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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MC] 검은 욕망 - 성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4화

5.



 입구에서 구두로 바뀌신구 밖에 나온다.
 클럽의 학생도 거의 활동을 끝내고 돌아가 버렸는지,
  정문까지의 길에 우리들 이외의 사람의 그림자는 안보인다.



「어때? 조금은 성련에 익숙해졌어?」
「아직 첫날이지만」
「그렇지만 여러가지 알았지?」
「응, 뭐……고마워.」


 고맙다고 말하는 내 소리에 수줍은 것처럼 웃는 하루.
  휙 스텝을 밟으면서 나의 앞에서 휙 뒤돌아 보았다.


「──성련에 온것을 환영해, 이쿠짱!」


 그리고는 나에게 환하게 웃어 보인다.


「……」


 나는 그옆을 재빨리 걸어 지나쳤다.


「조금 , 기다려 이쿠짱!」
「기다리지 않는다」


 ……조금 알 것 같았다.
 어째서 하루가 나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 오는 것인가.

 이녀석은 어릴 적 그대로 인 것이다.

 옛날 느끼고 있던 감정이 그대로 현재도 연결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 때를 잊지 않을 수 있다고,
  마음 속에 보물과 같이 언제까지나 그대로일 수 있다고
  순진하게도 그렇게 굳게 믿고 있는 인간이야.


 하지만 실제의 인간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나는 하루과 처음 만났을 무렵 무슨일이 있었는지 요만큼도 기억하지 못한다.
  싫은 기억들과 함께 과거의 일은 거의 다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뿐만 아니라 나는 타인으로부터 소중한 것을 빼앗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그렇게 텅 비고 야비한 인간이다.
  마법의 힘이 없으면 너와 대등하게 마주 서는 일도 할 수 없는 낮은 가치의 인간이야.

 전에 너를 보며 성련에의 환상이 깨졌다고 했던가.

 실수였다. 너는 훌륭하게 이 학원의 순수함을 계승하고 있어.

 하루의 얼굴을 마주볼 수가 없다.
 오늘 교실에서 그리고 지금부터 이 학원안에서. 그 순수를 유린하게 되는 것이 나야.
 이 내가, 너와 이 학원의 질서를 모두 무너 뜨려 버리게 될거야.


 그런데도, 너는 나를……믿고 있는 것인가.



「기다려, 이쿠짱!」
「기다리지 않는다」


 하루가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나는 고집을 부려 걸음을 재촉한다.

 



 

 


「──잠시 기다리세요」


 그 때, 돌연 옆에서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가지는 예리한 강제력에 나는 무심코 발을 멈추어 버린다.
 그 쪽을 보자 거기에는 긴……스커트의 옷자락에 닿을 것 같을 만큼 긴 흑발을 가진 여학생이
  똑바로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여학생은 나의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말을 계속한다.


「등하교시, 세이렌님에게 기원을 하고 통과하는 것이 여기서의 습관」
「세이렌님?」


 나는 뒤를 되돌아 본다. 거기에는, 아침 여기를 지날 때 본 천사상이 있었다.
 어느새인가 그 여학생은 나의 옆에 서 가볍게 눈을 감고 두손을 모은다.
  천사상에 기원을 바치는 소녀의 모습은 한 장의 그림처럼 보여 나는 무심코 정신없이 봐 버린다.


「자──」


 눈을 뜬 여학생이 나를 재촉했다.
  자연스럽게 손을 모아 그 여학생의 흉내를 내 눈을 감는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천사에 바치는 기원의 말등이 떠오르지 않는다.

 말해진 대로 기원을 하고 있으자 뛰어오는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눈을 떠 그 쪽을 보자 하루가 그사이 따라잡아 왔다.



「하아하아~, 심해 이쿠짱……」


 숨을 헐떡인 하루는 나의 얼굴을 올려보려고 그 직후 내 옆에 서있는 인물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얼굴이 붉어진다.


「앗, 시즈루님!」
「안녕히 가세요. 미나가와씨」
「 아, 안녕히 계세요」


 응? 시즈루「님」?
 데쳐서 빨개진 낙지와 같이 되어 몸가짐을 바로 하는 하루.
  여기가 세이렌상의 앞이라는 것을 깨닫자, 한층 더 당황해 손을 모은다.
  그런 모습에 여학생은 온화한 미소를 띄웠다.

