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구출대 시아 #9 실패한 의뢰, 바실리스크에게 패한 시아일행
"로렌! 테스! 바실리스크의 약점은 목이야! 그 부분을 노려!"
시아의 말에 로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외쳤다.
"하앗!"
두 미녀 전사들은 지그재그로 돌진하며 바실리스크를 향해 돌진했다.
"나도 싸워야 할텐데 어떻게 싸우지?"
시아는 잠시 자신의 등 뒤에 매달린 활과 화살을 생각해보았다.
"여기에 성수를 뿌리고서 쏴볼까?"
바실리스크는 크기가 컸기에 목표한 곳을 쉽게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냐. 괜히 그러다가 동료들을 맞출 수 있으니 나도 검을 들고 싸우도록 하자."
시아는 곧 고개를 저은 뒤, 등에 멘 활을 빼내 바닥에다 던져두었다.
그녀는 활에도 조예가 있긴 했지만, 오토보우건만큼의 위력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괜히 등에 활을 메고 있으면 돌진할 때 행동에 제약이 붙는다.
-챙!
검집에서 빼낸 화이트 세이버에서 창명한 검명이 울려퍼졌다.
하얀 검신을 가지고 있는 화이트 세이버는 세이버 왕가의 보물이었다.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보검은 시아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자, 그럼 나도 간다~!"
시아는 돌진하기 전, 스스로의 용기를 다지기 위해 함성을 내질렀다.
워 크라이!
전쟁터에서 용사들이 싸우기 전, 온몸의 힘을 터뜨리기 위해 내지르는 함성!
"야아아아~~!!"
시아는 로렌과 테스들을 따라 몸을 날렸다.
합격술에 능한 테스들은 한명은 바실리스크의 시야를 농락하고, 다른 한명은 공격을 하는 식으로 바실리스크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검으로는 바실리스크의 가죽에 피해를 주기 힘든 듯 보였다.
"치잇!"
로렌은 혀를 찼다.
아무리 바실리스크의 약점이 턱 밑이라지만, 그것이 다른 부위에 비해 연약하다는 것이지 강철처럼 질긴 녀석의 가죽이 약하다는 말은 절대 아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녀석은 그리 멍청하지 않은 듯 시아들이 턱밑을 노린다는 것을 깨달은 듯 철저하게 턱밑을 지켰다.
하긴 그녀들이 그토록 집요하게 턱밑을 노리는데 그걸 깨닫지 못하면 그것이 바보일 것이다.
결국 그녀들은 쉽사리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게 되었다.
"이런..."
시아는 시간이 흐를수록 난처해졌다.
처음에 테스들이 턱밑을 공격할 당시만 해도 승산이 있다고 보았는데, 그건 너무 바실리스크를 우습게 본 것이었다.
녀석은 괜히 뱀 중의 왕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휘익!
8개의 다리와 긴 꼬리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무장한 바실리스크는 강했다.
3명의 여전사들을 상대함에도 녀석은 여유가 있었다.
"캬오오오~~~!!"
녀석이 포효하자 독기가 어린 숨을 내뿜어졌다.
"크르르르~~!"
10개가 넘는 눈을 통해 시아들을 관찰하는 녀석은 목만은 철저히 지키면서 그녀들을 상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아들의 몸에선 땀이 흘러나왔고, 애써 적셔둔 성수의 위력을 갈수록 약해져갔다.
[큰일이다. 시아여. 점점 성수의 힘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그건 나의 마법도 마찬가지구나.]
유니페르의 다급한 목소리가 시아의 뇌리에 전해졌다.
"이런..., 아직 제대로 타격도 못 줬는데..."
목 밑의 가죽을 좀 상하게 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치명상을 주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시간이 다 되어가다니 안타까웠다.
"테스! 로렌! 마지막 일격이다! 전부 날 엄호해줘!"
시아는 시간이 촉박해지자 도박을 해보기로 하고 바실리스크를 향해 돌진하기로 했다.
동굴 안에 퍼진 자욱한 독기때문에 눈이 따끔거렸지만, 그녀는 최후의 일격을 먹이기 위해 힘을 모아두었다.
"하아, 하아, 알았어요. 시아님!"
"후우, 오케이! 맡겨두라구! 하아~!"
테스와 로렌이 알았다고 답변했다.
그녀들도 지치긴 마찬가지인 듯 숨이 거칠었고, 온몸은 땀으로 번질거렸다.
이제 그녀들의 장비는 성수가 아닌 땀으로 축축해져 눅눅해져 있었다.
그건 시아의 옷도 마찬가지였다.
-주르륵~
시아의 이마에서 흐른 땀방울은 뺨을 지나 턱에 모였다가, 뚝하니 떨어져 그녀의 하얀 윗옷에 스며들었다.
