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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구출대 시아 #52 변종 크로울러와의 전투

 


결국 시아는 가르덴하르크에 디에고와 로제타만 동행시키고 이동하게 되었다.
테스와 헤어지게 된 충격이 너무 커서 시아는 넋이 나간 모습으로 터덜 터덜 힘없이 걸어갔다.



"시아님..."



길을 가던 중, 로제타는 시아를 어려웠다.
차갑게 굳어버린 시아의 얼굴에선 이제 미소 따윈 찾아볼 수가 없었다.



"...."



시아는 처음 그녀가 혼자 다닐 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마음도 몸도 차갑게 식어서 얼음같았다.
테스와 지내며 조금 열려가던 마음이 다시 닫히고 만 것이다.



-사사삭!



그렇게 말없이 가도를 통해 가르덴하르크로 향하던 일행은 수풀을 지나던 도중, 뭔가 다가오는 소리에 긴장을 했다.



"!"



거대한 애벌레를 닮은 생물이 출현했다.



-스멀 스멀~



그건 크로울러라 불리는 곤충형 몬스터였다.
촉수가 있는 것으로 보아 변종으로 보이는 크로울러인 것 같았다.



[변종 크로울러]
보통 크로울러들은 "기어다니는 자"라 불리는 몬스터들로, 동굴이나 습지 등에서 서식하며 시체나 철제류를 부식시켜 갉아먹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신이 사라지고 난 뒤론 이상하게 놈들은 섬유를 부식시켜 먹는 변종들이 생겨서 여성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었다.
긴 촉수를 이용해서 덤벼드는데 워낙 느리고 공격력도 약해서 옷만 부식되는 것을 막으면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놈들의 등껍데기는 워낙에 단단한데다, 생명력도 질겨서 완전히 목숨을 끊는 것은 쉽지가 않다.



"흥, 변종 크로울러인가."



시아는 멍하니 공허하던 두 눈에 빛을 발하며 말했다.
갈 곳 없는 분노와 슬픔을 대신 풀 대상을 만났기에 그녀는 가차없이 검을 빼들어 덤벼들었다.
촉수들엔 끈적한 부식액이 붙어있어 섬유질의 옷감은 그대로 녹기 때문에 근거지 전투형에겐 최악의 상대였다.



"앗! 시아님~! 조심하세요!"



로제타는 그런 시아를 보며 경호성을 터뜨렸다.



"그곳엔 두 마리가 더 있어요!"



그녀는 수풀에 두 마리의 크로울러들이 더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곤 경고를 해주었다.



(칫!)



한번에 끝장을 보려던 시아는 로제타의 외침에 혀를 찼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서 다시 공격의 타이밍을 다시 재려고 하였다.



-휘리릭~!



그렇게 뒤로 물러나 견제를 하려던 그녀에게 변종 크로울러의 촉수가 날아들었다.
놈들의 앞 주둥이에 달린 촉수는 워낙에 길어 아직 먼거리에 있었음에도 시아의 근처까지 날아왔다.



-피싯! 피싯!



작은 물방울이 튀면서 시아의 하얀 겉옷에 튀었다.
촉수에 달라붙어있던 부식액이 날아드면서 튄 것이다.
시아는 황급히 그 액을 털어내려 했으나 액은 옷감에 스며들면서 녹아들어갔다.



-치지직~!



따끔한 느낌이 들면서 시아가 입은 옷이 살짝 녹아들어가고 말았다.
구멍이 송송 난 옷은 마치 불에 탄 듯 너덜해져 버렸다.



(큭, 또야? 왜 이런 숲 속에 크로울러들이 있는거지? 원래 놈들은 동굴 같은 곳에 있는 놈들이 아닌가?)



신이 사라진 뒤 인과율이 깨져서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음습한 곳에서만 서식하던 크로울러들이 해가 쨍쩅이는 외부로 기어나오다니 끔찍했다.
이미 가스통의 의뢰로 변종 크로울러들에게 험한 꼴을 당해본 적이 있는 시아로서는 또다시 알몸이 되는 수치를 당해야하는건지 화가 났다.



