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德厚の野望 53

옛적부터 중원中原 하면 전통적으로 하남 지방을 가리킨다. 황하 중하류 지방에 자리 잡아 사통팔달의 지형의 이점이 있어 육대고도의 둘인 낙양과 개봉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남경부에서 수로를 타고 거슬러 올라온 덕후 일행은 남양에 도달했다. 역참 소개서인 대명관지를 열람하면 최단거리와 조정의 편의를 이용할 수 있지만 사적인 일이라 피한 것이다. 세휘는 약간 융통성-돈질-을 발휘하면 문제없다고 지적했지만, 순전히 3년간 니트질을 청산하고 본격적으로 강산을 유람하겠다는 덕후의 변덕에는 입을 다물어야했다.


명대의 치안과 통행은 당시 유럽에 비하면 사정이 좋은 편이었지만, 해가 질 때나 홀로 다니는 것은 위험했다. 그러나 덕후는 무시했다. 현대, 그것도 전 세계에서 총기통제가 철저하고 치안률이 높은 한국인의 추억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현실을 무시한 처사에 몇 번 쇠붙이를 든 무허가 영업자들과 조우했지만, 형욱의 선에서 간단히 처리했다. 물론, 그 뒤에는 자신의 추억을 배반한 강도들을 향한 덕후의 계도, 정신적 쇼크를 동반하는 응징(?)이 뒤따랐지만.


그렇게 스무 날 가까이 일정을 소비하며 덕후 일행은 남양에 당도했다. 곤산객잔이라는 간판이 고풍스럽게 걸려있는 주점이었다. 상품 수준은 아니었으나 값이 싸고 맛이 좋아 아는 사람끼리는 명물로 속하는 가게였다. 점심이 지나 손님이 하나 둘 빠지며 한적해질 무렵에 죽립을 눌러 쓴 세손님이 방문했다.


“방 있나?”
“상중하上中下중 어느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특상特上으로 하나. 이틀 머물 거라네. 아, 뜨거운 물로 씻는 것도 가능하나?”


쪼르르 달려온 점소이를 향해 덕후는 은자 셋을 내밀었다.


“그러믄요! 저희 객잔은 목욕탕이 따로 마련된 곳입니다. 그리고 특상이라고 하셨습니까? 안되면 지어서라도 올리겠습니다! 일각만 기다립쇼!”


점소이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헤실 웃으며 일행더러 잠시 기다리라 하고 점소이들을 불러 윗층으로 올라갔다. 일각 못 미쳐 점소이는 일행을 안내했다. 방은 제일 왼쪽에 있었는데 칸막이들로 T형식으로 구역을 나누고 문가는 응접실 식으로 꾸민 방이었다. 원래는 하나였지만 점소이가 급히 꾸민 것이리라.


“하하, 수완이 좋구먼. 크게 출세하겠어. 자네 이름이 뭔가?”
“만복이라고 합니다!”


점소이는 직각으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덕후는 문지방을 넘어 사람이 있나 없나 확인해보다가 만복이에게 따로 은자 하나를 찔러 넣어주었다.


“이건 자네가 마음에 들어서 주는 걸세. 아까 은자는 주인과 점소이들에게 주고, 이건 자네가 따로 챙기게. 음식은 알아서 올려주고.”
“가, 감사합니다!”


만복이는 서비스적인 웃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마워서 활짝 웃었다. 열쇠를 주고 만복이가 잰 걸음으로 사라지자 방에 행장을 끄르던 세휘가 빈정거렸다.


“갑자기 무슨 바람 불었나요? 돈을 그렇게 펑펑 쓰다니.”
“뭘, 내 돈도 아니잖는 가.”


