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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도깨비 - 13.4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펼쳐져 있는 구름....
그 구름의 위에서 무엇인가가 스믈스믈거리며 움직이고 있는듯한 느낌....




구름위에서 움직이던 그 무엇이 구름아래쪽으로 살짝 머리를 내밀었다.
그 모습은 사람의 모습도.. 짐승의 모습도 아니었다.

 


짐승의 주둥이처럼 앞으로 튀어나온 입...
살짝 열려있는 입안으로 보이는 가지런하면서도 날카로워보이는 이빨...




호기심에 사람을 똘망똘망 바라보고 있는듯한 토끼의 눈망울과도 같은 커다란 눈...
커다란 눈안쪽에서 불타오르듯 붉은 빛을 내고 있는 눈동자...

 


눈의 위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뿔...
사슴의 뿔처럼 아름다워보이지만 성난 황소의 뿔처럼 단단해 보이는 뿔....


그 뒤쪽으로 보이는 구름속으로 이어지고 있는 길다란 목...
마치 뱀과도 같이 길다라면서도 뱀의 비늘이라기보다 물고기의 비늘과 같은 것으로 몸 전체를 두르고 있는듯한 모습...




그건 신화나 오래된 옛 이야기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용의 얼굴이었다. 조용히 잠을 자던 맹수가 누군가에의해서 깨어난듯이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듯한 모습으로 구름아래쪽으로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고 주위를 둘러보던 용이 스르르 움직이며 구름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마치 푸른빛이 감도는 얼음으로 조각을 한듯이...
새파랗게 보이는 바닷물로 그 형체를 만든듯이....
전체적으로 투명하고 맑은 느낌의 옅은 푸른색으로 뒤덮여있는 용이 구름속에 가려져 있던 모습 전체를 드러냈다.



신기한 것은 적의없이 용을 바라보고 있으면 겁먹은 토끼와도 같은 큰 눈때문인지 귀엽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어올 정도였지만 적의를 품고 바라보면 심장이 오그라들정도로 전설속에서나 나오는 신수답게 그 위용이나 박력이 보는 이를 압도하며 옥죄여올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구름밖으로 빠져나온 용이 고개를 들어 크게 울부짖었다.
마치 천둥이 치는것과 같이 세상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용은 구름 아래쪽으로 나있는 구름과는 다른의미의 새하얀 길을 타고 빠른 속도로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밝은 빛이 보이는듯 했다.
금방 사라질듯한 아주 작은 빛이 순식간에 커지며 주위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만큼 엄청난 섬광을 내뿜으며 주위를 흡수하고 압도해버렸다.


콰르르르르릉..!!


그 섬광과 함께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졌다. 건물의 안쪽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내에서 벼락이라도 내치는듯 강한 섬광과 함께 굉음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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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도 없을만큼 수많은 손이 일제히 현지에게로 달려들어왔다.
머리카락.. 얼굴.. 가슴... 팔.. 다리.. 달려든 손들이 현지의 몸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차가운 한기가 느껴져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이 닿을때마다 그들의 몸속에서 누군가 질러대고있는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것도 같았다. 그 비명소리가 현지의 심장과 마음을 갈갈리 찢어버리는듯한 느낌에 고통스러웠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징그럽고 두려운 느낌 그리고 온 몸이 찢겨져 나가는듯한 고통이 순식간에 현지를 지배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 영희에게 잡혀 정신을 잃을때와 같이 의식이 멀어지고 있었다. 이제 움직이려고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을것처럼 그렇게 현지는 그들에게 온 몸을 내어주고 있었다.



두려움과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던 그때...
현지의 오른 팔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지가 입고있는 하얀 반팔티셔츠의 소매끝부분에서 구름속에서 얼굴을 내밀듯이 하얀 소매안쪽에서부터 무엇인가가 살짝 미끄러져내려왔다.



얼핏보면 문신같아 보이는 그 무엇인가는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고 살짝 미끄러져내려와 주위를 살펴보던것 같던 그것이 현지의 팔을따라 현지의 손등부분까지 꿈틀거리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용...
푸른빛을 띠고있는 용이..

