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구출대 시아 #6 저주받은 마을
"흐음...역시 오토보우건을 먼저 고치러 가는 편이 낫겠구나."
오토보우건은 연금술사들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무기와 발명품들은 많았지만, 시아는 강력하면서도 연사가 가능한 장거리 무기인 오토보우건을 선호했다.
무엇보다 다시 볼캥2세와 맞붙게 될 경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서 고쳐야 했다.
"로렌, 이 근처 어디에 그 연금술사가 살고 있는지 알고 있어?"
시아는 로렌을 보며 물어보았다.
"응, 약간 관도에서 벗어나는 산골 쪽에 있긴 하지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야."
로렌은 시아에 물음에 지도를 펼쳐 그곳을 가르키며 말을 했다.
"이그리드 빌리지라..."
지도에도 작게 나와있는 별볼일 없는 광산마을 같았다.
"일단 관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상관없겠지."
시아는 그래도 관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쉴 수 있는 마을이 있는 것에 만족하곤 일행과 함께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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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시아들이 이그리드 빌리지에 도착하자 볼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음행의 현장이었다.
"아앙! 아아!"
"꺄흥!, 아아아아~~!!"
사방에서 여성들의 음행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남녀가 서로 뒤엉켜 있는 건 기본이고, 나이가 서로 맞지 않는 남녀노소가 서로의 음부를 훤히 드러내놓고 생식행위에 열중인 모습들....
남자는 여자와, 여자는 남자와...
노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아직 자라지도 않는 소녀를 탐하고, 성인 남성이 자신의 딸뻘로 보이는 여성을 탐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동성끼리 성행위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자가 여자끼리.
또는 남자는 남자끼리 범하며 쾌락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여자다...!"
마치 좀비마냥 풀린 눈으로 시아들을 본 마을남자들이 자신들의 상징을 드러낸 상태로 비틀 비틀 몰려들었다.
"이 사람들..도대체 뭐야...?"
로렌이 놀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더듬거렸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느릇 느릇 다가오는 남자들의 상징은 꼿꼿히 발기되어 있었다.
"뭔가 이상한 약을 먹었거나...아니면 집단으로 저주에 걸린 것일 수가 있어."
시아는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는 그렇게 대답했다.
"어,어떻게 하지요? 시아님?"
테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싸운다면 못 싸울 것도 없지만 이들은 평범한 촌민들이야...무턱대고 검을 휘두를 수는 없어."
시아는 집단으로 덤벼드는 남자들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죽일 수는 없었기에 테스들에게 말해 일단 마을 밖으로 도망치도록 했다.
"시아님! 어떻해요? 저 사람들 쫒아오고 있어요!"
느리지만 발정난 듯 비틀 비틀 쫒아오는 남자들을 보며 테스가 공포감이 담긴 목소리로 소리쳤다.
개중에는 여성들도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그녀들도 시아들을 노리고 있는 듯 했다.
"뭐냐구, 대체! 기분 나빠!"
테스는 속으로 그런 마을사람들을 보며 욕을 했다.
"일단 힘껏 뛰어! 저 녀석들은 뛰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
시아는 일행에게 그렇게 소리치며 자신도 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그녀들이 어느 정도 마을에서 벗어나자, 누군가 그녀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예요! 이쪽으로 오세요!!"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소녀 하나가 그녀들을 부르고 있었다.
"저주에 안 걸린 사람들 중 하나인가?"
시아들은 상대가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자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그 소녀는 일행을 숲 쪽으로 인도하며 어떤 동굴 쪽으로 데려가 줬다.
"후우, 후우!"
"하아~, 하아~!"
시아들은 숨을 고르면서 땀을 식혔다.
"...저기, 너는?"
시아는 가장 먼저 숨을 고른 뒤, 소녀를 보며 물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그리드 빌리지에 살던 키리에라고 해요."
키리에라 자신을 소개한 소녀는 곧 자신의 마을에 퍼진 이상한 괴질에 대해 말해주었다.
"괴질이라고?"
"네. 일부 어른들은 그게 저주라고 하지만 어떤 게 사실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키리에는 그 이상한 병에 걸리게 되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정을 하게 된다고 얘기해주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거니?"
시아의 질문에 키리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며칠사이에 갑자기 일어났어요."
그녀는 처음엔 한두명에게 일어나던 일이 2~3일만에 마을 전체에 퍼져나갔다고 알려주었다.
