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D&D3.5]공황(恐皇) 2부 10편
10. 반역
전투는 격전이었지만, 비교적 빠르게 승패가 보였다.
" 후퇴, 후퇴하라!... "
7천이 넘는 오르크와 고블린 혼성군은 2천이 채 되지 않는 알루시아군을 숫자에서 압도했다. 전열이 무너지고 기병의 측면 돌파조차 무산되자, 알루시아는 퇴각명령을 내리고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퍼플 드래곤의 정예가 퇴각하는 군대의 후미를 맡고 용감하게 후위를 사수하는 동안, 용병으로 이뤄진 예비대와 함께 워 위저드들의 지휘를 맏고 있던 칼라드네이는 신속한 후퇴를 지원했다. 병사들은 후퇴하면서도 공포에 빠져 자중자란에 빠진다던가 하지는 않았지만, 그러고도 알루시아는 1/3이 넘는 병사들을 잃었다.
기병대에 속해 있던 슈발츠는 전장의 배후에서 그롬쉬의 눈 하나를 대적하고 있었다. 바로 외눈의 오르크다. 그는 단독으로 적의 배후까지 치고 들어가서 그녀석의 주변 호위들까지 모두 도륙한 후, 일부러 혼자 남은 그롬쉬의 눈과 맞선 것이었다.
" 크와와악!... "
터엉!
달려들던 그롬쉬의 눈이 들고 있던 양손 도끼를 가볍게 쳐내며, 슈발츠는 일전의 그 광전사를 떠올렸다. 그놈에 비하면 이놈은 약했다. 문득 슈발츠는 그 죽은 오르크가 착용하고 있던 건틀렛이 떠올랐다. 우스트 나타의 마법시장에서는 힘을 올려주는 브레이서를 팔고 있는 광경이 드물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비정상적인 힘이 설명이 된다. 분명 그것은 그 가치를 알아본 마법사들의 손에 넘어갔을 것이었다.
쉬고 있지 말것을. 놓친 마법 아이템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슈발츠는 검을 휘둘러 달려들어오는 오르크가 손에 들고 있던 양손 도끼를 흘려내고 그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양손 도끼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두자루의 검은 그놈의 목을 몸통에서 분리시키고 있었다.
털썩...
무릎을 꿇는 목없는 오크를 뒤로 하고, 슈발츠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아직 그의 비행 솜씨는 시원찮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날개를 이용하면 나무위를 기어오르는 추태를 보이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높은곳에서 멀리 보자, 후퇴하는 코르미르군을 밀어붙이는 오르크 대군의 모습이 보였다.
보급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을 오크 군이었지만, 그래도 전쟁 준비를 하느라 준비한 것들은 많았다. 숲속에 세워진 오크들의 임시 야영지를 돌아다니며, 슈발츠는 짭잘하게 부수입을 챙겼다. 가끔 제물로 바치기 위해 나무에 걸려진 퍼플 드래곤 병사나 장교의 시체를 보면 끌어내려서 모닥불에 던져넣었다. 데리고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대로 내버려두기도 찝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가(?)를 보낸 후, 슈발츠는 다시 엘프로 변장해 말을 타고 아라벨 성으로 퇴각하는 알루시아 일행을 쫒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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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슈발츠는 성을 포함한 인근의 지도를 보고 있었다. 장교들에게 지급되는 지도는 성과 그 일대의 지형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기록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몆개의 표식이 있었다. 오르크들의 배치도다. 숫적인 비례는 이제 거의 10 대 1. 게다가 숫자가 적은 쪽이 의존하는 방어시설은 무너진 성이다.
" 예상대로 된다면 곤란해 지겠지... 하지만 이건 나한테도 기회로군. "
슈발츠의 예상이란 반란의 조짐이었다. 젠타림의 스파이 마스터 일을 하면서 슈발츠는 비교적 소상하게 코르미르의 내정을 알 수 있었다.
