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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 12.1

『아아아아아아악!!!! 』


선영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명을 지르고 일어난 선영은 잠시동안 얼이빠진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다가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주위의 모든 것이 눈에 익은 것들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저녁이면 언제나 그녀가 누웠던 침대..
언제나 출근할때 입고나갈 옷을 고르기위해 열어보는 옷장...
선영의 방이었다.



『휴우... 꿈.. 이었구나... 』

 


익숙한 주위의 모습에 선영은 꿈을.. 악몽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껏 딱히 꿈을 꿔본 기억은 없었고 특히나 악몽같은 꿈을 꾸어본 경험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일까? 침대위에 앉아있는 선영의 몸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고 자신의 방임을 확인했음에도 여전히 몸만은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한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는듯 선영은 양손을 교차시키며 양손으로 가슴을 꼭 부여잡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


다시는 생각도하기 싫을만큼 지독한 악몽을 꾸었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닌 꿈이었다는 사실을 선영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었는지 옷도 잠복할때 입고 나갔던 옷 그대로 선영은 침대에 앉아있었다.




『하긴... 』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선영은 피식 웃으며 방금 꾸었던 꿈을 생각했다. 정말 있었던 일인것처럼 생생한 꿈이긴 했어도 귀신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런 형상을 한 사람들이 실제로 있을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런 꿈에 옷이 흠뻑 젖어들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떨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에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끈적끈적해.... 일단 샤워나 좀 해야겠다.. 』



땀을 얼마나 흘렸댔는지 온 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에 선영이 침대에서 일어나 입고있던 얇은 자켓을 벗고있을때 선영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지니? 』

 

 

『노크 좀 해라.. 아무리 여자끼리 산다지만... 』



현지에게 나무라듯 말하며 자켓을 마저벗고 돌아서던 선영이 말을 잇지 못했다. 선영과 현지 단 둘이 살고있는 집이기에 당연히 현지라 생각하고 돌아보던 선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현지가 아닌 나이가 지긋이 들어보이는 노인 한 명과 건장한 남자 몇 명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영이 깜짝 놀라며 품안에서 권총을 찿았지만 선영의 품안에는 권총이 없었다. 당황하는 선영의 눈에 자다가 흘린듯이 보이는 권총이 눈에 들어오자 선영은 재빨리 침대위에 있던 권총을 들고 노인을 향해 겨냥했다.



『너..너희들 누구야!! 』



선영이 권총을 들고 위협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듯이 선영의 모습에 피식 웃어보이고만 있었다. 그 모습은 선영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선영의 당황한 모습을 즐기듯 노인의 뒤에있던 한 남자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잘잤어~ 형사 아가씨? 』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말투...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게 어디에서였는지 선영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너.....!!! 어..어떻게...!!! 』



어떻게 들어왔는지 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온 이 사람들보다 더 당황스럽게도 남자의 목소리와 말투.. 그것은 방금 전 선영이 꾸었던 꿈에서 나온.. 선영을 위협하던 그 남자의 목소리와 말투였다. 더구나.. 지금 방문을 열고 들어왔음에도 선영이 지금까지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젊은 아가씨가 고생이 많군 그래.. 』

 


건장한 남자들의 우두머리처럼 생각되어지는 노인의 목소리였다.


『특별히 내 소개를 하지 않아도 나를 알고 있을테지? 』


마치 선영이 알고있는 사람이라는듯이 말하는 노인의 목소리에 선영은 기억을 더듬었다. 오래지않아 노인의 말에서 풍겨지는 느낌처럼 어디선가 본듯도 한 느낌의 노인의 얼굴이 선영의 머리속에서 떠올랐다




『정...재환..?!! 』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지후와 관계된 인물로 파일에서 한 번 본적이 있는 지후의 친할아버지였다. 선영으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주 타겟은 지후의 주변인물이 아닌 지후 그 자체였고 지후를 뒷조사하는 과정에서 지후의 할아버지가 손자를 보호하기위해 튀어나온 것은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니었고 자신을 희롱하던 남자의 입에서도 정재환이란 지후의 할아버지 이름이 나왔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꿈일 뿐이었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눈앞에는 꿈속에서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공과.. 그 목소리가 말했던 인물이 직접 선영의 눈앞에 서 있는것이었다. 그것도 선영의 집에.. 그리고 선영의 방안에 있는 것이었다. 선영의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 꾸었던 꿈이 예지몽같은 그런 것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난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건가? 』


