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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짧다면 짧은 이야기 21부



-짧다면 짧은 이야기 part 3

내일 스케쥴이 많은 태연을 숙소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며, 윤아와 미영의 일이 생각났다.
그렇지만, 태연이 넘어가 달라고 했으니 모르는 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켰다.
윤아가 엄마와 찍은 사진을 바탕화면에 깔아 놓았는데, 갑자기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윈도우 기본 화면으로 바꾸고 나니, 팬카페고 뭐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이런 기분으로는 공부가 될 리도 없으니, 잠이나 자자는 생각으로 컴퓨터를 꺼버리고 침대에 누웠다.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이 상쾌해야 하루 일이 잘 풀리는데,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며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바이오 리듬이 안 좋아서인지, 밤에 잠을 설쳐서인지 아무튼 상쾌하지는 않았다.

학교에 가는 중에도 뭔가를 잊어버린 듯했고, 도착해서 강의를 들으면서도 뭔가 꺼림칙했다.
아! 어제는 술도 맥주 두 병밖에 안 먹었는데, 왜 술 먹고 뻗은 다음 날 기억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드는 거지?
강의가 하나 남았는데 애들이 커피 한잔 마시자며 식당으로 나를 끌고 갔다.
온종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나에게, 말도 안 걸고 조용히 옆에만 있더니 그것도 한계에 이르렀는지 급기야는 나를 끌고 갔다.

"형이 쏘는 거니 커피나 먹고 얼굴 펴라."

"주는 거니 먹기는 하겠다만"

내가 커피를 받아들자 B가 내 눈치를 살살 보는 거 같더니만 못 참고 말을 했다.

"너 온종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던데, 기사 봤냐?"

"무슨?"

"티파니씨랑 윤아씨 기사 말이야."

"아! 그거~ 신경 쓸 필요 있나? 루머일 수도 있고, 사실이라고 해도 친목 모임일 수도 있는데."

D가 나를 보며 대단하다는 듯 말했다.

"음! 쿨하군. 근데 너 왜 온종일 죽상인데?"

"오늘 아침부터 뭔가 잊어버리고 나온 기분이 들잖아.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네? 바이오 리듬이 안 좋은 건가?"

"웬 바이오리듬? 아무래도 기사보고 기분이 안 좋았던 게 남아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B의 말을 들으니 그것도 그럴 듯하다 싶었다.

"니말도 그럴 듯하기는 한데, 사실 애들이 다른 사람을 사귄다 해도 내가 뭐라고 할 주제가 안 되잖아."

"단순히 친목도모겠지, 설마 사귀기야 하겠어. 기분 풀고 술이나 한잔 어때?"

"나 강의 하나 남았는데?"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대출시켜~"

악마들의 꼬임에 빠져, 오늘도 강의를 빼먹고 쏘주를 한잔하러 아지트로 향했다.
아지트에 도착하니 A가 먼저 와서 안주를 다 시켜놓고 있었다.

"어! 이것들이... 짜고 한 모양인데."

"니 기분이 더러운 거 같아서 내가 너 데리고 오라고 애들에게 부탁했어."

A가 말하며 나에게 술을 따라줬다. 한잔을 마시고 친구들에게 말을 했다.

"어제 인터넷 들어가서 팬들 얘기를 들어봤거든, 근데 직접 물어보려니 뭔가 그렇더라고"

여기까지 얘기를 하다 보니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게 무언지 알게 됐다.
직접 물어보고 사귀는 게 사실이 아니면 잊어버리고, 만일 사실로 밝혀지면 행복 하라고 놓아 줘야 하는데, X싸고 밑 안 닦은 거처럼 그냥 넘어가려니 그게 마음에 걸린 거였다.

"야! 나 잊어버린 게 무언지 생각났어. 나중에 연락할게."

친구들 있는 데서 전화하기도 그래서 부리나케 자리를 빠져나왔다.
아지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았다.
미영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았다.