 ……아.



 그 여학생은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나를 깨닫자 다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서두르고 있던 것 같아보여 당황해 얘기했습니다만, 조금 말투가 심했지요. 
  기분 나쁘게 여기셨습니까?」
「아니……그것보다」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여학생은 조금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인가요?」
「그……아침에 만났었죠.」
「음.. 미안해요, 어디서 만났던 가요?」
「화단에서, 꽃을 보았었어요」


 「아」라고 간신히 생각났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이 학원에 남자는 나 밖에 없을 것입니다만…….

 간신히 숨이 돌린 하루와 함께 교문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여학생은 御川紫鶴(유미카와 시즈루)라고 자칭했다. 3년겨울반의 학생이다.



「이쿠타는, 어떤 글자를 쓰는 것인가요?」
「有자에 좌부방변을 더한 이쿠입니다.」 (한자로 어떤 글자인지 설명중..)

「 「향기롭다」의 이쿠군요」
「남자로서는 드문 이름일지도 모르겠네요.」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어쩐지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왠지 하루가 너무 뻣뻣하게 긴장해 있는 것이었다.


「하루, 어째서 시즈루씨에게 그렇게 공손한 말로 하는거야?」
「에?」
「같은 3 학년이잖아? 마치 상급생을 상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그, 그러니까……」


 하루는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어 버렸다.
   뭐야, 무엇인가 본인의 앞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건가?
 하지만, 시즈루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미나가와씨. 어떻게든 알게되는 것이니까요」
「네……」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루는 나에 향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은 전……3 학년은 2번째입니다」
「에?」
「작년에는 출석일수가 부족해 유급 했습니다」


 유급? 그것은 즉, 일년 꿇었다는 말이잖아. 게다가 출석이 부족하다고,
  그러면 시즈루는 땡땡이의 상습범? 어쩐지 아침부터 꽃밭에 서있더라니.. 역시 그런거였군.
 이런식으로 내가 납득하고 있자 하루가 나를 쿡쿡 찔렀다.


「이쿠짱. 제멋대로 실례되는 상상하고 있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미리 말해두지만 시즈루님에게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사정?」


 그것도 물어도 좋은 것일까. 내가 고개를 시즈루 쪽으로 돌리자 역시 시즈루는 미소지은 채 그대로였다.


「병으로 입원하고 있었습니다, 반년정도..」


 반년이라……그 정도면 중병이었잖아.?.
 얼굴에 생각이 드러났던 것일까. 「네」라고 시즈루는 수긍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갖고 있던 지병이 악화되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금년 2월에 수술이 성공해서 다시 성련에 돌아올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정말로 기쁜듯이 웃는다.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시즈루에게는 무엇인가 모르지만 이상한 매력이 있다. 

  아침 화단에서 보았을 때도 다만 서 있었을 뿐인데 나는 시선을 땔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편 방금전과 같이 고집스레 앞으로 걸어가던
  나를 저절로 발을 멈추게 할정도의 카리스마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몇초후에는 이상하게 안심되는 미소로 상대방 마저도 웃음짓게 만들어 버린다.

 시즈루라고 하는 이 소녀는, 정말로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살그머니 옆을 보자 나의 시선을 눈치 채고 돌아본 시즈루는 나에게 다시한번 미소를 지어 주었다.
 마치 방금전의 세이렌상과 같은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 깨끗함만이 있는 미소라고 생각했다.

 



 교문까지 왔더니 시즈루에게 자동차가 마중나와 있었다.
  수술이 끝났다고는 해도 아마 아직 상태가 아주 좋은 것은 아니겠지.
 차에 탑승할 때 시즈루는 또 예의 귀에 익지 않는 인사를 한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얼른 하루를 따라서 똑같이 인사를 했다.
 차가 안보이게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루와 2명이서 육교가 있는 대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다곤 해도 그렇게 황공무지로소이다. 하는 태도를 할 필요는 없지 않아?」
「응?」
「시즈루씨에게. 너무 그런식으로 배려를 하면 저 편도 외롭다고 생각해」
「……으응, 그런가」
「그래. 게다가 하루는 언제나 두가지 모습을 보여 주니깐 표현을 바꾸려 할때 마다 실수해.
  그냥 나한테 하는 것처럼 언제나 방약무인한 모습으로 있는것이 좋지 않아?」
「에엣! 나 방약 무인하지 않아!」


