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D&D3.5]공황(恐皇) 2부 7편
7. 도플갱어.
" 우우... 우우우... "
여성의 흐릿한 눈을 보면서, 슈발츠는 그녀가 어딘가 낮이 익다는 생각을 했다. 지상인을 보는데도 낮이 익다니 불가사의한 일이 아닌가 하면서, 슈발츠는 그녀의 신체를 다시 한번 살폈다.
하얀 피부. 침대 위에 사지를 펼치고 누워 있는 여자의 잘 단련된 육체는 군살 하나 없었다. 가슴은 두드러지게 크고, 반듯하게 눕혀진 상태로도 형태가 거의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팽팽하게 그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었다. 금발의 체모가 보지 뿐 아니라 겨드랑이에도 무성했고, 관리하기 쉽도록 짧게 깎은 머리카락은 군인을 연상하게 했다. 전형적인 백인으로써 전체적으로 얼굴은 잘 균형잡혀 있고 아름다웠지만, 눈썹 등 체모가 진하고 굵어 상당히 완고해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미모는 땀에 젖어 흐트러져 있었으며, 눈가엔 검은 기미가 걸려 있었다. 의식은 있는지 없는지,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는 한꺼풀 막이 씌워진 것 같이 흐릿했고 눈물과 침이 흘러내린 자국이 뺨에 말라붙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그 도드라진 오똑한 코와 푸른 눈을 바라보고 있던 슈발츠는, 비로소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 냈다. 바로 어제 만났던 여자 지휘관이었다.
" 마렌 랄(Myrmeen Lhal) 이라던가... "
슈발츠가 이름을 말하자, 그녀의 눈동자에 약간의 생기가 되돌아왔다. 그것을 보고 슈발츠는 자신의 눈썰미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다시 마법사를 돌아본 슈발츠는 두르나에게 명령해 그를 깨우도록 했다.
그의 명령을 받은 두르나는 기가 막힌 방법을 썼는데, 바로 마법사의 로브를 뒤집어 아랫도리를 벗겨낸 후, 촉수 채찍을 드러난 마법사의 자지에 감고 잡아 당겼던 것이다.
" 어허헉!?... 우와아악!... "
불알과 귀두를 빨아당기는 촉수 채찍의 빨판이 주는 고통은 굉장하다, 두에르나는 슈발츠가 마법사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드로우 여사제 시절 배웠던 고문 테크닉을 아낌없이 응용했던 것이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을 빨아당겨지는 고통 속에서 알짤없이 깨워진 마법사는 두려움에 가득찬 눈으로 두르나를 올려다보았다.
" 내...내 [거기]에 무슨 짓을 하려고... 허헉!... "
" 흥, 난 너의 부실한 물건에 관심없고, 내 주인님이 네놈에게 관심이 있으시단다. 살고 싶다면 그분이 원하는 것을 성실하게 바로바로 제공해야 된다는 것을 잊지 않는게 좋을거야... "
마법사의 겁에 질린 시선은 이제 슈발츠에게로 향해졌다. 짐짓 롤스의 여사제 다운 포스를 풍기면서 마법사를 을러대는 두르나의 모습에, 평소의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슈발츠는 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옆길로 새는 것은 그쯤해 두고, 슈발츠는 마법사를 향해 첫 질문을 시작했다.
" 여기서 뭘하고 있었나? "
심문의 시작이었다.
.
.
.
마법사는 젠타림의 스파이였다.
젠타림이라는 조직에 대해서는 슈발츠도 들은 풍월은 있었다. 우스트 나타를 방문하던 젠타림의 상인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블랙 네트워크에 대한 세부사항은 거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었는데, 의외로 젠타림이 혼란에 빠진 코르미르의 내정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슈발츠와도 아주 깊숙히 관련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었다.
이 코볼트 부족에겐 거의 1년 이상을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마법사가 이 던전에 터를 잡은 코볼드 부족을 설득해 젠타림과 협력 관계를 맺도록 한 후 행한 일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이 동굴을 서쪽으로 가는 젠타림 대상의 중간 기착지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젠타림 휘하의 도플갱어 스파이들을 인근의 요인들과 바꿔치기 하는 것이었다. 수행원 몆명만을 거느리고 인근의 지형을 정찰하기 위해 나온 아라벨의 숙녀 군주, 마렌 랄이 젠타림 식으로 잘 훈련되고 장비까지 갖춘 코볼드 부족에 의해 포획된 것은 사실 굉장한 행운이었지만.
