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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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103-1.
“너 말이지. 설마하니 ‘너’들과 ‘공유’를 끊은 거냐?”
며칠 후, 식사시간에 아버지가 약간 핼쑥한 얼굴로 말을 건네왔다. 무슨 말인가를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여성의 몸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안에는 감각의 공유는 끊어둘 생각이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설마하니 제가 ‘나’와는 다른 존재가 될까봐 그러는 겁니까?”
“아니 뭐, 완전히 별개의 개체가 될 일은 없을테니 그건 별로 신경쓰지는 않는데 말야. 일단 지금 당장 ‘너’랑 ‘공유’를 연결해봐라. 그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라고 생각하면서 ‘나’들과 감각의 공유를 연결한다. 그리고 나는 잠시 후 격렬한 공포에 떨어야했다.
“아버지 설마…….”
“그렇다 아들아.”
아버지의 얼굴이 핼쑥하게 변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닌데 왜! 물론 아버지는 변태같은 이유 반, 필요에 의해서 반으로 여성으로 몸을 바꾸어본 것이긴 했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아내들이……돌아가기 무서워졌어요.”
“이미 ‘나’는 당하고 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감각을 공유했을 때 본 것은 이것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나’들의 기억을 재생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먼저 ‘나’의 눈에 보인 것은 어둑한 방안.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켜놓는 촛불이 켜져있고 그 아래에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대다수는 이렇게 말한다.
‘진, 삽입만이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겠지?’
악마같은 얼굴을 한 경아 누나. 냉정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누이들. 안쓰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카틀레야. 내가 어떤 모습이라고 해도 좋다는 아사. 그리고 내 모습을 보고 얼굴을 붉히는 마리아스까지. 모두들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모습이 어떻길래? 생각하면서 몸을 바라본다. 빈약하기 그지없게 만든 지금의 몸과는 달리 볼륨이 있는 가슴에 잘록한 허리.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벌어진 다리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
‘그쪽의 처녀는 나탈리라는 꼬맹이가 가져갔으니 이쪽의 처녀는 우리가 각각 가져가겠어.’
아니, 잠깐만, 누나들. 눈빛이 무섭습니다. 카틀레야. 진지하게 다가서지 않았으면 하는데 말야. 아사, 침을 흘리면서 다가오지마. 마리아스,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죗값이라니! 난 그런 원한을 일부러 산 적이 없다고오오!
‘누, 누나! 아니, 여보!’
‘언니라고 부르렴♡’
그리고 살을 가르는 느낌과 함께 몰려드는 이 기분 좋은 쾌락. 뇌가 녹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얼마 전까지 꾸었던 두 번의 백합향 가득 한 꿈은 일도르프의 황궁에 남아있던 ‘나’들이 둘러둘러 보낸 경고였다는 것을.
“프로이트 대선생의 이론으로 따질 것이 아니었어.”
공유를 제한한 ‘나’ 때문에 초조했던 ‘나’들은 그런 식으로 나에게 경고를 보내주었건만……알아차리지 못한 덕분에 총 112번의 파과를 겪고 3360번의 절정을 맞아야 했다. 여성의 몸은 여성이 잘 안다고 했던가? ‘이런 모습도 사랑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누이들은 ‘나’의 처녀들을 빼앗아버리고는 평소 내가 했던 것처럼 밤잠도 재우지 않고 몇 번이고 나를 괴롭혔다. 물론 체력이 부족해서 죽을 일은 없겠지만 뇌가 녹을 것 같은 극도의 쾌락을 보여주는 누이들의 테크닉에 ‘나’들은 그저 당하기만 했다.
‘반격이다!’
‘흥!’
그리고 다음날, 그러니까 며칠 전에 ‘나’들이 누이들에게 반격을 가해서 그런 일은 다시는 하지 못하게 못박아두긴 했지만 누이들은 꽤 만족한 모양이었다.