정확히는 강도들에게 털은 것이다. 덕후는 강도들에게 쇠붙이나 넝마주이 같은 속곳까지 모조리 벗겨먹고, 심지어 근거지가 있으면 쳐들어가 솥까지 철거해갔다. 그래서 양 손에 들 수 없을 정도로 부피가 늘어나자 중간에 수레 한 대를 구했는데, 세휘를 갈궈 수레 밑바닥에다가 아공간 게이트를 만들도록 한 다음 닥치는 대로 전리품을 쑤셔 박은 것이다. 그 많은 전리품(?)이 수레 한 대에 모조리 들어간다는 점에 형욱이 이를 궁금하게 여겼으나 “어른의 사정”으로 침묵을 시켰다. 형욱 나름대로 방문잡기 쯤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시대에 괴이怪異는 비논리적인 것이 아니었다. 공자가 괴력난신을 논하지 말라는 것은, 현대처럼 비합리하다고 팍까! 하고 실체를 해부하라는 것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현실에 먼저 두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결혼만 아니라 출발할 때 길일과 흉일을 따지고, 여정을 마치면 조상에게 무사히 돌아왔다고 향을 사르는, 지금으로 봐서는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풍습이 사회전반에 아무런 위화감을 주지 않고 깔려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덕후와 세휘가 이렇게 대놓고 편법(?)을 쓸 수 있던 것은, 관심사 외는 신경을 끄는 형욱의 성격에 의지한 바가 컸다. 금보옥이라면 운송비 절감에 대한 획기적인 기회로 보고 덕후를 닦달할 터이다. 어쨌든 남양에 당도한 일행은 고물상이나 대장간에 가 다 팔아먹은 것이다. 그래놓고 하는 소리가 다음과 같았다. 


“공돈은 버리느니 만도 못하지. 얼른 써야겠다.”


물건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쓸만한 객잔을 추천 받았고, 곤산 객잔에 들러 돈을 팍팍 쓴 내막이 이 것이었다. 세휘의 불만은 덕후의 헤픈 주머니가 아니라 다른 데 있었다.


“돈이 많으면 팁으로 줄 바에 방을 여러 개 잡으면 되잖아요?”
“어허, 이 흙먼지 마시는 여정에, 미인의 얼굴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거늘!”


덕후가 정색을 하고 꾸짖듯이 말했다. 그 내용에 둘의 언쟁에는 무관심으로 방관하던 형욱 조차 손길을 멈추었다. 세휘는 양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정색을 한다.


“여, 역시 그렇군요. 지난 3년 동안 이 날을 노렸던....”
“하아?”


자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하는 표정을 짓던 덕후는 바로 손사레를 쳤다.


“자넬 덮칠 바에 지나가다가 눈에 띄는 옹이구멍에다가 방아를 찧겠네.”


큿, 하고 얼굴을 붉히며 세휘가 덕후를 노려보았다. 왕부의 여인들은 그녀를 마누라 후보로 점찍고 챙겨주고 있지만, 덕후와 세휘 사이는 그런 감정은 전무했다. 그것은 이 세상을 벗어난 이들끼리의 입장 때문이었다. 덕후의 관점에서 세휘는 자신을 이세계로 처박은 원흉이고, 세휘 관점에서는 정도正道를 외면하고 사도邪道를 걸으려는 민폐덩어리였기 때문이었다. 서로가 죽고 죽이는 증오하는 관계로 치닫지 않는 것은 자제심 때문이었다.


덕후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대신 끌러왔을 법이라고 하니, 재수 없게 걸린 셈이라 여기고 있었다. 만약 세휘가 전능자 입장에서 정박아스러운 변덕으로 자신을 뽑았다면 레이드 뜰 대상이겠지만, 세휘 역시 목숨을 걸고 수행하는 입장에 불과했다. 그래서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시스템 자체를 박살내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 여겼다.


세휘의 입장도 마찬가지. 기껏 적임자를 물색해 적응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다 작성했는데 본인이 시작 단계부터 씹어 먹고 있다. 적임자는 일단 그 세계에서 성공하거나 충실히 사는 자는 데려오지 않는다. 보통은 인생의 리셋을 원하는 낙오자나 현실에 괴리감을 강하게 가진 자가 대상이었다. 그렇게 확률로 뽑아온 이들은 세휘나 선배들이 실시한 선행 테스트에는 잘만 적응했다. 베풀어지는 보상이 암울했던 현실 따위는 잊을 정도로 달콤하고 주인공 보정을 잔뜩 챙겨주는 것들이었으므로. 덕후와 같은 패턴은 정말 없던 일이었다. 그럼에도 강제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의 능력 부족도 있지만 끌고 온데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스스로 마음을 바꾸길 기다릴 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휘 개인의 신상에도 다행이었다. 만약 어설프게 흑막인체 했다면, 덕후는 정줄을 놓고 문자 그대로 세휘를 먹어치워 버렸을테니까.


