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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血神劫 - 1

 

회원개편을 한다니 짤리지 않으려면 뭔가 글을 올려야 할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


종전의 무협 야설과 좀 다른 스타일인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지 모르겠네요. ^^;



덧 : 방금 올려봤는데 글이 너무 짧군요. 그래서 조금 더 이어 붙입니다.



 


덧 둘 : 문맥을 새로 좀 가다듬고 등장인물의 이름과 소소한 몇 군데를 좀 수정했습니다.




바뀐 이름




방예선 -> 구양선


진월련 -> 유월련


연상희 -> 한교운




이름을 바꾼 이유는 3편 잡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헷갈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






血神劫


 


第 一 章  神州第一莊




-1-




아직 진시를 다 지나지 않은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햇볕이 조금 강해서 약간 더운 날씨였지만 신주제일장의 대청 성무각(成武閣)의 앞 연무장은 북적거리는 소음과 짙은 향내로 가득했다. 신주제일협(神州第一俠) 사도천이 사망한지도 벌써 삼 년, 어제의 제사를 끝으로 탈상을 했고 오늘 사도천의 아들 사도운이 신주제일장을 정식으로 이어받게 되는 것이다. 안마당은 중앙의 넓직한 통로 부분을 제외하고는 좌우로 햇볕을 가리기 위해 쳐둔 차양 아래 찾아온 손님들에게 마련해준 좌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성무각 앞의 안마당은 일개 장원의 안마당으로는 지나치게 넓어 보이는 편이지만 실제로는 신주제일장의 연무장을 겸하고 있었고 손님을 맞이하기도 하는 곳이라 신주제일장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숫자를 생각한다면 그다지 넓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바로 성무각과 이 연무장을 합쳐서 성무전(成武殿)이라 이름하고 신주제일장의 심장이 되는 곳이다.




성무각의 중앙 큰 제단 옆에는 신주제일장의 안주인인 신주제일화(神州第一花) 양세현과 신주제일협 사도천의 외아들 사도운이 하얀 예복을 입고 여러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탈상은 했다지만 성무각 중앙에는 여전히 사도천의 제단이 마련되어 있어 찾아온 군웅들이 바친 무수한 향들이 가득 꽂혀 향내를 넓게 퍼뜨리고 있었다.




아직 어린 아들 사도운을 대신해 신주제일장의 안주인 양세현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중원 천하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남편 사도천이 죽은 이후로 좀처럼 남에게 미소를 보이지 않던 양세현이 오늘 만큼은 활짝 웃는 얼굴로 군웅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신주제일화라는 별호답게 중원 무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듣던 양세현이 미소까지 머금자 군웅들은 그야말로 한 송이 활짝핀 모란꽃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방문한 군웅들이 보기에는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양세현이었지만 사실 한 가닥 근심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제 신주제일장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아들 사도운이 아직 어리다는 점도 있었지만 이번에 찾아온 손님들 중에 명문 정파의 수장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각파의 장문인이나 가주들이 대부분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며칠 전부터 방문하는 구파일방이나 사대세가의 인사들 중에는 장문인이나 가주들은 모두 빠지고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각 문파를 대표해 신주제일장을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가주나 장문인들에 비해 손색없는 지위를 가진 명숙들이었고 심지어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전대의 인물이 자파를 대표해서 찾아온 경우도 있었지만 작년에도 찾아왔던 갑자기 각파의 수장들이 하나 같이 올해는 오지 않았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신주제일협 사도천이 이미 죽어 신주제일장을 얕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신주제일장은 여전히 강호 제일의 세력을 가진 곳이고 각파가 수장을 대신해서 보낸 인물들도 신주제일장을 얕보고 있다면 결코 보내지 않았을 인물들이었다. 어느 곳에서는 장문인보다 배분이 높고 나이도 많은 전대의 인물을 대신 보냈으니 이는 뭔가 급한 일이 생겨 미안한 마음에 그런 것이 분명했다.




이상함을 느낀 것은 양세현만이 아니었다. 장문인을 대신해 신주제일장을 찾은 각파의 명숙들도 서로 얘기를 나누며 각파에 하나같이 장문인이나 가주가 도저히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없을 정도로 큰일이 일어난 사실을 알고는 근심에 잠겼다. 모두 강호에서 구를 대로 구른 인물들이라 이런 일은 우연히 한꺼번에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민 일이거나 강호에 뭔가 수상한 바람이 불려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비록 근심스런 일이 있다하더라도 축하해주러 온 자리에서 찌푸린 얼굴로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중인들은 안마당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술을 마시며 사도운에 대한 덕담을 하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한 친구들 끼리 모여 한담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런 그들 사이로 신주제일장의 하인과 하녀들이 연신 술과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한창 북적거리며 여기저기서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누군가 갑자기 안마당으로 들어와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옷차림을 보니 장원의 정문에서 손님을 접대하던 신주제일장의 호위무사 중 하나였다.