아무튼 그는 마침 대기하고 있던 도플갱어 스파이와 마렌 랄을 바꿔치고, 그녀에게서 정보를 짜내기 위해 여기 억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슈발츠가 발견한 것은 주문을 걸거나 환각제를 먹이고 강간하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고문에 의해 거의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의, 백치가 되어버린 마렌이었다. 얼마나 혹독한 학대를 당한 것인지는 그녀의 몸 곳곳에 남은 흔적만 봐도 일목요연했다.
" 회복시킬 방법은? "
" 그... 그런게 있을리가... "
" 아아... 우... "
바보같은 신음을 흘리는 마렌을 돌아보며, 슈발츠는 염두를 굴렸다. 젠타림이 어떤 정도의 능력을 가진 조직인지, 그는 아는 바가 없었다. 스파이들을 부리는 능력만으로 본다면 대단히 조직적이면서도 치밀했다. 도플갱어들까지 협력하고 있다면 쉽지 않은 상대가 될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그가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마렌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손안에 들어온 이 카드를 어떻게 쓸것인가.
한동안 생각을 한 끝에, 슈발츠는 마음을 정하고 마법사의 머리를 비틀어 버렸다.
우두두둑!...
" 케에엑!... "
두개골이 부서지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비명 한번을 끝으로 젠타림의 마법사는 절명해 버렸다. 그 시체에서 쓸만한 물품들을 챙기고 난 후 시체를 태워버린 슈발츠는 두르나에게 연구실을 수습하고 마렌을 돌보도록 맏기고 자신은 던전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조사해보기 위해 마법사의 실험실을 나와 방금 전에 보았던 푸른 빛을 내는 돌이 박혀 있는 문설주 앞에 섰다. 문은 없었지만, 보석의 빛이 비치는 이쪽과 달리 그 너머는 불길할 정도로 고요했고 어두웠다. 그 너머로는 지도에도 없었다. 슈발츠는 문지방을 너머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위를 깎아서 만든 갱도는 중간에 구부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원래 갱도를 파던 도중에 새 갱도를 발견하고 연결한 듯한 모양새였다. 원래 갱도와 새 갱도 사이의 솜씨에도 차이가 있었을 뿐더러 크기도 원래의 갱도가 좀 더 넓었다. 새 갱도의 지상 방면의 출구라고 여겨지는 지점은 바위 무더기로 막혀 있었다.
그리 길지않은 복도 끝으로는 석조 지하 광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꺼운 나무 문짝이 공성 망치에라도 맞은듯한 모양새로 부서진 채 좌우로 열려 있었고, 제법 넓은 그 지하 광장의 반대편은 슈발츠의 암흑시야에도 완전히 다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라센더 사원에서 구한 태양 막대를 꺼내 들고 벽에 두드려 그것을 발동시켰다. 대낮같이 환한 빛이 막대기 끝에서 뿜어져 나와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밝은 그 빛의 막대기를 광장 한가운데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던지자, 비로소 지하 광장의 전모가 드러났다.
지붕은 제법 높았고, 바닥은 계단을 한참 내려간 곳에 있었다. 전체적으로 팔각의 큰 항아리같은 모양새인 지하 광장의 벽 전체에 걸쳐 예술적인 솜씨가 엿보이는 부조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드워프들이 아닌 지상 엘프들의 양식을 생각나게 하는 부조였다.
내려가는 계단을 포함하여, 광장 바닥엔 인간인지 오르크인지 모를 해골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었고, 격렬한 전투가 치뤄진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슈발츠의 암흑시야 밖에 있었던 반대편 벽에는 하나의 제단 비슷한 시설을 가운데 두고 체구가 작은 세 구의 해골이 기대어 쓰러져 있었는데, 삭아가는 푸른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그 해골들은 분명히 엘프들의 그것 같았다. 그 해골들의 손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쥐어진 것을 본 슈발츠는 광장을 가로질러 해골들을 향해 걸어갔다.
