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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D&D3.5]공황(恐皇) 2부 12편

12. 일타 쌍피


교묘한 방법으로 쾌감을 지배해버린 슈발츠에게, 칼라드네이는 복종했다. 그녀는 슈발츠의 노예이자 두르나의 후배 노예로, 그리고 육인형 마렌(칼라드네이는 처음엔 그녀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을 돌보는 담당으로 임명되었다. 한때 오우거와 정면으로 맞설 정도의 기개와 솜씨가 있었던 여마법사는, 복종한 후에는 처음 얼마 동안 슈발츠가 가까이 가기만 해도 벌벌 떨며 오줌을 지릴 정도로 비굴하게 변모한 모습을 보였다. 선배인 두르나를 통해 슈발츠의 슈발츠의 성기에 봉사하면 쾌감을 얻고 편안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운 후에도, 실제로 자진해서 그에게 봉사할 마음을 먹는 것도 한참 걸렸다.


다만 복종만은 철저했다. 옷을 벗으라면 벗고, 그상태로 춤을 추라면 추었다.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변경의 무지한 바바리안이 폭풍이나 벼락의 신을 모시듯이 우러러 보는 것과 같았다. 같은 노예지만 가끔 슈발츠의 말상대를 하거나 애교를 떠는 두르나조차 그녀에겐 대단한 존재로 비쳤는지, 선배를 잘 모시라는 말에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기세였다.


" 정말 좋은 후배에요. "


두르나의 평가였다.


한편, 드디어 굴복한 알루시아를 당장 침대 위로 데려가려던 스키헤드 남작은 뜻밖의 방해를 받았다. 바로 그가 반역을 같이하기 위해 연판장을 돌렸던 다른 귀족들 몆몆이 사병을 거느린 채 그의 성을 방문했던 것이었다. 알루시아를 침대 위에서 눌러주는 것은 천천히 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남작은 일단 다른 귀족을 맞아 역적모의를 하기로 했다.


" 섭정과 궁정 마법사가 동시에 실종된 이때야 말로 우리의 입지를 공고히 할 좋은 기회요. "


이미 [섭정]을자기 손아귀에 넣고 있었지만 짐짓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체 하면서, 남작은 모여 있던 다른 영주들을 설득했다. 물론 왕실의 외척이며 인근에서 가장 무유한 영지의 주인이란 점도 크게 어필해서 그가 지도자로 추대되었다. 이어 이어진 작전회의에서는 일단 모인 병력만으로 마셈버로 진군해 국가의 [안위]를 돌보기로 합의했다. 이런 일은 속도가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병사들에겐 마셈버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 그럼 코르미르의 영광과 안녕을 위하여! "


최고 권력자가 될 꿈에 취한 스키헤드 남작은 잠시 알루시아의 존재를 잊고 모인 영주들을 위해 건배했다. 거창한 환영 연회가 베풀어졌고, 병사들에게도 술과 고기가 배급되었다. 마셈버엔 여전히 퍼플 드래곤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 모두는 벌써부터 정권을 찬탈하고 코르미르의 풍요로움을 마음껏 누릴 꿈에 부풀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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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타이밍 한번 죽여 주는군. "


눈아래 성벽 앞에 늘어선 천막들과 불빛들, 병사들의 노래와 춤으로 흥청망청거리는 광경을 본 슈발츠의 감상은 길지 않았다. 그는 스키헤드 남작이 연회를 벌이던 바로 그날 저녁, 남작의 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는데,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물론 [퍼플 드래곤]의 의뢰 때문이었다.


" 아... 주인님, 군대가 엄청 많아 보이는데요. "


" 그래서, 겁나는 거냐? "


" 아니오. 주인님옆에 있으면 전혀 두렵지 않아요오오~ "


두르나는 자신의 전매품인 엘프식 억양으로(이를 위해 바드들의 발라드를 외운 것이기도 했다) 애교를 떨며 슈발츠 옆에 찰싹 붙었다.


