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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드의 모험 20

 


 


 


그리고 전쟁이 시작 되었다. 쉐밀과 펜드는 서로의 역량을 다해 황제의 자리를 손에 넣기 위한 사생결단을 벌이게 된 것이다. 두 세력은 수도 남북에 각자 진지를 짜고 치열한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개전 초기에는 제국의 사령관 출신인 쉐밀의 군대가 유리했으나 전쟁의 성패를 가르는 기사급 인사들이 전장에 투입되며 상황은 많이 바뀌게 되었다. 보수적인 귀족들의 지원으로 펜드의 진영은 질좋은 기사들과 마법사가 많이 있었던 것이다. 쉐밀은 자신의 경험을 잘 살려 치밀한 전략을 세워 잘 대처해 나갔지만 일단 전력상의 불리는 그리 쉽게 극복하기 어려웠다.

적극적으로 전장에 나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쉐밀과는 달리 펜드는 자신의 거점에서 편안하게 놀며 전쟁 경과를 보고받는 정도로 전쟁에 참여하고 있었다. 전장에 나선 경험이 전무한 애송이 펜드가 괜히 나서봐야 도움될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전쟁은 주로 무관출신의 원로들이 알아서 수행한다. 그래도 전황은 펜드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결국 쉐밀은 억지로 전권을 부하 라키에게 위임한 후 스승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야 했다.



수도 가까이 있는 한 작은 마을. 쉐밀의 스승은 이곳에 은거하고 있었다. 마을 한구석의 오래된 저택에 홀로 당도한 쉐밀은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쿵 쿵


잠시 후 문이 열리자 쉐밀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은 허름한 겉 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한동안 서성거리다 보니 누군가 그를 맞으러 나온다.


"꽤 오랜만이구나. 웬일로 날 찾아온 것이냐 쯧쯧."


"죄송합니다 스승님.."


쉐밀의 스승은 놀랍게도 20대 후반 정도의 잘생긴 청년이었다. 물론 그의 실제 나이가 겉 보기와 같은것은 아니지만, 100살 가까운 노인이 조금도 젊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건 됬고 할 얘기나 빨리 꺼내 놓으렴."


"절 도와주십시오."


쉐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스승은


"인간들의 더러운 다툼에 내가 참여하란 말이냐?"


"네. 전쟁 자체는 더럽지만 그걸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숭고합니다. 스승님께서 나서주셔야 합니다."

쉐밀의 말에 스승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흐음. 그런 미사어구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마침 심심하던 참이니 널 도와주기로 하마."


"네?"


쉐밀은 깜짝 놀랐다. 지금 스승이 자신의 청을 들어준 건가?


"왜 그런 눈으로 보느냐."


"아니.. 그렇게 쉽게 절 도와준다고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마침 이번 생에 질려가던 참이라, 마지막으로 인연이 있는 너를 도와주고 끝낼 생각이다. 거기다 수도에 만날 아가씨도 좀 있으니.."


"생을 끝낸다구요?"


쉐밀의 물음에 스승은 허허 웃음을 짓는다.


"죽는다는 말은 아니고, 뭐 너는 몰라도 된다. 어쨋든 언제 가면 되지?"


"아. 빠를 수록 좋습니다만.."


"지금 당장도 괜찮으냐?"


"네.."


스승은 씨익 웃으며 쉐밀의 팔을 붙들었다.


"저 스승님?"


파아앗


순간 쉐밀과 스승 주위로 강렬한 푸른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


빛이 사라지고 쉐밀의 시야에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여기저기 널린 병장기와 테이블위에 놓은 작전지도. 여기는 설마?


"헉. 여기는 제 본거지인데요?"


"그래."


스승은 담담히 미소지을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난 이제 너의 지휘에 따르겠다. 내가 할 일은 뭐지?"


"아.. 일단은 편히 계십시오. 스승님의 힘이 필요한 때 말씀 드리겠습니다."