" !!... "
광장을 가로질러 그 해골들에게 다가가던 슈발츠는 갑자기 나타난 흐릿한 형상을 보고 멈추어 서야 했다. 허공에서 홀연히 연기처럼 떠오른 그 흐릿하고 하얀 형상은 점점 형태를 갖추어 갔는데, 마침내는 세명의 엘프들의 모습을 갖추었는데, 두명의 남자 엘프와 하나의 여자 엘프였다.
[[ 아아아아... ]]
엘프의 환영이 입을 열자, 날카롭지만 미약한 허밍 같은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으려 귀를 기울인 슈발츠는, 그것이 오래된 형식의 엘프어라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언어의 일부 밖에 몰랐고(엘프들과 드로우들의 언어에 남아 있는 약간의 단어 정도), 잠시 후 그 영혼의 목소리는 텔레파시터럼 슈발츠의 머릿속에 직접 메세지를 전해 왔다.
" 무엇을 원하시오? "
[[누구와 함께 왔는가...?]]
[[우리의 안식은?... 미쌀(Mythal)은 성공했는가...]]
슈발츠는 몰랐지만, 미쌀은 고대 엘프들의 강력한 의식마법이었다. 주로 숲과 연관되어 대지에 속박되는 형태의 그것은 엘프들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비록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슈발츠는 그들이 지껄이는 사연을 들어주기 위해 잠자코 있었다.
[[[드워프들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
[[아아아...]]
한 환영이 탄식하고, 이어서 옆의 환영들 역시 같이 탄식했다.
" 드워프들? 그들이 무엇을 했다는 거요? "
[[맹세의 활에 시위를...]]
[[영원한 안식을...]]
탄식하던 환영들은 다시 나타났던 것처럼 홀연이 사라져 갔다. 슈발츠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태양 막대의 불꽂도 꺼져 있었다. 아무래도 사연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필요를 느낀 슈발츠의 눈앞에, 황금색 활대가 떨어져 있었다. 그것을 집어든 슈발츠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영혼들은 이 활대에 시위를 복구하기를 바라는 듯 했다. 슈발츠는 활대만을 챙기고 더이상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채 두르나가 기다리는 마법사의 실험실에 되돌아왔다.
" 주인님, 쓸만한 물건들은 대충 정리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이 여자 말인데요...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네요. 촉수채찍에 고문당한 인간들보다 더 상태가 심해요. "
촉수채찍에 고문당한 것 보다 상태가 심하다는건 그냥 미치거나 죽어간다는 소리다. 숨은 붙어 있으니 이번엔 정신이 나가버린걸 복구하기 불가능하다는 말일 것이다. 일단 두르나는 임시 방편으로 마렌에게 마법사의 망토를 덮어두고 있었다. 그녀가 챙겨놓은 물건들을 잡낭에 건사한 슈발츠는 망토에 싸여 있는 마렌을 한쪽 어께로 떠메어 들고 던전을 나왔다.
밖에는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마법사는 오늘 저녁 젠타림 카라반이 올거라고 말했었다. 슈발츠는 두르나와 함께 주변의 지형을 조사한 후 던전 입구가 내려다보이는 바위 틈에 자리를 잡았다. 침낭을 깔고 마렌을 포장해 눕혀놓은 다음 두르나와 함게 대기 태세로 들어간 것이다.
해가지고 나서 한참 후에야, 어둠 속에서 마차의 바퀴 소리와 인간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기다리니 마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마부 하나, 상인이나 책임자로 보이는 고급 옷을 입은 사내 하나, 그리고 마차 옆으로 말을 몰고 따라오고 있는 호위병이 둘이었다. 마차 짐칸에는 지붕이 씌워져 있었다. 마부와 상인은 좌석 옆에 접이식 석궁을 가지고 있었고, 말을 탄 호위는 각자 석궁과 손도끼로 무장하고 있었다.