슈발츠가 언덕을 내려가 진영에 숨어드는 동안, 두르나는 두르나 대로 그의 제 1호 노예에 걸맞는 활약을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마차를 숨기고, 젠타림 아지트에서 들고 나온 물건 중에 독과 인화성이 강한 기름이 든 상자를 꺼내었다. 그녀는 칼라드네이의 도움을 받아 가며 반란의 군대가 성을 나와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의 땅 속에 그것들을 상자째 묻었는데, 도화선 대신 인화성이 강한 기름병의 끄트머리가 땅위로 살짝 드러나게 묻은 덕에 그냥 밟고 지나가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칼라드네이의 마법의 불화살에 맞아 기름이 인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폭발과 함게 독이 불꽃과 뒤섞여 사방으로 흩날릴 것이고 아마도 지옥같은 광경이 연출될 것이리라.


" 쿄쿄쿄, 이건 주인님에게 배운거지만... 여기서... 이렇게. "


숨을 장소를 정하고 그 뒤편에 간단한 부비트랩(알람)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슈발츠에게서 배운 매듭법을 칼라드네이에게 가르쳐 주던 두르나는 수줍게(?) 웃었다. 비록 칼라드네이에 비하면 반토막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체구였지만, 바로 그렇기에 언니 역할을 하는 것에 또 우월감을 느낄수가 있는 것이다. 뭐 나이는 두번째 문제였고... 아무래도 성숙한 인간 성인인 칼라드네이에 비해 드로우로 치면 겨우 소녀티를 벗은 두르나는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일이 많았다.


" 그런데 저기... 언니, 주인님은 위험하시지 않을까요?... "


언니라고 불리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두르나는 고개를 저었다.


" 우린 그런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주인님을 믿고 기다리면 돼. 그뿐이야. 그분은 언제나 돌아오신다구. "


그래도 안절부절 하는 칼라드네이의 어께를 호기롭게 치면서, 두르나는 다시 웃었다.


" 걱정말라구. 저 아이 타이런트도 주인님 손에 걸리면 한방이야. 인간 따위 몆이 모이던 주인님의 상대는 못돼. "


하지만 물론 제일 걱정하는 것은 두르나였다. 언니다운 배포를 보여 주라는 말을 듣고 억지로 대범함을 가장하고 있을 뿐, 속으로는 조바심을 내는 것은 칼라드네이보다 더했다. 하지만 겉으로 불안함을 내 보이면 [동생]인 칼라드네이에게 면목을 잃을 뿐 아니라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그녀는 거듭 참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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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잠입한 슈발츠는 우선적으로 지하실을 찾았다. [모름지기 음모는 그에 어울리는 음습한 지하에서부터 피어나기 마련]이라는 퍼플 드래곤의 조언에 의한 행동이었다.


지하실의 입구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여기가 바로 악의 성의 지하요]라고 간판으로 쓴 것 마냥 경비들이 지키고 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림자 속에서 숨어서 접근하면서 슈발츠가 기습할 눈치를 보는 동안, 그는 그 경비가 정상이 아니란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술에 곤드레가 되어 있던 외곽의 다른 병사들과는 달리 멀쩡하게 서 있었을 뿐 아니라, 감정이 없는 인형 같은 표정이었다.


파팟!...


경비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림자에서 뛰쳐 나온 슈발츠의 양손에서 홀연히 나타난 검이 그들의 목 언저리를 훝고 지나갔다. 두명의 경비는 비명조차 못 지르고 피분수를 내뿜으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 음...의외로 허술한데. "


지하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슈발츠는 낮익은 냄새를 맡았다. 이제 경험이 쌓인 그는 일단 숨을 멈추고 이 냄새를 어디에서 맡았던 것인지 기억해내려 애썼다. 그리고 하나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은 불길함이었다. 겁을 주고 환상을 보여 주는 마법의 향이 지하 통로 가득 채워져 잇었던 것이었다. 비로소 슈발츠는 쥐처럼 생긴 하나의 면상을 떠올렸다.


슈발츠에겐 다행하게도, 용들은 공중을 비행하고 물 속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설계된 생물이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폐활량을 자랑한다. 용의 피에 의해 신체가 변화한 그도 일상적인 동박만을 할 경우 한 10분 정도면 숨을 쉬지 않고도 문제가 없었다. 슈발츠는 숨을 참고 지하로 통하는 통로를 내려갔다.


