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서 ( 1 - 3 합본 )
스르르...
본래 닫혀 있어야할 뒷문은 마치 그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열려 있었다.
“왔...어요?”
두꺼운 커튼이 햇빛을 가려 어두컴컴한 학생회의실 안에서 한 소녀의 음성이 들려온다. 살짝 떨리는 듯, 숨길 수 없는 기대를 품고 있는 소녀의 음성은 새소리처럼 맑았다. 민혁은 피식 미소지으며 뒷문을 닫고 잠궈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학생회의실은 문을 닫아버리자 커튼사이로 스며든 빛에 희미한 윤곽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민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회의실 안을 걸어가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끌어안으며 다짜고짜 입을 맞췄다.
“웁?!!.. 웁..웁! 자, 잠깐만.. 웁! 선배.. 갑자기 이러면..”
“가만히 있어.”
민혁은 강압적으로 소녀에게 말하며 다시 소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보드랍고 말랑한 소녀의 입술을 비집고 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민혁의 왼손이 그녀의 허리를 안고있는 사이,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가 스타킹을 신은 소녀의 다리를 쓸어올리며 치마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민혁의 손이 교복팬티스타킹 위로 소녀의 중심을 꾹 누르자 소녀는 움찔 떨며 그를 끌어안았다.
“아..! 싫, 싫어.. 부끄러워..”
“내숭은.. 여기가 이렇게 뜨거운데?”
“그, 그치만.. 부끄러운걸 어떡해.. 그냥.. 피만 빨면 안되요?”
“누구 좋으라고? 그렇겐 못해. 쪽.. 쪽쪽..”
“움..! 움.. 쪽.. 쪽쪽..”
다시 소녀의 입술을 삼키며 민혁은 소녀의 교복팬티스타킹을 내리고, 조그맣고 부드러운 팬티를 함께 내린채, 소녀의 음지를 만지작 거렸다. 소녀의 심장박동은 더욱 빨라지고 뜨거운 숨결을 토하는 소녀의 혀가 민혁과 함께 노닐었다.
“쪽.. 움.. 우움움... 훗.. 이젠 제법 잘하네?”
“아.. 싫어.. 말하지마.. 쪽.. 쪽쪽.. 하아.. 쪽.. 우움.. 움!”
소녀도 어느새 달아오른 듯 정신없이 민혁의 입술과 혀를 섞었다. 뿐만아니라 소녀의 손은 대담하게도 민혁의 바지를 내리더니 딱딱하게 발기한 그의 방망이를 꺼내 흔들었다.
“하아.. 하아.. 움.. 움움우.. 쪽쪽.. 하움.. 움.. 므음..”
민혁과 소녀는 서로 끌어안은채 십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농염하고 요염히 서로를 자극했다. 이제 소녀의 음지는 너무 달아올라 끈적한 꿀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민혁은 그녀의 몸을 돌려 책상에 손을 짚게하고, 허벅지에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걸치, 소녀의 뽀송뽀송한 엉덩이 사이로 그의 남성을 밀어 넣었다.
“핫!... 훔!!!”
“훅.. 엄청 조이는데? 훅..훅..”
“흡!.. 흡!.. 읍!!!”
소녀는 터져나오는 신음을 손으로 막았다. 허벅지를 꼭 붙이고 삽입하는 덕분에 소녀는 아플정도로 꼭꼭 조여왔다. 그 쫄깃쫄깃하고 뜨거운 살맛을 느끼며 민혁은 그녀의 조그만 엉덩이를 잡고 허리를 밀어붙였다.
“흡! 으! 학!! 아..! 흡!!”
“훅.. 훅.. 후훗. 윽...!!”
“헉.. 헉헉..!”
“학!.. 서,, 선배.. 피..피를.. 학..!!! 읍..!!”
민혁은 점점 흥분으로 달아오르는 뜨거움 속에서 ‘갈증’을 느꼈다. 민혁은 소녀의 속을 헤집는 허리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은채 책상위로 엎뜨린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 체웠다. 그녀는 이미 무릎에 힘이 풀린 상태였지만, 민혁이 드디어 ‘그것’을 하려는 것을 알고, 손으로 책상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소녀가 몸을 일으키자 움직임이 제한된 민혁은 더뎌졌다. 하지만 민혁은 소녀의 엉덩이를 잡았던 손으로 소녀의 몸을 끌어안으며 그녀의 블라우스를 풀어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소녀의 단발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드러나는 쇄골을 혀로 핥는 민혁의 송곳니는 기이할 정도로 솟아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번득이고 있었다.
“자... 이제.. 기다리던 시간이야.. 흡!”
“앗! 아아!!”
민혁의 송곳니가 소녀의 목덜미에 쇄골에 박히자 소녀은 눈을 크게 뜨며 몸을 경직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아..앗! 아으..!!! 앗!!앗!! 안돼!! 아으..앗..!! 앗!!”
소녀의 입술이 떨리며 가느다란 신음이 연신 터져나왔다. 그녀의 입술만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민혁은 그녀의 조그만 몸이 가느다란 떨림을 보이고, 그녀의 속에서는 그의 남성을 꼭꼭 옥죄어왔다.
“아..아으..! 시..싫어! 아!! 안돼..안돼.. 아!! 아아으으응!!!”
스스로 손톱을 씹으며 애처롭게 떨던 그녀의 고개가 급자기 뒤로 젖혀지며 그녀는 급히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절정에 올라버린 그녀의 몸이 크게 들썩였지만, 민혁은 여전히 그녀의 쇄골에 송곳니를 박고 그녀의 피를 빨고 있었다.
“으으윽!! 으..으으...”
“하아! 허억.. 허억...”
한참이나 부들부들 몸을 떠는 그녀의 쇄골에 이를 박고 있던 민혁은 스르르 소녀의 몸에서 힘이 풀리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어둠속에서 보이지 않는 그의 송곳니는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가고, 소녀의 목덜미에는 약간의 핏기가 남은 두개의 구멍만이 조금전 그 ‘흡혈행위’를 증명하고 있었다.
“하악.. 하악...”
“후우.. 후우...”
민혁은 가볍게 기절해버린 소녀을 책상에 엎뜨리게 하고 자신은 의자에 앉았다. 소녀은 달뜬 숨을 고르며 황홀에 젖은 눈동자로 날아갈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아.. 하.. 굉장해.. 정말.. 날아갈 것 같아.. 하아.. 하아...”
“쿡.. 쌓인게 많았나봐? 피맛이 떫어.”
소녀은 정말로 기분 좋은 미소로 민혁의 말에 대꾸했다.
“공부하는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데요.. 게다가 난 반장이라서 애들도 관리해야하고..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에요. 아마 선배가 없었으면 난 스트레스 때문에 죽어버렸을지도 모르는걸요?”
“어째 그 말 들으니까 내가 스트레스해소겸 피로회복제라도 되는 것 같다?”
“어머? 아냐. 설마요.내 가 얼마나 선배를 좋아하는데.. 이건 뭐랄까. 서비스에요 서비스..”
소녀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는지 티슈를 꺼내 자신의 몸과 아랫도리를 엉망으로 만든 끈쩍끈적한 것들을 닦아내고 옷무새를 정리했다. 민혁이 신경써서 이를 박았기 때문에 반창고를 분인 상처자국은 교복 옷깃에 가려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는다.
“서비스? 누가 누구한테?”
“당연히 내가 선배한테.. 원래 이런 야한 짓은 남자를 위한거 잖아요?”
“하??”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는 소녀의 뻔뻔한 말에 민혁은 기가 막혀 옴을 느꼈다. 몸에 향수까지 뿌리며 정리를 마무리한 소녀은 민혁에게 혀를 쏙 내밀며 일어났다.
“그럼 저 먼저갈게요. 수업시간 늦지 않게 들어가. 혹시 딴 여자애 건드렸다간 언니한테 다 이를줄 알아요!”
민혁을 향해 귀엽기만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협박하고 나가는 소녀의 모습에 민혁은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아랫도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스스로의 욕정을 해결하지 못한 그의 남성이 껄떡거리며 그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서비스라면서... 이건 어떻게 하라고.. 참나... 누가 누구한테 서비스한거야.. 젠장..”
============================
민혁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아버지는 항공사의 파일럿이고, 어머니는 제법 유명한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집이 부유하다는 것만 빼면 민혁은 별로 공부를 잘하지도, 특별히 특출나지도 않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분명히 1년 전까지는 그랬다. 1년전 그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응?”
집으로 돌아가던 민혁은 바닥에 떨어진 한권의 책을 발견했다. 검붉은 색의 가죽으로 덮여있는 그 책은 무척 오래된 듯 아주 낡아보였다. 민혁은 웬지모를 충동에 그 책을 집어 들었다.
“어둠의 서?”
생전 처음보는 문자였다. 영어도, 한자도, 일본어도, 언젠가 그냥 모양만 본적있는 라틴어가 이런 모습일까? 아무튼 민혁은 한번도 배워보지 않은 글자였지만, 웬지 민혁은 그것을 보는 순간 책의 제목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민혁은 마법에 홀린 듯 그 책을 들고 집으로 와버렸다.
“이제 왔냐?”
집에 들어가는 순간 그를 반기는(?) 목소리에 민혁의 얼굴은 굳어버렸다.
“누나가 웬일로 집에 있어?”
21세인 민혁의 누나 민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178cm의 늘씬한 키에 긴팔다리를 가졌고, 슬림한 체형과는 달리 제법 볼록한 빵빵한 가슴까지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어머니의 유전자를 이어받고, 그 재능까지 물려받았는지 어렷을적부터 그림에 상당한 재능을 보여, 지금은 제법 상위권에 있는 미대에 다니고 있는 나름대로 엘리트였다.
하지만 그녀의 본 모습을 민혁은 안다. 지금도 보라. 분명 민혁은 18세의 한참 피끓어오르는 청소년이다. 그런데 그녀는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핫팬츠에, 그것도 앞단추는 풀어놓아 팬티가 보인다, 티는 걸치지도 않아 검은색의 브레지어만 착용하고 있었다. 보통 찾아보기 힘든 이정도의 미녀가 이런 차림이면 당연히 피가 끓을 나이였다. 하지만 이 사람은 절대 그런 느낌이 드는 상대가 아니다.
“그거 어떻게 좀 안돼?”
“남이사? 왜? 흥분돼?”
“누나 보고 흥분하면 그게 사람이야?”
민혁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13살까지도 누나와 목욕까지 같이 했던 사이다. 친혈육인 그녀를 보고 흥분하는 일은 지구가 거꾸로 돌아도 아마 없을것이다. 그때 민지의 눈이 가늘어 졌다.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왜, 왜그래? 헉!! 무, 무슨짓이야!!!”
민혁은 자신을 덮치는 민지를 보며 당황했다. 그녀는 핫팬츠에 브레지어만 걸친 그 모습으로 민혁을 끌어안더니 교복바지 위를 마구 주무르는 것이 아닌가.
“으아악!! 제발 좀!!!!”
“호호홋. 그만해 얘. 장난이 심하잖아.”
민혁이 그녀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소리치는 사이 민혁은 자신을 절망으로 빠뜨리는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헉. 혜, 혜진누나...”
도데체 왜 보지 못한 것일까. 거실 소파에는 그야말로 청순가련의 표본이랄 수 있는 미녀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연푸른파스텔톤의 원피스에 검은 긴생머리를 늘어뜨린 그녀는 민지의 절친이자 민혁의 과외선생님인 김혜진이었다. 더불어, 민혁이 짝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흐흐흐. 니가 몰라서 그래. 얘가 이래도 물건은 굉장하다구. 어디 한번 볼래?”
“아악!! 누나 제발 그만좀 해!!”
“짜식 까칠하기는... 그거 만지고 본다고 닳냐? 닳아? 아니면 너도 내 가슴 만지고 보고 하면 될꺼 아냐?”
“으그극!!”
민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랬다. 민혁의 누나 민지는 이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남들, 특히 남자들 앞에서는 절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모습을 아는 사람은 민혁과 혜진뿐이었다. 설사 부모님까지도 민지의 이런 모습은 알지 못한다. 민혁은 그들에게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후우.. 그만해. 나 혜진누나랑 공부해야 된다고.”
“그러냐? 어때 혜진아?”
“응? 음.. 솔직히 더 보고 싶지만.. 에헤헤...”
민혁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장난스런 미소를 보이는 혜진에게 애원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민혁이 저렇게 곤란해 하니까. 그만 공부하러 들어가볼까?”
“쳇. 어쩔 수 없지. 이잇!”
“헉!! 누나!!!”
“히히히히힛! 커졌다! 커졌잖아!! 히히히힛.”
민지는 마지막까지 민혁의 아랫도리를 움켜 잡아 버리고는 자신의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가버렸다.
“후우...”
“호호호. 민지는 니가 좋아서 그러는거야.”
한숨을 내쉬는 민혁에게 혜진은 미소지으며 다가왔다. 민혁은 그녀의 미소에 또한번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자신도 안다. 민지가 마음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라는 것. 아버지와 어머니는 워낙 엄격하시기 때문에 그분들의 딸이 집에서 핫팬츠를 입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집안에 벼락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작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혜진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까?
“응? 그 책은 머야?”
“어? 아, 이거? 도서관에서 빌렸어.”
“헤에... 니가 책을? 무슨 책인데? 보자.”
민혁이 책을 들고 있자 혜진은 눈을 빛내며 그 책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도데체 무슨 책이야? 너 이거 읽을 줄은 알아?”
“훗. 물론이지!”
민혁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혜진은 미심쩍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보고 있었다. 당연하다. 그녀는 서울대 약대를 다고 있는 수재중의 수재엿다. 그런 그녀가 알아보지 못하는 문자를, 그녀가 뻔히 그 수준을 알고 있는 민혁이 알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혜진은 그렇게 생각했는지 더 이상 책에 관한 것은 묻지 않고 공부를 시작했다.
민혁의 생활은 다른 고등학생들과 별다를 바없었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7시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집에 돌아와서는 9시까지 혜진과 과외수업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토일요일에는 학원과 과외모두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 게다가 혜진을 좋아하는 민혁은 그녀와의 과외수업을 굉장히 좋아했다. 사실, 토일요일에도 혜진과의 과외라면 허락할 것이다.