"그럼 최근 몇일사이에 갑자기 일어났다는 말이야?"
테스의 질문에 키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교롭게 되었군. 하필이면 우리가 이곳을 찾아오기 며칠 전에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시아는 귀찮은 일에 말려들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특별히 돈이 안되는 일에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고, 그녀는 그다지 정의감이 높은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오토보우건을 고치기 위해 찾아온 것 뿐인데 이런 일을 겪게 되자 짜증부터 밀려 들어왔다.
"처음 이 병이 일어났던 사람은 저와 친했던 슈렌 남매였어요. 그런데 이 병이 걸리자마자 갑자기 그 오빠인 슈렌이 자신의 여동생을...그.."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그냥 말해."
키리에는 평소 서로 사이가 좋았던 슈렌 남매가 괴질에 걸리자 마자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냥 전부터 둘의 관계가 좋으니까 그저 성적 호기심에 그런거라고 마을 어른들은 간단히 보았죠. 그런데 그 다음 날부터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거예요."
어머니가 아들을,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동생이 누나를, 할아버지가 손녀를 범하는 일들이 벌어지며 마을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고 했다.
"단순히 그런 일로 끝나면 모르는데, 서로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그걸 하는거예요..."
키리에는 얼굴을 붉히며 완전히 음란해져 버린 마을로 변해버린 경과에 대해 설명을 마쳤다.
그리고는 더이상 마을에 있다가는 정상인 사람들까지 전부 다 전염이 될 것 같아서, 아직 병이 나지않은 사람들끼리 이곳으로 도망쳐 왔다고 알려주었다.
"...."
그녀의 말을 전부 전해들은 시아 일행은 침묵을 지켰다.
"이제 어떻게 하죠...? 시아님?"
테스가 난감하다는 듯 물어보았다.
"..."
시아 역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침묵을 지켰다.
로렌은 괜히 위험한 시기에 위험한 장소로 일행을 인도한 것 같아 죄책감을 느꼈는지 고개를 숙였다.
"...혹시 슈렌 남매가 병에 걸리기 전에 뭔가 이상한 일은 없었니?"
오랜 침묵의 뒤에 한 시아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키리에는 곧 "아!" 하며 손뼉을 치며 그런 일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보니 슈렌의 여동생인 안젤라가 북쪽 숲에서 뿔이 달린 말을 보았다고 알려주었어요."
그녀는 그 말을 전해들은 슈렌이 여동생과 함께 그걸 몰래 보러 가려 했었다고 말해주었다.
"뿔이 달린 말? 일각수를 말하는건가?"
[일각수(一角獸)]
일각수라 하면 머리에 뿔이 달린 짐승을 뜻하는 것으로 "유니콘"이라고도 부르는 성수(聖獸)를 말함이었다.
흔히 백색의 말에 이마에 뿔이 달린 형상을 하고 있으며, 성격은 온순하고 부드러워, 순백의 수호자라고 전해졌다.
이들은 처녀의 매력 앞에서는 맥을 못 춰서 처녀의 무릎을 베개 삼아 잠들어버리는 버릇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그래서 일각수를 사로잡을 때는 처녀를 미끼로 삼는다고 한다.
그 뿔에는 불가사의한 효능이 있어 독(毒)을 가까이에 놓으면 습기를 띠게 된다고도 전해기도 하고, 그 뿔을 갈아 먹으면 강력한 마력을 가지게 된다고도 전해져서 연금술사들이나 마법사들이 불을 켜며 사로잡으려 하는 동물이었다.
"일각수들은 보기 힘든데 용케 이런 촌구석에 숨어있었군."
시아는 아직 직접 보진 못했지만 소문으로는 들어본 유니콘에 대한 소문에 놀라고 말았다.
"잠깐. 유니콘들은 강력한 참(charm) 마법을 쓸 수 있다고도 알려져 있어. 그렇다면 지금 이 마을에 퍼지고 있는 그 괴질이란 것은 그것때문이지 않을까?"
아예 관련이 없다고는 보기 힘들었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듯이 풀린 눈으로 시아들을 습격해왔던 마을사람들을 보며 말이다.
"그럼 혹시 슈렌들이 그 뿔달린 말을 보러 간 뒤로는?"
시아의 질문에 키리에는 그 후 슈렌이 여동생과 같이 일각수를 보고 왔으며, 그걸 전해들은 마을 사람들이 그걸 잡으려 했었다고 알려주었다.
