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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얼굴 없는 달 - 상권 프롤로그 (게임 원작의 소설 번역)

맛탕 일곱개입니다. 한동안 바빠서 번역을 못하다가 이제 겨우 하게 되네요...


이전에 번역한 "마약"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소설 번역에 들어갑니다. 이번 작품인 "얼굴없는 달"은 루트 사에서 낸 게임으로, 카넬리안씨의 원화로도 유명합니다. 소설판은 와니북스의 캐럿 노벨로 나왔더군요. "마약"과 마찬가지로 실제 책 구입한 걸 번역하는 것인 만큼, 이번에는 일러스트는 패스하겠습니다(..."마약" 때처럼 게임 인스톨해서 스샷 찍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요즘 개인 계정 용량이 위기인지라...)


이번에는 상권, 하권의 2권 편성이라 마약보다는 내용이 더 길 것 같군요... 예전에도 언급한대로 번역기를 안 쓰는데다가 요즘 계속 여유가 없는 편이기도 해서 올라오는 속도는 좀 느리겠습니다만 양해해주시길.


 



[등장인물 소개]


-쿠라키 스즈나-
여성용 일용품 도매상인 쿠라키 가의 아가씨. 밝은 성격이지만, 아가씨 특유의 프라이드가 높다. 집안 사정에 의해서, 무녀이기도 하다.


-쿠리하라 사야카-
쿠라키가의 하녀. 밝고 행동력이 넘치는 여자아이. 작년에 갑자기 은퇴한 인기 아이돌과 꼭 닮은 모양이다.


-하루카와 토모미-
쿠라기가의 하녀. 조금 기가 약하고, 안경을 쓴 얌전한 인상의 소녀. 스즈나와는 학교가 같다.


-쿠라키 유리코-
스즈나의 모친으로, 쿠라키 본가의 미망인. 요염할 정도의 미모와 색기를 지닌다. 왠지 코우이치를 당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하야마 코우이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는데다가, 여성의 얼굴을 인식할 수 없다는 기이한 병의 소유자. 양부모의 사망 사고 후, 본가인 쿠라키가에 온다.


 


 


[프롤로그]


"방울 소리다......"


 하야마 코우이치가 살고 있는 맨션(한국으로 치면 아파트) 앞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공원이 있다. 낮에는 많은 아이들이 거기에서 놀지만, 밤이 되면 이용하는 사람도 없이 공원은 침묵에 둘러싸인다.
 공원 안쪽에는 모래밭이 있었지만, 그 근처의 가로등이 고장나서 거기만 유독 어둡게 느껴진다.
 한밤 중인데도, 그 모래밭에서 한명의 여자아이가 놀고 있었다. 단발머리의 여자아이로, 하얀 기모노같은 것을 입고 있다. 붉은 허리띠 뒤쪽의 매듭이 매우 컸다.


"또야..."


밤의 공원의 정적을 깨듯이 다시 방울소리가 울렸다. 그 여자아이는 방울이 달린 공(鞠 : 옛날 일본에서 놀이에 쓰던 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빨강과 노랑색으로 모양이 들어간 컬러풀한 공이었다.
여자아이는 그 공을 곁에 두고, 모래밭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손을 잘 놀리지 못해서 그 뭔가는 금방 무너져버렸다.
 코우이치는 어느새 어린아이로 돌아가, 그녀가 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도왔다.
 하지만 아무리 만들어도, 그것은 조금만 더 하면 완성되는 시점에서 무너져버렸다. 여자아이가 점점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코우이치도 느꼈다.
 코우이치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하면 여자아이는 분명히 집에 따라올 것이다. 상대는 그냥 여자아이인데도, 그것이 왠지 무서웠다.
 그래서 코우이치는 여자아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말없이 그것을 계속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데도 그것은 도무지 완성되지 않았다.
 마침내 코우이치는 인내심이 바닥나서, 집에 돌아올 결심을 했다. 여자아이 쪽을 보지 않도록 하면서 일어나서, 맨선을 향해 뛰었다.
 코우이치가 도중에 도망쳐서 여자아이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 그는 여자아이가 뒤에서 쫓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무서워서 코우이치는 열심히 달렸다.
 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끝없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발이 갑자기 무거워지고 빨리 달릴 수가 없어서 몇번이고 넘어질 뻔 했다.
 이렇게 천천히 달리면 여자아이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이것은 마치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된 세계로, 누군가가 코우이치의 몸의 움직임만을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방울 소리가 가까워져......"


 등 뒤에서 점점 방울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코우이치는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언제 여자아이가 손을 뻗어 어깨를 잡을지 알 수 없다. 방울이 달린 공이 등 뒤에서 날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이다!"


코우이치는 그렇게 두려워하면서도, 어떻게든 자기 방의 문 앞에 도착했다. 문 손잡이에 달려들어, 잡아당겨 열었다.


"우와아아악!"