‘진의 동정도 처녀도 모두 가졌어. 만족♡’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바로 첫째 누나였다. 덕분에 질투심을 불태우는 누이들이 ‘나’들에게 더 달려드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걸 좋은 일이라고 해야할지 나쁜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세상은 기묘하다.
“넌 그렇게 끝났지만.”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좋게 끝나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는 돌아가면 아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겠다고……흑.”
부디 살아남길 바랍니다. 아버지.
“그러니까 네가 직접 내 처녀를!”
“저리가.”
그랬다가는 어떤 재앙이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아마 아버지를 건드렸다가는 어머님들의 분노를 내가 다 뒤집어써야 할테니까.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50話 여왕의 부군, 그 자격. 그리고 결혼식
104.
일도르프에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그런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을 무렵. ‘나’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일단 아버지의 유전 정보를 빼내어 육체들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시녀들의 유전 정보를 빼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건 평온과는 조금 동떨어진 매드 사이언티스트같은 일상이었지만 신경쓰지 말자. 뭐, 일단 이걸 외부로 유출할 생각은 없고 이걸 보고 하악하악하는 변태같은 짓은 하고 있지 않으니까.
“보관하는 것이 문제네.”
어쨌거나 며칠 동안 만들어낸 몸은, 소체라고 하자, 모두 120여개. 그 중에서 남은 것은 20여개이다. 폐기할 것은 폐기하고 남은 것이 이 정도다. 아마 이 소체를 누군가가 가지게 되고 이 소체를 자신의 몸으로 삼아낼 수 있다면 나나 아버지, 혹은 어머니나 아내들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디에가서 재능이 없다는 말은 듣지 못할 것이다. 힘을 얻게 되는 것은 자신의 노력 여부에 달린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말하자면 천재라고 할까.
“일단 냉동캡슐이나 사용해야겠다.”
나중을 위해 만들어둔 냉동캡슐을 소환하여 폐기처분을 받지 않은 소채들을 차곡차곡 보관하기 시작한다. 일단 유전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 때에 다시 이 일을 해보도록 하자라는 심산이다. 손가락 하나를 휙 들어서 휙 내리고 나니 일은 마무리. 마무리는 완벽하다.
“으음.”
마무리는 완벽하다지만 내가 원하는 정도의 몸을 만들 수 없었으니 이 일은 실패다. 아내들에게 영생불멸의 육체를 주기 위한 연구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잘못하면 수십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릴 것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인간 출신 누이들은, 아니 제일 문제는 마리아스다, 버텨줄 수 있을까. 어머님들이 자신보다 먼저 생을 마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아버지도 이 문제로 오랫동안 고심했다. 그리고 십수년간 노력해서 소체에 영혼을 부여했을 시 재능의 한계를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까지 연구를 했던 것이라고 하니 단박에 성공하려고 하면 도둑놈 심보일 것이다. 하지만 연구가 잘 풀리지 않으니 초조하고 안타깝다.
“영혼의 마모라…….”
거기에 걸리는 문제는 하나가 더 존재한다. 타클란 제국에서부터 나를 따라온 아가씨들에게 새로운 육체를 부여했을 때에 마지막으로 파악한 문제, 약간의 기억의 손상과 새로운 몸에 대한 적응의 문제이다. 새로운 몸에 영혼을 밀어넣었을 때 아버지와 나는 ‘적응기간’이라고 하는 식으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분명히 영혼의 힘이 약해진 것을 느낀 것이다. 그 말인 즉슨 현실에 영향을 주지 못할 유령과 같은 녀석들에게 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 때문에 타클란 제국 황제의 몸을 만들었을 때부터 아버지와 나는 소체에 지정된 영혼 이외에는 그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마법진을 그려두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아내들에게 이것을 권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어디 사형수라도 잡아와서 실험이라도 해봐야 하려나. 생각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밝은 빛이 망막을 찔러왔다. 아직 낮인가 생각하면서 돌아서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 하나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고했다.