아자논 4세 사후, 현 왕실에 대한 충성을 버리고 섭정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귀족들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퍼플 드래곤들과 워 위저드들의 보좌를 받는다 하더라도 알루시아가 그들의 기회주의를 누르려면 오랜 세월과 정치적인 음모들이 필요할 것이었다. 하지만 알루시아의 운이 다한 것인지, 오르크의 대군이 이제 막 수복한 아라벨 성을 노렸고, 그것을 막기 위한 야전에서 그녀는 패했다(슈발츠의 시야에서 보아도 좀 무모한 전투였다). 그녀는 수성전을 결의하고 휘하의 전령들을 코르미르 전체로 파견했다. 아라벨 성을 구원하기 위한 군세를 모아 오라는 것이었다.
이 상황의 그녀를 구원하려는 시도를 하는 귀족들은 진정한 충신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라는 것은 언더다크나 이 지상이나 대동소이했다. 명분만큼이나 실리도 중요한 것이다. 알루시아는 국력을 재건하기 위해 상당히 현실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그녀의 정책(특히 모험가를 귀족으로 영입하는)은 기존의 온건한 왕실파 귀족들에게조차 반발을 사고 있었다.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책을 취하는 알루시아를 자신의 돈과 군사를 들여 구하려는 귀족이 몆명이나 있을 것인가. 게다가 그녀는 여왕도 아니고 그냥 어린 왕의 섭정일 뿐인데.
오직 퍼플 드래곤과 워 위저드만이 그녀의 힘이었지만, 둘 다 적시에 그녀의 소집에 응하기엔 너무 널리 퍼져 있었다. 긴 전쟁 직후에 벌어진 새로운 오르크의 대공세를 예측하지 못한 탓이었다.
만약 외부의 구원을 통해 그녀가 살아난다면, 그것으로 슈발츠는 손을 뗄 생각이었다. 그것은 여전히 코르미르에 그녀의 안위를 위하는 귀족들이 많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알루시아의 몸은 탐나지만, 목숨을 걸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칼리드네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자논 5세가 이제 막 걸음마를 한다는 사실이나, 코르미르의 안위 따위는 그에겐 상관없는 먼나라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근자에, 슈발츠는 부쩍 자신의 드래곤적인 능력이 증가한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더 강해지고 더교활해졌다. 게다가 드래곤적인 주문의 힘을 점차 더 강력하게 사용할 수 게 되었다. 피의 [충동]이 점점 세지는 것은 문제였지만 이 충동이 커지면서 동시에 자신의 힘도 극적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전의 그롬쉬의 눈과의 대전은 그것을 확인해 보기 위한 절차였다. 그리고 확인해본 결과 자신의 힘이 각별히 강력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은것으로 가장할 수만 있다면, 일국의 섭정과 궁정마법사인 여자를 제압해서 노예로 삼겠다는 생각은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니었다.
거의 절망적인 병력 차이에도 굴하지 않고 방어를 지휘하는 알루시아는, 시간이 날 때 마다 금발을 휘날리며 병사들 사이로 걸어들어가 그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칼라드네이 역시 필사적이었다. 알루시아를 지원하느라 당장 데려올 수 있는 소수의 워 위저드만을 참전시킨 상태의 이 마법사는, 코르미르 전역에 흩어져 있는 나머지 워 위저드들에게 마법적인 연락을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록 그 무리의 숫자가 많았지만, 오크들은 성을 완전 포위할 정도의 숫자까지는 아니었고 증원을 차단한다는 전술적인 판단력도 가지고 있진 않았다. 방어측엔 무척 다행한 일이었다. 그 덕에 소집에 늦은 원래의 증원들(알루시아가 마렌의 병사들의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미리 소집했던)이 속속 도착하면서 알루시아의 방어전에 희망의 불씨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적었다. 게다가 마법전력의 경우 보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크 중에서도 마법을 쓰는 샤만들은 있었고, 그들도 인간 마법사들이 무섭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을 포위하진 않았지만, 밖으로 연락을 취하기 위한 마법적인 수단을 방해하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고, 실제로 열성적으로 그 일들을 수행했다.