과외수업이 끝나고 언제나 민혁은 혜진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그녀의 집은 민혁이 사는 아파트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였다.
“근데 생각보다 너랑 같이 가는게 좋은 것 같아.”
“뭐가?”
민혁은 순간 혜진의 말에 두근거렸다.
“솔직히 난 밤에 혼자다니는게 무섭거든.”
“에? 누나가?”
“왜 그래? 난 무서워하면 안돼?”
“아니. 누나가 나보다 힘세잖아.”
“뭐?”
혜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내 휘어지며 주먹을 앞으로 내뻗어보였다.
“그렇네? 내가 너보다 더 세니까. 귀신이라도 나타나면 내가 이렇게 때려서 널 지켜줘야 되겠지?”
“당연하지.”
“칫.”
혜진은 민혁에게 가볍게 눈을 흘기고는 그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민혁은 아프다고 했지만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모른척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무리 누나친구라지만 나한테도 반말로 말하고... 너 그래도 되는거야?”
“음... 생각해보니 그러네. 이제부터라도 존댓말로 말할까요? 누나님?”
“.... 댔어. 징그러워.”
혜진과의 대화는 대부분 시답지 않은 말들이었지만 민혁은 단순한 대화들도 좋았다. 가벼운 말을 주고 받다 보니 어느새 그녀가 사는 아파트에 다와있었다.
“이제 됐어. 어서 돌아가. 춥겠다.”
혜진은 오면서 민혁이 벗어준 점퍼를 돌려주며 말했다. 아직 3월말이었기 때문에 지금시간은 상당히 쌀쌀한 편이었다.
“먼저 들어가. 누나 들어가는거 보고 들어갈게.”
“알았어. 조심해서 돌아가.”
“응.”
민혁에게 점퍼를 돌려준 혜진은 천천히 아파트로 걸어갔다. 민혁은 자꾸만 뭔가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에 그녀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해도될까?’라는 망설임이 있었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다.
“누, 누나.”
“응? 아!”
쪽.
후다다다닥!!
민혁의 부름에 혜진이 돌아본 순간 민혁은 이미 그녀의 뒤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민혁의 입술이 닿은 것은 정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깜짝 놀란 그녀가 정신을 차릴때 민혁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칫...”
혜진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민혁의 흘겨 보는 혜진의 입술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후후훗. 후후후후훗.”
민혁은 있는 힘껏 집으로 달려갔다.
“아야아아아!!!”
드디어 해냈다. 너무 두렵기도 했지만, 그리고 강제적(?)이긴 했지만 그녀와 입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흐흐흐흐.”
민혁은 바보같이 웃었다. 굉장했다. 그 부드럽운 느낌. 놀랄만큼 미끄러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그녀의 입술을 부드러웠다. 하지만 한참 달리다 집에 다와서야 민혁은 갑자기 덜컥 겁이났다. 어찌되었든 그는 그녀에게 ‘추행’을 한 것이 아닌가? 기분 나빴을까? 순간 깜짝 놀란 그녀의 표정이 기억났다.
“헉!!”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그건 모른다. 아예 짐작도 안된다. 자신은 그냥 친구의 동생이고, 과외를 하는 학생일 뿐이다. 좋아하긴 좋아하겠지만, 그것은 친구 동생으로서이고, 과외하는 학생일 뿐인 것이다.
“으으, 어쩌지.”
민혁은 머리를 싸매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조용했다. 민혁은 반쯤 열려있는 민지의 방을 보았다. 민지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 이불도 덮지 않고 자고 있었다.
“하여튼, 집에 부모님이 있어야 된다니까.”
민혁은 투덜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주워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해외출장이라 앞으로도 약 일주일간은 집에 오지 않는다. 집에 부모님만 없으면 민지는 뭔가 모자란 듯 이런 모습이 되지만, 부모님만 오면 조신하고 얌전한 누나가 된다. 사실 민지와 민혁은 아버지가 달랐다. 민혁의 어머니는 민지의 아버지였던 사람과 이혼하고 2년만에 지금의 아버지와 결혼했고, 민혁이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민지에게 특히 엄했다. 어머니도 엄하긴 하지만 아버지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일까? 민지는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민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컴퓨터를 켜려던 그는 문득 집으로 돌아오면서 주운 책이 눈에 띄었다.
“..........”
민혁은 책을 들고 펼쳤다.
- 어둠의 서.
1. 이 책은 어둠의 서이다.
2. 이 책과 계약을 하면 이 책의 주인이 되며, 이 책에 담긴 어둠의 힘을 얻을 수 있다.
3. 이 책은 선택된 자 외에 볼 수 없다.
4. 계약을 맺어 주인이 결정 되면, 이 책은 사라진다.
5. 계약의 방법은 간단하다. 그대의 피 한방울을 이 책에 떨어뜨려라.
“뭐지?”
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약이라니? 어둠의 힘? 웬지 사이비적인 기분을 풍기는 기분나쁜 느낌이었다. 민혁은 다음장을 넘겼다. 빼곡히 무언가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알 수 없는 문자들로 가득했다. 조금전 읽을 수 있었던 문자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민혁은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이 책에 피를 떨어뜨리면 정말로 계약이 될까?
세상에 악마는 없다. 어둠의 힘이라니? 웃기는 소리다. 하지만 정말로 계약이라는게 된다면?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인적인 힘이라면?
민혁은 웬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밑져야 본전이다. 피한방울이야 아깝지도 않다. 피한방울 떨어뜨려서 뭔가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어둠의 힘이라면 악마일까? 악마라도 괜찮지 않을까? 이 세상에 그런 힘을 가진 이는 나밖에 없을텐데...
민혁은 책상위에 있던 칼을 들고 자신의 검지손을 살짝 그었다. 금새 손꽅에 핏방울이 맺혔다.
이제 피를 떨어뜨리면 이 책과 계약이 되는걸까? 수재인 혜진도 처음보는 문자를, 자기 자신도 처음보는 문자를 민혁은 읽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마법처럼. 정말 계약이 될까? 어둠과, 악마와 계약이 될까?
민혁의 피가 떨어졌다. 그리고 한방울의 피는 누런 종이위에 퍼져 스르르 스며 들었다. 텅 비어있던 공간에 빨간색의 피로 쓴듯한 새로운 글씨가 떠올랐다.
[ 이로서 계약은 성립되었다. ]
“헉!”
민혁은 벌떡 일어섰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자신은 손대어서는 안되는 악마의 책에 손을 댄 것이 아닐까? 갑자기 방안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휘이잉..
촤라라라락!!!
“크윽!”
그것은 순식간에 회오리 바람이 되어 방안을 휘감고 책상위에 있던 어둠의 서를 재빠르게 넘겨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촤라라락거리며 넘어간 어둠의 서는 끝내 책장이 모두 넘어갔다. 그리고 회오리 바람을 따라 스르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뭐, 뭐지?”
회오리 바람은 마치 거짓말이었던 듯 사라졌다. 민혁은 급히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며 확인했지만 자신의 외모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민혁은 식은땀을 흘렸다. 갑자기 목이 말라왔다.
“후우. 잊자. 잊어야지.”
민혁은 그것을 잊기로 했다. 웬지 꺼림칙했다. 어둠의 서라니. 그 제목부터가 불길했다. 민혁은 정수기의 내수를 컵에 받아 한컵을 다 마셨다.
“꿀꺽..꿀꺽.. 음...”
하지만 왜일까?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순간 민혁의 머릿속에 자신이 먹어야 하는 것이 떠올랐다.
[ 피 ]
피를 먹어야 이 갈증은 해소된다. 민혁은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책이다. 어둠의 서. 그 불길한 책 때문에 자신은 피를 원하는 것이다.
“제, 제길...”
흡혈귀라도 된 것일까? 그렇게 생가한 순간 또다른 사실이 떠올랐다.
[ 흡혈을 결심하는 순간 송곳니가 자린다. 송곳니는 아주 날카로우며, 특별한 액이 묻어 있어 인체를 마비 및 흥분하게 한다. ]
[ 흡혈을 당하는 대상자는 강렬한 성적 쾌감을 얻을 수 있다. ]
“헉..헉...”
민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엄청난 갈증이 밀려온다. 몸을 가누지 못 할만큼, 지독한 감기에 걸린 듯 온몸이 뜨겁고 무겁다. 민혁은 저도 모르게 한발한발 움직이고 있었다.
“아, 안돼. 안돼..”
민혁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다. 그의 후각은 엄청나게 민감해졌다. 가장 가까운 여인의 향기를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잘 여문, 달콤한 피를 가진 여인의 혈향이 그의 머리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민혁은 누나 민지의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민지는 어느새 또 이불을 걷어차고는 매끈한 몸을 그대로 드러내며 잠들어 있었다.
두근! 두근!
민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절대 이런 일은 없어야 했다. 비록 아버지는 다르지만 그녀와 자신은 피가 섞인 남매다.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감각이 그의 피를 끓어 오르고 있었다.
“헉, 헉!! 누..누나. 누나...”
민혁은 민지를 불렀다. 불러야했다. 불러서 도망가라고 해야했다. 하지만 소용없다는 사실은 자신이 더 잘알고 있었다. 민지는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 한번 잠들면 최소 8시간 이상 그렇게 지주가 멸망하는 것도 모르고자는 것이 민지다.
“크윽!!!”
민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로 이빨이 느껴진다. 자신의 송곳니를 입술로 느낄 수 있었다. 민지의 달콤한 혈향이 그를 유혹했다.
[어차피 그녀는 깨어나지 않는다. 잠들어 있는 먹이는 자신이 흡혈당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
그것은 책에 있는 내용일까 아니면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를 유혹하는 소리일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다. 민지는 절대 모를 것이다. 민혁이 송곳니를 그녀의 목에 박아도 그녀는 절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아.. 안되는데.. 안되는데..”
민혁의 얼굴이 점점 민지에게 다가갔다. 그녀에게 다가갈 수 록 그녀의 목덜미에서 아찔할 만큼 황홀한 혈향이 느껴졌다.
“미, 미안해. 누나.”
민혁은 어느새 미소짓고 있었다. 피다. 그의 갈증을, 그의 욕망을 해소해주고, 황홀한 흡혈쾌감을 선사해줄 피다. 그 근사한 행위를 바로 지금... 민혁은 민지의 목에 송곳니를 박아넣었다.
“읏?!”
순간 민지의 몸이 움찔 떨렸리고,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다음순간...
“음? 음.. 아음.. 음? 아...?”
의미모를 그녀의 신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딱딱하게 굳었던 그녀의 몸이 느슨해지고, 그녀의 피부와 그녀의 숨결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음.. 아...! 아...! 싫어.. 음!! 아!! 안돼.. 아!!!”
민지의 눈썹이 모아지고 가쁜 숨을 헐떡였다. 두 손이 시트를 붙잡고, 두 다리가 버둥거리며 아찔한 감각에 발버둥쳤다. 그리고 그녀의 목이 꺽이며 엉덩이를 높게 치켜들었다.
“윽! 아.. 윽윽!! 아으윽!!!”
입술을 깨물며 그녀는 절정의 신음을 삼켰다. 하지만 그녀의 몸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
“후우...”
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업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니 굳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훤히 알 수 있었다. ‘어둠의 서’의 힘이었다. 민혁의 심각한 고민은 바로 그것이었다.
“젝일.. 이걸 어찌해야 되나...”
민혁이 ‘어둠의 서’와 계약하여 얻게 된 힘. 그것은 쉽게 말해 Vampire라 불리는 흡혈귀와 비슷했다. 아니 흡혈귀라고 봐야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다는 것 자체가 이미 흡혈귀다.
그것만으로도 끔직한데 흡혈행위를 하며 대상의 에너지를 빨아먹는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는 에너지가 아니라 기운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여자가 느끼는 쾌락을 의미한다. 흡혈행위를 통해 여성의 쾌락을 빨아먹어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흥분도가 높아 절정에 이를 경우 당연히 가장 많은 쾌락을 빨아 먹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송곳니에는 대상을 순간적으로 마비시키는 독외에, 치명적인 최음성분까지 포함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고 흡혈을 당한다고 해서 여성의 쾌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흡혈행위 자체가 어둠의 힘으로 인한 쾌락을 부여하고, 송곳니에는 강렬한 최음성분의 독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의 흥분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 외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지금 민혁의 능력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후우...”
“야. 웬 한숨이냐?”
누군가 민혁의 등을 툭치며 말했다. 민혁이 돌아보니 그와 절친한 현수였다.
“아냐. 머리가 좀 복잡하다.”
“왜?”
“.....너 만약에 말이다..”
“응?”
민혁은 한참동안이나 현수를 보았다. 이 녀석을 믿어도 될까? 믿어도 될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때부터 그의 친구였다.
“너 만약에.. 니가 흡혈귀가 되면 어쩔거냐?”
“에?”
“니가 흡혈귀가 되서 사람 피를.. 아니 여자 피를 빨아먹고 살아야 된다면 어쩔거야?”
“흡혈귀? 왜?”
“그냥. 대답해봐.”
“뭐... 흡혈귀라...”
현수는 가만히 생각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을 음흉해지고 있었다.
“최고지!! 밤만되면 박쥐로 변해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멋진 여자만 보면 슥.. 흐흐흐..”
“...........”
민혁은 잠시 잊고 있었다. 현수, 이녀석은 야설작가다. 얼마전 그가 쓰고 있다고 한 내용이 바로 뱀파이어를 주제로 한것이었다.
“뱀파이어는 정말 남자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직업이라구!!”
“야야. 아아 젠장...”
갑자기 주위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현수의 목소리에 여학생들의 ‘저질!’이라는 싸늘한 눈초리가 민혁과 현수를 향하고 있었다.
“하아...”
민혁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민혁의 눈에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저건...’
화단사이에서 3명의 여학생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웃고 있는 여학생. 제법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눈에 확띄였다. 3학년의 아이스 이지윤. 3명의 여학생들과 화단사이의 꽃 사이에서도 더욱 예쁜 외모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역시 크다...’