“국왕전하께서 부르십니다.”
나탈리 녀석, 설마하니 자신에게 이런 남자가 있다는 것을 공론화하고 싶은 건가. 이런 시간에 국정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우니 필시 정무를 보고 있는 대전에서 나를 불렀을 것이다. 대체 무슨 귀찮은 일인가를 생각하며 나직하게 투덜거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를 부를 때에는 분명히 그와 비슷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낮입니다만.”
“급히 찾으시고 계시니 어서 가시지요.”
그래도 모르는 척하면서 말하자 시녀는 오로지 명을 받들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어쩔 수 없나. 일단 모르니 하체 정도는 남자로 바꾸어두도록 하자. 아무래도 귀족들이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고…….
“전하, 세진 알카로이드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드시라해라.”
느긋하게 걸어서 그녀가 있는 곳까지 간다. 그리고 나는 별로 반갑지 않은 얼굴을 보았다. 여자의 마음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던 말종 백작이다. 자신의 영지로 떠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부르셨습니까.”
“네. 이곳에 앉으세요.”
대신들의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동안 나는 그녀의 옆자리에 다가섰다. 보통이라면 왕비가 앉는 자리이겠지만 지금의 왕이 여자인 것을 감안하면 부군의 자리가 될 것은 분명하다. 아아, 역시 그런 건가――라고 생각하면서도 느긋하게 그 자리에 앉는다. 그 순간 대신들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침통을 넘어 경악으로 바뀌었다.
“저기, 전하. 저 사람은 여자…….”
“누가 여자인가요?”
“아니, 어딜봐도 여자인데…….”
“증거를 보여드릴까요?”
역시 왕권의 안정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결혼, 그리고 아이를 출산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오고갔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서로 자신의 자식들이 나탈리에게 잘 어울린다고 갑론을박을 펼쳤겠지. 젊은 귀족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여왕의 반려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런 싸움을 더 이상 구경할 생각도, 의지도, 도량도, 구실도 없다고 생각한 나탈리는 바로 나를 찾아 소환한 것이고 말이다.
“증거라. 남자의 물건이 달린 것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에 있을까. 정 뭣하면 보여드릴까? 남자가 남자의 것을 보아서 남는 건 수치심과 패배감뿐일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어쨌든 여왕의 눈이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귀족들은 이번에는 내가 여자냐 남자냐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볼 시간도, 생각도, 의지도, 도량도, 구실도 없었던 나는 직접 증거를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옆에는 마법사를 대동하고. 그렇게 나오자 딴지를 걸던 귀족들은 일단 후퇴했다. 그리고 다른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아니, 일단 남자라고 칩시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이 나라의 군주가 아무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저희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런 거냐. 펜촉에 시퍼런 강기를 뿜어내면서 히죽 웃는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할 사람은 많지 않으므로 이번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저마다 이런저런 불만과 불안, 그리고 분노를 가지기는 하겠지만. 이 절대적인 무력을 보고나면 그 누구라도 뭐라고 할 수 없다. 이건 소드마스터를 넘어서는 무력이니까 말이다.
“보통 소드마스터를 일인 군단이라고 말하는데 말입니다. 그보다 더한 인간은 일인 방면군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여러분들의 현명한 머리를 믿고 있겠습니다.”
완벽할 정도의 기선제압에 할 말을 잊은 귀족들을 두고 예의 바르게 여왕을 에스코트하여 그 자리를 나온다. 이것으로 ‘힘만 세면 뭐하나, 여왕의 반려가 되기에는 품위가 없는데.’라고 말할 사람들은 없어질 것이다. 남는 것은 ‘힘이 세고 품위가 있으면 뭐하나 무식할지도 모르는데’라고 말하는 녀석들이다. 뭐, 그거야 왕실마법사에게 가벼운 조언 몇 번 해주고 연회장에서 내가 가진 지식을 뽐내면 되는 거니까.