"역시!"
키리에의 대답에 시아는 이제야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그렇구나. 내 생각엔 너희 마을 사람들은 그 뿔 달린 말---유니콘의 저주를 받고 있는 것 같구나."
그녀는 유니콘에게 강력한 매혹의 주문이 있으며, 자신을 잡으려는 마을사람들에게 분노해서 저주를 내린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아...! 그럴수가...!"
키리에는 시아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벌린 상태로 쉽게 다물지를 못했다.
"후우...그럼 시아씨.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한참 혼자 고민을 하던 키리에는 시아에게 질문을 해왔다.
"일단 온전히 남아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 일을 알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 올바를 것 같구나."
시아의 충고에 키리에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일행들을 데리고서 마을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키리에와 함께 마을사람들이 피신해 있던 동굴 안으로 들어간 시아 일행은 그곳에서 마을의 장로를 만나보았다.
그는 시아들을 소개받은 뒤,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유니콘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역시 그랬었군."
장로 역시 유니콘이 의심스러웠는지 납득을 한 눈치였다.
하긴 괜히 저주를 운운한 것이 아닐테니, 그런 가능성도 생각을 해둔 것일 것이다.
"장로님,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동굴에 피신해있던 마을 사람들 중 한명이 장로에게 물어보았다.
"으음..."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는지 장로는 말을 아꼈다.
그로서는 하루 빨리 저주를 풀고 마을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자네들...용병들로 보이는데 우리들을 도와줄 수는 있겠는가?"
한참의 고민 끝에 장로는 시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네, 저희가 도울 수만 있는거라면요."
시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역시나군."
시아는 생각처럼 똑같이 흘러가자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원하는 바가 있어 왔기 때문에 승낙을 해야 했다.
"고맙네. 이 사례는 꼭 하도록 하지."
장로는 그러면서 시아들이 유니콘을 처치해주기를 원했다.
유니콘만 제거된다면 저주도 자연스레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잘 알겠습니다."
정식적인 의뢰였기에 시아와 테스들은 알았다고 하였다.
"이 저주는 유니콘에 의한 것으로 보이니 놈만 처치하면 자연스레 없어지겠지. 그럼 놈을 처치할 준비를 해볼까나."
시아는 그렇게 생각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저주의 원흉만 제거하면 모든 게 해결될테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준비가 되는대로 바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시아는 그러면서 장로와 마을사람들에게 몇가지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였다.
"일단 유니콘을 유인하기 위해선 처녀가 필요해."
시아는 마을에서 피신해 온 사람들 중 처녀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시아님, 저도 처녀라고요."
테스는 처녀인 자신이 미끼가 되겠다고 해왔다.
하지만 유니콘이 원하는 건 순결한 소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아는 키리에를 같이 데려가기로 하였다.
"치잇~!"
물론 시아는 유니콘이 출몰한다는 북쪽 숲으로의 길잡이도 필요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테스는 그런 시아의 결정에 약간 불만이 있는지 혀를 찼지만, 길안내가 필요한 것은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납득을 했다.
시아는 그 이외에 활이나 올가미 같은 여러가지 물건들을 요구해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이 동굴은 왜 저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거지?"
시아는 준비를 하다가 궁금한 듯 키리에에게 물어보았다.
"아, 그건 이 동굴엔 성스러운 샘물이 스며들기 때문이예요."
"성스러운 샘물?"
곁에서 듣고 있던 로렌이 되물어보았다.
"네, 우리 마을에는 옛부터 성스러운 샘물로 유명했거든요. 이 동굴에서만 나는 물인데 정화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중히 하고 있어요."
키리에는 그러면서 유일하게 이 동굴만이 저주의 영향을 받지 않아 마을사람들이 피신해왔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성수는 저주에 걸린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뿐 완치가 힘들이고 무한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었기에 사람들을 구하는데는 쓰지 못했다고 하였다.
"흐응..."
시아는 키리에의 말에 그것 역시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보고 한병 떠 오라고 하였다.
"혹시 필요할 지 모르니 한병만 떠다주렴. 그것까지만 준비되면 바로 출발하도록 하자."
일시적이나마 저주의 효과를 완화시켜줄 정도라면 유니콘과의 전투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시아는 키리에에게 부탁해 성수를 준비하였다.
그리고난 뒤 모든 준비를 마친 시아들은 서둘러 유니콘이 있다는 북쪽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