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짧다면 짧은 이야기 5부
"오빠! 여기까지만 하면 안돼?"
윤아가 망설이며 힘겹게 말을 하자, 저 멀리 나가 있던 이성이 제 자리를 찾았다.
헉! 이게 무슨 짓이야!! 지져스크라이스트~ 윤아가 부끄럽지 않게 얼른 수습을 해야 했다.
순진한 아이가 여기까지 온건 다 나의 잘못인데 이 아이가 상처받도록 할 수는 없었다.
가슴을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살며시 손을 뺐다.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키스를 했다. 미안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입술을 띄며 윤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을 붉히며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손으로 허리를 감아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앉게 하고는 부드럽게 안았다.
"사랑해! 윤아야"
"오빠! 나도 사랑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수줍어하며 사랑한다 말하는 아이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돌았다.
다시 한번 사랑한다고 말하며 부드럽게 키스를했다.
윤아와 그 일이 있은지 몇 달이 흘렀다. 윤아를 볼 면목도 없고 다른 아이들 볼 면목 또한 없어서
학교 다니느라 바쁘다는 핑게를 대고, 한동안 직접 만나는 일은 될 수 있는 데로 피했다.
애들도 방송과 앨범 작업으로 힘든지, 전처럼 만나달라고 조르는 일이 드물어졌다.
애들아 얼굴을 못 본다고 너희를 생각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건 절대 아니란다.
오늘은 아침부터 애들의 문자가 빗발쳤다. 무슨 일이 있나?
-오라방 우리 오늘부터 일주일 휴가야 꼬맹이 XXX-XXXX-XXXX
-오빠 우리 휴가 받았어 초딩사스미 000-0000-0000
-우리 휴가 쿨병장 000-0000-xxxx 등등...
음! 결론은 자기들 휴가 일주일 받았다는 거군. 근데 나더러 어떡하라구?
단체문자 몇 번 보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기억이 떠올라, 아이 중에 가장 파워가 있는 시카에게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씻고 밥도 좀 먹고 나서...
"여보세요"
"오빠!!"
"응"
윽! 고막 나가겠네. 뭐 이정도야 각오를 했으니까...
"문자를 수 없이 했는데 이제야 전화를 해!!"
"지금 막 일어났어"
"방학이라고 게으름 피는거야?"
"쿨병장님 그건 아니거든요."
"잠깐 태연이가 바꿔달래"
이것들이 돌아가며 전화를 받으려나? 전화비 많이 깨지겠네.
에휴! 결국은 9명 전부와 통화를 하고 나서야 통화를 끝낼수가 있었다. 헉! 통화시간이 무려 한 시간이나...
한 시간 통화하고 내린 결론은 딱 하나, 자기들은 집에 가니, 집이 미국에 있어서 못 가는 티파니와
놀아주라는 그 얘기 달랑하나, 그런 이야기야 그냥 문자로 해도 되잖아. 아무튼 여자애들 하고는
전화통화하면 좋은 꼴을 못 본다니까.
집에서 빈둥대다 약속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집을 나섰다.
미영이는 한국말이 좀 서툴러서 대화를 하면 놀리는 재미가 있기는 한데,
단둘이 만난적이 없어서 뭔가가 어색하단 말이야!
뭐 일단 데이트라면 데이트니까 저녁 먹고 영화나 한편보고 들어가면 되겠지.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멀리서 중무장을 하고있는 미영이가 보였다.
털모자를 쓰고, 애들의 공통변장 아이템 동그란 패션안경을 낀 모습을 보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옆에 바짝 다가섰는데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장난기가 돌아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꺅!!!
"어어! 놀랐어? 미안해"
미영이의 놀라는 모습을 보니 많이 미안해졌다.
"아니에요. 다른 생각에 빠져 못 본 내가 잘못이에요"
언제봐도 미영이의 눈웃음은 남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아니야. 인기척도 없이 다가선 내가 잘못했지"
"그럼 비긴걸로 쳐요"
얼~ 한국말 많이 늘었는데, 하긴 연습생 시절에는 연습하느라, 데뷔해서는 스케쥴에 시달리느라
공부를 못 해서 말이 어설픈거지 얘기를 나눠보면 무척 똑똑하던데 늘기 시작하면 금방 늘겠지.
"하하! 그래 춥지? 오래 기다렸어?"
"저도 금방 왔어요."
"저녁 안 먹고 나왔지? 일단 식사부터 하자"
"네"
미영아 웃지 말라니까, 네가 웃으면 주변의 남자들은 다 쓰러진다니까...
미영이와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게 많이 즐거웠다.
톡톡튀는 센스와 유머감각이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간혹 말을 못 알아들으면, 쑥스러워 하면서 살짝 웃는 그 모습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둘이 술이나 한잔할까?"