“그 다음은 내가 씨없는 수박이면 어쩌느냐라고 말하면서 미혼모를 양산한 녀석들이 달라붙겠지. 그거 불쾌한데.”
나탈리와 함께 걸어가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중얼거린다. 그런 내 말을 들은 것인지 나탈리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지기는 했으나 나를 믿는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나는 시녀들이 보는 앞에서 허리를 안으면서 그녀의 입에 입술을 맞추는 것으로 그녀의 미소에 답했다. 아마도 시녀들의 입을 통해서 귀족들에게 이런 상황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겠지. 자, 이제 너희들은 어떻게 나올 것이냐. 나는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놀거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면서 빙긋 웃는다. 내 앞에서만은 소녀가 되는 나탈리가 내 손을 잡아왔다.
“죄송해요.”
“뭐가?”
“그냥 감출 수도 있었는데 귀찮게 해버렸어요.”
그게 미안했던 걸까. 나는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살짝 주면서 이야기했다.
“까짓것, 결혼해버리면 되지. 남들이 추근대지 못하게 말야.”
“괜찮으세요?”
“나는 세진 알카로이드야.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자지.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그렇게 나탈리의 불안을 잠재운다. 물론 내 불안감은 여전했지만 그녀가 불안감을 가질 수 없게 노력한다. 다시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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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요?
“잠시 이곳에 머물러야겠어. 좀 인정해주라.
――당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다만 마를렌은 잔뜩 화를 낼 거라구요. 나중에 잘 달래주세요.
“응, 알았어. 사랑해.”
――바람둥이의 애정고백이라 별로 무게감은 없네요.
“하지만 기분 좋잖아?”
――그건 그렇군요. 일부러 이렇게 말해준 것만은 감사하겠어요.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나’를 이용하지 않고 아내들에게 일일이 사실을 고하고 허락을 구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토라지는 모습이면서도 ‘나’의 포옹에, 그리고 나의 애걸에 마음을 푸는 모습들이었다. 일단 세진 알카로이드로서 그녀와 혼인을 한다는 이야기이므로 그녀들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 일이었다. 신경만 끈다면 피해는 주지 않으니까.
――당신의 아내이니까, 이렇게 직접 상담해주면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적어도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배신이긴 한데 기분 좋은 배신이에요.
“고마워.”
――하지만 이런 일을 자꾸 반복하면 그 기분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
“할 말은 없지만 정말 고마워.”
그렇게 아내들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고 나서야 결혼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다. 아내들은 역시 천사야.
물론 악마가 되는 때도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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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남자라는 증거를 보여주십시오.”
뭔가 트집이라도 잡을 줄 알았더니 하는 짓이라고는 사실 확인뿐인가. 너희들에게는 실망했다. 탁자에 손을 얹고는 겐도우 자세로 한 번 중얼거린다. 그런 내 모습에 울컥하는 것이 치밀어오르는 듯 얼굴이 붉어진 귀족들이었지만 잠시 후, 드러난 내 성기에 모두들 입을 쩍 벌렸다. 굵기도, 길이도 완벽한 남자의 것이다.
“로우란 경…….”
“마법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일단 만져봐야 알겠습니다만…….”
고양이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문제와 유사한 사안이 대두되었다. 여왕의 부군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아무 여자에게나 확인을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신들이 만지자니 껄끄럽다. 귀족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런 귀족들을 구해준 것은 나탈리였다. 아니, 잠깐만 나탈리 언제 들어온 거냐.
“남자라는 것을 확인해주면 되는 거죠?”
“저, 저, 저, 전하아아! 여기에 들어오시면 안됩니다아아앗!”
“제가 허락할 테니 당신들이 우리 세진이 남자라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는 여자를 데려오세요. 아무래도 내가 데려오면 짠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실 테니까요. 이왕이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라는 것을 확인한다면 더 좋겠죠?”
