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LD 팬픽]루나틱! #010 무사 탈출
-짹 짹 짹!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세상은 환한 아침이었다.
-멍~~.
"연아야! 네 친구 한성이가 놀러왔다! 어서 일어나거라!"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멍~~~~.
난 눈을 뜬 상태로 제자리에 앉아 잠시 멍하니 있었다.
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아, 맞아. 나 지금 내 방 침대에 있지."
피곤했다.
몇 시간이나 잤는지 모르지만 온몸이 무거워서 움직이기가 싫었다.
악몽같았던 게임,
지옥같았던 퀘스트,
그리고 최악의 한계를 맛보게한 능욕...
"나 어제 간신히 로그아웃 할 수 있었어..."
난 무려 10시간이 넘는 게임시간 동안 담로스에게 붙잡혀 있었다.
최악의 상대.
설마 퀘스트 한번 잘못받아서 10시간이나 붙잡혀 능욕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리 행위 그 자체는 기분좋았다지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당한 굴욕은 상상이상의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성인용 게임은 다 그런 걸까.
만약 전부 그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면 난 죽어도 다신 성인용 게임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잠깐, 한성이라고?"
난 엄마의 말에서 어떤 이름을 기억해내고는 이를 갈았다.
갑자기 억눌러왔던 분노가 부글 부글 들끓어 올라왔다.
"한성이! 이 개자식!!"
난 잠옷 차림인 것도 상관하지 않고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죽일 놈의 한성이 자식을 보기 위해 내려갔다.
참고로 내 침대는 이층침대고, 한살터울인 여동생 소은이와 2층에 있는 방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1층에 있는 방을 쓰기 때문에, 거의 간섭을 안 받아 좋았다.
하지만 솔직히 어제 같은 위급상황에서는 평소완 다르게 부모님이 알아차려주었으면 하기도 했었다.
"어제 다행히 다른 유져가 퀘스트 때문에 도와주러 와줘서 겨우 살아남았지, 그렇지 않았으면 영원히 담로스의 노예가 될 뻔했잖아!"
그렇다.
난 어제 다른 유져의 도움으로 겨우 담로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끔찍했던 능욕의 시간.
온갖 굴욕과 수치를 다 받으며 난 능욕당했고, 간신히 그 지옥에서 벗어나 마을로 복귀, 겨우 로그 아웃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야! 이한성!"
난 얼굴이 시벌개진 체로 한성이 녀석을 보자마자 멱살을 잡고는 뒤흔들어댔다.
"크헉! 연낭자, 아무리 내가 반갑기로서니 너무 과격하구려!"
"과격해? 이게? 너 진짜 나한테 한번 죽어볼래?!"
난 한성이놈을 잡자 마자 탈탈탈 녀석의 몸을 잡고 흔들었다.
"애들아! 시끄럽게 굴려면 방에 가서 떠들거라!"
입체 영상 TV로 버라이어티 쇼를 보고 계시던 아빠가 소리를 지르셨다.
"네..."
화가 난 듯한 아빠의 말에 기가 죽은 난, 감정이 실린 손으로 한성이를 이끌고는 내 방으로 데려갔다.
"야, 도대체 왜 그리 화를 내는거야?"
한성이의 질문에 내가 따지듯이 되물어보았다.
"정말 몰라서 물어?"
그러자 한성이 뭔가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물어보았다.
"아하, 설마 내가 강제로 여성 캐릭터 생성되도록 만든 것 때문에 그런거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거 때문에 겪은 수모를 생각하면 주먹부터 날리고 싶었다.
"내 첫키스도 그렇고...남자와 그거까지 해야 되었던 내 마음을 너가 알기나 해?"
다시금 그때 생각이 들자 가슴이 터질듯이 화가 났다.
"킥킥, 하긴 그건 좀 장난이 지나치긴 했지."
녀석은 웃으며 자신의 짖굳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남자캐릭터를 다시 만들 수 있었는데 왜 안 했어?"
녀석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물어보았다.
"에엑...그럴수 있었어?"
난 전혀 몰랐다는 듯 되물어보았다.
"당연하지. 너 MMORPG 한두번 해본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면 계정 여러개 생성 가능하다는 거 알았을텐데 왜 안 했냐?"
한성이의 말에 난 머리에 하애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띠잉~~!
"그리고보니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LD&LD+는 주민등록증도 안 확인 안 하는 게임이었다.
기껏 알아보는 거라곤 아이디와 비밀번호 그리고 이메일이 전부.
그렇다는 건 얼마든지 멀티 계정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게 아니라해도 멀티 계정은 가상현실게임에서 그리 드물지 않았다.
이전에는 1인당 1계정이 전부였지만, 그건 리소스가 부족하던 때나 그랬고, 요즘은 얼마든지 여러개의 캐릭터를 만들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도 그 때 내가 그런 생각을 못했던 건..."
그 당시 난 여성이 되었다는 신기함에 심취해서 열심히 자위를 하느라 까먹은거다.
"...."
그런 뒤엔?
당연히 그 뒤론 뜻하지 않은 악당, 소울가이드를 만나 놈에게 이끌려 광렙하느라 제정신이 아니었고 말이다.
"..."
