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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짧다면 짧은 이야기 epilogue

-짧다면 짧은 이야기 part 3

앨범 작업 말고도 연말이라 스케쥴이 풀로 찼다더니, 그래서 전화받을 시간도 없는 건가?


병원에서 4일 만에 퇴원을 했는데, 애들은 아직도 연락이 없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미리 짐작하고 섣부르게 행동했다가 나중에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르니,
이번에는 진득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시련도 있었던 만큼 애들을 믿는 마음이 큰 것도 있겠지만...

내가 기다리거나 말거나 연말 특집에 나와 생기발랄하게 노래 부르고, 춤추고 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는 좋아 보였다.
"그래도 그렇지 문자라도 한통 넣어 주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워낙 바쁜 게 눈에 보이니, 이해하고 넘어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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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도 하루 이틀이지, 연말에 그 지랄하는 거 다 참아넘기고, 이젠 희망찬 새해가 밝았어도 수십 번은 더 밝았는데 이 이상은 도저히 못 참겠다 싶었다.

씩씩하게 숙소로 찾아갔다.
어라! 이사 갔다고?

냉정하게! 열 받지 않고 생각해봤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연락을 한 번쯤은 해줄 수도 있었는데,
아무에게도 연락을 못 받았다는 건, 누군가 막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 누군가는 SM이라는 건데.

하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애들을 만나는데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모른 체했다는 가정도 성립되는데, 하필 지금 통제를 하느냐를
생각해봐야 할 상황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왔다. 결국, 방법은 스케쥴을 파악해서 직접 만나러 가야 하는 것밖에 없었다.
별일이 없으면 라디오방송을 하는 태연이 있으니 만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매니저가 철저히 감시를 하면 만나도 별 소용이 없을 듯했다.

유레카!!! 일단 C에게 물어봐야겠다. 그 쪽물을 먹고 있으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웬일이냐? 전화를 다하고?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

"너 요즘 어디서 일하냐?"

-요즘 뮤직비디오 찍고 있다.

"흠! 너 방송국 들어갈 수 있어?"

-거긴 왜?

"애들이 연락이 끊긴 지 한 달 다 돼간다. 휴대폰도 안 받고, 숙소는 옮겼고, 연락도 없고, 답답해서 못 살겠어."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니?

"내가 편지 써 줄 테니 그것 좀 전해주고, 가급 적이면 전화 좀 해주라고 해."

-알았어! 내일 감독님하고 방송국에 들어갈 일이 있는데, 소녀시대 스케쥴이 그 방송국에 있는지 모르겠네?"

"내가 지금 스케쥴 뽑아줄 테니 그중에 니가 시간을 맞춰봐라."

-그래, 스케쥴이 없으면 다른 방송국이라도 가볼게.

C와 통화를 하고 팬클럽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스케쥴을 뽑아봤다.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스케쥴이 잡혀 있었다.
그중에 C가 간다는 방송국은 수연이와 서현이 출연하게 되어 있었다.

"내일! 제시카하고 막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어."

-몇 신데?"

"2시부터 녹화란다."

-2시면, 1시쯤 오겠네. 방송국 들어갔다가 밥 먹는 약속 있다고 하고 만나면 되겠다. 편지는?

"지금 써서 가지고 갈게."

급하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던데 갑자기 편지를 쓰려니 어디부터 쓰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애들아~

연락이 안 돼 답답해 죽겠다. 시간 내서 전화를 한 통 해주던지, 아니면 홈피에서 댓글로 챗이라도 하자. 네이트나 버디도 괜찮고.
일단, 네이트에서 기다릴게, 홈피는 글 써놓고 있을 테니 댓글 달아.

C를 찾아가 편지를 주고 돌아왔다. 내일은 잘돼야 할 텐데...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에 간신히 잠들었다 깨어보니 1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만났을까? 만났으면 편지를 전해줄 시간은 있었을까?" 안달복달을 하고 있는데, C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떻게 됐어?"

-서현씨에게 편지는 전해줬고, 너 얘기 하면서 네가 연락이 안 돼서 궁금해 죽으려고 한다니까,
전원이 휴대폰 압수당해서 연락을 못 한다고 하더라. 밤에도 매니저가 상주한대.
매니저가 철저하게 지켜서 서현씨와 얘기하는 것도 어려웠어. 스텝인 척하고 잠깐 했다.

"미치겠네! 일단 저녁에 두고 봐야 하겠네. 아무튼, 오늘 수고했다."

-확실하게 해야 했었는데, 걱정하지 마라. 오늘 연락 안 되면 내가 다른 방법을 찾을 테니.

"그래, 고맙다."

C와 전화를 끊고 무작정 기다렸다. 서현이가 숙소에 도착할 시간이 8시쯤이라고 보고 편지를 건네줄 시간은 애들이 들어올 10시쯤이면? 혹시 모르니까 8시부터는 기다려야겠군.