충성이 넘치는 친위대의 수장이 달려와 나탈리를 쫓아내기 전에 나탈리는 해결책을 마련해주고 떠났다. 그나저나 ‘제가 직접 정상적인 남자라는 것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만.’이라고 말하면서 대체 왜 입맛을 다시는 거냐. 나탈리. 사랑에 빠진 소녀와도 같은 순수함은 더 이상 너에게는 없는 거냐. 괜히 펠라치오를 가르쳤어. 제길.
“그렇다면……그렇게 하는 것으로.”
“네.”
어이, 정말로 할 겁니까.
마음속으로 태클을 넣어보았지만 귀족들은 정말로 여자를 데리고 왔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다섯명 정도되는 사람들이었는데 모두가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색기 넘치는 여자들이였다. 아마도 성안의 유명한 고급창기들을 불러온 듯 했는데 그녀들는 나를 보자마자 작업에 들어갔다. 꽤나 전문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여자였다.
“이 뜨거움, 굳건함, 단단함, 크기, 굵기, 귀두의 형태 등등……모든 것이 최상급입니다. 여왕님의 부군의 것답군요. 손님으로 오셨다면 좋았을텐데.”
어이, 해설하지마. 감평하지마. 사견넣지마! 입술 핥으면서 아쉬움을 표현하지마!
“요를 말하자면 가지고 싶은 남자라는 겁니다.”
“정말인가?”
마치 믿던 패가 아무런 쓸모도 없는 피였다는 것을 안 사람처럼 귀족들은 절망했다. 그리고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렇게 묻는 귀족들에게 여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들은 프로니까요. 아, 한 가지 확실한 건 거기의 재상께서도 최상급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급에 속하십니다. 물론 팁을 주시지 않아 아쉽게도 중상급에 속하십니다.”
“자, 잠깐만!”
“거기의 외무대신께서도 상급에 속하시지요. 다만 외모에서 감점을 받아 전체적으로는 중급에 속하십니다만.”
“으, 으악!”
“거기의 재무대신께서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계십니다. 대체 몇 명의 아이를 일도 못하게 만드신 겁니까. 그 특이한 취향은 제발 버리세요.”
“아, 아내에게만은!”
뭐야 이 아수라장은. 대신들, 당신들 부인들을 사랑해주지 않고 대체 뭘 한 거냐.
어쨌거나 내 약점을 잡으려고 하다가(이런 일로 내 체면을 떨어뜨릴 심산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약점을 잡힌 대신들은 유구무언.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일국의 대신들을 침몰시킨 여자들은 전체적인 평가를 내렸다.
“일단 잡아당겨보고, 튕겨보고, 눌러보고, 비비기도 했을 때에 확실히 몸에 붙어있는 모습으로 보나 발기하는 모습으로 보나 논란의 여지도 없이 확실히 남자의 것입니다만……많은 남성분들을 보아왔습니다만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분입니다. 아마도 천하에 몇 없는 멋진 분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외모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리고 전체적인 평가도 최상급이네요. 정말로 여왕전하께 여자로서 질투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녀들이 그렇게 의견을 피력하자 귀족들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오기가 생겼는지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인지 확실히 밝혀달라고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자신들은 참관하겠다고……. 저 밖에서 나탈리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방방 뛰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어쩔 수 있나. 나는 그녀들의 손에 내 물건을 맡겼다.
“일단 빼냈습니다. 이 양이라면 단 한 번에 임신도 가능할 것 같네요. 무엇보다 저희들의 기술에도 이렇게까지 버티시는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정력도 확실하실 것 같네요. 끝까지 가봐야 아는 일이겠지만 기술만 더해진다면 최상급 중의 최상급에 속할 수 있을 겁니다. 임신이 가능한지 여부는 마법사님들께 확인하시고……저희들은 이만 가도록 하지요.”