혼란스러움에 휩싸여있던 선영의 귀에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영이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려는듯 머리를 흔들며 선영의 앞에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이해하는 것보다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것이었다. 이해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여자들을 죽인 목적이 뭐야??!! 』

 


질문보다는 단정이 상대에게서 대답을 이끌어내기에도 당황하게 만들기에도 유리하다. 질문은 상대에게 수많은 대답중에 하나를 선택할 기회를 주지만 이렇게 단정지어 말해버리면 상대는 일반적으로 반박이나 부정 또는 변명을 하기마련이었고 이런것들은 질문에 대답하는것보다는 훨씬 진실에 가까웠다.




더구나 지금처럼 약간 틀어서 상대에게 불리한 쪽으로 단정지어 말한다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불리한 점을 없애기위해 단정속에 숨어있는 거짓을 바로잡으려 한다. 그리고 가끔씩 그 과정에서 상대가 숨기려했던 진실이 의도치않게 튀어나오기도 한다.



『마치 내가 여자들을 죽인것 처럼 말을 하는군? 』

 

 

『그럼 아니란 말이야?? 』

 

『그 여자들은 말그대로 돌연사 아닌가?? 돌연사까지 내가 책임져야한다는건가? 』

 

『강간한 사실은 인정한다는 이야기군.. 』

 

『하핫.. 생각보다 똑똑한 아가씨군그래? 』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칭찬받은 김에 한가지 사실을 더 알려줄까? 지금까지 경찰은 어느 언론매체에도 사인까지 밝힌적이 없어.. 』




선영의 말에 노인의 얼굴이 약간 굳어지는듯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선영은 지후가 그리고 지후의 할아버지가 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의 대화를 녹음 할 수 없는것이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이들에게서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그 전에 한가지 더 확인하고싶은 것이 있었다.



『어떻게 죽인거지? 』

 

 

『못알려줄 것도 없지.. 어차피 내 사람이 될 사람인데.. 흐흐흐 』

 

『내.. 사람?? 』




선영은 재환의 "내 사람"이라는 말이 신경이 쓰였다. 마치 선영이 정재환과 한 패가 될것이라고 말하는듯한 아니.. 확신하고 있는듯한 말이 상당히 거슬리고 있었지만 재환은 그런 선영을 무시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들은 돌연사가 맞아.... 』

 

 

『뭐??!! 』

 

『현대의학의 수준으로 볼 때는 말이지... 』

 

『그게 무슨... 』


어떻게 여자들이 죽였는지 알려줄듯이 모든걸 말한다고 한 재환의 입에서 부검의들이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이 나오자 선영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재환의 말은 무엇인가 다른 것이 숨겨져있는듯한 뉘앙스를 풍겨오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이어지는 노인의 이야기는 지금의 대화내용과는 전혀 다른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10여년 전... 교통사고가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승용차와 화물트럭이 충돌하는 큰 사고였지.. 그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있던 일가족 3명과 트럭운전수 1명이 죽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세 명이 죽었고 한 명은 혼수상태였지.. 』

 

『그 사고로 난 아들내외를 잃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며늘아이가 사고순간에 어린 지후를 감싸안았던 탓에 지후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

『하지만.. 응급처치로 기계에 의존하며 억지로 호흡만 하고 있었을 뿐.. 시간이 지나도 지후는 깨어나지 못했다... 하나뿐인 아들마저 잃은 나는 도저히 그대로 지후마저 보낼 수 없었다. 지후를 살리기위해서라면 뭐든지 했다. 세계에서 최고라 불리는 의료진에게 지후를 맡겨보기도 하고 민간요법에서 기도까지.. 심지어 무당들까지도 찿아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후는 깨어나지 못했다.. 』

『누구든 상관 없었어... 얼마가 들어도 상관 없었어.. 무슨 수를 써도 상관 없었어.. 내게 마지막 남겨진 핏줄.. 지후 그 아이만 살아준다면 뭐든 하겠다.. 그렇게 생각했었지..  』

『그..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이란거야??!! 』

『훗.. 성격이 급한 아가씨군... 아가씨는 죽음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나?? 』

『주..죽음?? 』


이 세상에서 죽음이란 뜻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건 선영이도 그리가 아마도 말을 하고있는 노인도 알고있는 사실일 것이었다. 그런데도 뜬금없이 물어오는 노인의 질문에 선영은 머리속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잠시 떠올렸다.