" 히히히히... 조금만 더 있으면 완성되겠군. "


지하 통로 밖으로 천박한 웃음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며 슈발츠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록데일의 그 쥐머리가 여기 있는 것이다. 그제서 슈발츠는 감정이 없던 인형 같은 병사들의 얼굴을 더올렸고, 지하에서 읽었던 일지의 내용을 떠올렸다. 아마도 슈발츠에 의해 연구가 상당히 퇴보했을 것이지만, 다시 이곳 영주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재개한 모양이었다.


피가 끓었다.


슈발츠는 이번엔 연구를 망치는 정도가 아니라 모가지를 끊어 줄 생각으로, 지하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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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마법사들의 안전에 대한 편집증은 유명하다. 그덕에 강력한 보호마법도 발명되었고 소환마법도 생긴 것이지만. 슈발츠를 위협하려다 그의 짜증과 분노를 산 이 쥐얼굴 마법사 역시도 안전에 대한 편집증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였다. 힘이 미치지 않아도 도망쳐서 살아남으면 다시 복수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쥐얼굴의 평생은 이런 식이었다. 그것은 또한 그가 신앙하는 신격인 시어릭의 삶의 방식과도 닮아있었다. 유유상종의 전형적인 케이스랄까.


콰지직!...


슈발츠의 발길질에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마법사의 몸 주변으로 그와 똑같은 환영이 생겨났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슈발츠는 그를 바라보는 여러개의 쥐 얼굴을 보고 그가 마법을 발동한 것을 알았다. 지체없이 달려든 슈발츠의 칼날이 첫 쥐얼굴을 쓸고 지나갔다.


휘익!...


스르릉...


환영이 사라지는것과 동시에 마법사가 슈발츠를 향해 주문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거미를 부르는 주문이었다. 그것을 멈추기 위해 슈발츠가 다시 칼을 휘둘러 다음 쥐얼굴을 내려쳤지만, 이번에도 환영이었다.


" 흥, 이번엔 좀 다를 것이다! "


샤아아아아!...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것은 금속으로 만들어 진 듯한 거미였다. 칼날과 같은 팔다리를 가진 그것을 슈발츠는 본적이 있었다. 거미 중에선 가장 강하다는 소드 스파이더였다.


카가강!... 드드득!...


슈발츠가 휘두르는 칼을 팔로 받아낸 그 괴랄한 거미는, 슈발츠를 향해서 달려드는 대신 입으로부터 끈적한 거미줄을 뿜어냈다. 그것은 슈발츠의 팔다리를 휘감으며 움직임을 막으려 했지만, 슈발츠는 힘으로 거미줄을 억지로 뜯어버렸다. 하지만 그 때문에 지체한 시간 동안, 마법사는 다시 주문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촤라락!... 티팅!...


이번엔 벽에 장식되어 있던 할버드를 든 갑옷들(2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기사처럼 할버드를 들고 슈발츠의 좌우를 찔러 왔다.


" 이런 조잡한 장난 따위!... "


터엉!


터엉!


갑옷이 휘두른 할버드를 칼로 쳐서 떨쳐낼 동안, 거미줄을 통해 천정에 달라붙은 소드 스파이더가 다시 슈발츠를 향해 거미줄을 뿜어 왔다. 성가신 상대였다. 두번째 거미줄마저 뜯어낸 슈발츠 앞에 이번엔 발가벗은 나체로 검을 들고 달려들어오는 알루시아가 보였다.


" 어쭈구리... "


카가가강...


알루시아의 검술 솜씨는 매서웠다. 할버드를 든 갑옷과 거미도 공세에 가세해 왔다. 하마터면 그녀가 휘두르는 장검에 얼굴을 맞을 뻔 한 슈발츠는 한쪽 손의 무기를 장갑으로 회수하고 날루시아가 휘두르는 장검을 손으로 잡았다.


만약 알루시아가 자기의 검(+3 보팔 장검)을 사용했다면 슈발츠는 손을 베였을 것이엇지만, 다행히 그녀가 들고있는 검은 마법이 걸려있지 않은 보통 검이었다. 그 덕에 슈발츠의 손아귀에 잡힌 알루시아의 검은 두동강이 났고, 그 기세 그대로 알루시아의 품에 파고 든 슈발츠는 약간 손에 사정을 보아 가며 그녀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 커헉!... "


내장이 뒤틀리는 충격을 받고 고꾸라지는 알리시아. 그녀를 지나치면서 다시 장갑에서 검을 뽑아 든 슈발츠는 자신을 향해 다시 거미줄을 토해 내려는 소드 스파이더의 입에 엥거바딜의 검날을 꽂아넣었다.