금발벽안의 미녀와 대치에 싫증을 느꼈는지 덕후는 아무렇지 않은 게 바닥에 등을 기대고 사지를 버둥거렸다.


“아아, 마누라들이 보고 싶어. 마누라가. 이대로 쌓이면 몽정을 해버릴텐데.”
“숙녀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네요.”
“숙녀가 있던가? 무도에 매진하느라 남녀를 초월하신 한 분과 시다바리 하나만 있을 뿐인데?”


덕후는 턱을 눈썹 위에 올리며 휘휘 보는 시늉을 했다. 세휘는 씩씩 거리다가 형욱에게 전음을 날렸다.


-너도 좀 뭐라고 해. 저 투정을 내가 받아줘야 하니.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척 보면 모르겠니? 쌓인 게 있어서 야료를 부리는 거잖아.
-흠, 대련을 해드릴까?
-그 대련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아니, 심화가 다 나한테 쏠린 텐데? 그렇게 되면 너를 갈굴 테야.
덕후가 세휘에게 화풀이하는 것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않지만, 세휘가 자신을 갈구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주군.”
“어허, 가는 동안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공자님으로 하게.”
“그, 공자님. 욕구불만이십니까?”
“어흠! 그, 그렇지.”


색을 밝히지만 저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던지는 직설적 화법에 덕후는 쑥스러워 헛기침을 하였다.


“근처에 기루가 있을 테니 해가 지면 회포를 풀고 오십시오.”


한 때는 바른생활로 예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면 칼부터 뽑았던 형욱의 관대한(?) 변화에 덕후는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군묵자흑이라고, 덕후가 결혼을 하고 나서 방아 찧는 소리를 매사에 접하고 왕부의 여인들이 모임을 할 때, 성적 담화를 종종 들어오던 터라 3년 동안 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누그러진 상태였다. 공공장소에 추태를 부리면 칼을 뽑지만, 본능적 욕구까지 억압을 요구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어...그것도 나쁘진 않는데, 둘만 두고 가기는 그렇지 않는 가?”
“은신술을 쓰면 됩니다.”


괜찮습니다, 라는 투로 정리한다. 덕후는 내키지 않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감당하기가 버거워서 그렇지 염복은 넘치는 그다. 뭐가 아쉬워서 기루에 간단 말인가? 다다익선이라고 꽃을 좋아하여 가는 축도 있지만, 안는 순간 기녀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뻔히 아는 덕후로서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만에 하나, 자신이 지닌 신분이 알려지면 거기에 편승하여 상승을 꾀하거나, 회임을 하고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겪고 싶지 않았다.


형욱의 덤덤한 얼굴을 계속 보자 문득 장난기가 치밀었다.


“그거 말고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데.”
“있다면 하십시오.”


기루에 가라고 권하긴 했지만 내심 안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 형욱은 즉각 동의했다. 덕후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미혹이 들었지만.


“세휘는 먼저 씻고 상을 봐주게.”
“네입, 지엄하신 명 받잡겠사옵니다.”


흥, 하고 세휘는 방을 휙 나간다. 문이 닫히자 형욱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마사지 해줄 수 없을까?”
“어딜 말입니까?”
“남자에게는 천금보다 소중한 거기.”


침대에 앉은 채 덕후는 유딩이 거시기 비교하듯이 바지를 까 내렸다. 거창하는 창대처럼 꼿꼿이 선 남자의 상징을 대하자 형욱은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뜻대로 안되면 바로 올리고 창문 밖으로 튈 준비를 하던 덕후는 그 반응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3년 전 초면의 여정에 이 짓을 했다가는 그녀의 검날이 대략 안좋은 곳을 스쳐가는 비극을 맞이했을 것이다.


“호, 혼자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인가. 솔로의 비애를 맛보란 말인가? 그리고 사정하고 나서 내 정을 이런 주점 바닥에다 그냥 버리란 말인가? 누가 주워서 집어넣으면 어쩌려고?”