『호흡이 끊어지는 것.. 심장이 뛰지 않는 것.. 맥이 뛰지 않는 것.. 아마도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겠지?? 』

 

 

『그럼.. 아니라는 말이야? 』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 현대의학은 그것을 죽음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난 그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

 

『새로운.. 세계? 』

 

『어느 날.. 내게 한 사람이 찿아왔다.. 그는 스스로를 일본에 살고있는 사람이며 고고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 소개했지.. 난 그를 믿지 않았다.. 외국인에... 고고학을 연구하는 학자.. 그동안 지후를 살리겠다고 찿아온 사기꾼같은 녀석들과 별로 다를바 없는 이야기였으니까.. 』

 

『하지만 그의 요구는 전 재산의 일부를 달라거나 주식의 몇 퍼센트를 떼어달라는 둥 손자를 잃은 할아비의 마음을 현혹해 자기들의 이득을 채우려던 지금까지의 놈들의 요구와는 달랐다.. 그가 요구하는 조금 특이한 자료들을 찿아줄 것.. 그리고 지후가 깨어난 이후 몇 가지의 일을 해줄것.. 그것이 전부였다.. 물론 아무렇지도 않게 간단하게 해 줄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별의 별 거짓말을 다하던 놈들과는 뭔가 좀 달라보였기에 그에게 지후를 맡겨보기로 했다.. 』

 

『어차피 손해볼 것도 없었지..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고 는 다른 놈들과는 다르게 언제까지 지후를 깨어나게하겠다고 장담했으니까.. 그때까지 지후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돌아간다고 했으니까... 더구나 지후를깨우기위해 준비할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돈을 요구하는 다른 놈들과는 달리 지금까지 지후의 성격이나 특징 습관등 지후에 관련한 모든 자료를 요구했다...   』

 

『그렇게 그가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갈 무렵.. 지후는 깨어났다.. 오랜 시간 의식이 없어서인지 조금 어색하긴 했어도 지후는 바로 어젯밤에 잠에 들었다 깨어나는 아이처럼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때의 그 느낌이란...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였지.. 하지만 궁금했다.. 어떻게 일류의 의료진들도 하지못한 일을 의술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보이는 이가 해낼 수 있었을까? 그래서 그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

 

『그리고 나의 물음에 그가 처음 한 말이 바로 조금 전 내가 네게 한 질문이었다.. 』

 

『죽음의..의미?? 』

 

『그래... 그때까지만해도 나 역시 죽음이란 것은 심장이나 호흡이 멈추는 몸의 기능이 모두 정지해버리는 그런것 정도라 생각했었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럼..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거야?? 』

 

『육체와 영혼의 분리.... 그는 그것을 죽음이라고 말했다.. 』

 

『뭐?? 그건 당연한... 』


선영은 노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실제로 영혼같은 것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영혼이 존재한다면 사람이 죽을때 그 영혼이 사람에게서 빠져나와 천국을 가거나 지옥을 가거나 한다는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었던가?