쉐밀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여기서 스승의 집까지는 말을 타고 하루는 꼬박 걸린다. 그런데 단 30초만에 이곳에 당도하다니.. 설마 공간이동 마법이라도 사용된 것일까?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어쨌든 좋은게 좋은 것이니.. 일단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게 급선무다.]


쉐밀은 막사 한 구석에 걸터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의 스승을 바라보며 벌써부터 그를 이용한 작전 구상에 들어갔다. 그랜드 마스터에 달하는 스승의 강함은 잘 알고 있다.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효율적으로 펜드의 군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
.
.


파르세스는 갑자기 자신의 시력을 되찾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당황했다. 다섯살때 심한 열병을 앓고 시력을 잃은 이후로 10년이 지나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는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 정상인이 된 건가?]


기분이 묘하다. 그동안 자신은 평생 시력을 되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전혀 기대치 못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파르세스는 기쁘다기 보단 불안한 마음이 더 컸다. 앞을 볼 수 있다는 말은 이제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인 즉, 더 이상 펜드에게 억지로 의존할 필요가 없다.


"..."


당장 생각나는 길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어떻게든 펜드의 궁을 탈출해서 아버지 쉐밀에게 돌아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여기서 펜드의 첩으로 평생 살아가는 것이었다.. 당연히 전자의 길을 택해야 맞지만 파르세스는 웬일인지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펜드가 그리 괜찮은 사람 같지는 않다. 막말로 열 다섯 소녀를 맘대로 범하고 성 노리개로 삼는 사람이 농담으로라도 좋은 사람일 수는 없지. 하지만 파르세스는 자신의 아버지 쉐밀도 그와 그리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녀에게 부모다운 정을 보여준 적이 없는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파르세스 자신을 궁궐 지하에 감금시켜놓고 그녀의 예지력을 이용해 왔던 것이다. 눈도 보이지 않는 어린 그녀가 그 좁은 방 안에 갖혀서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내야 했다.

어차피 그녀가 이제 돌아갈 곳 따위는 없었다. 차라리 펜드의 성 노리개일지언정 이곳의 생활이 그곳에서의 생활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 차라리 이런 삶이 괜찮은 것일 지도..



.
.
.


"흥."


카나는 자신의 처지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전에서 쫓겨나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달칵


그녀가 툴툴대며 침대 위에 앉아있는 사이 문이 열리고 예고도 없이 펜드가 들어왔다. 카나는 곱지않은 시선으로 들어온 펜드를 쏘아봤다.


"숙녀의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오나요?"


"여긴 네 방이 아니라 내 방이야!"


"그게 무슨.."


"이 궁이 내 궁이니까 이 방도 내 방이지. 넌 그저 얹혀사는 식객에 불과하지."


"나라고 여기 있고싶어서 있는줄 아시나? 내 인생 망친건 어떻게 하시려구요?"


카나는 펜드때문에 자신의 삶이 이렇게 꼬이게 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그 말이 맞기도 했다.


"그건 네 사정이라고 몇번을 말하지? 그 미친 마녀만 아니었으면 넌 당장 쫓겨났어!"


펜드는 한편 아렌티아라는 껄끄러운 감독관이 생긴 이유가 바로 카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로서도 카나는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여자였던 것이다. 둘은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릉 대었다.


"휴우. 그만 하지. 내가 온 이유는.. 젠장."


"알고 있어요. "고름"이 짜내고 싶으시다 이거죠?"


카나는 비꼬는 투로 펜드의 말을 받았다.


"뭐 고 고름?"


"네 고름이요~ 자지가 병에 걸려 발기가 되있나요? 손이나 입으로 짜내야 되죠? 아니면 제 그곳으로요."


"...."


펜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카나는 펜드가 교단에서 그녀를 농락할 때 써먹은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비꼬는 것이다.


"뭐 안될것도 없죠. 이왕 버린 몸. 당신 고름 짜내는데 사용하게 해 줄게요."