아니 푸른빛의 용의 문신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듯이 현지의 팔을타고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콰르르르르릉....!!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라보면 금새 눈이 멀어버릴것만 같은 강렬한 섬광이 현지의 주위에 펼쳐지는 순간 현지의 팔속에 있던 푸른빛의 용이 활주로를타고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현지의 팔을 타고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커다란 눈에 불타오르듯이 눈동자를 시뻘겋게 불태우고 있는 푸른빛의 용이 먹이를 향해 광포하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악어와도 같이 그 주둥이를 크게 벌리며 현지의 앞에 서있는 귀들의 무더기를 향해 쏘아져나아갔다.



콰콰콰쾅...!!



기숙사 건물이 그대로 무너져내리는것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작은 틈도 없을정도로 현지에게 밀집해있던 귀들의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렸다. 마치 그곳을 향해 대포라도 쏘아버린듯이 푸른빛의 용이 지나간 그곳에는 어떤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커다란 길이 나버린쪽으로 현지가 팔을 들어올리고 있었지만 이미 현지는 정신을 잃은듯이 눈을 감은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그 엄청난 광경에 나머지 귀들의 시선이 푸른 용이 쏘아져나간 방향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귀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 용이 쏜살같이 귀들을 물어뜯어 발기며 나아간 그곳...
복도의 끝쪽에는 어느새 용의 모습도 용이 찢어발긴 귀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복도의 끝...
그곳에서는 단 한자루의 커다란 도가 꽂혀있었다.
현지가 조금 전 치우에게서 불러내었던 도... 바로 그 귀도였다.



『더...워.... 』



귀들의 시선이 조금전까지만해도 용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 귀도에 집중이 되어있는 사이 귀들의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다시 귀들의 시선이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옮겨졌다.



『더워... 몸이... 타버릴것... 같아... 』

 

 

『혀..현지야.. 너.. 괘...괜찮은거야?? 』




치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현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낮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뜨거워... 미칠것...같... 하아아아... 』

 


도자기를 굽는 거대한 불가마속에라도 들어가 있는듯이 덥다고 말하던 현지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온 몸이 불타버릴듯이 뜨겁다고 말하는 현지의 말과는 달리 현지의 입에서 뿜어져나오는 숨결은 너무도 차가웠다.




온기를 가진 인간의 입에서 어떻게 저렇게 차가운 숨이 토해져나올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그 숨결에 살짝 닿는것만으로도 그대로 얼어붙어버릴것만 같은... 그것을 고있는 귀들조차도 보는것만으로도 그대로 얼어붙어버릴것만같은 아주 차가운 그런 숨결이었다. 갑자기 발생한 이상현상에 귀들은 아까와같이 쉽게 현지에게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현지가 앞으로 뚫려있는 귀들사이의 길을 향해 팔을 들어올렸다. 



파르르르르르르...

 


현지가 팔을 들어올리자 마치 그것에 반응하기라도 하는듯이 반대편 벽에 꽂혀있던 귀도가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며 흔들리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현지를 향해 쏘아져가기 시작했다.




마치.. 자석처럼.. 원래부터 그렇게 있었던 것인것처럼 현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귀도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현지의 손에 잡혔다.

 


『더워... 뜨거워.... 너무 더워.... 』


여전히 현지는 덥다는 말만 중얼거리듯 반복하고 있었고 귀도가 현지의 손에와서 잡히자 귀들은 순간 섬짓놀라는듯한 표정과 함께 다시 일제히 현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귀들이 현지에게 달려들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현지의 얼굴에서 살짝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런 미소가 알듯모를듯 현지의 얼굴에서 떠올랐다.



현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와 함께 현지는 귀도를 들고있는 팔을 들어올렸다.



어두운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동별과도 같이...
날카로운 한줄기의 섬광이 길게 꼬리를 늘어트리며 그어졌다.



그 섬광과 함께 현지에게 달려들던 귀의 무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거의 포기하다시피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있던 현지가 그 거대한 도를 마치 원래부터 자신이 가지고 사용해왔던 도인것처럼 귀들에게 휘둘러대고 있었다.



순식간에 현지에게 다가오던 귀들이 쓰러지고 가루처럼 부셔져갔다. 갑작스런 현지의 반응과 기세에  놀란 귀들이 다시금 현지에게서 조금 물러났지만 그렇다고 도망가거나 할 생각은 없는듯 보였다.