"네. 좋아요"
"돼지 껍데기 먹어봤어?"
"네. 맛있어서 많이 먹어봤어요."
돼지 껍데기는 의외로 영양분이 풍부하고 살 안찌는 음식 중 하나다.
식감도 쫀득해서, 여자들이 잘 먹을걸로 생각해서 물어 봤는데, 미영이도 좋아한다고 하니
그걸로 먹기로 했다.
큰길로 나와 택시를 타고, 단골로 다니는 껍데기집에 들어갔다.
오 마이 갓뜨!!! 저 진상들이 이 시간에 여기에 모여있다니...
껍데기집에 들어갔더니 대학동기 몇 놈이 술을 "쳐"먹고 있었다. 아차! 여기는
저 덕후놈들 아지트이기도 하지. 한심한 내 머리를 탓하며 잽싸게 돌아 나오려고 하니
한 놈이 나를 봤는지 소리쳐 불렀다.
"정훈아!! 얌마 어디가~~"
어디 가긴 이놈아, 네놈들 있으면 시끄러우니까 도망치려고 하는 중이다.
에효~ 미영이도 있는데 큰일 났네!
친구놈들에게 붙잡혀 자리에 앉으니 미영이도 따라왔다.
할 수 없지. 기왕 이렇게 된거, 나님의 우월한 모습을 이 찌질한 덕후놈들에게 과시나 해야지.
"인사해라 미영아. 여긴 친구놈들 A.B.C 야~"
미영이에게 친구들을 소개하고 자리에 앉혔다. 미영이가 자리에 앉으며 모자를 벗고 목도리를 풀자
덕후놈들의 입이 짝 벌어졌다.
"조용히 하고, 다들 알겠지만 소녀시대 티파니양이시다."
"......"
"간단하게 술 한잔하고 갈거니까, 조용조용 떠들어라"
음하하하하!! 봤지 나님은 찌질한 너님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놀고 있다는 것을...
덕후놈들이 정신이 어느정도 들었는지 말들을 "조용히"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 찌질한 덕후놈하고는 언제부터 아시게 되셨나요?"
"저 찌질한 덕후놈을 차버리고 저에게 오시면 안되실는지요?"
"저 찌질한 덕후놈에게 약점 잡히신거 있으세요? 말씀만 하시면 제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등등...
첫말은 꼭 "찌질한 덕후"를 넣어서 말을 하는 대단한 덕후놈들...
"아 시끄러워~ 네놈들이 덕후지 내가 덕후냐? 이 원덕후들아!!"
"이 찌질한 덕후놈아 내가 소덕이지 원덕이냐?"
우리가 소덕 원덕거리며 다투는 걸, 미영이가 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미영이가 웃으면 주위의 남자들은 다 쓰러진다. 물론 워낙 우월한 나님은 제외하고...
웃음 하나로 여럿을 보낸 미영이가, 귓속말로 살며시 물었다.
"오빠! 소덕 원덕이 무슨 뜻이에요?"
허허허 이 오빠는 그런 전문적인 용어를 너에게 가르쳐줄 용기가 없단다.
"덕후는 또 무슨 뜻이에요?"
귀에 바람좀 불지 말아줄래? 간지럽고 이상한 기분 들잖아!
"덕후는 매니아란 뜻이고 소덕은 소녀시대매니아 원덕은 원더걸스매니아란 뜻이야."
내가 대충 설명해주자, 미영이는 알겠다는 듯 활짝 웃었다.
윽! 미영이의 웃음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내가 쓰러질 뻔했는데, 이제야 간신히 정신을 추스르던
저기 저 덕후 삼총사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
친구들도 내가 좋아하는 놈들이고 미영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유쾌하게 술을 마실수 있었다.
어느정도 술이 올라왔을 때 미영이의 얼굴을 보니 빨갛게 달아 있었다.
즐거울 때 떠나야지. 미영이도 더 먹으면 안될 거 같고 나도 딱 좋은 상태라 이만 가기로 했다.
물론 덕후놈들이야 아쉬워 죽으려고 했지만...
"잘 먹었다. 간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면 제가 대접할게요"
택시를 타고 애들 숙소앞에 내리니, 미영이가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고 팔을 꼭 붙잡았다.
"미영아!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나중에 마실게"
미영이는 아무 말도 안하고 내 팔만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음! 마음이 흔들리는데... 그래도 나님은 시크한 도시 남자니까 포기할 때는 포기해야지.
그래도 데이트 후에 가벼운 키스는 괜찮으려나? 아무래도 뽀뽀라도 해야 팔을 놔줄 것 같은데.
미영이를 살짝 안으니 팔을 놓고 품에 안겨왔다.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
추천111 비추천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