펜드가 말 문이 막혀 가만히 서있자 카나가 먼저 대담한 말을 했다.


"뭐 뭐?"


"말 그대로에요. 절 먹으라구요. 전에도 그렇게 말 했잖아요."


기가막힌다. 펜드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꾸물거리자 카나가 먼저 자신의 옷을 탈의하기 시작했다.


"야! 너 뭐해?"


카나는 순식간에 자신의 옷을 실오라기 남김없이 벗어버렸다. 그녀의 균형잡힌 매력적인 알몸이 눈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펜드는 그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자 사양 마시고. 어서 드세요. 여기  먹기좋게 벗겨놓은 파계승 카나양의 잘빠진 몸매가 있어요~"


카나는 자신의 가슴을 애무하듯 주무르며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닥 참을성이 많지 않은 펜드는 끝내 이성을 잃고..


와락


"꺄아~"


이 년이 갑자기 왜 자신을 유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려진 밥상을 마다할 만큼 펜드는 이성적인 사내가 아니었다. 그는 카나의 가는 허리를 껴안으며 침대로 함께 쓰러졌다.


"호호 급하긴 하셨나봐요. 역시 본능에 충실하시네요. 그러니까 저 같은 순진한 여자를 속여먹을 생각을 했지.."


"헉 헉.."


펜드는 이미 카나가 무슨 말을 하든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카나의 탐스러운 유방을 게걸스럽게 핥더니 점점 그녀의 매혹적인 곡선을 따라 밑으로 혀를 내려갔다.


"아흥.."


펜드의 혀가 카나의 앙가슴을 지나 미끈한 복부로, 다시 그 밑에 비밀스러운 삼각지에 당도했다. 부드러운 수풀이 소중하게 덮고있는 그 장소를 펜드는 마치 침략자라도 된듯 마구 핥아대기 시작했다.


쩝 쩌업


"으 응.. 앗 아핫"


펜드의 혀놀림이 점점 집요해지자 카나의 입에서 달뜬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녀는 펜드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그곳을 핥는걸 멈추게 하려 했지만 펜드는 카나의 계곡에서 샘물이 물씬 솟아나오도록 빠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자 잠깐! 펜드씨. 거기만 너무 핥으면 어떻게 해요?"


낼름 낼름 쩌업


"아 안돼. 혀로 아래위로 괴롭히면 안돼. 기다려. 앗 뭔가가.."


"아아아아앙~"


펜드의 입질에 카나는 허리를 살짝 들어올리며 가볍게 가버렸다. 펜드는 자신의 입가에 묻은 카나의 애액을 쓱 훔치고 이번에는 자신의 물건을 꺼내 카나의 젖은 보지에 슬슬 문대었다.


"하아 하아 넣는거군요?"


자신의 민감한 부위에 뜨거운 살덩어리가 느껴지자 카나는 웬지 기대어린 시선으로 그 곳을 내려봤다. 펜드의 흉측한 물건이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자신의 가녀린 보지를 금방이라도  꿰뚷어 버릴 것만 같다.


"제길 이건 다 네가 유혹한 탓이니까, 울며 불며 애걸해도 이제 소용 없다."


"흥 그런 꿀려보이는 짓은 안해요."


카나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올려보자 펜드는 웬지 분한 느낌이 들었다. 이년이 왜 이리 허세를 부리는 거지?


푸욱


"아우우"


펜드는 망설임 없이 카나의 보지에 자신의 물건을 삽입했다. 아직 그리 사용한 적이 없어서인지 꽤 저항감이 느껴졌지만 이미 순결의 상징은 사라진지 오래였으므로 출혈같은 귀찮은 일은 없었다.


"크으.. 조이는군. 역시 넌 타고난 자질이 있어.."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요. 빠 빨리 움직이세요. 어서 그 "고름"을 싸고 끝내라구요."