의학적으로 가능성 없는 소리지만 형욱에게는 그렇지 않게 들렸다. 만에 하나 씨 도둑질을 미연에 차단해야하는 목소리가 울린다. 평소라면 허무맹랑하다고 콧방귀 뀌어야겠지만 합리적으로 와 닿는다. 형욱은 번민을 하다가 덕후의 재촉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목표인 자지를 처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그 앞에 무릎을 꿇는 자세가 되었다. 양손이 움찔하면서 자지 기둥을 잡았다.


-따뜻해.


손가락을 타고 전해지는 뜨거움에 형욱은 깜짝 놀랐다.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형욱은 왕부 내 유부녀들의 성담화를 들었던 것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생각하는 와중에 손은 기둥을 수차례 조물락 거렸고, 곧 웃! 하는 신음이 덕후로부터 흘러나왔다. 정신이 든 형욱은 처음에 봤던 자지가 몇 배는 팽창하고 부풀어 오르는 것을 감지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홍조가 피는 것에 덕후는 문득 귀여움을 느꼈다. 그래서 손을 뻗어 그녀의 귀밑을 쓸어넘겨주었다.


“아는 데까지 해봐.”


아는 데까지라니....나를 경험 있는 음란한 여자로 보는 걸까? 형욱은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들은 풍월은 있을 것 아니야? 설마, 아이는 황새가 물어준다는 걸 믿는 수준인가?”


심각하다는 듯 중얼거렸으나, 어딘가 도발하는 것 같았다. 형욱은 심호흡을 하고 입을 벌렸다. 그리고 잔뜩 발기한 첨단을 머금었다. 자지 털이 얼굴을 간질이지 않게 손바닥으로 기둥의 뿌리를 감싸누른다. 따듯하고 단단한 살덩이를 삼킨 상태로 형욱은 슬금슬금 진입했다. 입안에 타액이 고이면서 자지를 적셔가자 덕후는 신음을 흘렸다.


자지를 통해서 전해지는 상대의 반응에 형욱은 살기둥을 빨면서 자연스럽게 과한에 감싸인 작은 주머니도 만졌다. 성심을 다해야한다고 되뇌면서 형욱의 마음은 무사의 그것보다는 애정을 담는 연인의 그것처럼 대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로봇처럼 경직적이던 형욱의 애무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츄읍! 추릅! 하는 음탕함이 방안에 조용히 울렸다.


턱이 얼얼해질 시간을 보내자 잔뜩 발기한 덕후의 페니스 끝에서 불끈하며 하얀 탁액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정액은 입천장을 직격하고 그대로 미끄러져 식도로 미끄러졌다. 사정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형욱은 사례가 드리고 말았다.


“웁! 컥!컥!”


형욱은 사정의 결과가 바닥을 더럽힐까봐 격렬하게 기침하는 와중에도 용케 페니스를 뱉어내지 않았다. 입 안의 급작스러운 변동을 느낀 덕후가 자극을 받아 두 번 째 사정을 해야할 정도였다. 고개를 들며 파정을 음미하던 덕후는 밑을 내려 보자 실소할 뻔했다.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간 콧물을 흘리고 있다.


여기서 웃어버리면 봉사한 형욱에게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덕후는 표정을 매우 부드럽게 꾸미며 자지로부터 입을 뗀 형욱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자신의 상체를 숙였다. 얼굴과 얼굴이 맞대자 형욱의 눈초리가 부동심을 깨고 심하게 떨렸다. 저지할 때는 몰랐는데, 진정되고 나니 여자로서 이성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는 표정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가만히 있어.”


그렇게 다독이고는 덕후는 혀를 내밀어 형욱의 양 눈가를 핥아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콧날을 혀로 애무하고 그 아래 쌉싸름한 분비물도 그대로 빨았다. 콧구멍 입구까지 건드리자 형욱이 저항했지만 덕후가 꽉 잡고 있는 탓에 미미했다. 그리고 본인이 진심으로 저항한 것도 아니었다. 흐응, 하는 비음이 형욱에게 흘러나왔다. 인중을 지그시 눌러주고 그 아래 윗입술을 톡톡 건드려준다음 치아를 열고 본격적으로 설육을 탐했다. 한참 뒤 덕후가 입을 떼자 형욱의 얼굴은 침범벅이 되어 있었다. 방심한 표정으로 덕후를 올려보고 있고 양 손은 허벅지 안쪽을 세게 누르고 있었다. 경험이 풍부한 덕후는 형욱의 보지가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상태이며 가볍게 오르가즘을 느꼈음을 인지했다.