마음이 급해 7시부터 대화방에서 기다렸다. 홈피에도 접속해 글이 달리나 눈이 빠져라 쳐다 보았다.
10시가 지나고, 11시가 지나고, 12시가 지나갔다. 기다리다 지쳐서 접속을 끊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애들에게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하니까,
나중에라도 밤새워 기다린 적도 있었다는 말은 해봐야 하니까, 밤을 지샐 각오로 기다렸다.

2시가 넘어가 3시를 향해 갈 때 쯤, 홈피에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 방을 만들고 비번을 걸었다. 개설자는 꼬맹이 비번 단서는 "휴대전화" 달랑 네 글자.
전번을 입력하라는 것 같아 태연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했다. 들어가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내 전번인 것 같아, 내 전번을 입력했더니 들어 가졌다.

-꼬맹이니?

-응?

-핸폰 압수당했다며?

-응, 외출도 통제고 매니저가 숙소에 상주하면서 감시해. 여기도 눈치 봐서 잠깐 들어온 거야.

-미치겠네!!!

-네이트도 못해. 할 수 있는 건 홈피에 잠깐 들어오는 정도야.

-그럼 이대로 계속 못 만나는 거야? 그러다 잘 가라는 말도 못 하고 헤어지겠다."

-무슨 소리야? 가수를 안 하면 안 했지, 오빠랑은 못 헤어져.

-숙소도 이사 가고, 전화도 못 하고, 만날 수도 없고,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지금 애들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야.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앨범 발매 하고 그 뒤에는 무슨 일이 생겨도 크게 생길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응~~~

-몰래라도 만날 수 없어?

-앗

-꼬맹아?

_야!!!! 태연아~~

앗! 이라는 글자 하나만 남기고, 꼬맹이는 그렇게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아마 매니저에게 들킨 거겠지. 북한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사생활을 통제하다니, 더러운 놈들~

앨범 발매도 며칠 안 남았으니 기다리기로 했다. 가수를 안 하면 안 했지 나랑은 못 헤어진다니.
립서비스라고 할지라도 기분이 좋아졌다.

음원이 발표되고 며칠 후 정규앨범이 발매됐다. 발매가 시작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는 소덕들의 힘이 큰 것 같더구먼. 노래도 그저 그렇고, 오빠 오빠 하는 건 맘에 드네~

앨범이 발매되고, 애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아니! 이거 점점 더 만나기가 힘들어지잖아. 태연이는 무슨 생각으로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을까?
에휴~ 기다리라니 기다릴 수밖에, 하지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태연과 채팅을 하기 전이나 하고 난 후에나...

컴백 후 방송 3사에서 1위를 했는데도 전화는커녕 문자 하나 없었다.
그냥 이대로 헤어지는 건가, 이별의 말도 못 했는데? 해준 것도 없이 마음만 아프게 만들고 이대로 끝낸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쉬웠다.
하지만, 애들이 원한다면, 아니 애들이 원해서가 아니더라도 애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제는 미련을 접을 때도 됐다 싶었다.


억지로라도 마음의 정리를 하니 시원섭섭했다. 컴퓨터의 사진을 지우고,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은 건 다 치웠다. 나중에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떳떳하게 볼 수 있어야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4학년이 되고, 교생실습을 다녀오고, 취직준비를 하고...


눈앞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누가 말을 했을까?
사랑은 젊은 날의 열병과 같은 거라고 누가 말을 했을까?
세월이 약이라고 도대체 누가 말했을까?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기커녕, 뜻 모를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안 보려고 하면 할수록 더 보고 싶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못 견디겠다 싶어서, 여름 방학이 끝나면 유학을 가기로 했다.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 많이 힘들 것같아, 보다 못한 부모님이 권하고 내가 받아들여 영국으로 가기로 했다.



부모님과 공항으로 갔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부모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가 날아오르고 창문 밖 구름 아래로, 내가 태어나 여태껏 살고 있던 내 나라가 보였다.
한참을 보다 보니 창밖에 펼쳐진 구름이 애들 얼굴로 보였다. 잘 있어~ 애들아~ 이제는 정말 보기 힘들겠다.






-짧다면 짧은 이야기 epilogue


영국에서의 학교생활은 빡빡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학교수업, 자료조사, 리포트 그야말로 밥만 먹고 공부만 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애들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전에 2학년만 마치고 유학을 떠난 친구놈이,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와서 했던 말이 기억났다.
한국은 대학에 입학하기 힘들지만 미국은 졸업하기가 힘들다고. 나는 대학원이라 좀 여유가 있을 것 같더니만 더한 것 같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오히려 견딜 만 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조차 없으니까,
외롭다고 느낄 여유조차 없으니까...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영국에 들어온 게 어제 같은데 벌써 겨울 방학이 시작됐다.
부모님은 방학 때 들어오라고 했지만, 졸업 후에나 들어갈까 생각하고 있어서, 공부해야 한다고 돌려 말했다. 부모님도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외로움을 타시는 것 같았다.