아직 귀들의 수는 너무 많았고 마치 사람이 죽는것처럼 그 자리에서 쓰러져 꿈쩍도 하지 않는 귀들도 있었지만 가루처럼 부셔져 흩어져내린 귀들은 다시 재생이 되는듯 한차례 귀들을 쓰러트린 후에도 특별히 귀들의 수가 많이 줄어든 기색은 없어보였다.

 


다시금 귀들이 현지를 향해 다가오려는 기색이 보이자 현지는 귀도를 들고있던 팔을 내렸다. 지금까지 특별한 자세같은 것도 없이 달려드는 날파리들을 향해 파리채를 휘두르는 사람처럼 무덤덤하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귀들만을 베던 현지가 팔을 내리고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세를 잡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현지의 모습은 귀들과 싸우려는듯한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울정도로 이상한 자세였다. 일반적으로 전투를 위한 자세는 공격이나 방어를 하기 좋도록 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인데 현지가 취하고 있는 동작은 방어하거나 누굴 공격하려는듯한 자세와는 거리가 멀어보였고 그 동작의 움직임도 정적이라 느껴질만큼 상당히 느릿느릿했다.



차라리...
전투를 위한 자세라기보다 춤을 추고 있는듯한...
그런 자세로 현지는 몸을 움직이고 있었고 그 움직임에 반응하듯 귀도는 푸르른 빛을 더해가기 시작했다.



마치 몸에 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듯 흐물거리며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는 현지를 향해 또다시 귀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일부러 그러기도 힘들만큼 느릿하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는 현지의 동작에 반해 달려들고 있는 귀들의 동작이 몇십배는 더 빠른것이 분명함에도 귀들은 전혀 현지에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느릿한 움직임에 분명 귀가 현지의 빈틈에 가 닿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환영이라도 본것처럼 다른곳을 향해있던 현지의 귀도는 어느새 귀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렇게 귀를 베어내는 그 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만큼은 느릿하고 유연하면서도 정적인 느낌의 현지의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패도적이고도 엄청난 박력이 실려있었다.



귀도가 귀에게 가 닿을때마다 마치 폭발하는듯이 귀들은 사라지거나 온 몸이 수십조각으로 찢어져나갔고 그 폭발의 폭풍에 말려들듯이 그 주위에 있는 귀들마저도 흔들리며 뒤쪽으로 밀려났다. 잠시동안 그렇게 무(武)가 아닌 무(舞)를 보이던 현지가 갑작스레 멈춰서서는 귀도를 바닥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다시 귀도의 손잡이를 잡는 현지..
하지만 이번에 귀도를 잡는 손은 오른손이 아닌 왼손이었다.



현지가 왼손으로 귀도를 잡는 순간 현지의 왼손등을 둘둘 감고있던 하얀 손수건이 스르르 풀리며 바닥으로 흘러내리면서 문신처럼 현지의 손등에 그려져있던 무서운 형상이 그대로 노출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노출된 현지의 왼손등의 문신이 갑자기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혀..현지야.. 너 지금 뭘....?? 』

 

 

『하아아아.... 』


현지는 치우의 말을 듣지 못하는듯 아무런 대꾸도 없이 차가운 숨결만을 내뱉어내고 있었고 현지의 왼손등을 붉게 빛내고 있는 그 붉은 빛이 귀도에 빨려들듯이 파란빛을 발하는 귀도를 덮어가기 시작했다.




『으읔...!! 혀..현지야 뭐하는짓이야!! 그만둬!!! 』

 


치우가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현지가 치우의 기운을 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우의 의지에 상관없이 현지는 치우의 기운을 모두 흡수해버릴듯이 끌어내어 귀도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몸이... 뜨거워... 』


치우는 현지에게 그만두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현지는 의식이 없는 사람처럼 아까부터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현지가 잡고있는 귀도 전체를 치우의 것으로 보이는 붉은 기운이 감싸고 돌자 현지가 천천히 복도의 중앙쪽을 향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귀들은 현지와 귀도의 압도적인 위력이 두려운지 쉽사리 현지에게 덤비지 못하고 있었고 몇몇의 귀들이 걸어가고있는 현지의 앞을 막아서며 현지에게 달려들긴했지만 귀도에 의해 베어지고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의 상황과 다른 점이라면 치우의 기운이 귀도를 감싸고 난 이후부터는 현지의 귀도에 공격당한 귀들중에서 흩어지듯이 가루처럼 부셔지는 귀들은 보이지 않고 귀도에 공격을 받은 모든 귀들이 보통 칼에 베인 사람처럼 피와같은 것을 내뿜으며 쓰러진다는 것이 조금 전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한발... 한발....