『사람들은 육신이 죽으면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건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야... 인간의 영혼은 인간의 몸안에서 인간의 몸을 움직인다.. 심장이 뛰고 심장에서 뿜어져 나간 피가 산소와 에너지를 신체부위에 전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신체의 각 부위가 제 기능을 하며 움직이지.. 그렇다면 심장은 왜 뛰는 거지?? 』

 

 

『그건.. 인체의 화학작용등에 의해 근육이 수축이나 이완... 』

 

『그건 눈에보이는 현상적인 문제고... 심장이 뛰는 근본적인 원인.. 그걸 말하는거야 』

 

『그런건 철학적인 문제잖아.. 인간이 왜 태어났는지 같은.. 』

 

『그럴수도 있겠지..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의지하는 과학이라는 측면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설명할 수도 있지.. 』

 

『다른 측면..?? 』

 

『영혼이란 것은 본래 음과 양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하지만 영혼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는 음의 성질이 짙은 존재라 그대로 두면 양의 성질은 모두 잃어버리게 되지.. 물론 차후에는 음의 성질도 잃어버리고 소멸하지만 양의 성질은 훨씬 빨리 잃어버리지.. 그런 이유로 영혼은 양의 성질을 지켜줄 수 있는 생기를.. 즉 인간을 찿아가지.. 그리고 자신이 가진 양의 성질로 생기를 유지시킨다.. 그것이 바로 심장이 뛰는 이유지... 』

 

『그런.. 말도안되는... 』

 

『영혼이 스며들지 못한 육체는 어미의 자궁에서 나오는 순간 죽는다.. 생기를 유지시킬 수 있는 양의 기운이 스며들지 못했기 때문이지.. 의학은 이것을 사산이라고 부르지.. 』

 

『그럼 시체에 영혼이 스며들면 시체가 움직일 수도 있다는 거야?? 』

 

『아니지.. 시체는 생기가 없으니까.. 영혼이 스며들지 않지.. 스며들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고.. 어미의 자궁속에 있는 태아만이.. 어미의 생기로 그 생기를 유지할 수 있는 태아만이 영혼을 받아들일 수 있지... 그리고 그렇게 인간의 몸에서 양의 힘으로 생기를 유지시키는 영혼이 자신이 가진 양의 힘을 모두 사용하면 더이상 생기와 반응하지 못하고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오게 되지.. 음양이 갖추어진 혼에서.. 음만이 남는 귀가 되는 것이지.. 이것이 바로 죽음.. 이라는 것이야.. 』

 

『사람들이 흔히 유체이탈이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 혼은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생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혼은 주위에 양의 힘을 빼앗기게되지.. 그 이전에 사람에게 다시 돌아온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혼은 결코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해... 아니 돌아갈 수는 있어도 육신을 움직이지는 못하지.. 』

 

『자..잠깐!!! 뭐야.. 그럼 정지후가 깨어나지 못했던게 유체이탈이라고 말하는거야? 혼이 육체와 분리되었기 때문이라고?? 』

 

『역시 똑똑하구만.. 네 말대로 그렇다고 볼 수 있지.. 』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믿으라는거야?? 』

 

『후후후.. 믿게 될거야.... 』

 

『좋아.. 그렇다고 쳐.. 그게 이번일과 무슨 상관이란 거지?? 』

 

『아까도 말했듯이 인간의 육신을 떠난 영혼은 원래 가지고 있던 양의 힘을 유지하지 못하지.. 지후의 영혼은 너무 오랜시간 육체와 떨어져있었어.. 그가 찿아냈을 당시 혼의  상태라기보다 거의 귀와 가까운 상태였다고 하더군.. 그 상태에서는 지후의 영혼이 다시 지후의 몸속에 들어간다고해도 지후가 깨어나지는 못하겠지.. 』

 

『그래서..?? 』

 

『그래서 그는 사의 힘을 이용했다고 했다.... 』

 

『사??? 그게 뭐지?? 』

 

『음기와 양기 그리고 생기와는 다른 또다른 기운이라고 그가 말하더군... 귀와 같은 형태를 지니면서도 인간에게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운... 쉽게말해서 지후의 영혼이 가지고 있던 양의 기운을 사의 기운으로 대체했다는 거지.. 』

 

『하지만 사기의 경우 그 형태를 음기와 같이하므로 지속적으로 음기를 보충해줘야만 한다는 것이야..... 음기를 보충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여자와의 교합을 통해 그 여자의 음기를 빼앗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지.. 』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돈으로 여자를 사면 될 일아니야!! 구지 그렇게.. 』

 