시간에 맞춰 워 위저드들이 구원하러 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아라벨 성에 대한 두번째 공성전이 시작되었다. 이번의 적은 데빌 드래곤 휘하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고블린 군단은 아니었지만, 수비측의 숫자가 그보다 적었고 성의 복구도 완전하지 않았다.
성에 대한 공격은 모두 다섯차례 행해 졌다. 첫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한번. 이것은 거의 전력 탐색 수준으로 잽을 날린 정도였지만, 증원군이 도착한 것을 본 두번째 공격부터는 상당히 정석적으로 공성을 시작했다.
슈발츠는 오크들이 인간을 흉내낸 공성기를 다루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들이 사용하는 투석기나 공성 망치는 인간의 그것에 못지 않았다. 대규모 공성 설비를 건축할 정도의 능력은 갖추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 성벽의 곳곳이 무너져 노출되어 있는 아라벨엔 그정도 만으로도 사실 충분했다.
방어측은 필사적으로 성벽을 보강하고 무너진 성벽을 다시 쌓아올리며 공격을 버텨냈지만, 네번째 공격에서 마침내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성 내부의 방어군은 숫자가 떨어져 가는데도 불구하고 오크들은 계속 증원되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코르미르에 원한을 가진 썬더 혼즈의 야만 부족까지 이 공성전의 소식을 듣고 가세해 왔다. 그리고 늘어난 적은 성에 대한 포위를 시작했다.
보름에 걸친 방어전을 치르며, 슈발츠는 이제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구원은 절망적이었고, 성채도 가망이 없었다. 섭정은 후퇴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슈발츠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우와아아!... "
" 우와악!... "
한밤에 이뤄진 공격은 성벽에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병사들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알루시아는 측근 몆명만을 데리고 성의 서쪽으로 빠져나왔고, 워 위저드들이 그 뒤를 따랐다. 칼라드네이는 휘하에 몆명의 워 위저드만 거느린 채로 마지막 저지선의 방어를 지휘하며 알루시아의 무사 탈출을 도왔다.
그녀도 마지막엔 탈출할 생각이었지만, 슈발츠는 그녀를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벽이 아직 견고하게 남아 있어 전투가 벌어지지 않은 성벽의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부하들을 먼저 보내고 끝까지 남아 마법을 시전하던 칼라드네이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보통으로 후려치면 머리가 터져버릴 것이므로 일부러 힘조절을 해서 특별히 약하게 때려야 했다.
퍼억!
" 크윽... "
기절한 칼리드네이를 그림자 속으로 끌어당겨 들쳐업은 후, 슈발츠는 투명화 마법을 써서 몸을 숨겼다. 그의 [짐]이 되어버린 칼리드네이 역시 같이 투명해지면서, 두명은 순식간에 몰려들어오는 오크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그가 숨어있던 성벽 아래에는 미리 대기시켜 둔 두마리의 말이 있었다. 슈발츠는 일단 칼라드네이의 마법봉과 장비를 수거하고, 그녀를 결박해 말에 태웠다. 말 두필을 몰면서 오르크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동안, 성 안에선 승리의 환호성이 멀리까지 들릴 정도로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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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은 쉬웠다. 슈발츠는 천천히 알루시아의 뒤를 좆았다. 급할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군대가 없었고, 주변은 태도가 불분명한 귀족들의 영지였다. 새벽의 안개를 헤치며 숲 사이로 난 관도 위로 말을 몰면서, 그는 칼라드네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했다. 이 마법사가 자신의 노예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가, 마렌처럼 육인형으로 만드는 것이 나은가 같은 사소한 일이었다.
그렇게 말 위에 타고 유람을 즐기듯이 알루시아의 뒤를 쫒아가던 중에, 슈발츠는 [그 존재]와 대면하게 되었다.