마음먹고 한 건데 받지 않으니 왠지 허탈했다. 어쩔 수 없이 문자 보면 전화하라고 하고 아지트로 돌아왔다.
아지트에 들어가자 친구놈들이 조용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남자로 태어나서 사랑도 해볼 만큼 해봤고, 좋은 친구들도 있고, 결정적으로 나 없으면 못 산다는
태연이 있는데, 감상에 젖어 있을 필요가 없을 거 같았다.

"야! 따라봐."

내가 자리에 앉으며 말하자 C가 잔에 술을 따랐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어쩌면 잘 됐는지도 몰라."

내가 말하자 세 놈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애들이 너무 착해서 말을 못 하지만, 내가 지금 이렇게 애들 만나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세 놈이 내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동시에 끄떡였다.

"그 일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두 사람과는 헤어질 수밖에 없어. 치졸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잘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말이 끝나자 A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억수로 술을 먹고, 우중충한 기분으로 헤어졌다.




"친구들에게야 대범한 척 말했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어쨌건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와서도 전화를 계속해봤거든, 근데 용서 없이 씹더라구~~
이 정도 되면 막가자는 얘기지... 암 막가자는 얘기고 말고~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더라고, 에라 ~ 니들이 내 전화를 씹었으니 니들 전화는 오늘부터 안 받겠다고 마음을 먹었지.
근데 휴대폰을 켜 놓으면 태연이 전화도 있을 테고, 받아야 할 일도 생길지 몰라서
오늘부터 원시시대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어~~’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 머리도 아프고 속도 쓰렸다. 그래도 단편적으로 생각이 떠오르는 게,
친구들이 위로를 빙자한 "마시고 죽자"를 행사한 건 기억이 나고, 뭐에 열 받았는지 휴대폰을 뽀작 내버린 게 기억이 났다.
"헐! 미친놈 산 지 얼마 안 되는 휴대폰은 왜 부숴?" 스스로 자책하며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있으려니 어제 열 받은 김에 각오한 게 하나 둘 떠올랐다.
"그래! 난 치매가 아니었던 거야" 자신을 위로하며 부숴버린 휴대폰은 잊기로 했다.
그보다는 차라리 이참에 자신을 반성하며 "잃어버린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때?"라며
자기 합리화를 시도했다.

시험도 끝났겠다, 방학도 얼마 안 남았겠다, 과감하게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모님께 4학년 올라가기 전에 마지막 여행이나 하겠다며, 안심을 시키고는 영국에 살고 있는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모는 그전부터 놀러 오라고 했고, 차일피일 미루며 핑계만 대던 내가 가겠다고 하자 왕복 비행기표를 보내줬다. 그것도 비즈니스석으로...


서둘러 수속을 밟고, 친구들에게는 여행 간다는 문자 달랑, 태연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읊고 나서야 허락해줬다. 도착하면 전화할 것, 여행 중에도 하루에 한 번은 전화할 것 등등, 옵션을 몇 개 걸고 나서야...

여행은 순조로웠다. 처음에 도착한 날 하루를 이모네서 묶고는 영국을 돌아다녔다.
비틀즈의 도시 리버풀, 아! 축구 좋아하는 사람은 축구팀 리버풀을 더 칠 는 지도 모르겠지만...
스코틀랜드도 돌아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일주일 정도를 런던의 이모집에서 묵으면서 런던을 돌아봤다.

한국으로 떠나는 날 이모는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방학인데 조금 더 있다가 가라고 붙잡았지만, 집 떠난지 한 달이 넘어가니 집이 그립기도 하고, 태연이 무척이나 보고 싶기도 해서 이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공기가 벌써 틀린 게, 우리나라에 도착했다는 기분에 젖었다.
일단 태연에게 전화를 하니, 당연히 안 받았다. 흠! 공중전화라 그렇겠지?
다음에 친구A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을 알리고 "다른 놈들에게 연락해"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안 받았다.
아오 ㅅㅂ 오랜만에 마음먹고 립서비스 좀 해 줄라고 했더니 쌩이네~~

시차적응도 할 겸 걍 누워 퍼졌다. 엄마에게 나 찾으면 친구 만나러 나갔다고 하라고 시키고는..