슈발츠는 그들의 정체가 확실하다고 여겨질 때 까지 기다렸다. 마차가 던전 입구에서 멈추자, 짐칸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두명의 호위병이 뛰어내렸다. 그들의 무장도 기마 호위와 같았다. 상당히 엄중한 호위였다.
던전 안으로 두명의 호위와 마부가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본 후, 슈발츠는 두르나에게 남아있는 두명의 호위 중 하나의 처리를 맏겼다. 그리고 자신도 또 하나의 호위를 노려 활을 들었다.
퍼억!...
" 케엑!... "
파아앙... 부르르르...
히히히힝!...
" 으악!... "
" 와아앗! 적습인가?... "
슈발츠의 강궁에서 발사된 화살에 맞은 자는 그대로 말에서 구르듯이 떨어져 내리며 절명했다. 갑옷 위로 두르나가 발사한 석궁의 화살을 맞은 자는 비틀거리며 비명을 흘렸지만, 말에서 떨어지지는 않았다. 상인처럼 보이는 자가 자신의 좌석 옆에 비치된 석궁을 들어올릴 무렵, 활을 떨구고 바위틈에서 뛰어내린 슈발츠가 이미 검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 허튼 수작을 하면 모가지를 날려보내 주지. "
순간적으로 보관의 장갑에서 검을 뽑아 든 슈발츠가 모가지에 검을 들이대자, 상인처럼 보이던 남자는 재빨리 체념하고 두 손을 들어올려 항복했다. 석궁 화살에 맞고 비틀거리던 기병은 두르나가 던진 단검(원래 마법사가 가지고 있던 것을 빼앗은 것이다)에 맞아 결국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슈발츠는 칼등으로 상인을 후려쳐서 기절시켰다.
기병을 처리한 후 날렵한 솜씨로 바위틈에서 뛰어내려 온 두르나는 슈발츠가 신경쓰지 못한 말들을 담당했다. 그녀는 놀란 말들의 고삐를 쥐고 말들을 진정시켰다. 잠시 후, 던전 안의 아수라장을 보고 뛰어나오던 세명도 땅바닥을 뒹구는 시체와 슈발츠와 두르나를 보자 전의를 잃고 항복했다. 그들은 드로우인 두르나의 모습만 보고도 전의를 잃었던 것이다.
마부와 경비들의 무장을 해제한 후, 슈발츠는 두르나를 시켜 그들을 인솔하고 동굴 안에 남아있는 물건들을 챙겨오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은 상인을 직접 취조했다. 정보는 중요한 것이었으니. 무서운 드로우 여자에게 명령을 하는 슈발츠를 보고, 포로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인에게서 얻은 정보도 쓸모는 있었다. 그리고 정말 더 쓸모있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장부였다. 그 안에는 북쪽의 젠틀 킵으로부터 데일과 내해를 지나 샘비아를 거쳐 코르미르로를 지나고, 다시 테티르를 거쳐 엠에 이르는 밀무역 기록이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한명의 거래 기록이었을 뿐이었지만 그 한명이 마침 코르미르로부터 엠으로 밀무역 물건의 운송을 책임지는 담당자였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 포로들을 부지런이 닥달한 두르나도 자신의 임무를 끝마치고 있었다.
" 주인님, 짐은 다 옮겨 실었습니다. 그리고 하는 김에 인간 여자도 짐칸에 실어 두었어요. "
" 잘 했다. "
슈발츠가 머릴 쓰다듬어 주면, 솔직하게 기뻐하는 두르나였다. 그녀를 치하해 준 후, 슈발츠는 포로들에게 다가갔다.
" 저 친구는 빼도박도 못하는 젠타림일테고... 너희도 그런가? "
" 아, 아닙니다, 저희는 그냥 돈을 받고 고용된 용병일 뿐이고... "
" 저도 고용된 마부일 뿐입니다요! "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는 인간들을 보고 있던 슈발츠는 손을 들어 그들의 말을 멈춘 후에, 다시 말을 시작했다.