"닥쳐!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펜드는 강압적으로 소리치며 거칠게 허리를 밀어 붙였다. 거의 경험이 없는 카나에게 있어 펜드의 거친 동작은 분명 감당하기 힘든 것일텐데도 웬일인지 카나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불평없이 견뎌내는 것이었다.


"헤에 겨우 이정도인가요? 전 조금도 기분좋지 않다구요. 하앗 응 좀 더 세게 해 보세요."


펜드는 울컥해서 뭐라고 대꾸 하려다 입아프게 말씨름 하느니 카나를 정말로 가게 만드는게 더 현명한 행동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허리를 굽혀 카나의 몸에 꼭 끌어안았다.


"뭐 뭐하는 거에요? 에에?"


서로 몸을 밀착한 가운데 펜드는 카나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고 거칠게 입술을 훔쳤다. 당황한 카나가 이리저리 피하려 했지만, 펜드는 그녀의 입속에 깊숙히 집어넣은 자신의 혀를 좀처럼 빼주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그녀의 질 깊숙히 결합된 물건도 쉬지않고 피스톤 운동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입과 아랫입을 동시해 범해지는 감촉에 카나는 정신이 혼미해 지는걸 느꼈다.


쩌업 쪽 쪼오옥


질퍽 질퍽


"푸하아. 기 깊어요.. 안되. 너무 격렬하단 말이야!"


"허억 허억"


간신히 입술이 해방되었지만 펜드의 허리놀림은 두배로 격렬해져 카나의 보지를 농락하고 있었다.

"아앗 안되. 그렇게 빨리하면 나 또 가버린단 말이에요. 펜드씨.. 아앗!!"



"흐흐 크으윽 싼다!"


카나의 질 내부가 부르르 떨려오며 자신이 가버렸음을 알려주자 펜드는 비릿하게 웃으며 급히 자신의 물건을 꺼내었다. 때마침 펜드의 귀두에서 대량의 정액이 뿜어져 나와 카나의 가슴께를 하얗게 물들여간다.


"뜨 뜨거워~"


몸에 끼얹여지는 따뜻한 감촉에 카나는 다시한번 몸을 떨었다. 펜드는 사정뒤의 탈력감에 카나의 몸 위로 엎어져갔다.


"짐승."


한동안 몸을 겹친채 가쁜 숨을 몰아쉬던 카나가 간신히 호흡을 정돈해 한마디 쏘아붙였다.


"그래. 난 짐승이야. 그런데 왜 날 짐승으로 만든거지?"


"흥 원래부터 짐승이었잖아요. 왜 절 탓하는 거죠?"


"먼저 날 유혹했잖아. 이유가 뭐야?"


펜드의 물음에 카나는 잠시 쓸쓸한 기색을 보였다. 왜 저러는 걸까?


"다른 이유는 없어요. 좋건 싫건 이제 우리는 부부가 되야 하잖아요. 그러면 서로 관계를 갖는게 당연한거죠.."


"흐흐 그렇게 되나?"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카나가 제국의 황비가 되기에는 신분도 낮고 영 격에 맞지 않는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왕 그녀를 아내로 맞기로 한 거 더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 이렇게 좋은 몸을 가졌으니, 다른건 생각하지 말자. 그건 그렇고..


"그런데 내가 널 찾아온 이유는 여자가 안고 싶어서가 아니야. 뭐 뜻하지 않게 일이 이렇게 되었기는 하지만.."


"호오 다른 목적이 있었나요? 무슨 일로 아흣.."


펜드는 카나의 유방을 문지르며 방문한 이유를 털어놨다.


"일전에 법왕이 나를 도와준다고 했잖아.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지? 쉐밀과 전쟁이 시작된지 꽤 지났는데 교단은 아직 철저하게 중립을 유지하고 있잖아."


"아 그게.. 법왕님은 사실 펜드씨를 도와주는걸 영 마음에 내켜하지 않으세요."