쿤닐링구스를 시도하고 싶었지만, 시각이 시각인데다가 처녀인 형욱이 거부감을 드러낼 것 같아서 아쉽지만 접을 수밖에 없었다.


“세휘가 기다리겠군. 씻고 내려가. 난 좀 생각해볼게 있으니까.”
“네....”


똑 부러지는 대답이 아니라 묘하게 쉰 듯한 어조였다. 형욱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방을 나갔다. 바지춤을 추스르고 식은 차를 마시며 덕후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욕구불만이 해소되자 꺼덕거리던 뇌가 냉정을 찾고 일정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신도세가라...”


가주 신도 천협이 은퇴를 한다면 후계자를 정할 터인데, 덕후가 알기로는 후보의 자격을 가진 이들은 10명이 넘었다. 중원의 인재를 끌어 모아 세운 신도세가의 연합체적 한계를 보여준 예이리라. 10명 중에서 가장 유력시 되는 인물은 둘이었다. 광협과 신협이었다. 둘 다 서른은 넘지 않는 나이다. 이런 연령대는 개인의 스펙이 월등하게 뛰어나지 않는 한, 어디까지나 지지하는 세력의 상징이자 구심점의 역할을 요구받거나 수렴하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아직까지 신도 천협은 후계자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신도 가문의 반목 선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가 결집시킨 하남무림이 분열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이리라. 덕후는 신도세가를 둘러 싼 하남 무림의 정세와 천협의 개인정보를 토대로 추측을 해보았다.


“무난한 방법이라면 분가分家가 있겠고....”


신도 세가의 가주직과 하남무림의 책임자 자리를 분리하여, 각각 하나씩 잇게 하고 상부상조를 하게 한다. 그러나 덕후로서는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일단 조직부터 비대해질 것이고, 양편에 지지세력들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을 찍어 누르려 할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타협점을 찾아 평화를 누린다 해도 현상유지에 불과할 것이다. 존속이라는 면에서는 합격점일지라도, 덕후의 구상에서 신도세가는 천하문, 그리고 앞으로 포섭할 우문세가와 함께 영호세가 공략의 첨병이 되어야했으니까 부적합 판정.


“둘 다 방법 해버릴까?”


두 세력 다 손발 오그라들게 만들어 형욱을 가주로 밀어주는 방식이 있지만, 본인부터가 지도자 체질은 아니었고, 오면서 안한다고 못을 박았다. 형욱이 만에 하나 마음을 바꿔 승낙한다해도, 이끄는 숭무단은 천하문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어, 빼내면 그 공백을 단기간에 채우기가 난감했다. 이리저리 다각도로 재보던 덕후는 사고를 중단했다. 세휘가 말한 이각에 약간 지나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보고 안 되면 병림픽을 한 번 개최해보자. 번드르르한 군식구를 늘리는 것보다야 낫겠지.”


방에 내려와 열쇠로 문을 잠그고 덕후는 1층으로 내려갔다. 창과 문가를 통해 햇빛이 부드러운 황금빛을 뿌렸다. 덕후는 그늘진 곳에 세휘와 형욱을 발견하고 합석했다. 형욱이 젓가락을 넘겨주자 덕후는 잡고는 미리 나온 요리를 먹었다. 그와 함께 세휘와 형욱도 음식을 들었다. 식사를 하며 덕후는 곁눈질로 형욱과 세휘를 보았다. 방금 목욕을 하고 나와서인지 자연스럽게 이목을 잡는 생생한 활기를 뽐내고 있었고 코를 통해 살내음을 은은하게 전해주는 듯했다. 세휘의 경우에는 워낙 눈에 띄는 외모인지라 죽립을 쓰고 있었지만.


“자, 앙~”


문득 덕후가 젓가락으로 음식 한 점을 집어 형욱의 입가로 가까이 가져갔다. 형욱이 멈칫해하자 세휘가 방에 있을 때처럼 툴툴거렸다.


