, 아마노하라은 마지막에 「잘 생각해 봐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한채 다만 통화 시간을 나타내는
휴대폰의 디스플레이를 망연히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하고 있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
그럴리 없다.
……라고 왜 전화에 대고 말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아마 아마노하라가 말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마음속 어디선가 납득해 버리고 있었기 때문에다.
그녀는 신교칙안을 제시한 시점에서 이미 이겼다. 라고 말했다.
하루는 신교칙이 일단 시행 되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는 관점의 차이인가.
정책은, 문제에 대해서 뭐든 먼저 카드를 내민 쪽이 승리한다.
어떤 방침이라도 좋다. 대응하겠다는 자세만 되어 있으면
대응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는 소극책 보다는 낫게 평가 된다.
당장 그 순간에는 정책을 보류하더라도 결국 문제가 존재 하는 한 언젠가
정책은 시행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반대 의견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주장과 같아진다.
결국, 문제에 대한 해법이 없는 반대 의견은 단순한 시간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
점잖게 패배를 인정해?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구나……!」
고개를 떨군 채로 휴대폰을 닫으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자리로부터 태평하게 떠나는 것도
한번 더 방으로 돌아와 그 안에 떠들썩하게 섞이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마노하라가 말하는 「기적」을 일으키는 방법은....
생각날리가 없었다. 한사람의 인간에게 일으키고 싶다고 해서 일어 날 만큼
값싼 것은 기적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것이 결국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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