무사는 급히 양세현에게 다가가 배첩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혈신문(血神門)의 문주라는 여인이 수하들을 데리고 공자님의 가주 계승을 축하한다면서 예물을 가지고 찾아왔는데 그, 그게…….”




양세현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신주제일장에는 정파인들 만이 아니고 사파 쪽의 사람들도 간혹 손님으로 찾아왔다. 애초에 강호 무림이라는 것 자체가 이익을 위해 뭉쳐 무력으로 실력을 행사하거나 때로는 불법을 자행하는 방회가 태반이고 당장 오늘만 해도 사도운을 축하해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그런 강호 방회의 인물들이다.




신주제일장은 손님이 사파의 인물이라거나 하다못해 비천한 하오문의 인물이라 하더라도 특별히 거절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지금 문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신주제일장의 총관은 이런 요령이 좋아서 찾아온 이가 비록 구걸하러온 거지라 하더라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한쪽으로 데려가서 잘 먹여서 보내곤 했다.




손님이 무림인이라면 아무리 악명이 자자한 사람이라도 경우에 맞게 잘 대처하여 안으로 모셔오지 문전에 세워두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물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원 제일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 신주제일장에 와서 행패를 부릴 인물도 없지만 설사 나쁜 의도를 가지고 찾아온 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를 대처하지 못한다면 애당초 신주제일장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신주제일장의 일개 호위무사라 할지라도 강호에 나가면 웬만해서는 상대가 없을 정도의 인물들이고 가신 정도가 되면 일파의 명숙이라도 상대할만한 인물이 드물었다. 그리고 양세현 자신만 해도 사도천이 죽은 지금 천하에서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사 나쁜 의도를 가지고 찾아온 손님이라 하더라도 문 안으로 들여놓고 상대할 정도의 여유는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양세현이 젊은 무사에게 말했다.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 혈신문이라는 이름은 오늘 처음 들어본다만 과거의 원수라 하더라도 문전에서 상대하지 않는 것이 신주제일장의 규칙, 왜 손님을 모셔오지 않는 게냐.”




양혜선이 눈살을 찌푸린 것은 사실 그 젊은 무사의 호들갑보다는 혈신문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십여 년 전 십이혈마(十二血魔)라는 마인들이 갑자기 강호에 나타나 강호를 피로 물들였고 당시 중원의 정파 무림은 멸망 직전까지 몰렸었다. 십이혈마를 막을 방도가 이젠 없다고 사람들이 완전히 체념하려는 순간 혜성처럼 등장해 중원 무림을 구원한 이가 바로 사도천이었고 그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무공과 지혜를 발휘하여 사도천을 도와 십이혈마를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보좌를 했던 이가 양세현이었다.




둘은 십이혈마를 물리친 후 혼인하여 이 자리에 거처를 마련했고 그런 그들 부부에게 구파일방과 사대세가가 함께 신주제일장이라는 현판을 만들어 선물하며 사도천에게는 신주제일협(神州第一俠), 양세현에게는 신주제일화(神州第一花)라는 별호를 붙여주니 바로 신주제일장이 생기게 된 유래였다. 둘 사이에는 아들도 태어나고 행복한 세월을 보냈지만 삼 년 전 십이혈마와의 싸움 도중에 입었던 내상이 원인이 되어 사도천은 세상을 떠났다.




십이혈마 이후 강호인들은 피 혈자가 들어 간 이름에는 진저리를 쳤고 십여 년간 중원에서 피 혈자는 거의 금기시되었었다. 그런데 지금 다른 곳도 아닌 신주제일장에 혈신문이라는 이름을 내 건 자들이 찾아온 것이다.




차양 아래의 좌석에 앉아 술을 마시거나 한담을 나누던 강호인들도 혈신문이라는 이름을 듣자 일제히 웅성거렸다.




“누구 혈신문이라는 이름을 들은 적이 있나?”


“난 오늘 처음 들어보는군.”


“감히 신주제일장에서 혈신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다니 간이 부었구나.”


“도대체 어디의 머저리들이기에 저런 황당한 일을 벌이는 걸까?”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가운데 양세현이 무사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냈다.


무사가 약간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이며 뭔가 할 말이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듯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 그게, 그게……, 그들이 장주님께 바치는 예물이라는 걸 가져왔는데 그 예물이란 게……, 그게, 정말…….”