멀리서 봐도 그녀의 볼록한 가슴굴곡이 확실했다. 그녀의 가슴이 크다는 것을 모르는 한양고등학교 학생은 없을 것이다. 소문에는 G컵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상당히 신빙성있는 루머다. 누군가 확인을 해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저만한 싸이즈는 성인 여성들 중에서도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고, 일본 AV에서나 볼 수 있을까?
‘저 가슴에 폭 파묻혀봤으면....’
민혁은 저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아마도 무척 기분 좋을 것이다. 저 가슴에 파묻혀 질식해도 좋을만큼.... 웬지 해서는 안될 상상을 하고 말았다. 저 가슴에서 송곳니를...
‘꿀꺽.. 안돼.. 안돼...’
하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녀의 별명이 ‘아이스’인 이유는 그녀가 중증의 남자기피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학생들에게는 관대한 그녀이지만, 그녀는 유독 남자를 싫어했다. 어떤 남자라도, 심지어 남자교사의 말도 듣지 않는 그녀다. 학부모 측에서의 요청도 있어서 그녀는 수업시간에 남자교사를 피해 다른 교실의 여자교사 수업을 받는 것이 허락되어있을 정도였다.
피를 빠는 상상을 했더니 목이 말라진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느낌일 뿐이다. 뱀파이어의 능력은 햇빛 아래에 있을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이 뱀파이어의 능력을 쓸 수 잇는 것이다.
띵!~
간결하고 맑은 종소리. 마치 전자레인지 시간이 끝났을때의 알림음 같은 저 간결한 종소리가 한양고교의 알림종이었다.
“이번시간 뭐였지?”
“윤미.”
“헐....”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교실 앞문이 열렸다. 새하얀 얼굴에 안경을 낀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이 엄격한 얼굴로 걸어들어오자 학생들은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이름은 장윤미. 아이들은 그녀를 ‘윤미’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이름보다도 더 깊은 뜻이 있었다.
<윤리에 미친년.>
그렇다. 윤리교사. 원리, 원칙, 도덕, 윤리에 미친 여자. 수업시간의 시작과 함께 들어오는 철혈여인. ‘윤미’의 수업시간이다.
‘하아....’
엎친데 덮친격이란 말이 이래서 사용된다는 말을 민혁은 실감했다.
========================
“헉.. 헉헉!!”
“학! 음... 아음...!!”
두 남녀는 침대위에서 서로 얽켜 뜨거운 정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남성은 침대에 편히 누워 있었지만 그 위에서 격렬히 허리를 움직이는 여인의 기교에 화홀한 숨결을 헐떡였다.
“헉헉.. 씨발.. 오늘 왜이래? 헉.. 졸라... 헉헉!!”
“모, 몰라. 아흐.. 나 아아!! 학! 학!!”
“아! 싸, 싼다!!”
“아! 안돼! 참아!!”
남성의 위에서 정신없이 허리를 놀리던 여인, 민지가 다급히 말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잡으며 허리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남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헉! 헉헉헉....”
“으읏...”
민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굉장한데? 오늘 무슨 날이야? 조이는 것도 그렇고... 완전 뜨거워서 녹아버리는 줄 알았다니까?”
남자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며 민지의 봉긋한 가슴을 만지작 거렸다. 민지는 자신의 목덜이를 혀로 핥는 남자를 밀어 버렸다.
“저리가.”
“후후. 왜그래? 조금 전까지 그렇게 불태웠으면서... 솔직히 그렇게 달리는데 참을 수 있는 남자는 없다구... 응?”
“나 갈래.”
민지는 일어나 속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민지의 손을 잡아 당겼다.
“알았어. 알았어. 이번엔 참아 볼게.”
“이거 놔!”
“아, 정말 왜이래? 니가 먼저 오자고 했잖아. 응? 한번 더 하자.”
어지간히도 좋았는지 남자의 끈적한 미소에 민지는 소름이 끼쳐왔다. 민지는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셧지만 끈덕지게 달라붙는 남자를 떨쳐낼 힘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윽!!”
“아우.. 씨발.. 이것봐. 아직도 뜨겁잖아.. 큭큭...”
남자는 성급히 민지의 안으로 들어왔다. 민지는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상했다. 뭔가 이상했다. 아마도 어젯밤 꿈의 영향일 것이다. 민지는 지금껏 그토록 황홀한 경험을 해본적이 없었다. 분명히 꿈이었다. 아니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황홀하고 아찔한 쾌감이었다. 포근한 구름위를 나르는 듯, 끝없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 아찔한 쾌감에 그녀는 몇 번이고 절정에 달했다. 그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는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꿈에서의 그 황홀을 잊지 못하고 남자친구였던 그에게 모텔에 가자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역시 꿈이었던 것일까? 확실히 평소보다는 뜨거웠다. 짜릿짜릿한 느낌도 평소보다 좋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꿈에서처럼 황홀한 절정을 그녀는 느낄 수 없었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이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도 상당히 괜찮았다. 덕분에 여자경험도 수없던 자다. 섹스도 웬만큼 할 줄 안다. 평소에도 몇 번 정도 그녀를 절정에 달하게 한적도 있지만 민지는 꿈속에서의 그 쾌감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되었다.
“헉.. 헉헉.. 아우 씨발.. 굉장해.. 녹네 녹아.. 오오...”
자신의 속을 들낙거리며 혼자 시시덕거리는 그를 보며 민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날리기 시작했다.
- 다음 역은 XXXXXX...
"휴우...“
영애는 복잡한 퇴근길 지하철 속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따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오늘도 직장상사에게 몇 번이나 꾸중을 들었고, 그 돼지같은 과장은 자신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생각같아선 그따위 직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통장에는 잔고가 얼마 남아있지 않다. 지금은 또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꾸역구역 밀려들어오는 사람들로 원치 않아도 몸에 손이 닿기도 하고, 숨쉬기 갑갑할 정도로 몸과 몸이 밀린다. 아니, 가끔 일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 영애는 일그러진 얼굴로 유리창을 보았다.
앞으로 5정거장은 영애가 있는 이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문득 영애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뒤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흐릿한 어굴이지만, 약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띈얼굴이다. 저 나이때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쯤되면 저 또래 애들은 진짜 애로 보인다.
‘근데.. 잘 생겼네.. 키도 크고...’
바로 뒤에 붙어 있는 그는 뭔가 곤혹스러운 듯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에게 몸이 밀착되어 그럴 것이다. 어지간히도 부끄러운지 옆의 기둥을 손으로 잡고 자신과 간격을 벌이려 애쓰고 있었다. 게다가 자세히 들어보면 꽤 거친 호흡도 들렸다. 무슨 엉큼한 상상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영애는 코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저런 귀여운 애라면.. 한번쯤 눈감아 줄 수 도 있다. 게다가 뒤쪽의 압력도 상당할 텐데 자신과 거리를 두려는 것이 제법 기특했다.
“헉.. 헉.. 안돼, 안돼... 크윽!”
‘어머? 얘 좀 봐?’
영애의 얼굴이 급속히 붉어졌다. 지하철이 덜커덩거리자 사람들의 압력에 밀린 소년이 영애의 뒤에 바짝 밀려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엉덩이에 닿는 딱딱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와닿는 뜨거운 숨결도 느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조금전엔 눈감아 줄수도 있다 생각해 놓고 막상 닥치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헉.. 헉... 안돼.. 안돼...”
뭐가 안된다는 걸까? 소년은 자꾸만 안된다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영애는 그 야릇한 간지러움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뭐가 안된다는 걸까? 엉덩이에 닿는 그것과 귓가를 간질이는 뜨거운 숨결 때문에 야릇한 느낌이었다.
“더.. 더는...”
“에? 앗!”
문득 유리창에 비친 소년이 입을 벌리다고 생각한 순간 영애는 온몸에 흐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년이 그녀의 어깨를 물었다. 기이할 정도로 솟아난 송곳니는 그녀의 정장을 뚫고 그녀의 보드라운 살을 파고 들었다. 약간의 따끔함과 함께 그녀는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그녀의 목에서 무언가 빨려들어가는 오싹한 느낌과 함께 생전 처음 느끼는 짜릿한 전율이 혈관을 타고 그녀의 온몸에 퍼졌다.
“앗!.. 흡!! 읍..!!”
"뭐, 뭐야? 뭐야 이건!!!"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급히 손으로 입술을 틀어 막으며 신음을 삼켰다. 심장박동이 급격히 빨라지고 피가 끓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찔한 현기증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무릎이 풀려 덜덜 떨렸다. 소년의 송곳니가 빠져나갔다.
“헉.. 헉헉.. 미, 미안해요. 하지만.. 헉헉.. 나도.. 어쩔 수 가..”
소년이 귓가에 속삭이며 뒤에서 그녀를 안아왔다. 소년의 손이 그녀의 정장을 풀어버리더니, 블라우스 단추도 몇 개 풀어버리고 블라우스 위로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옷깃을 조금 밀어 그녀의 목덜미가 훤히 드러났다. 하지만 영애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안된다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소년의 얼굴이 목에 다가온다. 영애는 몸이 덜덜 떨렸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그녀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찾아올 황홀을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소년의 송곳니는 부드럽게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
“흡!!”
"아, 안돼! 아아... 싫어..."
또다시 목덜미에 따끔한과 함께 온몸이 마비되는 찌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목덜미에서 피가 빨려나가는 소름끼치는 감각과 함께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이 그녀를 범했다.
“흐읍!!!”
영애는 입술을 깨물며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이건 말도 안된다. 지금껏 제법 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본 그녀였지만, 이렇게 황홀하고 짜릿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마치 피가 들끓는 듯 전신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듯, 잠깐 동안의 흡혈만으로도 그녀는 가벼운 절정까지 느껴버린다. 너무도 아늑하고 오싹한 황홀에 정신을 잃을 것 같다. 소년의 송곳니가 또다시 빠져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피를 빤 구멍을 혀로 핥았다.
“허억.. 허억.. 달콤해.. 할짝할짝..”
“흐읍.. 흐읍...”
영애는 눈이 풀려버렸다. 촉촉한 습기를 머금고 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소년의 한 손이 그녀의 스커트를 끌어올려 팬티속으로 들어오는데도 그녀는 그것에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소년은 마치 독사처럼 그녀에게 독을 퍼뜨렸다. 그것은 여성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인 독이다. 온몸을 짜릿짜릿한 쾌락에 빠뜨려버리는 황홀한 독이었다. 그녀의 깊은 굴 속으로 소년은 너무도 간단히 침입했다. 서툰 손짓이 그녀의 속을 거칠게 휘저었지만 그의 독에 중독되어 버린 그녀는 너무도 민감해져 있었다. 소년의 거친 손짓에 아랫도리가 싸해지는 쾌감에 그녀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또다시 유리창으로 독사가 입을 벌리는 것을 보며 그녀는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아,, 안돼... 흡!!"
황급히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독니는 그녀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버렸다. 찌릿찌릿한 독이 그녀의 온몸을 범하고 그녀의 뇌를 뒤흔들었다. 목에서 피가 빨려들어가는 그 아찔한 쾌감에 그녀는 눈을 뒤집으며 절정에 달해버렸다.
"하아읍!!!!!!!"
입을 벌리며 비명을 지르려는 그녀를 소년은 가슴을 주무르던 손으로 황급히 막았다. 영애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 자신의 속을 마음대로 헤집는 소년의 손을 조여오고, 덜덜 떨리는 그녀의 몸이 힘없이 쓰러질뻔한 것을 소년은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받쳤다.
"하아.. 최고야.. 아직 괜찮죠? 더 황홀해질거에요.. 더 달콤해 질거야.. 당신의 피는 최고야.."
이미 그녀는 한계였다. 그녀는 울고 싶었다. 괴롭다. 절정이, 쾌감이 이토록 괴로운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처음알았다.
-문이 열립니다.
안내방송과 함께 문이 열리자 민혁은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뒤에 있는 좌석에 이름모를 여인이 의자에 앉아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그것엔 신경쓰지 않는다. 퇴금길 피로에 지친 사람이 잠드는 것은 흔한 일이니까. 민혁은 기분이 너무도 상쾌했지만 그의 얼굴을 그렇지 않았다. 민혁은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무언가 번들거리는 액으로 오른손은 흠뻑 젖어 있었다.
“하아... 젝일.. 이젠 지하철 치한인가..”
어젠 누나의 피를 빨았고, 오늘은 지하철 속에서 어느 여인의 피를 빨고 말았다. 그것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흡혈욕구는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순간 갑자기 폭발적으로 오를때가 있다. 그것을 흡혈충동이라 부르는데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흡혈행위를 하는 것. 흡혈충동이 찾아오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정신이 흐릿해져 이성이 흐려진다. 아무리 독한 마음으로 참으려해도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흡혈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위험하다. 오늘은 사람이 많은 지하철이라 다른사람의 의심을 받지 않았다. 그 여인과 자신은 서로 끌어안은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연인으로 비췄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흡혈충동으로 인해 자칫 자신이 흡혈귀라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그것으로 자신은 끝이다. 조금전 여인이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자신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지하철 치한정도. 흡혈의 증거인 송곳니 구멍은 10분안에 회복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단지 키스자국처럼 붉게 멍들어 있다.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지식이니 틀림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가 흡혈귀라는 것이 탄로나게 될 경우 자신이 어찌될 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어느 연구소에 실험체로 잡혀들어가지 않을까?
“하아...”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딱히 대책도 없다. 생각같아선 헌혈팩을 가지고 다니고 싶지만, 흡혈행위로 빨아들이는 것은 피가 목적이 아니다. 여인이 느끼는 쾌락, 그 감각을 빨아들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흡혈팩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대책이라면 자신에게 피를 제공해줄 여자를 찾는 것 뿐이다. 과연 자신이 흡혈귀라고 해서 피를 줄 여자가 있기나 할까? 피를 빨고 있는 동안에야 활홀한 쾌감에 정신없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면 자신을 괴물취급할 것이다.
“민혁아!”