" 그래, 너희는 젠타림과는 관련이 없다 이거지? "
" 네... 그렇습니다요. "
" 좋아, 그럼 가까이 마을이 있는건 알지? 밤이지만 열심히 달리면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지 않고 살아서 마을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
" ...정...정말로 저희를 풀어주시는 것입니까요? "
" 그래, 젠타림과는 무관하다는데 굳이 죽일 이유가 어디 있나. 빨리 달려가기나 해. "
다음 순간, 포로였던 자들은 남쪽을 향해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보고 있던 슈발츠는 다시 돌아와 상인에게 말을 건네었다.
" 젠타림에서는 임무에 실패한 자들을 어떻게 다루나? "
" 그... 그것은... "
상인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공포에 질려서 눈을 굴렸다.
" 그럼 밀수에, 스파이 짓까지 한 죄목으로 코르미르 정부에 넘길까...? "
" 그...그것만은!... "
상인의 입에서 다급한 애원이 터져나왔다.
" 그럼 어떡할까... 넌 어떤 쓸모가 있지? "
살아남기 위해서, 상인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
.
이튿날, 슈발츠는 엡이라는 이름의 상인의 아지트에 와 있었다. 고블린 전쟁의 여파를 겪지 않은 코르미르 제일의 항구도시인 마셈버(Marsember)의 부두와 가까운 이 3층 짜리 건물은 상당히 넓은 창고와 비밀 지하실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남의 눈에 뜨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밖에 세워둔 경비는 최소한으로 하고 있었지만 저택 내부의 태세는 삼엄했다. 엡은 이 아지트의 책임자라기 보다는 아지트를 거점으로 물류를 전담하는 상인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도착하자 마자 카라반 마스터가 엡을 반겼다. 그들은 어께를 나란히 하고 카라만 바스터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동안 투명화 주문을 받은 두르나는 소리없이 마차 뒤에서 내려서 일행의 뒤를 따라 건물 지붕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 다시보니 반갑구려, 임무는 어땠소이까? "
" 그럭저럭 성공적이었지요. "
" 저친구는?... "
" 새로 고용한 용병입니다. 굉장한 솜씨더군요. 젠틀 킵에서 운을 걸어보고 싶다고 합니다. "
슈발츠를 향한 카라반 마스터의 시선을 얼버무린 엡은 다시 카라반 마스터와 사무적인 이야기 나누었다. 그는 슈발츠에게 카라반 마스터 옆에 서 있는 무사가 예의 [도플 갱어]라는 신호를 흘렸다.
천정으로 숨어든 두르나가 옆방에서 수정구로 감시하고 있던 마법사를 제압하고 전음을 통해 신호를 보내온 것과 동시에, 슈발츠는 칼을 뽑아 들고 도플갱어를 향해 돌진했다.
전투는 삽시간에 끝났다. 그의 칼침을 맞고 목이 날아간 도플갱어는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고, 카라반 마스터는 난데없는 궤변에 질려 자빠진 채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방은 프라이버시가 지켜지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방 바깥에 서 있는 경비병조차 내부의 변고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다른 놈들은? "
" 제가 아는 놈은 이놈 뿐입니다. 하지만 이친구라면 좀 더 많이 알고 있을 겁니다. 마셈버의 카라반 마스터인 동시에 이 근방의 젠타림 스파이들의 연락책이니까요. "
슈발츠는 비로소 카라반 마스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대의 스파이들의 연락책이라는 역할을 맏고 있었지만, 카라반 마스터 자신은 엡과 마찬가지로 전투와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삶을 산 보통의 상인일 뿐이었다. 그러니 드로우들의 고문 기술로 단련된 슈발츠나 두르나의 취조에 견딜수 있을 리 만무했다. 두르나의 적당한 조력(?)과 함께한 슈발츠가 그를 심문한 지 몆분 지나지도 않아서, 카라반 마스터는 자기가 아는 것들 전부를 술술 불고 있었다. 그가 누설한 정보는 주로 코르미르에 흩어져 있는 젠타림 스파이 조직원들을 통제하기 위한 연락 수단에 관한 정보들이었고 당연히 그중에는 도플갱어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었다.
" 수고했어. "
" 크악!... "
알고싶은 것을 모두 알아낸 슈발츠는 검을 휘둘러 카라반 마스터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 냉정한 처사를 보던 엡은 자기도 모르게 어께를 움츠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카라반 마스터의 얼굴로 변해 있는 슈발츠를 보고 그는 혼비백산했다.