(놈들을 퇴치하려면 알몸으로 싸우던가, 아니면 알몸이 될 걸 각오하고 싸우는 수 밖엔 없어.)
 


공격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크로울러들은 그리 무서운 적들이 아니었다.
놈들의 촉수 공격도 섬유질을 다 빨아먹으면 두려울 것이 없었고, 알몸으로 다가가면 그냥 부드러운 애무나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진 않아.)



잔뜩 우울해진 기분에, 답답한 속을 풀려고 싸우는 것이라 시아는 정석대로 싸우기가 싫었다.
옷을 입은 상태로 단번에 놈들을 처리하고 싶었다.



"테스, 견제를 좀 해줘!"



그녀는 당한 분풀이를 하려고, 뒤에 있을 동료에게 견제를 부탁했으나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달아야 했다.



(아차...! 지금 테스가 없지...)



왜 그녀가 우울해 있었는지를 깨달은 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장거리에서 숏보우로 든든하게 견제를 해주던 테스의 존재가 이때처럼 아쉬울 수가 없었다.
시아의 주무기 화이트세이버는 숏소드형이라 최대한 근거리에 붙어야만 쓸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테스가 견제를 해주면 시아가 다가가 적들을 처리한 터라 수월하게 적들을 퇴치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견제를 해줄 사람이 아예 없었다.



(로제타도 나와 같은 근거리 전투형이고, 디에고는 비전투원이니 신경을 꺼야겠지.)



시아는 속으로 혀를 차고는 손에 든 화이트세이버의 검병에 힘을 불끈 쥐었다.



(결국 저번처럼 옷이 다 녹는 걸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건가?)


화가 났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안 풀리는 것 같아서 답답해서 짜증이 확 일었다.



-휘리릭!



다시금 날아드는 촉수를 피한 그녀는, 그걸 화이트세이버로 베고는 앞으로 전진을 했다.
엄청난 스피드로 검을 휘두르는 그녀의 빠르기에 마치 검으로 만든 막이라도 생긴 듯 했다.
그녀는 그 상태로 완벽하게 방어를 하며 변종 크로울러의 근처까지 다가가려고 하였다.



-휘릭! 피샷~!



그때 찌익 거리는 분출액과 함께 멀리에 있던 크로울러에게서 뭔가가 날아왔다.



"?!"



시아는 놀라서 그 공격을 화이트세이버로 막았으나, 그 액체가 부식액임을 깨닫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치이익~!



검면을 때리고 튄 부식액은 시아의 옷에 잔뜩 묻어 그녀의 옷을 단번에 녹여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촉수에 달라붙어있는 부식액은 촉수가 닿지 않는 한, 피해를 볼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덩어리가 진 부식액을 쏘아대다니 처음 겪는 일이었다.
변종 크로울러들은 그 객체수가 많아 동굴을 탐험할 때면 자주 만나는 몬스터였다.
베테랑 요마대원인 시아는 그동안 구출임무를 하며 수많은 변종 크로울러들을 만나보았지만 이번처럼 부식액을 쏘아대는 놈은 처음 겪어보았다.



-스멀 스멀~



뒤에서 천천히 기어나는 놈은 평범한 크로울러들과는 다르게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외형은 다른 변종 크로울러와 닮았지만 색이 달랐던 것이다.



(촉수도 약간 짧은가? 그런데 어떻게 액을 저렇게 멀리서 발사할 수 있는거지?)



시아의 의문은 곧 놈이 촉수로 주둥이에 깔때기처럼 만들어 발사관을 만들어내자 풀렸다.
놈은 저 상태로 부식액을 쏘아 멀리서 옷을 녹인 것이 분명했다.



-찌익! 찍!



덩이라가 진 부식액이 다시금 날아왔다.
시아는 그것을 피함과 동시에 지그재그로 움직여서 상대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기민하게 움직였다.



"하앗!"



