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구출대 시아 #51 완전히 깨진 관계
글린다의 꾀임에 빠져 몸을 유린당한 다음 날, 시아는 테스를 찾았다.
둘 사이는 그 이후로 사이가 급속도로 서먹해져 버렸다.
식사시간조차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스톱, 이 방은 들어갈 수 없어."
로렌은 테스를 만나러 찾아온 시아를 방 밖에서 제지하며 말했다.
그녀는 테스의 방 문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 시아를 비롯해 그 누구도 테스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시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비켜, 로렌. 난 테스에게 할 말이 있어."
"미안하지만 시아, 테스는 널 만나고 싶어하지 않아."
"..."
"설마 네가 테스를 먼저 배신할 줄이야....테스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데...정말 실망이야."
"..."
충실한 집지키는 번견처럼 로렌은 시아가 방으로 들어가려는 걸 차단했다.
그것이 테스를 위한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로렌을 보자 시아는 자신이 얼마나 입장이 난처해졌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흥! 나라면 절대 테스를 배신하지 않았을거야. 그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말야."
"..."
로렌의 혼잣말에 시아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 단호한 로렌의 태도가 너무 차가워서, 시아는 심장에 얼음으로 만든 칼이 박히는 듯 했다.
너무나 차갑고 아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부탁이야. 로렌...제발 테스를 만나게 해줘.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구."
시아는 그녀답지 않은 약하고 간절한 표정으로 로렌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자신의 약점을 비롯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실에 대해 변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로렌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안돼. 지금 널 만나면 테스는 더욱 슬퍼할 게 분명해. 그리고 테스는 혼자만 있게 해달라고 했어."
로렌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오직 테스만을 바라보는 충실한 신하 겸 노예인 로렌은 테스만이 이 세상의 전부였다.
그녀는 테스를 여동생처럼, 가족처럼, 그리고 자신의 지아비처럼 사랑했다.
그렇기에 한번 테스를 배반한 시아를 믿을 수가 없었다.
이 한번이 다음의 두번이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
시아는 안타까운 듯, 입술을 잘근 씹고는 테스의 방을 바라보았다.
테스가 혹시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말이다.
하지만 테스는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후우..."
결국 그녀는 몇시간을 더 실랑이를 벌이다가 뒤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xxx
그 후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시아와 테스의 관계는 더욱 악화가 될 뿐 호전될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테스는 시아를 철저하게 회피했으며, 그런 테스를 로렌은 언니처럼 그리고 충견처럼 자상하고 충실하게 보호해주었다.
"..."
"....."
일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아와 테스의 관계가 흔들리자 당연히 분위기가 싸해질 수 밖에 없었다.
로제타를 비롯한 연금술사 디에고는 그런 일행의 눈치를 보며 부담스러워 했다.
차가운 식사시간이었다.
일행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조용히 식사에 집중을 했다.
"시아님...이제 브린힐트에서의 일이 다 끝마쳤으니 이만 가르덴하르크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그럴 때 디에고가 어렵사리 입을 열어 시아에게 건의를 하였다.
연금술사 디에고는 마오 장군에게 붙들려 강제로 수상한 연구를 해오다가, 시아에게 구출받은 연금술사였다.
그는 연금술사들의 도시인 가르덴하르크로 다시 되돌려주는 조건으로 시아의 동료가 되었으며 젖소농장에서 카우맨들을 학살하는데 큰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
시아는 그런 디에고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대로 테스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시큰
하지만 테스의 오해와 무시는 가슴이 아팠지만, 현재로선 다른 방안이 없었다.
(역시 시간이 해결을 해줄 때까지 기다려봐야 하나...)
시아는 이대로 같이 있는 것보다는 잠시 떨어져 지내는 편이 나을 것 같단 생각을 하였다.
오히려 같이 있을수록 오해가 깊어진다면 차라리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는 것이 좋았다.
서로 간의 마음이 진정되어 이성을 되찾을 때까지 말이다.
그래서 디에고의 제의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알았어. 그럼 이만 떠날 준비를 하지. 나와 함께 갈 사람은 미리 물품을 준비해두도록 해. 난 멜리사 장군님과 글린다님께 이 일을 알리도록 하겠어."
"네."
시아는 그런 일행의 모습을 보고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이대로 그만 떠나신다고요?"
시아를 만나 그녀의 말을 전해들은 멜리사 장군은 살짝 놀란 눈으로 물어보았다.
"네, 장군님. 더이상 있어봐야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다 저는 군인이 아닌 용병입니다. 요마들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는 여성들을 구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요마구출대원이죠. 이제 그만 제 본연의 일에 돌아가고 싶어요."
"으음..."
그런 시아의 말에 멜리사 장군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아의 실력을 지켜본 그녀로서는 내심 시아가 남아있어주길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호해 보이는 시아의 태도를 본 멜리사 장군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엔 없었다.