그리고 약 5분 후, 다섯 명이 모두 달려들어 최선을 다한 결과 무사히 사정에 성공했다. 그리고 정액을 빼내자마자 쿨하게 돌아서는 그녀들의 모습을 귀족들은 멍하니 배웅해야 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이곳에 들어온 나탈리의 눈을 보고 모두들 시선을 피했다. 여왕의 분노였으니까 말이다.
“오라버니,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기분은 나빴지만요.”
귀족들의 눈에 분노가 어렸으나 나는 빙긋 웃었다. 이것으로 제 1관문은 통과했다. 그리고 훗날 투덜거리면서 정액 샘플을 확인한 마법사는 나와 관계를 가지는 여자는 반드시 아이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치면 정말로 마를렌 누나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건가? 아이 가지고 싶어하고 있는데.
“전하께서는 아직 어리십니다!”
그런 씁쓸한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무엇인가를 떠올리고는 기세좋게 달려드는 녀석들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나탈리에게 결혼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던 놈들은 누구더라?
“결혼할 때가 되었다면서요?”
“그런 적 없습니다! 기억이 없습니다!”
어이, 이봐. 정치인에게는 ‘한입으로 두말하기’라는 스킬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몇시간 전에 자신들이 한 말을 기억에 없다고 하는 건 대체 뭐하자는 거냐. 너희들도 여의도에 있는 족속들과 같은 수준이냐? 너희들의 뇌용량은 A4 천장짜리 텍스트 파일이냐? 몇 달 전까지 반대하던 것을 정권을 잡은지 석 달만에 적대하고 있던 반대파보다 더 비굴한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녀석들과 같은 수준이냐?
“왜,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쁩니다만!”
“지금 하는게 똑같잖습니까. 할 말 있나요?”
내 말에 왠지 모를 불쾌감을 느꼈는지 귀족들은 나탈리의 나이를 들먹이는 짓은 더 이상하지는 않았다. 이것으로 반대할 구실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나도 이 녀석들과 비슷하게 말을 번복하기는 했는데 말야. 생각해보면 나탈리의 나이가 십대 초반이니 로리콘이라는 말에서 벗어날 수는 없고, 그렇다는 말은 내가 방금 한 말을 내가 덮어써야 한다는 건데……이걸 번복할 수 없으니 그대로 덮어써야 한다는 거고, 끄응.
“우아악! 기분 나빠!”
정말이지 기분 나쁘다.
.
.
불타오르는 열기로 가득한 연병장. 그곳에서 나는 광오한 자세로 서서 손만 까닥한다. 불쾌한 표정을 한 기사는 기수식을 취한채로 나에게 이름과 직책을 고하고 대결할 것을 요청한다. 나는 여전히 광오한 자세로 고개만 까딱. 그리고,
――빠악!
호쾌한 소리와 함께 갑주를 두르고 있던 기사는 대련장 밖으로 날아간다. 아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한 사람씩 날려버리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외친다.
나는 뇌용량이 3.5인치 디스켓보다 작지 않아!
나는 미친 소를 수입하지 않았어!
나는 소통한다고 말해두고서는 산성을 쌓지 않아!
나는 정책안건에 반대한다고 해놓고서는 말을 번복하지 않아!
나는 국회의사당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어!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세진 알카로이드 승리!”
어쨌거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설명하자. 제 2관문은 무력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일단 검기를 넘어서는 검강으로 프리그 왕국 제 1기사단의 연병장을 박살낸 다음 내공을 쓰지 않고 정식 대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총 100명을 일격에 쓰러뜨렸다.
“말도 안돼!”
“이거 일대일은 재미없는데.”
혹시나 모른다는 말에 마나를 제한하는 팔찌를 끼고는 이런 결과. 귀족들의 턱은 턱관절이 잘못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떡하니 벌어져 있었다. 뭐, 이정도야 껌이지.
“한꺼번에 덤비라고 하세요.”
“…….”