『기운을 빼앗긴 여자는 십중팔구 죽는다.. 돈으로 산 여자를 죽이게 되면 결과는 뻔한거 아니겠나? 더구나.. 지후 그 녀석이 그러더군.. 공포에 떠는 여자의 음기가 훨씬 맛이 좋다고... 』

 

『말도 안되는 소리..!! 벌써부터 미친척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려는 수작이야??!!! 』

 

『빠져나가다니..? 일단 잡혀야 빠져나가든 뭐든 하는것이 아닌가? 후훗.. 잡힌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 』

 

『나 역시.. 아직은 아니야!! 』


대화가 끊기고 정적과 함께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목소리의 주인공과 대치하고 있는 이 상황도 혼란스러웠고 자신과 자신의 손자의 짓이라 말하면서도 소설속에서나 있을법한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는 정재환과의 대화도 혼란스러웠지만 일단은.. 빠져나가야 한다...


남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천히 포위하듯 선영의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움직이지마!!! 』

 

『그건 소용없어 형사아가씨~ 』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능글맞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영이 그들을 향해 권총을 들이댔지만 아마도 선영이 그들에게 쉽사리 총을 쏘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생각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경찰의 총기사용에 관한 규정은 심할정도로 엄격하니까...




선영이 갑자기 다가오는 남자들을 향해 겨누고 있던 총을 천장쪽을 향해 치켜들었다. 선영이 비록 여자이고 숫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는 하나 그녀도 오랫동안 강력계에서 일해온 여자였다. 이들을 모두 제압할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호락호락하게 이들에게 당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누군가 선영을 도와주러 오기전까지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구원요청이었고 느긋하게 전화등으로 지원요청을 할 수 없는 이상..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아파트에서 총소리가 울리면 누군가 경찰에 신고를 할테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선영의 집으로 출동을 할 것이었다. 또한 천장을 향해 총을 쏘면 지금 다가오는 이들에게 위협의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총까지 들고있는 이상..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할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이것이 선영의 계산이었다. 선영은 들어올린 총의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딸칵...

 


딸칵...

 

 

『 ..........!!!! 』




하지만 선영의 기대와는 달리 총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아닌 빈 탄창을 때리는 딸칵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선영의 얼굴에 또다시 당황하는 빛이 역력히 나타났다.



"어째서...??"

 

 

『말했잖아.. 형사아가씨~ 그건 소용없다구... 』


남자의 말에 선영이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치 선영의 총안에 총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듯한 말투.. 그리고 낯빛...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나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까지 남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투욱...


선영의 손이 밑으로 쳐지고 선영의 손에 있던 권총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총을 들고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선영을 포기하게 만든듯 그녀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 차 올랐다.




『역시.. 똑똑한 아가씨군.. 상황판단이 좋아.... 』



선영에게 다가오던 남자들이 씨익 웃으며 선영을 잡으려하던 자세를 풀고 선영에게 다가왔다.



퍼억...!!

 

 

『크흑...!!! 』


남자가 손을 뻗어 선영의 어깨를 잡으려는 순간 남자는 자신의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절망스러운 얼굴로 포기한듯 총까지 바닥으로 흘려버린 선영이 포기했다고 생각하고 방심하고 있던 남자의 사타구니를 선영이 힘껏 걷어찼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두 명의 남자도 예상외의 선영의 행동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당황하는 틈을 타 선영은 그대로 방문쪽으로 달려나갔다. 방문 앞에 있던 노인이 넘어지듯이 황급히 옆으로 피하고 선영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방문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현관문만 나가면 된다.."



선영의 머리속에는 현관문 밖으로 벗어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일단 문밖으로 나가면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고 어떻게든 이들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방문을 빠져나온 선영은 생각대로 현관문쪽으로 달려갈 수가 없었다.



몇 년을 살아온 집인데.....
하루에도 몇 번은 왔다갔다하던 자신의 집 내부인데.....



선영은 그렇게도 익숙한 현관으로 가는 길을 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현관으로 가는 길이 없었다. 방문을 나선 선영의 눈에 보인 것은 선영이 알고있던 선영의 집의 거실이 아닌... 조금 전 꿈속에서 봤던 식당.. 그곳이었다.
선영의 뒤에서 정재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했잖아.. 넌 이미 잡혔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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