처음엔 슈발츠는 그것이 젊은 인간 나무꾼인줄 알았다. 하지만 근방이 전쟁으로 시끌거리는 이때, 해도 뜨지 않은(게다가 안개까지 자욱하게 깔린) 새벽의 숲으로 나무를 하러 올 강심장 나무꾼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 아닌가.
슈발츠는 말 위에서 그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그리고 그가 보통 인간 나뭇꾼 복장을 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 더 비범한 무언가라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의 보라색 눈동자가 슈발츠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슈발츠는 떠올렸다. 드로우를 포함해서, 눈 빛깔이 보라색인 유사 인간 종족은 없었다. 그는 말이 놀라지 않도록 말에서 내린 후, 침착하게 말의 고삐를 옆의 나뭇가지에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갔다.
예상대로 그의 변신에도 상대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슈발츠의 타오르는 듯한 은빛 시선과, 그 존재의 보라빛 시선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작군. 난 좀 더 클거라고 생각했는데. "
마침내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슈발츠는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을 불식하려는 듯이 그의 시선을 맞받으며 한걸음 나섰다.
" 내 크기는 내가 정한게 아니니까. 그보다 나에게 무슨 용건인가? "
" 오, 곧바로 본론부터라. 성격이 급하시군. "
" 목적이 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거라면, 목표를 잘못 찾은 것이다. "
" 아하하하!...재미 있구만. "
그 존재는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비로소 슈발츠는 그 존재 안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파동이 실린 웃음소리에 귀가 잠시 멍해질 정도였다. 직감적으로, 슈발츠는 이 존재가 슈발츠의 차원을 뛰어 넘은 어떤 [신적인]존재라는 사실을 알았다.
" 나를 잘 모르는 것 같으니, 그러면 내 소개부터 하지. 내 이름은 필멸자들의 언어로 표현하기엔 너무 난해하니까 생략하기로 하고, 다들 나를 [퍼플 드래곤]이라고 부르지. "
" 퍼플 드래곤으로 보이진 않는데. 어딜봐도 평범한 나무꾼 차림이 아닌가. "
그 존재는 다시한번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눈가로 배어나온 눈물방울을 닦았다. 너무 웃겨서 운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귀가 먹먹해진 슈발츠는 비틀거리려는 자신을 간신히 추스렸다.
" 아, 생각해보니, 너는 언더다크의 주민이었지. 날 모를수도 있겠군. "
어떻게 안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방에 정체를 간파당한 슈발츠는 내심 뜨금했다.
" 그래, 그 대단하신 [퍼플 드래곤]이 왜 길가는 과객인 날 붙잡고 수다를 떠는 겐가. "
" 완전한 이야기를 말하자면 좀 길어서 말이지. 그리고 그건 자네가 싫어할테고. 본론만 말하자면, 자네가 노리는 바가 뭔지 잘 모르겠거든. 그걸 일단 알고 싶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릎쓰고 자네 앞에 서 있는 거라네. 그리고... 자네가 흥미를 느낄 만한 일거리가 하나 제안하려고 말일세. "
슈발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프라이버시를 염탐당하는 것은 그의 취미가 아니었다.
" 내 목적은 알거 없고... 제안하는 일거리라는 것은 무엇인가? "
" 음... 뭐 할수 없지, 두고보면 자네 목적을 자연히 알 수 있을 테니. 내가 제안하려는건 정확히는 일타 쌍피에 속하는 일이야. "
[일타 쌍피]라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던 슈발츠는 잠시 침묵했다.
" ... "
" 뭐 쉽게 풀이하자면 마당쓸고 돈줍는다는 뜻이지. 난 자네의 목적은 모르지만, 고민을 알고 있네. 가끔 [피]가 자네에게 속삭이지? "
그 말을 듣는 순간, 슈발츠의 심장이 강하게 수축했다.