이런 일을 벌인 후라서 그런지 보통 ‘건방진 놈!’이라거나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40명 이상 상대했을 때 기사 녀석들이 치사하게 내공, 그러니까 이 세계의 내공을 끌어올리는 것을 확인한 참이기도 했으니까 녀석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단 백 명부터 시작해볼까요. 아, ‘오라’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이런 내 말에 결국 울컥하고야 만 귀족들은 최강의 멤버를 꾸려 나에게 덤비게 했다. 그리고 나는 이 대련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발을 떼었다. 결과는 100명 모두 연무장 바닥에 빌빌 기도록 때려눕혀졌다는 것.
“확실하죠?”
“아……그렇군요. 인정하겠습니다.”
두 번째 시험도 끝났다. 그리고 세 번째 시험은 간단하게 끝났다. 각 학문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들을 구성하여 나에게 덤비게 하였으나 나는 모두 답변했고 오히려 역으로 그들에게 가르침을 주자 그 전문가들은 나에게 배움을 청했다. 바짓가랑이를 붙들 정도였다.
“확실하죠?”
“이, 인정합니다. 크윽!”
이것으로 여왕의 부군이 될 자의 자격시험은 끝났다. 그리고 귀족들은 나탈리에게 고개를 들지 못했고 나탈리는 그런 귀족들을 모두 용서해주는 것으로 이 소동은 마무리되었다. 다만 시녀들 사이에서 퍼진 소문이 귀족들의 부인들에게 들어가는 바람에 며칠 동안은 귀족들의 얼굴에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그냥 천벌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참고로 나는 다섯 명의 고급창기들이 해주는 것이 기분이 좋은지 자신이 해주는 것이 기분이 좋은지를 끈덕지게 물어오는 나탈리를 달래느라 조금 고생한 것 외에는 피해가 없었다. 덕분에 나탈리가 조금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었으니까.
105.
귀족들이 이런 빈틈없는 내 모습에 항복하면서 결혼이 확정되었다. 이에 중앙 대륙의 각 국가로 사절이 파견되었다.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들에서도 사절이 전해온 소식에는 겉으로나마 축하의 인사를 건네었고 사이가 좋은 국가들에서는 이런저런 선물들을 챙겨서 귀국하는 사절단과 함께 축하를 겸한 사절단을 파견했다.
“어째 일이 커지는 것 같다만……뭐, 상관없으려나.”
“나탈리의 위신도 있으니까요. 일단 미시어스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고 ‘나’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없어요. 일단 귀족들도 조용해졌으니 남은 것은 나탈리의 행복뿐입니다.”
그동안 아버지는 왕궁의 시녀를 모두 세 명까지 꼬셔냈다. 그러면서 뒹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만 축내는 완벽한 잉여인간이 되어 있었다. 나탈리도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는 약간 질린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가 시녀들을 꼬시기 쉽도록 미모와 학식이 빼어난 시녀 몇을 더 붙여주었다.
덕분에 아버지는 나탈리와 나의 관계를 완전히 인정해버렸다. 말하기를 좋은 며느리라던가? 어쨌든 아버지의 일은 그 정도로 언급해버리고 지금의 사안으로 넘어오도록 하자.
“정말이지 이런 녀석이 황제가 되면 나라가 순식간에 망할지도 모르겠는걸.”
“안아버린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제 책무이니까요.”
“마음대로 해라. 어쨌든 난 인정했으니까.”
그런 아버지의 말처럼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국경도 눈에 띄게 조용해졌고 국민들의, 시민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오고갔다. 귀족들은 나름대로 불만을 가질 법도 했으나 잠잠했고 나탈리는 순조롭게 헛구역질을 해주면서 이 결혼이 무효가 될 수 없음을 만방에 고해버리고 말았다. 말하자면 속도위반을 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려버린 것이다.
“하여간에 부군이 대리청정이라니, 그런 사례는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지.”