 


질질 끌고가는듯이 커다란 귀도의 끝을 바닥에 대고 걸어가고 있는 현지의 앞을 또하나의 귀가 가로막았다. 현지는 또다시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서는 귀를 제거하려는듯이 칼을 들어올렸다.




『현지야!! 뭐... 뭐하는 짓이야...!!! 』

 


봉인으로 갈무리되어있는 치우의 기운마저도 뽑아내어가듯이 치우의 기운을 빨아들여대던 현지가 치우의 기운이 귀도 전체를 감싸고나서는 치우의 기운을 흡수하는것을 멈추었기에 잠시 안도하던 치우는 현지의 앞을 가로막아서는 귀를 보고 놀라며 현지에게 소리쳤다.


현지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귀....
은경이라는 아이었다. 그리고 현지가 이곳에 온 이유나 마찬가지인 은경이에게 현지는 지금 칼을 들어올리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비록 현지와 오랜시간을 같이한 것은 아니었지만 치우가 아는 현지는 이것을 감당할수 없는 아이였다.




현지가 왜 갑자기 이렇게 이상하게 변해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보여지고 있는 현지의 움직임이나 치우의 기까지 흡수해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은경이라는 아이가 아무리 사기를 뒤집어쓰고 있다고해도 다른 귀들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현지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을것이고 그렇다는건 비록 귀의 상태이긴 하지만 현지 스스로 가장 친한 친구를 소멸시켜버리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사실은 아마도 평생 현지를 따라다니며 현지를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고 우울하게 만들것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치우의 바램과는 반대로 현지는 은경을 향해 귀도를 치켜들고 있었고 아직도 사기와의 동화가 진행되어가는 과정이 모두 끝나지 않았는지 붉은 피빛눈을 하고 있는 은경이 역시 현지에게 달려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은경의 몸이 잠시 멈칫거리는것과도 같이 느껴지는 순간 느릿느릿하게 걸어오고 있는 현지를 향해 은경이 손을 내뻗으며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순간 현지의 손에 있는 귀도 역시 빠르게 은경이를 향해 그어져 나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치우도 봉인된 상태에서 할 수있는 모든 힘을 다해 현지의 움직임을 막으며 소리쳤다.



『현지야!!! 안돼!!! 그만둬!!! 정신 차리란 말야!!!! 』



현지가 그어올린 귀도가 은경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은경의 내뻗은 손도 현지의 목을 향해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현지의 귀도가 은경의 손보다 훨씬 빨랐다.



은경의 목을 그대로 잘라버릴듯이 그어지던 현지의 귀도가 은경의 목에 거의 맞닿으려는 지점에서 멈춰섰다. 현지의 귀도가 멈춰서있는 사이 은경의 손이 빠르게 현지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대로 현지의 목에 구멍을내고 꺾어버릴듯이 짓쳐들어오던 은경의 손이 현지의 목을 움켜쥐기는 했지만 힘을 가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힐 준비를 하고있는 자세로 잠시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서로를 알아본 것일까?

 


귀도를 들고 있는 현지의 손이 갈등하고있는듯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고 현지의 목을 쥐고 있는 은경의 손도 심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다..행이야.... 너마저도 언니들처럼 만들어버릴것만 같아서 무서웠는데... 』



은경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현지의 목을 움켜쥐고 있으면서도 아직 사기에 완전히 동화되지는 않은듯 은경이 어렵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은경의 뜻대로 되지않는지 말과는 달리 현지의 목을 잡은 은경의 손에 조금씩 힘이 가해져가기 시작했다.