" 부정할 필요는 없네, 난 자네가 이브닝스타의 여관에서 벌인 일들을 보고 약간 감명받았으니까. 한창 고조되는 시점에서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자낸 해냈어, 그리고 여급의 처리도... 뭐 미숙하긴 하지만 훌륭한 임기응변이었네. "
" 뭔하는 게 무언지 당장 말하는 것이 좋겠군... 난 날 엿보는 자와 허심탄회하게 거래를 틀 만큼 관대하지 않아. "
슈발츠가 으르렁거리자, 퍼플 드래곤은 당황하는 것 처럼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 얼굴엔 여전히 장난기 어린 웃음이 걸려 있었다.
" 뭐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네. 삶이란 다른 존재를 죽여 가는 과정이니까. 다만, 나는 그 자네의 [피]의 목소리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거지. 정확히는 그 수단을 가르쳐 줄 수가 있지. "
" ... 그리고 그 정보를 가르쳐 주는 댓가로 자기가 하기 어렵거나 귀찮거나 위험한 일을 나에게 떠맏기려는 건가? "
그제사 말이 통한다는 듯이 퍼플 드래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께를 으쓱 해 보였다.
" 정확히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되겠군. 뭐 부탁을 들어주면 이쪽도 성의를 보인다. 거래란 그런게 아니겟나? 나와 거래하는 것이 섭섭하지는 않을 것이야. "
잠시 생각한 후,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 들어 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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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헉... "
수행하던 블레이드들까지 모두 잃은채, 창으로 만들어진 울타리 안에서 알루시아는 피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렷다. 그녀의 드워프제 완전 판갑은 주인을 훌륭하게 지켜 준 편이었지만, 갑옷만으로 지킬 수 없는 부위들까지 막아줄수는 없었다.
" 후훗, 그 유명한 [강철 섭정]도 여기서 끝이군... "
창들의 포위망 너머, 얌생이 수염을 기르고 잘 세공된 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웃으며 그녀의 위기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녀의 소집을 거부한 귀족 중 하나로, [스키헤드(SkiHead)_남작]이라 불리우는 인물이었다. 아자논 4세의 측실 중 한명이 그의 누이여서 왕실의 외척으로 작위를 받은 그는 아자논 4세가 전사한 전투에 참전했었으나 실적은 미미하고, 외려 전장에서 도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근신 중이었다.
알루시아의 소집을 거부하는 대신, 그는 코르미르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인 샘비아의 제의를 받아 들여 그들의 지원 하에 새 섭정이 되기를 택했다. 왕실의 외척이니 왕위 계승권 서열에 들어갈 자격도 있었다. 한 200위 정도 되려나. 아무튼 야망은 큰 반면에 속 알맹이는 좁쌀만한 위인으로, 이 반란은 근신처분을 내렸던 알루시아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도 있었다.
" 그나저나, 정말로 이 길로 올 줄이야. 당신의 비범한 예지력에 경의를 표하겠소. 내 돌아가면 상을 내리지. "
" 감사합니다. 각하. "
그의 옆에서 나란히 말을 타고 서 있는 것은 검은 로브 마법사같아 보였다. 그가 수정구를 통해 알루시아의 [군대]를 추적해 준 덕에, 스키헤드 남작은 성공적으로 알루시아를 따라잡아 포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으으으... 네 이노옴!... "
마지막 부하까지 앓은 알루시아는 상처입은 짐승처럼 으르렁 거리며 검을 휘둘렀지만, 창의 울타리를 넘을 수는 없었다. 대신 뒤쪽에서 뻗어나온 창에 의해 종아리를 찔려 비틀거리며 균형을 잃었다.
" 으악!... "
칼을 짚고 일어서려는 알루시아의 팔을 다른 창이 찔렀고, 그다음 창은 어께를 찔러 그녀를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창의 벽 건너편에서 올가미가 던져져 왔다.
목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사지가 올가미에 의해 붙잡힌 알루시아는 마침내 제압당햇다. 그녀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스키헤드와 그의 보좌인 마법사 앞으로 끌려나와 무릎꿇려졌다. 재갈리 물려졌지만 여전히 으르렁거리는 알루시아를, 남작은 붙잡은 짐승을 구경하듯이 보고 웃었다.