키에에에에!!!...


와지직!...


불꽂과 검은 체액을 사방으로 흩날리면서 소드 스파이더가 쓰러지고, 뒤늦게 슈발츠의 뒤에서 할버드를 내리쳐 오던 두 갑옷의 공세는 다시 한번 되튕겨졌다. 그냥 되튕겨 진 것이 아니라 할버드의 날을 쳐서 자르며 날려버린 것이었다. 힘 뿐 아니라 기교까지 무시무시한 검술솜씨였다. 막 슈발츠를 마지막으로 곤경에 빠트릴 기대로 주문을 완성한 쥐얼굴은 그 광경을 보고 사색이 되었다. 그와 슈발츠 사이를 막아서 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화르륵...


검은 태양이 허공에 떠오르고, 그 안에서 해골 얼굴이 떠올라 슈발츠를 향해 히쭉 웃었다. 공포에 빠진 자들에겐 심장을 멈춰버리는 효과가 있을 지 모르지만 슈발츠에겐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는 조잡한 환상이었다. 그것을 마주보며 웃어준 후, 그는 사정없이 검을 휘둘러 다음 쥐얼굴의 목을 후려쳤다.


스르릉...


이번에도 환상이었다. 하지만 남은 쥐 얼굴은 하나 뿐. 슈발츠는 도망가려는 쥐 얼굴을 향해 왼손의 칼을 집어던졌다.


" 으아악!... "


쥐 얼굴의 한쪽 팔이 어께부터 끊어져 허공을 날았다. 원래 몸통을 노렷는데 빗나간 것이라 슈발츠는 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저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마법사는 집중을 해야 주문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마지막 일격을 먹여 줄 생각으로, 슈발츠는 자신만만하게 쥐 얼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


드르르르르...


약간 여유를 둔 것이 문제였다. 벽난로까지 필사적으로 도망 친 쥐얼굴은 비밀문을 가동시켰던 것이었다. 눈앞에서 벽이 회전하며 쥐얼굴의 몸을 숨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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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헉... 괴물 같은 놈... "


성 외곽으로 통하는 비밀통로의 문에 기대어 앉은 쥐 얼굴은 두려움과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간신히 슈발츠의 공세를 피해냈다고 생각한 쥐 얼굴은 벽에 기대어 어께의 상처를 지혈하려 했다. 시어릭의 성직자이기도 한 그는 치료마법도 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지혈을 마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벽에서 강렬한 충격이 전해져 왓다.


쿠웅!...


공성 망치로 두들기는 것 같은 충격이 벽 너머에서 전해지며, 지하통로 전체가 진동했다. 슈발츠가 비밀통로의 문을 열지 못하자 주먹으로 벽을 두드린 것이다.


" 허억! 뭐 뭐야, 벽 두께만도 2피트(60cm)는 되는데... 설마? "


쿠웅!...


그 설마였다. 비밀통로를 여는 방법을 찾는 대신 힘으로 길을 뚫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슈발츠의 두번째 일격은 지하실 벽의 겉을 감싼 벽돌들을 가루로 만들어 떨어뜨렸고,  내벽의 바위를 드러내었다. 바위를 잘라 만든 내벽은 성의 토대이기도 했기 때문에 강도도 강도였지만 두껍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슈발츠는 멈추지 않았다.


쿠웅!...


세번째 일격이 명중하자, 어떤 충격에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내벽의 바윗돌이 뒤로 물러나며 건너편의 벽돌 벽을 밀어 무너뜨렸다. 바위 위엔 분명하게 슈발츠의 주먹자국이 찍혀 있었다.


" 마...말도안돼... 이놈은 어비스의 악마인가?... "


쿠웅!...


주저하며 몆걸음 뒤로 물러나던 쥐 얼굴은 네번째 진동에 그만 바닥에 넘어졌다. 팔이 한쪽 없어진 탓에 균형이 흐트러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간신히 다시 일어서려는 순간 다섯번째 굉음이 지하도를 울렸다.


