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구출대 시아 #36 서쪽 요새로의 질주
-따그닥 따그닥!
힘찬 말발굽 소리와 함께 시아는 평야를 질주하고 있었다.
세이버 왕가 출신인 그녀는 승마술이 대단히 뛰어났다.
검술보다 더 뛰어나다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야말로 인마일체!
말과 한몸이 된 것처럼 밀착된 그녀는 빠른 속도로 서쪽 요새 "웨스트 가드"로 향했다.
대대로 세이버 왕가는 기마술을 이용한 검술에 능숙했다.
그래서인지 말이란 짐승과 대단히 친했고 말이다.
괜히 왕가의 표식이 유니콘과 검이 교차된 모습이 아니었다.
그만큼 왕가의 사람들이 말과 친했기 때문이다.
(내가 유니콘인 유니페르를 친숙하게 느낀 것도 그래서인지도 몰라.)
시아는 백마인 피에르를 몰면서 생각했다.
그녀는 마오 장군의 애마라는 피에르와도 쉽게 친해줄 수 있었는데, 그것이 순전히 말과 친한 왕가의 피 때문인지도 몰랐다.
피에르는 비밀 마굿간에서 데려온 명마.
세이버 왕가 멸망의 날, 생사를 알 수 없이 헤어진 남동생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백마를 몰면서 시아는 기분 좋은 바람을 즐겼다.
피에르는 시아의 말을 매우 잘 따랐다. 그녀의 남동생이 그랬듯이 말이다.
"하! 하아!"
평야를 달리는 상쾌함과 맹렬한 질주감은 시아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충만감을 느끼며 시아는 피에르와 평야를 질주했다.
"푸릉, 푸릉!"
거친 숨을 내쉬는 피에르의 숨결이 전해져왔다.
들쑥날쑥하며 맥동하는 말의 맥박이 몸을 타고 전해져 왔다.
말과 일체된 느낌이었기에 시아는 피에르와 한몸이 된 것 같은 짜릿함을 맛봤다.
마치 성행위를 할 때처럼 야릇하고 즐거운 기분이었다.
(아아...기분좋아...)
오랫동안 남자의 몸을 느껴보진 못했던 시아는 피에르의 육체에서 피어오르는 땀냄새에 기분이 묘해졌다.
살짝 흥분을 한 상태랄까. 심장이 터질듯이 격렬하게 뛰면 느낄 수 있는 고조감과 닮았다.
그것은 피에르도 마찬가지인 듯 시아를 태우고 미친듯이 평야를 내달리는 것이 즐거운 듯 보였다.
그동안 마굿간에서만 지내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마음껏 푸는 듯 그는 천리마처럼 달렸다.
(조금만 더 힘을 내줘. 피에르.)
시아는 말에게 전해질 무게감을 최소화해주며 피에르를 격려해주었다.
"이히히힝~!"
-두두두두~!!!
명마 피에르와 기수 시아는 그렇게 무서운 속도로 서쪽을 향해 질주했다.
xxx
(이제 조금 쉬어야 되겠네...)
너무 말을 혹사하면 안되었다.
하루 정도는 더 길을 가야 했기에 시아는 이틀을 밤낮으로 질주하고나자, 근처에 있던 호숫가로 다가가 쉬기로 하였다.
정신없이 말을 달리느라 목이 매우 말랐기에 그녀는 호숫가로 가자 피에르에게 물을 마시도록 배려해준 뒤, 자신도 호수에 입을 내고 꿀꺽 꿀꺽 마셔댔다.
시원한 청량감과 활력이 몸에 흘러들어왔다.
(하아~! 갈증과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야.)
시아는 갈증을 다 풀고나자 땀으로 젖은 몸이 너무 끈적여서 조금만 몸을 씻기로 하였다.
밤낮으로 달리느라 너무 더워서 몸을 식혀줄 필요가 있었다.
그건 피에르도 마찬가지일 터.
적당한 휴식 뒤 다시 말을 달리기로 한 시아는 몸에 걸친 옷을 다 벗고는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만일의 사태를 위해 애검 "화이트 세이버"는 가지고서 말이다.
"으으음~, 시원해~!"
피에르와 함께 호수 안으로 들어가자 시원한 차가움이 그녀를 반겼다.
"히히힝~! 푸르르릉!"
피에르 역시 호수의 차가움이 기분 좋은 듯 즐겁게 푸르릉거렸다.
"후후."
시아 역시 간만의 즐거움에 화사한 미소를 띄며 그 차가움에 몸을 맡겼다.
신이 사라진 이후, 인과율이 꼬여버린 세상은 너무나 더웠다.
태양은 미쳐버린 듯 내리쬐어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흘렀다.
-첨벙
시아는 호수에 손을 집어넣어 하늘색을 띈 물을 떠서 자신의 가슴에 흘려보냈다.
-주르륵~!
호수물이 풍만한 가슴골을 타고 그녀를 희롱했다.
시아는 그 간지러움을 즐기며 호수물에 몸을 씻었다.
처음에는 근처에 있을 몬스터들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않은 그녀였지만, 목욕이 거의 끝나가자 그런 마음도 서서히 옅어졌다.
"~♩"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곁에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
목욕을 끝내고 물가로 나와 몸을 닦느라 경계심이 느슨해진 탓도 있었다.
-스르릅~!
아무리 뛰어난 전사인 그녀라도 모든 위험을 알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것이 물과 똑같이 투명하게 생긴 젤리형의 몬스터라면 말이다.
해파리처럼 생긴 그 부정형의 괴물은 물 안에서 마치 흐르는 것처럼, 방심을 하고있는 시아의 곁으로 다가왔다.
"?!"
시아가 뒤늦게 위험을 감지했을 때는 그땐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태였다.
수십개의 촉수를 가진 해파리형 몬스터 젤쿠스는 그녀의 바로 근처까지 다가오자 주저없이 촉수를 뻗어왔기 때문이다.
"아앗!"
-파라락~!
정신없이 날아드는 촉수들을 보며 시아는 아차 하는 심정이 들어왔다.
잠깐의 방심이 위기를 자처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
젤쿠스의 촉수들이 무섭게 그녀에게 쇄도해왔다.
시아는 이를 악물고는 그 촉수들에 잡히지 않으려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