민혁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민지가 자신을 보며 반가운 얼굴로 황급히 다가왔다.
“뭐야. 또 이 녀석이야?”
그녀의 뒤에서 한 남자가 짜증스런 얼굴로 민지의 손을 낚아챘다.
“너 설마 진짜 집에 갈 생각이야?”
“간다니까 자꾸 왜이래.”
민혁은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민지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또 이거다. 하지만 민혁은 일그러 뜨린 얼굴 그대로 다가갔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손부터 좀 놓으시죠?”
“이건 또 뭐야?”
민혁은 민지를 데려 가려는 남자의 앞에 서며 민지를 가렸다. 남자가 민지의 손을 놓고 민혁을 노려보았다.
“하아.. 너 취했어. 그만 들어가. 나갈게.”
“야. 박민지! 아나. 씨발... 야 박민지. 뭐야? 너 애들한테 들어보니까 항상 니 동생 불러서 이런다며? 얘 진짜 니 동생 맞아? 아니면 니 동생이랑도 잤냐? 니 동생은 너 잘 만족 시켜 줘? 앙?”
“너, 너 무슨 말을!”
민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민혁의 눈에서 불똥이 튄것도 그때였다.
“이 씨발 새끼가!!”
퍼억!!
“꺄악! 미민혁아!!”
민혁의 주먹이 남자의 턱을 갈기자 남자는 얼굴이 돌아가며 바닥에 픽 쓰러져버렸다. 민지는 당황했다. 서둘러 민혁을 말리고는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채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너, 너 이 새끼..”
민혁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남자의 안색을 살피는 민지를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민지와 남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으음!! 음!!”
팍팍..
민지는 몸부림치며 민혁의 가슴을 때렸지만 민혁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내 민지의 반항도 점점 줄어들었다. 남자는 어이없는 눈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이내 민혁이 민지의 입술에서 입을 떼자 두사람의 사이에 끈적한 실이 쭈욱 늘어나다 끊어졌다.
“바, 밖에선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저딴것들은 직접 확인시켜 줘야 되건든. 봤냐? 나 누나랑 이런 관계다. 그러니 꺼져.”
“.... 씨발... 기분 좆같네.”
남자는 한동안 민혁과 민지를 노려보더니 욕설을 내뱉으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한동안 남자가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민혁은 남자가 사라지자 민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누나. 제발.. 남자랑 헤어질때 나 좀 부르지마.”
“후후훗. 이게 제일 특효약이라니까? 그보다. 너 꽤 능숙해졌다?”
조금전의 그 가련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민지는 능글맞게 웃으며 민혁의 팔에 매달렸다.
“내 첫키스 빼앗아간 도둑처녀한테 그런소리 듣고 싶진 않네요. 씨발.. 개같은 새끼땜에 순간 욱했네. 누나가 맨날 날 불러서 헤어지니까 그런 말 듣는거 아냐. 게다가 오늘은 혀까지 집어넣어?”
그냥 가볍게 입맞춤만 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민지가 혀를 넣어버리는 통에 제법 그 시간이 길어져 버렸다. 민혁의 짜증스런 얼굴에 민지는 베시시 웃으며 특유의 귀여운(민혁에게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햇다.
“후후훗. 그래도 이거 꽤 맛있다니까? 진짜야?”
“집에나 가.”
민지는 민혁과 팔장을 낀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째서일까? 그녀는 평소대로 남자와 헤어질 것을 결심하고 민혁을 불렀다. 그것은 그녀가 자주 써먹는 수법이었다. 스스로 말하긴 뭐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잘 관리해온 완벽한 S라인의 몸매는 누구나다 감탄의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귀찮게 구는 남자가 많았다. 헤어지고도 그녀를 따라다니는 파리같은 놈들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민지는 민혁의 도움을 받았다. 잘 떨어지지 않으면 민혁과 가벼운 키스한번만 하면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순간 당황했다.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그런데 뭔가 부드러웠다. 부드러운 것 뿐만이 아니었다. 뭔가 따뜻하고 감미로운.. 웬지 첫사랑과 첫키스를 하던 그때의 설레임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민지는 저도 모르게 민혁을 끌어안고 혀를 집어 넣고 말았다. 그러자 더욱 달콤한.. 황홀하고 아늑한 기분이 그녀를 찾아왔다. 마치 꿈속의 그때처럼....
‘마, 말도 안돼.’
민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해선 안된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계속해서 두근거렸다.
“헛. 누, 누나.”
민혁은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혜진을 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잠시 잊고 있던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기분 나쁜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뺨을 때릴지도 모른다. 민혁은 혜진을 바로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혜진의 눈치를 살폈다. 혜진은 싸늘한 눈으로 민혁을 보더니 민지를 보며 활짝 웃었다.
“이제 와? 보아하니 그 사람이랑 헤어졌나보네?”
“헤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많이 기다렸어?”
“아니. 이제 금방 왔어.”
“어서 들어가자.”
지금껏 민혁의 팔장을 끼고 왔던 민지는 민혁과 팔장을 풀고 혜진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들어갔다. 민혁은 고개를 숙인해 혜진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뒤따를 뿐이었다.
보통 민혁의 과외수업은 거실에서 한다. 하지만 오늘은 혜진이 민혁의 방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민혁은 혜진과 단둘이 방안에 있었다.
“................”
“................”
혜진은 가만히 민혁을 보고 있었다. 민혁은 고개를 숙인채였다. 민혁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혜진도 그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화가난 듯 굳은 얼굴로 민혁을 볼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민혁에게는 1년도 더 지난 듯 한 긴 침묵후에야 혜진이 말했다.
“나한테 할말 없니?”
“... 미, 미안해..요.”
혜진은 순간 웃음이 나올뻔 했다. 미안하다니. 게다가 ‘요’자도 붙인다. 하지만 여기서 웃으면 안된다. 혜진은 계속 얼굴을 굳힌채 말했다.
“뭐가 미안한데?”
“...........”
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혜진이 말을 이었다.
“내가 우습게 보였니?”
“아, 아니! 아니.. 에.. 요...”
‘아니’라고 말했다가 다시 존댓말로 고친다.
“그럼 어제 그 행동은 뭐야?”
“........”
“니가 대답을 안하면... 난 니가 날 우습게 봤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 내가 그렇게 가벼운 여자로 보였니?”
겨우 입맞춤 정도로 이러긴 싫지만... 아니 누가 본다면 자신을 더 웃긴 여자로 생각할거다.
“아, 아니..요. 나, 난.. 저..저기.. 좋아서....”
“뭐?”
“누, 누나를 좋아해서 그랬어. ......요.”
고개를 들며 또박또박 말하더니 혜진이 빤히 보자 민혁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요’를 붙였다.
“...............”
“...............”
혜진은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아야 했다. 그것이 민혁을 위한 길이다. 사실 혜진도 민혁을 좋아했다. 올곧고 착하고 잘생긴 민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민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그녀도 민혁을 좋아하기에 민혁과 과외를 시작했다. 먼저 말을 꺼낸것도 그녀다.
“좋아.”
“...응?”
“용서해 줄게.”
순간 민혁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혜진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단.”
“..단?”
다시 민혁의 얼굴이 굳었다.
“이번 시험 평균 90점 이상 올리지 않으면 용서는 없었던 걸로 할거야.”
“아, 알았어! ...요. 90점 그거야. 쉽게 올리지... 요.”
“훗. 존댓말 안써도 돼.”
그제야 혜진은 살짝 미소지어보였다. 그정도가 한계다. 도저히 웃음참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혜진은 얼굴을 붉힌채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만약 진짜 90점 이상 올리면... 상을 줄 수 도 있어.”
“에? 사, 상???”
민혁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민혁은 그 상이 무엇인지 수컷의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90점이야. 못 올리면 국물도 없어.”
“후후후. 진짜지? 평균 90만 넘으면이지?”
“홋. 그래.”
"좋아! 90점.. 90점이란 말이지??"
어쩌면 저렇게 좋아할까? 혜진은 민혁의 저런 순수한 면이 좋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때라는게 있기 마련이다. 민혁은 공부에 집중해야할 때였다. 민혁의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겨우 평균 80점을 웃도는 수준. 반에서 중간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민혁은 머리가 좋은편이다. 특히 이해력이 뛰어나 수학을 잘한다. 그런 민혁이 겨우 80점을 웃도는 이유는 그에게 공부를 해야할 목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혜진은 목표의식, 다시말해 꿈이 필요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이 서울대 약학대학에 들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꿈이었으니까. 사람은 확실한 목표의식, 꿈이 있을때 비로소 진정한 능력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앞으로 민혁의 목표는 혜진 자신이 될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고등학생은 아직 자기 관리에 철저하지 못하다. 연애와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없는 시기다. 혜진은 그것을 자신이 관리해줄 생각이었다. 자신이라면 가능하니까.
==========================================
“후후후. 후후후~ 후후후~”
민혁은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것을 참지 못했다. 아마 오늘이 그의 생애 최고로 기분 좋은 날일 것이다.
“이거.. 누나가 날 좋아한다는 거지? 응? 그렇지? 후후후후.”
기분나빳다거나, 싫었다거나 했을까봐 얼마나 걱정했을까? 비록 혜진이 그에게 추궁(?)을 하긴 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OK였다. 민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시험치고 상으로 허락해준다는데 아마 그건 핑계다. 누나도 그냥 쉽게 OK하고 싶겠지만 그 있지 않은가? 여자의 자존심. 민혁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생각이었다.
“흐흐흐. 90점이라고 그랬지? 90점.. 90점...”
평균 90. 힘들다면 힘든 점수겠지만 민혁은 가능하다 생각했다. 그도 자신이 머리가 꽤 좋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믿고 평소에 공부를 안하다가도 시험전날 벼락치기 잠깐 하면 평균 80은 나왔다. 특히 수학같은 경우 2문제 이상 틀린적이 없다. 앞으로 중간고사까지 약 1달쯤 남았으니 며칠 빡세게 공부하면 그까짓 평균 90이야. 전교 1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흐흐흐흐흐.”
모든 것은 그의 흑심(?)에서 비롯된 허풍이겠지만, 아무래도 좋다. 민혁은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어?”
한 50m 쯤 떨어진 곳일까? 민혁은 누군가 2명이 한명을 덮치며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꽤 으슥한 골목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피해자는 분명히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것도 치마를 입었으니 분명 여학생이다. 민혁은 다급해졌다.
“젝일!!”
민혁은 서둘러 달려갔다. 그들은 여학생을 끌고 더욱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저쪽은 작은 숲이라 사람이 잘 다니지도 않는다. 민혁은 급히 소리쳤다.
“야! 멈춰!!!!”
민혁의 소리에 여학생을 데려가던 사람들이 멈짓거리며 민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여학생을 놓아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헉헉... 휴.. 괜찮아요?”
내심 저들이 도망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민혁은 도망가는 그들을 보며 안도한 후 쓰러져 있는 여학생에게 다가갔다. 여학생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채였다. 정신을 잃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민혁은 눈을 뜨고있는 그녀를 보았다.
“.......”
“지윤선배?”
민혁은 깜작 놀랐다. 어둠속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히 3학년 이지윤였다.
“...갔나요?”
민혁이 놀라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는지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도 고혹적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여인의 목소리랄까? 콧소리가 섞인 듯 깊고 매혹적인 목소리. 고급스럽고 우아한 그녀의 목소리를 민혁은 처음들었다.
“아, 예. 갔어요.”
“.... 그렇군요. 당신은...”
하지만 민혁은 아무리 고혹적이라도, 너무도 건조한 그녀의 음성에 당황했다. 뭘까? 보통 이런때는 겁을 먹거나 불안해 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녀는 너무도 태연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아니 잠을 자다 일어난 듯 뭔가 묘한 분위기다.
“........... 당신도... 날 더럽힐건가요?”
“에??”
한동안 아무말 없는 민혁을 보던 그녀는 똑같이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민혁에게 말하자 도리어 민혁이 놀랐다. 뭐야 이 여자. 더욱 놀라운 것은 조금 몸을 일으키던 그녀는 그대로 다시 누워버리는 것이다.
“할려면 빨리하고 끝내요. 가만히 있을테니까...”
“... 허...”
민혁은 기가막혀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말에 일단 그는 그녀를 집에 대려다 주기로 했다. 그녀는 지금 이상하다. 일단 집에 데려다 줘야했다.
“선배. 일단 집에 가요. 일어나요. 선배.”
“......안 할건가요?”
“무슨 소리에요. 선배. 일단 일어나서 집으로 가요. 집이 어디에요?”
민혁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숙일뿐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 선배. 저 2학년 박민혁입니다. 괜찮아요?”
“................”
늦은 듯한 자기소개를 한 후 역시 늦게나마 그녀의 상태를 물었으나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저기 선배 그럴댄 비명이라도 질러야죠. 설마 그냥 붙잡혀서 따라간건가요?”
민혁은 혹시나 하는 물음을 그녀에게 건냈다. 분명 자신이 보았을때 그녀는 남자 2명이 자신을 강제로 데려가는데도 저항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마치 마네킹을 데려가는 것처럼 그들은 그녀를 너무도 쉽게 데려갈 수 있었다. 고개를 숙인 그녀가 고개를 들며 그를 보았다. 천환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 서늘한 눈을 보며 움찔거렸다.
“.... 비명을 지르면... 벗어날 수 있나요?”
“소리라도 들어야 누군가 도와주죠.”
“............”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5번이에요. 소리를 지른게....”
“에?”
민혁은 깜짝 놀랐다. 설마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인가? 지윤은 계속해서 말했다.
“비명을 질러도 반항을 해도 벗어날 수 없어요. 난 약하니까. 저항해 봤자 아프기만 하죠. 어차피 금방 끝나잖아요. 기껏 3분도 안 걸리니까.”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민혁은 지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그를 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네요. 도움을 받은건... 후후. 우습죠? 이런일.. 이제까지 몇 번이나 당했는데... 처음이에요. 누군가 구해준건. 후후.. 그런데 그게 우리학교 학생이라니요... 이런거... 소문나면 큰일나겠죠?”