“애초에 여왕이 집권하는 일도 잘 없었죠. 이러다가 아버지 꼴이 나는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도 발목 잡혀서 결국 황제가 되어버렸잖아요?”
“아니, 그건 애초에 황제 자리에 앉혀버린 거니까 말이지.”
행정부를 좀 더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조직을 정비한다. 업무를 처리한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정부 관리들은 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 물론 효율적이라는 말 아래 몰래 국가예산을 착복하던 자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과감하게 사형수로 만들어버려 불만은 수그러들었다.
물론 공포만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 업무를 처리하면서 나탈리에게 일일이 보고했고 나탈리의 판단에 맡기기도 하면서 내가 사실상 왕위에 오르는 것은 아니며 열심히 노력한 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지불됨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적절한 겸양과 헌신적인 도움. 그것으로 사람들은 나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너도 이걸로 훌륭한 이고깽이다.”
“그거 욕같이 들립니다만.”
어쨌거나 결론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는 것이다. 결혼 준비도 사실상 모두 끝난 상황이고 남은 것은 결혼식만 올리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날은 금방 다가왔다.
“축하드립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감사합니다. 아하하, 전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는 필부라…….”
결혼식 당일. 각 신전의 주교들과 각국의 사신들이 다가와 나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것을 일일이 대하는 것으로 결혼식은 막을 열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나는 결혼식에 나선다. 신들의 축복을 비는 사제들의 경건한 기도소리가 들려온다. 물론 내가 하늘을 노려보면서 인정해줄 것을 말하고 있으니 신들이 축복을 해주지 않을 리는 없다. 성큼성큼 걸어 단상 앞에 멈추어 선다. 단상에 선 사람의 이름은 프리아그네. 중앙대륙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존재로 옐레스 대산맥의 드래곤들을 통솔하고 있는 가장 연로한 그린드래곤이다. 처음에 주례를 맡을 존재가 그라는 것을 안 귀족들은 기겁하기도 했지.
‘훗훗, 주먹 좀 들었다 놓으니까 알아서 기던데?’
원래는 여신 노르텐의 대교주가 주례를 맡기로 했는데 이런 자리에는 그에 걸맞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아버지의 고집으로 불러온 드래곤이다. 눈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선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삐졌구나. 생각하면서 슬쩍 웃는다.
「신이여, 이 왕국을 무궁히 발전할 수 있게 축복하여 주소서. 여왕을 지켜주소서!」
축가인지 국가인지 모를 노래가 울려퍼진다. 나탈리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가만히 앞으로 나온다. 그 뒤를 체리와 수지가 따라왔다. 나탈리가 단상 아래로 다가오자 나는 그녀를 맞이하러 내려간다. 그리고 손을 잡고 뒤돌아서서 다시 단상으로 올라간다.
우리 두 사람을 본 프리아그네, 드래곤은 헛기침을 하면서 길고 긴 주례사를 읊기 시작했다. 그 눈에는 귀찮다는 감정이 반, 나탈리가 불쌍하다는 감정이 반은 섞인 것 같았다. 이 드래곤이! 속으로 울컥했지만 그가 나탈리에게 호감을 가져준 것 같아 참는다. 드래곤이 수호해준다면 나탈리도 국정을 운영하기는 편할테니까.
“세진 알카로이드는 앞으로 그 이름이 세진 알카로이드 프리그가 될 것이며 아내가 될 나탈리 엔막스 프리그를 영원히 사랑하겠는가?”
“네.”
“나탈리 엔막스 프리그는 부군이 될 세진 알카로이드 프리그를 영원히 사랑하겠는가?”
“맹세합니다.”
결혼식이 끝났다. 프리아그네는 그 녹색 눈동자를 들어 언령으로 말한다.
“이것으로 두 사람은 신들이 인정한 합법적인 부부임을 만방에 고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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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결혼 반대일세!
+ 설정상 중요한 소재가 하나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