그녀의 하얀 정장은 이미 옷으로써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듯 보였다.
찰싹 달라붙은 하얀 윗옷은 그녀의 큰 가슴을 두드러지게 만들었고, 끈적이게 달라붙어 오히려 행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성수를 부을 때부터 희미하게 비치던 상체는 땀에 푹 젖어지자 살색이 확연히 내비치고 있었다.
"후우~, 후우~."
숨을 고르며 힘을 비축한 시아는 테스들의 시선이 느껴지자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아아압~!"
"이야아~!!"
"간다~!"
세 명의 미녀전사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마지막 일격을 기대하였다.
-휙! 휘익!
-서걱!
시아는 바실리스크의 한쪽 팔을 날려버렸다.
또한 가장 바실리스크의 머리에 가까웠던 테스는 처음으로 놈의 턱에 깊은 상처를 줄 수 있었다.
역시 세갈래로 동시에 공격을 한 것이 유효했다.
바실리스크에게 눈에 띌 정도의 큰 피해를 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슈우우욱~!
마지막 일격을 성공한 시점에서 시간이 다 되어 성수와 유니페르의 축복이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완전히 독기에 노출된 시아들은 목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이런....숨도 쉬기 힘들어."
호흡을 하기 힘들어지자 힘을 모으기가 힘들어졌다.
시아는 눈도 따끔거리고 목도 칼칼하니 아파오자 그 지독한 독기에 치를 떨었다.
단지 안개처럼 퍼진 독기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중독이 될 정도이니 직접 독이 주입된다고 하면 즉사할 것이 뻔해보였다.
"앗!"
바로 그때 바실리스크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테스가 갑자기 몸이 경직되는지 행동을 멈추었다.
그걸 본 로렌이 경호성을 내질렀다.
"꺄아악~!"
바실리스크의 시야에 노출된 테스는 비명을 내질렀다.
유니페르의 보호가 끝나 석화의 저주에 걸려버린 테스는 서서히 몸이 굳어지는 걸 느끼며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아아악! 안돼! 테스~!!"
사랑하는 연인이 돌이 되어가는 걸 보며 로렌은 전장에서 바로 이탈해버렸다.
아니 오히려 사지를 향해 몸을 던졌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안돼, 로렌! 위험해!"
시아는 로렌이 테스를 향해 몸을 날리자 경고의 말을 외쳤으나 로렌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부웅!
거대한 통나무가 날아드는 것처럼 바실리스크의 팔이 휘둘러졌다. 그리고...
-쾅!
놈의 일격을 맞은 테스는 돌로 변한 상태로 박살이 나고 말았다.
"아아아...."
그걸 눈 앞에서 목격한 로렌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돌로 변한 상태였다면 회수해 부활시킬 수라도 있을테지만, 몸이 박살이 났다면 이제 모든 것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테스는 영원히 죽고 만 것이다.
"으으으...흑흑~!"
절망에 빠진 로렌은 전의를 완전히 잃고 그자리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부웅~!
다시금 날아든 거대한 팔에 머리를 직격당한 로렌은 그대로 기절해 쓰러지고 말았다.
"크윽."
일련의 사건을 전부 목격한 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두려움이 몰려와 몸을 부들 부들 떨리게 만들었다.
"강하다...!"
마법생물 바실리스크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이정도나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니페르? 유니페르!"
뭔가 충고라도 받기 위해 유니페니를 불러본 시아는 그와의 교신도 어느세 끊겨버린 걸 느끼곤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이제 유니페르의 도움도 구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으윽..."
독기에 노출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몸이 자꾸만 무거워졌고, 전의는 바닥을 기었다.
"도망쳐야 할까?"
시아는 어떻게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였다.
그녀는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살길을 우선적으로 모색해보았다.
"아니, 그건 힘들어."
바실리스크는 몸집이 커서 몸이 둔할 것 같지만 발이 8개여서(이제는 시아에 의해 한쪽이 날아가 7개지만) 이동속도가 꽤 빠른 괴물이었다.
지쳐버린 시아로서는 녀석의 추격을 피할 자신이 없었다.
-찌릿!
바실리스크가 이제 어떻게 할거냐는 듯 시아를 노려보았다.
"..."
시아는 놈의 시선을 받자 석화의 저주를 받지도 않았는데도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땡그랑!
그녀는 바실리스크의 눈을 보자 전의를 잃고는 그녀가 자랑하던 무기를 땅에 내려놓으며 항복을 표했다.
"캬캬캬캬~~!"
바실리스크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게 되자 기쁨의 웃음을 흘렸다.
그로서 시아의 파티는 전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