" 아직도 위세가 당당하군 알루시아. 하지만 내가 마셈버로 진군해서 그 도시를 내 수중에 넣은 후, 아자논 5세의 새 섭정이 된 후에도 그렇게 위세 등등할수는 없을 게야. 그리고 그 전에...내 저택에서 잠시 오랜만에 회포를 풀어야 겠지. "
어느 악당이나 다 그렇듯이, 그도 여자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해도 밝히기는 심히 밝히는 위인이었다. 그런 그가 아름다운 공주인 알루시아에게 욕정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우우으우웅!... 우으으!... "
병사들이 재갈 사이로 물약을 흘려넣는 동안 알루시아는 어떻게든 반항해 보려 했지만,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상태라 근력은 떨어져 있었다. 마지막 한방울의 기력까지 짜내며 반항하던 알루시아의 의식은 점차 흐려져 갔다.
" 이제야 조용해 지는군. 그래 저 암코양이가 다음에 깨어났을 때 내가 맨 먼저 얼굴을 보여주기만 하면 내것이 된다고? "
" 그렇습니다 각하. "
축 늘어진 알루시아를 내려다보며 두명의 악당은 비열하게 웃었다. 군의(軍醫)역할을 맡고 있는 베인의 성직자에게 넘겨져 상처를 치료받는 동안, 알루시아는 깨어나지 못했다. 이윽고 의식을 잃은 상태로 눈을 가려지고, 짐짝처럼 포장된 그녀는 스키 남작의 전리품으로 다루어져 그의 전리품 마차에 실렸다.
그렇게 알루시아에 대한 처분을 끝내고, 악당들은 자신들의 본거지로 되돌아 가기 위해 말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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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셈버 방향으로 향하는 관도에서. 미리 연락을 받은 두르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짐마차를 몰고 있었는데, 짐칸엔 마셈버의 젠타림 아지트에서 가지고 나온 가치 있는 물건들(진짜 마렌을 포함해서)이 들어 있었다.
" 조드와 엡은 정리했습니다. "
두르나의 보고에,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잔혹하지만 상대는 젠타림의 첩자들이었다. 이쪽이 곤경에 빠져 있으면 언제든지 배신할 자들에게 베풀 자비는 없었다. 그리고 두르나는 주인님인 슈발츠를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었다.
" 잘 했다. "
슈발츠가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두르나의 어께가 떨렸다. 언제나 슈발츠옆에 찰싹 붙어있던 그녀가 보름동안이나 주인님과 떨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오랜만의 주인님의 손길에 그녀가 감동하는 것은 당연했다.
" 아아... "
한동안 황홀한 감동에 젖어 있던 두르나는, 슈발츠의 지시에 따라 다시 고삐를 잡았다. 슈발츠는 그녀 옆에서 나란히 말을 몰아 갔다.
" 주인님, 이제 이 나라를 떠나실 건가요? "
" 음, 왜 그런걸 물어보지? "
" 아지트를 정리하라고 하셨잖아요. "
" 아직이야. 하지만 곧 떠나게 되겠지. 이번 일만 처리하면... 그리고 일단 먼저 네 후배가 될 새 노예도 들여야 하고... 할일이 많아. "
[후배]라는 말에, 두르나는 눈을 반짝였다. 육인형일 뿐인 마렌에겐 전혀 동지의식을 느낄 수 없지만, 슈발츠의 노예가 새로 생긴다면 다를 것이다. 게다가 이번엔 자기가 언니가 되는 것이니, 어찌 기대를 하지 않겠는가.