 


 처음에는 거기에서 눈을 떴다. 그는 침실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모두 꿈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같은 꿈을 꾸었을 때는, 자기 방으로 도망친 후에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코우이치는 꿈 속에서 침실에 틀어박혀, 침실 문 밖에서 방울 소리가 들려오는 시점에서 겨우 잠에서 깼다.
 그리고, 악몽은 점점 심해졌다. 그것은 이미 꿈이 아니었다. 그 여자아이의 모습이 낮에도 그의 방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낮에 방에 있을 때 코우이치는 자기 혼자뿐인데도 불구하고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시야 구석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보이는 것은 하얀 기모노의 옷자락과 붉은 띠의 끝부분에 불과했지만, 그것이 그 여자아이라는 것은 틀림 없었다.
 희미한 방울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귀를 막아도 그 방울 소리를 의식 밖으로 쫓아낼 수 없었다.
 깨어있을 때도 그런 환각과 환청은 습격해왔다. 그렇다고 잠들어버리면 또 다시 그 악몽의 세계에 끌려가고 만다.
 방에 뭔가가 씌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해서, 코우이치는 집을 나와 지인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어쨋든 자기 방에는 이 이상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가 어디로 가든 쫓아왔다. 결국 악몽으로 가위가 눌려 절규와 함께 잠에서 깨게 되어, 코우이치는 많은 지인들의 기분을 망치고 폐를 끼쳐버리고 말았다.


 


 코우이치가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신슈(信州)의 본가에 얼굴을 보인 것은, 환경이 바뀌는 그 악몽에서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자신을 길러준 양부모가 교통사고로 죽어버렸다. 양부모는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코우이치는 그다지 깊은 슬픔을 느끼지 못했다. 자신에게는 인간적인 감정이라는 것이 결락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양부모의 유언장에는 가능한 한 빨리 본가를 방문하라고 쓰여 있었다. 본가는 쿠라키가(家)라고 하여, 신슈의 산 속에 있었다. 양부모의 장례식에는 쿠라키 본가의 사람도 찾아왔다.
 코우이치가 쿠라키의 본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초등학생 때에도, 그 산 속의 저택에 한번 가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때의 기억은 없다. 10년도 전에 거기에 간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양부모가 들려주었지만, 코우이치 자신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코우이치는 대학에서 민속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민속학의 세미나를 주최하는 모토야마 교수에게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모토야마 교수는 쿠라키의 산의 전승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으며, 이번에 코우이치가 본가를 가도록 강하게 권유한 것도 모토야마였다.
 물론 모토야마의 목적은 이 챤스를 이용해서 폐쇄적인 쿠라키의 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당연하지만 그도 쿠라키가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조수인 사와구치 치카코도 함께였다. 하긴, 코우이치 역시 자기 조상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었고, 쿠라키가를 조사하고 있는 모토야마의 세미나에 참가한 것은 본가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 어딘가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코우이치에게는 또 한가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여성의 얼굴을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코우이치가 눈이 나쁜 것은 아니어서, 상대 여성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일단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을 얼굴로서 인식할 수가 없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의 얼굴이 검게 일그러져 있어서 윤곽만 안다는 느낌이다.
 어렵게 이야기하자면, 여성의 얼굴을 영상으로서는 지각할 수 있지만 기호로서는 인식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남성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성 뿐이다. 코우이치로서는 이미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려서, 딱히 여성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해도 곤란한 점은 없었다.
 그 때문인지, 코우이치는 어떤 여성과의 관계도 깊게 발전하는 일이 없었다. 육체관계를 가지게 되어도, 그것이 진짜 애정까지 발전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 자신부터가 연애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어쩌면 여자아이가 쫓아오는 악몽도, 여성의 얼굴을 인식할 수 없는 것도, 그 원인은 어린 시절 쿠라키 본가를 방문했을 때 일어난 무언가의 사건과 관계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때의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 의심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번에 쿠라키가에 가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 관해서 뭔가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다소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아무튼 지금 코우이치는 신슈로 가는 열차 안에 있다. 반대편 자리에는 모토야마 교수의 조수인 사와구치 치카코가 앉아있다.
 얼굴은 알 수 없지만, 치카코는 성격면에서는 좋은 여자였다. 말투가 조금 남자같은 구석이 있지만, 보디라인은 멋지다. 암갈색의 탱크톱에 검은 가죽 점퍼라는 러프한 복장도 치카코에게는 잘 어울렸다.
 치카코는 민속학의 자료를 보고 있지만, 이윽고 그것을 좌석 위에 두고 조용히 일어섰다.


"사와구치, 어디 가는거야?"
"앞 차량에 있는 화장실이야. 괜찮으니까, 넌 여기 앉아 있어."


 치카코가 가버리고, 코우이치는 조금 불안해졌다. 잠들어버리면 또 그 여자아이가 쫓아오는 악몽을 꾸고 만다.
 하지만 어린애도 아니고, 화장실까지 치카코의 뒤를 따라갈 수도 없었다. 코우이치는 열차 창문 밖의 지나가는 경치에 눈을 돌렸다.
 갑자기 무시무시한 수마(睡魔)가 덮쳐왔다. 악몽 때문에 잠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다. 거기에 더해서 열차의 단조로운 흔들림이 잠기운을 불러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우이치는 수마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어느새 그는 깊은 잠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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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는 일단 여기까지... 다음에는 1장을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페이지가 236페이지에... 상권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제외하고 총 일곱 장으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에필로그... 라고 해도 하권이 있으니까 단순히 상권의 끝부분이라는 의미겠습니다만. 앞으로도 조금씩 번역해서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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