쿠웅!...


돌아보니 이제 완연하게 벽이 밀려 나와 있었다. 공포에 질린 쥐 얼굴은 그길로 일어서서 정신없이 달렸다.


" 허억 허억... "


어두운 지하통로를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까지 차오른 쥐 얼굴의 시야에 저 멀리 지상으로 향하는 출구가 보였다. 그는 살아났다는 안도감에 저절로 다리가 풀려 비틀거렸는데, 갱도의 벽에서 흘러나온 물에 의 해 젖은 바닥이 미끄러웠던 탓에 발을 헛디뎌 곧바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겨우 일어나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엔 앞에는 탈출구의 빛이 아니라 슈발츠의 거구가 만들어 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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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이 통로가 여기로 이어져 있었군. 쓸만한데. "


전리품인 알루시아를 한쪽 어께에 떠멘채로, 슈발츠는 비밀통로를 걸어나왔다(그의 등 뒤, 피바다가 된 지하통로의 광경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아직 머리위에 달이 떠 있는 한밤중이었다. 비밀통로의 출구는 슈발츠가 마차를 숨겼던 바로 그 언덕 위에 있었다. 각도는 달랐지만 성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장소라는 점은 같았다.


신속하게, 슈발츠는 마차를 숨겨둔 지점으로 가서 알루시아를 숨겼다. 두르나와 칼라드네이는 한창 길을 막는 작업 중일 것이었다. 밧줄을 이용해 꼼꼼하게 알루시아의 전신을 결박한 슈발츠는 재갈에 눈가리개까지 채워주고 나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리고 그녀를 마차에 남겨둔 채 비밀통로로 돌아갈 수 있었다.


비밀통로를 통해 다시 마법사의 실험실에 돌아온 슈발츠는 대충 챙길 것을 챙기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퍼플 드래곤이 부탁한 일을 마저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지하실의 경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비들은 술에 취해 있었으므로 슈발츠의 변장을 눈치채지 못했다. 성은 여전히 떠들석했다. 성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귀족들이 어디 있는지를 찾았다.


한동안 휘적휘적 돌아다닌 끝에, 슈발츠는 안뜰에서 연회를 벌여 계집들을 옆구리에 낀 채 고주망태가 되어 가는 중인 스키헤드와 그외 동료 귀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게 소동을 벌일 생각이 없었던 슈발츠는 그들의 술에 약간의 세공을 가했다. 바꿔말하자면 독을 탔던 것이다. 효과가 좀 늦게 나타나는 전갈의 독을 탄 포도주 병들을 연회석에 적당히 배치해 놓고 안뜰을 벗어난 그는 임무도 완료했겠다 부수입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성의 보물창고는 경비가 필요없을 정도로 엄중히 지켜지고 있었다. 허락없이 자물쇠에 손을 대는 즉시 성 전체를 떨어울리는 시끄러운 알람이 울리는 것은 물론이고, 문을 연다 해도 주인 외의 모든 존재를 공격하는 돌 고렘이 보물들을 지키고 서 있었다.


문제는, 슈발츠는 벽을 부수고 들어가 알람을 작동시키지 않았을 뿐더러, 고렘은 그의 손에 맞아 한줌의 돌무더기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보물들도 보물들이었지만, 슈발츠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잘 옺칠이 되어 있고 이국적인 상감 세공이 되어 있는 길쭉한 나무상자였다. 그것은 자물쇠는 없었지만 엄중하게 마법으로 봉인 되어 있었는데, 봉인의 재료가 특이했다. 황금으로 꼬아 만든 만든 가죽끈이나 굵은 실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에 점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의 허리춤에 매어져 있는 전통(箭筒) 속에서 무언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 음... 이것은? "


전통을 열고 진동하는 물건을 확인한 슈발츠. 그것은 그가 귀신붙은 홀의 지하에서 얻었던 금으로 된 활대였다. 그것은 상자의 봉인을 위해 매듭을 지은 황금색 실과 반응하는 듯 했다. 조심스럽게 상자에 손을 뻗은 슈발츠는 황금의 실의 매듭을 풀었다. 매듭을 풀자 마자 그 실은 마치 살아잇는 생명체라도 되는 듯이 슈발츠의 손에서 빠져 나와 빈 활대에 걸렸고, 활을 완성했다. 황금으로 된 활대 위로 찬란한 은빛 광채를 뿌리며 엘프들의 문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오랜 맹세의 활이 복구되었노라!]]