" 이제 내가 새로운 카라반 마스터다. "
그의 발 아래서 죽은 카라반 마스터의 시신이 슬금슬금 녹아내리고 있었다.
.
.
.
이 시점에서의 슈발츠의 능력치
하프드래곤/드로우(형태 : 드래곤)
레인저 11/ 템피스트 2레벨
능력치(순서대로 힘/민첩성/건강/지능/지혜/매력)
30(+10)/ 23(+6)/ 21(+5)/ 20(+5)/ 21(+5)/ 20(+5)
특수능력(다른 모든 종족 특수능력에 더해서)
마법적인 변화 / 향상된 성장 : 그는 1레벨에 하나씩 재주를 얻고, 짝수레벨에 하나씩 추가 능력치를 얻는다.
마법적인 변화 / 은화(銀和) : 그의 은빛 비늘은 에너지와 광선류 주문의 효과에 면역을 부여하며, 광선과 접촉류 주문은 50%확률로 시전자에게로 반사된다.
마법적인 변화 / 드래곤 능력(실버) : 그는 HD에 따르는 실버 드래곤의 능력중 일부를 사용한다.(브레스, 주문유사능력, 능력치 등)
마법적인 변화 / 실버소드 능력 : 그의 자연무기는 피해 감소를 돌파하기 위한 연금술적 은 무기로 간주하며, 모든 직접공격은 보팔효과를 가진다.
마법적인 변화 / 주화 능력 : 그는 주화 능력을 얻는다. 주화 비축 점수는 캐릭터 레벨+건강 수정치이며, 자유롭게 주화에 관련된 모든 재주에 접근할수 있다.
마법적인 변화 / 드래곤 각성(실버) : 그는 용의 본질과 교감하게 된다. 주문 유사 능력과 AC를 제외한 드래곤 능력과 관련된 HD를 결정하는 판정에 *2를 받으며, 캐릭터 레벨 만큼의 소서러로 간주한 주문 시전 능력을 얻는다.
특수 공격(다른 모든 종족 특수공격에 더해서. 특별히 언급이 없는 한 하루 한번)
브레스(냉기&산) : 브레스를 사용할 때 종류를 고를 수 있다. [레벨/2*D6]의 데미지를 가한다. 내성굴림은 레벨+건강 수정치에 따르며, 반사굴림이다.
주화 능력(13점) : 저장된 주화 점수를 소모하여 1주화 점수당 D6의 장거리 접촉 마법 공격을 하거나, 1주화 점수당 2점의 HP를 회복시킬 수 있다. 그외에 재주 등으로 확장되는 주화 능력이 허용하는 다른 부가능력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재주들(일반): 교육받음(지역재주)/ 향상된 맨손 전투/ 향상된 격투/ 강타/ 특수무기 숙련: 바스타드 소드/ 비전 강타/ 베어넘기기/ 향상된 우선권/ 조준사/ 묵음 주문/ 전투 반사/ OTF(큰무기 쌍검술)/ 부동 주문/
재주들(레인저): 추적/ 야생 교감/ 레인저 주적(언데드, 롤스의 하수인, 인간)/ 이도류 스타일(강력한 쌍검술)/ 지구력/ 동물 동료(정하지 않았다)/ 삼림(버섯지대) 활보/ 신속한 추적자/ 회피/
재주들(템피스트): 폭풍방어+1/ 양손잡이/
두르나
드로우 레인저 9레벨
능력치(순서는 동일)
14(+2)/ 18(+4)/ 12(+1)/ 14(+2)/ 14(+2)/ 14(+2)/
특수능력/특수공격(종족과 직업 템플릿을 따른다)
재주들(일반): 향상된 우선권/ 지상 적응/ 피하기/ 기동/
재주들(레인저) : 주적(롤스의 하수인, 인간)/ 추적/ 야생 교감/ 궁술 스타일(속사/ 다발) / 지구력/ 동물 동료(정하지 않았다)/ 삼림 활보/ 신속한 추적자/ 회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