 하루가 뺨을 부풀린다. 언제나 하루를 놀리는 것은 재미있다.
 그러나 직후에 하루는 갑자기 풀이 죽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런게 아니야.」
「뭐가?」
「시즈루님은 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동경? 일순간 나의 뇌리에 있을 수 없는 광경이 떠오른다.
  이건 설마, 여자학교에 존재한다고 하는 금단의 백합 월드?
 설마 하루가 그쪽 세계의 인간이라고는……조심조심 물어 보는 나.


「……하, 하루는……그 시즈루씨를……?」
「 나만이 아니야. 모두들 그랬어……시즈루님은 작년도의 세이렌·시스터이니까」
「……세이렌·시스터?」


 뭐야 그게. 시스터라면 수녀를 말하는 것인가?


「응, 세이렌·시스터라고 하는 것은 4월에 행해지는 신입생의 세례제를 관리하는 3 학년을 말해」


 하루의 설명에 의하면 성련에서는 매년 4월의 20일 전후에
  신입생을 환영하는 의미로 특별한 예배와 상급생에 의한 과자의 배포를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성련여학원에 전해지는 전통에 기초로 한 행사인것 같다.

 그리고 그때 예배의 시간에 성서를 읽으며
  신입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축복의 말을 거는 역의 3 학년이 세이렌·시스터다.
  그이후, 그 3 학년은 1년간 이 학원의 학생 전원의 건전한 성장을
  지켜보는 역을 맡아 바야흐로 모두의 「언니」역할을 맡게 된다.


「세이렌·시스터는 입후보 해서 될 수 있는 역이 아닌거야. 2 학년과 3 학년의 전원이 투표해
  7할 이상의 사람이 한사람의 3 학년을 적격이라 인정했을 때에만 될 수 있어」
「7할! 그건 말도 안돼!」

「응. 그러니까 투표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지 했을때는
  모든 표를 그사람에게 옮겨 준다는 특별 룰이 있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말이 안되는데……」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웬지 모르게 납득해 버린 부분이 있다.
 시즈루의 그 동년대로 보이지 않는 침착한 모습은
  단지 이 학원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가지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세이렌 시스터라는 위치에서 모든 학생들의 1년간을 돌봐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오늘 처음 본 나도 벌써 시즈루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는데.
  하루나 이 학원의 아가씨들이 시즈루를 동경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거기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잠깐만, 세이렌·시스터는 4월에 정해졌다는 거지?」
「응? 응.」
「그러면 금년은 누구야?」
「에……」
「세례제 했겠지? 누가 시스터였어? 우리 클래스의 클래스 메이트? 설마 하루가 한건 아니겠지?」


 농담으로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하루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에 깨달았다.
  아, 어? 나, 이상한 말을 했던가?


「왜그래, 하루?」
「……아무것도 아니야, 이쿠짱」


 하루는 다시 고개를 들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런 얼굴로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해봤자...


「……금년의 세례제에는 해당자가 없었으니까 생도회장의 아키 시마씨가 시스터역을 했어」
「해당자가 없어? 아무도 7할에 못 미쳤다는 거야?」
「으응……달라. 투표 자체가 행해지지 못했어」
「에, 어째서? 전통 행사잖아?」
「중지가 되었어. 그런 일이 있었고 누가 되었다고 해도 사퇴할거라고 거의 정해지고 있었으니」


 그런 일이라고 듣는순간 나는 깨닫는다. 4월 20일……?
 나의 가슴의 안쪽에 이미 사라져 버린 물건이 불안에 떠는 것처럼 느껴진다


「금년은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어. 누구나가 투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결과가 되다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야……


   ……나유미씨 이외 세이렌·시스터는 없다고, 모두 생각했었는데……」


 삐걱 하고 무언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
시즈루가 하는 인사는 고키겐요우 입니다.

사극 같은데서나 쓰이는 고풍스런 인사입니다.

 

그래서 이쿠타가 자꾸 시즈루의 인사에 당황하고

하루가 하는 인사를 따라 했다. 같은 묘사가 들어가는 겁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다음 챕터는 검은 욕망 - 욕망 확대 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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