"나 대체 뭘한거지..?"
유져주제에 NPC에게 이끌려서 헤맨 것도 모자라, 퀘스트 실패해 능욕당하다니...
생각해보니 완전 바보짓 혼자 다 한거 아닌가.
"너 설마 그냥 여자로 플레이했던거냐? LD&LD는 여성으로 하면 여러가지로 불리한 게 많아서 게임 진행하기 힘들었을텐데?"
한성이는 오히려 끝가지 여성으로 플레이한 내가 더 용하다는 듯이 말했다.
본래 내 성격대로라면 캐릭터 지우고 다시 할 줄 알았다면서 그럼 아직 제대로 게임도 못했을거라며 놀려댔다.
"남자로 했으면 성인의 단계를 밣는 것도 간단한데 말야."
녀석은 그러면서 초반 퀘스트 중 발생하는 라이라 납치 퀘스트를 들먹이며, 그거 깨면 담로스에 의해 발정상태가 된 라이라와 자동 H가 가능하다며 신나게 떠들었다.
"...."
충격.
해줄 말이 없다.
녀석이 들먹이는 초반 라이라 납치 퀘스트?
해봤다.
다만 실패해서 능욕당했다.
어른의 단계?
당연히 밣아보았다.
다면 여성으로서 강간이란 형태로.
라이라와 강제 H?
해봤다.
물론 담로스와 3P로.
"그것도 무려 10시간이나 말야."
어른의 단계를 너무 거쳐서 성정체성마저 잃을 정도로 위험한 시간을 보냈지...
"난 도대체 뭘했던거지?"
그리고보니 한성이놈은 나보고 꼭 그 캐릭터 가지고만 하란 말도 안 했지 않은가?
나 혼자 쌩쇼를 하고 그걸 한성이에게 풀려고 했었다니...
"우으으..."
도무지 이 갈 길없는 분노를 어디다 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어이, 연낭자..?"
열심히 떠들어 대던 한성이는 완전히 혼이 나간 듯한 내 모습을 보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보기에 필경 난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일게다.
"아아...난 도대체 뭘하려고 그 많은 뻘짓을 다 했던거지?"
난 왠지 모든 게 허무해졌다.
한성이놈만 족치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가장 멍청하고 나쁜 게 사실 나라는 걸 깨닫자 억울함만이 밀려왔다.
"하아~~~."
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 연아야?"
한성이가 다시금 날 부르자, 난 다시한번 한숨을 푸욱 쉬고는 날 혼자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미안. 한성아.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돌아가주지 않을래?"
녀석은 나의 심각한 얼굴을 보고는 잠시 걱정을 했다.
하지만 내가 거듭 그냥 돌아가달라고 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아야...혹시 내가 했던 장난때문에 그런 거라면 미안하다..난 네가 이정도로 충격을 먹을 줄은 몰랐어."
한성이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사죄를 했다.
"...."
하지만 난 녀석에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그저 엄청난 충격을 먹은 듯 고개를 가로 저었을 뿐이다.
"나 가볼께...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난 한성이가 나간 뒤로도 멍하니 있었다.
너무나 억울했다.
아무리 게임상에서라지만 온갖 수치와 굴욕을 다 받았는데...
"그게 전부 내 탓이라고...?"
허탈했다.
정말 기분이 엿 같았다.
xxx
난 그 뒤 점심도 먹지않고 멍하니 침대에서 데굴거렸다.
"이게 전부 이 게임때문이란 말이지."
내 손 안에는 한성이에게 받은 디스크가 들려있었다.
난생 처음 접하게 된 성인용 게임.
Light & Dark, Life & Dead +
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경험을 되새기며 그 디스크를 박살내버릴까 고민해보았다.
아직 리얼게임머신엔 LD&LD+가 저장되어 있었다.
이대로 눈앞의 디스크를 부숴버리고, 계정마저 삭제해버린다면, 내 암울했던 과거는 다 지워져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난 솔직히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엔 한성이 때문에 큰 충격을 먹게 되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경험이 마치 마약처럼 강렬히 내 몸 안에 남아버렸기 때문이다.
"지워버릴까...? 아니면 이대로 계속 해봐야 할까...?"
어쩌면 남자로 다시 플레이해보는 것도 좋을지 몰랐다.
그럼 진짜 한성이가 말했던 것처럼 어른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을 맘껏 즐겨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아냐. 또 접속했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난 고개를 저었다.
당한 것은 한번으로 족했다.
"하지만, 난 날 도와준 유져에게 감사말도 제대로 못했잖아."
게임 자체야 아무런 미련이 안 남는다해도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를 마지막에 구해준 유져.
아무리 게임상이었다지만, 나를 지옥에서 구해준 사람이었다.
그런데 난 구출되었을 당시, 말도 제대로 안하고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그걸 생각해내자 내가 얼마나 싸가지 없이 굴었는지를 뒤늦게 깨달았다.
만약 게임을 접는다면 그 사람에게만큼은 제대로 인사를 하고서 게임을 접고 싶었다.
"그래, 그 사람을 만나 인사만 하고 접도록 하자.
결국 난 다시 한번 LD&LD+에 접속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뒤숭숭한 마음을 풀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