『날 베어버려도 상관없어... 난 어차피 이미 죽었으니까... 어쩌면.. 이게 더 좋은걸지도 몰라... 이 무서운 느낌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테니까.... 』



은경의 말에 현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듯 은경은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은경의 손은 사기에 저항하고 있는듯 심하게 떨리고 있으면서도 조금씩 현지의 목을 강하게 조여들고 있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은경의 붉은 눈에서 붉은 피빛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고마워... 여기까지 와줘서... 그리고... 마지막을 같이 해줘서... 』

 

 

『넌.. 정말... 좋은... 친구야... 현지야... 』




눈물을 흘린다기보다 눈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은경의 모습을 보고 있던 현지의 눈에서도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지 역시 들어올린 칼을 회수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은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은경은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현지가 들고있는 귀도쪽으로 몸을 이동했다. 거의 닿을듯말듯한 거리에 있던 귀도에의해 은경의 목이 상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은경의 손은 여전히 현지의 목을 잡고 목을 조여대고 있었지만 은경은 자신의 목을 칼쪽으로 가져가 스스로 귀도에의해 목이 베어지는 길을 택했고 귀도가 닿은 부분이 타들어가는듯이 은경의 목은 몸과 분리가 되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슬퍼하지 마.. 내가... 원한 길이니까.. 이제.. 나도.. 쉬고.. 싶어... 』



목이 분리되어버린 은경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현지의 귀도가 은경의 심장부위를 꿰뚫었다. 그리고.. 은경의 심장을 파고든 칼에있던 귀도의 푸른 기운과 치우의 붉은 기운이 은경의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하더니 그 기운에 타버리듯이 은경의 몸은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으...은...겨...어..엉... 』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현지의 입에서 힘겹게 은경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함께 현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현지야!! 정신차려!! 내 말이 안들리는거야?? 』



은경이를 부르는듯한 현지의 힘겨운 목소리에 치우가 다급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치...치우.... 』

 


은경이라는 아이에 대한 감정이 현지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려 하는 것일까?
다행히 현지는 아무런 대답도 없던 아까와는 달리 치우의 말에 반응하고 있었다.




『내 목소리가 들려?? 너 괜찮은거야?? 』

 

 

『하아... 하아... 몸...이... 하아.. 너..무... 뜨..거워... 하아.. 미칠것... 』


주저앉아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현지에게 무슨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했는지 현지의 주위로 또다시 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귀들이 몰려드는 것을 느낀 치우는 무슨 어떻게 행동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분명 현지가 이상하게 되어버리는 것은 직감적으로 좋지 않았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자칫하면 원래대로의 현지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지금 이상해져버린 현지를 원래대로의 현지로 돌려놓는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지금 귀들이 몰려오는 상황에서는 원래의 현지로 돌아와도 문제였다.



『하아아... 』



숨을 몰아쉬고 있던 현지가 두손으로 귀도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주저앉은 상태에서 귀도를 높이 치켜든후 그대로 땅을향해 내리치자 현지를 중심으로 커다란 기의 파장이 일어나면서 원을 그리듯 현지에게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현지가 거대한 태풍의 눈이라도 되는것처럼 현지를 중심으로 강렬한 기운의 폭풍이 몰아쳐대기 시작하면서 그 폭풍에 휩쓸려가듯 주위에 있던 귀들이 뒤쪽으로 밀리고 벽쪽으로 밀리고 벽안으로 밀려들어가면서 현지에게 다가오던 귀들과 쓰러져있던 귀들이 일순간에 정리가 되며 사라져버렸다.



기숙사의 3층 복도.. 그곳에서 더이상 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현지에게서 일어나고 있는듯 보이는 폭풍우도 잠잠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폭풍우의 영향으로 미친듯이 휘날리던 현지의 머리카락이 다시 조용히 가라앉고 현지 역시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런 미동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주저앉은채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

 

 

『도대체 어떻게.... 』


무언가 잘못 되었다...