“아주 깨가 쏟아지네~”
“근심 하나를 풀어주었으니까.”
“성군 났네, 났어.”


자신을 두고 세휘의 이죽거림이 커지고, 덕후의 음식 들기 재촉이 노골화되자 형욱은 방관하기 어려웠다. 주점에는 점소이랑 손님 몇 밖에 없지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는가.


“그만하시지요. 공자님. 세휘를 너무 홀대하는 것 같습니다.”
“쟤는 존재 자체가 내 근심이야.”


이것도 최대한 봐주는 것이다, 라는 덕후의 답변에 세휘도 지지 않았다.


“난 당신같이 악덕 상전을 만난 것만으로 재앙이에요!”


둘은 형욱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형욱은 고개를 숙였다. 이대로 둘 다 수혈을 짚어버리고 방으로 올라가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이봐. 너희들.”


걸걸한 음성이 셋의 이목을 자연스럽게 집중시켰다. 그곳에는 도검을 소지한 삼남이녀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하나 같이 비단 재질에 한껏 멋을 낸 무복이었다. 덕후의 소견으로는 퓨전 활극에주연들이 입었을 법한 돈 쳐 바른 의상이다. 생긴 것도 하나 같이 배우로 나서도 될 만큼 남자는 연준했고, 여자는 미태가 도드라졌다.


“무슨 일인가?”


백의청년이 초면에 반말을 까놓으니 덕후는 느긋한 얼굴로 반문했다. 백의청년의 아미가 상큼 올라간다.


“무례하군. 너희들이 요즘 악명을 떨친다는 광월패들인가?”


풀이하면 미친 달 패거리라는 뜻이라 덕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우린 여행객이지 예인이 아닌데. 그리고 초면에 다짜고짜 반발을 하는 건 어느 쪽이더라?”
“도적들에게 지켜줄 예의는 없다.”


패턴물의 후기지수의 전형을 보여주는지라 덕후는 신경 껐다. 세휘더러 대신 해결하라는 눈빛을 던지고 고개를 돌렸다. 소동은 세휘도 원치 않는 바라 꿍시렁거리면서 중재를 위해 자리에 일어섰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닥쳐라!”


백의청년의 손길이 세휘의 죽립을 빼앗았다. 일어나던 중에 해명을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던 터라 세휘는 순간 방심했고, 이목을 주점 안에 드러내고 말았다. 금발벽안의 미녀의 안목이 공개되자 주점 안에 탄성이 일어났다. 백의청년도 잠시 넋을 잃은 듯 하다가 안색을 북풍이 불듯이 차게 굳혔다.


“맞군. 광월패에는 호희胡戱 하나가 껴 있다고 했지. 그렇게 두드러진 인상을 하고도 부인할 참이냐?”


세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형욱은 세휘의 분노가 임계점의 끝까지 치달은 것을 파악했다. 번역 시절에 같이 구른 경험상 저 표정 뒤에는 히스테릭한 대참사를 벌여놓곤 했다.


-주군이 말리십시오.
-내가 왜? 원인 제공자는 저기 있잖아. 스트레스를 적절히 푸는 것은 심신에 도움이 된다고?
-계기는 저 자에게 있지만, 그 전까지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신 분은 주군 아닙니까.


그러나 덕후가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우자 형욱은 하고 싶지 않는 말을 덧붙였다.


-안 해주면 주군의 욕구불만, 처리해주지 않겠습니다.
-....알았네. 단, 내가 위험해지면 나서주게.


덕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떡이고는 폭발 직전의 세휘 앞을 가로막았다.


“전후부터 설명해주셔야지? 우리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네. 광월패는 무엇이며 호희가 있다는 건 뭔 소리인가?”


덕후의 질문에 백의청년은 붉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호통을 쳤다.


“시침 떼 지마! 오는 길에 양민들을 구타하고 약탈했잖아!”
“선량한 양민이라니...? 아하, 아아! 그거였군!”


덕후는 전후를 이해했다. 그리고 짝짝 손뼉을 쳐가며 호들갑을 떨었다. 다짜고짜 정체를 확인하고 검을 날려대는 성격상 사실을 털어놓아봐야 거짓말! 하고 검부터 날리고 말 것이라, 일단 대화할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했다. 덕후의 예상대로 백의청년은 상대의 극적인 반응에 손 쓸 기회를 찾지 못하고 주춤했다.