우물쭈물 답변을 제대로 못하는 젊은 무사를 보며 다그쳐 물으려는데 한가닥 청아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물을 가지고 찾아온 손을 문밖에서 대접하는 것이 신주제일장의 예의인가요?”




지금 손님들이 모여 있는 연무장은 한 변의 넓이만 거의 삼십 장(丈: 일장은 대략 삼 미터) 가량 되고 또 그 끝에서 대문까지의 거리가 거의 사십 여장이나 된다. 더구나 아무리 신주제일장이 무림 제일 고수의 거처였다고 하더라도 어엿한 무림인의 거처 사도천이 과거 중원 무림에 아무리 큰 공적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그도 무림인인 이상 원한을 품은 인물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당연히 신주제일장도 용이한 방어를 중심으로 지어졌고 열 길이 넘는 높고 두터운 담장이 장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정문에서 성무전까지의 거리가 사십 여장이라고 하지만 그 사이에는 몇 개의 두터운 담장과 문이 가로막혀 있다. 오늘은 비록 손님맞이를 위해 문들이 다 열려 있다지만 그래도 말소리가 들릴만한 거리는 아닌 것이다.




지금 말하고 있는 여인이 대문 앞에서 말하고 있다면 칠십 장이 넘는 거리에서 그것도 몇 개나 되는 두터운 담장을 지나 또렷하게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다. 그 정도 거리라면 단순히 소리를 전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이렇게 부드럽고 또렷하게 말을 전하는 것은 웬만한 내공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모여 있던 강호인 모두 방금 말한 여인의 내공이 이미 일정한 경지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양세현은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무사를 바라보며 그들이 가져온 예물이라는 게 말하기 무척 난처한 물건이라는 걸 깨닫고는 대문 방향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손님이 가져오신 예물이 뭔지 몰라도 수하들이 손님의 예물에 놀랐나봅니다. 손님을 문밖에 세워두고 응대한다면 어찌 신주제일장이라 하겠습니까.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상대가 한 수를 보였으니 이쪽도 그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양세현의 말소리는 부드럽고 나지막했지만 상대에게 또렷하게 전해졌다.




양세현이 그들을 들어오는 걸 허락하자 무사가 놀란 듯 펄쩍 뛰면서 손을 내저었지만 여전히 말을 못하고 입만 달싹거릴 뿐이었다. 양세현 뿐만이 아니라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강호의 여러 군웅들도 젊은 무사의 모습과 행동을 보면서 혈신문이 가져온 예물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무사가 저렇게 허둥대는지 궁금해졌다.




멀리서 약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아홉 명의 여인이 성무전의 문을 지나 차양 사이로 난 넓은 가운데로 걸어 들어왔다. 붉은 색의 화려한 성장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 가운데 서 있고  등에는 검을 맨 열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여덟 명의 경장 소녀가 그녀를 호위하는 모양새였다. 가운데 성장을 한 여인은  치맛자락이 넓게 벌여져 있어 걸음을 걷기도 불편해 보이는 옷차림이었지만 사르륵 미끄러지듯 앞으로 걸어왔다. 여인은 대청에 서있는 어린 사도운과 양세현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보이더니 말했다.




“소녀는 혈신문의 문주 구양선이라고 합니다. 공자가 어린 나이에 신주제일장을 이어받으시게 된 걸 경하 드리기 위해 찾아왔답니다.”




양세현은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방금 밖에서 말했던 여인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무척 놀랐다. 여인은 대략 스무 살 정도로 보였는데 조금 전 목소리로 얘기를 나눌 때도 이미 젊은 여인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젊을 줄을 몰랐다. 깊은 무공을 익힌 사람들 중에서는 주안술을 익히거나 혹은 무공 자체가 주안의 효과를 가지는 경우가 있어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이는 경우가 제법 있지만 이 여인은 얼굴에서 아직 어린 티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으니 실제 나이도 그 정도가 분명했다.




어린 사도운이 여인을 향해 고개를 숙여 장주답게 예를 보이자 양세현이 앞으로 나서 말했다.




“보시다시피 제 아들이 아직 어려서 아직은 제가 아들을 대신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과문하여 혈신문이라는 이름은 오늘 처음 듣습니다. 새로 만든 문파를 만드신 모양인데 혈신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계시니 혹시 과거의 그 십이혈마와 관련이 있으신 건 아니신지요.”




양세현의 말에는 은근히 가시가 들어있었다. 너희들 문파는 처음 들으니 새로 만든 게 분명한데 감히 문파 이름에 피 혈자를 넣다니 강호에서 너희를 십이혈마와 연관시키면 어쩌려고 그런 이름을 사용하느냐는 힐책이었다.