카나의 말에 펜드는 어이가 없었다.


"뭐야? 그럼 애초에 도와준다는 말을 하지 말던가."


"으응 저도 잘 모르지만 세피아 황비가 죽기 전 법왕님을 찾아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나봐요. 그것때문에 아렌티아님이 어쩔 수 없이 펜드씨를 도와줘야 하기는 하지만."


"하지만?"


"싫겠죠. 당신이 짐승에 변태같은 사내인걸 잘 아는데, 아렌티아님의 고결한 성품에 영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에요."


"쳇."


고고한 척 하기는. 어차피 아렌티아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그녀가 아니어도 이미 전황은 아주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는가? 이게 모두 황제가 될 자신의 덕업인 것이지..


"아마 펜드씨가 정말 위험할때 딱 한번정도만 도와주려 할 거에요. 법왕님이 혼잣말로 [한번. 그 이상은 안돼. 그거면 되겠지.]라고 중얼거리는걸 들었어요."


"아 그 이야기는 이제 됐어. 그 이상한 마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펜드의 말에 카나의 얼굴이 딱딱히 굳어갔다.


"마녀라뇨.. 지금 법왕님에게 한 소리인가요?"


"왜 안돼나?"


"당연히 안돼죠! 좀 주제 파악을 하셔야죠. 당신같은 인간말종이 성녀 아렌티아님을 욕한다는게 말이나 되요?"


카나는 정말로 화가 난 듯 보였다. 비록 신전에서 쫓겨난 몸이지만, 카나의 아렌티아에 대한 존경심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뭐야? 넌 내 아내가 될 사람이잖아. 남편보다 널 교단에서 쫓아낸 그 마녀가 좋다는 거냐?"


"참.. 당연한 소리를 잘도 하시네요."


"크윽"


펜드는 기분이 무척 더러웠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렌티아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 되새겼다. 이래서는 황제로서의 위엄이 서지 않는다.

쾅쾅

 

그가 카나의 말에 마음이 상해있는 사이 누군가 급히 방 문을 두드려 왔다.

 

"전하 여기 계십니까?"

 

"아나.."

 

여기 있는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펜드는 짜증이 두배로 늘었다.

 

"그래 여기 있다! 여자 방에 있을때는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저 부관놈. 예전에 파르세스를 먹고 있을때도 짜증나게 하더니 이번에도 방해냐?

 

"죄송합니다. 너무 급한 일이라.. 이건 꼭 들으셔야 합니다.""

 

"왜. 쉐밀이 죽기라도 했느냐?"

 

"아니 그게 아니라.."

 

"빨리 말해!"

 

부관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침통한 어조로 보고를 올렸다.

 

"헤밀튼 백작님의 군대가 전멸.."

 

"하하 무슨 개소리야?"

 

"전멸했습니다!!"

 

"??"

 

펜드는 부관의 보고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옆에서 카나가 불안한 듯 펜드의 품에 안겨온다.

 

"야. 잘 이기고 있던 우리 부대가 뭐? 전멸?"

 

"네.."

 

[커허억]

 

말도 안된다. 헤밀튼 백작의 군대는 지금껏 쉐밀과의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강력한 전위대였다. 백작의 군은 무려 마스터급 검사가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정예기사와 강력한 마법사 도 일부 포진하고 있는  특수 부대인데.. 그게 어떻게 전멸을?

 

"어 어떻게 된거야? 함정에라도 빠졌나?"

 

"그 그게.. 함정같은건 아니고, 전투에서 몰살당한 겁니다."

 

"뭐? 그정도의 전력이 쉐밀측에 있단 말인가?"

 

다음순간 부관의 말은 펜드의 정신을 멍하게 하는데 충분한, 황당한 말이었다.

 

"저.. 그게.. 한명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하 한명?"

 

"네. 한명이요.."

 

펜드는 한대 얻어맞은듯한 얼굴이 되어 멍하니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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