방학은 했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쓸려서 시간을 보내기는 싫고 해서, 여행이나 하기로 하고 런던의 이모네로 갔다.


이모네 집에서 며칠을 보내고 슬슬 움직일 때가 돼, 아침 식사를 하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데 현관문을 누가 두들겼다.

"연지야 나가봐라"

이모의 말에 동생이 현관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오빠! 나와봐요~"

동생이 나를 찾기에 아무 생각 없이 갔더니, 태연이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서 있었다.
태연은 나를 보자 끌어안고는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가 울고 있는 태연일 안고 가만히 있으려니, 이모가 나와서 우리 둘을 집안으로 데리고 갔다.
내가 자던 방으로 태연이를 데리고 갔다.

"어떻게 온 거야? 여기는 어떻게 알았어?"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 내 품에 얼굴을 묻은 태연은, 내 물음에 대답할 생각도 안 하고 내 품에서 울기만 하고 있었다.
꼭 껴안고 등을 두드려주며 태연을 달랬다.
"그만 울어! 너는 웃는 게 예쁘다니까."

한참을 더 울던 태연이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오빠랑 채팅하다 매니저에게 걸렸어. 그때부터 컴퓨터도 못 하게 했어."

"흠! 그래서 연락이 안 됐구나?"

"응! 애들도 불만은 쌓여가는데 어떻게 할 방법은 안 보이지, 미치는 줄 알았어."

태연이 울음을 어느 정도는 가라앉혔는지 점점 말이 빨라졌다.

"나하고 윤아 미영이 남자를 사귄단 걸 회사에서 알고 계속 주시하고 있었나봐.
물증만 있으면 우리를 틀어잡으려고 했는데, 오빠 아팠던 날 우리 셋이 숙소를 비운 게 탄로 난 거야."

"그럼 원인이 나 때문인 거네?"

"말 좀 끊지 말고 들어봐."

품에 안겨 있던 태연이 나에게서 떨어지며 눈을 흘겼다.

"윤아가 숙소에 들어온 다음에도 별 이상이 없었는데, 우리 전부 오빠 병문안 갔다 왔잖아, 그때부터야."

"윤아는 밤에 혼자 왔었는데?"

"그건 윤아가 죽어도 가겠다고 하니까 그날만 보내준 거야. 못 간다고 하니까 윤아가 창문으로 뛰어내릴 것 같더라니까. 매니저도 어쩔 수 없어서 보내준 거야."

여기까지 얘기하고는 목이 마른 지 물을 찾았다. 주방으로 와서 물병과 컵을 들고 방으로 돌아 갈려니까
동생과 이모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중에 다 얘기해 줄게, 지금은 손님 있으니까..."

알겠다며 고개를 끄떡이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태연은 목이 말랐는지 연거푸 두 컵을 따라 마셨다.

"체해 천천히 마셔~"

태연이 컵을 쟁반에 내려놓더니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몇 개 있는 건 오빠도 잘 알 거야."

"연애금지, 계약기간 이런 거?"

"응, 그런데 연애금지는 말이 안 되잖아. 사람이 좋으면 연애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렇지!"

"내가 선생님에게 따졌어! 이런 식으로 하시면 은퇴한다고. 그러니까 계약기간 남았다고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

"그러면 어떻게 오게 됐어?"

"계약기간과 연애금지 이 두 개를 법원에 재판청구 한다고 했지."

똑똑한 건지 무서운 건지, 이 당찬 꼬맹이는 선생이란 사람에게 협박을한 거였다.

"그래서 계약서를 다시 썼어, 단 투자한 게 있으니 지금은 안 되고 1년만 유예를 하자고 하더라고."

"어? 아직 1년 안 됐잖아?"

"아! 말 끊지 말랬지."

"알았어~~"

"내가 연말까지로 하자고 하고 표준계약서로 다시 썼어. 일 년 유예기간이 며칠 안 남았으니까, 휴식기 휴가라고 하고 날라온 거야."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 계약까지는 내가 알 수가 없잖아. 자기들이 얘기해주기 전에는. 하지만, 다른 애들에게 계약 내용을 대충 말했놨으니까 자기들이 알아서 할 거야."

"선생이란 사람이 너 은퇴하라고 하면 어떡할뻔했어."

"내가 그랬잖아, 가수를 안 하면 안 했지 오빠랑은 못 헤어진다고."

나를 찾아 이 먼 나라까지 오기 위해, 수많은 고비를 넘겼을 이 아이에게 내가 할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사랑해 언제까지나~~"


------짧다면 짧은 이야기 The end

그동안 서툰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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