혈신문주 구양선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희 문파가 생긴 건 제법 오래됐고 제가 새로 만든 건 아니랍니다. 그리고 경사스런 자리이니 먼저 예물을 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예물 이야기가 나오자 소식을 알려왔던 무사가 화들짝 놀랐다. 양세현과 다른 강호의 군웅들 모두 도대체 저 여자들이 가져온 예물이 어떤 것이기에 젊은 놈이 계속 저러나 싶어 궁금증이 점점 더해졌다.




구양선이 고개를 돌려 밖을 향해 외쳤다.




“예물을 가져오너라.”




곧 예물을 실은 두 개의 가마가 마당으로 들어왔다. 두 개의 가마는 각기 네 명의 건장한 장한이 어깨에 걸머지고 있었는데 가마는 넓은 널빤지로 평상 같이 만들고 어깨에 걸머질 수 있도록 굵은 나무로 만든 손잡이를 붙여 놓은 것으로 일반 가마처럼 비를 막는 지붕이나 시선을 가로막는 사방의 벽이 전혀 없는 물건이어서 가마 위에 놓인 혈신문의 예물이 어떤 것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마 위에 놓인 혈신문의 예물을 보자 주위에 있던 군웅들이 경악의 함성을 외치며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마 위에 놓인 혈신문의 예물은 놀랍게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두 여인이었다.




전라의 두 여인은 가마 위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두 여인 모두 긴 머리를 앞으로 풀어내려 얼굴을 가리고 있어 얼굴은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하얀 목에서 매끄러운 등을 거쳐 엉덩이로 흐르는 선이 언 듯 보기에도 거의 완벽한 몸매였다.




주위의 군웅들은 너무 놀라운 모습에 일어서기만 했을 뿐 한마디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저 입만 쫙 벌리고 있어 삽시간에 사방은 사람들의 숨 쉬는 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짧은 경악의 시간이 지나가자 여기저기서 남자들의 거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여인들이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어 음부는 보이지 않았지만 하얀 살결이나 박속을 쪼개 붙여놓은 것 같은 크고 불룩한 두 개의 젖무덤, 뽀얀 젖무덤의 살결 때문에 더욱 붉게 보이는 오똑하게 솟아있는 빨간 젖꼭지, 성숙한 여인들의 육감적인 육체가 남자들의 성욕을 자극하기는 충분했다. 군웅들 속에는 여인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들조차 너무 놀라서 다른 행동을 못하고 그저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만 있었다.




대청에 앉아서 구양선을 상대하던 양세현 조차 너무나 놀라 할 말을 잊은 듯 멍하니 보고 있었지만 문득 옆에 있는 아들 사도운이 걱정되어 정신을 가다듬고 아들을 살펴보았다. 몹쓸 장면을 보였으니 아들의 눈이라도 가려야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사도운은 아직 어려 성에 눈뜰 나이가 아니었고 목욕을 시키거나 할 때면 시녀나 유모 혹은 양세현 자신의 알몸을 보기도 하는지라 여인의 알몸에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사람들 앞에서 알몸의 여인을 자신에게 선물이라고 가져온 것이 조금 재미있고 신기한 듯 호기심 섞인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사도운의 모습을 보니 아직 사도운의 눈을 가리거나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무리 어려도 사도운은 이미 신주제일장의 장주, 강호의 여러 군웅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가 강제로 눈을 가리는 거나 하는 건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이렇게 어린 아들에게 축하의 예물이라며 가져온 게 발가벗은 여인네라니 이건 양세현 아니 신주제일장 전체에 대한 큰 모욕이었다.




양세현이 노기 섞인 음성으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죠.”




구양선에 생긋 웃으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신주제일장의 어린 장주님께 드리는 선물이지요. 장주님은 아직 어리니 개나 고양이 같은 귀여운 동물이 가장 좋은 선물일 것 같아서 특별히 귀엽고 말 잘 듣는 아이들로 이렇게 두 마리 준비했답니다.”




사람을 개나 고양이 취급하며 한 마리, 두 마리라고 부르는데도 양세현은 너무 화가 나 미처 대꾸도 못했다. 구양선이 두 여인을 가리키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이미 다 자란 아이들이라 좀 더 어린 것들로 준비할까 했지만 아무래도 어린 것들은 재주가 부족해서 조금 자란 아이들로 구했답니다. 구하는데 꽤 애를 먹었답니다.”




얼굴을 볼 수 없어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여인들의 몸매는 대단히 성숙해서 어린 처녀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양세현은 다시 화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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