[[마침내 자유를! 애버라스카의 숲과 강이 다시한번 노래를 부르고, 엘프와 드워프들을 하나의 깃발 아래 모으기를!...]]


엘프들의 문자가 다시 한번 떠오르며, 빛과 함께 환영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예전 귀신붙은 홀에서 보았던 엘프들과 처음 보는 드워프들의 환영이었다. 엘프들은 지하 광장에서 보았던 그때와는 달리 활력이 넘쳐 보였고, 그것은 드워프들의 환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대에게 마음 깊은곳으로부터의 감사를 전하노라]]


엘프 중에서 대표로 보이는 여자 엘프가 슈발츠의 머릿속으로 직접 말을 걸어왔다.


[[맹세의 활이 완성되었노니, 우리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와 증오를 풀었노라. 한때 맹세의 활이 애버라스카의 엘프와 드워프의 결속을 상징했듯이 이제 그것은 그대와 결속될 것이고, 우리에게 그러했듯이 그대에게 충실하게 봉사할 것이노라. 그대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슈발츠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 환영들은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 갔다. 슈발츠는 그 환영이 사라지면서 활을 쥔 손에 따스한 감각을 느꼈다. 슈발츠가 활대를 내려다보자, 금 바탕에 미스릴로 엘프 문자를 상감해 그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 애버라스카의 아크(Avareka"s Arc)...라. 자세한 사연은 차차 알아봐야겠군. "


훌륭한 무기였다. 뜻밖의 보너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슈발츠는 담담히 전통에 완성된 활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제 봉인이 뜯긴 나무 상자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하나의 곡도(曲刀)가 들어 있었다. 검집 째로 보관되어 있는 그 무기를 손에 넣은 슈발츠는 칼을 뽑아 보았다.


" 이것도 상당히 멋진 물건이군. "


시미터보다 훨씬 날이 길었지만 날 자체의 폭은 시미터보다 협소해 무게는 별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다(어차피 무게는 상관없었지만). 바스타드 소드처럼 날도 길고 손잡이도 길어 인간이 한손으로 들기엔 좀 긴 느낌이었지만, 슈발츠의 손에는 딱 맞았다. 마법이 걸려 있음이 분명한 그 칼날의 날카로움은 상상 이상으로, 얼핏 불길할 정도의 예기를 풍겼다.


그 칼이 마음에 든 슈발츠는 이리저리 휘둘러 본 후 자신의 잡낭에 넣었다. 좋은 무구를 둘이나 손에 넣어 기분이 좋아진 슈발츠는 나머지 보물들과 금화들도 되는대로 챙겨넣은 후 성에 불을 지르고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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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병사들과 귀족들이 성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슈발츠는 이미 성의 빠져나간 다음이었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불길에 휩싸인 성은 대혼란에 빠졌다. 슈발츠에 의해 중독된 반란 귀족들은 도망치다가 독기운이 퍼져 쓰러진 상태에서 연기에 의해 질식했다. 지휘관을 잃은 병사들은 대혼란에 빠진 채 어떤 자는 도망가고 어떤 자는 불을 끄려고 애쓰고 또 어떤 자는 죽어가는 귀족들을 강탈했다.


변고를 깨달은 일단의 부대가 성을 빠져나오려 했을 때, 그들은 두르나와 칼라드네이가 놓은 덪에 걸렸다. 당연하게도 화살 한발 쏴보지 못하고 전멸. 불길과 독기운이 가득한 길을 건너는데 성공한 자는 없었다. 공포에 빠진 나머지 병사들은 개별적으로 산으로 들로 흩어져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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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의 슈발츠의 능력치


하프드래곤/드로우(형태 : 드래곤)


레인저 11/ 템피스트 4레벨


능력치(순서대로 힘/민첩성/건강/지능/지혜/매력)
33(+11)/ 24(+7)/ 23(+6)/ 22(+6)/ 23(+6)/ 22(+6)