“방금 선량한 양민이라고 했는데, 충실히 세금을 내는 부류를 말하는 거겠지요?”
“그, 그렇겠지.”


이게 아닌데? 하며 당혹해하는 백의청년을 향해 덕후는 씩 웃었다. 그 미소가 마치 뱀의 미소처럼 보이는 것은 단순한 착각일 것이다.


“우리가 오는 동안 마주한 이들은 밑천 없는 장사를 하는 치들이었다오.”
“밑천 없는 장사라니?”
“양산박의 호걸들이 하는 짓 말이오.”


에둘러서 말했지만 백의청년은 바로 알아들었다. 한 마디로 도적이라는 소리. 백의청년은 반박했다. 다만, 어조가 벌써 하오체로 올라갔다.


“하, 하지만 그들은 전부 남자이지 않소. 광월패에게 희생당한 이들 중에는 여자와 아이, 그리고 노인도 있었단 말이오.”
“아아, 신민의 의무를 저버리고 보험이 없는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실패하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일깨워 준 것 뿐이오. 무고한 상한 인명은 하나도 없던 걸로 알 텐데요? 흠, 정 그렇다면 관아로 가서 시비를 따져봅시다.”


관아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관과 무림은 서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배후에는 서로 등을 비비고 있었다. 자신들이 협행을 하려는 게 잘못 꼬여서 가문에 누를 끼칠 수 없었다. 그리고 당장 관에 가자는 상대의 소리에 뒤가 께름칙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태조 황제께서 글을 모르는 자라도 구두소송을 걸 수 있도록 조처하셨으니까. 우리를 광월패로 몰아간 이들을 모두 데리고 오시오. 이쪽은 관아에 가서 대서할 서리들을 모아보리다.”


느물거리면서 나 연줄 있거든? 하듯 쐐기를 박자 백의청년은 처음과 같은 고압적 태도를 접었다. 그들은 신주오협으로 하남에 요즘 유명한 후기지수들이었다. 백의청년은 남양의 모가장의 소장주 모진성이었다. 1 주일 전 그의 생일이라 같은 후기지수, - 전상, 관흠, 백예궁, 류산산 - 를 초청하여 놀다가 신도 천협의 은퇴식에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에 휘주에 출장 갔다가 온 하인으로부터 기묘한 소문을 들었다. 오는 길에 광월패라는 무리들이 양민들을 약탈했다는 것이었다. 한창 피가 끓는 나이에 죄악을 좌시할 수 없는 법. 그리고 개봉의 퇴임식에 각파의 무림명숙과 쟁쟁한 자손들이 참여할 것인데 그들에게 PR 할만한 협행을 얻어 가면 좋을 터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곤산객잔에 한 죽립인 한 명이 드나들었는데 언뜻 보기에 금발이었더라 하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것이었다.


기세등등하게 다그치고, 말을 안들으면 무력으로 훈계한 다음 사죄와 배상을 하도록 요구하려 했는데, 막상 건드려보니 아뿔싸, 상대방에게는 관줄이 있어 보였다. 덕후의 지적대로 양민이 아니라 유민들이라면 관아의 입장에서는 잡아다가 태형을 가해야 할 대상이었다. 시비를 가리겠다고 유민들을 잡아오면, 협행은커녕 민초들에게 타초경사를 범했다고 욕만 배불리 먹게 될 것이다.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한 모진성을 지켜보던, 덕후는 이쯤에서 적당히 타협안을 제시할까 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혈기가 넘치는 이들이 어딜가나 있기 마련이다.


“이 악적! 요사하게 혀를 놀리다니. 그래도 선량한 민초를 괴롭혔다는 것은 변치 않아!”


화의소녀가 앙칼진 소리를 냈다. 세검을 꺼내 주변이 말릴 틈도 주지 않고 덕후를 향해 휘둘렀다. 덕후의 목젖을 노리는 순간, 흐릿한 형체가 끼어들었다. 흐릿한 형체 속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라고 인지한 순간, 화의소녀는 손목이 비틀려지는 통증을 느끼며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화의 소녀는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그녀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흐릿한 인형의 정체, 형욱의 손에 세검이 잡혀있으니까. 공수탈백인의 한수에 다섯은 이 홍안의 미소년이 본능적으로 고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행 중 무공이 가장 약한 화의소녀였지만, 그녀의 발검술만은 일품이라 대비하지 않고는 막아내기 까다로운 것이었다.