" 어머, 누구를?... "
그제사 두르나는 슈발츠가 끌고 온 말 위에 둘둘 말려 있는 짐에 주목했다. 그리고 슈발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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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의 슈발츠의 능력치
하프드래곤/드로우(형태 : 드래곤)
레인저 11/ 템피스트 3레벨
능력치(순서대로 힘/민첩성/건강/지능/지혜/매력)
33(+11)/ 24(+7)/ 23(+6)/ 22(+6)/ 23(+6)/ 22(+6)
특수능력(다른 모든 종족 특수능력에 더해서)
마법적인 변화 / 향상된 성장 : 그는 1레벨에 하나씩 재주를 얻고, 짝수레벨에 하나씩 추가 능력치를 얻는다.
마법적인 변화 / 은화(銀和) : 그의 은빛 비늘은 에너지와 광선류 주문의 효과에 면역을 부여하며, 광선과 접촉류 주문은 50%확률로 시전자에게로 반사된다.
마법적인 변화 / 드래곤 능력(실버) : 그는 HD에 따르는 실버 드래곤의 능력중 일부를 사용한다.(브레스, 주문유사능력, 능력치 등)
마법적인 변화 / 실버소드 능력 : 그의 자연무기는 피해 감소를 돌파하기 위한 연금술적 은 무기로 간주하며, 모든 직접공격은 보팔효과를 가진다.
마법적인 변화 / 주화 능력 : 그는 주화 능력을 얻는다. 주화 비축 점수는 캐릭터 레벨+건강 수정치이며, 자유롭게 주화에 관련된 모든 재주에 접근할수 있다.
마법적인 변화 / 드래곤 각성(실버) : 그는 용의 본질과 교감하게 된다. 주문 유사 능력과 AC를 제외한 드래곤 능력과 관련된 HD를 결정하는 판정에 *2를 받으며, 캐릭터 레벨 만큼의 소서러로 간주한 주문 시전 능력을 얻는다.
마법적인 변화 / 면역 증가 : 그는 주화 점수를 보유하고 있을 때 그 점수 만큼의 횟수만큼 레벨과 능력치 드레인, 무기력함, 질병, 독 효과에 면역이 된다.
특수 공격(다른 모든 종족 특수공격에 더해서. 특별히 언급이 없는 한 하루 한번)
브레스(냉기&산) : 브레스를 사용할 때 종류를 고를 수 있다. [레벨/2*D6]의 데미지를 가한다. 내성굴림은 레벨+건강 수정치에 따르며, 반사굴림이다.
주화 능력(13점) : 저장된 주화 점수를 소모하여 1주화 점수당 D6의 장거리 접촉 마법 공격을 하거나, 1주화 점수당 2점의 HP를 회복시킬 수 있다. 그외에 재주 등으로 확장되는 주화 능력이 허용하는 다른 부가능력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재주들(일반): 교육받음(지역재주)/ 향상된 맨손 전투/ 향상된 격투/ 강타/ 특수무기 숙련: 바스타드 소드/ 비전 강타/ 베어넘기기/ 향상된 우선권/ 조준사/ 묵음 주문/ 전투 반사/ OTF(큰무기 쌍검술)/ 부동 주문/ 빠른 주문/
재주들(레인저): 추적/ 야생 교감/ 레인저 주적(언데드, 롤스의 하수인, 인간)/ 이도류 스타일(강력한 쌍검술)/ 지구력/ 동물 동료(정하지 않았다)/ 삼림(버섯지대) 활보/ 신속한 추적자/ 회피/
재주들(템피스트): 폭풍방어+2/ 양손잡이/ 다재 다능한 쌍검술/
두르나
드로우 레인저 10레벨
능력치(순서는 동일)
14(+2)/ 18(+4)/ 12(+1)/ 14(+2)/ 14(+2)/ 14(+2)/
특수능력/특수공격(종족과 직업 템플릿을 따른다)
재주들(일반): 향상된 우선권/ 지상 적응/ 피하기/ 기동/
재주들(레인저) : 주적(롤스의 하수인, 인간, 오르크)/ 추적/ 야생 교감/ 궁술 스타일(속사/ 다발) / 지구력/ 동물 동료(정하지 않았다)/ 삼림 활보/ 신속한 추적자/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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