그녀는 웃고
본래 닫혀 있어야할 뒷문은 마치 그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열려 있었다.
“왔...어요?”
두꺼운 커튼이 햇빛을 가려 어두컴컴한 학생회의실 안에서 한 소녀의 음성이 들려온다. 살짝 떨리는 듯, 숨길 수 없는 기대를 품고 있는 소녀의 음성은 새소리처럼 맑았다. 민혁은 피식 미소지으며 뒷문을 닫고 잠궈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학생회의실은 문을 닫아버리자 커튼사이로 스며든 빛에 희미한 윤곽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민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회의실 안을 걸어가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끌어안으며 다짜고짜 입을 맞췄다.
“웁?!!.. 웁..웁! 자, 잠깐만.. 웁! 선배.. 갑자기 이러면..”
“가만히 있어.”
민혁은 강압적으로 소녀에게 말하며 다시 소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보드랍고 말랑한 소녀의 입술을 비집고 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민혁의 왼손이 그녀의 허리를 안고있는 사이,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가 스타킹을 신은 소녀의 다리를 쓸어올리며 치마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민혁의 손이 교복팬티스타킹 위로 소녀의 중심을 꾹 누르자 소녀는 움찔 떨며 그를 끌어안았다.
“아..! 싫, 싫어.. 부끄러워..”
“내숭은.. 여기가 이렇게 뜨거운데?”
“그, 그치만.. 부끄러운걸 어떡해.. 그냥.. 피만 빨면 안되요?”
“누구 좋으라고? 그렇겐 못해. 쪽.. 쪽쪽..”
“움..! 움.. 쪽.. 쪽쪽..”
다시 소녀의 입술을 삼키며 민혁은 소녀의 교복팬티스타킹을 내리고, 조그맣고 부드러운 팬티를 함께 내린채, 소녀의 음지를 만지작 거렸다. 소녀의 심장박동은 더욱 빨라지고 뜨거운 숨결을 토하는 소녀의 혀가 민혁과 함께 노닐었다.
“쪽.. 움.. 우움움... 훗.. 이젠 제법 잘하네?”
“아.. 싫어.. 말하지마.. 쪽.. 쪽쪽.. 하아.. 쪽.. 우움.. 움!”
소녀도 어느새 달아오른 듯 정신없이 민혁의 입술과 혀를 섞었다. 뿐만아니라 소녀의 손은 대담하게도 민혁의 바지를 내리더니 딱딱하게 발기한 그의 방망이를 꺼내 흔들었다.
“하아.. 하아.. 움.. 움움우.. 쪽쪽.. 하움.. 움.. 므음..”
민혁과 소녀는 서로 끌어안은채 십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농염하고 요염히 서로를 자극했다. 이제 소녀의 음지는 너무 달아올라 끈적한 꿀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민혁은 그녀의 몸을 돌려 책상에 손을 짚게하고, 허벅지에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걸치, 소녀의 뽀송뽀송한 엉덩이 사이로 그의 남성을 밀어 넣었다.
“핫!... 훔!!!”
“훅.. 엄청 조이는데? 훅..훅..”
“흡!.. 흡!.. 읍!!!”
소녀는 터져나오는 신음을 손으로 막았다. 허벅지를 꼭 붙이고 삽입하는 덕분에 소녀는 아플정도로 꼭꼭 조여왔다. 그 쫄깃쫄깃하고 뜨거운 살맛을 느끼며 민혁은 그녀의 조그만 엉덩이를 잡고 허리를 밀어붙였다.
“흡! 으! 학!! 아..! 흡!!”
“훅.. 훅.. 후훗. 윽...!!”
“헉.. 헉헉..!”
“학!.. 서,, 선배.. 피..피를.. 학..!!! 읍..!!”
민혁은 점점 흥분으로 달아오르는 뜨거움 속에서 ‘갈증’을 느꼈다. 민혁은 소녀의 속을 헤집는 허리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은채 책상위로 엎뜨린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 체웠다. 그녀는 이미 무릎에 힘이 풀린 상태였지만, 민혁이 드디어 ‘그것’을 하려는 것을 알고, 손으로 책상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소녀가 몸을 일으키자 움직임이 제한된 민혁은 더뎌졌다. 하지만 민혁은 소녀의 엉덩이를 잡았던 손으로 소녀의 몸을 끌어안으며 그녀의 블라우스를 풀어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소녀의 단발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드러나는 쇄골을 혀로 핥는 민혁의 송곳니는 기이할 정도로 솟아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번득이고 있었다.
“자... 이제.. 기다리던 시간이야.. 흡!”
“앗! 아아!!”
민혁의 송곳니가 소녀의 목덜미에 쇄골에 박히자 소녀은 눈을 크게 뜨며 몸을 경직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아..앗! 아으..!!! 앗!!앗!! 안돼!! 아으..앗..!! 앗!!”
소녀의 입술이 떨리며 가느다란 신음이 연신 터져나왔다. 그녀의 입술만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민혁은 그녀의 조그만 몸이 가느다란 떨림을 보이고, 그녀의 속에서는 그의 남성을 꼭꼭 옥죄어왔다.
“아..아으..! 시..싫어! 아!! 안돼..안돼.. 아!! 아아으으응!!!”
스스로 손톱을 씹으며 애처롭게 떨던 그녀의 고개가 급자기 뒤로 젖혀지며 그녀는 급히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절정에 올라버린 그녀의 몸이 크게 들썩였지만, 민혁은 여전히 그녀의 쇄골에 송곳니를 박고 그녀의 피를 빨고 있었다.
“으으윽!! 으..으으...”
“하아! 허억.. 허억...”
한참이나 부들부들 몸을 떠는 그녀의 쇄골에 이를 박고 있던 민혁은 스르르 소녀의 몸에서 힘이 풀리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어둠속에서 보이지 않는 그의 송곳니는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가고, 소녀의 목덜미에는 약간의 핏기가 남은 두개의 구멍만이 조금전 그 ‘흡혈행위’를 증명하고 있었다.
“하악.. 하악...”
“후우.. 후우...”
민혁은 가볍게 기절해버린 소녀을 책상에 엎뜨리게 하고 자신은 의자에 앉았다. 소녀은 달뜬 숨을 고르며 황홀에 젖은 눈동자로 날아갈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아.. 하.. 굉장해.. 정말.. 날아갈 것 같아.. 하아.. 하아...”
“쿡.. 쌓인게 많았나봐? 피맛이 떫어.”
소녀은 정말로 기분 좋은 미소로 민혁의 말에 대꾸했다.
“공부하는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데요.. 게다가 난 반장이라서 애들도 관리해야하고..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에요. 아마 선배가 없었으면 난 스트레스 때문에 죽어버렸을지도 모르는걸요?”
“어째 그 말 들으니까 내가 스트레스해소겸 피로회복제라도 되는 것 같다?”
“어머? 아냐. 설마요.내 가 얼마나 선배를 좋아하는데.. 이건 뭐랄까. 서비스에요 서비스..”
소녀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는지 티슈를 꺼내 자신의 몸과 아랫도리를 엉망으로 만든 끈쩍끈적한 것들을 닦아내고 옷무새를 정리했다. 민혁이 신경써서 이를 박았기 때문에 반창고를 분인 상처자국은 교복 옷깃에 가려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는다.
“서비스? 누가 누구한테?”
“당연히 내가 선배한테.. 원래 이런 야한 짓은 남자를 위한거 잖아요?”
“하??”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는 소녀의 뻔뻔한 말에 민혁은 기가 막혀 옴을 느꼈다. 몸에 향수까지 뿌리며 정리를 마무리한 소녀은 민혁에게 혀를 쏙 내밀며 일어났다.
“그럼 저 먼저갈게요. 수업시간 늦지 않게 들어가. 혹시 딴 여자애 건드렸다간 언니한테 다 이를줄 알아요!”
민혁을 향해 귀엽기만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협박하고 나가는 소녀의 모습에 민혁은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아랫도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스스로의 욕정을 해결하지 못한 그의 남성이 껄떡거리며 그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서비스라면서... 이건 어떻게 하라고.. 참나... 누가 누구한테 서비스한거야.. 젠장..”
============================
민혁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아버지는 항공사의 파일럿이고, 어머니는 제법 유명한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집이 부유하다는 것만 빼면 민혁은 별로 공부를 잘하지도, 특별히 특출나지도 않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분명히 1년 전까지는 그랬다. 1년전 그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응?”
집으로 돌아가던 민혁은 바닥에 떨어진 한권의 책을 발견했다. 검붉은 색의 가죽으로 덮여있는 그 책은 무척 오래된 듯 아주 낡아보였다. 민혁은 웬지모를 충동에 그 책을 집어 들었다.
“어둠의 서?”
생전 처음보는 문자였다. 영어도, 한자도, 일본어도, 언젠가 그냥 모양만 본적있는 라틴어가 이런 모습일까? 아무튼 민혁은 한번도 배워보지 않은 글자였지만, 웬지 민혁은 그것을 보는 순간 책의 제목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민혁은 마법에 홀린 듯 그 책을 들고 집으로 와버렸다.
“이제 왔냐?”
집에 들어가는 순간 그를 반기는(?) 목소리에 민혁의 얼굴은 굳어버렸다.
“누나가 웬일로 집에 있어?”
21세인 민혁의 누나 민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178cm의 늘씬한 키에 긴팔다리를 가졌고, 슬림한 체형과는 달리 제법 볼록한 빵빵한 가슴까지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어머니의 유전자를 이어받고, 그 재능까지 물려받았는지 어렷을적부터 그림에 상당한 재능을 보여, 지금은 제법 상위권에 있는 미대에 다니고 있는 나름대로 엘리트였다.
하지만 그녀의 본 모습을 민혁은 안다. 지금도 보라. 분명 민혁은 18세의 한참 피끓어오르는 청소년이다. 그런데 그녀는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핫팬츠에, 그것도 앞단추는 풀어놓아 팬티가 보인다, 티는 걸치지도 않아 검은색의 브레지어만 착용하고 있었다. 보통 찾아보기 힘든 이정도의 미녀가 이런 차림이면 당연히 피가 끓을 나이였다. 하지만 이 사람은 절대 그런 느낌이 드는 상대가 아니다.
“그거 어떻게 좀 안돼?”
“남이사? 왜? 흥분돼?”
“누나 보고 흥분하면 그게 사람이야?”
민혁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13살까지도 누나와 목욕까지 같이 했던 사이다. 친혈육인 그녀를 보고 흥분하는 일은 지구가 거꾸로 돌아도 아마 없을것이다. 그때 민지의 눈이 가늘어 졌다.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왜, 왜그래? 헉!! 무, 무슨짓이야!!!”
민혁은 자신을 덮치는 민지를 보며 당황했다. 그녀는 핫팬츠에 브레지어만 걸친 그 모습으로 민혁을 끌어안더니 교복바지 위를 마구 주무르는 것이 아닌가.
“으아악!! 제발 좀!!!!”
“호호홋. 그만해 얘. 장난이 심하잖아.”
민혁이 그녀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소리치는 사이 민혁은 자신을 절망으로 빠뜨리는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헉. 혜, 혜진누나...”
도데체 왜 보지 못한 것일까. 거실 소파에는 그야말로 청순가련의 표본이랄 수 있는 미녀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연푸른파스텔톤의 원피스에 검은 긴생머리를 늘어뜨린 그녀는 민지의 절친이자 민혁의 과외선생님인 김혜진이었다. 더불어, 민혁이 짝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흐흐흐. 니가 몰라서 그래. 얘가 이래도 물건은 굉장하다구. 어디 한번 볼래?”
“아악!! 누나 제발 그만좀 해!!”
“짜식 까칠하기는... 그거 만지고 본다고 닳냐? 닳아? 아니면 너도 내 가슴 만지고 보고 하면 될꺼 아냐?”
“으그극!!”
민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랬다. 민혁의 누나 민지는 이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남들, 특히 남자들 앞에서는 절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모습을 아는 사람은 민혁과 혜진뿐이었다. 설사 부모님까지도 민지의 이런 모습은 알지 못한다. 민혁은 그들에게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후우.. 그만해. 나 혜진누나랑 공부해야 된다고.”
“그러냐? 어때 혜진아?”
“응? 음.. 솔직히 더 보고 싶지만.. 에헤헤...”
민혁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장난스런 미소를 보이는 혜진에게 애원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민혁이 저렇게 곤란해 하니까. 그만 공부하러 들어가볼까?”
“쳇. 어쩔 수 없지. 이잇!”
“헉!! 누나!!!”
“히히히히힛! 커졌다! 커졌잖아!! 히히히힛.”
민지는 마지막까지 민혁의 아랫도리를 움켜 잡아 버리고는 자신의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가버렸다.
“후우...”
“호호호. 민지는 니가 좋아서 그러는거야.”
한숨을 내쉬는 민혁에게 혜진은 미소지으며 다가왔다. 민혁은 그녀의 미소에 또한번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자신도 안다. 민지가 마음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라는 것. 아버지와 어머니는 워낙 엄격하시기 때문에 그분들의 딸이 집에서 핫팬츠를 입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집안에 벼락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작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혜진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까?
“응? 그 책은 머야?”
“어? 아, 이거? 도서관에서 빌렸어.”
“헤에... 니가 책을? 무슨 책인데? 보자.”
민혁이 책을 들고 있자 혜진은 눈을 빛내며 그 책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도데체 무슨 책이야? 너 이거 읽을 줄은 알아?”
“훗. 물론이지!”
민혁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혜진은 미심쩍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보고 있었다. 당연하다. 그녀는 서울대 약대를 다고 있는 수재중의 수재엿다. 그런 그녀가 알아보지 못하는 문자를, 그녀가 뻔히 그 수준을 알고 있는 민혁이 알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혜진은 그렇게 생각했는지 더 이상 책에 관한 것은 묻지 않고 공부를 시작했다.
민혁의 생활은 다른 고등학생들과 별다를 바없었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7시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집에 돌아와서는 9시까지 혜진과 과외수업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토일요일에는 학원과 과외모두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 게다가 혜진을 좋아하는 민혁은 그녀와의 과외수업을 굉장히 좋아했다. 사실, 토일요일에도 혜진과의 과외라면 허락할 것이다.