형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털었다. 세검이 소녀의 가랑이 사이에 푹 꽂혔다.


“죽을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함부로 검을 뽑지 마라.”


오해로 비롯된 상황이라 형욱은 화의소녀의 목숨을 빼앗지 않았다. 아니 자신이 덕후더러 대신 말려달라고 채근하지 않았으면 그냥 죽였다. 생사고비를 넘겨온 형욱이 기세를 담아 노려보자 화의소녀는 저도 모르게 위축되었다. 그런 화의소녀를 뒤에 있던 녹의여인의 일으켜주었다.


싸늘해진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덕후가 흰 소리를 하였다.


“소저가 제법 여걸이군요.”
“아, 막내가 좀 다혈질이지요.”


덕후가 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맞장구를 치는 모진성을 향해 덕후는 빙긋 웃었다. 속으론 댁도 만만치 않아, 라고 중얼거렸지만 티내지 않고 형욱을 소개하였다.


“이 분은 단혼도라고 합니다.”


단혼도斷魂刀.


모진성의 입에서 놀람이 터져 나왔다. 그 뿐만 아니라 남은 신주오협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주오협이 요즘 이름을 날린다 해도, 하남 일대에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단혼객은 달랐다. 악명을 떨친 흑룡방주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선하령 전투에서 고작 수십의 숭무단을 이끌고 수천의 진중을 종횡 무진한 무용은 강남 뿐만 아니라 중원을 진동시켰다.


절정의 무위도 그렇지만, 단혼도의 실제 연령이 노강호가 아닌 약관도 못 미치는 어린나이라는 점이 강호초출과 젊은 무림인들에게 열망의 대상이 되었다. 세검을 빼들었던 소녀도 자신이 언제 겁먹었냐는 듯이 뜨거운 눈길을 형욱에게 던지고 있지 않는가. 덕후는 놀란 이들의 반응을 즐기면서 형욱에게 전음을 날렸다.


-오호, 저 어린 소저의 눈빛만으로 충분히 데일 것 같군. 잘 하면 야밤에 침상으로 기어오르겠는데?
-놀리지 마십시오. 그보다 제가 주목받아야할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쓸데없는 짓이라면 한 대 때려주겠다는 심보가 느껴진 것 같아 덕후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전달했다.


-퇴임식 때 이들이 참석하러 갈 가능성이 높거든. 그 때 같이 묻어가려고. 초대장은 있긴 하지만, 후계자 후보 신분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래저래 요주의 대상이 될 테니까 말이지.


형욱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한 답이 되었다. 가문에서 막연하게 부르니까 가야지, 하는 심정이었고, 반쯤 마음이 떠난 신도 세가에서 새삼 자신의 출신을 주목받고 싶지 않았다. 단혼도가 실은 여자이며 신도 세가의 출신인 것은 주변인을 제외하고는 세상은 모르는 상태였다. 가주 퇴임식이 끝나면 조용히 돌아갈 마음이었다. 물론, 주군의 뜻대로 신도 세가가 굴러가지 않으면 개입은 해야겠지만, 가독 승계의 뜻이 없다고 미리 밝혔으니 억지로 꿰어놓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의 번거로움 정도는 참자.


형욱은 그렇게 자신을 다스렸다. 일은 형욱이 각오한대로 흘러갔다. 모진성과 덕후는 하하허허 거리면서 장단을 맞춰갔고, 덕후는 자신과 세휘의 신분은 위장으로 통성명하였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 틈을 타 모진성은 세휘에게 사과했다. 모진성은 숙소를 모가장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고, 덕후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모가장에서 장주 이하 가솔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사흘 뒤, 덕후 일행은 신주오협과 함께 개봉으로 향했다.


 


 



10월 초에는 못 올립니다. 그래서 기습적으로 한 편. 따, 딱히 10월 말에 올리고 싶어서는 아닙니다(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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