한달 남짓을 외국에 있다 들어오니 시차 때문인지 잠을 자도, 자도 피곤했다.
밥 먹고 다시 자라고 엄마가 나를 깨웠다. 비몽사몽 중에 일어났다.
잠을 많이 자서인지 정신이 몽롱한 게 좀 씻어야 정신이 날 거 같았다.
샤워를 하고 주방에 들어가니 엄마가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나 얼마나 잤어?"

"12시간 가까이 잤어. 너무 자도 적응 안 되니까, 이제 그만 자."

"그래야겠어, 아직도 정신이 몽롱해."

식사를 하며 이모소식, 동생들 소식을 전해주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엄마와 얘기를 나눈지도 정말 오래됐네.
오랜만에 나와 얘기를 나누니 엄마도 즐거운 거 같았다.

"어제 태연이 전화 왔었다. 일어나면 전화해 달라고 하더라.
그리고 너 영국 갔을 때 윤아에게 전화 여러 번 왔었어."

"응,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일단 태연에게 전화를 했다. 아침부터 스케쥴이 있는지 안 받았다.
전화하면 받는 일이 거의 없고 항상 기다려야 하는 처지니, 이것도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쌓였다.
그러고 보니 앨범 작업한다던데 좀 한가한 거 아닌가?

"나 휴대폰 사러 다녀올게."

"그래, 오늘은 피곤할 테니 집에서 쉬어, 나가지 말고."

"응"

영국에서 여행 다닐 때는 급한 일 있을지 모르니 이모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지만, 한국에 돌아오니
휴대폰을 살 필요가 느껴졌다.

휴대폰을 사서 집에 오니 엄마가 태연에게서 전화 왔었다고 했다.
태연에게 전화를 하니 이번에는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

"다녀왔어."

-아픈 데는 없어? 피곤하지? 도착했다고 전화 왜 안 했어?

순식간에 질문을 쏟아내는 태연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가 너무 무심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괜찮고, 잠을 많이 자서 피곤은 거의 풀렸고,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전화했는데 니가 씹었잖아. 집에 오자마자 잠에 떨어졌어."

-아! 어제 이상한 번호 찍혔던데, 그게 오빠가 걸은 거였구나.

"공중전화니까 번호가 이상했나 보구만, 넌 아픈 데 없어? 몸은 건강해? 요즘 바쁘지 않아? 나 많이 보고싶었어?"

-컨디션은 괜찮아, 앨범작업 하느라 좀 바빠. 당연하지 갑자기 도망치듯 외국 나가는 사람이 어딨어, 한마디 말도 없이.

묻는 대로 꼬박꼬박 대답하다가 마지막에는 툴툴거리는 게 많이 속상했던 거 같았다.

"지금, 시간 있어?"

-오늘은 시간 없어, 스케쥴이 꽉 차서 언제 시간이 빌지 모르겠어. 내일은 오전에 시간 빈다.

숨 돌릴 여유도 없이 바쁜 태연을 보노라니 마음이 짠했다.

"밥은 제대로 먹고 다녀? 정말 아픈 데는 없는 거지?"

-우리 식사 제때 못하면 쓰러져, 그리고 영양사가 칼로리 계산 다 해서 먹기 싫어도 무조건 먹어야 해. 에효~ 그리고 아플 래야 아플 시간도 없어.

"연말인데 시간이 더 없겠지?"

-며칠 쉬겠다고 얘기해놨어. 나도 사람이니까 좀 쉬어야 한다고 그랬더니, 며칠 내로 스케쥴 조정해준다고 그랬어.

"그러면 쉴 때보자. 문자로 휴대폰 번호 보낼 테니 저장해놔."

-응, 오빠 사랑해.

"나도 사랑해~"

전화를 끊고 심심하기도 하고, 할 것도 없고 해서 전에 하던 게임이나 해볼까 해서, 컴퓨터를 켜고 게임에 접속했다.


에이ㅅㅂ안 하고 만다. 마우스를 부숴 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고, 로그아웃을 하고 게임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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