과외수업이 끝나고 언제나 민혁은 혜진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그녀의 집은 민혁이 사는 아파트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였다.
“근데 생각보다 너랑 같이 가는게 좋은 것 같아.”
“뭐가?”
민혁은 순간 혜진의 말에 두근거렸다.
“솔직히 난 밤에 혼자다니는게 무섭거든.”
“에? 누나가?”
“왜 그래? 난 무서워하면 안돼?”
“아니. 누나가 나보다 힘세잖아.”
“뭐?”
혜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내 휘어지며 주먹을 앞으로 내뻗어보였다.
“그렇네? 내가 너보다 더 세니까. 귀신이라도 나타나면 내가 이렇게 때려서 널 지켜줘야 되겠지?”
“당연하지.”
“칫.”
혜진은 민혁에게 가볍게 눈을 흘기고는 그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민혁은 아프다고 했지만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모른척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무리 누나친구라지만 나한테도 반말로 말하고... 너 그래도 되는거야?”
“음... 생각해보니 그러네. 이제부터라도 존댓말로 말할까요? 누나님?”
“.... 댔어. 징그러워.”
혜진과의 대화는 대부분 시답지 않은 말들이었지만 민혁은 단순한 대화들도 좋았다. 가벼운 말을 주고 받다 보니 어느새 그녀가 사는 아파트에 다와있었다.
“이제 됐어. 어서 돌아가. 춥겠다.”
혜진은 오면서 민혁이 벗어준 점퍼를 돌려주며 말했다. 아직 3월말이었기 때문에 지금시간은 상당히 쌀쌀한 편이었다.
“먼저 들어가. 누나 들어가는거 보고 들어갈게.”
“알았어. 조심해서 돌아가.”
“응.”
민혁에게 점퍼를 돌려준 혜진은 천천히 아파트로 걸어갔다. 민혁은 자꾸만 뭔가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에 그녀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해도될까?’라는 망설임이 있었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다.
“누, 누나.”
“응? 아!”
쪽.
후다다다닥!!
민혁의 부름에 혜진이 돌아본 순간 민혁은 이미 그녀의 뒤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민혁의 입술이 닿은 것은 정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깜짝 놀란 그녀가 정신을 차릴때 민혁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칫...”
혜진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민혁의 흘겨 보는 혜진의 입술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후후훗. 후후후후훗.”
민혁은 있는 힘껏 집으로 달려갔다.
“아야아아아!!!”
드디어 해냈다. 너무 두렵기도 했지만, 그리고 강제적(?)이긴 했지만 그녀와 입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흐흐흐흐.”
민혁은 바보같이 웃었다. 굉장했다. 그 부드럽운 느낌. 놀랄만큼 미끄러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그녀의 입술을 부드러웠다. 하지만 한참 달리다 집에 다와서야 민혁은 갑자기 덜컥 겁이났다. 어찌되었든 그는 그녀에게 ‘추행’을 한 것이 아닌가? 기분 나빴을까? 순간 깜짝 놀란 그녀의 표정이 기억났다.
“헉!!”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그건 모른다. 아예 짐작도 안된다. 자신은 그냥 친구의 동생이고, 과외를 하는 학생일 뿐이다. 좋아하긴 좋아하겠지만, 그것은 친구 동생으로서이고, 과외하는 학생일 뿐인 것이다.
“으으, 어쩌지.”
민혁은 머리를 싸매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조용했다. 민혁은 반쯤 열려있는 민지의 방을 보았다. 민지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 이불도 덮지 않고 자고 있었다.
“하여튼, 집에 부모님이 있어야 된다니까.”
민혁은 투덜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주워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해외출장이라 앞으로도 약 일주일간은 집에 오지 않는다. 집에 부모님만 없으면 민지는 뭔가 모자란 듯 이런 모습이 되지만, 부모님만 오면 조신하고 얌전한 누나가 된다. 사실 민지와 민혁은 아버지가 달랐다. 민혁의 어머니는 민지의 아버지였던 사람과 이혼하고 2년만에 지금의 아버지와 결혼했고, 민혁이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민지에게 특히 엄했다. 어머니도 엄하긴 하지만 아버지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일까? 민지는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민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컴퓨터를 켜려던 그는 문득 집으로 돌아오면서 주운 책이 눈에 띄었다.
“..........”
민혁은 책을 들고 펼쳤다.
- 어둠의 서.
1. 이 책은 어둠의 서이다.
2. 이 책과 계약을 하면 이 책의 주인이 되며, 이 책에 담긴 어둠의 힘을 얻을 수 있다.
3. 이 책은 선택된 자 외에 볼 수 없다.
4. 계약을 맺어 주인이 결정 되면, 이 책은 사라진다.
5. 계약의 방법은 간단하다. 그대의 피 한방울을 이 책에 떨어뜨려라.
“뭐지?”
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약이라니? 어둠의 힘? 웬지 사이비적인 기분을 풍기는 기분나쁜 느낌이었다. 민혁은 다음장을 넘겼다. 빼곡히 무언가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알 수 없는 문자들로 가득했다. 조금전 읽을 수 있었던 문자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민혁은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이 책에 피를 떨어뜨리면 정말로 계약이 될까?
세상에 악마는 없다. 어둠의 힘이라니? 웃기는 소리다. 하지만 정말로 계약이라는게 된다면?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인적인 힘이라면?
민혁은 웬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밑져야 본전이다. 피한방울이야 아깝지도 않다. 피한방울 떨어뜨려서 뭔가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어둠의 힘이라면 악마일까? 악마라도 괜찮지 않을까? 이 세상에 그런 힘을 가진 이는 나밖에 없을텐데...
민혁은 책상위에 있던 칼을 들고 자신의 검지손을 살짝 그었다. 금새 손꽅에 핏방울이 맺혔다.
이제 피를 떨어뜨리면 이 책과 계약이 되는걸까? 수재인 혜진도 처음보는 문자를, 자기 자신도 처음보는 문자를 민혁은 읽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마법처럼. 정말 계약이 될까? 어둠과, 악마와 계약이 될까?
민혁의 피가 떨어졌다. 그리고 한방울의 피는 누런 종이위에 퍼져 스르르 스며 들었다. 텅 비어있던 공간에 빨간색의 피로 쓴듯한 새로운 글씨가 떠올랐다.
[ 이로서 계약은 성립되었다. ]
“헉!”
민혁은 벌떡 일어섰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자신은 손대어서는 안되는 악마의 책에 손을 댄 것이 아닐까? 갑자기 방안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휘이잉..
촤라라라락!!!
“크윽!”
그것은 순식간에 회오리 바람이 되어 방안을 휘감고 책상위에 있던 어둠의 서를 재빠르게 넘겨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촤라라락거리며 넘어간 어둠의 서는 끝내 책장이 모두 넘어갔다. 그리고 회오리 바람을 따라 스르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뭐, 뭐지?”
회오리 바람은 마치 거짓말이었던 듯 사라졌다. 민혁은 급히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며 확인했지만 자신의 외모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민혁은 식은땀을 흘렸다. 갑자기 목이 말라왔다.
“후우. 잊자. 잊어야지.”
민혁은 그것을 잊기로 했다. 웬지 꺼림칙했다. 어둠의 서라니. 그 제목부터가 불길했다. 민혁은 정수기의 내수를 컵에 받아 한컵을 다 마셨다.
“꿀꺽..꿀꺽.. 음...”
하지만 왜일까?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순간 민혁의 머릿속에 자신이 먹어야 하는 것이 떠올랐다.
[ 피 ]
피를 먹어야 이 갈증은 해소된다. 민혁은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책이다. 어둠의 서. 그 불길한 책 때문에 자신은 피를 원하는 것이다.
“제, 제길...”
흡혈귀라도 된 것일까? 그렇게 생가한 순간 또다른 사실이 떠올랐다.
[ 흡혈을 결심하는 순간 송곳니가 자린다. 송곳니는 아주 날카로우며, 특별한 액이 묻어 있어 인체를 마비 및 흥분하게 한다. ]
[ 흡혈을 당하는 대상자는 강렬한 성적 쾌감을 얻을 수 있다. ]
“헉..헉...”
민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엄청난 갈증이 밀려온다. 몸을 가누지 못 할만큼, 지독한 감기에 걸린 듯 온몸이 뜨겁고 무겁다. 민혁은 저도 모르게 한발한발 움직이고 있었다.
“아, 안돼. 안돼..”
민혁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다. 그의 후각은 엄청나게 민감해졌다. 가장 가까운 여인의 향기를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잘 여문, 달콤한 피를 가진 여인의 혈향이 그의 머리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민혁은 누나 민지의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민지는 어느새 또 이불을 걷어차고는 매끈한 몸을 그대로 드러내며 잠들어 있었다.
두근! 두근!
민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절대 이런 일은 없어야 했다. 비록 아버지는 다르지만 그녀와 자신은 피가 섞인 남매다.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감각이 그의 피를 끓어 오르고 있었다.
“헉, 헉!! 누..누나. 누나...”
민혁은 민지를 불렀다. 불러야했다. 불러서 도망가라고 해야했다. 하지만 소용없다는 사실은 자신이 더 잘알고 있었다. 민지는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 한번 잠들면 최소 8시간 이상 그렇게 지주가 멸망하는 것도 모르고자는 것이 민지다.
“크윽!!!”
민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로 이빨이 느껴진다. 자신의 송곳니를 입술로 느낄 수 있었다. 민지의 달콤한 혈향이 그를 유혹했다.
[어차피 그녀는 깨어나지 않는다. 잠들어 있는 먹이는 자신이 흡혈당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
그것은 책에 있는 내용일까 아니면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를 유혹하는 소리일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다. 민지는 절대 모를 것이다. 민혁이 송곳니를 그녀의 목에 박아도 그녀는 절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아.. 안되는데.. 안되는데..”
민혁의 얼굴이 점점 민지에게 다가갔다. 그녀에게 다가갈 수 록 그녀의 목덜미에서 아찔할 만큼 황홀한 혈향이 느껴졌다.
“미, 미안해. 누나.”
민혁은 어느새 미소짓고 있었다. 피다. 그의 갈증을, 그의 욕망을 해소해주고, 황홀한 흡혈쾌감을 선사해줄 피다. 그 근사한 행위를 바로 지금... 민혁은 민지의 목에 송곳니를 박아넣었다.
“읏?!”
순간 민지의 몸이 움찔 떨렸리고,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다음순간...
“음? 음.. 아음.. 음? 아...?”
의미모를 그녀의 신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딱딱하게 굳었던 그녀의 몸이 느슨해지고, 그녀의 피부와 그녀의 숨결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음.. 아...! 아...! 싫어.. 음!! 아!! 안돼.. 아!!!”
민지의 눈썹이 모아지고 가쁜 숨을 헐떡였다. 두 손이 시트를 붙잡고, 두 다리가 버둥거리며 아찔한 감각에 발버둥쳤다. 그리고 그녀의 목이 꺽이며 엉덩이를 높게 치켜들었다.
“윽! 아.. 윽윽!! 아으윽!!!”
입술을 깨물며 그녀는 절정의 신음을 삼켰다. 하지만 그녀의 몸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
“후우...”
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업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니 굳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훤히 알 수 있었다. ‘어둠의 서’의 힘이었다. 민혁의 심각한 고민은 바로 그것이었다.
“젝일.. 이걸 어찌해야 되나...”
민혁이 ‘어둠의 서’와 계약하여 얻게 된 힘. 그것은 쉽게 말해 Vampire라 불리는 흡혈귀와 비슷했다. 아니 흡혈귀라고 봐야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다는 것 자체가 이미 흡혈귀다.
그것만으로도 끔직한데 흡혈행위를 하며 대상의 에너지를 빨아먹는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는 에너지가 아니라 기운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여자가 느끼는 쾌락을 의미한다. 흡혈행위를 통해 여성의 쾌락을 빨아먹어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흥분도가 높아 절정에 이를 경우 당연히 가장 많은 쾌락을 빨아 먹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송곳니에는 대상을 순간적으로 마비시키는 독외에, 치명적인 최음성분까지 포함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고 흡혈을 당한다고 해서 여성의 쾌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흡혈행위 자체가 어둠의 힘으로 인한 쾌락을 부여하고, 송곳니에는 강렬한 최음성분의 독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의 흥분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 외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지금 민혁의 능력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후우...”
“야. 웬 한숨이냐?”
누군가 민혁의 등을 툭치며 말했다. 민혁이 돌아보니 그와 절친한 현수였다.
“아냐. 머리가 좀 복잡하다.”
“왜?”
“.....너 만약에 말이다..”
“응?”
민혁은 한참동안이나 현수를 보았다. 이 녀석을 믿어도 될까? 믿어도 될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때부터 그의 친구였다.
“너 만약에.. 니가 흡혈귀가 되면 어쩔거냐?”
“에?”
“니가 흡혈귀가 되서 사람 피를.. 아니 여자 피를 빨아먹고 살아야 된다면 어쩔거야?”
“흡혈귀? 왜?”
“그냥. 대답해봐.”
“뭐... 흡혈귀라...”
현수는 가만히 생각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을 음흉해지고 있었다.
“최고지!! 밤만되면 박쥐로 변해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멋진 여자만 보면 슥.. 흐흐흐..”
“...........”
민혁은 잠시 잊고 있었다. 현수, 이녀석은 야설작가다. 얼마전 그가 쓰고 있다고 한 내용이 바로 뱀파이어를 주제로 한것이었다.
“뱀파이어는 정말 남자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직업이라구!!”
“야야. 아아 젠장...”
갑자기 주위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현수의 목소리에 여학생들의 ‘저질!’이라는 싸늘한 눈초리가 민혁과 현수를 향하고 있었다.
“하아...”
민혁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민혁의 눈에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저건...’
화단사이에서 3명의 여학생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웃고 있는 여학생. 제법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눈에 확띄였다. 3학년의 아이스 이지윤. 3명의 여학생들과 화단사이의 꽃 사이에서도 더욱 예쁜 외모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역시 크다...’