특수능력(다른 모든 종족 특수능력에 더해서)
마법적인 변화 / 향상된 성장 : 그는 1레벨에 하나씩 재주를 얻고, 짝수레벨에 하나씩 추가 능력치를 얻는다.
마법적인 변화 / 은화(銀和) : 그의 은빛 비늘은 에너지와 광선류 주문의 효과에 면역을 부여하며, 광선과 접촉류 주문은 50%확률로 시전자에게로 반사된다.
마법적인 변화 / 드래곤 능력(실버) : 그는 HD에 따르는 실버 드래곤의 능력중 일부를 사용한다.(브레스, 주문유사능력, 능력치 등)
마법적인 변화 / 실버소드 능력 : 그의 자연무기는 피해 감소를 돌파하기 위한 연금술적 은 무기로 간주하며, 모든 직접공격은 보팔효과를 가진다.
마법적인 변화 / 주화 능력 : 그는 주화 능력을 얻는다. 주화 비축 점수는 캐릭터 레벨+건강 수정치이며, 자유롭게 주화에 관련된 모든 재주에 접근할수 있다.
마법적인 변화 / 드래곤 각성(실버) : 그는 용의 본질과 교감하게 된다. 주문 유사 능력과 AC를 제외한 드래곤 능력과 관련된 HD를 결정하는 판정에 *2를 받으며, 캐릭터 레벨 만큼의 소서러로 간주한 주문 시전 능력을 얻는다.
마법적인 변화 / 면역 증가 : 그는 주화 점수를 보유하고 있을 때 그 점수 만큼의 횟수만큼 레벨과 능력치 드레인, 무기력함, 질병, 독 효과에 면역이 된다.


특수 공격(다른 모든 종족 특수공격에 더해서. 특별히 언급이 없는 한 하루 한번)
브레스(냉기&산) : 브레스를 사용할 때 종류를 고를 수 있다. [레벨/2*D6]의 데미지를 가한다. 내성굴림은 레벨+건강 수정치에 따르며, 반사굴림이다.
주화 능력(13점) : 저장된 주화 점수를 소모하여 1주화 점수당 D6의 장거리 접촉 마법 공격을 하거나, 1주화 점수당 2점의 HP를 회복시킬 수 있다. 그외에 재주 등으로 확장되는 주화 능력이 허용하는 다른 부가능력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재주들(일반): 교육받음(지역재주)/ 향상된 맨손 전투/ 향상된 격투/ 강타/ 특수무기 숙련: 바스타드 소드/ 비전 강타/ 베어넘기기/ 향상된 우선권/ 특수무기 숙련: 환도/ 묵음 주문/ 전투 반사/ OTF(큰무기 쌍검술)/ 부동 주문/ 빠른 주문/ 주문 집중(네크로맨시)/
재주들(레인저): 추적/ 야생 교감/ 주적(언데드, 롤스의 하수인, 인간)/ 이도류 스타일(강력한 쌍검술)/ 지구력/ 동물 동료(정하지 않았다)/ 삼림 활보/ 신속한 추적자/ 회피/
재주들(템피스트): 폭풍방어+2/ 양손잡이(2)/ 다재 다능한 쌍검술/


두르나


드로우 레인저 11레벨
능력치(순서는 동일)
14(+2)/ 18(+4)/ 12(+1)/ 14(+2)/ 14(+2)/ 14(+2)/
특수능력/특수공격(종족과 직업 템플릿을 따른다)
재주들(일반): 향상된 우선권/ 지상 적응/ 피하기/ 기동/
재주들(레인저) : 주적(롤스의 하수인, 인간, 오르크)/ 추적/ 야생 교감/ 궁술 스타일(속사/ 다발/ 향상된 정확사) / 지구력/ 동물 동료(정하지 않았다)/ 삼림 활보/ 신속한 추적자/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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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일타 쌍피... 좋은 사자성어 많은데 왜 쓰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일석이조보다 약간 더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슈발츠의 어부지리 드립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만.

 

이회차에 등장한 무기 2종류는 에픽 무구입니다. 칼은 무려 우리나라의 검인 환도죠. 특수무기로 간주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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