이미 옷이 반쯤 녹아 재기능을 상실한 터라, 그녀는 옷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알몸이 될 각오를 한 채로 크로울러들에게 달라붙었다.
풍만한 유방을 반쯤 드러낸 채로 검을 휘두르는 시아의 모습은 매우 야했다.



-치이익~!



몸에 밀착된 촉수들이 그녀의 옷을 녹여가는데도 신경쓰지않고 화이트세이버를 휘두른 시아는 한마리의 크로울러를 무찌를 수 있었다.



"시아님!"



로제타가 그런 때 방패를 들고서 다가왔다.
그녀도 한 마리의 크로울러를 맞아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는데, 방패로 방어를 했음에도 소녀의 가죽옷은 거의 다 녹아 시아보다 더 부끄러운 꼴을 하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걱정스러운 듯 물어보는 로제타를 바라본 시아는, 소녀의 모습이 더 가관이라 쓴 웃음이 절로 들었다.
자신은 완전 알몸이나 다름없는 꼴이면서 걱정을 해주다니 바보같았다.



"그래..."



시아는 자신의 크로울러의 숨을 완전히 끊어버리자, 로제타를 도와 다른 한마리도 완전히 죽여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저 놈 뿐인가?)



처음보는 붉은 색 크로울러는 주둥이를 땅에 닿은 채, 전장에 녹아있는 옷감의 액을 빨아먹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동굴에서 나와 기어다니는 것도 신기한데, 부식액을 날리기까지 하다니 정말 신기한 놈이군.)



시아는 놈의 시체를 일부분이라도 해체시켜 가야 겠다고 생각하고는, 놈에게 달려들었다.



-스르륵



위협을 느낀 놈이 주둥이를 들고는 경계를 하려 했으나, 이미 놈의 습성을 파악한 시아는 녀석이 주둥이에서 부식액을 발사하기 전에 달려들어 놈의 몸통에 화이트 세이버를 쑤셔박아넣었다.



"~~~!!!"



고통에 겨워하는 크로울러는 몸부림을 쳤으나, 뒤늦게 합세한 로제타와의 합공을 이기진 못하고 절명을 하고 말았다.



"하아, 하아~!!"



로제타는 가뿐 숨을 내쉬면서 승리의 땀방울을 훔쳐냈다.
크로울러의 생명력은 장난이 아니게 질겼기 때문에 수백차례나 검을 내려쳐야 했던 그녀는 반쯤 지쳐있었다.



"...."



시아는 그런 로제타를 아무 말없이 바라보다가, 죽어버린 붉은 변종 크로울러를 보며 허탈한 감탄을 했다.
녀석은 화이트세이버로도 한번에 죽이기 힘들 정도로 질긴 놈이었다.



(만약 이런 놈들이 앞으로 많이 밖으로 기어나온다면 힘들어지겠어.)



시아는 거의 다 녹아 기능을 상실한 옷을 벗어버리곤, 짐에서 새옷을 꺼내며 생각했다.


그녀의 나쁜 예감처럼, 그 후 변종 크로울러들은 쉽사리 평야에서도 목격이 되었다.
오히려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몬스터가 되어버려서 초보자들의 연습상대가 되기도 하였다.
엄청난 내구력에 공격력이 전무한 놈들이라 초보자들의 검 연습상대로는 최고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퇴치를 하면 촉수에서 부식액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 부식액은 가르덴하르크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던 물건이었다. 물론 연금술의 재료로서 말이다. 하지만 간혹 부식액은 변태적인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유흥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몸에는 전혀 해가 없으면서도 옷만 녹일 수 있는 효과가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었다.
붉은 색의 변종 크로울러는 특히나 부식액을 많이 머금고 있어서 초보자들에겐 좋은 돈벌이가 되어주었다. 물론 옷을 희생하거나 알몸으로 덤벼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처음보는 붉은 크로울러를 무찌른 시아 일행은, 붉은 크로울러의 사체 일부분을 베어내서 보관한 뒤, 가르덴하르크로 향했다.
그후로도 몇번이나 길에서 변종 크로울러들을 만났지만 전부 회피를 한 시아일행은 안전하게 연금술사들의 도시국가인 가르덴하르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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