멀리서 봐도 그녀의 볼록한 가슴굴곡이 확실했다. 그녀의 가슴이 크다는 것을 모르는 한양고등학교 학생은 없을 것이다. 소문에는 G컵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상당히 신빙성있는 루머다. 누군가 확인을 해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저만한 싸이즈는 성인 여성들 중에서도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고, 일본 AV에서나 볼 수 있을까?
‘저 가슴에 폭 파묻혀봤으면....’
민혁은 저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아마도 무척 기분 좋을 것이다. 저 가슴에 파묻혀 질식해도 좋을만큼.... 웬지 해서는 안될 상상을 하고 말았다. 저 가슴에서 송곳니를...
‘꿀꺽.. 안돼.. 안돼...’
하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녀의 별명이 ‘아이스’인 이유는 그녀가 중증의 남자기피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학생들에게는 관대한 그녀이지만, 그녀는 유독 남자를 싫어했다. 어떤 남자라도, 심지어 남자교사의 말도 듣지 않는 그녀다. 학부모 측에서의 요청도 있어서 그녀는 수업시간에 남자교사를 피해 다른 교실의 여자교사 수업을 받는 것이 허락되어있을 정도였다.
피를 빠는 상상을 했더니 목이 말라진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느낌일 뿐이다. 뱀파이어의 능력은 햇빛 아래에 있을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이 뱀파이어의 능력을 쓸 수 잇는 것이다.
띵!~
간결하고 맑은 종소리. 마치 전자레인지 시간이 끝났을때의 알림음 같은 저 간결한 종소리가 한양고교의 알림종이었다.
“이번시간 뭐였지?”
“윤미.”
“헐....”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교실 앞문이 열렸다. 새하얀 얼굴에 안경을 낀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이 엄격한 얼굴로 걸어들어오자 학생들은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이름은 장윤미. 아이들은 그녀를 ‘윤미’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이름보다도 더 깊은 뜻이 있었다.
<윤리에 미친년.>
그렇다. 윤리교사. 원리, 원칙, 도덕, 윤리에 미친 여자. 수업시간의 시작과 함께 들어오는 철혈여인. ‘윤미’의 수업시간이다.
‘하아....’
엎친데 덮친격이란 말이 이래서 사용된다는 말을 민혁은 실감했다.
========================
“헉.. 헉헉!!”
“학! 음... 아음...!!”
두 남녀는 침대위에서 서로 얽켜 뜨거운 정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남성은 침대에 편히 누워 있었지만 그 위에서 격렬히 허리를 움직이는 여인의 기교에 화홀한 숨결을 헐떡였다.
“헉헉.. 씨발.. 오늘 왜이래? 헉.. 졸라... 헉헉!!”
“모, 몰라. 아흐.. 나 아아!! 학! 학!!”
“아! 싸, 싼다!!”
“아! 안돼! 참아!!”
남성의 위에서 정신없이 허리를 놀리던 여인, 민지가 다급히 말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잡으며 허리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남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헉! 헉헉헉....”
“으읏...”
민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굉장한데? 오늘 무슨 날이야? 조이는 것도 그렇고... 완전 뜨거워서 녹아버리는 줄 알았다니까?”
남자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며 민지의 봉긋한 가슴을 만지작 거렸다. 민지는 자신의 목덜이를 혀로 핥는 남자를 밀어 버렸다.
“저리가.”
“후후. 왜그래? 조금 전까지 그렇게 불태웠으면서... 솔직히 그렇게 달리는데 참을 수 있는 남자는 없다구... 응?”
“나 갈래.”
민지는 일어나 속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민지의 손을 잡아 당겼다.
“알았어. 알았어. 이번엔 참아 볼게.”
“이거 놔!”
“아, 정말 왜이래? 니가 먼저 오자고 했잖아. 응? 한번 더 하자.”
어지간히도 좋았는지 남자의 끈적한 미소에 민지는 소름이 끼쳐왔다. 민지는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셧지만 끈덕지게 달라붙는 남자를 떨쳐낼 힘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윽!!”
“아우.. 씨발.. 이것봐. 아직도 뜨겁잖아.. 큭큭...”
남자는 성급히 민지의 안으로 들어왔다. 민지는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상했다. 뭔가 이상했다. 아마도 어젯밤 꿈의 영향일 것이다. 민지는 지금껏 그토록 황홀한 경험을 해본적이 없었다. 분명히 꿈이었다. 아니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황홀하고 아찔한 쾌감이었다. 포근한 구름위를 나르는 듯, 끝없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 아찔한 쾌감에 그녀는 몇 번이고 절정에 달했다. 그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는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꿈에서의 그 황홀을 잊지 못하고 남자친구였던 그에게 모텔에 가자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역시 꿈이었던 것일까? 확실히 평소보다는 뜨거웠다. 짜릿짜릿한 느낌도 평소보다 좋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꿈에서처럼 황홀한 절정을 그녀는 느낄 수 없었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이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도 상당히 괜찮았다. 덕분에 여자경험도 수없던 자다. 섹스도 웬만큼 할 줄 안다. 평소에도 몇 번 정도 그녀를 절정에 달하게 한적도 있지만 민지는 꿈속에서의 그 쾌감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되었다.
“헉.. 헉헉.. 아우 씨발.. 굉장해.. 녹네 녹아.. 오오...”
자신의 속을 들낙거리며 혼자 시시덕거리는 그를 보며 민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날리기 시작했다.
- 다음 역은 XXXXXX...
"휴우...“
영애는 복잡한 퇴근길 지하철 속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따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오늘도 직장상사에게 몇 번이나 꾸중을 들었고, 그 돼지같은 과장은 자신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생각같아선 그따위 직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통장에는 잔고가 얼마 남아있지 않다. 지금은 또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꾸역구역 밀려들어오는 사람들로 원치 않아도 몸에 손이 닿기도 하고, 숨쉬기 갑갑할 정도로 몸과 몸이 밀린다. 아니, 가끔 일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 영애는 일그러진 얼굴로 유리창을 보았다.
앞으로 5정거장은 영애가 있는 이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문득 영애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뒤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흐릿한 어굴이지만, 약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띈얼굴이다. 저 나이때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쯤되면 저 또래 애들은 진짜 애로 보인다.
‘근데.. 잘 생겼네.. 키도 크고...’
바로 뒤에 붙어 있는 그는 뭔가 곤혹스러운 듯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에게 몸이 밀착되어 그럴 것이다. 어지간히도 부끄러운지 옆의 기둥을 손으로 잡고 자신과 간격을 벌이려 애쓰고 있었다. 게다가 자세히 들어보면 꽤 거친 호흡도 들렸다. 무슨 엉큼한 상상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영애는 코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저런 귀여운 애라면.. 한번쯤 눈감아 줄 수 도 있다. 게다가 뒤쪽의 압력도 상당할 텐데 자신과 거리를 두려는 것이 제법 기특했다.
“헉.. 헉.. 안돼, 안돼... 크윽!”
‘어머? 얘 좀 봐?’
영애의 얼굴이 급속히 붉어졌다. 지하철이 덜커덩거리자 사람들의 압력에 밀린 소년이 영애의 뒤에 바짝 밀려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엉덩이에 닿는 딱딱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와닿는 뜨거운 숨결도 느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조금전엔 눈감아 줄수도 있다 생각해 놓고 막상 닥치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헉.. 헉... 안돼.. 안돼...”
뭐가 안된다는 걸까? 소년은 자꾸만 안된다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영애는 그 야릇한 간지러움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뭐가 안된다는 걸까? 엉덩이에 닿는 그것과 귓가를 간질이는 뜨거운 숨결 때문에 야릇한 느낌이었다.
“더.. 더는...”
“에? 앗!”
문득 유리창에 비친 소년이 입을 벌리다고 생각한 순간 영애는 온몸에 흐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년이 그녀의 어깨를 물었다. 기이할 정도로 솟아난 송곳니는 그녀의 정장을 뚫고 그녀의 보드라운 살을 파고 들었다. 약간의 따끔함과 함께 그녀는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그녀의 목에서 무언가 빨려들어가는 오싹한 느낌과 함께 생전 처음 느끼는 짜릿한 전율이 혈관을 타고 그녀의 온몸에 퍼졌다.
“앗!.. 흡!! 읍..!!”
"뭐, 뭐야? 뭐야 이건!!!"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급히 손으로 입술을 틀어 막으며 신음을 삼켰다. 심장박동이 급격히 빨라지고 피가 끓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찔한 현기증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무릎이 풀려 덜덜 떨렸다. 소년의 송곳니가 빠져나갔다.
“헉.. 헉헉.. 미, 미안해요. 하지만.. 헉헉.. 나도.. 어쩔 수 가..”
소년이 귓가에 속삭이며 뒤에서 그녀를 안아왔다. 소년의 손이 그녀의 정장을 풀어버리더니, 블라우스 단추도 몇 개 풀어버리고 블라우스 위로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옷깃을 조금 밀어 그녀의 목덜미가 훤히 드러났다. 하지만 영애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안된다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소년의 얼굴이 목에 다가온다. 영애는 몸이 덜덜 떨렸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그녀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찾아올 황홀을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소년의 송곳니는 부드럽게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
“흡!!”
"아, 안돼! 아아... 싫어..."
또다시 목덜미에 따끔한과 함께 온몸이 마비되는 찌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목덜미에서 피가 빨려나가는 소름끼치는 감각과 함께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이 그녀를 범했다.
“흐읍!!!”
영애는 입술을 깨물며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이건 말도 안된다. 지금껏 제법 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본 그녀였지만, 이렇게 황홀하고 짜릿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마치 피가 들끓는 듯 전신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듯, 잠깐 동안의 흡혈만으로도 그녀는 가벼운 절정까지 느껴버린다. 너무도 아늑하고 오싹한 황홀에 정신을 잃을 것 같다. 소년의 송곳니가 또다시 빠져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피를 빤 구멍을 혀로 핥았다.
“허억.. 허억.. 달콤해.. 할짝할짝..”
“흐읍.. 흐읍...”
영애는 눈이 풀려버렸다. 촉촉한 습기를 머금고 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소년의 한 손이 그녀의 스커트를 끌어올려 팬티속으로 들어오는데도 그녀는 그것에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소년은 마치 독사처럼 그녀에게 독을 퍼뜨렸다. 그것은 여성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인 독이다. 온몸을 짜릿짜릿한 쾌락에 빠뜨려버리는 황홀한 독이었다. 그녀의 깊은 굴 속으로 소년은 너무도 간단히 침입했다. 서툰 손짓이 그녀의 속을 거칠게 휘저었지만 그의 독에 중독되어 버린 그녀는 너무도 민감해져 있었다. 소년의 거친 손짓에 아랫도리가 싸해지는 쾌감에 그녀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또다시 유리창으로 독사가 입을 벌리는 것을 보며 그녀는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아,, 안돼... 흡!!"
황급히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독니는 그녀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버렸다. 찌릿찌릿한 독이 그녀의 온몸을 범하고 그녀의 뇌를 뒤흔들었다. 목에서 피가 빨려들어가는 그 아찔한 쾌감에 그녀는 눈을 뒤집으며 절정에 달해버렸다.
"하아읍!!!!!!!"
입을 벌리며 비명을 지르려는 그녀를 소년은 가슴을 주무르던 손으로 황급히 막았다. 영애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 자신의 속을 마음대로 헤집는 소년의 손을 조여오고, 덜덜 떨리는 그녀의 몸이 힘없이 쓰러질뻔한 것을 소년은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받쳤다.
"하아.. 최고야.. 아직 괜찮죠? 더 황홀해질거에요.. 더 달콤해 질거야.. 당신의 피는 최고야.."
이미 그녀는 한계였다. 그녀는 울고 싶었다. 괴롭다. 절정이, 쾌감이 이토록 괴로운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처음알았다.
-문이 열립니다.
안내방송과 함께 문이 열리자 민혁은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뒤에 있는 좌석에 이름모를 여인이 의자에 앉아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그것엔 신경쓰지 않는다. 퇴금길 피로에 지친 사람이 잠드는 것은 흔한 일이니까. 민혁은 기분이 너무도 상쾌했지만 그의 얼굴을 그렇지 않았다. 민혁은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무언가 번들거리는 액으로 오른손은 흠뻑 젖어 있었다.
“하아... 젝일.. 이젠 지하철 치한인가..”
어젠 누나의 피를 빨았고, 오늘은 지하철 속에서 어느 여인의 피를 빨고 말았다. 그것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흡혈욕구는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순간 갑자기 폭발적으로 오를때가 있다. 그것을 흡혈충동이라 부르는데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흡혈행위를 하는 것. 흡혈충동이 찾아오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정신이 흐릿해져 이성이 흐려진다. 아무리 독한 마음으로 참으려해도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흡혈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위험하다. 오늘은 사람이 많은 지하철이라 다른사람의 의심을 받지 않았다. 그 여인과 자신은 서로 끌어안은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연인으로 비췄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흡혈충동으로 인해 자칫 자신이 흡혈귀라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그것으로 자신은 끝이다. 조금전 여인이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자신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지하철 치한정도. 흡혈의 증거인 송곳니 구멍은 10분안에 회복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단지 키스자국처럼 붉게 멍들어 있다.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지식이니 틀림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가 흡혈귀라는 것이 탄로나게 될 경우 자신이 어찌될 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어느 연구소에 실험체로 잡혀들어가지 않을까?
“하아...”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딱히 대책도 없다. 생각같아선 헌혈팩을 가지고 다니고 싶지만, 흡혈행위로 빨아들이는 것은 피가 목적이 아니다. 여인이 느끼는 쾌락, 그 감각을 빨아들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흡혈팩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대책이라면 자신에게 피를 제공해줄 여자를 찾는 것 뿐이다. 과연 자신이 흡혈귀라고 해서 피를 줄 여자가 있기나 할까? 피를 빨고 있는 동안에야 활홀한 쾌감에 정신없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면 자신을 괴물취급할 것이다.
“민혁아!”