치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귀병이 현지에게 반응하는 것은 현지의 혈통이 그런 혈통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으로 설명할 수도 있었고 쉽게 수긍하고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현지가 귀도를 쉽게 다룬것도 조금 전 현지가 변해버리기전에 말한대로 현지가 귀도를 부린것이 아닌 귀도가 현지를 부린것으로 생각하면 어떻게든 설명은 되었지만 지금 이 상황만은 어떤 방법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런 엄청난 기술이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을 뿐아니라 애초부터 기술이라는 것은 인간이 시전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귀병이라고해도 자신 스스로 기술같은 것을 사용할 수는 없다. 물론.. 인간이 시전하는 기술이 더 막강하고 파워풀한 위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줄 수는 있겠지만 귀병자체가 기술을 시전하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그런것이 가능했다면 애초에 귀병들은 명검이나 인간들과 같이하려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결국 이것은 치우가 처음 생각했던것과는 달리 혈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혈통이 귀병과 반응을 할 수는 있어도... 그 혈통만으로 배우지도 않은 알지도 못하는 기술을 쓸 수는 없었다. 지금같은 일이 벌어지려면 인간이 귀에대해 아주 잘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하며 그에맞는 기술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지는 그런 기술은커녕 귀에대해서도 거의 모르는 아이였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한가지 뿐이었다. 누군가 귀에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영혼이나 귀가 현지에게 씌워져있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금 현지의 몸을 움직이고 있는것... 그것이외에는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없었고 그것이라면 현지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이상하게 변해버린 것도 어느정도는 설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지에게 현지가 아닌 다른 영혼이나 귀가 스며들어 있었다면 봉인의식을 위해 치우가 현지에게 들어갔을때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리가 없다. 일반적으로 귀나 영혼이 인간의 몸에 스며들게 되면 설사 스며든 영혼이나 귀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고해도 그 흔적은 확연히 남기 마련이었고 다른것도 아닌 봉인을 위해 현지의 영혼과 계약을 맺기위해 들어간 치우였기에 치우가 그것을 몰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결국... 지금 치우로서는 지금 상황과 현지의 상태를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



현지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현지의 숨소리는 분명 처음보다 그리고  이상한 기술을 쓰기전보다 확연히 가빠지고 있었고 그 가빠지는 숨을 현지의 몸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고는 있었지만 눈을 감고 있는 현지는 또다시 정신을 잃어버린듯이 보였다.



『이런...!!! 』



낭패한듯한 치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전까지 계속해서 벌어지는 의외의 상황에 치우도 정신이 없었기에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현지에게서 느껴지는 생기가 급격히 줄어들어있었고 그마저도 거의 꺼져갈듯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 녀석.. 지금까지 자신의 생기를 쏟아부어내고 있었던거야??!! 』



지금까지 치우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던 터라 치우도 미처 생각하고 있지 못했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어떻게 된건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현지가 보여준 것들은 이미 인간의 그리고 상식의 범주를 뛰어넘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 것들을 연약한 인간의 몸으로 시전해 보였으니 생기가 바닥이 날만도 한 일이었다.

 

이대로 두면....
현지는 죽는다....




치우는 재빨리 현지의 꺼져가는 생명에 불을 지피고 생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래전 지아를 위해 스스로 지아에게 봉인이 되어 지아의 생명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던 것처럼 치우는 현지를 살리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지아의 경우 워낙에 선천적으로 약해 계속 봉인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지아가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했지만 현지의 경우는 지아처럼 선천적으로 약해서가 아닌 일시적으로 한계이상의 생기를 끌어내어 쓴 것이었으므로 지금의 상태만 잘 넘어가고 휴식을 충분히 취한다면 지아처럼 지속적으로 치우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조금전 영희가 갑작스레 공격하기 시작하고 현지가 주문을 잊어버렸다고 말할때까지만해도 봉인이 되어있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봉인이 되어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오고 있었다.



만약.. 치우가 현지에게 봉인이 되어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마도 지금쯤 치우는 현지가 죽어가는 것을 안타까운 눈으로 보고 있어야 했을지도 몰랐다. 물론... 봉인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



어쨌든 지금 치우는 지아이후로는 처음으로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현지는 자꾸만 지아를 떠올리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는듯 보였는데 지금 또 현지는 꺼져가는 생명력으로 치우에게서 지아를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얼굴도.. 성격도.. 지아와는 많이 다른 아이인데...
어째서..?? 이 아이를 보면 지아가 떠오르는 걸까..?

 

 

 

"설마.. 나 이 아이를 정말 좋아하고 있는건가...? 그래서.. 자꾸만 지아가 떠오르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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