"알았습니다, 시아님. 정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지요. 대신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주세요. 이번 전쟁에서 큰 도움을 준 당신의 부탁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들어드릴테니까요."
멜리사 장군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증표임을 상징하는 보석단검을 시아에게 건네주었다.
"시아님의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우선시할테니 잊지 말아주세요."
시아는 그런 멜리사 장군의 말에 감사를 표하며 그 자리를 나왔다.
그후 글린다를 만난 시아는 글린다가 능글맞은 태도를 일관하고 있어서 살짝 화났다.
"흐응, 이만 떠나겠다고?"
모든 일의 원흉인 글린다는 전혀 죄책감 없는 태도로, 자신의 부관 로이를 발가벗겨서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과도 하지 않았고, 이만 떠난다는 시아에게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왠지 그런 모습이 화가 나서 시아는 이를 꽉 꺠물었다.
"어차피 다시 되돌아올 생각이지? 테스는 여기 있을테니."
"!"
시아는 글린다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런 걸 알았는지 모르지만 글린다는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뻔하지. 그런 일은 시간이 해결해줄테니까."
후훗 하고 미소 지은 글린다는 키스로 완전히 헤롱거리는 부관의 몸 안에 자신의 페니스를 쑤셔 박으며 말을 이었다.
"그건 잘 생각한거야. 가끔씩 너무 붙어있어서 서먹해지는 관계도 있는 법이니."
글린다는 그러면서 외로워지면 언제든 찾아오라면서 유혹을 했다.
"나로선 이대로 너희 둘이 꺠졌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시아 네가 무척 슬퍼할테니 안되겠지. 가끔 몸이 너무 뜨거워서 진정이 안되면 날 찾아와. 난 섹스 프렌드라도 상관없으니까. 키킥."
"윽....!"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거라며 시아는 화를 내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글린다의 눈빛이 거슬려서 마음이 불안해졌다.
마치 "넌 어차피 언젠가 나에게 오게 되어있어"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너무나 불안하고 불쾌해서 시아는 뛰듯이 자신의 숙소로 돌아오고 말았다.
xxxx
가드덴하르크로 떠나게 되는 날,
시아는 준비가 끝난 일행을 숙소 앞에 대기시켰다.
그녀와 함꼐 길을 나설 일행은 디에고와 로제타가 전부였다.
로렌과 테스는 끝내 브린힐트에 남기로 하였다.
-똑똑!
시아는 마지막으로 길을 나서기 전에, 테스를 찾았다.
테스의 방 앞에서 잠시간 머뭇거린 그녀는 이만 떠날거라 말했지만 굳게 닫힌 방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만 가볼께....테스....돌아오게 되면 우리... 대화를 좀 하도록 해....난 너와의 오해를 꼭 풀고 싶어..."
"...."
방 안에서 대답은 돌아오질 않았다.
시아는 그것이 아쉬웠지만 더이상 있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뒤로 돌아서려 하였다.
-딸깍!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나왔다.
그건 바로 테스였다.
"테스..!"
시아는 문소리에 뒤를 돌아보다 테스를 발견하자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
테스는 무척이나 헬쑥해져 있었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으니 그건 당연했다.
"보고 싶었어. 정말 보고 싶었어. 테스."
-탁!
시아는 비틀거리는 테스를 부축해주려 했으나, 테스는 그걸 단호하게 쳐내며 거절하였다.
그녀는 뭔가 결심을 한 듯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시아님...우리 그만 헤어지도록 해요...그 말을 하려 나왔어요."
"...!"
"더이상 전 당신을 믿을 수가 없겠어요. 아니, 시아님은 제게 너무 부담스러워요. 전 당신을 감당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평생 마음을 졸일 바에는 그냥 헤어지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
시간을 두고 오해를 풀어갈 생각이던 시아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선언이었다.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굿굿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제가 본 것이 오해라고 해도, 시아님을 노리는 이들은 꾸준히 생길 거에요. 전 너무 어리고 약해서 그런 당신을 지킬 힘이 없어요..."
테스는 끝까지 굳은 표정을 일관하려 했지만 끝내 방울져서 흘러내린 눈물을 참지는 못했다.
"미안해요...시아님...당신을 사랑하지만....저는 당신이 부담스러워요...감당할 수 없어요..."
아직 어린아이이기 때문일까.
억지로 애인으로 만들 때는 언제고, 이제는 부담스러워서 헤어지겠다니 너무나 자기 마음대로였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는 시아로서는 그런 테스의 말에 뭐라 답변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 안녕..."
테스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문을 걸어잡그고는 방 안으로 도망쳤다.
"...."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시아는 멍하니 슬픔에 빠진 얼굴로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 간 유지하던 테스와 로렌의 애인관계는 파탄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