민혁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민지가 자신을 보며 반가운 얼굴로 황급히 다가왔다.
“뭐야. 또 이 녀석이야?”
그녀의 뒤에서 한 남자가 짜증스런 얼굴로 민지의 손을 낚아챘다.
“너 설마 진짜 집에 갈 생각이야?”
“간다니까 자꾸 왜이래.”
민혁은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민지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또 이거다. 하지만 민혁은 일그러 뜨린 얼굴 그대로 다가갔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손부터 좀 놓으시죠?”
“이건 또 뭐야?”
민혁은 민지를 데려 가려는 남자의 앞에 서며 민지를 가렸다. 남자가 민지의 손을 놓고 민혁을 노려보았다.
“하아.. 너 취했어. 그만 들어가. 나갈게.”
“야. 박민지! 아나. 씨발... 야 박민지. 뭐야? 너 애들한테 들어보니까 항상 니 동생 불러서 이런다며? 얘 진짜 니 동생 맞아? 아니면 니 동생이랑도 잤냐? 니 동생은 너 잘 만족 시켜 줘? 앙?”
“너, 너 무슨 말을!”
민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민혁의 눈에서 불똥이 튄것도 그때였다.
“이 씨발 새끼가!!”
퍼억!!
“꺄악! 미민혁아!!”
민혁의 주먹이 남자의 턱을 갈기자 남자는 얼굴이 돌아가며 바닥에 픽 쓰러져버렸다. 민지는 당황했다. 서둘러 민혁을 말리고는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채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너, 너 이 새끼..”
민혁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남자의 안색을 살피는 민지를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민지와 남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으음!! 음!!”
팍팍..
민지는 몸부림치며 민혁의 가슴을 때렸지만 민혁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내 민지의 반항도 점점 줄어들었다. 남자는 어이없는 눈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이내 민혁이 민지의 입술에서 입을 떼자 두사람의 사이에 끈적한 실이 쭈욱 늘어나다 끊어졌다.
“바, 밖에선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저딴것들은 직접 확인시켜 줘야 되건든. 봤냐? 나 누나랑 이런 관계다. 그러니 꺼져.”
“.... 씨발... 기분 좆같네.”
남자는 한동안 민혁과 민지를 노려보더니 욕설을 내뱉으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한동안 남자가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민혁은 남자가 사라지자 민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누나. 제발.. 남자랑 헤어질때 나 좀 부르지마.”
“후후훗. 이게 제일 특효약이라니까? 그보다. 너 꽤 능숙해졌다?”
조금전의 그 가련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민지는 능글맞게 웃으며 민혁의 팔에 매달렸다.
“내 첫키스 빼앗아간 도둑처녀한테 그런소리 듣고 싶진 않네요. 씨발.. 개같은 새끼땜에 순간 욱했네. 누나가 맨날 날 불러서 헤어지니까 그런 말 듣는거 아냐. 게다가 오늘은 혀까지 집어넣어?”
그냥 가볍게 입맞춤만 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민지가 혀를 넣어버리는 통에 제법 그 시간이 길어져 버렸다. 민혁의 짜증스런 얼굴에 민지는 베시시 웃으며 특유의 귀여운(민혁에게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햇다.
“후후훗. 그래도 이거 꽤 맛있다니까? 진짜야?”
“집에나 가.”
민지는 민혁과 팔장을 낀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째서일까? 그녀는 평소대로 남자와 헤어질 것을 결심하고 민혁을 불렀다. 그것은 그녀가 자주 써먹는 수법이었다. 스스로 말하긴 뭐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잘 관리해온 완벽한 S라인의 몸매는 누구나다 감탄의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귀찮게 구는 남자가 많았다. 헤어지고도 그녀를 따라다니는 파리같은 놈들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민지는 민혁의 도움을 받았다. 잘 떨어지지 않으면 민혁과 가벼운 키스한번만 하면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순간 당황했다.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그런데 뭔가 부드러웠다. 부드러운 것 뿐만이 아니었다. 뭔가 따뜻하고 감미로운.. 웬지 첫사랑과 첫키스를 하던 그때의 설레임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민지는 저도 모르게 민혁을 끌어안고 혀를 집어 넣고 말았다. 그러자 더욱 달콤한.. 황홀하고 아늑한 기분이 그녀를 찾아왔다. 마치 꿈속의 그때처럼....
‘마, 말도 안돼.’
민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해선 안된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계속해서 두근거렸다.
“헛. 누, 누나.”
민혁은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혜진을 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잠시 잊고 있던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기분 나쁜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뺨을 때릴지도 모른다. 민혁은 혜진을 바로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혜진의 눈치를 살폈다. 혜진은 싸늘한 눈으로 민혁을 보더니 민지를 보며 활짝 웃었다.
“이제 와? 보아하니 그 사람이랑 헤어졌나보네?”
“헤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많이 기다렸어?”
“아니. 이제 금방 왔어.”
“어서 들어가자.”
지금껏 민혁의 팔장을 끼고 왔던 민지는 민혁과 팔장을 풀고 혜진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들어갔다. 민혁은 고개를 숙인해 혜진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뒤따를 뿐이었다.
보통 민혁의 과외수업은 거실에서 한다. 하지만 오늘은 혜진이 민혁의 방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민혁은 혜진과 단둘이 방안에 있었다.
“................”
“................”
혜진은 가만히 민혁을 보고 있었다. 민혁은 고개를 숙인채였다. 민혁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혜진도 그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화가난 듯 굳은 얼굴로 민혁을 볼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민혁에게는 1년도 더 지난 듯 한 긴 침묵후에야 혜진이 말했다.
“나한테 할말 없니?”
“... 미, 미안해..요.”
혜진은 순간 웃음이 나올뻔 했다. 미안하다니. 게다가 ‘요’자도 붙인다. 하지만 여기서 웃으면 안된다. 혜진은 계속 얼굴을 굳힌채 말했다.
“뭐가 미안한데?”
“...........”
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혜진이 말을 이었다.
“내가 우습게 보였니?”
“아, 아니! 아니.. 에.. 요...”
‘아니’라고 말했다가 다시 존댓말로 고친다.
“그럼 어제 그 행동은 뭐야?”
“........”
“니가 대답을 안하면... 난 니가 날 우습게 봤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 내가 그렇게 가벼운 여자로 보였니?”
겨우 입맞춤 정도로 이러긴 싫지만... 아니 누가 본다면 자신을 더 웃긴 여자로 생각할거다.
“아, 아니..요. 나, 난.. 저..저기.. 좋아서....”
“뭐?”
“누, 누나를 좋아해서 그랬어. ......요.”
고개를 들며 또박또박 말하더니 혜진이 빤히 보자 민혁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요’를 붙였다.
“...............”
“...............”
혜진은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아야 했다. 그것이 민혁을 위한 길이다. 사실 혜진도 민혁을 좋아했다. 올곧고 착하고 잘생긴 민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민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그녀도 민혁을 좋아하기에 민혁과 과외를 시작했다. 먼저 말을 꺼낸것도 그녀다.
“좋아.”
“...응?”
“용서해 줄게.”
순간 민혁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혜진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단.”
“..단?”
다시 민혁의 얼굴이 굳었다.
“이번 시험 평균 90점 이상 올리지 않으면 용서는 없었던 걸로 할거야.”
“아, 알았어! ...요. 90점 그거야. 쉽게 올리지... 요.”
“훗. 존댓말 안써도 돼.”
그제야 혜진은 살짝 미소지어보였다. 그정도가 한계다. 도저히 웃음참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혜진은 얼굴을 붉힌채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만약 진짜 90점 이상 올리면... 상을 줄 수 도 있어.”
“에? 사, 상???”
민혁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민혁은 그 상이 무엇인지 수컷의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90점이야. 못 올리면 국물도 없어.”
“후후후. 진짜지? 평균 90만 넘으면이지?”
“홋. 그래.”
"좋아! 90점.. 90점이란 말이지??"
어쩌면 저렇게 좋아할까? 혜진은 민혁의 저런 순수한 면이 좋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때라는게 있기 마련이다. 민혁은 공부에 집중해야할 때였다. 민혁의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겨우 평균 80점을 웃도는 수준. 반에서 중간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민혁은 머리가 좋은편이다. 특히 이해력이 뛰어나 수학을 잘한다. 그런 민혁이 겨우 80점을 웃도는 이유는 그에게 공부를 해야할 목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혜진은 목표의식, 다시말해 꿈이 필요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이 서울대 약학대학에 들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꿈이었으니까. 사람은 확실한 목표의식, 꿈이 있을때 비로소 진정한 능력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앞으로 민혁의 목표는 혜진 자신이 될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고등학생은 아직 자기 관리에 철저하지 못하다. 연애와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없는 시기다. 혜진은 그것을 자신이 관리해줄 생각이었다. 자신이라면 가능하니까.
==========================================
“후후후. 후후후~ 후후후~”
민혁은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것을 참지 못했다. 아마 오늘이 그의 생애 최고로 기분 좋은 날일 것이다.
“이거.. 누나가 날 좋아한다는 거지? 응? 그렇지? 후후후후.”
기분나빳다거나, 싫었다거나 했을까봐 얼마나 걱정했을까? 비록 혜진이 그에게 추궁(?)을 하긴 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OK였다. 민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시험치고 상으로 허락해준다는데 아마 그건 핑계다. 누나도 그냥 쉽게 OK하고 싶겠지만 그 있지 않은가? 여자의 자존심. 민혁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생각이었다.
“흐흐흐. 90점이라고 그랬지? 90점.. 90점...”
평균 90. 힘들다면 힘든 점수겠지만 민혁은 가능하다 생각했다. 그도 자신이 머리가 꽤 좋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믿고 평소에 공부를 안하다가도 시험전날 벼락치기 잠깐 하면 평균 80은 나왔다. 특히 수학같은 경우 2문제 이상 틀린적이 없다. 앞으로 중간고사까지 약 1달쯤 남았으니 며칠 빡세게 공부하면 그까짓 평균 90이야. 전교 1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흐흐흐흐흐.”
모든 것은 그의 흑심(?)에서 비롯된 허풍이겠지만, 아무래도 좋다. 민혁은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어?”
한 50m 쯤 떨어진 곳일까? 민혁은 누군가 2명이 한명을 덮치며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꽤 으슥한 골목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피해자는 분명히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것도 치마를 입었으니 분명 여학생이다. 민혁은 다급해졌다.
“젝일!!”
민혁은 서둘러 달려갔다. 그들은 여학생을 끌고 더욱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저쪽은 작은 숲이라 사람이 잘 다니지도 않는다. 민혁은 급히 소리쳤다.
“야! 멈춰!!!!”
민혁의 소리에 여학생을 데려가던 사람들이 멈짓거리며 민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여학생을 놓아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헉헉... 휴.. 괜찮아요?”
내심 저들이 도망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민혁은 도망가는 그들을 보며 안도한 후 쓰러져 있는 여학생에게 다가갔다. 여학생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채였다. 정신을 잃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민혁은 눈을 뜨고있는 그녀를 보았다.
“.......”
“지윤선배?”
민혁은 깜작 놀랐다. 어둠속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히 3학년 이지윤였다.
“...갔나요?”
민혁이 놀라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는지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도 고혹적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여인의 목소리랄까? 콧소리가 섞인 듯 깊고 매혹적인 목소리. 고급스럽고 우아한 그녀의 목소리를 민혁은 처음들었다.
“아, 예. 갔어요.”
“.... 그렇군요. 당신은...”
하지만 민혁은 아무리 고혹적이라도, 너무도 건조한 그녀의 음성에 당황했다. 뭘까? 보통 이런때는 겁을 먹거나 불안해 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녀는 너무도 태연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아니 잠을 자다 일어난 듯 뭔가 묘한 분위기다.
“........... 당신도... 날 더럽힐건가요?”
“에??”
한동안 아무말 없는 민혁을 보던 그녀는 똑같이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민혁에게 말하자 도리어 민혁이 놀랐다. 뭐야 이 여자. 더욱 놀라운 것은 조금 몸을 일으키던 그녀는 그대로 다시 누워버리는 것이다.
“할려면 빨리하고 끝내요. 가만히 있을테니까...”
“... 허...”
민혁은 기가막혀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말에 일단 그는 그녀를 집에 대려다 주기로 했다. 그녀는 지금 이상하다. 일단 집에 데려다 줘야했다.
“선배. 일단 집에 가요. 일어나요. 선배.”
“......안 할건가요?”
“무슨 소리에요. 선배. 일단 일어나서 집으로 가요. 집이 어디에요?”
민혁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숙일뿐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 선배. 저 2학년 박민혁입니다. 괜찮아요?”
“................”
늦은 듯한 자기소개를 한 후 역시 늦게나마 그녀의 상태를 물었으나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저기 선배 그럴댄 비명이라도 질러야죠. 설마 그냥 붙잡혀서 따라간건가요?”
민혁은 혹시나 하는 물음을 그녀에게 건냈다. 분명 자신이 보았을때 그녀는 남자 2명이 자신을 강제로 데려가는데도 저항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마치 마네킹을 데려가는 것처럼 그들은 그녀를 너무도 쉽게 데려갈 수 있었다. 고개를 숙인 그녀가 고개를 들며 그를 보았다. 천환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 서늘한 눈을 보며 움찔거렸다.
“.... 비명을 지르면... 벗어날 수 있나요?”
“소리라도 들어야 누군가 도와주죠.”
“............”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5번이에요. 소리를 지른게....”
“에?”
민혁은 깜짝 놀랐다. 설마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인가? 지윤은 계속해서 말했다.
“비명을 질러도 반항을 해도 벗어날 수 없어요. 난 약하니까. 저항해 봤자 아프기만 하죠. 어차피 금방 끝나잖아요. 기껏 3분도 안 걸리니까.”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민혁은 지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그를 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네요. 도움을 받은건... 후후. 우습죠? 이런일.. 이제까지 몇 번이나 당했는데... 처음이에요. 누군가 구해준건. 후후.. 그런데 그게 우리학교 학생이라니요... 이런거... 소문나면 큰일나겠죠?”
그녀는 웃고
추천111 비추천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